• 최종편집 2026-03-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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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경칩, 흙일하기 딱 좋은 때
기획 03-08 11:00
겨우살이
문화예술 03-01 19:12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사람이야기 03-01 18:48
고맙습니다
고을이야기 03-01 16:43
지리산 나이아가라 폭포
문화예술 03-01 16:32
[곰주옥×인간주옥] ② 나는 내려왔고 곰주옥은 옮겨졌다
기획 03-01 16:26
수달 사는 남원 람천에 생활폐수가 흘러들고 있다고?
고을이야기 03-01 16:18
“사육곰산업 종식을 말하다” 곰의 눈물을 닦는 수의사, 최태규 수의사를 만나다.
자연생태 03-01 15:30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3-진눈깨비 속 봄 편지
문화예술 03-01 14:37
빈집2
문화예술 03-01 14:25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언 땅이 녹기 시작하는 우수
기획 03-01 14:10
[참나무라는 우주]를 읽고
문화예술 03-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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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명 03-01 18:48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8] 길에서 탈핵을 외치다! 남원시 산내면 원백일 마을. 오늘은 약 4km, 2시간 동안 천천히 걷는 ‘마을길탈핵비움순례’ 일정입니다. 몸자보에는 여전히 '또 짓겠다고? 신규핵발전소 NO', '후쿠시마 오염수 NO'라고 적혀 있습니다. 12도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사뿐 걸어갑니다. 숲과 산, 논과 밭, 집들이 보이는 풍경들이 자주 걸었던 길이었음에도 구석구석 다르게 들어옵니다. 지붕 위에 태양광과 태양열 설비가 갖추어진 집들이 보이는데, 에너지 전환이 이미 시작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마을회관 벽에는 도로명 주소 안내도가 붙어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지도 앞에서, 마을의 시간과 수 없이 다녔을 마을분들이 떠오릅니다. 마을 산 중턱에는 실상사 대안중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자연과 마을 속에서 배우고 자라는 공간. 제 아이가 이 학교 10기 졸업생이기에 그 시절의 기억도 떠올려 봅니다. 길 위에서 학생들을 만났는데, 한 학생은 힐끗 쳐다보며 지나갔고, 다른 학생은 “뭐라고 썼어요?”라고 묻더니 또박또박 읽습니다. 그리고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넵니다. 마을분도 “이재명은 원래 안 한다고 했는데...” “힘내요.” 짧지만 따뜻한 응원도 해주십니다. “핵발전소 있는 지역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효과적인 싸움이 필요하다.”라는 전략적인 의견도 들려주십니다. 외면하지 않는 시선들. 손에 쥐고 있는 현수막을 펼치자, 동네 풍경과 잘 어울리게 사진 한 컷도... “안녕하세요. 순례자 청명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탈핵 팬클럽’을 들고 왔어요. 방사능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직접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생업을 하다 보니 여유가 없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연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가 ‘탈핵 팬클럽’을 떠올리게 됐어요. 문턱없는, 회비없는, 들어보는, 찾아보는, 존중하는, 유익하고 즐거운, 부담 완전 제로 팬클럽. 어때요? 함께해 봐요.^^” ‘마을길탈핵순례’와 ‘탈핵 팬클럽’!! 지난 1월 ‘탈핵도보전국순례’를 다니며 정리한 생각이 ‘삶의 자리에서 탈핵과 비움을’ 입니다. 이와 같이 일상에서 만들어 가는 탈핵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을길순례와 탈핵팬클럽’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마을길 순례’는 제가 살고 있는 원백일 마을을 다녀 보았고, 산내를 비롯하여 가능한 전국의 동네를 다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걸음걸음 마을분들을 만나 ‘탈핵과 비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탈핵 팬클럽도 시작하면서 ‘같이탈’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는데, 함께하는 탈핵을 의미합니다. 고맙게도 인디께서 웹자보도 아주 멋지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먼저 지인분들에게 문자로 알려드렸더니, 헉~ 며칠사이에 수십명이 동의하고 가입하기까지...^^ 서울 광화문 광장. 요즘 들어 자주 가보게 되는 장소입니다. 그동안 한 달 간격으로 ‘광화문탈핵목요행동’으로 피켓 시위와 탈핵신문브리핑을 했는데, 요즘엔 매주 들르게 되었습니다. 탈핵비상시국!!! 2월 초, 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신규핵발전을 강행하면서, 지금은 탈핵행보에 비상시기임을 감지하고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였습니다. 150여 개 단체와 개인으로 구성한 ‘신규핵발전소저지 전국비상행동’은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의 해임과 신규핵발전소 계획 전면 철회, 탈핵과 분산된 재생에너지 중심의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이미 1월 30일에 발전소 부지 유치를 공모하였고, 3월 30일까지 신청서를 받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이어 5~6개월간의 부지평가, 선정과정을 거치고, 2030년대 초에 건설허가와 2037~2038년 준공을 예정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에 발전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관을 중심으로 울산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 부산 기장군과 경주시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국비상행동’은 다양한 대응방법을 강구하여 6월까지 집중하여 정부의 핵발전정책과 계획을 막아 보려 합니다. 저는 발로 뛰는 직접행동팀에 합류하였는데, 기존 ‘광화문탈핵목요행동’에서 진행되는 피켓시위와 탈핵신문읽기에 더하여 매주 목,금요일 15시-16시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왕복 3.4km 코스로 정해, 다양한 퍼포먼스로 탈핵순례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동네길이 아닌 신호등이 쉴 새 없이 바뀌는 광화문광장 사거리입니다. ‘호외 탈핵신문’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건내며 외쳤습니다. “속보입니다. 신규핵발전소 2기 짓는데요. 에너지 쓰죠? 지방 희생 강요, 괜찮을까요?” “33, 34. 무슨 숫자일까요? 우리나라 핵발전소 숫자입니다. 우리는 이미 32기의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두 기를 더하겠다는 소식, 그 숫자가 누군가에게는 위험의 숫자일 수 있어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횡단보도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을 때, 몇몇은 고개를 돌려 제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짧게나마 나눈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윤석렬이 계획한 거 아니에요?”, “이런 소식 처음 들었는데요?”, “서울에 짓는대요?”라고 묻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나도 예전엔 탈핵이었는데 지금은 찬핵이에요. 재생에너지 불안하더라구요.”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잘 관리하면 위험하지 않아요.”, “어딘가는 지어야죠. 근데 서울은 안 돼요.”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위험은 멀리 두고 싶은 마음. 지방으로의 건설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선. 그러나 또 다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읽어나 볼게요.”, “나도 전기 쓰니 읽어볼게요.”, “한 번 줘 보세요.” 저는 “신문 받는 것도 용기예요.” “안 가져가셔도 이렇게 얘기 듣는 것만으로도 연대예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음에도,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사거리의 소음 속에서도 ‘에너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얘기가 조금씩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잠시, '탈핵이라는 이슈가 누군가에는 무관심과 부정적인 관심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경쟁과 갈등, 권력의 시스템 속에서 나고 살아가는 우리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슈에 대한 감각은 당장의 자기 실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환경. 대안을 찾아보기에는 여유롭지 못한 구조. 와중에 힘의 논리로 거짓 정보가 유통되고 통제된다면, 관심의 영역은 더욱 제한되고 오염되지 않겠는가? 어려운 조건이지만 진실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렇기에 관심의 확장과 올바른 관심으로의 변화인 연대가 더욱 절실하다. 만남이 많아져야 한다.” 진실!! 호외 탈핵신문에 게재된 김현우 님의 글에서도 정부의 핵정책이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안전까지 외면하고 이득을 취하려는 핵산업계가 있음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불안정성과 향우 급증할 전력 수요를 언급하지만, 왜 하필 신규핵발전소 2기(2.8GW)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AI와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블랙웰 GPU(그래픽 처리장치) 26만 장이 동시에 운영된다 해도 0.5GW에 불과하다. 굳이 2기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예측되는 AI관련 전력은 5년 안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핵발전소 건설은 평균 13년 11개월 정도 소요된다. 용인반도체 단지에 필요하다는 15GW 정도의 전력과 비교하면, 용량만 보더라도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핵산업계 ‘먹거리 챙기기’말고는 다른 답은 없다. 실제로 국내 핵발전소 건설 현황을 보면 2017년 이래로 4기 정도 건설이 계속 진행되었다. 그런데 신한울 3,4호기가 준공되는 2032년이 되면 건설 물량이 사라지게 된다. 11차 전력 계획은 그 즈음인 2031년에 신규핵발전소 대형 2기와 SMR 1기를 착공한다는 것이다. 핵산업계는 그다지 돈이 안 되는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사업으로는 만족할 수 없으며, 10년마다 2기~4기의 신규 대형 핵발전소 건설을 원하는 것이다. 결국 신규2기는 전력 수요와는 무관한, 핵산업계의 먹거리 민원을 들어주고 탈핵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정치적 타협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는 ‘국민의 정부’가 아닙니다. 성장을 빌미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비국민의 정부’입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를 같은 신문에 게재된 용석록님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원문 그대로 인용합니다.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점 -한수원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13년 11개월 걸린다고 발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0년 전후에 발생, 신규2기는 2037년 준공 계획 -해외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건설이 빠른 재생에너지로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조절은 필수 요소, 감발이 잦아지면 설비에 무리가 가고 사고 위험성 증가 -국내 핵발전소는 매우 제한적 출력 조정을 하고 있으며, 연구개발은 이제 시작함 -핵발전 균등화발전비용은 47% 비싸졌고, 대규모태양광은 84% 저렴해짐 -핵발전소 폐로 비용, 핵폐기물 처분 비용, 안전 규제 강화로 비용 계속 증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같은 사고 시, 천문학적 비용 발생과 방사능 오염 -수도권은 인구밀집지라 건설 불가? 인구밀집지 부산/울산에는 건설 -송전: 수도권은 지중화, 지역은 흉물스러운 송전탑 노출 및 전자파 노출, 희생 강요 -핵폐기물 처분 부지 없어서 핵발전소 내 저장으로 이중의 위험 전가 -핵발전소는 새로운 공격 목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발전소 공격 사건 발생 -태풍, 폭우, 해수온도 상승 등으로 사고 위험 가중 -고준위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해 지속적 비용 발생/ 위험시설 존재 -일상 운전 중에도 방사능물질 배출 지리산 산내면의 마을길과 서울 광화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곳에서의 저의 질문은 늘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기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지역의 삶터를 희생의 자리로 두는가. 왜 핵산업계의 요구는 빠르게 수용되면서, 탈핵시민들이 요구하는 안전은 늘 후순위가 되는가. 정말 AI와 데이터센터 때문인가. 성장이라는 이름이 모든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방사능 피해 없는 안전한 사회는 우리 모두가 지켜내야 할 의무입니다. 그렇기에 푼돈으로 훼유하고 핵발전을 관철하려는 핵산업계와, 이를 지원하는 ‘비국민의 정부’에 시민사회는 단호하게 맞서 막아야 하구요. 또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성장주의를 경계해야, 에너지 악순환도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에 생산기업과 소비자는 ‘적정한 에너지 소비’에 임하므로, 우리 사회가 바라는 에너지 대안을 그릴 수 있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편으로, 지금 정부의 핵정책과 탈핵을 바라보는 시민의 판단을 떠올려 봅니다. 여론조사 신규건설 70%의 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왜곡된 정보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성찰!! 이에 대해 소소한 나름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자신에게 집중하여 “내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 나의 생각과 행동이 과연 나로부터인가? 내 안의 권력이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자문과 성찰을 한 번쯤은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인생사도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잃어버린 자아 찾기’를 주제넘게 권해 봅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자기 삶의 궤적을 돌아보는 여유 한번 부려 보자구요. 그리고 우리들의 삶과 직결된 이슈, 에너지와 탈핵도... 잠깐 ‘전국비상행동’의 근황을 말씀드리자면, 지금 서울 광화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탈핵목요행동’과 목,금요일 '광화문-청와대탈핵순례’, 금요일 ‘핵발전소반대 광화문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월12일에는 기장군청과 울주군청, 경주시청을 항의 방문하였고, 2월27일에는 홍대거리에서 ‘탈핵문화제’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사고 15주년을 맞아 3월11일, 311 탈핵선언대회(오후 2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국 지역의 탈핵단체들도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봄이 시작되는 3월입니다. 조끼 배낭을 메고 이곳저곳 다닐 생각에 설레는 마음입니다.꽃구경도 좋지만, 사람 구경도 좋습니다. 산내 마을길에서도, 서울 광화문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표정을 읽으며, 한쪽에서는 “힘내요”, 다른 한쪽에서는 “잘 관리하면 괜찮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찬반을 넘어 외면하지 않고 질문하고, 잠시라도 멈춰 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러한 하나하나의 발자국이 탈핵의 길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니 희망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하다 보니 무겁게 느껴지는 주제를 나누는 순례길이지만 언제나 즐겁습니다. ‘누구나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탈핵과 비움의 길이기에 그렇습니다. 이제 만발할 봄꽃처럼, 탈핵의 꽃도 피기를 바랍니다. 지리산인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이 땅에 탈핵!! 글쓴이 : 청명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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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환 03-08 11:00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경칩, 흙일하기 딱 좋은 때

    경칩은 대개 음력 2월에 듭니다. 음력 2월은 12지지의 묘卯월로 절기로는 경칩과 춘분이 들지요. 인월의 호랑이가 음양에서 양인 이유는 계란의 껍질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듯 땅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는 기운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월은 음으로 그 생명의 기운이 점점 퍼져가는 형국을 표현한 것으로 토끼의 은근하지만 빠른 번식력을 빗댄 것이죠. 토끼도 이 때가 되면 초목의 새싹들을 뜯어 먹으며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하니 적당한 비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경칩이 1월에 들 때도 있습니다. 올 해 특히 일찍 들어 1월 17일이 경칩날입니다. 입춘이 아직 추운 섣달에서 시작했듯, 경칩이 됐다고 해도 너무 빨라 봄이 토끼처럼 활발하게 퍼져가긴 이를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아직 냉이가 보이질 않네요. 지칭개는 벌써 나와 힘을 쓰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명이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밀, 보리, 호밀, 시금치도 경칩을 아는지 푸른 기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봄 꽃으로 예쁜 수선화도 싹을 올리고 있고요, 상사화도 까꿍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이틀 전엔 목련 나무 잔가지를 쳤는데요, 작년 논둑 보수하면서 너무 자라 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놈을 죽이려다 버들강아지처럼 앙증맞게 피어있는 목련솜강아지들이 살려달라 하는 것 같아 도저히 베지 못한 나무에요. 논 옆 둠벙엔 산개구리들이 짝짓기하느라 개굴개굴(사실 산개구리 소린 다릅니다. 그 표현을 몰라 그냥 썼는데 제가 존경하는 귀농 선배가 가르쳐주네요. '호로롱호로롱~'하고 노래하는데 참 예쁜 표현이지요? ㅎ) 노래하는 소리가 참 이쁩니다. 비발디 4계의 봄 악장이 저만큼 예쁠지 생각해봤습니다. 가까이 가서 엿들으려 스쿠터 살살 몰고 가 보니 연애하느라 정신 판 놈들이 둠벙 물 텀벙텀벙 거리며 노는 게 여느 청춘남녀의 "나 잡아봐요." 희롱 못지 않네요. 짖궂은 샘일까요. 저도 괜히 헛기침 해보니 일제히 침묵으로 숨어버리더만요. ㅎ 정월 대보름이 경칩 이틀전이어서 찰밥과 나물을 먹었습니다. 설날에 고기 많이 먹어 대보름엔 고기 먹지 않고 견과류와 찰곡식과 나물을 먹는다지만 제가 볼 때는 고기보다는 찰 곡식 먹기 위해 그런 건 아닐까 상상해봤습니다. 설날에 고기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습니까. 특히 부유하지 못한 농가에서 탈 날만큼 고기 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절에 농사일 시작하려면 몸도 데우고 힘도 낼 찰곡식을 먹기 위해 나물을 많이 먹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찰곡식 많이 먹으면 변비에도 좋지 않듯이 몸에 잔류해 여러 대사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그걸 예방하기 위해 섬유질 풍부하고 비타민, 미네랄 풍부한 나물을 먹어주는 것 아니겠냐는 거죠. 저도 허리협착증 생긴 이후 변비가 잦아 불편했는데 나물 많이 먹으니 속도 편하고 변도 좋아져 일할 맛도 나니 또 한번 우리 먹거리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에 감사한 마음이 들더이다. 여전히 세상은 꽃샘추위의 기세가 떠르르하지만 입춘에서 일어난 봄은 우수비를 맞고 경칩을 거쳐 그 기운을 은근히 퍼뜨려 갑니다. 경칩에 밭에 가보면 땅에 금이 가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그 금의 정도로 지난 겨울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고 봄 날씨가 어떤 상태인지도 파악할 수 있지요. 금이 강하고 많이 가 있으면 겨울에 눈비가 적당히 내려 흙이 얼었다가 경칩 즈음 봄의 건조한 기운으로 갑자기 흙 표면이 녹으면서 마른 겁니다. 물 먹은 흙이 얼어 부피가 커졌다가 봄 마른 기운에 갑자기 부피가 쪼그라들면서 금이 간 거지요. 그렇지만 토양 내 유기물이 충분하면 스폰지 역할을 해 금 가는 현상은 적어요. 어쨌든 겨우내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흙은 부드러워지는데 경칩에 흙 표면의 금이 많이 가면 봄 가뭄이 심하거나 토양 내 유기물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 예부터 경칩에 흙 일을 하면 손해가 없다 했습니다. 그만큼 겨우내 얼었던 흙이 풀리면서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흙은 겨우내 만들어지고 부슬부슬해지죠. 물 먹은 돌멩이가 얼어 부피가 커져 돌이 깨지면서 흙이 되는 거거든요. 돌의 풍화작용으로 흙이 된다고 하지만 저는 빙화작용으로 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입니다. 옛 석공들이 큰 돌을 깰 때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요. 겨우내 땅에 박혀있던 쇠 꼬챙이가 봄이 되면 살짝 튀어올라 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것도 같은 이치 때문입니다. 흙이 얼어 부피가 커져 밀려 올라온 것이에요. 농부는 경칩이 되면 부서진 담벼락 수리를 하든가 밭을 갈기도 합니다. 흙이 부드러워져 쉽게 되거든요. 그래 이 때는 가래로 갈 일을 호미로도 갈 수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흙을 갈지 않고도 작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무경운 농법입니다. 사실 무경운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어요, 그럼 호미질도 하지 말라는 건가? 라고 따질 수가 있잖아요. 그래 무경운의 핵심은 무거운 기계로 땅을 짓누르고 고속회전 날로 흙을 밀가루처럼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걸로 이해해야 합니다. 오히려 흙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암튼 농부는 그렇게 경칩에 밭을 갈며 농사일을 공식적으로 시작합니다. 음력 대보름이 보통은 우수 근처에 드는데 올 해는 경칩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이번엔 음력이 늦는 꼴이에요. 거꾸로 절기는 양력으로 볼 때 빠른 거지요. 그래 올 상반기엔 양력 기준으로 파종을 할 때는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음력으로 빠른 거겠지요. 올 대보름은 붉은달이었어요. 개기월식 때문인데 태양파 중 긴 파동인 붉은 색만 지구 넘어 통과해 그렇다지요. 암튼 좋은 징후는 아닙니다. 신기한 현상이라고 반길 일이 아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늘이 하는 일인 것을요. 하늘이 하는 일에 대해선 좋다 나쁘다 탓할 수가 없어요. 다만 잘 헤아리고 겸손하게 받아들여 조심조심해야죠. 반면 흙은 뿌린대로 거둔다 했으니 농부는 경칩부터 흙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성실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홧팅! * 대문 사진 : 흙 마르지 말라고 덮은 볏짚 사이에 가을에 심어 먹고 남은 시금치가 싱싱합니다. 물 타서 준 오줌으로만 키웠는데 최고로 맛있을 때지요. 소금간만 해도 끝내줍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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