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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11-22 20:32
가을강빛
「섬진강 편지」 -가을강빛 새벽길 모처럼 좌회전을 합니다. 마을 앞 첫 신호등에서 우회전은 지리산, 좌회전은 섬진강 영하의 날씨라 물안개를 기대하고 좌회전을 합니다. 풍경 하나가 생의 길을 바꾸기도 합니다. 저에겐 섬진강이 그렇습니다. 가을강빛 담아 보냅니다. -
니은기역 11-21 23:05
[벗자편지] 함께읽기 4_똥폼:함께 살자는 그 말, 아주 힘이 센 그 말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벗자편지>>를 펴낸 니은기역 출판사입니다. 자급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나와 둘레를 돌보며 고귀한 하루를 살려는 농부들의 편지, <<벗자편지>>를 여기 <지리산인>에 한 달에 한 번, 한 꼭지씩 들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나의 시간을, 나의 생산수단을, 나의 재주를 좀 더 아름답게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시간엔 ❹ 똥폼이 월간정상순에게 “함께 살자는 그 말, 아주 힘이 센 그 말” 꼭지를 함께 읽겠습니다. 다음 시간엔 ⑤ 변화를 갈망하며 파동을 느끼는 친구들에게 “겨드랑이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 함께합니다. 고맙습니다. 똥폼이 월간정상순에게 “함께 살자는 그 말, 아주 힘이 센 그 말” 똥폼 비가 그쳤어. 구름이 동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물기를 잔뜩 머금은 무겁고 어두운 구름. 먹구름이 파란 하늘에 잠시 자리를 내어 주면 나는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하늘을 봐. 한 줄기 햇살 사이로 들려오는, 여치인지 귀뚜라미인지 메뚜기인지 스무 해를 살고도 여전히 분간 못 하는, 곤충들의 울음소리. 이제 가을인가 봐. 어제 텃밭을 정리했어. 대파는 두 줄 남기고 다 뽑고, 지난해에 먹다 지쳐 제풀에 올라온 토마토는 그냥 두었어. 팥 이파리는 무성한데 열매도 실할지. 주말엔 호박넝쿨을 거둬 내야겠어. 무씨를 뿌려야 하니까. 정리된 밭은 말끔하겠지만 그만큼 또 쓸쓸하겠지. 실은 날이 갈수록 붉어지는 토마토와 보랏빛 선명한 가지를 볼 때마다 뒤로 물러날 여름을 실감했지. 순간을 살기로 마음먹었지만 오지 않은 시간을 끌어당기는 버릇을 난 아직 어쩌지 못했어. 이맘때가, 그러니까 월말 공연을 끝내고 다음 달 공연을 시작하기 2주 전까지가 가장 한가한 시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맞니? 좀 쉬고 있는 거야? 네가 처음 달마다 공연을 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속으론 많이 걱정했어. 다시 머리가 아프면 어쩌나, 몸에 기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관객과 한 약속이니 지키려고 또 얼마나 애를 쓰려나. 너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생각이 많았어. 다만 한 가지, 공연을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하겠다는 선언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이더라. 도망, 가고 싶니? 산내에 내려온 지 이제 꼭 스무 해가 되었어. 절반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가고 싶다”던 최승자의 시를 읊조리며 살았고, 나머지 절반은 단전에 잔뜩 힘을 넣고 ‘버텨 보겠어’를 주문처럼 외우고 살았지. 가끔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이 마을의 성평등 감각과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성인지 감수성에 거품을 물기도 했어. 시골은 단언컨대 남성에 최적화된 거주지다. 기본값 ‘남 성’이 그 어느 곳보다 활성화되는 장소다. 이 때문에 마 을회관은 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누워서 빈둥거리며 TV를 보는 거실 혹은 방 중심의 남성 공간 과 그 남성을 위해 밥을 짓고 상을 차리는 여성들이 분 주하게 움직이는 주방 공간. 귀농 후 첫해는 누구보다 열심히 성별분업의 현장을 수용하며 살았다. 고무장갑, 호미, 목장갑, 앞치마 4종 세트를 상시 휴대하며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 이다. - 정상순, <정상순의 브런치> 2021. 1. 기억나니? 그때마다 우리도 저들처럼 힘을 갖고 싶다고, 동등해지자고 두 손을 불끈 쥐기도 했지. 마을 노동이 성별에 따라 나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니 가사노동이 부불노동unpaid labor인 까닭을 생각해야 했어. 동시에 가사노동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건지, 충분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었지. 왜냐면 결국은 내가 하지 않은 일을 누군가 대신해야 하니까. 게다가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기 가족 아닌 다른 이의 가족을 돌봐야 하는 이주 노동자일 테니까. 우리는 백만 이주 노동자와 함께 살고 있고 이미 그들 없이는 농사도, 돌봄 노동도, 공장 노동도, 택배 노동도 지금처럼 지속될 수 없을 테니까. 그래, 마침내 다시 생각해야 했어. 스무 해 전 너와 나는 왜 이곳으로 왔는지. 우리가 꿈꿨던 것은 생태적이고 자립적이며 조화로운 삶이었어.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망치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삶을 원했지. 그러나 생태적이며 자립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밑 빠진 항아리를 채우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우리가 생각하는 자립이 누군가가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다시 멈춰 서야 하지 않을까. “페미니즘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지난해에 한 환경운동가가 내게 물었어. 나는 우선 그 사람 질문에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이야기를 이어갔지.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던 중이었는데 교육 시간 내내 이분이 보인 태도는 호의적이지 않았거든.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동등한 것으로 만드는 데 만족하는 주의 혹은 주장이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배제하는 것으로 개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고자 하는 운동입니다. 이제 제가 질문하신 분께 다시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겠습니까?” 나는 그 질문을 네가 이어받았다고 생각해. 질문, 하고 싶니? 「월간정상순」 4월호에서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우린 서로를 돌보는 것’이라 선언한 순간이 그랬어. 아픈 사람을 무능력한 존재로 보는 사회, 아프지 않은 몸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 생산하지 않는 존재를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 절하하는 사회에서, 능력이 무엇인지, 정상적인 몸이 무엇인지, 생산성이 무엇인지 질문했으니까. 아팠지만 내 인생이 총체적으로 망가진 건 아니었어. 그 러나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나를 망가진 무엇으로 대했 지. 그러지 않고서야 건강을 위해 살을 빼라느니, 생리 통이 줄어들게 임신을 하라느니 저런 말들을 저토록 쉽 게 내뱉을 수는 없었을 거야. 너도 반찬 맡기고 빨래 맡기고 그렇게 의존하며 살면서 왜 나만 그렇게 독립적 이길 요구하니? 대체 의존적이라는 게 뭐니, 독립적이라 는 게 뭐야? - 「월간정상순」 4월호 5월호는 필수노동인 가사노동을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위치시키는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해 질문했지. 임신, 출산, 양육의 시기를 거쳐 노동시장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여성들에게 경단녀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이들에게 왜 경단녀냐고, 경단녀 아니고 경력 보유 여성, 경보녀라고 소리쳤어. 무엇보다 ‘남자들을 따라잡는 그 길’ 아닌 다른 길을 찾으려는 여성들을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 나는 졸라 열심히 일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서란 말은 마요/ 그런 말은 당신 말고 내 몫이니/ 누구 덕에 먹고 사나 생각해 봐/ 돈 벌어와 으스대면 가장이니/ 가장이 란 살림하는 사람인 걸/ 이제부터 가장은 너 아닌 나/ 가사노동자라네 (…) 백만이주노동자를 밟고 섰네/ 돌봄 가사 농사 택배 공장 노동/ 남자들을 따라잡는 이 길 말고/ 다른 길은 없나/ 다른 길 만드세 - 「월간정상 순」 5월호 6월호는 고기 이전에 생명이라는 존재들의 호소 즉, ‘단 한 번만 멈춰 서자’는, ‘단 한 번만 돌아보자’는, ‘먹히기 위해서 사는 삶은 없다’는 비인간동물들의 피를 토하는 호소였어. 단 한 방울의 피도 손에 묻히지 않고 남의 살점을 입에 넣을 수 있는 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지. 우리는 붉은 피를 손에 묻힌 도살장의, 상업적 어선의 저 많은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피를 흘리며 신음하는 얼굴 가진 동물들을 보지 않았습니다. 소가 돼지가 닭이 그러하듯 우리는 동물입니다. 당신도 그러합니다. - 「월간정상순」 6월호 7월호는 마을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 마을 주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어. ‘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숨어 있어야 해?’라는 대사를 곱씹었다는 관객도 있었지. 현식이 엄마 얘기 들어 주지 마. 그 얘기 듣고 여기 와 서 옮기지도 말고. 니가 뭔가 중간에서 해 보고 싶을 수 있는데, 지금처럼 현식이 엄마 말 나한테 전하는 거, 그건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그냥 살던 대로 사 는 거야. 그러다 너 제풀에 지쳐서 나도 할 만큼 했는 데 중간에 끼어서 내가 제일 힘들다느니, 내가 피해자라 느니 그런 말 하게 된다. 차라리 그냥 가만히 있어. 내 딸이, 그리고 내 딸 친구들이 지금 어떤 지옥에 있을지 상상이 안 되면 그냥 가만히 있어. 그래도 꼭 무슨 말 이 하고 싶거든. 현식이 엄마한테 가서 말해. 현식이 공 부시키라고. 똑같은 짓 다시 안 하게 공부시키고, 제대 로 된 처벌 받으라고. - 「월간정상순」 7월호 8월호는 ‘가난한 자 뒤에 서서 세상을 망치고 있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한 질문이었지. 왜 세상은 점점 살 만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곳이 되어 가는지, 우리가 함께 살 만해지려면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어. 누가 세상을 망치나. 가난한 자 뒤에 서서. - 「월간정 상순」 8월호 곧 선보일 9월호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과 난민을 다룰 거라고 들었어. 그래, 9월호에서만큼은 몇 해 전, 예멘 난민에게 보였던 미숙함과는 다른 환대의 언어와 행동이 넘실거린다면 좋겠어. 돌아, 보고 싶니? 너도 알다시피 나는 에코페미니즘에 분노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어. 시골에 내려와 살아 보니 농사가 요구하는 집약적 노동을 대부분 여성이 감당하고 있더라. 그런데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철없이 과거를 복원하거나 과거로 회귀하자며 변죽만 울리는 것 같아 답답했지. ‘돌봄 노동이 중요하다는 건, 그래 알겠다고. 근데 나더러 평생 재생산노동에 뼈를 갈아 넣으라는 거야? 페미니즘을 통해 성별 고정관념이나 성별화된 노동에서 겨우 벗어났어. 근데 뭐야, 이건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좋으면 당신들이나 해. 평생 애도 안 키우고 살림도 안 해 본 거 같은 사람들이 말만 번지르르하네.’ 내 마음속 저항은 어마어마했어.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 생태주의자 흉내를 내며 살았는지도 모르겠어. 하루를 비닐봉지 씻어 말리는 일로 시작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하지만 지역으로 내려와 도시와는 다른 삶을 살고자 했을 때, 생태적으로 자립적으로 조화롭게 살고자 했던 나에겐 페미니즘적 사유가 없었어. 도시나 지역이나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라는, 패배감이 더 컸던 시간도 있었지. 그런데 마침내 페미니즘적 사유를 하게 됐을 때, 귀농을 결심했을 때와는 달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나를 발견했어. 난 여전히 권리 투쟁 중이었거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동등하게 확장해야 한다는 욕망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의 원인이 무엇인지, 왜 남녀 불평등은 더 심해지는지, 여성 혐오와 여성을 향한 폭력이 멈추지 않는 까닭이 무엇인지 살피지 못했어. 결국 너와 내가 왜 이곳으로 내려왔는지 그 까닭을 금세 잊고 말았어. 그리고 오랫동안 굳이 그 까닭을 다시 묻지 않았어. 한 달 전쯤 같은 마을에 사는 인터뷰 집단이 나를 만나러 온 적이 있어.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다기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을 구성원 중 한 명입니다.”라고 대답했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부캐가 많잖아. 닉네임도 여러 개고. 그런데 그 가운데 어떤 부캐도, 어떤 닉네임도 나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을 주민’이라는 말을 능가할 답을 찾지 못했달까. 며칠 전엔 지역 에코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초대됐는데 또 “어떻게 살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어. 내 대답은 같았어. “마을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그들이 꺼낸 질문은 줄곧 너와 내가 우리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었어. 지난해, 몸이 몹시 아프던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생각했어. 원래 생각이 많은데, 아파 누운 시간이 많아지니까 정말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친김에 묻고 또 물었어. 나는 왜 도시 삶을 접고 이곳으로 내려왔는지, 그리고 지금 왜 이곳에서 삶을 이어 가고 있는지. 응답, 하고 싶어 땅을 살리고 씨앗을 살리는 일이 여성으로서 네 몸을 소외시키지 않는 일이며 재생의 에너지와 재생산 권리 (능력)를 되찾는 일에 다름 아님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임신 출산 육아 노동을 고된 노동으로만 여기 지 않고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노동임을, 다른 노동의 가 치에 견주어 하위에 속하는 노동이 아님을 좀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리하여 임출육의 기간 이후에 찾아올 상대적 자유를 배우자 따라잡기에 허비 하지 않고 캐롤 엠쉬윌러Carol Emshwiller의 놀라운 소 설 「애들」의 여성들처럼 남성들에게 “우리처럼 살라” 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 <정상순의 브런치> 2020. 11. 아마도 지금 우리는 페미니스트로서 이 사회에 깔린 구조적 모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일 거야. 모순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일 거야. 페미니스트로서 인식한 가부장제의 모순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음을 똑똑히 알고 그 시스템에서 모두가 벗어난, 해방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내가 해방이라는 말을 쓸 줄 이야)일 거야. 그래서 나는 보다 작은 원으로 둘러앉고, 보다 작은 모임을 꾸리며, 보다 작은 극장에서, 보다 적은 수의 관객과 마주하는 너를 응원해. 더 작게 모이고, 더 가까운 곳을 바라보고, 더 적은 양에 만족하는 일로 너는 이 지긋지긋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벗겨 내고 있잖아.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만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꾸지 못한 나는, 너에게서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배워. 여전히 힘이 필요한 순간들을 느껴. 하지만 나는 누군가와 동등해지기 위해 힘을 쓰는 일은 그만두기로 했어. 세상 어떤 존재도 누군가를 위한 쓸모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감각, 권리에 대한 주의나 주장만으론 바꿀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사유, 함께 사는 해방된 삶에 대한 원대하고 창대한 상상. 만약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면 이 감각과 사유와 상상을 키우기 위해서일 거야. 내가 잘 살기 위한 권리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해방의 투쟁, 이것이 스무 해를 이곳에서 살아 내며 너와 내가 함께 가게 된 길임을 믿어. 해가 졌어. 구름이 별을 가릴지도 모르지. 한낮에도 하늘은 무겁고 흐렸으니까. 하지만 나는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떠오르면 다시 아침이 온다는 걸 알아. 낮에는 뵈지 않는 달과 별이 늘 거기 있다는 것도 알아. 우리가 함께한다는 걸 알아. 그래서 오늘은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나를 좀 봐주려고 해. 이번만큼은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돌보려고 해. 그러지 않으면 미래는 영영 오지 않을 테니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는 함께 평화로울 수 없을 테니까. 함께 평화롭기 위해 나는 네 손을 잡을 테니까. 이윽고 우린 다른 이와 손을 잡고 있을 테니까. 잡은 손을 놓지 않는다면 우린 먹구름 속에서도 별과 달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결코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 똥폼 ◌ 산내 사는 ‘마을 사람’. 공연 플랫폼 ‘월간 정상순’에서 한 달에 한 번 뛰놀고, 농한기 마을극단 ‘떼아뜨르 마고’, 페미니즘 공연예술단 ‘아무튼, 유랑단’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만끽 중이다. ** 여러 각주가 있으나 <지리산인> 지면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가진 구조적 착취를 꼬집는 「월간정상순」 8월호는 똥폼이 보내는 이번 편지와 주제가 맞닿아 독자들을 <<벗자편지>>에 전문을 실었으나, <지리산인> 지면에는 담지 않았습니다.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벗자편지>> _자급하는 삶을 어렵게 하는 허울을 벗어던지자 • 지은이 : 김혜련, 칩코, 똥폼, 문홍현경, 풀, 상이, 아랑, 김정희 • 펴낸 곳 : 니은기역 • 펴낸 날 : 2022년 11월 22일 • 판형 120*188 / 쪽수 256쪽 • ISBN 979-11-968328-4-1 (03330) -
김인호 11-19 12:50
노고할미 수묵화
「섬진강 편지」 -노고할미 수묵화 산 아래서 기상청산악날씨 정보 하나 보고 산 위 날씨가 좋으니 나쁘니 하지만 택도 없는 일이다. 시시때때 시시각각 변하는 노고단의 날씨를 누가 장담하랴 이런저런 핑계 대지 말고 오라는 노고할미 말씀이시다. 자, 보아라 잘 왔다고 노고할미 수묵화 한 점 선물로 내어주신다. -
박두규 11-04 04:06
[시를찾아서] 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박 두 규 사진: Unsplash의Marko Lengyel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있으면 강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두텁나루의 아침은 또 다른 세상이다. 새들은 날아오르거나 자맥질하거나 바위에 외다리로 서 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경이로운 풍경 속 점 하나로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세상은 그 세상대로 이 세상은 이 세상대로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린 세상,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가고 한 생이 간다. 그렇게 지리산 어느 구석 바위틈에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구절초 하나 홀로 피었다 진다. ------------------------------------------ <시작 노트> 거처가 강가에 있다 보니 매일 흐르는 강을 보며 산다. 흐르는 세월이다. 촌음도 멈추지 않고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매일 느끼며 사는 것인데 이는 生의 무상함으로 온다. 붓다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하나의 풍경으로 보는 것이다. 모두가 스스로에 주어진 한 生을 보내는 촌음의 시간인데 누구의 눈길이 부럽거나 두려울 게 무어 있을까. 지리산의 홀로 핀 구절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도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다 가지만, 세상의 비와 바람을 다 맞고 꽃을 피워 스스로 봄이 되고 벌과 나비의 양식이 되고 씨를 맺어 생명을 잉태한다. 평생을 한 곳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건만 스스로에게 또는 세상에게 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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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 사람 – 성심원 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와의 만남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 사람 – 성심원 원장 엄삼용 알로이시오와의 만남 사람들에게 왜 이곳에 와 사느냐고 물으면 지리산이 거기에 있어 왔노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기에 있어 와 보니, 여기에 지리산이 있는 사람도 있다. 성심원 원장인 엄삼용 알로이시오가 그런 사람이다. 그는 늘 밖에서 노동복 차림으로 일을 한다. 넓은 성심원 이곳 저것을 고치고, 수리하고, 풀을 뽑고 하는 일과가 종일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심원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마주쳐도 그가 원장 수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런데 오늘은 정식 수사복 차림으로 카페(성심원 카페 나루터)에 들어섰다. “신부님 뵙게 돼서 기쁩니다”하는 인사에 자신은 신부가 아니라 수사라고, 그렇게 호칭을 정정하면서 ‘예수님’과 ‘사부님이신 프란체스코 성인’을 따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고자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수도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 인터뷰 때는 정식 수사복을 입었노라고. 성 프란체스코와 작은 형제회 “ 프란체스코 성인은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분이셨어요. 작은 형제로 살고자 하는. 이분의 유언에 보면 ‘우리는 무식하였기에 모든 이에게 복종하였습니다’라는 말이 있거든요. 사실 뭐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형제로. 대중 속에 아울러서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예요.” “제 뒤에 있는 이 벽화는 수도사이신 작가분이 제작하신 건데, ‘태양의 찬가’라는 주제로 한 거거든요. 프랑스코 성인의 정신은 ‘만인의 형제’, 그러니까 ‘우주적 형제’입니다. 만인, 만물, 만성. 그리고 여기 보이지만. 태양을 형제라고. 형님인 태양, 누님인 달. 어머니이신 땅. 물, 불. 이런 것들을 크게 인격화하셨습니다. 성인은 ‘광활한 자연 속에서 ‘나란 존재가 정말. 이렇게 미약하고 작다’라는 걸 아마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저희 수도회 정식 명칭은 ‘작은 형제회’인데, ‘작다’라는 것은 말하자면,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것처럼, 하느님 앞에서 가난한 자가 되어야 한다. 저흰 가난한 자일 수밖에 없죠. 우리는 한계가 많고 유한하고 사실은 부족함이 많잖아요. 인간일 뿐이기 때문에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그래서 이분은 사제는 안 되셨어요. ‘작은 형제로 살겠다’고 그러셨고 형제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셨지요.” 성심원 –우린 ‘800년전 이태리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제자 시대를 막론하고 한센인은 가장 혐오스럽고 배척받는 대상이었다. 프란체스코 성인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나환자를 만났는데, ‘정말 몸과 마음이 역겨웠고 도저히 쳐다볼 수 없어’ 피했다. 성인은 한센인들에게서 ‘그 안에 계신, 버림받고 소외받은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한 것’으로 해석하고, 모든 걸 다 버리고 집을 나와 나환자들 곁으로 갔다. 이것이 작은 형제회가 출발하게 된 어떤 모태와 같은 원형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한센인들과 함께하는 작은 형제들의 삶이 되었다. 성심원은 그런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이제 한센 마지막 세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에 가장 버림받고 소외받은 사람들과 함께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늘 생각하게 하는 곳이 바로 성심원이다. 성심원에 ‘한 번 안 와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특히 프란체스칸(프란체스카 성인을 따르는 가족들, 수도자, 사제, 평신도)에게는 성심원이 아주 중요한. 회개 생활의 상징적인 장소가 된다. “우주 만물을, 자연을 인격적으로 우리가 대하지 않잖아요. 우린 갑과 을의 관계를 이용하고 차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데, 이분은 800년 전에 이미 인격적으로 다 하느님이 주신 피조물로, 나와 똑같이 그 동등한 관계로 보셨던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에 따르면 종교도 남녀노소, 장애, 비장애 할 것 없이 열린 공동체가 돼야 한다는 거죠.” 성심원은 그런 식으로 만인에게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 공공재로 쓰여지길 지향한다. “이 곳은 여러분들의 도움과 특히 우리 한샘 어르신들의 애완과 피땀이 들어간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만인들에게 개방된 공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같이 갖고 가는 공간이에요.” 성심원 원장이 되기까지 그가 처음 성심원을 접한 것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성심원으로 봉사활동을 오고부터였다. 그렇게 접하게 된 성심원에 감동을 받아 여름 휴가 때, 겨울에 이렇게 자주 방문하게 되고, 그러다 수도자 생활을 결심하고, 수도원(프란체스코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 수도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 집안에서 반대 많이 했죠. 제가 큰아들인데, 아버지한테 얻어맞기도 해보고. 고모는 제사 지내러 집에 왔다가 그 얘기 듣고 졸도해 버리시고,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반대하니까 왜 역작용이라는 게 있잖아. 고집 피우는 거. 하도 고집을 피우니까, 반대하시던 어머니께서 먼저 허락해주시고, 누나들과 남동생도 찬성해주고, 그래서 들어오게 되었지요. 누나는 ‘너 친구 좋아하고 그러는데, 수도원 생활 견디겠나? 들어갔다 나오겠지’ 아마 그리 생각한 것 같아요” (웃음) 평생 구도자로 하나님만을 섬기며 한센인, 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어려운 일이다. 그 또한 7년 정도의 수행 기간 동안 수도원을 나가려고 갈등한 적도 많았다. 가끔은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고, 가정을 갖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내다 보니까 뭐, ‘어쩌다 어른’ 그런 말 있잖아요. 어쩌다가 세월이 이렇게 흐르고, 책임도 이렇게 맡겨져 있는 거예요.” 평범한 듯,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는 그에게서 가장 낮은 데로 내려온 수도자의 쉽지 않은 결정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자격이 없어도 성심원의 책임을 맡고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책임이 주어지는 까닭에,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가 부임해 옴으로써 그에게는 천직으로 제2의 성소 같은 곳이 되었다. 30년 전에 다리를 건너 우연히 봉사를 왔던 성심원에, 7년 부원장으로 일을 하였고, 강릉의 장애인 시설에서 일하다, 이제는 다시 성심원에서 원장으로 3년째 일을 하고 있다. 원장이라는 책임을 짊어진 수도자 책임자로서의 막중한 책임과 무게를 이기는 방법을 그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고, 여기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최고 중요하고, ‘즐기면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낮에는 원장으로서 많은 활동을 해야 하기에, 그에게는 새벽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 아침 일찍 그날 미사에 읽게 될 성서를 읽고, 복음 내용을 미리 읽는다. 그리고 기도실(경당)에서 묵상하고 기도를 드린다. “미사하고 나면 이제 기도를 잃어버리죠.(웃음) 저는 신자들이 너무 시도 때도 없이 막 이러는 거 싫어요. 놀 때는 놀고 밥 먹을 때는 밥 맛있게 먹고, 자꾸 심각한 표정을 짓지 말고, 그게 사람을 은근히 얽매이게 하는 것 같아요. 사고도 -너무 이건 개인적인 거예요.- 기도할 때만 딱 하고 나머지는 그냥 자유롭게 알아서 하느님이 해주시겠지. 이런 걸 믿고 하는 게 중요해요” 1년에 한 번, 일주일 넘게 연피정(관상수도)을 하게 되는데, 거기에 그냥 푹 빠져버리고, 모든 것의 동력과 원천이 되는 힘을 얻는다. “마음속에 있는 게 말로 나오고, 시각으로 나오고, 그걸 또 보게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마음속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관상’이라는 말을 이렇게 하는데. 시대 증표도 못 읽으면 기도 헛하는 거죠. 시대가 뭘 원하는지, 앞으로 비전이 뭔지, 이런 것을 보고자 기도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냥 나 혼자 그러는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을 갖는, 비전을 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가 생각하는 비젼-열린 공동체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그는 스스로도 말하듯이 ‘일을 만들어서’ 한다. 성심원 공간이 ‘만인의 유익한 공간’이 되도록, 골프장, 카페를 6월에 개장했다. “성심원은 약간 고립된 그런 면이 있어요. 또 한센 정착촌이고. 지금도 산청에 계신 분들 중에는 ‘여기 갈 수 있는 곳이냐’고 묻는 분들도 의외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카페가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성심원은 지리산 둘레길 종점이자 시점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아 경관도 빼어나고, 앞에 강도 흐른다. 그래서 지어진 곳이 성심원 입구의 카페 ’나루터‘이다. 옛사람들이 나루터에서 오가며 사람들을 만났듯이, 이곳이 많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나루터 역할을 했으면 하는 원장의 바람이 담긴 이름이다. 그는 또한 ‘탈시설’을 추진한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격리돼서 고립된 이곳에서 일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로 많이 내보낸다. 장애인들도 처음에는 시설 생활만 하다 나가니 어려워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안 들어오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역에 많이 내보내고 그들의 일자리와 잠자리도 마련해주어야 하니,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살 곳뿐만 아니라 취미생활 여가 생활. 종교 생활 이런 것들도 하나하나 지원해 주어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네트워크’여서, 연결해 주고 잘 돌아가도록 코디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일이 아주 많아진다. 나루터와 애환 초기 성심원이 생길 당시에는 다리가 없어서 나룻배를 타고 건넜다. 나룻배가 세상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인 셈이다. 그들이 사람들로부터 쫓겨,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세상과 단절된 지리산 자락으로 숨어들었을 때는 얼마나 많은 애환을 나룻배에 싣고 건넜을지 안타까웠다. (강을 건너던 마지막 나룻배) “옛날에는 한센인들 가면 학살 당하고 그랬거든요. 여기도 마찬가지였어요. 곡갱이 들고, 삽 들고 쫓아왔던 거지요, 위협하려고요. 쫓아내려고 정착 못하게. 파출소 이런 데서도 묵인하고. 여기는 산이 높고 각도가 있고, 앞에 강이 흐르니까 외부에서 해코지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여기 지리산에 자리 잡은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저 산으로 숨었대요. 쳐들어오니까. 그리고 밤에 내려와 밥 해먹고 쉬다가 해 뜨면 또 도망가는 거예요. 초기에는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가 다행히 신부님 수녀님들이 같이 사니까 종교적인 힘도 있었어요. 교회에서 관심도 갖고 그러면서 이 자리에 정착을 하게 된 거죠.“ 지리산, 어머니의 산 지리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지리산은 ‘어머니 산’이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종교 연대도 가능한 거라고. “실상사하고, 저희하고, 이제 목사님들하고, 동호인들하고 있는데. 이게 다른 데 같으면 안 됐을 거야. 지리산이니까 되는 거야. 그래서 자연은 위대한 거죠. 품어주고. 어머니 산이 있었기 때문에. 종교인들도 어떻게 보면 절대 신념체계인데, 자연스럽게 서로 모이게 되고 나누게 되고, 또 공동선을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자연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다양한 분들이 어우러져 좋은 생명평화 공동체가 연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진 세대가 들어와 지리산 종교위원회도 세대교체가 되야 하는데, 그렇게 되도록 저는 명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냥 무슨 일 있을 때 그래도 모일 줄 아는 거예요. 종교인들이 모이고, 큰 힘이 나오지는 않아도 유연한 조직이기 때문에 좋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죠.” 더불어 살아가는 모두의 공동체를 위해 성심원 현재 한센인은 70명이고 장애를 가지신 분은 50명 정도 된다. 처음부터 장애인을 받으려고 한 건 아니고. 한센 어르신들이 고령화되고 병들면 한센도 중증 장애인이 된다. 따라서 전문 인력이 필요해지고, 24시간 돌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이분들을 돌볼 수 있는 요양원이 없어, 성심원이 장애인시설로 인가 받아, 24시간 케어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돌보게 되었다. 그러다 지역에 중증 지체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따로 없어서 성심원에서 장애인들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빌라 가정식으로 된 건물에 가정집처럼 개별적으로 살 수 있는 시설을 늘리고, 침상생활과 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베란다 설치, 통유리 설치, 넓은 식당 등 시설 개선을 해나가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으면 해서 건축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건축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앞으로 한센이 점점 줄어들어서 없어진다면 성심원은 앞으로 장애인 시설로 변화할 것인지 물어 보았다. “아니오. 저는 장애인 시설은 딱 이걸로 됐다고 보고요. 나머지는 저런 공간들을 노인주택이나, 청년 주택이나, 다양하게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야죠, 요즘 의료인들이 들어와서 살고 싶은데 마땅한 거주 공간이 없어요. 그런 식으로 좀 풀어가고, 다양하게 남녀노소 거기에 맞게 구조도 세팅돼야 됩니다. 따라서 건축가가 정말 중요하다고 봐요. 동선이라든지. 제가 최근에 북해도를 다녀왔는데. ‘소통의 공간을 만드는 건축가’가 있다고 그랬고, 제주도 갔을 때 이타민 준(유동용)미술관을 일부러 가봤거든요. 정말 이래서 건축이 중요하구나. 아무 생각 없이 만드는 것과. 인간학적인 고려, 여러 가지를 생각했죠, 이런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은 환경에 지배당하기 때문에, 거기에 세팅돼 버려요. 자연스럽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면서도, 절묘한 깊이. 그런 것들이 중요하거든요.” 일반인들에게 시설을 내주면 초기 수도원의 정신과 어긋난다고 생각하거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100 프로 그런 분들로만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제 한센이나 장애인뿐만 아니라 통합 마인드로 가야 된다’고 대답했다. ‘이주민 중에 집도 절도 없는 분들에게 개방되는 공간처럼 사회에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모든 분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그것이 초기 프란체스코 정신’이라고. 마을과의 연대 그리고 청년 그는 의료협동조합과의 연대를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의료협동조합과의 인연은 30년 가까이 한방 침구 봉사를 했던 김명철 원장이 ‘의료 협동조합’을 결성할 때 장소 구하기가 어렵자, 선뜻 무상으로 공간을 내주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성심원은 한때는 한센 가족들 600여 명이 살다가 급감하면서–현재 70명/ 평균연령 80세-남는 시설이 생겼다. 처음 의료협동조합이 들어올 때는 ‘한센인들이 사는 마을이라 누가 올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효가가 컸다. 성심원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든 어쨌거나 인지도가 높고, 환경적으로도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살아난 것이다. 의료 사업이 들어와 지금은 제일 역점사업이 되었다. 의료 협동조합 안에 건축가, 도시 재생가 등 많은 인재들이 있는 까닭이다. 성심원은 이분들과 마을회의를 하면서 ’마을 공동체 사람살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장애, 비장애인들이 같이 살아감‘을 추구하는 원장은, 이미 구축된 의료 인프라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내년에 가정의가 들어오면 성심원 내에는 한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양방도 함께 있게 된다. 또한 성심원 내 100여 명 넘게 숙식도 가능한 센터를 활용하고, 좋은 자연환경을 이용한 산책 공간도 만들어 이를 확장한 힐링 치유마을을 구상 중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에는 무엇보다 청년마을이 중요하다고 알로이시오 원장은 생각한다. “시골은 어느 마을이나 청년들이 없잖아요, 그런데 산청은 의외로 청년들이나 외지에서 자연이 좋아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귀농 귀촌 청년들이 의외로 자립 구조가 없는가 봐요. 이분들의 조합원이기도 한데,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창고 하나만이라도 좀 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좀 주시면 좋겠다‘고. 같이 회의를 하다가 저는 깜짝 놀랐죠. 아니, 그런 걸 산청군이 아직까지 안 해주고 있어? 못 해주고 있어? 너무 뚜렷한 거죠. 그래서 저희 이제 빈 공간 하나를 일단 쓰라고 해서 목공실은 만들어 놨어요. 지금.” 청년들이 정착을 하려면 자립구조가 우선 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자신들의 생업들이 없으면 정착이 쉽지 않아진다. 지금은 가끔 모임을 하고, 목공 프로그램을 하는 정도지만, 내년에는 청년들 자립구조를 만들어 주는 일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저희가 논과 밭들도 많고 해서 ‘퍼머 컬처’라든지 좀 다양하게 여기 청년들 또 어린이들 거주 환경도 만들어야 된다고 작년에 세미나를 했지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동식주택 이런 것들을 시범적으로라도 구비를 해야 되겠다고” 작지만 큰마을 성심원 마을 공동체 성심원 상주 인원은 약 200명 정도 된다. “우리 어르신들하고 장애인분들. 또 저희는 직원 숙소가 안에 있어요. 봉사자들과 장기 봉사자들도 저희가 숙식을 다 해결해드려요. 그리고 저희 수도자들, 저희들하고 또 수녀님들이 있고. 의료 협동조합 외에도 조합원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약 200명. 상시적으로 200명 정도면 작은 마을이 아니죠.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많이 들 오시죠.(웃음) 의료협동조합 조합원들이 1500명이면 사실은. 어마어마한 규모죠” “목화장터 밴드에 보면 인원이 지금 몇 천 명, 한 5000명? 큰 시장이에요. 물론 빨리빨리 지나가긴 한데 웬만한 정보나 소통 구조가 이렇게 있기 때문에 괜찮죠.” “조합을 할 정도면. 나름대로 의식도 있으시고 각자 자기 영역에서 발언권도 있으시고 영향력이 있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뭐 좋은 의미의 정치 세력화도 저는 필요하다고 봐요. 맨날 밑에서 세상이 왜 이래 뭐 해봐야 나만 죽어, 나만 죽고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고. 패배주의에 빠지게 되죠.” 마을 회의는 한 달에 두 번, 혹은 세 번 열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김명철 이사장(의료협동조합 대표)와 박인자(경영 이사) 그리고 산청청년모임 ‘있다’, 성심원 원장, 과장 이렇게 핵심만 모인다, 거기에 더하여 마을 공동체 전문가, 건축가, 행정 쪽 일을 도와주시는 분 등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참여하여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느슨한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변화와 도전 그리고 난제 성심원은 원장, 부원장 그리고 수사 8분이 계신다. 수사들은 각자 책임과 역할이 있다. 원장은 성심원 전체와 시설, 어떤 형제 신부는 교육회관, 교육센터를 맡고 있다. 풍연마트, 카페 책임자, 본당 신앙생활을 맡고 계신 외국 할아버지 신부님. 이렇게 요소요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사들 외에도 봉사자, 고용직원 들도 함께 역할을 담당하며 살아간다. “성심원 원장이 키를 갖고 있어요. 저죠 말하자면 (웃음) 왜냐하면 리더의 마인드와 비전이 조직을 좌우하기 때문에, 재정과 인력을 관리하는 원장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전체를 보는 시각이 필요해요.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 현재의 현실에 가장 이슈되는 것을 보고, 비전을 제시해 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현재 원장으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해보았다. “어려움은, 저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크게. 비전에 대한 공유? 뭐 이런 것들? 저는 장애인 쪽 일을 많이 해왔는데. 우리 복지 쪽에서 보면 직원분들이 한센 어르신 케어 지원해 주는데 오랜 세월을 하다 보니까 모든 게 다 그쪽으로 길들여져 있어요. 장애인 같은 경우는 아직 젊고 여러 가지 해야 될 일들이 많고. 그런데 이쪽은 상대적으로 좀 신경이 덜 가고 경험도 좀 부족한 그런 상태였죠. 그래서 아직 장애인 지원에 대해서는 시작 단계라 변화와 혁신을 이해시키고, 직원들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하겠죠.” 원장이 부임하여 많은 부분들에 변화를 가져왔다. 제도 혁신과 시설 개선에도 주력했다. “사는 데도 약간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봐요. 도전하지 않으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퇴보라고 생각하죠. 자꾸 나아지려고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변화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힘들어하고 하는 것 때문에 그걸 설득하기가 굉장히 힘들지요, 제가 지금 협회에서 제일 힘들잖아요.(웃음) 제가 중앙협회. 경남협회장이거든요. 중앙협회 이사하고 정책위원장도 했는데. 협회나 천주교도, 신부님들하고 저하고 막 옥신각신하죠. 그런 것 때문에 나보고 ‘탈시설주의자’라고. 제가 망하자는 게 아니고 더 잘해보자고 그런 건데, 모임 현장에서 뭔가 변화가 안 이루어지면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 연대. 박경석 씨나 이런 분들하고도 개인적으로 소통을 해요. 같이 세미나도 해보고 그랬는데 원론적으로는 맞다. 그걸 부인할 수가 없죠. 시민으로 살아야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방법적으로 현실 여건을 보면서 해야 되는 문제가 있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많이 해버리니까. 근데 뭐 시설도 죄는 없어요. 법대로 하는 거니까. 이건 국가 책임성에 관한 문제지.” 일상이 어울림 축제가 되는 마을 성심원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어울림 축제(음악회)는 올해로 11년차를 맞이했다. 한센인과 장애인, 봉사자들과 주민 모두가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는 축제로, 올해는 특히 3월 산불진화에 애쓴 진화 대원들과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장애인분들도 다 나와서 같이 인사 나누고, 참여하여 축제를 치루고 나면 성심원은 한층 더 조용해진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이런 일시적 축제와 소통의 장이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마을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고 한다. “일상이 축제처럼. 마을을 이루며 살아야지요, 제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를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는 식당이 카페테리아처럼 중앙에 있더라고요. 그냥 장애인들도 그냥 자기 원할 때 와서 밥 먹고 식사하고. 또 방문하시는 분들, 직원들, 그런 분들이 자유롭게 거기서 만나는 거예요. 제가 여기 와서 그런 데를 만들까 했는데, 일단은 카페가 조그맣지만 그런 장소가 되고. 미래적으로는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안에 있는. 따로따로 먹지 말고. 자기 편한 때 와서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고. 소통과 교류의 장이죠” 성심원을 늘 개방된 열린 마을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청년 마을’로, 그리고 구상 중인 ‘문화예술 마을’로 이어진다. 상시적으로 전시회를 열기 위해 미술관을 유치하거나 경남도립미술관 분관을 둘레길에 설치하거나 하는 등으로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강에서 래프팅하던 사람들이 올라와 쉬어가는 카페(나루터)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리산 둘레길 성심원 코스에는 산티아고의 ‘야고보 사도의 순례길’처럼 12기도처와 성상들이 놓여있다. 가톨릭 정체성에 맞게 기도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카톨릭 그리스도교 문화를 체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놓인 것이라고 한다. 봉사를 하고 싶다면? ‘여기 와서 자원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고, 지금도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 또한 책임성이나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해주는 봉사가 필요하다. 단시간 봉사도 물론 할 일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봉사하더라도 관리나 일의 책임성 부분이 어렵기 때문에 웬만한 일은 직원들이 해버리게 된다. 성심원에는 장기 봉사자들도 10명 넘게 있다. 그 분들은 요소 요소에서 안정적으로 자신의 맡은 부분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숙식을 여기서 하면서 한 달 정도가 아니라 1년 이렇게 봉사하게 되면 직책이 주어지게 되는데, 그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성심원의 바람 “이런 작업들은 성심원만의 일은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서로 좋아서. 좋고 같이 활용할 수 있고. 같이 만들어가야 힘도 나고 지속 가능하고 발전적으로 될 수가 있으니까 함께 해주셔야 된다고 기대하죠. 우선 종교부터 더 많이 소통 구조를 만들어 소통하고, 공감대를 이루어 같이 만들어 가는 거예요. 일단 의료협동조합이라는 큰 자산이 있고, 지리산 권역의 종교나 실상사도 함께하고 있고. 지리산 권역의 다른 지역들하고도 계속 연계를 해서 같이 해나가길 바랍니다. 이제 큰 힘을 발휘하려면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큰 차원에서 제도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도화시키고 교구에서 같이 하게 되면 엄청난 힘이거든요. 지역과 함께하고 지역을 섬기는 종교로 거듭나지 않으면 그냥 자기들만의 종교뿐이 안 되는 거죠” ‘성심원의 식구들과 같이 친구가 되어주시고. 성심원을 잘 이용해주면 좋겠다’는, 그래서 ‘더욱 파급력이 큰 공간이 되도록 함께 해주면 좋겠다’는 원장의 말을 끝으로 긴 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마쳤다. ‘모든 것을 품어주는 어머니산’ 지리산을 오가며, 가장 가난한 자들과 함께하신 ‘예수님의 마음(성심)’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 사람들도.비아 11-11 13:08 -
[지리산골프장무산 환영 인터뷰] “우리가, 지리산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지리산이, 꼭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 뒤, 사포마을 경숙을 만나다 2023년, 지리산 자락 숲의 아름드리 수만 그루가 잘려 나갔다. 시뻘건 흙이 다 드러났다. 마구잡이로 베어진 나무들이 물길을 막아 계곡물은 뿌옇게 변했다. 100평 넘게 있던 야생화 앵초 군락지도 쓸려나갔다. 27홀 규모 지리산골프장 개발 욕심으로, 축구장 30여 개 넓이 숲이 나무 무덤이 된 터였다. 바로 그 숲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사포마을이 있다. 예부터 아름다운 다랑논으로 이름나 전국 사진작가들이 찾는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그 마을에 경숙이 살고 있다. (가을 사포마을과 다랑논 Ⓒ김인호) 마을에 뭔가 큰일이 나겠구나 경숙은 평소 마을 뒤 숲을 자주 올라다니지 않았다. 마을 일에도 나서고 싶지 않았다. 나이를 먹은 뒤 귀촌한 이 마을에서는 그저 조용히 평화롭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느닷없이 들이닥친 일들은 그를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경숙은 마을 숲에서 주검처럼 널브러진 수만 그루 나무 시신들을 보자,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갑자기 동네 분이 저기 위에 숲에 나무가 다 베어졌다고 그러시길래, 저는 가볍게 생각했어요. 누가 좀 와서 몇 그루 베어 갔는가 보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분 표정이 너무 심각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올라갔어요. 나무가 너무너무 베어져 있는 거예요. 순간 아, 뭔가를 하는구나, 하고 느꼈죠. 그러면서 흐릿하게 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아, 골프장을 하려는 거구나.” 8만 6천 평 숲이 벗겨졌다. 그러고 150만 제곱미터, 45만 평 숲에 골프장을 짓겠다니. 구례군은 골프장 예정지 바로 옆이 지리산국립공원이라는 점도 예정지에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멸종위기야생생물 수달과 담비와 삵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도, 골프장의 농약과 제초제가 다랑논과 섬진강으로 흘러들 거라는 점도, 하나도 신경 쓰이지 않는지 지리산골프장을 밀어붙였다. (사포마을 뒤 지리산 자락 숲에 마구잡이로 베어진 나무와 벗겨진 땅) 혼자 싸울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경숙은 그날 이후로 하루도 잠을 편히 이루지 못했다. “아, 이거 어떡하지, 어떡하지, 내가 과연 이거를 싸워낼 수 있을까? 우리는 힘이 없는데 어떻게 저 골프장을 막지, 하고 별생각을 다 했어요. 처음엔 나밖에 싸울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동네 분들이 함께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내가 평소에 동네 분들이랑 어울리지도 않았고, 또, 예전에 사회운동을 해 보면서도 느낀 건데, 항상 아픈 사람들만 아프지, 방관자들은 끝까지 모르는 척하고 착취하는 사람은 끝까지 착취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치만, 내가 이 싸움을 나만을 위해서, 내 뒷마당엔 안 돼 같은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사포마을은 오래전 이곳을 일군 주민들의 땀이 빚은 마을이다. 농사지을 땅이 모자라 돌과 흙을 이고 지어, 한 사람 한 사람 몸뚱이로 일군 다랑논 마을이다. 경숙은 이런 피눈물 나는 삶의 터전 위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상황을 도저히 가만둘 수 없었다. 세수를 들먹거리며 제 욕심이나 차리려는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경숙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싸움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늘그막을 보내려고 마련한 집을 다 팔아 그 돈으로 변호사라도 불러야 하는 게 아닌지, 이 적은 돈으로 싸움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경숙이 불타오르자, 그의 신랑 일용이 한마디 했다. “그이가 저보고,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일단 마을 사람들과 얘기해 보자고 했어요. 함께 동네 분들을 만나러 갔죠. 그런데 동네 분들이, 그 어르신들이, 제 말에 무척이나 공감해 주시는 거예요.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몰라요. 이 마을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고 그러면서 예전에 골프장 반대하며 싸웠던 이야기도 해 주셨어요. 참 힘을 많이 받았지요.” 곁에, 사람들이 있었다 사포마을이 골프장 싸움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004년에도 사포마을 어르신들은 앞장서서 지리산골프장에 반대했다. 당시 어르신 여섯 분이 사업주 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주민들이 소리 높여 골프장을 막아낸 곳이 바로 이 사포마을이다. 그런데 또 ‘이놈의 지긋지긋한 골프장’이 들이닥친 것이었다. “지금 군수와는 말이 전혀 안 통하니까, 다른 정치인들한테 연락했어요. A는 자기가 힘이 없다고 하고, B는 자기가 돈이 없다고 하고. 그때 참 실망했죠. 우리 구례 정치인 중에서 군수랑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봉성신문>에 연락하게 된 거예요. 그때 발행인이었던 안상술 선생님이 참 제 말을 다 들어 주시고, 힘이 돼 주겠다고 하셔서, 그때 제가 정말 집에 와서 울었어요. 그러고 나서 지리산사람들과 윤주옥 대표도 알게 되고, 대표님이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돈도 안 되고 아무도 돌보지 않으려는 산을 발 벗고 나서서 지키려는 사람이라 정말 믿음이 갔어요. 아, 이제 뭔가 실마리가 있겠구나, 우리 지역에 이런 분들도 있구나.” 경숙은 뜻이 맞는 마을 분들과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2023년 4월 11일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모임이 시작됐다. 뒤이어 마을 주민들이 모여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여기저기 언론사 취재가 이어졌다. 또 6월엔 마을에서 하지축제를 열어 지리산 숲과 다랑논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 그 뒤로도 여러 사람이 파괴된 숲에 와 슬픔을 나누고 저항 의지를 다잡을 수 있도록 숲과 사람들을 연결했다. 각지 시민들이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뜻으로 후원금을 보냈다. 감사원에 구례군 감사를 청구하고, 경찰에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2023년 10월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사포마을 다랑논이 환경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여서 가능한 일들이었다. “솔직히 저는 이 싸움이 질 거라고 한 번도 생각 안 했어요. 왜냐하면, 이거는 나의 뒷마당도 아니고, 내가 땅 투기용으로 사놓은 땅도 아니고, 그냥 지리산이잖아요. 지리산을 파헤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죠. 지리산이 우릴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온 정성을 다하자, 최선을 다하자, 그렇게 생각하니까 우리 주민들도 있고, 지리산사람들도 있고, 나와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내가 혼자서만 싸우려고 한 게 교만이었구나.” 경숙은 혼자가 아니었다. 산을 그대로, 강을 그대로, 들을 그대로 두자는 이들이 세상에 이렇게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덕분에 인생에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야기하는 경숙)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 소식, 그리고 2025년 10월 19일, MBC는 구례군이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사실상 무산되었다고 본다는 취재 영상을 내보냈다. 지리산골프장 사업이 엎어졌다! 주민과 시민의 승리다. 사업자 사이에 토지 다툼이 있어 2026년 초까지 마쳐야 할 인허가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사회는 산주가 이사로 있는 사업 시행자가 사업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사업 초기부터 여러 근거로 제시했지만, 구례군은 시행자와 MOU를 맺으며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래 놓고 이제 ‘사실상 무산’이라며 산주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리겠다고 한다. 소중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숲은 파괴되고, 지역 공동체는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싸우게 된 일은 누가 책임질 셈인가. “피눈물 나는 삶의 터전 위에 골프장을 짓겠다면서 세수 운운하던 군수! 자기 잇속 챙기려고 지리산권을 엉망으로 만들고 군민들 갈라치기 했으면 사죄해야죠. 돈 되면 산을 파헤쳐도 괜찮다고 여기저기 지리산골프장 환영 현수막 걸던 토호 세력들도 반성해야죠.” 사업 무산 소식이 들렸지만, 경숙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지리산골프장을 밀어붙이려던 세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마을은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있었다. 마음 졸이며 보낸 지난 시간도 되돌릴 수 없었다. 지리산은 그냥 있어 주지 않더라 골프장에 찬성했던 어떤 이는 지리산골프장을 시민들이 막아 낸 게 아니라 그저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되어 무산된 것뿐이라며, 지리산골프장을 막은 시민들의 승리를 애써 깎아내렸다. 그러나 그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우리 시민들이 만들어 낸 결과다. 사포마을 주민들을 포함하여 지리산골프장에 반대한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골프장 반대 운동에 나선 덕분에 사업이 무산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지,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리산골프장을 만들려던 세력이 편하게 골프장을 만들 수 없도록 그들이 가는 길에 자꾸 돌을 던지고, 돌다리를 하나씩 뺏어서 편히 건너지 못하게 만든 것이 바로 시민들의 힘이다. 사포마을 주민들이 더 갈라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게 한 것도 시민들의 힘이며, 지리산 자락에서는 어떤 난개발도 쉽게 벌일 수 없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준 것도 시민들의 힘이다. 사포마을을, 그리고 지리산 숲을 모두가 함께 지킨, 우리의 승리다. “지리산은 그냥 있어 주는 게 아니었어요.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그냥 계속 아름답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언제든 지리산을 돈벌이 수단으로 쓰려는 세력은 또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러니 싸움이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계속해야죠. 모진 노동으로 손가락이 휘고 허리가 굽은 우리 어르신들이 더는 시위에 참여할 일이 없게, 마을이 힘을 키워야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 말에, 싸움을 계속할 거라는 경숙의 눈빛이 빛났다. 다만, 이제 이 싸움은 지난 싸움과는 다른 방식일 것이다. 경숙은 마을을 소중하게 가꿔서 아무도 훼손할 생각조차 못 하게끔 할 거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과 뭉쳐서 마을의 힘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마을에서 공동체 모임을 열어 여러 사람이 숲과 연결되도록 재미난 일들을 꾸려 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나는, 정말 꼬부랑 할머니가 돼도 여기서 호미질하다 죽을 거예요. 선거철마다 돈봉투 돌리고 또 그걸 받고 하면서 비리를 눈감고, 개발업자들만 배불리는 난개발 사업에도 환영 현수막 걸고, 무슨 빵 부스러기라도 받아먹으려는 사람들 볼 때마다 절망했었거든요.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우리 사포마을 주민들이 끝까지 지리산을 지키려고 싸웠기 때문이고, 또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을 지키려는 시민들 덕분에 희망을 봐서예요. 이렇게 막아냈잖아요. 우리 다음 세대에도 이런 사람들이 이어지게 우리 마을에서 뭔가를 해 보면 좋겠어요.” (2023년 지리산생명 하지축제 때 숲을 함께 지키자며 모인 사람들 Ⓒ지리산인) 돈의 편이 아니라, 생명의 편에 서자 경숙은 노자산 골프장을 반대하는 시민들이나 산청 차황면 골프장을 막으려는 시민들과도 계속 연대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경숙에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듯, 자신 역시 다른 이들의 손을 잡고 힘을 주고 싶어 했다. 또,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두고 갈라졌던 마을 주민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다리를 놓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찬성한 분들도 속으로는 지리산이 그렇게 망가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거예요. 상가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그러셨을 거고요. 골프장에 찬성했던 마을 분들과도 이야기하면서 이제 마을이 하나로 다시 뭉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지리산인> 독자들에게 경숙이 하고 싶은 말을 남겼다. 스스로 싸움에 나설 수 없다면, 그 뜻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싸움에 나선 사람들에게 ‘우리도 숲을 좋아해요, 강을 좋아해요, 우리도 함께할게요.’ 하고 말해 달라고. 회원이 되어 주고, 그저 옆에 있어 주기만이라도 해 달라고. 그것도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이다. 정말로, 더 많은 이가 생명의 편에 서 주기를 바라며, 자빠진 지리산골프장 사업 결과에 마음 깊은 ‘꼬소함’을 보낸다, 다신 보지 말자.삵 11-06 13:18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4] 생명과 평화가 피어나는 파주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4]생명과 평화가 피어나는 파주 10월의 마지막 주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생명평화결사 등불(회원)인 천호균 님(닉네임 호박)이 사는 지역에 들러 농사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순례 일정입니다. 거창에 계시는 박용성 바르나바 신부님도 동행하였습니다. 듣기로 천호균 님은 농사를 예술로 생각하시고 지으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작가가 긴 고뇌 끝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 듯 농부는 오랜 시간 정성들여 생명 깃든 곡식을 창조해 냅니다. 아직은 도시에 있어야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문화는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평화로운 자연이 가득한 농촌에서 시작합니다. 농촌이 가장 트렌디한 예술마을이 되고 농부가 아주 창조적인 예술가로 인정받고 농사가 가장 위대한 직업이 되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농사는 예술입니다. (천호균 시, 보리의 블로그에서 인용) 비록 며칠의 짧은 방문이지만, 파주지역 곳곳에 펼쳐진 그와 지역 주민분들의 생명과 평화에 대한 노고가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우프’와 ‘평화마을짓자’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프, 호스트, 우퍼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시는 분도 있으실 거예요. 우프는 1971년 영국을 시작으로 유기농가에서 하루 4~6시간의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것으로, 147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이라고 합니다. 이에 호스트는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가의 농장주를 일컫는 말이며, 우퍼는 농가에 들어가 일정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얻으려는 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파주에 도착해서야 우프를 알게 되었거든요. 하여, 결례임에도 신청 없이 호스트인 ‘평화마을짓자’ 이사장인 정진화 님의 집에서 우퍼인 오스트리아 부부와 숙식과 체험 일정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사단법인 평화마을짓자’도 말씀드려야겠네요. 이 단체는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예술로 농사짓고, 농사로 평화짓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017년 보리출판사 윤구병 님의 제안에 천호균 님 등 7명의 창립 멤버를 시작으로 현재는 133명의 회원분들이 1만원~20만원의 회비를 자율적으로 납부하여 운영된다고도 합니다. 파주 적성면의 1,000여 평의 공동체 밭이 우퍼와 회원분들의 농사터로 이용되며, 파평면 눌노리 일대에 조성중인 1,300여 평의 평화마을에서는 16가구가 생태와 에너지자립, 순환마을을 지어가는 중이라고 합니다. 생태적 삶의 실천, 평화의 가치를 확산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순환 농법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한걸음씩 즐겁게 이뤄가고 있답니다. 올해 10월 9일에는 ‘기후야 춤추자, 평화야 뒹굴자’라는 주제로 지역민들의 가을 잔치가 풍성하게 열렸다는 군요. 둘째날 오전, 민통선 안 대마밭에 들어 갔습니다. 천호균 님의 밭에는 관에서 허가된 대마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씨를 수확하고 한 컷하였습니다. 아! 그런데 민통선을 지나는 길에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개성 21km, 평양 208km 표지판이 스쳐 갔습니다. 분단이란 이래저래 아픔입니다. 단절되어 나누고 살아가지 못하는 남과 북의 고초가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오후에는 마리얍과 알프레드 오스트리아 부부가 우퍼로 왔습니다. 함께 정진화 님과 천호균 님, 박용성 바르나바 님과 저, 이렇게 6명은 평화마을 밭에서 고구마와 줄기를 열심히 수확하였습니다. 맛있는 고구마 줄기 요리를 상상하면서... 오스트리아 부부는 10헥타르 규모의 농사를 지으며 네이처 와인, 가공하지 않는 와인 공장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10월~12월은 여유가 있어 여러 곳에서 우퍼로 지낸다고 하구요. 유쾌하고 농담이 넘치는 알프레드는 저의 ‘후쿠시마 오염수’ 몸자보에 관심을 많이 가졌는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로서는 오스트리아의 좌우파의 기준을 알 순 없었지만, 자신은 그간 우파에서 근래에 중도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좌파도 이해한다고도 하구요.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나, 자본주의 제도가 나쁘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왜 몸자보를 달고 다니는지 주변 통역의 도움과 바디 랭기지로 설명드렸구요.^^ 그리고 마리얍은 제 사진을 찍어 사람들에게 알려 주겠다고 하더군요. 헤어질 땐 금새 정이 들었는지 마리얍도 저도 눈시울이 뭉클 했답니다. 앗, 평화마을에 있는 양조장도 방문했네요. 임상채 님이 운영하시는 ‘평화마을 양조장’ 다들 막걸리 한잔씩. 크~~ 다음날 아침에 저는 여러가지 채소로 요리도 하고, 냉장고도 정리하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숙소 텃밭 작업을 하였구요. 그런데 아침 밥상에 올라온 저의 필살기, ‘고구마 줄기 무침’을 드신 분들의 한결같은 칭찬 세례, “우와 엄청 맛있다!” 이어진 일정은 임진각. 끊어진 다리도 보았습니다. 임진각 공원에서는 어떤 조형물 앞에서 평화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습니다. 남북의 접경지인 파주를 다니다 보면, 팔레스타인 전쟁의 참상이 오버랩되어 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생명과 평화의 기운, ‘평화마을짓자’의 정신과 실천이 파주를 넘어 온누리에 널리 퍼지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봅니다. 아참! 임진각 다리 근처에는 파주시민들이 추진하여 설치한 소녀상 2개가 있다고 하는군요. 1개가 아직 북쪽에 가지 못했다는... 천호균 님이 운영하시는 주식회사 ‘쌈지농부’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의 미술관과 헤이리에서 예술정원으로 조성중인 곳에서 ‘에너지 자립을 위한 빗물 저금통 자전거’를 보았습니다. ‘빗물 저금통 자전거’는 바퀴를 회전하면, 모아진 탱크안의 빗물이 호스를 통해 전기사용 없이 분사되는 원리입니다. 다같이 달라붙어 니스 덧칠 작업도 하였습니다. 평화마을에서도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자립 온실이 2동 지어져 있습니다. 곳곳의 생태적인 삶의 흔적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주곤 합니다. 다음으로는 ‘참회와 속죄의 천주교 성당’에도 들렸습니다. 성당의 내부 모자이크를 북쪽 분이 만들어 보냈다고 하네요. 건축양식도 북쪽 성당과 똑 같구요. 이틀간의 일정이 후딱 지났네요.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순례를 다니면서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다면 ‘다름’이라는 부분입니다. 인간이나 비인간, 생명체 사이 관계에서 상대를 정확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그로 인한 ‘서로를 바라보는 다른 생각’. 그래서 문득, 집 텃밭에서 흙을 만지다 보면,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바라보는 존재,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쏭이가 떠올라 시를 한번 써 보았습니다. 쏭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생각을요. ‘쏭이 귀 펄럭’ -청명- 내 옆엔 별난 세상이 있다. 풀과 꽃, 작물, 나무, 인간까지 정글처럼 다 같이 엉켜 살고 있다. 벌은 바쁜데 나비는 한량이다. 엄마는 오늘도 삽질 중이다. 엄마가 나를 보고 웃는다. 나는 꼬리를 흔든다. 아빠는 오늘도 요리중이다. 아빠가 부엌에서 계란을 삶는다. 나는 또 꼬리를 흔든다. 소만 언니는 나를 쏭이라고 불렀다. 나는 와락 안겼다. 이 곳은 별난 세상!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우리 집이다. 그런데 이 시가 ‘생각의 다름’에 비추어 과연 얼마나 쏭이의 마음과 생각에 근접했을까? 쏭이가 아닌 나라는 인간의 관점에 지나지 않을까? 타성에 묶여서 만나는 이의 ‘생각의 다양성’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피상적으로 ‘그럴 것이다’가 아닌 ‘서로간 생각의 다름과 다양성’을 좀 더 살펴보는 일이 연대활동에 있어 기본이 아닌가? 새삼 번쩍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고정되어 있다는 고집 자체도 권력을 낳으니까요. 하지만 다름과 다양성에 있어서도 늘 경계해야 할 점이 있겠지요. 바로 권력으로 인한 차이, 수직적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다름과 다양성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명과 평화가 피어나는 파주. 평화마을과 공동체 텃밭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꾸려나가는 파주 사람들. 삭막한 분단의 접경지를 지척에 두고서도 희망을 쏘아 올리는 파주에서의 경험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맞아주시고 안내해 주신 정진화 님, 천호균 님, 멀리 이국 땅 한국으로 오셔서 다정하게 함께 지냈던 마리얍 님, 알프레드 님, 다니는 내내 운전을 도맡아 주셨던 박용성 신부님, 파주를 떠나기 전날 저녁에 잡채를 맛있게 요리해 주신 정금자 님(천호균 님 짝궁, 닉네임 감자). 고맙습니다. 그리고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쉬는 공간을 마련하여 생명과 평화를 실천하고 널리 알리고 계신 연대의 전도사인 ‘평화마을짓자’ 모든 회원님들. 많이 고맙습니다. 다음 일정지인 담양으로 내려오면서, 만남은 연대이고, 연대가 쌓이면 변화가 이뤄진다는 믿음이 솟구쳤습니다. 다 파주에서의 연대의 힘 덕분입니다. 조그마한 옹기에 담아놓은 감식초가 잘 익어가고 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단풍도 들겠지요. 찬바람이 셉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고 화이팅 넘치는 가을날 되시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앗싸 탈핵!! ^^청명 11-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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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환 11-11 19:33
강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들
강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들 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편안한 휴식과 마실 물, 생명다양성으로 전해주는 감성적인 것들과 교육의 장소를 제공해 줍니다. 이런 강을 ‘이용’의 목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보전과 공존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필자는 보전과 공정의 시각으로 강을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매우 편파적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인간들은 재해 예방을 위한다며, 계속해서, 강과 하천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4대강은 토목공사를 위해 갈기갈기 찢겨지고 파괴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강, 흐르지 못하는 강은 더 이상 생명들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 가는 숨을 쉬고 있을 뿐입니다. 가는 숨을 쉬고 있던 강은 한번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만으로도 바로 살아날 수 있다는 이 사실을 강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라졌던 흰수마자가 금강에서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강을 이용의 목적으로, 이를 ‘친수’라는 이름으로 그 공간을 인간만을 위한 전유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강의 공간을 줄어들고, 그만큼 생명들의 공간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로운 방식입니다. 강의 활동이 자유로울수록 오히려 수해에도 안전하다는 것은 해외 연구에서도 밝혀진 사실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는 강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쩌면 보전과 공존이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생각일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강을 자유롭게 하자고 하는 것이니까요. '공존'은 우리의 입장에서 타협과 협상의 장에 강의 주인들을, 산의 주인들 의견을 배제하고 만들어낸 환상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만의 공간도 이용하며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편파적이고 편협한 생각으로 생명들의 편에 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용호정 앞 섬진강의 자전거도로와 제방 공사를 보면 자전거를 친환경이동수단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자전거의 진정한 이동 가치는 도심에서의 이동이어야 합니다. 자전거가 추가적인 여행과 관광의 이동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그 것은 공존, 생태적인 이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제방으로 다니던 자전거가 강 내부로 들어오고 그 길을 만들기 위해 바위를 파괴하고 강과 하천을 뒤집는다면 공존, 생태관광, 친환경은 언어의 악용일 뿐입니다. 제안하고 싶습니다. 구례를 자전거와 전기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는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구례 전역을 전기버스와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 구례에서의 체류 시간을 길게 할 수 있고 마을 강사를 양성해서 생태교육을 활성화한다면 생태교육의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자연으로 가는 길, 자연으로 공사 차량이 가는 것이 아닌... 자전거길을 만들기 위해 파괴된 용호정 앞 섬진강의 모습입니다. 이 곳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며 생태.경관보전지역 완충구역에 해당하는 장소입니다. -
정정환 10-29 15:09
황새를 떠나보내며
작년 1월, 구례를 찾은 황새입니다. 1월부터 2월까지 한달전도 머물다가 떠났습니다. 물이 빠진 저수지에서 미꾸라지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어느덧 가을이 왔습니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무더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더위도 계절은 이기지 못했고 시간은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는 것들이 많습니다. 좋게 바뀌는 것도 있지만 나쁘게 변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사람의 마음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합니다. 이렇듯 시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 더 좋은 방향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세상 흐름의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15일 황새가 죽었습니다. 김해시의 행사에 복원 개체인 황새 가족을 방사하는 과정에서 작은 케이지에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방치되었고 결국 아빠 황새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없었습니다. 생명의 권리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행사가 화포천습지 과학관 개관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생명들의 공간인 습지에서, 그 습지 과학관에서 한 생명을 인간의 행사에 동원하여 죽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명 존중, 생명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성 정치인들, 기득권들은 이에 대한 생각, 생명 존중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시와 멸시,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인간들에 의해서 황새가 죽었습니다. 죽지 않아도 될 생명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누군가의 이름, 명예를 위해 의전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아무런 가치 없는 일에 동원되어 죽음을 당했습니다. 죽음 뒤에 사과는 죽은 자를 돌아오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 뼛속에 깊게 박혀있는 의전에 대한 관행을 이제 버려야 합니다. 그냥 사과에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번 이 죽음이 하나의 변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아빠 황새를 떠나보내며, 남은 세 황새 가족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
이태건 05-15 19:25
하늘에서 본 지리산 - 사성암에서 본 지리산 운해
안개낀 날 사성암에 오르면 멋진 운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높이 올라가면? 하늘에서 본 지리산 운해를 만나보세요 -
정정환 04-01 21:27
[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다양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3월 20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참새의 날입니다. 그것도 세계 참새의 날! 세계 참새의 날은 인도의 환경단체인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어티(NFS)'와 프랑스의 에코시티 액션재단이 2010년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고 합니다. 흔한 참새를 무슨 이유에서 날까지 지정했을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여서 흔하게 서식하는 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참새는 농경지의 감소와 도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서식지 감소, 유리창 충돌, 로드킬, 야생화된 고양이에 의한 교란)로 인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새의 서식 밀도는 1997년 제곱킬로미터당 183.6마리였으나 2010년 95.4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135.2 2020년 166.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23년 139.4마리로 집개 되었습니다. 2020년대비 19% 감소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82년도의 참새 서식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469마리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이렇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참새만이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2021년 제곱킬로미터당 66.7마리에서 2023년 56.5마리로 15.4%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13.4% 감소하였고 어치의 경우도 10.9% 감소하였고 박새도 15.6% 감소하였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 어치는 산속의 농사꾼입니다. 어치가 물어 나르는 도토리와 각종 씨앗으로 숲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치는 수다꾼입니다. 심심하면 고양이소리, 염소소리, 다른 새들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와 박새, 어치, 청둥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그냥 종 하나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참새는 곡식도 먹지만 식물에 붙어있는 진딧물과 같은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 개체수의 감소는 농가의 피해로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참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은 참새만이 아니라 모든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기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화된 고양이와 그리고 농경지 감소가 있습니다. 새대가리? 실제로는 지혜로운 새들 참새는 둥지를 만들 때 둥지에 생 ‘쑥’을 섞습니다. 쑥은 해충을 방지해 주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 둥지를 만드는 참새들이 쑥을 물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합니다. 이처럼 새들은 지혜로운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둥지를 만들기 위해 식물의 뿌리를 물고 왔습니다. 참새는 인가 주변 처마 밑이나 전봇대의 틈새 등 인가 주변을 둥지 장소로 선호합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적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 레이첼 카슨이 DDT 사용으로 인해 침묵의 봄이 올 것이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DDT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젠 다른 문제가 침묵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감소와 농경지 감소, 그리고 야생화된 고양이와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이제 우리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봄을,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할 것인지 말입니다. -
하정옥 04-01 15:39
[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24년 2월 초, 엄청나게 내린 눈을 뚫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도, 쥐를 쫒아간 족제비 발자국도 보면서 말이죠. 능선까지 갔었고,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눈의 무게에 조릿대가 길을 덮어 더디게 진행하는데, 저 앞쪽으로 퍼런 조릿대 무덤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쮸뼛 서며, 뒤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찍으려는 찰라 왼쪽으로 돼지 한 마리가 튑니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오는 상투적인 탄성과 함께 아래로 튀는 멧돼지를 따라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다시 한 마리가 튀어 나갑니다. 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어요. 크기는 한 100근(60킬로) 정도 나가는 돼지 두 마리가 조릿대 속에 있다가 저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간 거였어요. 모르긴 해도 조릿대를 꺽어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산실(새끼를 낳고 일주일 정도 키울 요량으로 만든 집)을 만든 자매 멧돼지였나 봅니다. 일단 다가가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덮인 눈 속에 퍼런 조릿대가 무덤의 봉분처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봤다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일이나, 여러번 봐왔던 터라 한눈에 멧돼지 산실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둥지를 헤쳐 내부도 보고 싶었으나 출산을 앞둔 예비 어미 멧돼지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그러면서 바로 드는 생각이, 여기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러 와야겠다 였어요. 이중 한 마리가 드나들면서 출산을 할 것이고 곧 새끼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 거지요. 산실을 본 반가움과 바로 내려와야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가보지 못했어요. (사진1. 멧돼지가 두 마리가 튀어나갔던 조릿대로 만든 산실) 어려서 동네 잔치에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고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을 이발소에 가면 큰 어미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커다란 액자도 붙어 있었구요. 오래전이라 액자 속의 새끼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열 마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열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치고, 숲에 있는 멧돼지도 새끼가 많지만 집돼지보단 적게 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먹이를 찾는 멧돼지보다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먹이 걱정 없는 집돼지의 새끼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다들 이해 하실겁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돼지를 잡으면 젖꼭지를 세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확하게 셀 수가 없는 겁니다. 뒷다리 쪽으로는 톡 튀어나온게 정확하나, 가슴쪽에 있는 건 거의 형태만 있지 제 구실을 할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거든요(가짜 젖꼭지). 언제 한번은 대략 7쌍(14개) 정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를 가축화 시켰기에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젖꼭지 수도 같아야겠으나 야생의 혹독함을 겪으며 집돼지보다 새끼의 수도 줄었으니 젖꼭지도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집돼지와는 달리 멧돼지는 산실에서 일주일 정도 키운 뒤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들은 도태되거나 천적에게 먹히겠지요. 물론 안락하진 않으나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크는 집돼지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자연에 맞서야하는 멧돼지니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맞겠지 싶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암컷들이 공동육아를 하며 야생에서 남는 법을 배우겠지요. 산에서 조사를 하다보면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낙엽이나 흙을 긁어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주둥이(코)로 밀고 다닌 흔적입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밤이나 도토리를 찾아 먹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산 아래 밭에 고구마를 세 고랑 놓았는데, 아침에 산책 다녀온 집사람이 고구마 고랑이 다 뒤집어져 있대서 가보니 멧돼지 짓이더라구요. 딱 고구마 밑이 들 때를 기다려 그렇게 다 먹어치운 거죠. 가끔 칡을 파먹은 흔적도 보이는데, 고구마처럼 녹말 성분을 좋아해서입니다. 식물성이 기본이지만 닥치는 대로 뱀까지 먹는 잡식인 멧돼지는 논에 들어가 분탕질을 하기도 하고,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기도 해서 농사꾼에게는 최고의 미운털이 박힌 동물이기도 하지요. (사진2, 고구마밭을 파헤친 흔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조사를 하다 임도로 떨어졌는데 저쪽에서 인기척이 나 가보니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멧돼지가 있더라구요. 얼마나 벗어나려 애를 썼는지 올무 반경의 흙이 밭을 갈아놓은것첨 보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상악골(코와 붙어있는 윗니)에 걸린 와이어가 더 조여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인거지요. 그때 드는 생각이, 이걸 지자체에 신고를 하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제 갈길을 가나였어요. 신고를 하면 예전엔 마취를 시켜 올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2019년부터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은 엽사를 보내 무조건 사살하고 샘플(양성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뽑는 피) 채취하고 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회뿌리고 묻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대로 두고 오면 올무를 놨던 사람이 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하겠지요.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구간에 전라북도 남원 산내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마천의 경계에 등구재가 있습니다. 마천의 창원마을쪽 등구재 바로 아래 조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에 소류지 주변에서 멧돼지가 풀을 뜯어 만든 산실도 본적이 있는 터라, 기다렸다가 멧돼지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쌀쌀했으나 소류지 뚝방에 메트리스를 깔고 납작 엎드려 건너편 물이 내려오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기다렸어요, 돼지가 갑자기 보이는 겁니다. 하도 오래 엎드려 앞만 보고 있었더니 잠시 놓쳤던 거겠지요. 돼지가 천천히 나타나는데 해도 넘어갔고, 앞을 가린 나뭇가지로 시야는 안좋았으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느긋하게 자리를 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머리와 등을 제외한 몸에 물이 묻어 있더라구요. 돼지는 사람처럼 피부로 열을 발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진흙목욕을 선호합니다. 충청도 어느 산에는 봉분이 죄다 패여 있는 겁니다. 비가오면 돼지가 위에서 목욕을 하고 벌건 황토를 주변 소나무 여러 군데에 묻혀서 이동한 동선이 보일정도로 말이지요.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고라니나 담비, 멧돼지는 멋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죽게 되면 털속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드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요. 체온이 식어 숙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는 이유는 더워서도 있지만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들어가는 것보다 물이 고여 자작한 진흙을 선호하지요. 뒹굴며 체온을 식힘과 동시에 몸에 흙이 달라붙게 만드는 겁니다. 어느정도 굳어지면 주변에서 송진이 베어나오는 나무를 찾아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등. 튀어나온 엄니(송곳니)로 상처를 낸 다음 송진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가려운 곳 순으로 긁어대것지요. 이렇듯 몸을 비비는 나무를 멧돼지 베개목, 또는 비빔목이라 불러요. 멧돼지 물통(진흙목욕을 한 곳) 주변에는 대개가 비빔목이 있답니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비벼댔는지 빙 둘레 수피가 다 벗겨져 죽어가는 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송진의 테르펜 성분이 항균작용을 하는걸 아는 모양입니다. (사진3, 멧돼지 물통과 비빔목-흙탕물이 있는 걸로 보아 목욕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산불이 있었던 곳에 조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다 타서 시커멓게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숲에 멧돼지가 쉬거나 잠을 잔 흔적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층식생이 다 타고 없는 곳에 쉼터 자리에만 주름조개풀이 보이는 겁니다. 숲 가장자리에 사는 주름조개풀의 끈끈한 열매가 멧돼지 털에 붙어 거기까지 이동한 것이죠. (사진4,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관에 멧돼지 산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땅에 맹수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야생동물들은 거의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멧돼지는 사람 말구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생태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죠. 그러나 농사꾼들에게 눈에 가시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로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입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였으며, 농사꾼에겐 홀대받을 지언정 알아주는 이 적어도 묵묵히 숲을 가꾸는데 일조한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위해 설치한 펜스로 의도치않게 다른 야생동물의 통행까지 막아 민폐를 끼치게 된 멧돼지.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유해조수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거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 추적자 학교 하정옥 / 글.사진 추적자학교 하정옥 -
정정환 03-11 20:54
[정환의섬진강탐조] 모든 것을 품어주는 지리산과 섬진강
▲ 섬진강을 찾아온 가창오리의 모습. 생명들의 터전인 산과 강, 자연은 모든 것을 차별 없이 품어줍니다. 어쩌면 차별은 인류만 가지고 있는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 강자만 자연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실제 관찰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맹급류나 육식성 생명은 종 분류상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맹급류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무리지어 다니는 새들은 어쩔때는 맹급류도 무서워서 도망치게 만들곤 합니다. 호랑이도 다 자란 멧돼지를 잘못 건드리면 죽을수도 있다고 하니 강자가 늘 이긴다는 법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서로 뭉치고 연대하는 것이 더 강하고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뭉쳐있는 단위가 또 다른 권력이나 힘, 강자가 되는 것 아니냐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과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 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불규칙하고 비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연은 곡선이지만 인간만이 직선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직선을 말하는 것이 아닌 곡선의 미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 수달이 동자개를 먹고 있습니다. 가시가 있어서 먹기가 까다로운지 한참을 실강이를 벌였습니다. ▲ 마당을 나온 거위가 큰기러기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덩치가 더 큰고 색이 다르지만 친구가 되었습니다. ▲ 앞에 있는 친구가 큰기러기 그 뒤가 거위입니다. 위에 있는 친구는 큰고니입니다. 작년 겨울부터 보이던 ‘마당을 나온 거위’는 큰기러기와 친구가 되어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큰기러기는 1월부터 30마리 이상이 찾아와서 섬진강 일대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마당을 나온 거위’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보면 항상 2마리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무리는 날 수가 있어서 먹이를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친구인 거위가 날지를 못하니까 본인도 날아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무리가 돌아오면 거위를 데리고 무리에 합류해서 함께 다닙니다. 종 분류상 서로 가까운 관계이긴 합니다. 보통 거위가 흰색이어서 고니를 조상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실제로는 ‘개리’가 거위의 조상입니다. 개리는 기러기류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거위와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리의 영어 이름도 ‘Swan Goose’입니다. ‘백조거위’인 것이죠. 그래서 개리는 먹이를 먹는 습성도 고니와 비슷하다 합니다.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백조의 순우리말이 고니인데 고니인 이유는 곤~ 곤~ 하고 울어서 곤이>고니로 지어졌다 합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백조’는 혹고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고니의 이름만큼은 잘 지어준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봄꽃 축제의 소식이 들리는게 봄이 오고는 있나 봅니다. 야생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철새들이 하나 둘 떠나겠지요. 외눈박이 말똥가리도 고향을 찾아 떠날것입니다. 2025년의 겨울을 기다리며 부디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꿈을 이루고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 외눈박이 말똥가리입니다. 2022년부터 관찰되고 있는데 왼쪽눈을 다쳤습니다. 3년간 계속해서 섬진강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올 겨울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PS. 3월 10일 섬진강을 잠시 돌아봤는데 고니 한 마리가 혼자서 수면 위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왜 혼자일까?’ 하고 쌍안경으로 보니 ‘마당을 나온 거위’였습니다. 이제 자연에 적응하였는지 수면위를 날아가는 정도는 할줄 아는가 봅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박 속았습니다. 잘 살아갈 것 같아 기쁩니다. ▲ 수면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호사비오리, 물 위서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물 위를 달려야 합니다. 땅에서는 치고로를 단단한 바닥이 있지만 수면은 그렇지 못해서 빠르게 달려야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
김인호 02-15 10:50
[애벌레의추적자학교] 왜 흔적인가?
왜 흔적인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이 함께 살고 있다. 비록 눈으로 확인은 힘들지만, 흔적을 통하여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농경지나 숲으로 들어가면, 길 위의 똥이나 발자국, 지속적인 왕래로 풀이 눕거나 맨땅이 드러나 길이 보이고, 나무를 긁은 발톱자국 등을 통해 주변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발자국 풀 위가 아닌 땅이나 모래, 젖은 진흙 위를 걸어간 동물들이 남긴 발자국으로 그들이 누구인지, 어느 방향으로 걸었는지, 아니면 뛰었는지, 몇 마리가 지나갔는지를 알 수가 있다. 우제류인 사슴의 경우 두 개의 갈라진 발톱이 찍히고, 무른 땅일 경우엔 뒤쪽에 며느리발톱까지 찍히는 경우가 있다. 족제비과는 발가락이 다섯 개지만 대개 네 개가 찍히고, 개과와 고양이과의 경우에도 네 개의 발가락이 찍힌다. 조그마한 쥐의 경우 앞발가락은 네 개, 뒷발가락은 다섯 개가 찍히고, 곰은 다섯 개의 발가락이 찍힌다. 고라니의 경우 앞 발가락은 뒷발가락에 비해 벌어져 있으며, 고양이과의 삵은 뒷발에 비해 앞발의 발볼이 넓으며, 개과의 너구리 역시 앞발이 뒷발에 비해 크게 찍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경우 걸을 때 발바닥이 찍히지만, 개나 고라니의 경우 찍히는 발자국은 사람으로 치자면 발가락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발 뒷꿈치까지 찍으며 걷는 사람에 비해 앞 발가락만으로 걷는 고라니가 더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뛸 때 발가락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발자국을 관찰하는 것도 맨땅보다는 비가 온 다음의 축축한 땅이나,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동물들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길은 사람의 그것처럼 풀이 나지 않은 맨땅이 계속 이어져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비온뒤 고라니가 걸어갔다. 무른 땅이라 발굽이 벌어졌고, 뒤쪽의 부속지(며느리발굽)까지 찍힌걸 볼 수있다. -똥(배설물) 똥의 내용물을 보면 풀을 먹는 초식동물인지, 털과 뼈가 섞인 육식동물인지를 알 수 있다. 임도의 중앙에 털이 거의 대부분이고 약간의 뼛조각이 보이는 길쭉한 똥을 누는 살쾡이(삵)와 농로의 중앙에 많은 무더기의 똥을 누는 너구리, 똥돌을 이용하는 족제비과 동물과 콩알같은 똥을 누는 고라니나 노루, 질퍽한 똥을 누는 오소리 등, 똥의 형태로 종을 구분할 수도 있다. 대개 여러 마리가 한 군데 똥을 누어 똥자리(분장)를 만드는 동물로는 너구리와 산양이 있는데, 가끔 오소리도 똥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제주의 사려니 숲길에서 본 들개들의 오줌자리의 경우 발자국과 오줌자국으로 암수의 구분이 가능한데, 시설물에 묻어있는 오줌은 수컷, 맨 바닥에 눈 오줌은 암컷으로 볼 수가 있다. 족제비과의 수달의 경우 물 위로 튀어나온 똥돌을 이용하는데, 돌이 없는 경우엔 모래를 긁어모아 그 위에 똥을 누는 습관이 있으며, 고양이는 똥을 누고 흙을 긁어 똥을 덮는 습관이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르기도 하는데, 초여름 벚나무 열매가 익을 때와 뽕(오디)이 익을 때에는 그걸 먹고 검은색의 똥을 누는 경우(오소리, 너구리 등)가 많고, 가을엔 홍시똥(담비, 너구리)을 누기도 한다. 거기에 보석똥을 누는 아이도 있는데, 오소리의 경우 오솔길 옆을 파고(똥굴) 입구에 똥을 누었다가 다음날 거기에 모여드는 딱정벌레(보라금풍뎅이, 홍단딱정벌레, 먼지벌레 등)를 주워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은 딱정벌레들의 등딱지(보석)들을 똥으로 누는 경우이다. 가끔 고양이과나 개과의 똥에 선충이 섞여 나오는 경우와 풀들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서 이들의 건강상태까지도 추측해 볼 수가 있을 정도로 똥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왼쪽은 버찌를 먹었고, 오른쪽은 오디를 먹고 싼 오소리 똥. -먹이흔적과 마킹(뿔질, 발톱흔적) 이른 봄, 길가의 원추리 새순이 뜯겨 있고 바로 옆에 우제류(발굽동물)의 발자국이 보이고, 작은 나뭇가지를 잘라 먹은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겨울철 임도 주변에 작은 나뭇가지의 아랫면의 수피를 돌아가며 벗겨 먹은 설치류의 흔적과 털이 뽑혀있는 꿩의 발가락이 보이기도 한다. 먹힌 꿩이 뼈가 온전하니 살점만 뜯겨져 있고 다리도 그대로 있다면 맹금류인 매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높고, 뼈가 바스러져 털만 무성하다면 살쾡이일 가능성이 높다. 잣나무 숲에 잣을 빼먹고 남긴 잣방울은 청설모의 흔적이고, 돌 위의 참개암나무 껍질은 다람쥐가 빼먹은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뿔질로 나무에 흔적을 남기는 노루나 산양, 사슴, 흑염소등은 주변환경을 잘 살피고 뿔질을 한 나무의 굵기나 높이 등으로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무에 있는 발톱자국이나 서 있는 나무에 있는 발톱자국을 통해서도 어느 종인지의 구분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묘지 앞에서 맹금류가 새를 뜯어 먹었다. 포유류라면 뼈가 거의 남지 않으나 부리로 뜯는 맹금류 특성상 왼쪽 아래 뼈가 남아있다. -털 살쾡이 똥에 섞인 털이나 까치가 집을 지을 때 바닥에 깐 털을 통해 주변에 어떤 야생동물들이 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옷을 입듯, 동물들은 털이 있음으로 체온을 유지하며, 짝짓기 경쟁이나 천적의 공격으로 인해 털이 빠지기도 하고, 새로 돋아나기도 한다. 소나무나 잣나무, 일본잎갈나무 등 송진이 베어 나오는 나무의 아래쪽 비빈 곳에 붙어있는 뻣뻣한 털의 위쪽이 두세 가닥으로 갈라져 있다면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고 비빈 흔적임을 알 수 있다. 산행중에 발견한 뭉툭하게 붙어있는 털이 구불구불하고 속이 비었다면 고라니나 노루일 확률이 높고, 오솔길옆 조그마한 굴 입구에 떨어져 있는 털이 모근은 흰색, 중간은 검정이다가 끝이 흰색으로 끝난다면 오소리 털임을 알 수가 있듯이 털도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오소리털 -추적자학교장 하정옥 -
정정환 12-27 20:29
[정환의섬진강탐조]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리며
▲ 주로 탐조를 하는 월전리 제방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 2022년 1월 위장막에 들어가 물새를 찍고 있을 때였습니다. 앞에는 물, 등 뒤에는 풀숲이었는데 등 뒤에서 푸드덕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말똥가리 한 마리가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역시 위장을 하니까 가까이 오는구나!’ 하고 서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였습니다. 찍을 만큼 찍고 다시 물새를 관찰하였고 관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편집하면서 아까 촬영했던 말똥가리를 편집하는데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맹급류가 가끔 한쪽 눈을 감기도 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모든 사진이 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날에 찍은 말똥가리 사진들을 살펴보았고 모두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쳐서 외눈박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2022년 처음 관찰되었던 외눈박이 말똥가리 그날 이후로는 그 지역을 지날 때면 이 말똥가리가 잘 있는가 살펴보곤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왔습니다. 말똥가리는 번식지로 날아갔고 다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습니다. 2023년 겨울,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습니다. 양 눈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 야생에서 외눈박이로 살아남기란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023년 다시 돌아온 외눈박이 말똥가리, 늘 이 나무에 앉아 있어 '말똥가리 나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나가는데 작년에 말똥가리가 자주 앉던 나무에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보였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촬영하고 초점이 잘 맞았나 당겨보니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냉혹한 야생에서 눈이 생명인 맹급류가 외눈박이로 살아남다니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그 지역을 지나갈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찾았고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같은 나무에 앉는다는 것,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특정 나무,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똥가리도 같은 나무에서 자주 관찰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이 왔고 말똥가리는 떠났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 2024년 11월 이제는 여행을 떠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립니다. 11월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날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자주 앉아 있던 나무가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찾아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기다립니다. 다른 말똥가리들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있고 겨울 철새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와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혹 무슨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오늘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하늘에서 ‘삐이~’ 말똥가리 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일까요.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작성하던 중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왔고 추가된 내용입니다.] 2024년 11월 말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말똥가리 나무에 앉지는 않고 활동반경을 넓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작년에 봤던 장소에 날아오곤 합니다. 12월 27일 남원에서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작년에 늘 앉아 있던 말똥가리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건강해 보입니다. 남은 겨울도 건강하게 보내고 번식지로 떠나 다시 2025년 겨울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떠나보냅니다. 굿 바이 2024년! 2025년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 짓는 한 해 되세요. ▲ 2024년 11월 정지비행을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 ▲ 2024년 12월 27일 자주 앉아 있던 나무에 다시 앉았습니다.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이 장소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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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행 12-05 14:04
보살행 - 람천, 임천 보듬고 살피며 걷기 행동, 후기 두 편
보살행(람천, 임천 보듬고 살피며 걷기 행동)을 다녀오신 분들의 글을 전합니다. 두 번째 보살행과 세 번째 보살행 이야기입니다. 람천-임천 물이 왜 이렇게 아파하고 있는지에 대한 글은 맨 아래 '관련기사'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보살행 두 번째 걸음 > 11월 8일(토) 9시 30분, 지리산둘레길 인월센터에 20명이 모였습니다. 이날은 양미희샘의 안내로 몸살림 동작으로 몸풀기를 하였어요. 이어서 쓰레기를 줍기 위해 장갑과 쓰레기봉투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두 번째 걷기 날도 많은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우리의 걸음으로 강과 길과 논과 밭이 조금이나마 깨끗해졌기를 바라봅니다. 우리가 길 걷기에 앞서 ‘자연놀이터 그래’에서 사전답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래 회원님(^^)들께서 함께 해주신 덕분에 준비된 코스를 따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어요. 또 그래님들께서는 중간중간 만나는 식물과 동물 친구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어요. 자주 보지만 잘 몰랐던 식물, 동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되었답니다. 걸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부터 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걸을수록 그 냄새는 더 심해졌어요. 천둥오리, 논병아리 등 천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뿌연 물 위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강 주변으로는 가깝게 혹은 멀게 축사가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돈사, 우사, 계사 등 종류별로 있었어요. 돼지 축사 바로 옆까지 가서 주변을 관찰해 보기도 했습니다. 폐수가 흘러나오는 곳을 살펴보고, 주변 땅 색깔은 어떠한지 비교해 보기도 했어요. 폐수가 나오는 물길은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 수로가 시멘트가 아닌 흙으로 되어 있었다면 어느 정도 자연정화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을 전체에 분뇨냄새가 진하게 났고, 물은 탁했습니다. 축사에서 흘러나온 물이 강과 만나는 지점에는 거품이 떠 있었고, 강 주변으로는 배추, 사과, 토마토 등이 함부로 버려져 있었습니다. 거름으로 만들어쓰면 될 텐데, 왜 강에다 불법 투기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설명을 들으니 비료, 퇴비를 저렴하게 보급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더 이상 옛날처럼 힘들게 거름을 만들어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논에서는 커다란 기계가 엄청난 양의 비닐로 짚더미를 둘둘 말아 공룡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젠 예전처럼 짚을 논에 넣어 퇴비로 만들지 않는다고 해요. 짚이 돈이 되기 때문에 판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닐이 엄청나게 사용된다는 것을 목격하고 다들 놀라고 가슴 아려했습니다. 비밀의 정원처럼 어떤 작물이 자라는지 알 수 없는 거대한 비닐하우스도 걷는 내내 볼 수 있었어요. 평지라 걷기 편안한 천변 길은 우리 외엔 걷는 사람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정말 이 모습이 우리 농촌의 현실인걸까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홍보관’까지 걷고 홍보관 앞에서 점심도시락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날이 쌀쌀해 신강샘이 준비해주신 컵라면과 커피가 정말 꿀맛이었다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습니다. 내가 사는 바로 근처에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이 있는데도 와보지 못하다가 오늘에서야 와 보았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가야고분군도 보고 홍보관에서는 관련유물도 보았습니다. 남원에 고분이 무려 100개나 있고, 유곡리, 두락리에만 40개가 있다고 해요. 해설사님의 안내가 있어 더욱 풍성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관람을 마치고 아늑한 홍보관에서 보살행에 참여하신 분들의 소감을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또 다른 배움의 시간이 되었기에 공유해 봅니다. 가장 어린 참가자인 자우는 ‘쓰레기 줍기가 재미있었다. 끝말잇기도 재미있었다. 내가 이겼다!’고 소감을 나누어주었어요.^^ - 오늘 걸었던 길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많이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고분군도 한 번 와 보고 싶었는데 덕분에 와 볼 수 있었다. - 축사에서 냄새가 많이 났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산내는 비교적 물이 맑은데, 누런 물이 흘러 나가는 장면을 보니까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변을 시멘트로 벽을 만들어 놓았는데, 풀이 자라게 했으면 물 정화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여기를 누가 걸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네와 좀 떨어져 있기도 하고 냄새도 나서 동네 사람들도 걸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전북삼천리길’이라는 팻말이 계속 붙어 있었다. 팻말은 작년 말, 올해 초에 설치했다고 하는데 길만 자꾸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나? 있는 것을 손대지 않고 잘 관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 강을 가까이서 보니 오염이 많이 되어 있었다. 강 바로 옆에 축사가 있고 축사에서 나온 물이 슬러지처럼 떠다니기도 해서 건강한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자신의 몸이나 집은 청결하게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왜 확장이 안 되는 것일까? 우리가 자연의 일부이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텐데 왜 확장이 안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을 안고 걸었다. 조금씩 이런 이야기들은 해 나가고 싶다. - 차로 다닐 때에는 편안한 시골마을 풍경이었는데 발로 걸어다니니까 이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료로만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축사가 물에 폐수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니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물이 우리 집 앞을 흐른다는 것을 직접 걷지 않으면 몰랐을 것이다. - 하천들이 다 직선으로 정비가 되어 있었다. 원래 모습대로 구불구불했으면 수생식물들도 자라고 자연적인 정화도 더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선화했던 나라들 중에도 다시 그것을 부수고 예전모습대로 회복시키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하지 않을까? 중간중간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보가 굉장히 많던데 지금은 역할을 거의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보들을 다 없애버리면 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보살행도 함께 해요! 보살행 첫번째 걸음에서는 소수력발전소가 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대정리 합수지점에서 맑은 물과 오염된 물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두번째 걸음에서는 축사가 물과 삶터에 미치는 영향을 진하게 경험할 수 있었어요. 수많은 비닐하우스를 보며 우리 농촌마을의 풍경은 어떠해야할까?를 고민하게 하기도 했구요. 세번째 걸음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고, 또 어떤 고민을 하게 될까요? 조금 울적한 모습을 보게되긴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발로 꼭꼭 밟으며 걸은만큼 마을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세번째 보살행은 운봉지역을 걸어요. 2000년에 '아름다운 숲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어나무숲'도 갑니다. 서어나무숲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약200년 전에 조성한 인공숲이라고 해요. 숲해설사님을 모시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날, 이야기손님을 모시고 '동학이야기'도 듣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의 시공간과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 보살행 세 번째 걸음 > 11/22(토), 아침 기온은 차지만 파란 하늘과 햇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운봉 서어나무 숲에서 황산대첩비지까지 근 8km 를 걷는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보살행엔 특별히 완주에서 온 전북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상윤님, 서천에서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 온 여길욱님, 구례에서 온 <지리산사람들> 정정환님이 함께 했습니다. 첫출발지인 서어나무 숲에서 정계임님의 고향사랑을 담아 설명을 들었습니다. 정계임님이 어렸을땐 훨씬 숲이 크고 마을 아이들이 뛰노는 자연 놀이터였데요. 그 뒤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주위 밭을 만드느라 주변 지대가 높아지고, 흐르던 천도 오염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남았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될 정도로 독특하고 소중한 숲이랍니다. 숲 해설이 끝나니 수달아빠님이 방송 카메라와 함께 등장했어요!?! 보살행이 수달아빠를 주인공으로 해서 <6시 내고향>에 나온다네요. 하루종일 방송카메라와 인터뷰에 응대하며 분주하게 걸었어요. 손수 만든 몸자보를 가방에 붙이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서림공원까지 걸으며 보니 그래도 둘레길코스라 나름 정비가 잘 돼 있어서 지난 보살행때 보다는 천이 맑아 보였고 냄새도 덜 났어요. 물론 바람 방향에 따라 중간중간 양계장 냄새가 나긴 했지만요. 천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청둥오리, 흰빰검둥오리, 논병아리, 가마우지, 물닭 등등을 만났어요. 중간엔 전선줄에 나란히 앉았다 날아오르는 철새 떼까마귀도 봤습니다. 까마귀는 다 텃새인줄 알았는데 철새도 있다니!?! 정정환씨가 좋은 망원경을 가져와서 보여 주고 자세히 설명도 해주셔서 흥미로웠습니다. 곧 정정환씨의 책도 나온다니 기대가 됩니다. 서림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갑오토비 사적비 앞에서 신강님에게, 동학농민항쟁때 박봉양이 민보군을 일으켜 동학군을 퇴치한 사건에 대해 들었어요. 부농이었던 양반계급이 동학농민군과 일제에 대해 모순적 입장을 취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비애감 같은 게 들었어요. 덧붙여 실상사에 있는 것과 비슷한 두개의 석장승(방어&진서)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원래 장승이 아니라 ‘벅수’라고 불러야 한다네요. 신강님은 겉으론 헐렁해 보여도 참 아는 게 많고 깊이도 있는 진짜배기에요. 설명 후 두번째 코스를 걷기 시작했어요. 점차 갈수록 천은 탁해지고, 수초 옆으로 녹조류가 보였습니다. 생활하수(음식물 쓰레기), 축사의 폐수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아영때와는 달리 운봉은 지대가 넓어서 축사는 하천 가까이에 있기 보다는 멀찍히 떨어져서 오히려 훨씬 대형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천 가까이에는 거의 건축물에 가까운 대형 하우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어요. 파프리카와 딸기 등을 재배한다고 합니다. 목적지인 황산대첩비지에 도착해서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었어요.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구를 섬멸한 기록을 선조때 비로 세웠고, 일제때 비를 깨부수고 기록을 긁어냈답니다. 1963년에 사적으로 지정된 뒤 깨진 거북돌을 다시 맞추고 오석(烏石)으로 비신을 다시 세웠답니다. 참가자들 일부의 소감만 정리하자면, 람천-임천 살피기에, 탐조활동에, 역사해설에, 쓰레기 줍기에, 방송 촬영 협조까지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고, 천이 점점 더러워지는 모습을 보고 걷고 있자니 속상하고 안타까웠으며, 10년전에 예산을 들여 제방공사를 한다고 시멘트로 다 발랐으나 결국 천이 흐르며 다시 수초가 자라고 구불구불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걸 보면, 인위적인 작업보다 하천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게 좋겠다. 등등 입니다. 그럼, 다음 보살행을 기대하며 이만 끝! 람천-임천 물 살리기에 함께하는 마음으로, 지리산 살래장 밴드에 보살행 후기를 올려 주신 '세연정'(두 번째 보살행 후기) 님과 '날개'(세 번째 보살행 후기) 님의 글을 옮겨 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리산인 드림 -
이해성 12-03 10:42
12. 3 내란 1년, 200차 산청촛불행동
12. 3 내란 1년, 200차 산청촛불행동 산청군 신안면사무소 앞에서 매주 수요일 오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산청촛불행동이 12월 3일 12.3 내란청산을 요구하는 200번째 집회를 가졌다. 1년전, 윤석열 전대통령의 뜬금포 계엄에 잠 못 이룬 산청사람들은 그날 이후 매주 수요일 신안면사무소앞에서 이어오던 집회를 시국대회로 전환하여 윤대통령 탄핵과 체포, 내란세력척결, 김건희 특검, 산청군수 이승화와 군의원들의 국민의힘 탈당, 산청의 난개발 사업(지리산케이블카, 차황골프장, 삼장면 샘물공장 취수증량 등)의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날 참가자들은 응원봉과 직접 만든 개인 팻말 등을 들고 내란과 외환 청산, 사회대개혁, 국가보안법 폐지, 기후전환 대책 수립, 교사-공무원 정치 기본권 보장, 농어촌기본소득 선정지역 확대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비상계엄 1년을 회상했다. 또한 수해구호품 사적사용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산청농협조합장, 공무원 갑질로 경질된 산청읍장 철저 조사, 남강댐 문제 등 지역의 현안을 큰 소리로 알렸다. <내란-외환 관련 구호> 1. 내란수괴 윤석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라!! 2. 내란외환 극우세력 완전 청산하자!! 3. 내란의 힘, 국민의힘 해체하라!! 4. 국민의힘 소속 신성범, 신종철, 이승화, 산청 군의원들 즉각 반성하고 사퇴하라!! 5. 조희대 탄핵, 내란전담 재판부 신설하라!! 6. 내란외환, 12.3 비상계엄 1년 민주주의 지켜내자! <사회대개혁 지역현안 관련 구호> 1. 권력에 기생하는 정치검찰 몰아내고, 검찰개혁 실현하자!! 2. 국민주권시대,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3.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4. 보편적 복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선정 지역 확대하라! 5. 내란외환, 12.3 비상계엄 1년 민주주의 지켜내자! 6. 반민주, 반통일 독재의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7. 겸업 금지 위반, 하나로마트 임대 의혹, 수해 물품 사적 사용 의혹, 조창호 산청농협조합장을 즉각 수사하라! 8. 이대로는 못살겠다. 전 산청읍장 갑질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하라!! 9. 이승화 군수는 차황 골프장 건설 철회하라! 지리산케이블카 철회하라! 삼장 지하수 증량 반대한다! 10. 산청 수해 원인 제공 남강댐, 수자원공사는 책임져라! <성명서 전문> 불법 계엄 1년, 다시 광장의 힘으로 내란외환 완전 청산, 자주와 통일, 민주와 평등의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자! 12.3. 불법 비상계엄이 있은 지 오늘로 1년이 되었다. 대통령이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고, 경찰청장이 위헌적 계엄에 경찰을 동원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내란수괴 윤석열, 의도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변호인단과 이를 용인하고 있는 재판부와 같이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동조 세력에 빌붙어 권력을 유지하는 세력이 있다. 내란외환에 대한 심판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조속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철저한 내란외환 진상규명과 주요 종사자에 대한 사면 없는 처벌을 요구한다. 여전히 계엄을 두둔하며 동조하는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내란외환을 부정하고 극우세력을 옹호하는 국민의힘은 즉각 해체되어야 한다. 내란과 외환에 맞서 연대와 평등의 광장을 열었던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을 넘어 불평등과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내란외환 청산도 사회개혁도 더디기만 하다. 곳곳에서 불안과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불법 계엄 1년은 기념과 자화자찬의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정부와 국회, 책임 있는 기관 단체는 광장 시민의 요구이자 시대의 사명인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해 부여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성찰하고 약속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불법 계엄 1년,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생존을 위해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민이 있다.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세종호텔 앞 철탑에서 300일째 고공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가 있다. 노조법 2,3조는 통과되었지만, 폭우와 폭염 속에 속도 경쟁을 강요받으며 일하다 죽어가는 플랫폼 노동자가 있다. 거대자본의 경쟁 속에 눈물짓는 영세자영업자가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한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저항하는 존재들이 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폭력을 행사하는 극우세력에 맞서 민주사회, 평등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쳤지만 여전히 나중으로 미뤄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난개발에 맞선, 불평등한 세상에 맞선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불법 계엄 1년, 우리의 삶을 바꾸기 위해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윤석열 퇴진을 걸고 2022년부터 시작한 산청촛불행동은 오늘로 200차를 맞았다. 오늘 계엄 1년을 맞아 다시 광장의 힘으로 내란외환의 완전한 청산과 평등사회, 자주와 통일의 사회대개혁 실현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마지막 구호만 3번 크게 외쳐 주시기를 바랍니다.) - 내란외환 옹호, 국민의힘 해체하라! - 사법부는 내란외환 세력 신속하게 처벌하라! - 이재명 정부는 내란외환 청산, 사회대개혁 조속히 이행하라! 반민주 반통일 독재의 도구,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기후재난 근본 대책 수립하고 농정대전환 실현하라! - 차별 없이 평등한 권리, 모든 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적용하라! - 나중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난개발 기후 위기 차황 골프장, 지리산 케이블카, 삼장 지하수 증량 중단하라! 이대로는 못살겠다. 전 산청읍장 갑질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하라! 겸업 금지 위반, 하나로마트 임대 의혹, 수해 물품 사적 사용 의혹 조창호 산청농협조합장 사퇴하라! 산청 수해 원인 제공 남강댐-수자원공사는 책임져라! 2025년 12월 3일 내란외환 완전 청산, 사회대개혁 실현 산청촛불행동 참가자 일동 -
이촉 11-30 20:12
구례의 풍류와 멋을 찾아, 시조창의 맥을 잇는 사람들
구례의 풍류와 멋을 찾아, 시조창의 맥을 잇는 사람들 구례 동편제전수관, 시우회관에서 완제 팔만대장경이 울려 퍼진다. 계절마다 흘리는 꽃 향이 바람에 실려 머물다간 자리, 유독 금목서 향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목청. 그 자리에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너울너울 넓은 마루 지나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른들께 절하고 마주하는 자리는 마치 시조창이라는 음악에 예를 올리는 의식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이제 시조창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 몸속 세포들이 깨어나는 시간 속으로. 이종춘 회장님이 동그란 피치를 불고, 양문석 고문님이 집고를, 곁에서 방부승 부회장님과 신현숙 사무국장님의 장단과 함께 시우회 회원들 사설시조가 시작된다. 여래~~ 보사~~~~~ㄹ지자~~~ㅇ보사~~~~~ㄹ 관세~~~ㅇ~~~~~~ㅁ보사~~ㄹ 나~~~~~무우우우아미~~타~~~~~~~~아아부--------~~ㄹ “계단을 잘 밟고 올라가” “예쁘게 쓰다듬어 갖고” 시조창 배우는 자리에 스승과 제자 사이 오가는 말. 살아나는 입말은 구수하기 그지없다. 푹 빠지는 말맛에 어우러지는 선율이라니. 세월의 굴곡이 저절로 굴러떨어져 물방울처럼 구르는 듯, 내 몸이 함께 액체화되는 기분. 아마 옛사람들도 그랬을까, 시조창은 알 것 같으면서 잘 잡히지 않은 분야였다. 시조창은 조선 후기의 가객 이세춘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시조창은 리듬과 선율이 전하는 감동이 크다. 시조는 평시조, 사설시조는 물론, 남창질음, 여창질음, 엮음질음, 우조질음, 중허리시조 등 다양하다.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음계는 황종, 중려, 임종의 3음의 슬프고 처절한 느낌을 주는 계면조와 질음시조는 평시조의 구성음을 중추로 하되 임종, 청황종, 청태주, 청중려 등 4음을 변조시켜 음역대를 넓히고 있다. 다양한 음계와 고저장단과 장구 장단, 단모음과 중모음 변화, 부호 등 생소한 음의 세계는 안개 속에 묻혀 있는 듯 깊기만 하다. 시조창은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 전승되고 있으며, 사라져 가는 시조창의 맥을 잇기 위해 전국적으로 경연대회와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 시조창의 선율이 구례 어른들의 목청에서 가르침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귀하고 소중한 자리는 3일, 8일 구례 오일장이면 어김없이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글로 남겨야 하는 필자는 시간이 서서히 흘러 이분들의 소리와 열정이 구례에 오래 넘쳐흐르기를 바란다. 파리 몽마르뜨언덕에서 한산섬 버스킹을 꿈꾸는 신현숙 사무국장님은 시조창의 좋은 점을 묻자 “우선 단전호흡이 저절로 되어 마음 안정과 심폐기능의 향상으로 건강에 도움이 돼요.”라고 답한다. “시조창은 선비의 전유물이 아니라 선비문화를 흠모하고 지향하는 일반 백성들의 대중문화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판소리나 민요와 비교해 채록되어 남아있는 시조창이 월등히 많고 작자층이 광범위하거든요. 이런 시조창이 이어지도록 살려놓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겠지요.” “특히 구례 시우회 어르신들이 점잖고 분위기가 좋아서 마음이 편해요” 그렇다. 고문님은 마치 교장 선생님 같고 회장님은 아버지 같다면 부회장님은 조용히 곁에서 경청한다. 고문님은 장단을 맞추다 “소리가 찢어져” 수업 중 참다못해 직접 들려주는 시조창 역시 맛갈지다. 필자도 그렇게 몸 안에서 소리가 여울지다 흐르다 소리를 묶어 애끓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하는 유혹에 사로잡힌다. 바로, 아니야, 아니야, 귀명창, 귀명창, 하며 달랜다. 구십을 살은 어른들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냥 나왔을까! 그 매혹적인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는 그 향기에 취할 수 없다. 양문석 고문님은 94세로 환갑 때부터 시조창에 입문했다고 토로한다. “처음에는 광주 시우회 소속으로 배우다가 토지가 중심이 되어 석낙용 선생이 구례 시우회를 만들었어요. 나는 또 이상술, 정경태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웠지 하믄, 구례에서는 석낙용 선생에게 시조창을 배우기 시작했어. 한때 문척에서 시조창 붐이 일고 토지 사람들이 시조창을 많이 했어.” 밤에 깨어 잠이 안 오면 속으로 시조를 하다 보면 잠이 든다고 술회한다. 10년 전 시조창 10곡을 모아 CD로 제작하였다며 필자에게 CD 하나를 건네준다. 방부승 부회장님은 90세로 10년 전부터 시조를 배우기 시작하였는데 보통 사람의 목소리보다 음이 4단계 높고 아름답다. “나는 토지 사는 박판규기 권해 시조창을 하게 되었어요. 젊어서 술 한잔 먹거나, 외로울까 싶으면 노래를 불러 안 나올 때까지 소리를 질렀어. 소리가 단전에서 나와. 소리가 길 때 보면 숨을 쉬어야 해, 들이쉬면서 내뿜으면서. 시조창을 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이 한가로워지지. 노후에 시간 보내기도 좋고.” 하며 소리 없이 웃는다. 시우회 어른들은 또한 구례 유림이다. 유림회관에서 시조창을 권하자 즉석에서 고문님은 책 두 권위로 손장단을 맞추고 부회장님의 남창 질음이 시작된다. “푸른 산중 백발 옹이 고요 옥좌 향남봉 이로다.” 고음 따라 깊은 산중 신비로운 세계로 끌려간다. 올해 92세인 이종춘 회장님은 스무 살 때부터 시조창을 시작하여 70여 년을 시조창과 함께 살아온 산 증인이다. 아들이 언제까지 시우회 회장은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더 많은 젊은이가 시조창을 배우고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구례 시우회 미래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시조창에 대한 열정은 청년처럼 넘쳐흐른다. 제자들의 경창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명인, 대상부 장원이 배출될 수 있도록 세심한 격려와 가르침, 끈끈한 정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다시 선율보 앞에 모여 앉은 수업 시간, 이종춘 회장님이 악보를 짚어가며 회원의 시조창 듣는 모습을 대하니, 시대를 거슬러 그림 속 정자에 앉아 나도 몰래 몸에서 음이 새어 나온다. 그사이 출현하는 사잇말은 해학과 리듬으로 물결친다. 구례 말이 살아 숨 쉬는 현장. 그 주인공은 당연, 회장님이다. 삼각형을 안 하고 지나 가부네 나비야 아흐 ~~~안되었어 아흐흐흐 이제 되었어 이게 속청이 제일 많아 아니 이이이라 엮음질음은 흥이 나고 필자도 흥이 나고 임실 시조창 경연대회 나갈 사람이 목청이 붉어지고 굵어지고 이제 청을 내고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 돌려봐 봐 소리를 삼각형으로 불러야 하는데 매끄럽게 되지 않아 또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한다. 삼각형이라니? 어떻게 목소리를 삼각형 도형으로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듣고 듣다 보니 알 것 같은데, 목이 말을 듣지 않아서지 그 삼각형의 소리가 제대로 나면 리듬이 꺾이고 살아난다. 한 고개 넘고 나면 소리가 또 다른 스승의 귀에 차지 않는다 너무 빨라 느긋하게 해야지 너무 빨라 그거 아니야 속청이 나와야지 왜 겉 소리가 나와 그렇제 사아아아아 빠그러졌다고, 아이가,(절레절레) 사~~~이가 안 되어 아이가, 참 장구 박을 맞추는 구순의 세월은 흥이 나고 여러 시조창을 듣고 있자니 내 목이 흘러내리는 것 같다. 갖은 속청 내기의 유려함이라니 온몸으로 울고 있는 소리 새의 울림이 대금연주와 함께 흐르고 있다. 온몸이 내는 옛 선비의 세계가 아직도 울려 퍼진다. 우리의 소리가 깊은 연륜의 속청 길이와 길이의 고저가 흘러가는 시간이 또 시간을 흐르게 한다. 풀어내고 풀어지는 소리 함양 대상부 대회를 앞두고 수업 시간은 긴장이 감돈다. 야물딱지게 돌려서 질음이 안 나오니까 내가 거기 봉착해있는 거야 엮음질음 할 때 내가 들어본 께 옳게 한가 말을 해봐, 무역이여 우조질음은 동유~~~ 유로다 더 올라야 해 삼각형을 잡아 돌려 리을을 팍 집어넣어봐봐 한 박을 안 했어! 다시 해봐 황학이~~ 이이이 맞아 그러케 웃삼각형! 굳어서 안 되어 못 고쳐 다시 하고 그때 가서, 내가 알아서 할게요 애끓는 소리에 애가 타는데 구순의 어른은 웃기만 한다 딴소리가 나부러 이히이 웃삼각형을 좀 천천히 해야 돼 (소리 없이 몸을 흔들고 눈을 감고) 도둑 숨 쉬고 떨고 술을 안 주니 맥히고 그러네 술을 안 먹어도 취하고 그래 석인이~~~~~~~~~~ 음이 좀 다른 음이 나오드라 다시 한번 해볼게요 제발 좀 해! 돈 주란 소리 안 할 테니 목을 갈아야 해 필자는 입을 떼지 못해도, 우조질음도 엮음질음도 따라 한다. 새가 천상으로 오르는 듯, 날던 새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제 시조창의 풍류에, 구례를 지나간 이순신 장군의 수루에 앉아 장군처럼 그렇게 한산섬을 읊어보기를 권하면서, 용호정 시계, 축하 공연에서 연주한 “한산섬”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이촉 10-29 14:01
책방 로파이에서, 함께 책 읽는 사람들
함께 책 읽는 사람들 장소: 구례 숲거리길 책방 로파이(Lo-fi) 언제: 격주 월요일 밤 20:00~끝나는 시간 누가: 빵, 양이, 장이, 정규, 보라, 야마, 상이, 유림, 지안, 단디, 송이 * 조응 작년 7월, 숲거리길 개천 따라 파란 양철 대문, 로파이라는 작은 서점에 들어갔다. 처음 나를 맞는 것은 벽에 걸린 바랜 종이 속 시인 허수경, 그 옆 독서 모집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나 책 모임 할 수 있어요?” 이렇게 시작한 독서는 팀 잉골드의 『조응』을 몇 차례 나눠 읽으면서 과제로 그림을 그리고, 짧은 글을 나누며 조응할 수 있었다. 그 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 알렉시스 폴린 검스 『떠오르는 숨』을 읽고 해양 포유류를 통해 기후 위기에 생존법을 배우고 페미니즘과 퀴어에 대해, 나희덕의 『예술의 주름들』을 읽고 여러 예술가와 그 작품을 통해 시야를 넓혀갔다. 필자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를 같이 읽고 싶었다. 사실 릴케를 읽을 수 있음은 흔쾌히 함께 읽은 사람들 덕이다. 두이노의 비가를 발음하며 웃는 일이 많아져 릴케와 친해졌다고 하면 누군가는 의아해할 것이다. 독서 하면서 웃을 일이 많아진다. 공감의 마약 같은. 감이 익어가던 계절, 우리는 마루에 앉아, 짜이를 앞에 두고 어느새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울로 떠난 단디의 영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그럴 즈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어 우리는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1980년 5월은 필자의 오월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동기가 도청에서 진압군의 폭격에 쓰러져갔다, 1980년 광주는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의 중앙에 있다. “아마 전쟁이란 이런 걸 거야” 생각하던, 유언비어와 유비통신을 광주에서 접하면서, 진실을 일기장에 적던 날들이 생생하다, 아들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 즈음, 그 끔찍한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을 또 접하기도 했다. 어느 날, 마산의 하운팅걸즈 독서팀이 구례 로파이로 원정 와서 박솔뫼의 <미래 산책 연습>을 읽고 책을 통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 리스펙토르님, 좋은 밤이에요 우리는 보다 문학적인 책 읽기에 돌입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책, 『아구아비바』 『G.H에 다른 수난』 『달걀과 닭』 『별의 시간』 을 읽으면서 리스펙토르의 원시림을 향해 걸어갔다. 끊어지는 단락이 없이 지속되는 글의 흐름을 따라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읽고, 읽으면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읽었다. 『G,H에 따른 수난』을 읽고 바퀴벌레, 그녀의 세계, 무와 존재, 중립의 세계란 무엇인가 열띤 토론을 하다, 어쩌면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옆에 클라리시 사진을 두고, 클라리시와 같이 길을 잃어가며 숲을 헤쳐나갔다. 점차 그 깊이 속에 빠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클라리시를 읽는 즐거움. 네 권의 책을 읽는 동안 사실 클라리시와 함께 살았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 『별의 시간』에 도달했다. 책 마지막, “우리는 죽을 것이다. 하지만–하지만 나도?!” 지금이 딸기 철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마시기를. 그래. 하고 맺는 그녀와 헤어지며, 우리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의식의 흐름 속 깊은 터널을 통과한 안도의 이심전심, 그래 * 여름밤 뒤라스의 바다 뒤라스 첫 책 『여름밤 열 시 반』을 읽고 이구동성으로 리스펙토르에 비해 뒤라스의 글이 쉽다고 했다. 역시 우리 멋진 사람들. 뒤라스의 글은 호흡이 짧고 행간이 길고 침묵이 자리해 숨 쉴 여지가 있어 좋았다. 숨어 있는 의식의 흐름을 우리는 간파해야 했다. 책을 읽고 각자의 질문을 나누는 방식으로 토론해나갔다. 깊어가는 밤, 뒤라스에게 섞이는 밤, 뒤라스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인물이 과거와 현실을 오가면서 망각이나 기억 싱실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글 사이 침묵은 독자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혼란에 빠트리는 매력이 있다. 이는 뒤라스 소설을 잘못 읽는 재미인지도 모른다. 뒤라스의 『글』은 읽으면서 글을 쓰게 한다. 마지막 독서 『사랑』은 아름다운 한 권의 시였다. 죽음과 사랑은 하나이면서, 부재나 감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소개하면, “여러분에게 세계의 끝 같은 곳은 어디일까요” “본문에 딱 한번 나오는 사랑, 도대체 사랑은 무엇일까요?” “ 빛에 대해 얘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책에서 빛, 햇빛, 뙤약볕, 낮 등이 어두움, 밤과 대비되어 나오는데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여행자는 그녀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그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다보니 죽음의 의미가 모호해서, 여기서 죽음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요.” 우리는 각자 끝이라 생각되는 장소나 심경을 토로했다. 누구는 아득한 제주의 바다 끝, 누구는 봉안당에서, 누구는 말라게따 해변을 걸으며, 누구는 계곡 수심으로 떨어지던 순간을, 누구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속으로, 누구는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어쩌면 죽음과 사랑은 하나이며, 감옥이나, 부재, 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한밤 마당에 둘러앉아 뒤라스 바다, 에스탈라를 걷고 있었다. 그와 그녀, 여행자처럼, * 피 흘리던 시를 낭송하던 밤 우리는 시집을 읽기로 했다. 시집 판매금이 난민에게 전액 기부되기로 한 『팔레스타인 시선집』이 마침 출간되고, 흔쾌히 의견이 수렴되어 시낭송회를 하였다. 광주에서 대학생 송이가 합류했다. 유림과 지안이 찾아와 더 풍성한 낭송회가 되었다.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고, 팔레스타인이란 시를 합창하고 다시, 가자를 위한 시,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를, 낭송하며 그들과 함께했다. 2023년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시인 리파트 알아리르의 시가 가슴을 울렸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너는 살아서/ 내 이야기를 전해” 시가 피를 흘리는, 시를 낭송하고 한참 침묵이 흘렀다. 팔레스타인에 전쟁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 발효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들기를, 산 자와 죽은 자 모두에게 기도를! * 함께 읽는 책은 우리에게 변화를 기억에 남는 책이나 독서를 통해 나에게, 또는 책 모임의 변화를 묻자, 책방지기 방성원 님은 “저는 양이 형이랑 모니카랑 셋이서 오붓하게 모였던 『유러피언』이 생각납니다. 양이 형의 미술적 지식과 분석적 시각 덕분에 두꺼운 책을 비교적 재밌게 끝낼 수 있었고, 모니카도 책 모임 후 유럽 예술사로 무장한 채 유럽대륙으로 성공적인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회상한다. 유러피안을 읽던 시간은 책 모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책이 조응이었다고 밝힌 양이 님은 “나와 세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책 모임을 통해 오랜 시간 책을 읽다 보니, 생각과 말이 풍성해지고 넓어짐을 체감하고 마치, 뇌가 스트레칭 되는 느낌이었어요.”라는 말이 넉넉하다. 늦게 합류한 보라 님은 “같은 글을 읽지만, 각자의 감상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았어요. 결국, 책에서 내 이야기를 연결 짓게 되는 것 같아요.”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수전 손택의 글이 떠오른다. “독서를 하면서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공동체, 문학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우리보다 앞서간 위대한 작가들을 통해 때론 기시감을 감지할 때의 희열, 읽지 않으면 알지 못할 그 순간을 읽었기 때문에 만끽하는 것이다. 책 읽기는 계속된다. 책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우리의 소통은 가히 역동적이고 결합력이 있다. 누구는 주도적이고, 들어주고, 이끌어주고 조율하며 조응한다. 서로 간 성장을 확인하는 자리. 서로 질문하다 보면 책은 살아 우리에게 온다. 독서는 글을 쓰게 한다. 책 모임에 동참할 수 있는 구례에 책방 로파이가 있어 참 좋다. 이 자리를 빌려 책방지기 방성원 님께 깊은 감사를, 함께 읽는 우리에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다음 책 모임 <다요다 요코와 열차를 타고>. 다요다 요코의 책을 계속 읽을 예정이다. 야간열차를 타고 자그레브로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글쓴이 : 이촉 이촉 시인은 구례에 거주하며,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정정환 10-28 15:11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 중단하라!!!
산불이후 난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산불이 번지고 있을때는 '임도'와 '숲가꾸기'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지금은 잠시 주춤해 있는 상황이지만 저 지하에서는 현재 더 많은 임도와 더 많은 숲가꾸기를 추진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숲을 이용의 대상이 아닌 숲은 생명의 공간이며 생명을 지켜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명다양성이 풍부한 숲은 사람의 삶 터도 지켜준다는 것을 이번 산불에서 확인되었지만 기득권은 그 사실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식의 이익을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10월 19일 산과 숲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강까지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함양군과 산청군의 요청으로 경남도에서 소방용수 공급을 위한 담수보를 추진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베포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경남환경운동연합은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 후 경남도와의 면담에서 경남도는 '담수보 신설이 아닌 기존 낡은 보를 철거하고 가동보로 교체하는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함양군과 산청군은 무슨 근거로 담수보 신설이라며 호도하고 나섰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기자회견문] 지리산댐의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 중단하라!!! 경상남도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리산 권역의 산청·함양 일대에 산불 대응용 다기능 담수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인 덕천강과 임천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고이자 지리산 상류 수생태계를 대표하는 하천이다. 재난대응, 수자원관리, 생태보전의 명목 아래 전혀 생태적이지도 관리되지도 않는 담수보 설치가 추진되고 있어 지역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의 협의 없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을 인위적으로 막아 훼손하는 불필요한 공사이다. 생명의 강을 단순하게 홍수가 나면 ‘재해복구’, 산불이 나면 ‘소방용수’ 공급원으로, 토목사업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리산댐의 망령’을 다시 되살리는 정책 이번 사업은 과거 ‘지리산댐’ 추진 때와 다를 바 없다. 지리산댐과 규모는 다르다하지만 강의 생태적 근간을 훼손하는 것은 동일하다. 추가적인 공사나 다른 토목사업으로 변질되어 지역사회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난 수십 년을 지리산댐 건설 추진으로 고통받았던 우리 지역사회는 강의 흐름을 영구히 바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강의 생명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지키고, 또 물려주고 싶다. 소방용수 공급은 이미 충분한 상태 함양과 산청 일대에는 다수의 저수지, 농업용 댐, 소형 저수지가 존재한다. 2025년 3월 지리산 산불 당시에도 소방헬기는 하천의 자연 유수지와 저수지의 물로 진화작업을 수행했다. 이런 현황을 무시하고 담수보를 설치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사업이자 세금낭비에 불과하다. 산불 대응에는 ‘보’가 아니라 이동식 펌프, 저수지 급수장, 산림 내 간이 수조 등 효율적 용수공급체계가 훨씬 현실적이다. 산불 대응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과 정책 결정이 시급한 이 시기에 조급하게 지역사회를 논란에 빠뜨리는 '보'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주민 동의 없는 일방적 추진 이 사업은 지역 주민의 공론화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산불로 인한 재난복구라는 중차대한 시기이다. 단순히 행정 편의의 관점에서 강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강은 지역 주민과 자연이 공유하는 공공재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행정은 토목업체의 경제 논리에 따를 게 아니라 생태적 가치와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멸종위기 생물의 보고, 덕천강과 임천 이 지역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여울마자, 큰줄납자루, 얼룩새코미꾸리 등의의 핵심 서식지이다. 이들 생물들 중에는 국제사회에서 권고한 IUCN 적색목록 생물도 포함되어 있다. 담수보 설치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 퇴적·부영양화가 가속되고 하천의 홍수 위험이 증가할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파괴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국가 보호종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자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을 일인 것이다. ‘다기능’이라는 이름의 허구 경상남도는 ‘재난대응·수자원관리·생태보전’을 동시에 달성한다고 주장한다. 강에 보를 설치하는 순간 자연 하천은 인공 저수지로 전락한다. ‘친환경 공법’이라 주장하지만, 강을 막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비친환경적이다. 홍수기에는 개방형이라 하지만, 하천과 불과 1~2m 높이의 도로와 마을의 홍수 위험성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 것인가? 겨울철 건기에는 결국 물을 가두어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는 생태훼손을 어떻게 생태보전이라 할 수 있나?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물’이 아니라 ‘흐름’이다 하천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물을 가두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이 강의 본질이다. 지금은 강을 통제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강과 공존하는 시대로 가야 한다. 지리산의 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의 터전이자, 우리 모두의 자연유산이다. 우리가 지키고 물려주어야 할 것은 ‘가둔 물’이 아니라 ‘흐르는 생명의 강’이다. 경상남도는 지리산댐의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지리산의 강을 토목 실험장으로 만들지 말고, 지금 당장 지리산권 담수보 추진을 중단하라. 우리는 지리산권의 모든 생명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산청·함양 담수보 설치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 2. 지역 주민·전문가·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마련하라. 3. 기존 댐·저수지·하천 저류지를 활용한 대체 용수체계 구축 방안을 검토하라. 2025. 10. 23. -
삵 10-22 16:47
[지리산사람들성명서]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을 환영하며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을 환영하며 구례군의 성실한 복구를 촉구한다 지리산 자락 사포마을 숲에서 추진되던 지리산골프장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10월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구례군은 사업자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사업 무산을 인정했다. 2년 넘게 지리산골프장이 생기지 않도록 저항해 온 사포마을 주민들과 또 이를 지지해 준 모든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은 200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던 사업이었다. 그러다 2023년 구례군이 골프장 예정 부지에 대한 벌목허가를 내주면서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골프장 사업을 재추진하겠다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진행되었던 벌목은 재선충 방재를 위한 모두베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지만, 실상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골라 베기 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업자는 허가받지 않은 지역까지 벌목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1등급지 골라 베기 하였다는 것을 반증하듯 다음해 2024년 벌목지에 대한 생태자연도 등급조정 신청이 들어갔고 벌목 허가를 받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한 등급이 3등급(벌채지)으로 하향되었으며 불법 벌목이 있던 지역은 유지되었다. 이렇듯 편법과 불법으로 진행된 사업이 토지 소유권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내년 2월까지 인허를 위한 절차들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행정절차만 1년이 필요하기에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는 MBC 취재 결과 구례군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번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은 시민들이 이루어낸 결과다. 2023년 4월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 처음 조직된 뒤 바로 이어 사포마을 주민들이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등 주민들과 시민들이 함께 지리산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끈질기게 저항해 왔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배포, 언론사 취재 조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전 군민 대상 유인물 배포, 다양한 문화 축제 진행 등 그 방식도 다양했다. 특히 2023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사포마을 다랭이논이 환경부장관상을 받으며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지리산골프장 반대 힘에 더욱 목소리를 실을 수 있었다. 한편에선 사업주가 지대 차익을 노렸을 거라는 말도 들렸고,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인 줄 알면서도 표심을 잡으려는 꼼수일 거라는 말도 들렸다. 우리 지리산사람들과 사포마을 주민들 그리고 이에 함께하는 시민들 모두는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계속 저항했다. 저들은 나무를 벴으나,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저들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였으나, 우리는 공동체를 더 단단히 묶으려 했다. 저들은 정치적 노림수와 자본의 이익만을 생각했지만, 우리는 지리산을 생각했고, 야생동식물이 살 곳을 걱정했고, 마을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 이렇게 지리산골프장 사업은 무산된 것이다. 지리산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주민과 시민 모두의 승리이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벌목과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절개하면서 발생하는 토사로 인해 마을 상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산이 무너질지 걱정하며 벌채지를 돌아야 했었다. 그럼에도 구례군수는 이런 군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공식적인 장소에서 ‘골프장 추진을 계속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과 지리산사람들이 문제 제기했듯, 시행사는 당해년도 자본이 1억 원도 되지 않는 종이껍데기 회사인 데다가 8년간 골프장 사업권을 인가받고도 두 차례나 연기했던 곳으로 지리산골프장은 애초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려 행정력을 낭비했으며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담비, 삵 등 무수한 생명의 보금자리인 지리산 자락 숲을 불법적으로 벌채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장은 경제성도 없는 사업이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매년 80억에서 100억의 적자를 내는 골프장까지 있는 현실이다. 그뿐인가. 구례군이 2년간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군민을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게 해 지역공동체의 분열을 낳은 것은 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군민에게 남은 것은 치유되기 어려운 마음속 상처뿐이다. 이제는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개발사업은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일부 군민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하며 난개발 정책 또한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라는 경계만큼만 보호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국립공원 경계 안의 지리산도 지리산이고 경계 밖의 지리산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포마을 주민들이 평화를 되찾고 더 이상 내가 사는 마을이 파괴되는 두려움 속에 살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근거 없는 경제성을 운운하며 벌어지는 개발 논리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진짜 자연으로 가는 길로 나아가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리산의 자연림과 가까운 벌목지는 이미 기존에 있던 활엽수의 맹아와 아까시나무와 같은 속성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림이 아닌 자연복원으로 스스로 회복하게 두어야 한다. 구례군이 하여야 할 것은 인공 조림이 아니라 절개지와 무너지는 지형에 대한 복구이며 주민들의 상처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진심 어린 사과이다. 또한 지리산골프장 추진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공동체 분열,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원 작업도 군의 단독 추진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의논하여 복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주민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2025년 10월 21일 -
조태용 10-02 11:11
망한 집에 피는 꽃은?
꽃무릇이 잔뜩 또 피었다. 지난주 토지초 아이들이 학교에서 캠핑을 했다. 내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이 끊어질 만도 하지만 둘째 아이가 캠핑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이미 시동을 걸어둔 상태였다. 나는 작년까지 토지 마을학교 대표였다. 마을학교 행사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2박 3일로 진행되는 캠핑 행사다. 80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하고 유치원부터 중학생 때로는 고등학생 아이들도 한두 명씩 참가하기도 하는데다 부모들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면 꽤 많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하고 혹시 모를 위험한 일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불놀이를 위한 장작을 마련하고 음향 시설을 설치하고 캠핑 동선을 짜고 각 시간별 이벤트도 만들어야 실속 있는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 산책 선생님으로 초대를 받았다. 작년에 아침에 할 일이 없어서 "산책이나 한 번 합시다"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작년에도 꽃무릇이 한창 피었을 때 행사를 진행했다. 토지초 옆 구산마을 소나무 아래 붉은 꽃무릇이 아득하니 피어 있었다. "여러분,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요?" "네, 꽃무릇이요." 아이들도 대부분 꽃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 꽃무릇의 구근에 독이 있는 것은 모르죠?" 꽃무릇을 심으면 거의 죽지 않는데 그 이유는 구근에 독이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여러분, 꽃무릇 구근을 먹으면 큰일 납니다. "우와, 그래요. 헉..." 다음은 개망초네요. 나물로 먹을 수도 있는 풀이지만, 잡초 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해서 죽이기도 어렵죠. "집에 사람이 살지 않고 망하면 처음 피는 꽃이라서 망초라고 해요." "진짜요? 거짓말요." "하하하..." 아이들과 학교 주변 마을 길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보통 아이들과 이야기는 30분 정도 하면 그다음엔 시들해진다. 나뭇잎으로 풀잎배를 만들기도 하고 칡넝쿨 잎을 따서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역시 아이들이 재밌어했다. 모두 내가 어려서 동네 아이들과 심심할 때 하던 놀이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좀 전에 했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또 산책 선생님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가진 이야기는 그게 전부인데...' '아이들이 기억하지 않기를 바래야 되나 아니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야 하나'라는 작은 고민이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꽃무릇이 조금 더 많이 핀 것 같고 아이들도 조금 더 자란 것 같았다. -
박양지 09-19 21:19
지하수 보존 주민을 위한 탄원에 함께해주세요!
탄원에 함께해주세요! https://forms.gle/BK5sJ471JtM8Vauu7 산청군 삼장면 ㈜지리산산청샘물은 현재 1일 600톤을 취수하여 먹는샘물(생수)을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에는 600톤 취수를 증량하여 1일 1,200톤의 지하수 취수가 임시허가되었습니다. 이 중대한 사안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으며, 일부 지역 단체장들과의 합의를 통해서만 지하수 증량 허가를 추진하고, 이에 반대한 주민들을 ‘업무방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또다시 주민 3명을 상대로 항고를 제기하여 주민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활동은 생존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권리이자 지역사회의 의사 표현입니다. 부당한 항고가 기각되어 주민들의 권리와 평온이 보장되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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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11-22 13:40
[기후+마을] 송전선로는 싫고, 반도체 산단은 좋다? (1)
송전선로는 싫고, 반도체 산단은 좋다? (1) 345kV 특고압 송전선로가 구례를 지나갈 예정이에요. 한국전력공사가 전남 광양시에서 건설할 굵직한 송전선로 4건 가운데 하나죠. 광양~신장수 변전소 노선인데요, 2032년 12월 준공 예정인 이 노선은 전북 장수와 남원, 경남 함양과 하동 그리고 우리 전남 구례 등 약 99km를 거쳐 가요. 반도체 산업단지를 위한 ‘의미 있는 희생’? 새로 만들어질 송전선로는 총 14개 노선 1,153㎞에 달해요. 이 송전선로들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져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728만㎡ 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공장(팹) 6기와 발전소 3기, 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60개 등이 들어오는 대형 국가 전략사업이에요. 송전선로가 지나갈 지역에서는 반발이 커지고 있어요. 여러 지역에서 '송전탑 건설 백지화 운동'이 펼쳐지고 있으며, 환경 훼손, 삶터 파괴, 지역 불균형 등을 지적하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요. 내 지역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목소리가 아니에요. 폭력적인 국가 에너지 정책을 정의롭게 바꿀 것을 주문하고 있어요. 그런데 송전선로 반대 목소리는 이렇게 높은데, 어마어마한 전기를 쓰는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으니, 이상해요. 오히려 반도체 산단을 서로 자기 지역에 유치하고 싶어서 목청껏 소리치는 이들까지 있어요. 반도체 산단, 우리가 먹으면 장땡? 어디에 둘 것인지 묻기 전에, 정말 필요한지 따져봐야 윤석열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한 사업인데도, 이재명 정부가 용인 반도체 산단을 더 빨리 밀어붙이자, 여기저기서 이 사업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요. 이들 가운데 일부에서는 용인 말고 다른 곳, 특히 전남에 반도체 산단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전력도 물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용인에 산단을 지을 까닭이 없으니까요. 반도체 산단이 전남으로 오면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도 필요 없고 냉각수도 더 쉽게 끌어 쓸 수 있으며 지역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죠. 타당한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반도체 산단이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인지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왜 반도체 산단이 꼭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아야 할까요? 반도체 산단은 우리나라 전체가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하는 게 맞나요?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왜 세워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해요. 그러나 정부는 고민 없이 밀어붙이고, 지자체는 고민 없이 자기에게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어요. 반도체의 무서운 그림자 안전·지역·환경·에너지·기후 전반에 악영향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에는 황산, 질산, 불화수소 등 유해화학물질이 남아 있을 위험이 있으며, 폐수·휘발성 화합물 및 가스·고형폐기물을 인근에 배출해서 주민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카메라의 필터에도 잡히지 않는 투명한 불소계 온실가스(F-gas)도 방출된다니, 용인·평택·안성 일부 주민들이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반대하고 나선 까닭을 알겠어요. 그뿐인가요. 반도체 산업은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도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특히 이번 용인 산단은 ‘3GW LNG 화력발전소 6기 신설, 강원·경북·수도권 고전압 직류송전선로(HVDC) 추가 건설, 석탄화력발전과 원전 전력 공급, 호남-수도권 연결 서해안 해저 HVDC 건설, 1.4GW 대형 원전 3기와 0.7GW 소형모듈원전 1기 신설’ 등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과는 동떨어진 전력 공급 정책을 내놓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어요. 물 부족 문제는 어떻게 하죠? 국내 삼성 반도체 생산의 물 사용량은 하루 평균 31만 톤이라는 걸 아시나요?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의 2050년 용수로 하루 76만 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해마다 물 3.5억 톤이 부족할 거라는 보고서도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 또 거대한 반도체 산단이 들어온다고요? 반도체 산단은 정말 꿀단지일까? 이런 문제를 알고도, 반도체 산단이 우리나라에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것처럼 믿는다면, 다음 편에 이어질 기사를 꼭 봐 주세요. 특고압 송전선로를 우려하면서 반도체 산단은 환영하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도 함께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버들 (독립연구자) Ⓒ전북환경운동연합. 5월 7일 전북특별자치도청 앞 '송전탑건설백지화전북대책위' 출범식 모습. “송전선로를 이웃 지역에 떠넘기지 않고,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한전과 정부, 그리고 부당한 사업 추진 세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외쳤다. 이 글은 구례 <봉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정정환 10-26 23:40
산림 난개발 촉진하는 산불특별법 꼭 개정해야 합니다
대형 산불이 경남과 경북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했고, 주민들은 아직도 임시주택에서 거주하거나 숙박업소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불탄 집은 아직 정리되지 못했고, 불탄 산 역시 아직 끙끙 앓으며 자신을 치유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에 제대로 된 지원이 없던 와중에 국회에서 ‘산불특별법’을 만들었습니다. 피해 주민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기회이기에 환영할 일이지만 국회는 이 긴급하고 절박한 주민들의 상황을 볼모로 피해 주민들을 위한 특별법을 마치 반값 할인 상품에 끼워파는 상품처럼 교모하게 난개발을 위한 법안을 끼워 발표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철우 경북 도지사는 ‘불난 산에 골프장, 호텔, 리조트를 만들자’ 라거나 ‘돈이 된는 산’을 운운하며 산림 난개발을 예고하였습니다. 이에 산불문제에 대응하고 있던 각 단위의 환경단체는 긴급 성명서를 내고 법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지리산에서도 경남도청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주민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악법을 개선할 시행령이 잘 만들어져서 난개발을 규제할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전국 공동 기자회견문입니다. [기자회견문] 보호지역 개발? 무동의 벌목? 산림 난개발의 패스트트랙! 산림 난개발 촉진하는 산불특별법 공포 규탄 ‘난개발 특혜법’ 산불특별법 독소조항 공포 규탄한다! 산불피해 지역과 전국 116개의 시민·환경 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 구제와 재건을 위한 특별법」(이하 산불특별법)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의결되었다. 이는 산림 보호와 피해 주민의 회복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며, 결과적으로 난개발을 방조한 것이다. 그간 산불피해 지역과 전국의 시민·환경 단체는 이 법안의 구조적 결함과 난개발 우려를 표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구해왔다. 산불특별법은 ‘피해 주민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각종 개발 특례를 포장해 담았다. 법 제41조부터 제61조까지는 사실상 ‘산림투자선도지구 개발 패키지’라 불러도 무방하다. 골프장·리조트·호텔·관광단지 같은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둔갑시켜 각종 인허가를 일괄 의제하고, 환경영향평가 심의기한을 45일로 단축해 검토 절차를 무력화한다. 심지어 제55조는 민간사업자에게 토지를 수용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제56·57조는 보전산지의 행위제한과 보호구역 지정 해제를 가능케 한다. 제30조는 산림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위험목 제거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 사유재산권과 생태적 회복권을 침해한다. 이 법은 피해 회복이 아니라 지자체의 개발 드라이브를 위한 패스트트랙으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시·도지사가 선도지구를 지정하고, 같은 시·도지사 산하 심의회를 통해 스스로 승인하는 구조다. 법안 발의·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의원은 “관계부처 협의와 산림청 심의,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의무화했으니 난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심의회는 독립적 통제기구가 아니라 지자체 내부기구이며, ‘관계부처 협의’도 단순 통보 절차로 아무런 거부권이나 제재수단이 없다. 이는 중앙의 견제가 사라진 자기심의 체계이며, 행정절차라는 외피 속에 지자체 중심 개발권의 폭주를 제도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임미애 의원은 “난개발을 철저히 차단했다”, “법안은 대폭 수정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는 ‘좋은 취지’로 ‘나쁜 설계’를 덮으려는 자기면피에 불과하다. 형식적 심의와 협의가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발언은 현실을 모르는 공허한 주장이다. 관계기관 협의가 시한만 넘기면 자동 통과되고, 환경영향평가가 요식행위로 전락한 현실에서 이런 제도들이 어떤 실효성을 가지겠는가? 산불특별법은 공익을 빙자한 개발특례법으로 전락했다. 대통령과 국회 모두 이 결과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불특별법의 문제를 인지하고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행정편의와 지역개발 논리를 따지지도 못했다. 산불의 상처 위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세우는 것이 과연 재건인가? 대통령은 “피해 회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말하지만, 법은 오히려 보호지역 해제와 산지 훼손, 주민 소외를 합법화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공언한 정부의 책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런 정책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한 ‘육상 보호지역 30% 지정’ 목표도, 후보 시절 약속했던 ‘산불 피해지역의 생물다양성 복원’ 공약도 지킬 수 없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전 정부들이 반복해온 ‘선거가 끝나면 약속을 잊는 정치의 습관’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첫째, 국회는 즉시 산불특별법 개정 논의에 착수해 제30조, 제55조, 제56·57조, 제60조 등 개발특례 조항을 전면 삭제하라. 둘째, 산림청과 환경부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난개발을 실질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통제 장치와 주민동의 절차를 마련하라. 셋째, 이재명 대통령은 산불특별법 거부권 포기 결정에 대해 국민 앞에 입장을 밝히고, 개발특례 조항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재검토하는 책임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라. 산불특별법이 진정한 피해지원법으로 거듭나려면, “속도가 곧 동의”가 되는 현재 구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 시민사회는 시행령 과정에서 이 법의 독소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끝까지 감시할 것이다. 불탄 숲의 회복은 투자사업이 아니라 생태복원의 문제이며, 피해 주민의 삶은 개발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법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산불특별법을 진짜 ‘회복과 재건의 법’으로 만들 마지막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2025년 10월 22일 산불특별법 독소저항 저지 공동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지리산사람들 산불특별법의 문제를 정리한 카드뉴스 -
버들 10-20 15:05
[기후+마을] 풍성한 추석, 음식물쓰레기도 풍성?
[기후+마을] 풍성한 추석, 음식물쓰레기도 풍성? 추석엔 평소보다 음식물쓰레기가 훨씬 늘어난다는 사실, 아시나요? 2022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평소보다 추석 명절 주간 음식물쓰레기가 20% 늘었대요.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다 보니 음식물쓰레기도 많이 나오나 봐요. 뭐 음식물쓰레기 좀 느는 게 무슨 큰 문제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쓰레기 가운데 약 30%가 음식물쓰레기로, 하루 1만 4,000t이나 된다고 하니, 반대로 음식물쓰레기만 줄여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음식물쓰레기, 우습게 보면 안 돼요 음식물쓰레기를 한 국가로 가정한다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국가가 된다고 해요. 농산물을 길러서 처리하고, 보관하고, 가공해서, 운송하고, 소비하기까지 모든 처리 과정에서 음식물이 버려지고 쓰레기가 생기다 보니 이렇게 지구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요.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숲과 토양에 주는 부담까지 따지면 훨씬 심각하다고 해요. 우습게 볼 일이 아니지요? 우리 구례는 음식물쓰레기가 얼마나 나올까요? 2020년 구례기후위기행동 “쓰레기간담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가 하루 평균 6t 정도 생기는데, 이를 처리하려면 다 모아서 화순까지 싣고 가야만 하고, 수거 운반비만 월 47,542,000원, 처리비는 톤당 140,000원이 든다고 해요. 와, 하루에만 6t이 나온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러 멀리까지 가져가느라 에너지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니. 추석뿐 아니라 평소에도 음식물쓰레기를 줄여서, 아낀 예산을 더 나은 복지 정책에 쓰면 얼마나 좋을까요. 음식물쓰레기 줄이는 방법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어요. 필요한 만큼만 사서 필요한 만큼 만들고,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거죠. 될 수 있으면 껍질과 자투리도 알뜰하게 먹고요.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음식물쓰레기가 나왔다면, 물기를 잘 없애서 버려야 처리비도 줄이고 재활용하기에도 좋아요. 음식물쓰레기는 살균과 고온건조 같은 가공 과정을 거쳐 퇴비, 바이오 가스, 동물 사료 등으로 재활용되니까요.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는 일반 쓰레기와 분리해서 버려야 하는데, 이게 좀 헷갈리죠. 그럴 땐, 동물이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보면 구분하기 쉬워요. 음식물쓰레기처럼 보이지만 일반 쓰레기로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대표 음식물은 달걀껍데기예요. 또 소, 돼지, 닭의 뼈와 먹다 남은 생선 가시, 조개나 전복 껍데기, 게딱지 등도 동물 사료로 쓸 수 없으니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단, 음식물 냄새가 나면 길고양이나 개가 와서 봉투를 마구 파헤칠 수 있으니, 잘 헹구거나 음식물이 남은 부분을 없애서 버려 주세요. 여기서 문제, 마늘과 양파의 마른 껍질은 음식물쓰레기일까요, 일반 쓰레기일까요? 이렇게 묻는 걸 보니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라 일반 쓰레기라고 짐작하셨겠지요? 맞아요, 섬유질이 많아 분쇄하기 어려운 채소의 마른 껍질도 일반 쓰레기래요. 파인애플과 아보카도의 딱딱한 껍질, 복숭아나 자두나 감의 씨앗도 분쇄 기계를 고장 낼 수 있으니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답니다. 또 양념이 많이 된 음식은 염분을 씻어 없앤 뒤 음식물쓰레기로 버려 주세요. 아, 복잡해요, 남은 음식물이 쓰레기가 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요? 음식물쓰레기로 돈을 버는 마을 있어요! 사실 마을마다 음식물 퇴비장이 있으면 이렇게 음식물쓰레기 때문에 예산도 쓰고 에너지도 쓰고 머리도 써야 할 일은 별로 없을 거예요. 음식물 퇴비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으니, 어쩌면 마을의 수입원이 될 수도 있지요. 일본 기후현 시라카와초에 사는 카타야 유이치로 씨는 마을 청년들과 함께 닭장을 음식물 퇴비장으로 바꾸어 그곳에서 유기 퇴비를 만든다고 해요. 농사로 버는 돈은 전체 수입의 반이고, 나머지는 음식물로 만든 유기 퇴비를 팔아 버는데, 해마다 20리터짜리를 2,000포 생산하고, 1포에 1,400엔(10월 초 기준 우리 돈 약 13,400원)에 판다고 해요. 지역의 두부 가게 두 곳에서 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처리하는 데만 달마다 5만 엔(약 48만 원)을 쓴다고 해서 카타야 씨가 그 비지를 가져와 퇴비를 만들기 시작했대요. 마을에 맥주 공방에서 나오는 맥주 찌꺼기와 8개 학교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도 퇴비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고요.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음식물과 왕겨를 잘 섞어 3차에 걸쳐 발효시키면 돼요. 카타야 유이치로 씨의 음식물 퇴비장(위)과 완성된 퇴비 모습(아래). (사진: 삼선재단) 카타야 씨 사례처럼 마을마다 공동 유기 퇴비장이 있거나 유기 퇴비를 만드는 마을기업이 있다면 음식물쓰레기를 지혜롭게 땅으로 다시 돌려줄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적어도 텃밭이 있는 분들은 텃밭에서 음식물을 퇴비로 만들 수 있으니 남은 음식물을 쓰레기로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써 보셔요. 화학 비료를 사다가 쓰지 않아도 되고, 환경에도 좋고, 음식물쓰레기 처리비도 아낄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날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나와 더불어 사는 이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으니 얼마나 뿌듯한가요, 이게 진짜 풍성한 명절 같은 마음이겠죠. 음식물쓰레기 퇴비통 만들기 : 텃밭 한쪽에 땅을 파고 아래에 구멍을 뚫은 통을 1/5쯤 땅에 묻고, 공기가 통하게 뚜껑에도 작은 구멍을 뚫어 준비하세요. 미생물이 살아 있는 건강한 흙을 통 바닥에 살짝 깔고 음식물쓰레기를 통에 모아 흙과 잘 섞은 뒤 기다리면 돼요. 양에 따라서 몇 주에서 몇 달 정도 발효 시간이 필요해요. 틈날 때마다 잘 뒤집어 주세요. 이때 낙엽, 왕겨, 지푸라기 등을 함께 섞으면 더 발효가 잘돼요. 잘 발효된 퇴비에서는 절대 나쁜 냄새가 나지 않아요. 버들 (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실립니다.) -
삵 10-05 12:13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그날 이야기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그날 이야기 아주 작은 목소리로도 2025년 9월 27일 산청 조산공원에서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을 본 무대로 펼쳐지는 기후정의행진에 더해서 여러 지역에서도 연대 행진이 이어졌는데요, 우리 지리산권 5개 시군-그러니까 구례, 남원, 산청, 하동, 함양(ㄱㄴㄷ순)-은 올해 산청에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벌였습니다. 이날 행진을 준비하고자 여러 날 전부터 많은 이가 머리를 모았고, 누구 하나 가릴 것 없이 손을 보탠 덕에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이 무사히 이루어졌습니다. 준비하신 분부터 참여하신 분까지 모두 우리의 목소리를 만드는 데 함께했습니다. 멋집니다. 사랑합니다.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도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니, 아주 희미한 빛과 아주 작은 목소리가 없다면 커다란 빛과 커다란 목소리도 나오기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 지치지 말아요! 광장을 이어갑시다!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날의 감동을 담은 사진을 전합니다. 1부 사회자인 온빛과 오픈마이크에 참여해 주신 분들 모습 살래재즈트리오, 간디고풍물패의 멋진 공연 기후정의 부스 : 달맞이 팀의 면생리대, 부부공작단 조해미 님의 타코 라이스, 가지마켓의 아나바다, 빵과장미의 비건빵, 다람쥐점빵의 농수산물, 나니조아의 덜어가는 천연세제, 간디고와 지리산사람들의 기후정의 피켓 만들기, 은진과 간디고의 모두의 놀이터, 간디고 - 작약 동물권, 기후정의 포토존, 기후재난 사진전, 키링 만들기, 니들모어의 제로웨이스트 용품, 전찬양 님의 실크스크린 (사진을 다 넣지 못했어요ㅠㅠ) 오후 3시 반, 산청읍에 기후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함께했습니다. 2부 행진 진행자 상글과 927지리산행동 준비팀에 모여 애써 주신 분들, 십시일반 후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산청 주민들과 멀리서도 와 주신 모든 분들까지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을 빛내 주셨습니다. 아주 작은 목소리가 함께 모이니 아주 큰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927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선언문 지난 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메마르고, 뜨거웠습니다. 전국에서 산불로 고통을 겪었고, 지리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여름도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고, 쏟아붓듯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전국에서 무더위와 가뭄, 홍수로 고통을 겪었고, 지리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에 잠긴 논밭들과 집, 산사태로 사라져버린 길과 마을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자연이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간으로 인해 기후위기는 점점 속도와 강도를 더해가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거나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봄의 산불로 약 30명의 인간과 약 6만 명의 비인간 동물이 희생되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까닭도 모른 채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정의롭지 않은’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 우리가 행동해야 할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지리산 사람들이 오늘 산청에 모였습니다. 모든 산과 들, 강과 바다가 그렇듯, 이곳 지리산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생명을 품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지리산이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끝없는 개발과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지리산에서 기후정의를 외칩니다. 기후정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지리산에 살아가는 모두가 눈앞의 현실을 똑바로 보길 바라는 목소리입니다. 동시에 기후정의는 비참한 외침입니다. 까닭도 모른 채 죽어가는 비인간 동물들, 나무와 풀, 흙과 바위의 비명이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농민들의 눈물이기도 하니까요. 기후정의행진은 지난 겨울,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정치적 폭력에 맞선 광장 투쟁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 투쟁은 모든 존재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간절한 바람이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후위기 그리고 모든 존재 사이의 불평등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모든 존재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기후정의는 기후변화가 불러온 위기에 정의롭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계급·인종·성별·연령·직업·국가 간 불평등은 기후 적응에서도 반복되며, 이는 인간이 다른 생명종과 맺어온 폭력적 관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자원과 에너지의 독점과 착취로 불평등을 키우고 탄소배출을 끝없이 늘려,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기후변화를 인류 생존의 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기후정의는 단지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의 평균기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인식하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안전하게 적응하는 것입니다. 기후정의는 그저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태양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자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덜 쓰는 삶으로 바꾸고,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 에너지 자립의 기반을 만들고, 나아가 지구를 덥히고 멸종을 부추기는 기후위기를 생명, 돌봄, 평등, 순환, 자립의 가치에 어긋나지 않게 풀어가자는 것입니다. 모두가 차별 없이 정의롭게 기후문제를 푸는 것이 바로 기후정의입니다. 우리는 모든 존재가 존엄한, 평화로운 세상을 바랍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기후정의를 위한 변화와 이를 위한 실천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기후정의행진으로 지리산을, 기후정의를, 민주주의를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키고자 합니다. 9월 27일,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모두가 존중받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픈 사람들이여. 모입시다. 그리고 함께 기후정의를 외치고, 행동합시다. 927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동영상 https://www.youtube.com/shorts/5nms3gboOME?si=cHxwx7y4oAR0RZu1 우리, 또 만나요! -
버들 08-29 13:51
[기후+마을]빛나는 밤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빛나는 밤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2020년 10월 2일 필라델피아 도심에서는 하루에만 약 1,500만 마리의 철새 무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빛공해 때문이었어요. 철새들은 에너지가 적게 드는 밤에 주로 달빛에 의존해 방향을 잡아 이동하는데, 높은 건물들의 빛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고 원래 가야 할 방향이 아닌 쪽으로 날다가 건물에 부딪혀 죽고 말았어요. 게다가 그날은 날이 좋지 않아 낮게 날던 새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끔찍하게도 이 일은 전 세계에서 철새 이동 기간에 많이 일어나는 사건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달빛 정도의 밝기로만 생활해 온 야행성 새들은 빛공해로 낮과 밤을 헷갈려 번식과 사냥 주기를 놓치는 일도 무척 늘었다고 해요. 인공조명으로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을 빛공해라고 하지요.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속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를 빛공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밝은 서울과 가장 어두운 강원도의 유방암 위험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34%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이렇듯 빛공해가 사람의 24시간 주기 리듬을 무너뜨리고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그나마 빛공해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식물 생태계에 주는 어마어마한 피해는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밤이 밝을수록 죽음도 늘어난다 빛공해는 새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을 죽음으로 몰고 있어요. 곤충들은 개체 수가 뚜렷하게 감소할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특히 벌과 나비만큼 많은 꽃가루를 옮기는 나방은 밤에 켜진 조명으로 꽃을 찾지 못한 채 가로등에 부딪혀 무수히 죽거나 애벌레 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양서류인 두꺼비는 자꾸 인공 빛을 받으면서 수정 성공률이 매우 낮아졌고, 파충류인 바다거북은 광고판이나 가로등 조명을 빛으로 착각해 엉뚱한 곳으로 향하다 차에 치이거나 수영장에 빠져 죽는 사례가 무척 늘었어요. 야간 인공조명은 플랑크톤에서 산호초, 어류, 고래까지 거의 모든 해양 생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의사소통과 생활 주기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결국 성장률과 생존율, 번식 성공률을 매우 낮춘다고 해요. 그뿐인가요, 식물 또한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어요. 식물은 밤에도 빛을 받으면 낮인 줄 알고 계속 광합성을 하다 보니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열매 맺는 활동을 못 하게 돼요. 가로수에 24시간 빛을 비추면 나뭇잎이 말라 죽지요. 또 꽃 피우는 시기를 헷갈려 잘못 꽃을 피워 수분이 어려워졌는데, 이는 곤충들까지도 힘들게 해요. 낙엽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잎의 색깔이 갈변하고, 옥수수 같은 작물은 꽃이 피지 않거나 속대가 채워지지 않는 현상이 생기지요. 제가 정리한 사례는 아주 일부밖에 안 돼요. 무수한 생물이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 빛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어요. 시골은 괜찮다고요? 구례의 밤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와 비교하면 빛공해로부터 꽤 안전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인간을 기준으로 한 생각이 아닌지 돌아봐야겠어요. 지리산국립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우리 구례는 다른 도시들보다 빛공해에 노출된 야생동식물이 많은 지역으로 볼 수 있어요. 참고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이 인근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빛에 무척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2020년 덕유산리조트 인근의 빛공해가 가장 번화한 무주읍만큼 강해서 국립공원에 사는 하늘다람쥐 등 무수한 동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어요. 도시의 불빛뿐만 아니라 골프장이나 스키장, 캠핑장, 다리 조명처럼 비도시 지역이면서 야생생물 서식지 인근에 설치된 조명의 빛공해는 도시에서보다 야생생물에 끔찍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규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예요. 구례의 밤이 얼마나 밝은지를 조사한 결과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려 했지만, 군청이나 군의회 누리집 등을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어요. 혹시 인공조명에 의한 농작물 피해 등을 정리한 자료는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도 없더라고요. 당연히 조명, 가로수, 빛공해 관련 조례도 없었고요. 현재 우리나라 17개 시도 전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했지만, 전남, 전북, 세종, 경북, 강원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어요. ‘조명환경관리구역’은 빛공해를 막기 위해 인공조명의 환경과 수준을 등급별로 구분한 구역인데요, 가로등, 보안등, 공원등 등의 공간 조명과 허가 대상 옥외광고물 등의 빛 양을 조사해 허용기준에 맞도록 규제하는 일이에요.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만으로 빛공해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친 인공조명이 자연이나 농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막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새벽에도 반짝이는 구례의 다리 조명은 끌 수 있겠지요. 생활 빛은 적당히, 지나친 빛은 끄자 무조건 불을 다 끄자는 말이 아니에요. 필요하지 않은 조명을 밤늦도록 켜 놓지는 말아야죠. 될 수 있으면 밤에는, 그저 보기 좋게 하려고 켜 놓은 조명을 모두 꺼서 야생생물이 원래 살던 리듬에 맞게 살도록 배려하면 좋겠어요. 특히 지리산을 곁에 둔 구례는 빛공해가 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이도록 힘써야 하는 지역이잖아요. LED 조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를 덜 쓸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소비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조명 사용이 늘면서 빛공해가 문제가 더 심해진 전 세계 현상에서 보듯, 우리는 그저 효율 좋은 등이나 환경 영향 적은 등으로 바꾸는 정도로 문제를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될 거예요. 인간이 만든 밝은 밤이 동식물에겐 끔찍한 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밤이 밤다워야 살 수 있는 동식물에게서 밤을 빼앗지 않도록 필요한 노력을 함께하는, 밤에는 어둡고 마음은 밝은 동네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 구례읍의 새벽 한 시. 멀리 서시천 다리 조명이 여전히 가지각색으로 빛나고, 건물 외관 등은 눈부셨으며, 어느 길엔 알록달록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몇 시까지 켜져 있을까. 한 시까지 기다렸지만 꺼지지 않았다. 버들 (독립연구자) -
정정환 08-05 06:00
산청 산사태는 국가가 만든 재난이었다
산청 산사태는 국가가 만든 재난이었다 “기후위기 탓”으로는 가릴 수 없는 진실 – 산청 산사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2025년 7월 19일, 산청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 중 산청이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마을을 덮친 산사태는 인명피해와 삶터를 무너뜨렸다. 산림청은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호우”라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본 것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산사태 현장과 산림청의 벌목피해가 컸던 부리마을. 이곳은 2010년 산불이 난 뒤, 산림청이 2011년에 ‘모두베기’ 벌목을 진행했던 지역이다. 벌목 이후 식재한 나무들은 대부분 죽었고, 주변에서 날아든 침엽수와 활엽수가 식재림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번 산사태는 그 벌목지의 능선부에서 시작되어 마을을 덮쳤다. 이웃한 모고마을에서도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벌목지 사면에서 시작되었고 일부는 임도에서 발생하였다. 부리마을의 산사태지역을 들어가보니 벚나무 식재림과 그 식재림을 관리하기 위해서 숲가꾸기를 진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인위적인 교란이 벌목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던 곳이었다. 모고마을을 조사하던 중 알게된 놀라웠던 사실은, 2021년에도 같은 임도에서 산사태가 한 차례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땐 운 좋게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4년 만에 더 큰 재난이 되풀이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도 산림청은 “기후위기 탓”이라고 말한다. 2021년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점(화살표가 발생지점과 방향) 2025년 발생한 모고마을의 산사태(붉은색 화살표는 산사태의 발생지점과 진행 방향이다. 모고마을을 덮친 주 산사태, 바위지대와 나무가 없는 지점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부리마을의 산사태모습, 송전탑에서 시작한 산사태도 있었다. 내부를 들어가보니 벚나무를 식재하고 인위적인 ‘숲가꾸기’가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하층에 관목과 아교목층이 없다. 숲가꾸기를 한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사태의 발생지점 중 한 곳은 송전탑 아래였다. 파란색 방수포 위쪽에 송전탑이 있다. 산림청은 2025년 산불이 발생하였을때 산사태 발생률이 200배 증가할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구곡산의 국립공원 구역은 2025년 산불이 크게 났지만 단 한 건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숲가꾸기도, 임도도 없던 자연림이었다. 공원구역 밖의 구곡산도 눈에 뛰는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하동의 두방산 임도에서 산사태가 있었지만 산불이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대부분 임도와 벌목이 이뤄진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시천은 비가 산청읍보다 더 많이 왔지만 손대지 않은 숲은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산사태를 불러온 진짜 원인은 기후위기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무분별한 벌목과 임도 건설, 그리고 '숲가꾸기'라는 이름의 인위적 개입이 산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산림을 건강하게 한다지만, 오히려 산불과 산사태에 취약한 숲으로 만들어 놓았고 대형 재난을 불러들였다. 그러고도 산림청장은 단 한번도 사죄를 한 적이 없다. 이런 뻔뻔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산사태의 원인을 조사하는 주체는 바로 산림청이라는 것이다. 산림정책을 직접 수행하고 산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 원인조사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대형 산사태가 날 때마다, 산림청은 원인을 외면한 채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결론을 낸다. 그 결론은 언제나 같다. “기후위기” “자연재해” “불가항력”이라는 말로 끝난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재난은 반복된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산림청의 정책을 신뢰하고, 재난을 기후위기 탓으로만 돌리며 반복될 피해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산림정책의 방향을 근본부터 전환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재난에 강한 산을 되찾을 것인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연은 우리가 손대지 않을 때 가장 강하다.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재난은 계속될 것이다. 하동 묵계의 한 산불진화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 처음 만들어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지점이다. 사람이 손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재난이 국가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 -
삵 07-30 17:43
산사태, 산불이 아니라 벌목 때문이라니까요
산사태, 산불이 아니라 벌목 때문이라니까요 - 지리산사람들 산사태 현장 답사 및 인터뷰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연석회의는 이번 호우 뒤 산사태를 겪은 산청군, 하동군 현장을 찾아 조사했습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와룡산은 지난 극한 호우로 여러 갈래 산사태가 터져 네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살아 온 주민들은 대규모 벌모으로 산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또 실제 현장을 찾은 전문가와 지리산사람들 모니터링단도 산사태가 산불 때문이 아니라, 산불 이후 벌어진 대규모 벌목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와룡산과 달리 시천면은 지난 산불 이후 벌목하지 않은 채 남은 나무들이 흙을 붙잡고 있어 산사태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여전히 산불 이후 나무들을 모두베기 하거나 임도를 내는 등 산사태를 키우는 방식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하동군 청암 묵계 임도에서도 추가 산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과도하게 임도를 놓고 산을 깎는 행위들이 산사태를 부추깁니다. 이미 많은 조사와 다양한 다큐 보고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의문을 갖는 산림청의 벌목 사업, 그리고 임도 확장 사업! 더 많은 희생을 불러오기 전에 제발 멈추고 돌아봐야 합니다. 아래 영상은 이번 답사 결과를 담은 MBC 보도 내용입니다. 함께 보시고, 더는 죄 없는 나무와 산과 모두의 목숨이 희생되지 않게 널리 퍼뜨려 주세요. 산사태 지역 살펴보니‥'산불 보다 벌목이 피해 여부 갈랐다' (2025.07.29/뉴스데스크/MBC) 영상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JdwkuUzm9QQ "경남 산청은 지난 3월 산불에 이어, 얼마 전 폭우로 인한 산사태까지, 연달아 큰 재난 피해를 입었죠. 산림청은 산불이 나면 이후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산불 자체보다는 그 이후 '벌목'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무를 베어버린 게 산사태 원인이 된 게 아닌지 관계 부처에 거듭 확인을 지시했는데요...." -
버들 07-21 12:31
[기후+마을] 나무 없는 거리, 인권 없는 거리
나무 없는 거리, 인권 없는 거리 구례군에서 살면 나무를 꽤 많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리산이나 봉성산에 가지 않는 한, 일상에선 다양한 나무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길가의 나무는 집 밖으로 나와 처음 마주하는 자연입니다.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가 정작 길에 자연이 별로 없다니. 사진. 늘어선 나무가 거의 없어 한여름 땡볕에 고스란히 달궈진 구례군의 거리들. 나무 없는 길은 반인권적 길거리에 늘어선 나무는 봄부터 푸르른 녹음으로 마음을 달래 주고, 여름엔 뜨거운 태양 빛을 가려 주고, 사계절 변화를 느끼게 해 주지요. 아시다시피, 기후위기 시대에 길거리 나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나무가 늘어선 도심 녹지는 나지보다 온도가 평균 3~7도 더 낮고 습도는 9~23% 높습니다. 또 미세먼지를 평균 25.6%, 초미세먼지를 평균 40.9%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길에 늘어선 나무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또 동물과 곤충이 살고 쉬고 먹이를 구하는 보금자리가 되어 도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도 도움을 주지요. 나무 길은 한여름 불볕더위를 줄여 주어 동식물과 인간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구례의 거리에서 나무 한 그루 보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구례엔 일단 보행로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보행로에도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커다란 나무 없이 땡볕을 고스란히 받아 달궈진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은 걷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이렇게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나무 하나 없는 길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웬만하면 자동차를 덜 타려는 자발적 뚜벅이들을 탄소 유발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운전하기 어려운 어르신이나 장애인과 차가 없는 어린이 청소년은 선택지조차 없이 그저 이 열기를 참으며 걸어야만 합니다. 가로수가 없는 길은 반인권적입니다. 주차장 말고 녹지를 주세요 불볕더위 날 수는 더욱 늘 거라는데 구례도 이런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나무를 거리 곳곳에 심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덜 탈 수 있는 교통정책과 보행로 역시 먼저 만들어져야 할 테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행로와 가로수가 늘기는커녕 계속 주차장만 새로 만들어지고, 자동차 타는 이들이나 멀리서 오는 관광객을 위한 정책만 있는지. 구례군은 실제 구례에 사는 사람을 위한 녹지 공간을 늘리고, 보행로에 나무를 심어 보행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도시숲과 거리 나무를 늘리기 위해 2021년 6월 10일부터 시행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구례군은 2025년 1월에 “구례군 도시숲 등의 관리지표 측정·평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구례군 도시숲 28개소와 가로수 14개소를 목록화해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결과가 좀 의아합니다. 보고서 속 표준지들 상당수가 시민들의 활동 공간 밖의 장소였습니다. 구례군이 발표한 보고서의 목적은 “도시숲의 변화상을 모니터링 및 평가하여 도시숲 조성·관리 계획 방향성 제시”인데, 시민들이 찾지도 않고 갈 수도 없는 곳들을 표준지로 선정해서 조사하고 그걸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의아합니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명이라도 올까 싶은 백련마을숲이나 까막정주차장공원, 밤재산수유공원, 청마기후대응도시숲, 이걸 숲이나 녹지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은 군청 앞 교차로 경관숲, 녹색쌈지숲, 터미널 녹지, 그리고 생활권과 동떨어진 백두대간생태교육장, 공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봉북어린이공원, 구례노인회관 이런 곳들이 도시숲 표준지였고, 가로수 표준지 역시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차로 바로 옆이 많았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생물다양성 항목을 빼고는 생태적 건강·활력도, 사회·경제적 편익, 유지관리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하거나 양호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도시숲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규칙을 만들어 활용하려는 배경에는 “산업화, 도시화 등의 부작용인 미세먼지 농도의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불볕더위 증가 등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권 숲이 늘어나야 한다는 과학적 사회적 요구가 있습니다. 구례군도 이런 문제의식을 깊이 느껴 시민의 일상에 푸르른 녹지를 제공하고, 거리 자체가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에 맞게 변화할 수 있게 도시숲을 제대로 갖추고 평가함으로써 관련 정책을 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구례군의 생활권 도시숲은 정말 모자랍니다. 시민들의 녹색 수요를 충족시킬 수도 없고, 도시생활권 환경 문제를 해소할 수도 없습니다. 보행 약자들의 인권마저 침해할 정도로 거리 나무도 없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이 마을에 사는 시민을 위해 시민들이 바라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도시숲, 마을숲, 경관숲, 학교숲, 가로수가 만들어지고, 시민들과 함께 가꿔 가면 좋겠습니다. 버들 (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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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재 11-22 21:38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첫 얼음 어는 소설
첫 얼음 어는 소설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소설(小雪)에 첫 눈 기다리지 마세요. 대설이나 크리스마스에 첫 눈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함박눈이 아닌 싸리눈 정도 흩날리는 게 보통이에요. 괜히 방송 등에서 첫 눈 기다리게끔 들뜨게 만드는 건데 우리 기후를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24절기가 중국 화북지방에서 만들어져 우리 기후와는 맞지 않는 표현들이 있는데 소설 대설이 대표적이고 소한 대한 추위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눈은 대한 입춘 즈음해서 많이 내리고 추위도 대한보다 소한이 더 매섭거든요. 눈도 영동 지방의 경우엔 오히려 봄에 많이 내리지요. 우리 소설의 대표적인 날씨 현상은 첫 눈이 아닌 첫 얼음이 언다는 겁니다. 겨울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알람이에요. 그래서 소설이 되면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개구리 뱀 곰은 겨울잠 자러 들어가고 모든 생명은 겨울 날 준비에 바쁘지요. 그럼 사람은 뭘 할까요? 맞습니다. 김장과 땔감 준비를 하지요. 그렇게 겨울을 대비하라고 소설엔 반드시 추위가 찾아듭니다. 겨울을 알리는 알람이라고 한 이유에요. 예부터 소설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반드시 춥다고 했어요. 하필 이 즈음 대학 시험을 보느라 소설 추위는 다 잊고 입시추위로 착각들 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사람들을 다 철부지로 만들고 있는 꼴이에요. 철을 잊고 사는 세태는 소설추위를 잊은 것에 멈추지 않습니다. 한겨울에도 런닝바람으로 겨울 나는 게 요즘 모습이잖아요. 뿐입니까? 한여름엔 긴팔 와이셔츠에 폼나는 긴팔 양복 정도 입어주어야 가오(?)가 서는 분위기죠. 저 어릴 때 이런 표어가 있었어요.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말이요. 근데 이건 순전히 철을 거스르는 철부지 어린이의 표어라는 걸 제가 존경하는 한 한의사 선배의 책에서 배웠습니다. 철 든 나라의 어린이는 여름엔 늦게 자되 일찍 일어나야 하고, 겨울엔 일찍 자되 늦게 일어나야 한다는 말이었지요.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막힌 말이죠? 제가 절기 공부하고부터 늘 머리에 담아 둔 구절이었습니다. 그럼 철을 거스르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면 늘 가로등에 노출되어 있는 가로수를 생각해봅시다. 사계절 밤새 빛에 노출되어 있다는 건 항상 광합성을 하라고 자극하는 것과 같죠. 잠을 못자게 하는 거에요. 겨울이 되었는데 잎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낙엽수도 더러 있답니다. 잠을 못자는 것도 문제이지만 맹추위가 오면 얼어죽을 수 있다는 겁니다. 겨울 얘기는 아니지만 밤새 불을 켜두어 잠을 못자게 해서 재배하는 작물이 있어요. 바로 깻잎입니다. 들깨는 단일(短日)식물이라고 해서 빛이 짧아지면 꽃을 피우는 작물이에요. 꽃피고 알곡을 맺으면 양분이 그리로 몰려 잎이 부실해집니다. 깻잎은 잎을 키우는 게 목적이니 꽃피지 못하게 조명을 비춰주는 겁니다. 그런 깻잎이 과연 정상일지 의문이에요. 벼도 단일식물이랍니다. 근데 벼는 알곡이 목적이기에 빛을 쐬어주면 안돼요. 그래서 시골에 큰 건물이 들어서면 농부님들이 싫어하는 거에요. 한번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농업을 좋아해 광화문 광장에 논을 만들기로 했는데 서울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한참 바빴답니다. 거리의 자동차 라이트가 비추는 빛이 벼 이삭 패는 걸 방해할까봐 조도(lux) 조사하느라 그랬다는군요. 다행히 이삭 패지 못하게 할만큼은 아니어서 논을 조성했고 이삭도 잘 팼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 쌀나무(?)에서 달리는 줄 아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되었을 겁니다. 동대구역 앞에도 벼가 익는 논이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철이 들면 뭐가 좋을까요? 철이 든다는 건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사는 건데요, 반대로 자연을 거스르면 에너지가 많이 듭니다. 가령 폭염을 이기려고 에어콘 밑에 살면 전기값이 많이 나오겠지요. 그렇다고 마냥 시원할까요? 실외기 열기로 주변을 덥게 만드니 더 에어콘 의존도를 높이죠. 이게 문명 이기의 패러독스입니다. 철이 드는 일은 자연과 가까워지거나 자연과 하나되는 일입니다. 자연에 가까워지면 에너지도 적게 들뿐더러 삶에 거슬림이 적어집니다. 적당히 더위도 받아들이고 적당히 추위도 받아들일 줄 알면 삶이 순조롭지 않겠어요? 그게 깊어지면 삶에 신명이 날 겁니다. 앞에서 말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건 즐기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과 통하죠. 오늘(11월 22일)이 소설인데 영하의 추위는 18일날 왔어요, 그런데 의외로 별로 춥지 않았네요. 그 추위 때문에 무가 얼까봐 이틀 전 수확해 시래기도 엮고, 김장에 쓸 것 신문지에 싸 두고 남는 건 깍두기 담고 그러고도 남는 건 무밥, 무나물 용 반찬거리로 남겨두었습니다. 물론 내년에 씨 받을 종자용 무는 제일 좋은 걸로 잘 보관해두었지요. 동치미는 놓쳤어요.ㅋ 근데 저도 이번 추위는 그리 춥지 않을거라 보기는 했어요. 일단 아직 음력으로 9월인데요, 이는 12지지 중 술(戌)월로 겨울 달인 10월(해亥月)로 넘어가는 직전이에요, 일진으로 보아도 추울 날씨 같지는 않더라구요. 그렇지만 이런 철에는 좀 호들갑을 떨어야 합니다. 자칫 한방에 공든 탑 무너질 수 있거든요. 추위 예보에도 굴하지 않고 캐지 않은 이웃의 무를 보니 역시 멀쩡하더이다. 그렇다고 방심하면 안돼요. 일단 무는 자랄만큼 자랐기에 더 놔둘 이유도 없는데다 얼진 않아도 자칫 바람들 우려가 있으니 제 때에 거두는 게 맞습니다. 소설은 음력 10월에 드는 게 정상인데요, 올해는 음력으로 10월 3일입니다, 윤6월 땜에 너무 빠른 겁니다. 일기 예보를 보니 소설 지난 다음 주 초에 비오고 추워진다는데 그게 아마 소설 추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을 날씨가 비도 많이 오고 따뜻해 단풍도 늦고 잎도 떨어뜨리지 못하는 나무들이 안쓰럽다고 했었지요. 늦었습니다만 다행히 단풍 들자마자 떨어지는 낙엽으로 온 세상이 정신없고 쓸쓸합니다. 그렇지만 낙엽들이 쌓이자마자 가물까 걱정입니다. 뉴스를 보니 강원도엔 가뭄이 심해 벌써 큰 산불이 났어요. 저희 동네도 걱정되어 밭 주변 산 숲에 들어가 봤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수북이 쌓인 낙엽들이 말라있는 게 한 눈에 들어오네요. 가을 비로 낙엽이 적셔져야 하는데 지난 가을 비는 따뜻하게 내려 낙엽을 못 떨어뜨리게 하더니 정작 낙엽 떨어진 후로 비가 와도 찔끔이에요. 그런데다 산의 나무들은 너무 빽빽해요. 낙엽은 불쏘시개고 빽빽한 나무들은 장작 같이 보이니 제 노파심이 너무 큰 걸까요? 그러길 바랍니다. 원래 숲의 쌓인 낙엽들은 거름이었고, 잡목들은 땔감이었어요. 그렇게 숲을 이용해야 빛도 들어가고 바람과 물이 잘 통해 나물도 잘 자라고 다람쥐가 수북한 낙엽 속에 가려져 도토리 찾지 못하는 일도 없으니 숲은 생명의 보고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농부가 숲을 이용하지 않으니 숲이 너무 우거져 산불도 위험하지만 먹을 것도 없어요. 저는 이도 식품사막(Food desert)이라고 봅니다. 저희 밭은 수리산 자락 바로 밑에 있는데 겨울이 되면 산 짐승들이 저희 밭쪽으로 내려옵니다.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에서부터 수리부엉이와 매도 내려와 밭 위로 날아 다니죠. 겨울이 되니 산에 먹을 게 별로 없어서 일 겁니다. 저는 수리부엉이와 매의 위용을 보면 그 포스가 주는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한번은 원두막 너머에서 “끼야~”하는 매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려 하늘을 쳐다 보았더니, 제가 있는 줄 모르고 낮게 날아오던 매가 제 눈과 마주치자 깜짝 놀라 하늘로 급상승하는 거지 뭡니까? 제가 더 놀랐을 겁니다. 저와 마주친 빛나는 눈매와 급상승하는 포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뒤로 자빠질뻔 했거든요. 근데 요즘 눈에 밟히는 씁쓸한 풍경이 있어요. 제가 매만큼 좋아하는 새로 부부가 쌍으로 날아다니는 수리부엉이입니다. 두 놈이 높은 하늘 위에서 맴도는 위세를 보면 멋있다는 탄성이 절로 나지요. 근데 이 놈이 몇년째 혼자 날아다니는거에요. 이혼을 한 건지, 짝을 못 찾은 건지 모르겠으나 삶이 힘들어진 것은 분명해 보여 참 안쓰럽기 그지없더이다. 웬지 내 탓 같아 미안하기도 하구요. ㅋㅋㅋ * 대문 사진 : 왼쪽부터_내년에 쓸 볍씨, 무 시래기, 옥수수 씨, 김장 때 쓸 마늘. 볏짚으로 엮은 무 시래기가 영 아마추어 티가 납니다. 멀리서 보니 그럴 듯은 하지요?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강수돌 11-14 14:27
[뒤웅박 씻나락] "AI(인공지능) 시대와 대안적 삶" 강수돌
AI(인공지능) 시대와 대안적 삶 강수돌(고려대 명예교수, 하동군민) 사진: Unsplash의Matthew Henry 2025년 10월 말, 경주 APEC 회의장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이가 있다. 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리는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다. 대만 출신으로 10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 최고 기업의 대표가 되었으니 얼핏 ‘인생 성공’처럼 보인다. 그가 영웅처럼 된 것은 ‘26만 장 GPU’ 때문이다. 그는 APEC 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한국 주요 기업 총수들 앞에서 최신 GPU 26만 장 공급이라는 “깜짝 선물”을 약속했다. GPU란 그래픽처리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즉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략 자산인데, AI 개발에 필수품이라 한다. 그런데 말이 선물이지 GPU 하나가 약 1억 원짜리 상품이다. 세계 각국이 ‘새로운 먹거리’랍시고 AI 경제에 사활을 거는데, 그 핵심이 바로 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의 문제기 때문! 한국이 26만 장의 GPU를 확보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GPU 확보국’이 된다며, 모처럼 정부, 재벌, 국민이 웃으며 함께 손뼉을 친다. 이 26만 장의 GPU는 정부가 최대 5만 장,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이 각기 5만 장씩,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 장을 사용할 것이라 한다. 그렇게 해서 회사마다 AI를 활용한 공장이나 상품을 만들 모양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계획처럼 진행되면, ‘국민주권정부’ 아래 온 국민의 삶이 좋아지는 것인가? AI 경제가 발달하면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대로 ‘국민행복 사회’가 될 것인가? 내 대답은 불행히도 ‘아니올시다!’이다. 왜? 그 이유 중 딱 한 가지만 집중해 보자. 그것은 바로, 전력 문제다. 왜 그런가? 우선, AI 시스템은 자체 학습과 추론 수행 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컴퓨팅 능력이 요구되어 ‘데이터센터’ 안에 탑재된다. 따라서 AI 확대는 결국 데이터센터의 소모 전력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물론, 가솔린 자동차에 대한 ‘친환경적’ 대안으로 부각된 전기자동차(EV), 각종 빌딩의 난방·냉방 장치, 산업의 전기화 등도 전력 소비 증가 요인인데, 여기서는 AI와 직접 연결된 데이터센터에 초점을 맞춘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최근 발간한 ‘Global Energy Review 2025’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2년 기준 460TWh에서 2026년에는 1,050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보았다. 또, 글로벌 에너지 인텔리전스 기관인 Rystad Energy는 한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전기자동차(EV), 난방·냉방 등 전력 수요 확대 요인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최대 30%까지 급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경우,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2년 9월 기준 147개소에서 2029년엔 784개소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역시 1.8GW에서 2029년 41.5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커질 터인데, 핵발전소 하나가 1GW의 전력을 생산한다고 보면 향후 ‘초대형 데이터센터’ 하나만 해도 7개의 핵발전소가 필요(7GW)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편,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도시 100만 가구’에 맞먹는 전력 소비를 한다고도 한다. 그 정도로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측처럼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6~700개나 추가 건설될 경우, 국내 데이터센터의 필요 전력량은 약 50GW까지 늘 전망이다. 이를 송전 과정의 전력 손실분(약 7%)까지 고려하면, 1GW급 핵발전소를 약 53기나 추가 건설해야 할 판이다. 최근엔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대안처럼 부상되나 여러모로 대안이 아니다. 요컨대, AI 경제를 계획처럼 만들어가려면 50GW 이상의 전력이 추가로 요구된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이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전력을 어떻게 추가 생산할 것인가? 우선, 현재 한국에서 쓰이는 에너지 구성은 거칠게 보아 화석연료(석탄, 가스) 전기가 약 60%, 원자력 전기가 약 25%, 신재생에너지 전기가 약 15% 차지한다. 화석연료 발전은 기후위기를 부르는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하기에 더 이상 증가할 순 없다. 그러나 현실 경제는 ‘눈감고’ 화석에너지를 계속 쓰려고 한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은 ‘핵쓰레기’ 문제로 더 이상 불가하다. 지금도 한국은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암 유발 물질)인 사용 후 핵연료봉이 약 2만 톤, 개수로 약 230만 개나 쌓이고 있어 아주 골칫덩어리다. 향후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한다는 건 거의 ‘자살 테러’ 수준이 된다. (원래 사용 후 핵연료봉은 고준위 방사선이 반감기가 될 때까지 지하 500미터 이하에서 무려 10만~30만 년 동안 묻어 두어야 할 정도다. 이는 사용 후 핵연료의 독성이 천연 우라늄 수준으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토록 길기 때문이다. 국내엔 그런 저장소가 없다. 저장소 하나 건설에도 무려 30년 이상 걸린다. 그나마 현실적 대안은 신재생에너지인데, 그 비중이 기껏 20% 정도인 게 현실이다. 결국 화석에너지와 온실가스, 기후위기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는 결론이다.) 또 다른 큰 문제는 신규 데이터센터 중 약 85%가 수도권에 지어질 계획이란 점이다. 이게 문제가 되는 까닭은 전력 공급처인 발전원이 전국 각지, 특히 동·서·남부의 해안(풍력, 태양광 발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력의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과 들, 마을을 지나는 ‘전력계통’(송전선, 송전탑, 변전소, 전력망 등)을 깔아야 한다. 그래서 이미 부안, 임실, 곡성 등지에서 ‘대책위’ 중심의 투쟁이 조직되고 있다. 일례로, 11월 10일 오전 곡성군청 앞에서는 ‘초고압송전탑/변전소 전면백지화를 위한 곡성군대책위 출범식 및 투쟁선포식’이 열렸다. 농촌 공동체를 파괴하는 송전탑변전소 건설사업 결사 반대, 주민을 들러리 세우는 입지선정위원회 해산 등이 주요 구호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 다행히 지리산권, 섬진강권, 남해안권은 AI 경제와 연동된 데이터센터나 용인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향후 전력 소요량이 폭증하게 되면 하동화력발전소나 지리산양수발전소 외에 또 다른 부하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사회 전반이 갈수록 더 강한 고에너지 시스템으로 변한다면 이들 지역 역시 그 회오리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참된 대안은 ‘조금 먹고 조금 싸는’ 사회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우리들 역시 그런 시스템과 함께 살아갈 새로운 감수성으로 일상을 재구성하는 것 속에 있을 것이다. 소농 공동체, 읍면 자치, 생태 마을, 협동조합 등이 구체적 사례다. 지리산과 섬진강, 다도해는 (인간이 오염,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자연 그 자체만으로도 ‘영원히’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주거 공간과 휴양처를 선물한다. 자연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조심스레 감사하며 산다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공생할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 요컨대, ‘탈(脫) 자본, 진(進) 생명’이 자기 파멸적인 AI 경제에 대한 대안이다. ‘젠슨 황의 GPU’ 없이도 행복한 삶은 얼마든 가능하다. 뒤웅박 씻나락 칼럼 '뒤웅박 씻나락'은 이듬해 종자로 쓸 귀한 볍씨를 가리키는데요, 이 칼럼의 글들이 뒤웅박 씻나락으로서 앞으로 생명·평화·나눔·돌봄·연대의 사회를 위한 씨앗이자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며 만든 칼럼입니다. 지리산 자락 삶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삶의 모습이 되길 꿈꾸는 <지리산인>의 바람을 담아, 지리산 곳곳에 계신 씨앗 같은 이들의 삶과 생각을 싣고자 합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여러 살림꾼들이 돌아가며 글을 씁니다. <지리산인>의 뒤웅박 씻나락 칼럼을 기쁘게 받아 주세요. -
이선재 11-08 22:02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입동 소식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입동 소식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보통은 입동이 되면 단풍이 절정이든가 절정을 막 지날 때입니다. 무 배추는 서리 맞아 맛이 깊어지는데 무는 별안간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버려 못 먹기에 신경을 바짝 쓰고 있어야 합니다. 추위 전날 캐서 무청은 엮어 시레기 널고 무는 땅속에 묻습니다. 저는 그냥 신문지로 싸서 종이상자에 넣어둡니다. 곧 김장 담그니 헐하게 싸도 되지만 김장 담고 남은 무들은 낱개씩 꼼꼼하게 싸서 종이박스에 넣고는 영하로 내려가지 않을 방구석에 보관합니다. 고구마는 따뜻한 곳에 두지만 무는 그렇다고 따뜻하면 안돼요. 냉장고는 습기 찰 우려 있어 조심하는 게 좋구요. 배추는 끈이나 볏짚으로 묶어주는데 이는 결구 잘 되라고 하는 게 아닌 보온 때문이에요. 그래서 날 따뜻한데 묶어주었다간 벌레만 꼬일 수 있어요. 한로와 9.9절 사이에 심은 밀, 보리, 호밀 등은 입동 전에 새싹이 나는 게 좋습니다. 옛말에 입동에 보리 뿌리가 세 갈래로 갈라지면 풍년들 조짐이라고 했지요. 겉으로 볼 때 잎은 두 갈래로 갈라져 최소 세 치 정도면 좋습니다. 적당히 잘 자란 겁니다. 덜 자라도 웃 자라도 동해 입기 쉽거든요. 입동 지나 배추 김장 담그기 전에 총각 김치를 담급니다. 김장에 채 썰어 속을 만들 무로는 동치미 담지만 그것으로도 남는 무로는 내년 봄에 먹을 무짠지를 담습니다. 소금 물로만 담는 무 짠지를 어른들은 뭐가 맛있다고 좋아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이 드니 그 깊은 맛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소금에 쩔은 무를 나박나박 썰어 맹물에 담가 채 썰듯 파 띄우면 그 국물 맛과 무 맛이 기똥 찹니다. 입동은 보통 음력 10월 전후로 드는데 올 입동은 윤6월에 영향 받아 음력 9월 18일에 들었습니다. 매우 빠른 거죠. 말하자면 겨울이 빨리 오는 건데 그러다보니 그 겨울이 따뜻한 겁니다. 아마 올 겨울도 온난화니, 이상 기온이니 하며 호들갑이 난리일 것 같습니다. 저는 따뜻한 것보다 가물까봐 더 걱정입니다. 입동 일진이 경진庚辰인데 하필 이 경자가 가문 기운이거든요. 입동은 겨울의 첫단추이고요. 앞의 상강에서 말했듯이 나뭇잎이 단풍 들 새도 없이 겨울을 맞으면 떨켜 만들지 못해 낙엽을 떨어뜨리지 못한 채 겨울을 맞아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산들의 숲은 무원칙하게 너무 우거져 대형 산불이 잦잖아요. 입동은 말 그대로 겨울의 시작이니 겨울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다음에 오는 소설 전에는 끝내는 게 좋습니다. 소설에 꼭 추위가 오기에 미리미리 해 두어야죠. 겨울 준비의 핵심은 먹을 것과 땔감입니다. 옛날엔 김장 담그고 연탄 들여놓으면 어머니가 그렇게 든든해 하셨어요. 그런데 농부는 더 있어요. 겨울에 대비한 토양 관리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겨울과 여름에 토양이 제일 피해를 봅니다. 여름의 폭염과 장마로 망가지고 그 다음으로 겨울의 추위와 가뭄과 바람으로 망가집니다. 지금은 겨울이 덜 춥지만 가뭄과 바람은 여전합니다. 땅을 말리는 가뭄의 피해는 알 수 있지만 바람이 땅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잘 모르죠. 그러나 제주도 가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스산한 겨울 바람이 몸 속을 파고드는 걸 보고 결코 제주도가 따뜻한 곳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지요. 그 바람이 흙을 날려 버립니다. 토양 유실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제주도에 많은 돌들이 고마운 겁니다. 흙을 바람으로부터 잡아주니요. 입동 전후로 농부는 참으로 바쁩니다. 여름 작물 수확해야지, 월동작물 파종해야지, 씨도 받아야지, 김장 해야지 등 진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땅 돌보는 데 소홀한 경우가 많아졌어요. 시골 가보면 겨울에 그냥 방치되다 시피 한 경작지를 쉽게 볼 수 있거든요. 아마도 고령화 때문이기도 할 거구요, 기계와 자재가 발달해 덜 신경쓰는 것도 한 몫 할 겁니다. 그런데 겨울을 잘 대비하면 봄이 참으로 축복입니다. 그 부활의 기운이 감동이거든요. 그럼 소설에 뵙지요. 입동 전후 농사 일정:제 개인 일정임을 감안해주기 바랍니다. 볏가리 사진 설명 옛날엔 벼를 바로 탈곡하지 않고 볏가리 쌓아 그때그때 먹을만큼만 탈곡 도정해 먹었습니다. 알곡 달린 이삭을 안쪽으로 해서 원기둥으로 쌓고 위로는 지붕처럼 이엉을 엮어 얹으면 비도 스며들지 않고 쥐도 들어가지 못했다니 조상들의 지혜가 대단하죠? 미리 도정하지 않아 늘 신선한 걸 먹었으니 건강에도 좋았을겁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김석봉 10-30 16:32
[뒤웅박 씻나락] "사람만이 희망이라면" 김석봉
[뒤웅박 씻나락] 사람만이 희망이라면 _김석봉 (ⓒ한국저작권위원회) 지난주 동네는 소란했다. 119 응급차가 드나들면서 네 명의 이웃이 동네를 떠났다. 배불뚝이 정 씨는 밭에 나가 끝물고추 살피다 전동차가 밭두렁을 굴러 피를 철철 흘리며 병원에 실려 갔고, 소주를 양푼에 따라 마시던 대밭머리 박 씨는 기어이 술병에 쓰러져버렸다. 대추나무집 상촌양반이야 골골 거린지 오래라 병원 문턱이 다 닳았다지만 골목 안 봉칠이 아저씨의 병원 길은 이웃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팔십 줄에 앉은 봉칠이 아저씨는 논농사가 많았다. 동네서 가장 멀리 떨어지고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다랑논 열 마지기에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모를 심었다. 봉칠이 아저씨의 병환은 거의 절망적이라는 말이 들렸다. 이제 살아서 돌아오기는 글렀다며 동네 이웃들은 저마다 혀를 찼다. 아침이면 늙은 아내를 싣고 그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는 봉칠이 아저씨의 경운기를 이제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가을이면 누렇게 여물어가던 논배미도 묵어 산짐승들 놀이터로 변해버리겠지. 봉칠이 아저씨만 그런가. 내가 이 산골에 들어오고 지금껏 세상을 떠난 이웃은 부지기수다. 뒷집도 옆집도 앞집도 모두 비었다. 이제 동네는 폐허의 길에 접어들었다. 스스로 텃밭조차 일굴 수 없을 노인네만 남았다. 묵어 풀숲이 되어버린 논밭은 개울 건너까지 바짝 다가왔다. 마당에서 건너다보면 고라니 뛰노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엊그제 밤에는 마당 앞 감나무까지 수리부엉이가 찾아와 울었다. 한때 귀농귀촌 열풍이 불던 시절이 있었다. 동네 뒤 언덕바지엔 포클레인이 온종일 뒤척였고 해마다 몇 채씩 집이 들어서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이 산골도 생기가 돌고 살 만 하려나. 모두들 기대에 차 있었다. 인구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던 군청도 앞장서서 귀농귀촌인 유입에 행정력을 쏟았다. 도로와 전기 수도시설을 지원하기까지 하면서 도시의 부동산개발업자들이 동네를 드나들었고, 곳곳에 새로운 주택지가 만들어졌다. 그 유행의 시절도 어느 시기부터 저물기 시작했다.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귀농귀촌자들은 하나둘 떠났고 동네 뒤 언덕바지에 지은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들렸다. 마을 주변 논밭들도 온통 천덕꾸러기가 되어 복덕방 매물 장부에 지번을 올렸다. “김 사장. 여기 사인 좀 해줘요.” 곶감 깎을 요량으로 감대와 바구니를 챙기고 있는데 이장이 불쑥 찾아와 두어 장 서류철을 내밀었다. “무슨 사인을?” “다음 주에 군수가 방문한대요. 그래서 발전위원회에서 무슨 사업을 신청할 것인가 주민 의견을 묻는 거요.” 서류철을 받아 훑어보았다. 주민숙원사업 조사서였다. 몇 개의 사업명이 적혀있었고 선택해서 서명하는 형식의 문서였다. 발전위원회의 의중이 담겼는지 특정된 하나의 사업에 서명이 몰려있었다. ‘칠선교 야간조명설치’라는 사업이었다. 뚱딴지도 이런 뚱딴지같은 사업이 있나 싶었다. 밤에 자동차를 타고 그 길을 가면 한 대의 자동차도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턱이 있나. 한 사람도 지나가지 않을 칠선교에 밤새 현란한 불빛을 밝히는 일이 어찌 숙원사업이 될 수 있을까. 소위 지역유지라고 하는 자들이 지역 여론을 주도하며 행정에 빌붙어 벌여 온 엉터리 같은 일은 한둘이 아니다. 행정에서 넌지시 말을 흘리면 그 지역유지들이 나서서 공론화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식으로 지역숙원사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장은 행정의 나팔수일 뿐 마을공동체를 가꾸고 살피는 일엔 관심조차 없다. 면사무소 이장회의 다녀오면 마을방송으로 전달사항 읽어주는 일이 유일하다. 그것만 하면 괜찮기라도 하지. 누구라도 이장에 선출되면 임기 내내 자기 잇속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자기 논밭으로 가는 농로 보수 작업이나 자기 집 주변 가로등이라도 하나 더 밝히려고 서둔다. 동네가 폐허로 변해가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지역이 소멸해 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현상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폐허의 그림자는 자기 발끝까지 다가오고 마침내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가 한 움큼씩 떨어져 나간다. 폐허로 변해가는 동네, 한밤중 인적 끊긴 적막 속에서 다리에 반짝반짝 불을 밝힌다고 무슨 도움이 될까. 차라리 모든 불을 꺼버리는 것은 어떨까. 그 짙은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를 날게 하고, 별을 더욱 빛나게 하고,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들리게 하는 것은 어떨까. 농사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공동체의 공공성을 되살리는 일을 숙원사업으로 정할 수는 없을까. 그런 일을 해 나갈 사람들은 없을까. 겉으로 나서서는 ‘시골이 큰일입네,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되네’ 하면서도 정작 무슨 행동도 하지 않았지. 하는 척하다가 금세 물러나 버리는 시늉쟁이였지. 하긴 나도 마을 일에 나섰다가 한순간 손 씻고 돌아앉아 버린 한심한 귀농자였지. 그 사이 지역은 더욱 한심한 모습으로 변해갔고, 동네는 더욱 어두워졌지. 연말이면 동네마다 대동회가 열린다. 대동회는 이장을 선출하는 자리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무너지는 공동체에 관심이 있다면 이장 선거에 나서 보자. 내년이면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유지들의 잔치가 아니다. 당신이 지역소멸을 걱정하고 어처구니없는 지역숙원사업이 지역을 망친다고 생각한다면 지방선거에 나서 보자. 사람만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 않던가. 사람만이 희망이라면 대동회를 외면해서도 안 되고 지방선거를 남의 일로 여겨서도 안 된다. 저 부패하고 무능한 지역유지들의 자리를 빼앗는 혁명의 길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지역이 살고 공동체가 살고 너와 내가 산다. (ⓒ김인호) 글쓴이 김석봉 1957년 경남 하동 옥종 농가에서 태어났다.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던 시기 교도관으로 유월항쟁을 맞이하였고, 1987년 진주교도소에서 문익환 목사를 만나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공동의장을 거쳐 2009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녹색당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했고, 2012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다. 2007년 경남 함양군 지리산 기슭으로 귀농하여 적지 않은 농사를 일구고 있다. 아내와 아들내외와 손녀까지 3대 다섯 식구가 모여 산다. 경남작가회의 회원으로 틈틈이 시를 쓴다. <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인문학과 생태학> 책을 썼다. 뒤웅박 씻나락 칼럼 '뒤웅박 씻나락'은 이듬해 종자로 쓸 귀한 볍씨를 가리키는데요, 이 칼럼의 글들이 뒤웅박 씻나락으로서 앞으로 생명·평화·나눔·돌봄·연대의 사회를 위한 씨앗이자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며 만든 칼럼입니다. 지리산 자락 삶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삶의 모습이 되길 꿈꾸는 <지리산인>의 바람을 담아, 지리산 곳곳에 계신 씨앗 같은 이들의 삶과 생각을 싣고자 합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여러 살림꾼들이 돌아가며 글을 씁니다. <지리산인>의 뒤웅박 씻나락 칼럼을 기쁘게 받아 주세요. -
이선재 10-27 22:20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상강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상강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상강 추위가 닥치니 곧 겨울이 오는 것만 같습니다. 상강 이틀 전, 일기 예보도 그렇고 일진을 살펴보니 서리가 내릴 것이라는 예감이 강해 서둘러 서리에 약한 애들을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토란, 고구마, 호박, 오이 같이 서리 맞으면 뜨거운 물에 데친 듯 축 늘어져 죽는 놈들에서부터 먹는 데에는 큰 문제 없으나 씨앗으로 쓰려면 서리 맞지 않는 게 좋은 생강, 벼, 조, 수수를 서둘러 거뒀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어 고구마 일부는 그냥 낫으로 줄거리만 거둬버렸지요. 줄거리만 제거해주어도 땅 속 고구마 열매에게는 별 문제 없거든요. 제가 심는 벼는 앉은뱅이라는 토종 벼로 키가 작아 그리 이름 붙여졌는데 이게 조생종에 가까워 밀과 이모작하기 딱 좋습니다. 정신은 없죠. 벼 수확하자마자 바로 밀 심어야 되고 봄엔 밀 수확하자마자 바로 물을 대서 써레질 하고 벼 모내기를 해야 하거든요. 올해는 서리나 추위가 일찍 올 것이라 봤습니다. 절기로 소서 즈음 개화하는 무궁화 꽃이 피면 100일 뒤 서리가 내린다 했는데 올해는 무궁화 꽃이 열흘은 일찍 개화했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중복과 말복 사이가 보통은 스므날인데 올해는 열흘밖에 안되어 서리나 추위가 일찍 오겠구나 했지요. 더군다나 윤6월로 음력으로는 여름이 넉달인데다 동지는 음력 11월초에 드는 애동지라 여름은 길고 겨울은 빨리 와 가을이 짧을 수밖에요. 그런 같잖은 가을조차 비가 장마처럼 끊이지 않았으니 겨울은 오히려 가물까 걱정입니다. 사실 저는 기후위기나 기후변화라는 말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걸 믿지 않는 게 아니라 괜히 사람의 잘못을 하늘 탓하는 것 같아서 그래요. 기후변화는 분명히 진행 중이며 이번 기후변화는 특히 더 클 것이라 봅니다. 지구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오는 기후변화이지만 이번엔 인간의 잘못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후위기, 곧 탄소와 온실가스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주범은 산업현장일 겁니다. 특히 에너지와 자재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지요. 그런데 근본을 더 따져 들어가면 과소비 문화가 있어요, 소비를 부추겨야 산업과 경제가 발전할테니요. 그러니까 필요한 소비보다는 요즘 말로 가스 라이팅 된 소비, 즉 부추겨진 소비가 훨씬 클 거라는 거지요. 그렇게 해서 너무 일상이 되고 만 일회용 용기들, 과도한 청결주의가 빚은 물낭비 문화, 여름은 겨울처럼 겨울은 여름처럼 지내는 에너지 낭비문화, 얼마든지 재활용해 쓸 수 있는 것들을 쓰레기로 버리는 비순환 문화 등에서부터 기후위기를 근본에서부터 방어해야 하는 농사에서도 기후위기 재촉하는 문화가 일상화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런 과소비 문화를 개선하지 않고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 한들 문제가 해결될까요? 탄소중립도 불가능한 얘기이지요. 그러니까 다른 한쪽에선 탄소제로이자 청정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을 늘리자 하지만 자칫 한방에 모두가 끝날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AI니 스마트팜 등을 얘기하는 걸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네요. 물론 불가피한 면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부작용은 애써 외면해요. 근본 문제도 살펴봐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다고 또 회피해요. 선진국이 되면 뭐합니까? 세계 최고 자살율, 밑바닥 맴도는 행복지수, OECD 국가 중 탄소 제일 많이 배출하는 기후악당 국가라는 데 말이죠. 주제넘은 얘기를 했나요? 서리 피해 볼까 봐 정신없이 서둘렀지만 막상 서리는 오지 않았어요. 걱정했던 상강 이틀 전에도, 상강인 오늘도 그냥 지나갔지요. 그렇지만 아침 날씨는 무척 쌀쌀했답니다. 서리는 내리지 않았지만 서리 내리기에 딱 맞는 추위였어요. 뉴스를 보니 중부 내륙지방에는 서리가 내렸다는군요. 서리가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괜히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런 철에는 호들갑 떨지 않았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언제 서리가 내릴지, 언제 첫 얼음이 얼지 잘 살펴보고 행동은 아주 민첩해야 합니다. 오죽하면 이 철에는 “도둑질하듯 농사짓는다”했겠어요. 거두고 동시에 심고 하는 게 정신이 없어요. 논에서 벼 수확하자마자 밀 심었지요, 모종 키우던 양파도 추위 오기 전에 뿌리 내리라고 서둘러 심었지요, 어제 그제는 보리, 호밀도 심었어요. 사실 보리, 호밀은 먹으려고 심은 게 아니라 종자 보존 차원에서 심었습니다. 꼭 씨앗 찾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서리 오기 전에 오이 노각 거둔 것과 냉장고에 넣어둔 수박 꺼내 속은 먹고 속껍질로 깍두기 김치도 담갔습니다. 고구마 거두고 난 마지막 줄거리는 장모님이 가져가셔서 김치 담가 주신다니 또 군침이 넘어갑니다. 오늘은 주아마늘 심을 밭을 갈았습니다. 들깨 거두고 남은 들깨 밑그루들 빼내고 풀 제거하며 두둑과 골을 내었지요. 들깨 둥지를 제거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 아내 손도 빌렸어요. 마늘주아는 일종의 종자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마늘은 꽃을 피우지 않아요. 오랜 세월 주아만 갖고 재배하다보니 꽃이 퇴화되었답니다. 그래서 육종하려면 마늘 원산지인 이집트나 중앙아시아엘 가서 해야 한다네요. 거기는 꽃을 피우니까요. 주아마늘 심고 나면 먹을 마늘을 위해 씨마늘 밭도 정신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날은 점점 추워질테니 정말 도둑질이 따로 없습니다. 단풍 익을 틈도 없이 추워지면 단풍이 예쁘지 않은 건 둘째치고 낙엽수 이파리들이 털켜를 만들지 못하고 겨울을 맞이할 수 있어요. 그러면 이파리들을 그대로 매단 채 겨울을 나다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지요. 몇 해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다행이 겨울에 비가 많이 와 산불은 나지 않았습니다. 그와 달리 제 걱정대로 올 겨울이 가물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산불에 대비해 신중하게 숲을 가꾸고 관리한 조상들의 지혜가 다시 생각납니다. 돈이 되든, 경관에 좋든 그저 몇 가지 종류의 나무만 심어버리는 조경 문화가 안타깝지요, 상강이야말로 제대로 된 수확철입니다. 그래서인지 앞의 한로에서 얘기했듯이 상강에 가까운 음력 9월 9일을 명절로 해서 축제를 즐겼습니다. 중구절이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곧 닥칠 겨울을 대비해야 할 일이 많아 여유있게 축제를 벌일 틈이 없어서인것 같습니다. 우리를 늘 음주가무를 즐긴 민족이라 한 말을 볼 때마다 우리는 축제가 필요없는 사람들이었겠다 상상하곤 했습니다. 아는 건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건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일을 즐길 수 있다면 일은 또 다른 축제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난 토요일 친구들이 달려 와 벼 탈곡을 도와주었는데 막걸리 먹으며 일하고 일 끝내곤 저녁에 쐬주 한잔과 삼겹살을 즐기니 축제가 따로 없더이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이호신 10-16 08:52
[이호신화백의 지리산그림순례] 산청 꽃봉산전망대에서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서. 70*274cm. 2025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서(부분1). 2025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서(부분2). 2025 -산청 꽃봉산 전망대에서. 2009 - 꽃봉산 전망대에서. 한지에 수묵채색. 70*138cm. 2011 -산청꽃봉산 전망대에서 스케치. 2025 -
이선재 10-11 21:06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한로 소식
한로 소식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찬 이슬 맺는 한로답게 아침이 제법 차갑습니다. 열대야로 힘들었던 때가 바로 어제 같았는데 오늘은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네요. 이 글도 지금 이불 덮고 폰 화면에 긁적이고 있답니다. ㅎ, 이제 세상은 찬 기운이 지배적이고 더위는 한 낮 잠깐 지나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일교차가 꽤 매서운지 어르신들 부고 소식이 많네요. 최근 보름 정도에 세번 문상 갖다왔으니요. 마지막 더위마저 쫓아내겠다는 심보인지 추적추적 가을비는 끊이질 않습니다. 보통 추석엔 비가 오지 않는데 이번엔 아니었어요. 해석이 잘 안되니 이상하긴 이상합니다. 제주에는 아직 열대야라니까요. 아마 윤달로 길어진 여름의 마지막 기운이 질기게 남아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액이 빠져 나갈 때 꼬리로 뒤통수를 치고 간다는 말이 떠오릅디다. 그 여운이 길게는 음력 9월9일, 양력으론 10월 29일까지는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날은 양이 겹치는 중양절重陽節 중에 마지막인 중구절重九節로 겨울 나는 맥류들 파종 때입니다. 강남 제비와 함께 완연한 봄이 돌아오는 삼짓날과 중구절이 옛날엔 명절이었답니다. 찬 기운의 세상이 도래하니 마을의 노인들 응원 잔치를 벌였다는군요. 맥류는 음력으로 중구절 근방, 양력으론 한로 근방에 심는데요 중구절과 한로의 격차가 큰 해에는 고민도 큽니다. 올해는 양력으로 한로가 10월 8일인 반면 중구절은 10월 29일이니 21일이나 격차가 나는 겁니다. 그럼 도대체 언제 심어야 할까요? 일찍 심어 웃자라도, 늦게 심어 못 자라도 겨울에 동해 입기 십상이거든요. 저는 그냥 한로와 중구절 사이에 심습니다. 그러다보니 매해 심는 날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심하면 보름 차이 날 때도 있지요. 암튼 파종일은 음력과 양력을 다 보아야 합니다. 한번은 정신없이 그냥 한로만 보고 밀을 심은 적이 있어요. 바깥 일이 있어 외출할 생각에 숙제하듯 파종하고 뛰어나갔죠. 일주일 쯤 지나 싹이 트는데 발아 기운이 꽤 좋아보이대요. 그냥 기분 좋다 생각하고 지나치길 며칠 되어 다시 보니 너무 잘 자라는 거지 뭡니까? 이상하다 싶어 심은 날이 음력 며칠인가 보니 8월 하순인 거에요. 위 기준으로 보아 일주일 이상 일찍 심어 웃자란 겁니다. 야~이러다 겨울 추위에 영락없이 얼어 죽게 생겼네, 어쩌나, 낫으로 벨까, 아님 추위 오기 전에 뭐라도 덮어줄까 궁리만 하는 중에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밭 위 산 속에서 동네 분이 키우던 염소 중 한마리가 탈출해 우리 밀을 죄다 끊어 먹은 겁니다. 그 현장을 본 순간 어이 없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데 소식 듣고 온 염소 주인장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담배만 뻐꿈뻐꿈 피고 있네요. 연짱 미안타를 반복하는 그 이웃을 오히려 제가 위로할 수 있었던 건 나름 딴 생각이 퍼뜩 떠올라서 였습니다. 밀이 웃자라 낫으로 벨까 했던 내 생각을 염소가 알아채서 도와 준 꼴이네 했던거지요. 사실 염소나 양, 소 같은 되새김질 하는 초식 동물은 아랫니만 있어 풀을 끊어먹는 것보다 뿌리채 뽑아 먹는 게 많습니다. 그런데 염소는 양과 좀 달라 제 밀을 먹은 놈처럼 먹을 게 많으면 끊어먹기도 한다네요. 윗니는 없지만 대신 잇몸이 튼튼해 거기에 바쳐 끊어 먹을 수 있답니다. 반면 양은 어린 풀, 큰 풀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뿌리채 마구 뜯어 먹는 놈이라 초원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입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목동은 약간의 염소들을 양 무리 속에 집어 넣어 함께 기른다는군요. 양은 남 따라하는 습성이 있어 큰 풀만 뜯어먹는 염소와 같이 있으면 어린 풀을 먹지 않아 초지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거지요. 그러면 뭐합니까? 염소는 절벽도 지 안마당처럼 돌아다니며 나무 껍질도 벗겨 먹어치우는 놈이라 길게 보면 양이나 마찬가지로 사막화 주범이라 할 수 있단 말입니다. 밀 같은 외떡잎 벼과 식물은 생장점이 땅 속에 있어 끊어먹혀도 다시 잘 올라옵니다. 농약이 없던 옛날엔 모판의 벼 이파리가 해충에 큰 피해를 입게 되면 아얘 벼에다 불을 질렀답니다. 벌레나 세균도 죽일뿐만 아니라 벼는 순 질러 준 꼴이 되어 땅속에서 새순이 잘 올라온다는 거지요. 저도 오래 전 밭벼를 잔뜩 심었다가 중국에서 멸강나방이란 놈이 날아와 애벌레를 벼에 낳더니 까만 애벌레놈들이 벼 잎을 다 갉아 먹은 일이 있었습니다. 꼭 검은 옷 입은 저승사자처럼 보였지요. 농약은 칠 수도 없고 무기력하게 쳐다만 볼 수밖에요. 다 먹고는 그놈들은 고치가 되려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벼는 처참히 목들이 다 베어지고 말았어요. 아, 근데 웬걸요, 새로 순이 올라오는데 감동이 이루 말로 못할 정도였습니다. 더 싱싱해보이더라구요. 저희는 한로 열흘 전에 벼를 2/3는 수확했습니다. 체험하러 오기로 한 아이들용만 남겨두었지요. 추석 밑에는 처서에 심은 무 솎아 물김치 담갔구요. 오늘은 담배상추 따다 마늘 파 다진 된장만 넣고 밥 싸먹으니 가을 상추의 진가를 맛 보았네요. 밤 주워다 디저트까지 먹어 세상 부러울 게 없더이다. 나물로 미역취, 참취, 파드득, 부지깽이도 먹어달라 갖은 폼을 잡고 있어 내일은 아내 얼굴 보며 나물 입맛을 다셔보렵니다. 한로에 익어가는 가을 맛이 깊기만 합니다. 그래도 감기 조심들 하세요. 한로 소식 여기까집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이선재 10-02 21:56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추석이 드는 추분 이야기
추석이 드는 추분 이야기 안철환(전통농업연구소 대표) 추분이 되면 낮이 밤보다 짧아져 이제 성장을 돕는 양의 기운은 저물고 이삭과 과일의 성숙을 돕는 음의 기운이 지배를 합니다. 벼도 성장을 주도했던 잎사귀는 시들어가고 이삭줄기가 커져 이삭은 누렇게 익고 무거워 고개를 숙이게 되지요. 그런데 올 해는 벼가 빨리 익는데다 가을비가 장마처럼 쏟아져 벼가 일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다 죽어가는 목련 나무 살려보려고 수분 공급 원활한 논둑에 심었던 게 화근이 되었지 뭡니까. 의연하게 살아나 몇년째 우아하게 피운 흰꽃 보길 즐기다 그늘진 그 밑의 벼들이 웃자라 작년부터 쓰러지기 시작한 걸 이제야 깨달은 거에요. 참~, 나무는 함부로 심는 게 아닌데 말이죠. 또 목련을 옮길 생각하니 그 놈의 순탄치 않은 팔자에 미안한 마음만 드네요. 이번에 옮기면 세번째 이사가 될테니 말이죠. 아무튼 추분 지나면 가물어야 돼요. 비는 성장에 필요하지 이삭과 열매 익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되거든요. 근데 추분이 든 오늘은 맑았지만 내일은 비가 온다네요.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며칠 전 비로 쓰러진 벼 세우느라 애쓴 아내에게 절로 고개 숙여졌는데 또 쓰러질까 조마조마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추분 전후로 추석이 듭니다. 근데 참 궁금했던 건 추석 때 먹는 올벼 쌀이었어요. 토종 씨앗 수집한다고 어느 시골 한 할머니 농부님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할머니, 소출도 적은 올벼는 왜 심었나요?" 요즘은 사라진 풍경이지만 옛날엔 어느 마을이나 농가에선 다 올벼를 심었거든요. "추석 차례상에 조상님께 올리려 한 거지~." 조상님이 드시긴 뭘 드시겠어요. 그건 다 핑계일거고, 사람들이 먹으려 한 것이겠죠. 그럼 왜 추석엔 올벼를 먹어야 했을까요? 답을 못 찾아 의문은 거기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한참 지나 우연히 이런 얘길 들었어요. 추석이 되도록 보리밥 먹으면 탈 난다는 말을요. 아~ 그래 알았지요. 찬 기운 돌기 시작하는 추석부턴 따뜻한 쌀밥을 먹어주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그 때 먹을 수 있는 건 일찍 익는 올벼 쌀밖에 없잖아요. 맞았어요. 추석은 올벼 쌀 먹는 명절이었던 거에요. 사실 추수 감사 축제를 하기에 추석은 너무 일러요. 수확할 게 별로 없거든요. 미국이나 기독교에서 하는 11월 중순 경의 추수감사절이 제대로 된 수확철일겁니다. 특히 추석이 추분보다 빨라 양력 9월 하순 경에 들 때는 사과조차 귀하죠. 그런 추석이 늘 의문이었던 거에요. 추석이 올벼 먹는 명절이라면 그 다음으로 알게 된 것은 추석 전까지 먹던 보리밥은 먹을 게 없어 먹는 구황곡식이 아니라 여름 철 필수로 먹는 주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보리는 찬 음식인데다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 소화도 잘 되고 건강에도 좋은 밥이죠. 여름엔 찰지고 기름진 음식 많이 먹으면 더위를 견디기 힘들어요. 찹쌀떡 장수가 긴긴 겨울 밤에 팔러 다닌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암튼 추석이 우리에겐 제일 큰 명절이지만 먹을거리는 차라리 백중 때보다 못한 면이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의 유일한 토종 명절이자 가장 소중한 명절인 것은 아마도 계절의 가장 큰 전환점이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추분과 함께 양의 시대가 음의 시대로 접어드는 극적인 길목이거든요. 명절은 다르게 보면 축제인 셈인데 추석은 설날과 함께 시끌벅적하게 먹고 노는 여느 축제와는 사뭇 다르죠. 우리에게 축제 다운 명절은 아마 단오와 백중이었을 거에요. 마을 축제였거든요. 추분과 추석 즈음에 농부의 손을 더 바쁘게 만드는 것으론 씨앗 받는 일일겁니다. 여름 끝무렵에서 백중 즈음 농부의 배를 불리운 각종 여름 열매들의 씨앗들이 영글고 있지요. 오이가 익은 노각오이 씨앗에서부터, 고추, 가지, 수박, 참외, 토마토 등 뿐 아니라 조선호박, 수세미, 여주, 목화 등도 씨앗이 잘 익도록 챙겨야 합니다. 폭염을 겨우 버텨낸 농부에게 가을 농사와 더불어 씨 받는 일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한시도 쉴틈이 없어보이지만 내년 농사의 희망을 생각하면 시름 거두기에 모자람이 없을 겁니다. 올해는 윤6월로 인해 6월이 두 번 들어 추분이 8월 2일에 들었어요. 빠른 추분답게 가을도 빨리 온 건데요, 초가을은 여름 폭염에 가려 온 지도 모른 사이에 가을의 피크인 추분이 슬며시 들이닥친 꼴이에요. 며칠 전부터 귀뚜라미 소리는 확 줄어들었고요, 밭을 둘러싼 숲의 나무들 잎에는 녹색의 기운이 약해지고 있더만요. 그렇지만 추분 지나고도 보름 가까이 지나야 추석이 오니 아직 더운 기운은 남아 있을 겁니다. 물론 한 낮에만 그렇구요, 그 시간만 지나면 그냥 가을이에요. 벌써 초저녁 6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요. 사람도 추분 지나면 이젠 음의 시대를 대비하는 게 좋겠어요. 왕성하게 성장하고 활동하는 양의 시대는 지나갔으니, 이젠 2세를 준비하고 겨울 날 대비를 하며 희망을 품는 음의 시대에 맞게 사는 거죠. 절기를 알면 철이 들고, 철이 들면 몸이 반듯해지고, 몸이 반듯해지면 마음의 모가 둥글둥글해진답니다. 마음은 둥글둥글한 하늘을 닮고 싶어하거든요.ㅎ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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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 12-04 21:05
[소식] 김태랑 연구자의 '2025 지리산 연구 공유회'
<2025 지리산 연구 공유회> 2025년 4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지리산과 지리산운동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공유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다룹니다. “지리산운동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어져 왔을까?” “지리산 활동가들은 지리산과 어떻게 얽혀 있을까?” “지리산-주민 얽힘은 오늘날 사회생태적 격변 속에서 지리산운동을 어떻게 나아가도록 할까?” “<양반새>의 생태관찰은 지리산과 지리산운동의 미래를 어떻게 보여줄까?” "그 과정에서 지리산은 우리에게 어떠한 힘을 주는 존재일까?” *이런 분들을 환영해요! -지리산을 사랑하고, 사랑하고픈 분들 -지리산과 지리산운동에 대해 입이 근질거리는 분들 -인간 너머, 다종 연구의 사례가 궁금한 싶은 분들 -지리산운동을 학술적으로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하셨던 분들 *공유회는 발표자의 발표와 이야기 나누기, 두 차례로 구성됩니다. 김태랑 @forwarideal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지리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생이자 젊은 연구자, 에코-퀴어-페미니스트입니다. 지역의 대안적 틈새, 지역생태운동, 인간 너머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현장과 학계의 구분을 넘나드는 협력적 연구를 지향합니다. 2025년부터 <지리산사람들>의 도움으로 지리산과 지리산운동, ‘양수댐을 반대하는 새들의 모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시: 2025년 12월 15일(월) 오후 4시~5시 반(1시간 30분 내외) *장소: 호이요(구례읍 북교길 7) *문의/신청: 010-3444-2257으로 문자 주세요 *현장에서 음료를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문자로 신청해 주세요~~ -
삵 12-01 19:57
[소식] 현윤애 작가 그림전시, "다정히 엿보다-시절인연"
"인연의 결을 따라, 시절인연" 구례 지리산에 자리한 화엄사성보박물관에서 2025년 연말, 따뜻한 시선으로 지역과 사람, 풍경을 담아온 화가 현윤애의 그림전시 《다정히 엿보다–시절인연》을 열었습니다. 2025 화엄사성보박물관 초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12월 9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진행되며, 겨울 산사의 고요한 정취 속에서 삶의 순간을 다정히 포개어 담아낸 작가의 원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을 잠시 멈춰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풍경조차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그런 순간을 포착한다. 단순한 구조물이나 경관이 아니라, 화엄사의 결을 가장 온전히 드러내는 자리를 찾아내고, 그 자리에 머문 시선과 마음까지 그림에 담아낸다. 그곳은 풍경이기도 하고, 태도이기도 하다. 화엄사의 시간과 공간, 그 틈을 가장 조용히 비추는 자리를 알아차리고, 그곳에 스며든 마음을 다정히 담아 낸 풍경. 화엄사가 전하는 계절의 시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오고 가는 인연들이 자연의 숨결처럼 조용히 흐른다. 그림 속 풍경에는 머무는 이 하나 없어도 따뜻한 온기가 스며 있고, 그 남겨진 자취들은 삶의 결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가 아닌 ‘느긋이 물러서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의 마음에 균형과 조화를 기억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 바로 길 위에서 얻은 삶의 지혜라 말한다. 작가는 “지리산 자락에서 마주한 다정한 풍경과 이웃의 마음은 늘 작가의 삶을 지탱해 주었다. 그 따뜻한 기억들이 스케치북에 한 장 한 장 쌓여, 그림이 되었다”며 일상의 풍경 속에서 피어난 인연들을 조용한 시선으로 포착해 왔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심지혜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한 해 한 해 시간을 더해 살아간다는 건, 결국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는 작가의 생각을 담아 ‘다정히’라는 형용사가 지닌 시선을 새롭게 일깨워준 전시이며,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화엄사의 풍경과, 곰살 맞은 눈으로 담아낸 작가의 온기를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한다. ‘추운 겨울에도 송림은 푸르고 사사자삼층석탑이 서 있는 언덕에서 화엄사를 바라보며 고요에 잠긴다. 지나간 과거의 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나, 현재의 나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이제 먼 길을 찾아온 다정한 벗들과 소중한 시절인연을 함께 나누고 싶다.’ - 현윤애 작가노트 중, 2025 2025 화엄사성보박물관 초대전 현윤애 작가 그림전시 <다정히 엿보다, 시절인연> 전시기간 : 2025.12.9(화)~2026.1.11(일) 10:00~16:30 월요일 휴관 작가와의 대화 : 2025. 12. 12(금) 15:00시 전시장소 : 화엄사성보박물관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주최 화엄사 주관 화엄사성보박물관 갤러리척 로컬리티: 기획 화엄사성보박물관 부관장 강선정, 독립학예사 심지혜 진행 큐레이터 조미영 서정아아, 에듀케이터 김우영 [전시문의] 현윤애 작가 (010-2600-0733) 심지혜 학예사 (010-6747-4240) 12월 12일 금요일 오후 3시에는 작가와 직접 만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난 5월 주프랑스한국문화원 특별전 『제주, 바다와 함께 살다』에 초청되어 소개된,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풍경과 인연을 담은 작품 일부도 이번 전시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우리 <<지리산인>> 독자님들도 현윤애 작가님 그림전시 보시며 다정한 시절인연 떠올리시길 바랍니다. -
삵 11-27 10:16
[소식] 1129 전북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해 주세요
"지리산사람들"은 1129 전북기후정의행진 추진위원으로 함께합니다. 11월 29일 전북기후정의행진에 함께 참여하여 기후정의로 가는 길을 함께 만들어요. 1129 전북기후정의행진으로 전북을 살리자! 전국을 살리자! 세계를 살리자! ① 새만금 상시해수유통 ② 새만금 신공항 철회 ③수백 km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④국립공원 난개발 중단 ⑤노후핵발전소 패쇄, 햇빛 바람 에너지로 전환 ⑥지역정체성 파괴 도심 난개발 중단 ⑦시대착오적 만경강 수변도시 철회 ⑧기후위기 시대 농업과 먹거리를 공공재로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모입니다! “1129전북기후정의행진 함께 합시다!” 기후위기·생태위기를 넘어 정의로운 전환을 향해 전북도민의 목소리가 다시 광장으로 모입니다. 일시: 2025년 11월 29일(토) 오후 2시 (오후 1시~ 사전부스 운영) 장소: 전주 서학예술광장 전북이든 전남이든 경북이든 경남이든 기후위기 앞에 경계선은 필요 없지요. ^^ 지리산사람들 드림 -
김인호 10-21 13:45
구례 들꽃사진반 네 번째 전시회
-모데미풀 -설앵초 -동자꽃 「섬진강 편지」 - 구례들꽃사진반 네 번째 전시회 올해 지리산은 참으로 힘겨웠습니다. 3월의 산불, 4월의 폭설,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속에서 꽃들은 제때 피지 못하거나, 피었다가도 금세 져버렸습니다. 우리는 꽃 앞에 무릎 꿇을 때마다 자연의 신음소리를 듣습니다. 스무 번 넘게 오른 노고단 숲길에서, 세석고원, 연하천, 벽소령, 섬진강 길에서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마주했습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은 꽃 한 송이에도, 두서없는 계절의 변화에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들꽃을 기록한 구례들꽃사진반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소중함을 지키려는 우리의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가닿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