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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눈물바다
- 「섬진강 편지」 - 거짓말, 눈물바다 ‘2025년 4월 14일 오후 4시 01분 현재 구례군 대설주의보 발효중. 강설로 인해 노고단 일주도로(천은사 입구~달궁삼거리) 통행제한 중입니다. 도로 미끄러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구례군」’ 백몇년 만의 4월 대설이라니 기록을 남겨두어야겠다. 거짓말 같은 4월 중순 대설주의보 재난문자를 받고 오른 노고단 길. 구름이 걷힌 오후 1시 성삼재를 출발 노고단 거쳐 4시에 내려오는데 그 사이 눈이 녹아 허물어지며 눈물을 철철 흘린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물로 길은 그야말로 흥건한 눈물바다다. 눈물을 만나면 늘 어쩔 줄을 모르겠다. 모든 눈물은 그렇게 난감하다. 오늘 만나 이 눈물도 때를 잘못 만나 한나절을 못 버티고 녹아내려 엉엉 울음소리까지 요란한 서럽디 서러운 눈물이다. 마을에 내려와 돌아보니 거짓말처럼 산정의 눈이 흔적도 없다. 내일은 또 무슨 거짓말 같은 재난문자를 받게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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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교육 키즈의 생애 14편 엇갈린 운명
- 이삭이 무거워진 벼는 점점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남풍에서 북풍으로 바람의 방향이 변했다. 아침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었고 벼는 더 고개를 숙였다. 수현이 들판에서 익기 시작한 벼를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노무사 시험을 봤지만 수현은 번번히 낙방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났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논 농사와 밭농사를 짓기 시작한지 5년이 되었다. 이제는 그 스스로도 농부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수현이 농부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수현의 아버지는 농부였고 그의 어머니도 농부였다. 수현이 돌아 갈 곳은 농촌 뿐이었다. 농민회에 가입하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지만 농민회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한 때 그의 모든 것처럼 여겼던 민주주의 그리고 혁명 세상의 부조리 그런 모든 단어는 수현의 마음속 깊은 수렁에 빠져 다시 나오지 않았다. 수현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 살았다. 수현이 보낸 10년은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숙이 살고 있는 여수에 수현은 딱 한 번 가본적이 있었다. 지숙은 여전히 수현을 좋아했다. 하지만 과거의 수현을 좋아했다는 것을 수현을 다시 만나 보고 알았다. 지금의 수현은 과거의 열정이 넘치는 대학때 수현이 아니었다. “선배 왜 그래?” “뭐가" “과거의 모습은 어디로 갔어?” “과거라니….” “대학때 열정이 넘치던 수현선배는 어디 갔냐고?” “그러게….” “어디로 갔을까?” “초심을 잃어버린 자의 말로라고나 할까!” 지숙은 수현이 잃어버린 초심이 무엇인지 알 고 있었지만 더이상 말을 하지는 않았다. 지숙 자신도 잃어버리는 초심을 수현이라고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배 강진 선배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강진선배 아직도 학교에 있던데?” “아직도?” “그래" “군 제대하고 복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학교에 있더라구….” “학교에서 뭐하고 있는데?”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고….” “ 뭐 하던 것 하겠지” “학교에 한 번 가봐?” 지숙과 수현은 여수 오동도를 걷다가 돌산 대교까지 걸었다.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돌산의 다리는 여전했지만 지숙과 수현의 말을 겉돌았다. “수현 선배 저 가볼게요"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지숙은 있지도 않은 약속을 핑계로 수현과 헤어졌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이야기는 가능 했지만 미래의 이야기가 불가 했다. 아무것도 없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었고, 있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헛된 것이었다. 그 후로 수현은 지숙를 찾지 않았다. 지숙 역시 수현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벚꽃이 피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눈이 올 때 마다 지숙은 수현을 생각했다. 수현은 가끔 나경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나경은 잘 살고 있겠지.. 가끔 도쿄에 가서 나경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결혼한 나경을 만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수현은 도쿄에 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경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나.. 나경이야" 네….. 수현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10년 만에 걸려온 나경의 전화 한 통으로 수현은 자신이 여전히 나경을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경 선배 맞아요?” “어 그래" “우리 한 번 만나자" “아.. 그래요.” 나경이 수현을 찾은 것은 첫 눈이 내린 며칠 후였다. 도로에 그 날 내린 눈이 갓길에 쌓여 있었다. 뉴스에서 빙판을 조심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나경은 수현이 사는 남쪽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수현을 만나야 할까? 아니면 그냥 말아야 할까? 한국에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부터 고민했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한국에 가야 한다고 했을 때 남편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수현이었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수현이라는 이름을 지워 버리고 싶어 일본에 도망치듯 떠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그 이름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었다. 수현역시 나경을 잊지 못했다. 지숙을 사랑했지만 그녀는 떠났고 나경을 떠나 보냈지만 여전히 그리웠다. 수현은 그 후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봄이 오면 농사를 시작했고 가을이 오면 수확했다. 그 단순한 삶에 빠져 살았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수현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 들판에서 돌아오면 수현을 반기는 온기라고는 햇살에 뜨거워진 대문 손잡이 뿐이었다. 수현은 스스로를 방치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수현도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나경이 오늘 온다는 것이었다. 기차 도착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수현은 옷장에서 옷을 꺼내 보았다. 옷을 구입한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랜시간 동안 구입하지 않았다.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현이 입고 있는 옷은 그가 20대에 구입했던 옷들 뿐이었다. 옷을 구입한 기억이 없었다. 수현은 미리 읍에 나가 옷이라도 하나 구입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럭에 시동을 걸었다. 수현이 중고 트럭을 구입한 것도 5-6년 전이었다. 구입 했을 때 이미 10년을 넘긴 차였다. 시동키를 돌렸지만 한 번에 시동이 걸리지도 않았다. 키를 돌리고 엑셀레이터를 살짝 밟았다. 그러자 시동에 걸리다가 푸드덕 하고 꺼져 버렸다. 겨울엔 항상 이랬다. “무엇하나 변변한 것이 없군" 수현은 스스로 변변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현은 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읍으로 나갔다. 인구 5만의 소도시, 모두가 떠나는 도시로 돌아온 수현을 반기는 것은 텅 빈 가게들 뿐이었다. 가게는 줄고 병원과 요양병원만 늘었다. 젊은 사람들은 서울로 갔다. ‘옷가게가 어디 있었더라” 토요일 오후에도 소도시엔 사람이 없었다. 겨우 찾은 옷가게에 들어가자 주인이 반색을 하며 수현을 반겼다. 겨울 잠바 하나 사려구요. 네. 주인은 수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혹시… 이수현씨 아닌가요? 네.. 맞는데요. 아. 맞구나. 누구시죠? 나.. 몰라! 기억 안나? 나 최현주…. 우리 초등학교 동창인데…. 아.. 그런가… 미안해.. 기억을 못해서 그러겠지. 그때 너는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너 좋아하는 우리반 아이들이 많았는데? 아. 그랬나…. 야.. 우리 다음에 한 번 보자. 어..그래 오늘 무슨 일 있어? 아.. 일은 무슨…. 그냥 옷이 없어서…. 그럼 잠바 하나 골라줘…. 내가 옷을 사본적이 없어서…. 수현은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을 사본적이 없어 무슨 옷을 사야하는지도 몰랐다. 알았어… 초등학교 동창이니까 내가 알아서 코디 해줄께… 근데 너 결혼 안 했어? 어… 혼자 살아. 야.. 너 같은 애가 혼자 살아? 어. 뭐… 현주는 초등학교때 학교에서 가장 키가 크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던 수현을 떠 올렸다. 그런 수현을 현주도 좋아했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수현을 멀리서 보기만 했었다. 말 한 마디 못했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런 수현이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다는 소식을 현주도 친구들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들끼리 만나면 수현을 두고 안주삼아 떠들었다. 야.. 너희들 이수현 알지. 어. 야 수현이를 모르면 간첩이지. 수현이 농사짓는다고 하던데? 정말? 좋은 대학도 졸업하고 뭐 좋은 곳이라도 갔을 것 같은데 농사를 짓는다고? 그래, 그것도 벼농사 삼천평….. 벼농사 3천평 지어서 어떻게 먹고 살아… 그러니까…. 뭐.. 유기농 벼농사 짓는다고 논에 피만 잔뜩 있다고 동네 사람들이 다 욕한다고 하더라…. 너 어떻게 알아? 야.. 수현이 우리 옆 동네 살잖아.., 그럼 너 수현이 본 적 있어? 몇 번 봤지…. 그래.. 요즘은 어때 뭘 묻는 거야? 수현이 얼굴…. 그래? 여전하지 뭐.. 농사 짓는 다고 그 얼굴이 어디 가냐? 여전히 키크고 몸도 좋고 잘생겼더라….. 그치… 야.... 한 번 보고 싶다… 우리 초등학교에서 수현이가 최고 였잖아…. 그치…. 내가 결혼만 안 했어도 한 번 말이라도 걸어 보려다가.. 야.. 너는 아이만 셋이잖아 그래..히 히 현주는 얼마전 친구들과 만나 수현에 대해 이야기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옷 안 골라줘?” “ 어.. 그래" 현주는 수현에게 어울릴 만한 롱코드를 골랐다. 야.. 키큰 남자에게 롱 코트가 어울려…. 잠바 보다는… 농사짓는 놈이 무슨 롱코트냐… 그냥 잠바나 줘… 야.. 아니야.. 이게 더 잘어울려…. 바지도 하나 더 사라.. 바지가 그게 뭐냐? 10년은 넘어 보인다. 그런가…. 내가 동창 디스카운트 팍팍 해줄게… 그래. 수현은 더 이상 이야기가 하기 싫어 현주가 권하는 대로 옷을 샀다. 수현아.. 셔츠는 서비스다. 선물이라고 생각해. 수현은 평생 입어 본적이 없는 고가의 옷을 구입했다. 수현은 그동안 5만원이 넘는 옷 한 벌을 구입해 본적이 없었다. 수현은 현주가 골라준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헌 옷을 벗고 새 옷으로 갈아 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거울을 보며 수현은 “그래 나도 꽤 보기 좋았던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이수현 멋지다" 현주는 수현을 보고 말했다. 봐라. 내가 골라준 옷을 입으니까 완전 달라 보인다. 그래… 고맙다. 수현은 가게를 나왔다. 어느새 밖은 다시 눈이 오기 시작했다. 수현은 가게를 나와 시내를 걸었다. 수현이 중학교때 놀던 오락실은 세탁소로 바뀌어 있었다. 엄마 아빠도 없이 혼자 먹었던 초등학교 졸업식날의 짜장면집은 여전했다. 수현이 역 앞에 도착했을때는 기차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많은 남은 상태였다. 눈은 펑펑 쏟아졌다. “차를 가지고 오지 않기를 잘했구나.” 수현은 나경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했다. 결혼 생활은 어떤지… 일본 생활은 어떤지.. 잘사는지.. 행복한지 ….. 수현은 나경에게 물어보고 싶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정리해봤다. 하지만 이런 자신의 물음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수현이 사는 도시는 눈이 많은 곳이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며칠씩 내리곤 했다. 수현은 눈오는 날이 좋았다. 학교를 안 가도 되었고,. 이런 날은 엄마도 하루종일 집에 있었다. 엄마는 고구마 삶거나 찐빵을 만들어 주었다. 수현은 엄마 생각이 나면 찐빵을 먹곤했다. 시큼한 막걸리가 들어간 찐빵을 먹을 때면 세상에 없는 엄마 냄새가 났다. “잠시후 여수행 새마을호가 도착 하겠습니다.” “여수행 새마을호를 이용하실 고객 여러분께서는 안전한 승강장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역무원의 안내 방송이 끝나고 기차가 플랫폼에 도착했다. 수현은 역 창문 너머로 나경의 모습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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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긴급 기자회견
- 4월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하동참여자치연대, 산청함양난개발대책위에서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과 임도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문제제기와 산불 현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다르게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인 하동 두양리와 산청 중태리 일대의 산불은 피해가 심각했으며 불이 수관화(산불이 나무를 타고 나무의 가지까지 올라오는 상황)로 이여져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갔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일부 주민의 집은 전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소나무 위주로 관리한 소나무림은 모두 고사한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진은 맨 아래 사진을 참고) 그러나 산림청의 숲가꾸기가 진행되지 않은 자연림임 국립공원구역의 숲의 산불은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표화에서 멈추었으며 수목에 대한 피해도 사진에서 보듯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데도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서 산불진화가 어려웠고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거짓말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대응에도 실패하였습니다. 민가로 불이 내려오는 것 부터 막아야 할 산림청은 헬기만 투입시켜 산위에 불만 잡으려 하고 있었고 이러고 있는 사이 마을에 있는 일부 집들은 불에 전소하였습니다.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를 하고 지역민의 터전을 복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산림청장은 임도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나 봅니다. 지금 임도, 숲관리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터전을 잃은 주민과 생명들 여기서 희생된 사람과 생명들,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져입니다. 산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숲이 산불에 강한 숲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산불로 활엽수는 산불에 강하며 소나무 처럼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도깨비 산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산불관리와 숲 관리에 실패한 산림청은 숲 관리에서 손을 때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숲을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는 4월 1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 방지의 대안이 아니다. 산림청은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난 산불의 원인을 두고 산림 전문가 등은 “소나무는 죄가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소나무는 죄가 없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임도 확대 주장과 관련, 상반되는 의견으로 임도 논란도 뜨겁다. 임도 또한 죄가 없다. 그럼 누가 죄인인가! 2025년 산림청은 2024년 대비 120억 원이 증가한 2조 6,246억 원 예산을 편성하고 주요 내용으로 ‘일상화·대형화되는 산림재난 대응을 위한 투자’를 한다며 과학적인 산림재난 대응체계로 국민안전 확보를 외쳤다. 많은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산림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월 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사람들’회원들과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일대와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불피해 지역을 찾았다. 숲가꾸기를 통해 조림이 이루어진 곳과 숲가꾸기 사업으로부터 산림이 보호되는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양상은 달랐다. 소나무 중심으로 숲가꾸기를 한 곳은 수관화(지표화로부터 발생한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를 태우면서 수관으로 강한 화력이 퍼지는 위험한 불)가 발생,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수관화로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인 비화는, 다른 곳에 옮겨 붙어 새로운 산불을 만든다. 도깨비불처럼 날아가는 불똥은 바람을 따라 최대 2km도 날아간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똥이 최대 35km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지표층이 정리된 곳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소방헬기는 물론 인력으로 진화가 어렵고 인근 주민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소나무 조림지는 산불 규모, 확산면에서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으나 활엽수림대는 산불 확산의 방어선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체로 수분을 가지고 있는 활엽수는 지표의 낙엽만을 태우며 확산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공원 산불피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는 온대활엽수림의 식생 상황으로 바뀌고 있으니 숲의 생태에 맞춰 그대로 전이할 수 있게 두어야 한다. 인위적인 조림사업은 숲을 해칠 뿐이다. 국립산림과학원(2017)자료에 따르면,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한 수종으로써 수관이 하나뿐인 단층으로 이루어져 불의 통로가 쉽게 나타나고··· 이른 봄에도 수관층에 잎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활엽수림에 비해 연료의 양이 많아 수관화에 취약하다··· 수종 간 확산속도를 분석한 결과, 활엽수는 273.2m/h를 이동한 반면에 침엽수는 364.0m/h를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4월 7일 하동 산불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소나무 등 침엽수는 빠른 산불을 유발하고 활엽수는 깊은 산불을 초래한다“고 했다. 활엽수가 수분함량이 많아 화재 저항성이 강하고 활엽수 낙엽 또한 무겁고 수분 함량이 많다는 사실을 산림청장이 모를 리 없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지중화(땅속의 이탄층이 타는)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산림청장이 말하는 ‘깊은 산불’이란 바람이 없고, 지중화가 일어나 땅속에서 계속적으로 타는 불을 얘기하는데, 정말 오래된 원시림으로 수만 년 쌓인 낙엽이 있어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강도 분석 결과> 아래 표는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분석 결과 피해강도를 강, 중강, 중약, 약의 4개 등급으로 구분해서 분석한 것이다.(NASA 표준 제시) 강한 피해를 입은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의 비율은 약 2%에 불과하고, 6% 정도의 혼효림이 있다. 침엽수림의 거의 대부분은 소나무림인데, 산청 산불은 그 차이가 커서 96% 가까이가 소나무림이다. 중강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또한 소나무림이 압도적이다. 경북 산불은 75% 정도가 소나무림을 포함한 침엽수림이었고, 활엽수림은 조금 늘어 10% 정도를 차지했다. 약한 피해를 입은 지역(지표화지역)은 활엽수림의 비율이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정리된다. 이는 강산을 푸르게 가꾼다는 명목으로 30년간 꾸준히 숲가꾸기를 해 온 산림정책 결과,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하게 만든 것이 대형 산불의 원인임을 말하고 있다. 영상 분석과 현장 경험으로 본 전문가는 중약 이상의 지역은 사람과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숲 관리의 핵심이고 시급한 방법이다. 출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 우리나라 임도는 「산림자원법」에서 정의하는 ‘산림 경영 및 관리를 위해 산림청이 설치한 도로’인 간선임도, 산불진화임도, 작업임도를 말한다. 이 임도 전체를 합치면 총 임도 길이가 나오고, 이를 산림면적으로 나누면 임도밀도가 계산되는데,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4.1m/ha이다. 산림청이 임도 확대를 외치며 비교하는 나라가 일본 24.1m/ha,오스트리아 50.5m/ha인데, 2023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실 분석 결과 위 국가들의 임도밀도 산정방식과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수치로만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임도밀도가 낮다며 임도 개설을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국립공원 임도설치를 주장했으나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임도 설치는 불가함을 명확히 밝혔다. 현장의 다양한 환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예방책의 모든 해답이 임도로 귀결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임도로 산불 초동 대응은 가능할지 몰라도 대형화된 산불에는 오히려 바람길 역할을 한다. 임도가 조성되어 탈 것을 없애면 산불을 끌 수 있다는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 산불로 불탄 집은 전부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있는 곳에는 불을 껐는가? 임도를 산 곳곳에 설치한다 해도 산불 현장으로 진입하여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현장을 보면, 국립공원이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불을 끄기 어렵다는 산림청장의 말이 거짓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산불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마을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주거지를 지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조건 산불만을 끄기 위한 진화작업은 문제가 있다. 산림청 산불진화 관련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가치를 종종 무시한다. 산청 주불이 잡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산불 피해현장 잿더미를 뚫고 초록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불로 많은 생명을 잃고 생태환경이 무너진 뒤에야 교훈을 얻은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산림청은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을 하고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의 산불현장 ▲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현장, 피해 정도가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고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고 그 피해도 적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층만 그을렸을 뿐 죽지 않았다. 공원구역안의 소나무의 모습, 숲가꾸기가 진행된 다른 숲들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사하지 않았음 하층으로 불이 지나갔으나 수관화로 이어지지 았았다. 그래서 소나무숲과 다르게 불이 산에서 산으로 넘어다니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동 옥종면 두양리 산불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음에도 산불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하동 두양리 임도 주변의 산불 확산 현장 소나무는 타 죽었지만 서어나무는 하부만 불이 지나갔고 죽지 않았다. 소나무는 수관화로 불이 이어졌으며 임도 주변의 소나무임에도 수관화로 이어져 불이 산을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5. 4. 10.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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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m의 세상
- 1m의 세상 바야흐로 텃밭을 일구는 계절이 왔다. 손바닥만 한 밭이니 괭이로 파고 호미로 골라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만 뿌려 밭을 일구다 보니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괭이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 편에서 보면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느 때는 땀도 좀 식힐 겸 지렁이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감출 때까지 앉아 쉬며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렁이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지렁이가 하루 종일 꿈틀거리며 생명 활동을 하는 땅속 반경이 1m라고 해도 내가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밭을 일구며 보내는 삶의 반경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저는 부지런히 저의 세계를 살았다 해도 겨우 1m의 땅속 반경을 기어다닌 것이고, 나 또한 열심히 나의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우주의 한 점인 지구별의 어느 귀퉁이에서 평생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하루를 살다가는 객(客)일 뿐이다. 참으로 이런 허접하고 싱거운 생각을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여려져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등바등 죽네 사네 하며 한 생을 살고 있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우주의 지구별에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다. 지렁이처럼 평생 1m의 어두운 땅속 세상을 꿈틀거리다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말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주변의 풍광 또한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아무런 뜻도 없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그 뜬구름 같은 생각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벅차올라 눈앞에 펼쳐진 이 구체적으로 눈부신 봄날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 없다. 마른 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새잎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온 세상을 초록 바다로 만들어 출렁이는 봄 산을 보면 이 비루한 몸뚱어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이 정도 차오르면 푸르릉 날아오르는 감나무의 새 한 마리만 봐도 괜히 서럽고 아무에게나 무엇에게나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수없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도 어쩌다 제 감정에 겨워 세상이 만만해지니 그러는 것이리라. 일상 속 또 다른 일상을 보는 일이 항상 그런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늘 그 일상으로 건너가고 싶다. 텃밭의 지렁이가 되어 아무런 뜻 없이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고 싶은 것이다. 살아야 이승이고 죽으면 저승일 뿐이라는 말이나,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이런 심정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찰나의 한 生인데 권력과 부와 명예를 좇으며 불안하고 분노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보다 눈앞의 눈부신 봄날,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이 아니겠나. 글을 보내는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윤가의 파면 소식이 왔다. 별의별 추측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는 불신의 사회, 억지와 비상식의 나라가 되어 대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국민 덕분이다. (박두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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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세 시
- 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 김해화 시인은 철근 노동자로 살아왔고 칠순에 이른 나이에도 그 직업을 벗어나기 어려운가 보다. 그는 매일 캄캄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밥을 챙겨 먹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인 3시에 나선다. 그에게 새벽은 시간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늘 새벽에 나서야 하고 그 시간이 새벽일 뿐이다. 그래도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올 거라고 말한다. 그 뚝심 하나로 버텨온듯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감추고 산다. 나는 30년 가까이 김해화를 가까이 보며 살아왔지만 왠지 그를 보면 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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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 다양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3월 20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참새의 날입니다. 그것도 세계 참새의 날! 세계 참새의 날은 인도의 환경단체인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어티(NFS)'와 프랑스의 에코시티 액션재단이 2010년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고 합니다. 흔한 참새를 무슨 이유에서 날까지 지정했을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여서 흔하게 서식하는 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참새는 농경지의 감소와 도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서식지 감소, 유리창 충돌, 로드킬, 야생화된 고양이에 의한 교란)로 인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새의 서식 밀도는 1997년 제곱킬로미터당 183.6마리였으나 2010년 95.4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135.2 2020년 166.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23년 139.4마리로 집개 되었습니다. 2020년대비 19% 감소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82년도의 참새 서식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469마리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이렇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참새만이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2021년 제곱킬로미터당 66.7마리에서 2023년 56.5마리로 15.4%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13.4% 감소하였고 어치의 경우도 10.9% 감소하였고 박새도 15.6% 감소하였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 어치는 산속의 농사꾼입니다. 어치가 물어 나르는 도토리와 각종 씨앗으로 숲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치는 수다꾼입니다. 심심하면 고양이소리, 염소소리, 다른 새들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와 박새, 어치, 청둥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그냥 종 하나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참새는 곡식도 먹지만 식물에 붙어있는 진딧물과 같은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 개체수의 감소는 농가의 피해로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참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은 참새만이 아니라 모든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기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화된 고양이와 그리고 농경지 감소가 있습니다. 새대가리? 실제로는 지혜로운 새들 참새는 둥지를 만들 때 둥지에 생 ‘쑥’을 섞습니다. 쑥은 해충을 방지해 주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 둥지를 만드는 참새들이 쑥을 물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합니다. 이처럼 새들은 지혜로운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둥지를 만들기 위해 식물의 뿌리를 물고 왔습니다. 참새는 인가 주변 처마 밑이나 전봇대의 틈새 등 인가 주변을 둥지 장소로 선호합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적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 레이첼 카슨이 DDT 사용으로 인해 침묵의 봄이 올 것이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DDT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젠 다른 문제가 침묵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감소와 농경지 감소, 그리고 야생화된 고양이와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이제 우리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봄을,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할 것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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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 「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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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24년 2월 초, 엄청나게 내린 눈을 뚫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도, 쥐를 쫒아간 족제비 발자국도 보면서 말이죠. 능선까지 갔었고,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눈의 무게에 조릿대가 길을 덮어 더디게 진행하는데, 저 앞쪽으로 퍼런 조릿대 무덤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쮸뼛 서며, 뒤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찍으려는 찰라 왼쪽으로 돼지 한 마리가 튑니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오는 상투적인 탄성과 함께 아래로 튀는 멧돼지를 따라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다시 한 마리가 튀어 나갑니다. 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어요. 크기는 한 100근(60킬로) 정도 나가는 돼지 두 마리가 조릿대 속에 있다가 저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간 거였어요. 모르긴 해도 조릿대를 꺽어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산실(새끼를 낳고 일주일 정도 키울 요량으로 만든 집)을 만든 자매 멧돼지였나 봅니다. 일단 다가가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덮인 눈 속에 퍼런 조릿대가 무덤의 봉분처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봤다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일이나, 여러번 봐왔던 터라 한눈에 멧돼지 산실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둥지를 헤쳐 내부도 보고 싶었으나 출산을 앞둔 예비 어미 멧돼지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그러면서 바로 드는 생각이, 여기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러 와야겠다 였어요. 이중 한 마리가 드나들면서 출산을 할 것이고 곧 새끼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 거지요. 산실을 본 반가움과 바로 내려와야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가보지 못했어요. (사진1. 멧돼지가 두 마리가 튀어나갔던 조릿대로 만든 산실) 어려서 동네 잔치에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고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을 이발소에 가면 큰 어미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커다란 액자도 붙어 있었구요. 오래전이라 액자 속의 새끼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열 마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열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치고, 숲에 있는 멧돼지도 새끼가 많지만 집돼지보단 적게 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먹이를 찾는 멧돼지보다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먹이 걱정 없는 집돼지의 새끼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다들 이해 하실겁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돼지를 잡으면 젖꼭지를 세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확하게 셀 수가 없는 겁니다. 뒷다리 쪽으로는 톡 튀어나온게 정확하나, 가슴쪽에 있는 건 거의 형태만 있지 제 구실을 할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거든요(가짜 젖꼭지). 언제 한번은 대략 7쌍(14개) 정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를 가축화 시켰기에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젖꼭지 수도 같아야겠으나 야생의 혹독함을 겪으며 집돼지보다 새끼의 수도 줄었으니 젖꼭지도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집돼지와는 달리 멧돼지는 산실에서 일주일 정도 키운 뒤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들은 도태되거나 천적에게 먹히겠지요. 물론 안락하진 않으나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크는 집돼지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자연에 맞서야하는 멧돼지니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맞겠지 싶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암컷들이 공동육아를 하며 야생에서 남는 법을 배우겠지요. 산에서 조사를 하다보면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낙엽이나 흙을 긁어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주둥이(코)로 밀고 다닌 흔적입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밤이나 도토리를 찾아 먹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산 아래 밭에 고구마를 세 고랑 놓았는데, 아침에 산책 다녀온 집사람이 고구마 고랑이 다 뒤집어져 있대서 가보니 멧돼지 짓이더라구요. 딱 고구마 밑이 들 때를 기다려 그렇게 다 먹어치운 거죠. 가끔 칡을 파먹은 흔적도 보이는데, 고구마처럼 녹말 성분을 좋아해서입니다. 식물성이 기본이지만 닥치는 대로 뱀까지 먹는 잡식인 멧돼지는 논에 들어가 분탕질을 하기도 하고,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기도 해서 농사꾼에게는 최고의 미운털이 박힌 동물이기도 하지요. (사진2, 고구마밭을 파헤친 흔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조사를 하다 임도로 떨어졌는데 저쪽에서 인기척이 나 가보니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멧돼지가 있더라구요. 얼마나 벗어나려 애를 썼는지 올무 반경의 흙이 밭을 갈아놓은것첨 보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상악골(코와 붙어있는 윗니)에 걸린 와이어가 더 조여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인거지요. 그때 드는 생각이, 이걸 지자체에 신고를 하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제 갈길을 가나였어요. 신고를 하면 예전엔 마취를 시켜 올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2019년부터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은 엽사를 보내 무조건 사살하고 샘플(양성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뽑는 피) 채취하고 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회뿌리고 묻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대로 두고 오면 올무를 놨던 사람이 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하겠지요.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구간에 전라북도 남원 산내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마천의 경계에 등구재가 있습니다. 마천의 창원마을쪽 등구재 바로 아래 조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에 소류지 주변에서 멧돼지가 풀을 뜯어 만든 산실도 본적이 있는 터라, 기다렸다가 멧돼지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쌀쌀했으나 소류지 뚝방에 메트리스를 깔고 납작 엎드려 건너편 물이 내려오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기다렸어요, 돼지가 갑자기 보이는 겁니다. 하도 오래 엎드려 앞만 보고 있었더니 잠시 놓쳤던 거겠지요. 돼지가 천천히 나타나는데 해도 넘어갔고, 앞을 가린 나뭇가지로 시야는 안좋았으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느긋하게 자리를 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머리와 등을 제외한 몸에 물이 묻어 있더라구요. 돼지는 사람처럼 피부로 열을 발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진흙목욕을 선호합니다. 충청도 어느 산에는 봉분이 죄다 패여 있는 겁니다. 비가오면 돼지가 위에서 목욕을 하고 벌건 황토를 주변 소나무 여러 군데에 묻혀서 이동한 동선이 보일정도로 말이지요.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고라니나 담비, 멧돼지는 멋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죽게 되면 털속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드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요. 체온이 식어 숙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는 이유는 더워서도 있지만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들어가는 것보다 물이 고여 자작한 진흙을 선호하지요. 뒹굴며 체온을 식힘과 동시에 몸에 흙이 달라붙게 만드는 겁니다. 어느정도 굳어지면 주변에서 송진이 베어나오는 나무를 찾아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등. 튀어나온 엄니(송곳니)로 상처를 낸 다음 송진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가려운 곳 순으로 긁어대것지요. 이렇듯 몸을 비비는 나무를 멧돼지 베개목, 또는 비빔목이라 불러요. 멧돼지 물통(진흙목욕을 한 곳) 주변에는 대개가 비빔목이 있답니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비벼댔는지 빙 둘레 수피가 다 벗겨져 죽어가는 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송진의 테르펜 성분이 항균작용을 하는걸 아는 모양입니다. (사진3, 멧돼지 물통과 비빔목-흙탕물이 있는 걸로 보아 목욕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산불이 있었던 곳에 조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다 타서 시커멓게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숲에 멧돼지가 쉬거나 잠을 잔 흔적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층식생이 다 타고 없는 곳에 쉼터 자리에만 주름조개풀이 보이는 겁니다. 숲 가장자리에 사는 주름조개풀의 끈끈한 열매가 멧돼지 털에 붙어 거기까지 이동한 것이죠. (사진4,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관에 멧돼지 산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땅에 맹수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야생동물들은 거의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멧돼지는 사람 말구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생태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죠. 그러나 농사꾼들에게 눈에 가시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로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입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였으며, 농사꾼에겐 홀대받을 지언정 알아주는 이 적어도 묵묵히 숲을 가꾸는데 일조한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위해 설치한 펜스로 의도치않게 다른 야생동물의 통행까지 막아 민폐를 끼치게 된 멧돼지.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유해조수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거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 추적자 학교 하정옥 / 글.사진 추적자학교 하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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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04-08 05:29
1m의 세상
1m의 세상 바야흐로 텃밭을 일구는 계절이 왔다. 손바닥만 한 밭이니 괭이로 파고 호미로 골라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만 뿌려 밭을 일구다 보니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괭이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 편에서 보면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느 때는 땀도 좀 식힐 겸 지렁이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감출 때까지 앉아 쉬며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렁이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지렁이가 하루 종일 꿈틀거리며 생명 활동을 하는 땅속 반경이 1m라고 해도 내가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밭을 일구며 보내는 삶의 반경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저는 부지런히 저의 세계를 살았다 해도 겨우 1m의 땅속 반경을 기어다닌 것이고, 나 또한 열심히 나의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우주의 한 점인 지구별의 어느 귀퉁이에서 평생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하루를 살다가는 객(客)일 뿐이다. 참으로 이런 허접하고 싱거운 생각을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여려져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등바등 죽네 사네 하며 한 생을 살고 있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우주의 지구별에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다. 지렁이처럼 평생 1m의 어두운 땅속 세상을 꿈틀거리다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말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주변의 풍광 또한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아무런 뜻도 없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그 뜬구름 같은 생각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벅차올라 눈앞에 펼쳐진 이 구체적으로 눈부신 봄날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 없다. 마른 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새잎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온 세상을 초록 바다로 만들어 출렁이는 봄 산을 보면 이 비루한 몸뚱어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이 정도 차오르면 푸르릉 날아오르는 감나무의 새 한 마리만 봐도 괜히 서럽고 아무에게나 무엇에게나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수없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도 어쩌다 제 감정에 겨워 세상이 만만해지니 그러는 것이리라. 일상 속 또 다른 일상을 보는 일이 항상 그런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늘 그 일상으로 건너가고 싶다. 텃밭의 지렁이가 되어 아무런 뜻 없이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고 싶은 것이다. 살아야 이승이고 죽으면 저승일 뿐이라는 말이나,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이런 심정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찰나의 한 生인데 권력과 부와 명예를 좇으며 불안하고 분노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보다 눈앞의 눈부신 봄날,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이 아니겠나. 글을 보내는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윤가의 파면 소식이 왔다. 별의별 추측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는 불신의 사회, 억지와 비상식의 나라가 되어 대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국민 덕분이다. (박두규.시인) -
박두규 04-07 11:54
새벽 세 시
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 김해화 시인은 철근 노동자로 살아왔고 칠순에 이른 나이에도 그 직업을 벗어나기 어려운가 보다. 그는 매일 캄캄한 세상으로 나아간다. 밥을 챙겨 먹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인 3시에 나선다. 그에게 새벽은 시간 개념이 아니다. 그들은 늘 새벽에 나서야 하고 그 시간이 새벽일 뿐이다. 그래도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올 거라고 말한다. 그 뚝심 하나로 버텨온듯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울분을 감추고 산다. 나는 30년 가까이 김해화를 가까이 보며 살아왔지만 왠지 그를 보면 늘 미안하다. -
김인호 04-01 16:27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
김인호 03-27 07:17
고운사 깽깽이풀
「섬진강 편지」 -고운사 깽깽이풀 사흘 연속 25도를 넘나드는 고온이 계속되더니 꽃들이 두서없이 일제히 피어난다. 마당 살구나무가 하루 만에 일제히 피었다. 숲의 꽃들도 천불이 인듯 피어난다. 가슴에만 천불이 이는게 아니었구나! 소식이 없어 애태우던 화엄사 홍매도 하룻사이에 붉게 피어났다. 섬진강변 숲에서 깽깽이풀 꽃을 보고 왔는데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가 전소되었다는 속보가 뜬다. 고운사는 딱 한 번 찾아갔지만 늘 지워지지 않는 절집이다. 깽깽이풀 꽃을 피워놓고 나를 불러주었던 곳이다. 야생화 포토포앰 『꽃앞에 무릎을 꿇다』 표지사진인 고운사 깽깽이풀 곳곳의 산불로 전국이 초비상 상태이다. 산청에서 시작된 지리산 산불도 벌써 엿새째인데 불길이 다 잡히지 않았다. 사진 속의 고운사 깽깽이풀 꽃에게 소원해 본다. 보우하사 어서 비를 내려 주시길!! -섬진강 / 김인호 #지리산산불 #고운사깽깽이풀 #의성산불 #고운사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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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환 04-10 16:07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 긴급 기자회견
4월 10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하동참여자치연대, 산청함양난개발대책위에서 경남 산청, 하동, 지리산 산불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과 임도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문제제기와 산불 현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산림청의 주장과는 다르게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인 하동 두양리와 산청 중태리 일대의 산불은 피해가 심각했으며 불이 수관화(산불이 나무를 타고 나무의 가지까지 올라오는 상황)로 이여져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 갔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일부 주민의 집은 전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에서 보듯 소나무 위주로 관리한 소나무림은 모두 고사한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사진은 맨 아래 사진을 참고) 그러나 산림청의 숲가꾸기가 진행되지 않은 자연림임 국립공원구역의 숲의 산불은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았고 지표화에서 멈추었으며 수목에 대한 피해도 사진에서 보듯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데도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서 산불진화가 어려웠고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거짓말로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산림청은 산불 대응에도 실패하였습니다. 민가로 불이 내려오는 것 부터 막아야 할 산림청은 헬기만 투입시켜 산위에 불만 잡으려 하고 있었고 이러고 있는 사이 마을에 있는 일부 집들은 불에 전소하였습니다. 여기에 책임을 느끼고 사과를 하고 지역민의 터전을 복구하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산림청장은 임도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나 봅니다. 지금 임도, 숲관리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터전을 잃은 주민과 생명들 여기서 희생된 사람과 생명들, 그리고 그 가족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것이 먼져입니다. 산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숲이 산불에 강한 숲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산불로 활엽수는 산불에 강하며 소나무 처럼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바람을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도깨비 산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산불관리와 숲 관리에 실패한 산림청은 숲 관리에서 손을 때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숲을 망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아래는 4월 10일에 있었던 기자회견 전문입니다.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 방지의 대안이 아니다. 산림청은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최근 전국적으로 일어난 산불의 원인을 두고 산림 전문가 등은 “소나무는 죄가 없다”고 말한다. 당연히 소나무는 죄가 없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임도 확대 주장과 관련, 상반되는 의견으로 임도 논란도 뜨겁다. 임도 또한 죄가 없다. 그럼 누가 죄인인가! 2025년 산림청은 2024년 대비 120억 원이 증가한 2조 6,246억 원 예산을 편성하고 주요 내용으로 ‘일상화·대형화되는 산림재난 대응을 위한 투자’를 한다며 과학적인 산림재난 대응체계로 국민안전 확보를 외쳤다. 많은 예산 투자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산림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4월 4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리산사람들’회원들과 하동군 옥종면 두양리 일대와 산청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불피해 지역을 찾았다. 숲가꾸기를 통해 조림이 이루어진 곳과 숲가꾸기 사업으로부터 산림이 보호되는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양상은 달랐다. 소나무 중심으로 숲가꾸기를 한 곳은 수관화(지표화로부터 발생한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를 태우면서 수관으로 강한 화력이 퍼지는 위험한 불)가 발생, 대형 산불로 이어진다. 수관화로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인 비화는, 다른 곳에 옮겨 붙어 새로운 산불을 만든다. 도깨비불처럼 날아가는 불똥은 바람을 따라 최대 2km도 날아간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불똥이 최대 35km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숲가꾸기를 통해 지표층이 정리된 곳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소방헬기는 물론 인력으로 진화가 어렵고 인근 주민의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소나무 조림지는 산불 규모, 확산면에서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으나 활엽수림대는 산불 확산의 방어선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 자체로 수분을 가지고 있는 활엽수는 지표의 낙엽만을 태우며 확산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다. 이는 국립공원 산불피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는 온대활엽수림의 식생 상황으로 바뀌고 있으니 숲의 생태에 맞춰 그대로 전이할 수 있게 두어야 한다. 인위적인 조림사업은 숲을 해칠 뿐이다. 국립산림과학원(2017)자료에 따르면, 「침엽수림은 산불에 취약한 수종으로써 수관이 하나뿐인 단층으로 이루어져 불의 통로가 쉽게 나타나고··· 이른 봄에도 수관층에 잎이 붙어 있기 때문에 활엽수림에 비해 연료의 양이 많아 수관화에 취약하다··· 수종 간 확산속도를 분석한 결과, 활엽수는 273.2m/h를 이동한 반면에 침엽수는 364.0m/h를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한다. 4월 7일 하동 산불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소나무 등 침엽수는 빠른 산불을 유발하고 활엽수는 깊은 산불을 초래한다“고 했다. 활엽수가 수분함량이 많아 화재 저항성이 강하고 활엽수 낙엽 또한 무겁고 수분 함량이 많다는 사실을 산림청장이 모를 리 없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처럼 지중화(땅속의 이탄층이 타는)자체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산림청장이 말하는 ‘깊은 산불’이란 바람이 없고, 지중화가 일어나 땅속에서 계속적으로 타는 불을 얘기하는데, 정말 오래된 원시림으로 수만 년 쌓인 낙엽이 있어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강도 분석 결과> 아래 표는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의 분석 결과 피해강도를 강, 중강, 중약, 약의 4개 등급으로 구분해서 분석한 것이다.(NASA 표준 제시) 강한 피해를 입은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의 비율은 약 2%에 불과하고, 6% 정도의 혼효림이 있다. 침엽수림의 거의 대부분은 소나무림인데, 산청 산불은 그 차이가 커서 96% 가까이가 소나무림이다. 중강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또한 소나무림이 압도적이다. 경북 산불은 75% 정도가 소나무림을 포함한 침엽수림이었고, 활엽수림은 조금 늘어 10% 정도를 차지했다. 약한 피해를 입은 지역(지표화지역)은 활엽수림의 비율이 약간 높은 수준으로 정리된다. 이는 강산을 푸르게 가꾼다는 명목으로 30년간 꾸준히 숲가꾸기를 해 온 산림정책 결과,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하게 만든 것이 대형 산불의 원인임을 말하고 있다. 영상 분석과 현장 경험으로 본 전문가는 중약 이상의 지역은 사람과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적어도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숲 관리의 핵심이고 시급한 방법이다. 출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홍석환 교수 우리나라 임도는 「산림자원법」에서 정의하는 ‘산림 경영 및 관리를 위해 산림청이 설치한 도로’인 간선임도, 산불진화임도, 작업임도를 말한다. 이 임도 전체를 합치면 총 임도 길이가 나오고, 이를 산림면적으로 나누면 임도밀도가 계산되는데,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4.1m/ha이다. 산림청이 임도 확대를 외치며 비교하는 나라가 일본 24.1m/ha,오스트리아 50.5m/ha인데, 2023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미향 의원실 분석 결과 위 국가들의 임도밀도 산정방식과 기준이 우리나라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수치로만 비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산림청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임도밀도가 낮다며 임도 개설을 위해 해마다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2023년과 마찬가지로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국립공원 임도설치를 주장했으나 지리산국립공원 관계자는 국립공원 내 임도 설치는 불가함을 명확히 밝혔다. 현장의 다양한 환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예방책의 모든 해답이 임도로 귀결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임도로 산불 초동 대응은 가능할지 몰라도 대형화된 산불에는 오히려 바람길 역할을 한다. 임도가 조성되어 탈 것을 없애면 산불을 끌 수 있다는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 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 산불로 불탄 집은 전부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을 끄지 못했다. 임도가 있는 곳에는 불을 껐는가? 임도를 산 곳곳에 설치한다 해도 산불 현장으로 진입하여 불을 끄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 현장을 보면, 국립공원이 임도가 없고 탈 것이 많아 불을 끄기 어렵다는 산림청장의 말이 거짓임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산불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마을로 불이 번지지 못하게 주거지를 지키기 위한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조건 산불만을 끄기 위한 진화작업은 문제가 있다. 산림청 산불진화 관련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가치를 종종 무시한다. 산청 주불이 잡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산불 피해현장 잿더미를 뚫고 초록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다. 산불로 많은 생명을 잃고 생태환경이 무너진 뒤에야 교훈을 얻은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산림청은 임도 확대와 숲가꾸기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을 하고 산림관리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구성해야 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의 산불현장 ▲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현장, 피해 정도가 숲가꾸기를 진행한 지역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고 수관화로 이어지지 않아 산불이 크게 확산하지 않았고 그 피해도 적었다. 굴참나무는 코르크층만 그을렸을 뿐 죽지 않았다. 공원구역안의 소나무의 모습, 숲가꾸기가 진행된 다른 숲들과의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사하지 않았음 하층으로 불이 지나갔으나 수관화로 이어지지 았았다. 그래서 소나무숲과 다르게 불이 산에서 산으로 넘어다니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동 옥종면 두양리 산불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음에도 산불의 확산을 막지 못했다. 하동 두양리 임도 주변의 산불 확산 현장 소나무는 타 죽었지만 서어나무는 하부만 불이 지나갔고 죽지 않았다. 소나무는 수관화로 불이 이어졌으며 임도 주변의 소나무임에도 수관화로 이어져 불이 산을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5. 4. 10.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
삵 03-25 21:27
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새만금 수라갯벌도 그대로, 지리산도 그대로! 오늘 3월 25일, 지리산사람들과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며 1144일째 천막에서 농성하는 친구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려고 전주에 다녀왔어요. 전날 정환, 아림, 삵 함께 모여 만든 '아주 멋진' 구호 팻말을 들고 전북지방환경청으로 갔답니다. (우리가 만든 팻말을 들고. 사진=지리산사람들.)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은 2022년 2월 6일부터 주말을 뺀 날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종시에서 계속돼 왔어요. 곳곳에서 300명이 넘는 많은 분이 천막농성장 지킴이로 함께해 왔다고 해요. 지난 2월 25일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환경청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전북지방환경청에 접수하면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교통부·환경부 청사 앞에서 해 오던 천막농성장을 전북환경청 앞으로 옮겨 오게 되었답니다. 전북환경청이 평가서에 부동의한다면 새만금신공항 계획은 철회됩니다!!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새만금신공항 부지인 수라갯벌 반경 13km와 그 둘레엔 저어새, 황새, 흰발농게, 금개구리, 삵 등 법정보호종이 무려 64종이나 살고 있다고 해요. 다큐 <수라>를 보신 분들은 더 잘 아시겠지만, 수라갯벌은 수많은 야생동식물이 살아가는 새만금 만경수역의 마지막 갯벌이며 우리 지구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그뿐인가요? 계절마다 다양한 새가 찾아오는 철새들의 집이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쉼터입니다. 특히 우리 지구에 5천~6천 명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90% 이상이 한반도에서 번식하는데, 수라갯벌엔 그들의 번식지가 세 곳이나 있고, 그 가운데 두 곳은 각각 8km, 10km 안에 있다고 합니다. 수라갯벌이 공항으로 사라진다면 이 소중한 생명들도 함께 사라질 거예요. 수라갯벌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거예요. 불타는 산과 들을 보세요. 사계절이 사라지는 한반도를 보세요. 먹을거리가 줄어들고 가뭄과 홍수가 잦아진 둘레를 보세요. 수라갯벌을 지키는 건 우리 목숨을 지키는 것과 같아요. 오늘 우리 지리산권 시민들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촉구 천막농성장을 방문한 까닭을 아시겠지요? 지리산과 더불어 수라갯벌이 하나라는 걸 이야기하고, 뭇 생명과 함께하는 연대의 힘으로 생태학살을 막기 위해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지난 2월 12일 전북지방환경청이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재검토(사실상 부동의) 결정한 데 이어 새만금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역시 반드시 부동의 결정하길 바랍니다. 함께하는 일은, 참, 힘이 셉니다. 우리는 이런 시위가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될까' 하는 물음으로 허전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여태껏 많은 생태학살을 막는 일엔 꼭 '연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힘을 보태 주세요. 목소리를 내 주세요. 왜 여전히 공항이 더 필요하냐고 물어 주세요. 놀고 싶다고요? 같이 놀아야지요. 자기만 비행기 타고 슝슝 놀러 다니며 편하게 지구를 망가뜨리는 게 어떻게 떳떳한가요? 왜 신공항을 짓겠다는 이들이 고개를 들고 다니나요? 이상해요. 그러니 다들 막아 주세요. 신공항도, 골프장도, 케이블카도, 무슨 무슨 막개발 모두 싫다고 해 주세요. 개발이 필요하다면 정말 필요한 곳에 알맞게 해야지요. 왜 갯벌을 없애고, 숲을 없애고, 동식물을 다 죽여서 짓겠다는 걸까요? 이상하잖아요. 그건 정말 끔찍하잖아요. 한 생명으로서 할 짓이 아니잖아요. 놀고 싶으면 함께 놀아야죠. 죽이면서 놀지는 말자고요. 수라갯벌을 그대로, 지리산을 그대로! -
버들 03-25 20:52
[기후+마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도시에서 살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공원녹지가 많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걷기 편한 길이 많고 공원이나 녹지가 가까운 지역에 살면 신체 활동이 자연스럽게 늘고, 정신 건강도 좋아져 결국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들의 특징은 생태 친화적인 도시의 특징과 잘 들어맞습니다.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한 삶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요. 대표적인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 독일 프라이부르크, 호주 멜버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은 시민의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400km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로 손꼽힙니다.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타는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30% 감소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코펜하겐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높고, 비만율은 10% 이하로 OECD 평균보다 매우 낮으며 천식·호흡기 질환 비율이 낮게 보고되었습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의 90%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 도로로 이어져 있기로 유명한데요, 특히 남쪽의 바우젠 지구는 자동차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70%가 넘는 주민이 자가용 없이 생활하며 자전거를 주 이동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지구 외곽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걸어 들어와야 한다고 해요. 또 40% 이상이 녹지 공간으로 공원과 커뮤니티 정원이 많아 주민들 사이 교류가 활발합니다. 프라이부르크 시민의 기대수명이 높고 당뇨병·고혈압 발병률이 독일 평균보다 낮은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멜버른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200만 그루 이상 나무를 심어 왔습니다. 도시 나무 심기 프로젝트라고 부르는데요, 가로수를 좀 많이 심는 정도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녹지 공간을 넓히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2040년까지 멜버른 곳곳에 나무 480만 그루를 심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기후변화로 인한 불볕더위와 도시 열섬 효과를 낮추고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가로수를 더 많이 심어 그늘을 만들고,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방치된 공터를 다양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녹지 공간으로 바꿔 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도심 평균 기온이 감소하고 불볕더위 피해가 줄었으며 시민들의 건강 지표가 나아졌다고 합니다. 코펜하겐, 프라이부르크, 멜버른의 사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건강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잘 보여줍니다. 게다가 해마다 심해지는 불볕더위와 홍수, 가뭄에 대비하려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화석 연료가 필요 없는 걷기 좋은 도시, 자전거 중심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많은 도시로 변해 가야 한다는 걸 말입니다. 그러한 도시는 인간의 건강에도 좋을 뿐 아니라 길고양이와 풀, 나무, 새, 곤충 모두의 삶에도 좋으며 기후재난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길가 나무 그늘도 물웅덩이도 공원이나 녹지도 없는 도시의 길고양이를 상상해 보세요. 무더운 여름에 사람들이 에어컨을 돌리는 동안 길고양이는 어디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요? 작은 생명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에서는 인간도 건강할 수 있겠지요.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1.) (가로수 하나 없는 구례의 어느 거리2.) (구례읍 어느 작은 골목에 생긴 주차장 공사장.) 그럼 우리 구례는 어떤가요? 지리산과 섬진강 같은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공원이나 생물 다양성이 살아 있는 녹지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보행로도 잘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도시 안 생활용 자전거도로는 보기 힘들고 오히려 야생동물의 서식지 근처에 관광용 자전거도로를 놓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우리 구례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생명이 함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인가요?기후위기에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요? 나무가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기온이 최대 4°C 낮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볕더위에 대응하려면 나무 그늘 쉼터가 늘어야 하는데, 우리 구례는 주차장만 자꾸 늘고 있습니다. 보행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이 늘었습니다. 침수를 예방할 수 있는 흙길이나 녹지 공간 또한 부족해 보입니다. 자꾸 아스팔트로 덮고, 나무를 베고, 주차장을 늘리는 정책은 우리 구례군민의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뭇 생명에게도 좋지 않으며, 앞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살아갈 우리 미래에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 여러 도시가 주차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주민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부추기지 않으려는 노력이며, 다가올 기후재난을 예방하고자 하는 정책입니다.이제 주차장이나 도로 폭을 늘릴 게 아니라 걷기 좋은 도시, 생태계 다양성이 지켜지는 도시, 불볕더위나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이에 덧붙여, 주차장 없는 불편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될 수 있으면 차를 두고 다니려는 마음도 모여야겠지요.내 건강도 지키고 다른 이들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주차장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내 건강을 길고양이의 건강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도시입니다.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3월 경칩 호에 실렸습니다.) -
버들 03-04 21:12
[기후+마을] 감나무에 대한 예의
감나무에 대한 예의 우리 구례는 단감과 대봉으로 이름난 고장이죠. 감 덕분에 살림을 이어가는 감 농부님들도 많습니다. 또 감을 실컷 먹을 수 있어 즐거운 이웃들도 많아 보입니다. 해마다 우리에게 감을 선물하는 감나무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살았을까요? 고려시대인 1138년에 고욤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짧게 보아도 고려 때에 이미 우리나라에서 감나무속 나무가 자라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나무는 제법 추위를 잘 견디지만, 겨울철 온도가 영하 25°C 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봄철에 가지가 부서지기 쉽고 새순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아시아 온대 지방인 중국 중북부, 일본, 한국 중부 아래쪽에서 주로 자라 왔지요. 그렇다면 더위엔 강할까요? 열대지방에도 감나무속 나무가 살고 있긴 하지만 감이 달리지는 않는다고 해요. 열대기후가 되면 감을 먹기 어려울 거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해마다 불볕더위가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2080년쯤에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남도까지 아열대 기후구에 속하리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지만 울릉도 동해 연안에는 벌써 열대 어류가 나타났고, 지리산을 포함한 고산지대에서만 서식하는 구상나무는 말라 죽어 가며, 가을에 남쪽 나라로 날아가야 할 여름 철새들이 한겨울에도 우리나라에서 먹이활동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서 벌써 한반도에 열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사계절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로 먹을거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봄철 이상고온으로 사과나무는 보통 해보다 2주나 일찍 꽃을 피웠고, 뒤이어 닥친 늦서리로 꽃들이 시들어 버렸습니다. 귀해진 사과는 한 알에 5,000원이나 하여 많이들 사과 먹기를 포기했지요. 배추는 어땠나요?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가을 들머리까지 이어진 데다 선충 피해까지 겹치면서 고랭지 배추도 제대로 자라지 못했지요. 지난 추석엔 어땠나요?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다.” 할 정도로, 기온이 30도를 넘었습니다. 당연히 추석 밥상 물가는 껑충 뛰었습니다. 게다가 벼멸구가 무섭게 퍼져 전국 논의 3% 정도가 누렇게 죽었습니다. 그뿐인가요, 11월 첫눈이 어마어마하게 내려 수많은 농가 시설이 무거운 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렇듯 한반도 열대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기후는 먹고 사는 일상을 어렵게 합니다. 앞으로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계속 쓰면, 2070년대에 사과는 한국에서 사실상 사라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식이 밥과 김치가 아닌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지구 기온이 계속 올라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권이 되면 쌀 그리고 고랭지 배추, 고추 같은 김치용 작물을 재배할 수 없으리라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 기후권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살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이렇게 빠른 기후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들은 멸종할 수밖에 없어요. 벌써 15분에 한 종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른 종들이 사라지면 현재 지구의 먹이 피라미드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포식자인 인간 역시 살아남기 어렵겠지요. 참 슬프고 무섭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2024년 들머리에 윤석열 정부는 국내 과일값 폭등 대책으로 해외 과일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해 상반기에만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모두 30만t을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수입했습니다. 기후위기로 먹을거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윤 정부는 사과 대신 바나나를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감 대신 망고를 먹으면 될까요? 우리 구례 농부님들은 감 농사 대신 파인애플이나 망고 농사를 시작하면 될까요? 사과나 배추를 외국에서 들여오고,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자고요? 계속해서 먹을거리가 없어질 텐데요? 마실 물과 잠잘 삶터가 줄어드는 이 기후재난 시대에요? 그건 마치 구례군수님의 신년사에 나오는 “1조 4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550억 원 규모의 지역활력타운, 12월에 착공될 오산케이블카, 온천지구에 들어설 산수유 스카이워크와 힐링꽃길, 화엄사 야간 경관 길, 밤에도 빛날 서시천 미디어 파사드 분수, 섬진강 그린케이션”이 기후위기 시대에도 지역을 살려 줄 것이라 믿는 것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가져온 똑같은 방식으로 기후위기를 풀려는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감 없으면 망고를 먹자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감나무가 감나무답게 살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넓은 땅에서 한 작물만 키워 파는 산업형 농업과 목축으로 토양은 생명력을 잃어 갑니다. 강으로 흘러든 비료 성분은 해수면 아래에 산소가 드나들지 못하게 하는 녹조현상을 일으켜 강 생물을 죽게 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뿌려진 살충제와 제초제는 벌처럼 가루받이를 돕는 생물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또 가축과 사료를 기르느라 숲을 없애고 엄청난 물을 써 왔습니다.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산업형 식량 시스템은 뭇 생명을 죽이며 오늘날의 이상기후를 불러들인 한 축입니다. 왜 이러한 대규모 산업형 농축산업이 전 세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먹을거리를 더 싸고 편하게 길러 대량으로 유통해야만 싼 임금으로 공장을 돌리고 더 소비를 부추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돈을 버느라 밥할 시간도 내 먹을거리를 기를 시간도 없는 임금 노동자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지금까지 농업은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많이 키우기 위한 방식으로 생명을 죽여 오지 않았습니까? 돈만 있으면 1년 365일 삼시 세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삶을 뒷받침해 오느라, 돈만 있으면 가뭄에도 아랑곳없이 골프장과 수영장을 드나드는 삶을 지탱하느라, 숲을 벗기고 물을 써 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감나무가 감나무답게, 흙이 흙답게, 강이 강답게 살려면 감을 망고로만 바꾸면 안 되겠지요. 돈이 주인인 삶을 지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숲이 벗겨지고 얼마나 많은 어린이 노동자가 죽었고 얼마나 많은 종이 사라졌는지를, 이제껏 우리는 내 눈으로 바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 쉽게 그런 풍요를 고맙게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지구 밑에 잠들어 있어야 할 화석연료를 꺼내 펑펑 쓴 결과가, 또 돈이 되기만 하면 막개발이어도 환영해 온 결과가, 또 능력만 되면 끝도 없이 성장하는 게 제일이라고 경쟁을 부추겨 온 그 결과가 이제 불볕더위, 홍수, 태풍, 산불, 가뭄, 한파 같은 재해의 모습으로 그리고 먹을 것이 사라지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감나무 덕에 살림을 이어 온 감 농부님들뿐 아니라, 수많은 나무 덕에 삶을 이어 온 우리 인간은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덕이 있다면 이제라도 기후위기를 막는 일에 함께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삶을 바꾸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막개발을 그만둬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먹여 온 감나무에 대한, 나아가 지구에 대한, 예의이자 지구를 함께 사는 종으로서의 마지막 할 일이 아닐까요.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2월 입춘 호에 실렸습니다.) -
버들 02-19 14:41
[기후+마을] 하와이 산불을 기억하십니까?
산불이 휩쓸고 가 잿더미가 된 하와이주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의 주거지역. CNN 캡처(Patrick T.Fallon_AFP) 하와이 산불을 기억하십니까? 2025년을 맞이하는 지금, 저는 2023년 8월 하와이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때 하와이 마우이섬에 난 불은 하와이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난으로 기록됐습니다. 100명이 넘게 사망했고, 실종자만 1,000여 명에 달했습니다. 그 불은 허리케인과 극심한 가뭄 그리고 줄어든 강우량이 섞여 벌어진 ‘기후재난’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산불과 홍수, 가뭄, 불볕더위, 태풍 등으로 모습을 드러내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하와이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까닭은 좀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예부터 작은 불을 이용해 큰불을 잡고 땅을 기름지게 하는 전통으로 불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불행히도 1800년대 식민지 이주 정착민들이 들어온 뒤로 원주민들은 쫓겨났습니다. 불을 다루던 그들의 전통은 금지되었지요. 정착민들은 하와이 숲 나무 대부분을 베어 내 중국으로 목재를 수출했습니다. 벗겨진 숲에는 거대한 사탕수수 농장이나 파인애플 농장을 세웠지요. 하와이 식생에 맞게 자라 오던 토착종들은 마구 베어졌습니다. 이 농장들은 1900년대에 가격이 싼 외국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문을 닫았고, 농장주들은 목축업과 관광 개발로 눈을 돌렸습니다. 빈 농장엔 가축 먹이용으로 들여온 외래종 기니아그라스가 우거졌는데, 이 풀은 불에 잘 타는 성질이 있어요. 게다가 물을 많이 쓰는 골프장과 호텔이 늘어나면서 지역의 물이 사유화되고 독점적으로 가둬지면서 담수가 말라 갔습니다. 이렇게 습지가 건조해지면서 기니아그라스는 더 잘 퍼져 나갔죠. 결국 2023년 8월 허리케인 도라가 몰고 온 강풍으로 전신주가 끊어지면서 불씨가 퍼졌고, 마우이섬은 속수무책으로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소방관들은 말라 버린 소화전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난을 만드는 배경이 무엇인지 보이시나요? 그곳엔 생태적 지혜를 잃어버린 개발 광풍과 생명의 식민화가 있습니다. 땅을 돌보며 살던 원주민들이 쫓겨난 뒤로 오래전부터 천천히 그러나 계속해서 단일 작물 농장과 공장식 목축업으로 숲은 벗겨졌고, 관광 개발로 물은 가둬지면서 재해와 참사를 키울 조건들이 마련되어 온 셈입니다. 섬찟하게도 이 막개발과 식민화의 풍경은 지금 우리 눈앞에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숲의 다양성을 지켜 오던 생태적 지혜는 무시되고 돈 되는 소나무만 심어 놓은 숲이 어떻게 되었나요? 작은 불씨에도 불이 쉽게 퍼져 대규모 산불로 번진 사례가 늘었습니다. 골프장을, 케이블카를, 양수댐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버젓이 나부끼고, 섬진강이 말라 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숲에 산악열차가 들어오고, 갯벌이 사라지고, 지역마다 공항이 새로 지어져서 무수한 생명이 쫓겨난다 해도 ‘돈이 되면’ 괜찮다 합니다. 재해를 재난으로, 참사로 키울 조건들이 우리 둘레에도 켜켜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너무 힘들어서 개발을 부추기던 시대는 이제 갔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같은 허울 좋은 말들에 넘어가서 숲을 벗기고 물이 마르도록 놔두어선 안 되는 때에 이르렀습니다. 지리산을 경외하며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을 만들던 구례 사람들의 생태감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골프장이든 케이블카든 들어와서 한 사람이라도 더 돈 쓰고 가면 좋잖아” 같은 말에 생태적 지혜가 묻혀서는 안 되는 기후위기 시대입니다. 아시다시피 기후위기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상기온 현상들로 큰 피해를 보았지요. 동해안 산불과 강남역 침수, 오송 지하차도 참사 그리고 2020년 우리 구례에서 일어난 수해까지 기후위기를 떼고 설명할 수 없는 기후재난이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기후위기로 자연재해의 세기와 수는 더 늘어날 거라는 경고가 여러 사례로 검증되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책은커녕 재해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 지리산을 둘러싼 지역들은 어떤가요? 구례, 남원, 산청(함양과 단일화)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며 저마다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남원시는 13.22km 지리산 산악열차를, 함양군과 하동군은 산 높이까지 올라가는 23.8km 벽소령 도로를, 또 구례군은 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떨어진 숲에 27홀 규모 지리산 골프장을, 계족산 둘레엔 양수댐을 짓겠다 합니다. 지난 하와이 산불을, 그리고 최근 전 세계에서 벌어진 기후재난을 지금 기억해야 하는 까닭은 앞으로 빈번해질 자연재해가 더 큰 참사로, 더 큰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우리가 바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깨닫기 위해서입니다. 하와이 산불 재난이 벌어지기 전 조지 그린 하와이주지사는 주택난을 들먹이며 ‘건물 건축 시 불연재나 준불연재를 사용’하도록 정한 표준법 적용을 그만뒀습니다. 그 탓에 산불은 더 쉽게 건물들을 모조리 태울 수 있었지요. 이윤만을 좇는 정책들이 재난의 배경을 쌓아 오고 있다는 걸 밝은 눈으로 알아봐야 합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정책 결정자의 선택이 얼마나 큰 폭탄이 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난 12.3 내란 사태로, 아니 여태껏 우리나라 역사상 계엄을 발동한 대통령들을 통해 넉넉히 깨닫지 않았나요? 전시 상황이 아닌데 전시 상황으로 인식한 군 통수권자는 파면되겠지요. 기후위기 비상상황인데 비상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어떻게 될까요? 내란범을 막은 주체가 깨어 있는 시민이었듯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지자체들을 막을 주체도 깨어 있는 시민일 것입니다. 지금은 기후위기 비상상황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 만나야 할 때입니다. 산과 강이 안전한 날들이 이어져야 우리도 비로소 안전할 수 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재난을 키우는 조건들을 선택할 때가 아니라 생명과 생존을 선택할 때라는 걸 외쳐야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장소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더는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이것이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 우리가 지금 선택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2025년 1월 두 번째 호에 실렸습니다.) -
정정환 02-17 11:43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재검토(부동의) 환영한다, 남원시는 지리산산악열차 사업 즉각 폐기하라!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재검토(부동의) 남원시는 지리산산악열차 사업 즉각 폐기하라 지난 2월 12일 전북지방환경청은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재검토로 결론을 내었다. 재검토 의견서의 주된 내용은 상용화 노선인 13km가 아닌 시범사업인 1km만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한 훼손 우려와 법정 보호종의 서식(수달, 삵, 황조롱이, 애기뿔쇠똥구리 등)과 상용화 구간은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로, 여기에 미치는 영향(이동의 단절, 로드킬 발생, 소음, 진동으로 인한 번식 방해 등)에 대한 정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끝으로 시범사업 이라는 단기 목적에 비하여 국립공원과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대한 훼손이 초래할 우려가 크므로 재검토되어야 하며 환경훼손 등의 우려가 적고 개발 여건이 적합한 다른 지역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었다 기자회견 전문 전북지방환경청의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부동의(재검토) 결정 환영, 지리산산악열차 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 지리산을 그대로, 남원시는 지리산산악열차 사업을 폐기하라! 지난 2월 11일, 전북지방환경청(이하 환경청)은 남원시가 재신청한 ‘지리산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이하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내렸고 이를 남원시에 통보했다.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생태·환경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의 훼손 등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10년 넘도록 무리하게 추진해 온 ‘지리산산악열차’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우리는 전북지방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을 환영한다.환경청은 지난해 8월 8일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반려에 이어 최종적으로 재검토(부동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립공원과 보호지역을 보전하고, 난개발을 방지하며, 국민이 건강과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나아가 지구 환경을 지키는 환경청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이번 환경청의 검토의견에 따르면, 전체 사업(노선)에 대한 개발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 등의 선행 검토가 필요하며 보호지역과 인접한 지역의 개발은 우수한 자연환경의 훼손, 지역생태계 연결성 단절,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 악화 등 부정적 생태·환경 영향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또한, 향후, 동일 또는 유사 목적의 사업 추진이 필요할 경우,개발 여건에 적합한 다른 지역을 입지 대안으로 선정하라는 제안도 했다.이는 사업 구간이 국립공원, 보호구역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와 인접한 지역이라면 국립공원과 동일한 수준의 보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세웠고, 전체 사업(13.22km) 구간 중 일부(1km)를 쪼개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으려는 남원시의 꼼수를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남원시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제안서를 낼 때의 사업명이 ‘산악용 친환경 운송시스템 시범사업 공모’이며, 사업지역은 총 13.22km라고 명시되어있다.이는 ‘전체 사업 구간 13.22km 중 지리산국립공원 통과 길이는 9.5km로 공원계획 변경사업이며, 환경부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대상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km부터 우선 사업하겠다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공원계획 변경과 행위허가 및 공원위원회 심의를 우선 회피하겠다는 의도이다. 이에 우리는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에서 선형사업을 분절하여 추진하는 남원시의 사례를 통해 법적 제도 개선(국립공원 내 개발사업 시행지침 수정,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등)과 자연공원법상 공원시설 삭도(케이블카), 궤도(열차)는 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에 설치할 수 없도록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또한, 전북특별자치도 특례법이 지난 12월 27일부터 시작되었다. 특례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 도지사가 지정한 환경영향평가가 이관되면서, 친환경산악관광진흥지구 지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전북특자도에서 진행하게 된다.이에 남원시의 편법 사례처럼,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수 없도록 견제를 통한 환경영향평가 조례 개선도 필요하다. 지리산은 국립공원 1호이며, 생물다양성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기후위기시대에 지리산의 가치는 말할 수 없이 소중하며, 훼손 없이 보전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리산은 개발 광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리산산악열차를 비롯해 케이블카, 도로, 골프장 등 수익을 노린 개발의 시도가 밀려온다. 이번 전북지방환경청의 부동의 결정은 지리산 개발 광풍에 경종을 울리는 귀중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부동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제 최종 마무리는 남원시와 전북특별자치도 손에 달려있다.남원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리산산악열차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온 지난날을 철저히 반성하고 사업 폐기 선언함으로써 지리산산악열차와 관련된 모든 논란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2025년 2월 17일 전북환경운동연합,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지리산산악열차반대남원대책위원회 전북특자도 오은미의원, 전북특자도 오현숙의원, 사회민주당 -
삵 01-23 16:24
‘탈법적’ 지리산산악열차, 마땅한가?
지리산산악열차, 마땅한가? _농성 일주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 다녀와서 아침 8시 15분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아이가 방학하면 늦게 일어나니까, 아침 먹을 일이 없어서 늦잠을 잘 수 있다. 참으로 게으른, 아니 느긋한 아침이다. 사실 오늘은 보통 때보다 일찍 일어난 편이다.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알람까지 맞추어 번쩍 눈을 떴다. 15분 만에 짐을 챙겨 터미널로 나섰다. 터미널에서 멋쟁이새 차를 타고 전주로 갔다. 차에는 나와 멋쟁이새 말고도 숙과 호이가 함께 탔다. 도착한 곳은 환경부전북지방환경청. 남원시에서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터라 지리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환경청 앞에서 부동의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었다. 농성 일주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여는데, 여기에 함께하기로 하여 우리는 구례에서 전주까지 오게 되었다. 도착하니 농성하던 주옥이 있었고, 곧 남원과 함양에서도 사람들이 쏙쏙 모였다. 내 키만 한 현수막엔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부동의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현수막에 적힌 글들이 마땅히 꼭 이뤄지기를 맘속으로 기도했다. 전주환경운동연합 선생님의 외침에 따라 우린 다 같이 구호를 외쳤다. 남원에서 오신 장 목사님은 이 산악열차가 얼마나 탈법적인지를, 얼마나 낭비인지를, 얼마나 쓸데없는지를 낱낱이 늘어놨다. 남원시는 벌써 모노레일로 600억 가까이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적자가 될 이 산악열차를 또 짓겠다고 하니, 남원 시민들은 얼마나 화딱지가 날까. 게다가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13.22km 모든 자리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지 않고 겨우 1km만 시범 사업으로 해 보겠다고 하니, 황당해 말도 안 나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는 돌아가며 기자회견문을 읽고 자리를 마쳤다.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지만. 환경청 사람들이 부디 꼭 들어 주기를 바라며 한 자 한 자 힘을 넣어 읽었다. 남원에 사는 강은 글을 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지리산에 산악열차가 놓이면 정말 끔찍하고 슬플 거라고. 우리는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환경청이 이 얼토당토않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다. 탈법적 환경영향평가서가 동의받지 못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 기후위기 시대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세금까지 쓴 남원시장은 처벌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당장 이상기후로 농사도 어렵고 산불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이 해마다 더 무섭게 찾아오는 이 시기에, 과학자들이 이미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경고하는 이 마당에, 있는 숲을 지켜도 모자랄 이때, 어떻게 숲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고 숲살이 들살이를 사라지게 하면서까지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먹을 게 사라졌을 때 그때 가서 산악열차를 뜯어 먹겠다는 건가? 마치 국회에 백골단을 들여보낸 한 의원과 그 의원이 몸담은 당처럼 ‘뇌가 없는’ 발상이 아닌가. 우리나라 법이 정말 제대로 쓰이는 게 맞는다면, 위법한 내란 범죄자와 그 부역자들이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죄에 딱 맞게 벌을 받는 게 마땅하듯, 환경청이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일 또한 참으로 마땅하다. 우리는 마땅한 일들이 마땅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그게 다다. 그 어느 골골에서도 위법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어느 골짜기에서도 생명들이 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서는 안 된다. 참으로 마땅하다. 마땅한 일이 마땅하기를 바라는 게 어찌 이리 어려운 나라가 되었나? 부디 환경청은 마땅한 일을 마땅하게 하기를 바란다. 그게 다다. (아래, 오늘 읽은 기자회견문을 붙입니다. 힘주어 함께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전북지방환경청은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즉시 부동의하라! 전북지방환경청 농성 1주일 되는 날에 우리는 매일 말도 안 되는 일을 마주합니다. 대통령이란 자가 내란을 일으키더니, 검찰총장이었으며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은 모든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법부에 대한 테러가 자행되었음에도, 이를 비호하는 세력은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참으로 화나고 참담하며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가 참혹하고 암담한 오늘,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지리산산악열차로 인한 국립공원 제도의 ‘비정상’을 고발합니다. 환경부의 무능과 전북지방환경청의 어정쩡한 태도, 남원시의 멈추지 않는 개발 욕구로 인해 지리산국립공원이 무너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지리산산악열차는 지리산국립공원 9.5km가 포함된 총 13.22km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입니다. 이곳은 국립공원이며, 백두대간보호지역이고,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이 사는 땅입니다. 이곳은 문화재보호구역에 접해 있으며, 주민이 살고 마을이 있으며, 산사태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남원시가 지리산산악열차를 말하는 그 순간부터 ‘절대 안 된다’를 수없이 반복하였습니다. 보전하자고 약속해 놓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며,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그들의 삶터를 짓밟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원시가 추진하는 지리산산악열차는 국립공원을 통과하므로 자연공원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협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을 받아야 합니다. 백두대간보호법,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검토와 절차도 요구됩니다. 그러니 애초 불가능한 사업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원시는 지리산국립공원 밖 1km만을 분절하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탈법적 행위입니다. 작년 8월 8일 전북지방환경청이 지리산국립공원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것은 바로 이러한 탈법적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남원시는 작년 12월 26일 또다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전북지방환경청이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산악열차는 13.22km에 달하는 사업인데, 이것이 어찌 ‘소규모’라는 말입니까? 13.22km를 분절해서 1km만을 사업 구간으로 정하여 협의를 요청했다면, 이를 지적하여 돌려보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북지방환경청은 또다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를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농성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1월 16일부터 시작한 농성이 1주일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전북지방환경청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대체 탈법적 환경영향평가서의 무엇을 검토한다는 말입니까? 전북지방환경청은 검토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기 위해 ‘부동의’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꼼수 사업이 탈법적으로 진행할 수 없게 못을 박아야 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땅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반달가슴곰 등 그곳에 사는 생명들의 땅입니다. 현세대는 그들에게서 잠시 빌렸을 뿐입니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농성 1주일을 맞이하며, 관련기관에 요구합니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악용하는 탈법적 행위를 감사하고, 관련기관에 엄중히 경고하십시오. 전북지방환경청은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즉각 ‘부동의’하십시오. 남원시는 지리산국립공원을 훼손하고,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지리산산악열차 추진을 포기하십시오. 우리는 지금 진행되는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이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와 생명의 이름으로 탈법적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을 훼손하려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뭇생명의 마지막 피난처’ 국립공원이 이런 허황된 개발사업에 무너지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1월 23일, 전북지방환경청 농성 1주일 되는 날에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글 : 지리산사람들 삵 사진: 멋쟁이새 정정환 -
윤주옥 01-14 15:59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
오늘(2025년 1월 14일) 11시, 구례군청 앞에서 사포마을 지리산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섬진강권 양수댐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3년 9월 4일부터 구례 민주주의 회복과 지리산, 섬진강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거리에 서 있었던 16개월의 소회를 나누고,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아침 구례군청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례의 강과 산, 땅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니며,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강과 산, 땅은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며, 그곳이 삶터인 생명들과 공유하는 곳입니다. 지리산사람들 등은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가 생명평화의 땅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기자회견 전문 올립니다. <기자회견문>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 구례를 생명평화의 땅으로 만들자! 1년 중 가장 춥다는 1월입니다. 우리가 구례 민주주의 회복과 지리산, 섬진강을 지키기 위해 구례군청 앞에 섰던 날은 여름이었습니다. 여름에서 가을과 겨울로, 해가 바뀌어 봄이 오고,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리산골프장은 못 할 거야, 지리산케이블카도 힘들다던데, 섬진강 구례양수댐은 이미 결정되었잖아.’ 그러면서 ‘날도 더운데, 날도 추운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 그만해도 된다고.’ 그럴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골프장은 물 건너갔을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케이블카는 구례만의 문제가 아니니 건설하기 힘들 것입니다. 섬진강 구례양수댐은 ㈜한국중부발전이 우선사업자로 결정되었으나 불확실성, 기후재난의 시대에 어떤 결말이 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멈춰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봉성산 불법 벌목과 주민 갈등 조장, 불탈법을 통한 지리산골프장 시도, 군민 세금으로 지어야 한다는, 상부정류장에서는 노고단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 지리산케이블카, 제대로 된 검증없이 여론몰이로 추진되는 섬진강 구례양수댐 등에서 구례군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구례군은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 단체를 적으로 몰아세우며 공격하고 핍박했고, 김순호 구례군수는 군민들과 공동으로 서명한 합의문을 깨면서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산사태가 날까 두려워 뜬눈으로 밤을 보낸 주민들의 손을 단 한 번도 잡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구례의 윤석열’이라고도 불립니다. 오늘도 구례군은 개발, 토목 위주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리산골프장, 지리산케이블카, 섬진강 구례양수댐, 오산케이블카, 간전면 레미콘공장 추가설치, 하천 정비사업, 서시교 철거 시도 등 부수고, 파헤치고, 쫓아냅니다. 우리가 경험한 구례군의 행정에 주민은 없습니다, 미래도 없습니다. 이러다가 구례의 강과 산, 흙을 다 팔아먹어 아이들에겐 오물투성이 죽은 땅덩어리만 물려줄까 봐 걱정스럽습니다. 우리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구례의 강과 산, 땅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지금을 사는 사람들만의 것도 아닙니다. 강과 산, 땅은 아이들에게서 잠시 빌려온 것이며, 그곳이 삶터인 생명들과 공유해야 할 곳입니다. 지금처럼 모두 파먹고 쓰레기만 넘겨준다면 그건 범죄입니다. 제발 나쁜 어른이 되지 맙시다. 우리는 2023년 9월부터 이 자리에 있었고, 구례군, 구례군의회와 만나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구례군, 구례군의회는 대화를 시도하거나 변화를 추구하려는 의지도,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구례군, 구례군의회는 멈추고 함께 살 길을 생각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 이후에도 아이들을 대신하여, 함께 살아야 할 생명들을 대신하여, 외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6개월, 모두 애쓰셨습니다. 그들이 멈추지 않으니, 우리도 멈출 수 없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이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떨어지는 낙숫물 한 방울, 그 한 방울이 모여 바위를 뚫습니다.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는 구례가 생명평화의 땅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토목 위주의 행정 중단하고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지리산골프장 추진 중단하라! - 우리는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군민의 기본 권리 보장하고 섬진강 구례양수댐 추진 포기하라! - 지리산국립공원은 구례군의 소유물이 아니다! 지리산케이블카 재추진 즉각 중단하라! 2025년 1월 14일 사포마을 지리산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섬진강권 양수댐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지리산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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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너무나 사랑스러운 로컬 소품숍, 호호의 숲
피아골 겨울의 한 복판에 찾아간 호호의 숲 앞마당은 여느 가정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은 마을 어귀부터 다정한 손글씨로 쓴 팻말이 ‘여기로 가면 호호의 숲입니다’라고 말을 걸어왔다는 정도. 겨울 풍경 속에 갇힌 마당에서 주인장을 어떻게 불러낼까 고민하던 중인데 미닫이가 스르르 열리면서 그녀가 나타났다. 호호의 숲 주인장인 류호화 님이다. 운명 같은 시작 그녀의 반가운 안내를 받으며 실내로 들어서자 흐린 바깥 풍경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동화적인 색감의 사랑스러운 소품들로 가득한 호호의 숲을 누군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선물가게 같다고 했단다. 필자의 눈에도 이곳은 악이라고는 스밀 수 없는 순수한 동화세상 같았다. 휘둥그레 뜬 눈이 분주해지면서 갑자기 기분이 둥실댔다. 정성 담긴 사랑스러운 소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원래 이 공간은 숙박을 했던 곳이에요. 그런데 제가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대나무공예를 배웠거든요. 저기 달려 있는 대나무 등은 죽예회 회원과 함께 만든 거예요. 저 등을 완성해서 저곳에 다는 순간, 아 이제 숙박을 접고 소품숍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마치 소품숍을 해야 할 운명이었다는 듯이 그녀가 말한다. ‘호호의 숲’이라는 숍의 이름 역시 그녀의 별명인 ‘호호(년식이 좀 있는 사람들은 알 만한 TV만화영화 시리즈 주인공이다)’에, 자연에서 온 것이나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 자연과의 협업이라는 의미를 담은 ‘숲’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지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21년 7월 호호의 숲을 열었다. 처음에는 호화 님처럼 꼼지락거리는 걸 좋아하는 지인 10명의 작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는 패브릭과 유리공예, 나무공예, 손뜨개와 자수, 그림 등 구례와 하동 등지의 작가들 60여 명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제는 호호의 숲을 먼저 알고 찾아오는 작가들도 있다. 자연의 사계, 그 색을 담은 작품들 류호화 님은 사실 구례에서 전설처럼 남아 있는 플리마켓 콩장의 운영자였다. 나중에는 남원, 광양, 순천 등지에서도 셀러들이 모이고 콩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가족나들이를 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성공적인 자리매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8년 여의 기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알차게 꾸려오던 콩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콩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녀는 이제 다시 판을 벌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해서 누군가 에너지 만땅인 사람이 시작한다면 박수치고 손을 더해줄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지금 호호의 숲 작가들도 실은 콩장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성껏 만든 지역의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작가들도 호호의 숲과 함께 3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요. 제가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작가분들께 사계절을 모티브로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하고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포인트를 이야기해드리기도 하거든요. 작품에 자연의 색과 모습을 담으면서 결이 비슷해지고 공간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내어온 다과상에도 겨울과 봄이 담겨 있었다. 호호의 숲에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티 매트, 벚꽃모양의 작은 차받침 역시 호호의 숲에서 판매하는 소품이다. 워낙 정성 들인 수공예품들이 많다 보니 한 번에 대량생산은 있을 수 없고, 그래서 하나하나의 가치는 더 귀하다. 소품뿐 아니라 차, 밤잼, 꿀 등 지역의 생산품도 판매한다. 이 날의 웰컴티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꾸지뽕차였다. 구수하고 달큰한 차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 방문하는 운 좋은 손님들은 이렇게 정성 담긴 다과상을 받을 수도 있다니, 피아골 골짜기까지 찾아오는 길은 쉽지 않겠지만 일단 호호의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의 만족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손님 중에는 호호의 숲을 통째로 서울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호화님이 직접 그리고 적어 작품을 소개하는 이름표를 사고 싶다는 손님도 있단다. 자연은 살아가는 힘이 돼요 호호의 숲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을어르신들이 이런 외진 동네에 가게를 하니 사람이 찾아올까 걱정을 했다는데, 이제는 소문이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곧잘 찾아온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숨을 헐떡이기는 하지만. 또 찾아오신 손님들 중에 네댓 팀은 다른 지역에 소품숍을 내기도 했으니 호호의 숲이 주는 영향력을 알 만하다. 그런데 어떻게 피아골 마을 안에 자리잡을 생각을 했을까. “소개로 오게 되었는데, 뭘 몰랐어요. 자연을 좋아하는데 제가 겁이 많아요. 그런데 여기는 산 속에 있는 마을이라 멧돼지, 고라니,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들이 많이 내려오거든요. 한 번은 마당에 이불을 널었는데 저녁에 갑자기 비가 오는 거예요. 이불을 걷어야 하는데 무서워서 못 나가고 그대로 비를 맞혔어요. 그런데 4, 5년이 지나니까 어느 여름날 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풀을 뽑고 있는 거예요.(웃음)” 이제 집 앞 수로를 허둥지둥 건너는 멧돼지 가족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산에 있는 복숭아나무 열매는 야생동물에게 양보한 지 오래다.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곳에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소리에 잠을 깨고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준비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그녀에게 힐링이자 살아가는 힘이다. 그래서 그녀는 최소한의 다짐이 있다. 나로 인해 자연에 해를 끼치지는 말아야지 하는. 남들은 이쁘게 집 짓고 살라지만 내가 인공 구조물 하나 더 만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이쁜 쓰레기를 만드는 포장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호호의 숲에서는 포장재를 재사용하고 습자지로 소포장한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하는 다짐이다. 반달곰 1%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하고, 실천하는 삶에 한 발이라도 얹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다른 이들에게 공명처럼 전해지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강은경 02-08 18:09 -
[박소동의편지] 난세란 과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난세(亂世)’란 과연 어떤 세상을 말하는가? 박소동 지난해 8월 15일 현암사에서 출간한 번역 『맹자(孟子)』의 머리말에 내가 어릴 때 들었던 ‘난세에는 반드시 맹자를 읽어라[亂世必讀孟子]’라는 말을 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난세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나는 고전에 나타난 난세의 판단 기준으로 3가지를 제시하고 21세기를 사는 대한민국 집단지성들의 판단을 구한다. 첫째 : ‘상벌부중(賞罰不中)’이다.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일이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른 통치의 치세이자 통치자의 기본 덕목이다. 그래야 선을 권장하고 악을 징계하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상을 주는 것과 벌을 주는 것이 그 행위에 적중하지 않고 통치자의 자의적인 집행으로 법의 기능을 웃음거리로 만들거나 작은놈은 걸리고 큰놈은 통과하는 ‘거미줄 법’이 되면 국민은 법치를 불신하게 되고 통치자를 증오하게 된다. 난세의 길로 가는 조짐이자 상징이다. 둘째 : ‘현재불거(賢才不擧)’이다. 통치자는 혼자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이 동원되어 통치하는 것이다. 그러니 조직에 알맞은 인재를 등용해서 맡겨야 하는 일이 통치자의 중요한 임무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직과 임무에 알맞은 인재가 아니라 사적인 친불친과 이해관계로 관리를 등용하면 그 조직이 무너지고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의 몫이 된다. 국민은 통치자를 불신하게 되고 원망하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회복할 수 없는 ‘시스템 붕괴’로 이어져 국가 존립의 중요 기능인 ‘국내의 치안[內治]’은 물론이고 국방과 외교마저 위태롭게 된다. 국가의 존망을 좌우했던 지난날 모든 나라들의 역사가 이를 대변해 주는 지금의 교훈이다. 셋째 : ‘언로폐색(言路閉塞)’이다. 통치자에게는, 잘한다고 칭찬하는 말은 듣기에는 달콤하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고 올바른 통치를 하는 데는 독이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통치자를 망치는 말이다. 그래서 ‘말[言]’이라고 하지 않고,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바른말을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른말은 듣기에는 거북하다. 바른말을 할 수 있고 수용하는 통로를 ‘언로(言路)’라고 한다. 전통 군주 시대에도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고 법으로 보장하였다. 그래서 2중 3중으로 ‘언관제도(言官制度)’를 두어서 언제든지 통치자에게 바른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말이 옳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지 옳지 않다고 벌을 주면 바른말 하는 사람을 천리 밖에서 거절하는 것이고 그러면 군주의 주변에는 달콤한 말만 하는 아첨배 간신배만 가득할 것이니 눈멀고 귀먹은 군주가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알아서 바른 정치를 하겠느냐?”라고 군주에게 언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조선왕조실록』에 종종 등장하는 이유이다. 조선왕조 시대의 군주가 모두 현명한 것은 아니었지만 500년을 유지했던 것은 실로 언로의 활성화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로가 시스템화한 덕에 어리석은 혼군(昏君)의 전횡을 극복한 사례가 많다. 『조선왕조실록』의 한 사례를 들어 보면 얼마나 언로가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한 선비의 상소문 중에 ‘당신은 허수아비 같은 군주다.’라는 비유를 하는 문장까지 있었다. 왕은 이 상소에 답하면서 ‘내게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다른 일에야 얼마나 더 강직하겠는가. 가상하다.’라고 한다. 그런데 그 답 아래에 ‘사신왈(史臣曰)’로 시작하는 댓글이 달려 있다. ‘말은 가상하다고 하지만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니 그 말이 받아들여지겠는가.’ 임금 앞에 앉아서 사실을 기록하는 사관이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이렇듯 군주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역사를 의식하며 하여야 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정치가 가장 말기적인 난세의 현상이라는 『춘추』의 판단이 지금도 유효하다. 현실 정치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21세기를 사는 우리 민주시민의 집단지성들은 과연 이 세 가지 판단 기준에 얼마나 동의하고 동감할지 자못 궁금하다. 글을 쓴 박소동 교수는 구례에서 태어났다. 난포蘭圃 서한봉徐漢奉 선생을 사사하였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실장 · 편찬실장 · 교무처장, 한국고전번역원 한학교수, 성균관대학교 한문고전번역 석박사 통합과정 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초빙교수, 한국고전번역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명예한학교수이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지난해 출간한 『맹자』 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귀향 후 구례 호양학교를 터 삼아 고전에서 길어 올린 시대의 좌표를 가르치고 있다. 호양학교는 을사늑약 이후 구례 지역의 선각자들이 망국의 한을 안고 후학 양성을 위하여 1908년 광의면에 설립하였고 1920년 폐교되었으나 2006년에 복원하였다.이선재 01-09 18:02 -
[반달곰1%가게유람기] 새참 먹는 시간, 그녀가 만드는 한 끼
반달곰을 사랑하는 1% 가게 유람기입니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으로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습니다. ‘유랑인증서’를 통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여 모아진 1%의 기부금은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입니다.강은경 12-20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