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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05-14 15:05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7일차)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7일차 일정표 ■ 걷기 개요 일시 : 2026년 5월 11일 (월) 총 거리 : 15km 소요 시간 : 약 4시간 40분 -점심 시간 : 1시간 제외 ■ 걷기 인원 : 총 12 명(차량 3대) 07:00 냉천삼거리 출발 09:00 구남마을 회관 도착 -걷기 출발 09:10 ■ 세부 걷기 일정 09:10 구남마을 회관 -> 적성교 3.8km / 60분 -휴식 20분 10:30 적성교 -> 화탄매운탕 3.8km / 60분 -휴식 10분 11:40 –12:30 점심 12:30 출발 -> 유촌대교 2.2km / 30분 13:00 유촌대교 -> 유등면 3.2km / 50분) -10분 휴식 13:50 유등면 ->향가유원지 3.2km(60분) 14:50 걷기 종료 □ 출발지 (구남마을회관)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적성면 평남리 645 □ 도착지 (향가리 마을회관)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풍산면 대가리 26-14 -
김인호 05-14 14:58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6일차)
「섬진강 편지」 -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6일 차 일정 * 용궐산 산행이 있어 걷는 거리를 줄였음 * 장군목, 요강바위가 아름다운 강길 ■ 걷기 개요 일시 : 2026년 4월 27일 (월) 총 거리 : 13.3km 소요 시간 : 약 5시간 -점심 시간 : 1시간 제외 ■ 걷기 인원 : 총 12 명 07:00 냉천삼거리 출발 구담마을 회관 8시 도착 (1시간) 구담마을 회관 ↔ 어은정 차량 배치 왕복 (1시간) 걷기 출발 09:00 ■ 세부 걷기 일정 09:00 구담마을 회관 -> 장군목 2.5km / 40분 -장군목 휴식 20분 10:00 장군목 -> 용궐산자연휴양림 1.7km / 30분 용궐산 산행 (하늘길 코스 3.2km/ 2시간 소요) 12:30 용궐산 하산 후 점심 13:30 용궐산 휴양림 -> 구미교 (2.8km / 40분) -징검다리 건너 데크에서 점심 14:10 구미교 ->구남마을 회관 3.19km(70분) -어은정 휴식 10분 15:20 걷기 종료 □ 출발지 (구담마을회관) -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덕치면 천담2길 287-4 □ 도착지 (구남마을 회관) -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적성면 평남리 475 ■ 걷기 인원 : 총12 명 용궐산 [龍闕山] 산 이름은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라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렸는데 이 명칭이 ‘용의 뼈다귀’라는 죽은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산이 살아서 생동감 넘치는 명기를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2009년 4월 용궐산(龍闕山)으로 명칭을 개정하였다. 원통산에서 남진하는 산릉이 마치 용이 자라와는 어울릴 수 없다는 듯 서쪽 섬진강 변으로 가지를 치며 솟구쳐 있다. 용같이 우뚝 솟아 꿈틀거리는 듯 준엄한 형세를 띠고 있으며, 앞에는 만수탄[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용궐산은 순창군 북쪽에 있는 섬진강의 본류이자 상류인 적성강을 바라보고 있다. 산줄기는 백두 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 호남 정맥이 북서쪽으로 뻗어 내리다가 팔공산에서 마령치 방향으로 섬진지맥[섬진강 분수령]을 나누어 놓는다. 마령치를 향해 내달리던 섬진지맥은 남원 천황봉 방향으로 산줄기를 나누어 놓고, 서쪽 임실 성수산을 지나 봉화산, 응봉, 무제봉, 지초봉, 원통산을 지나며 오수천과 섬진강 원류를 가른다. 이 지맥 가운데 원통산과 무량산 사이에 적성강을 앞에 품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용궐산이 솟구쳐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매우 빼어나다. 북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덕치면 가곡리의 협곡 너머 청웅의 백련산, 덕치의 원통산이 자리하고, 동으로는 남원 보절에 있는 천황봉 너머 지리산의 제2봉인 반야봉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동남으로는 무량산이 우뚝 서고, 그 아래로 섬진강이 흐른다. 서로는 요강 바위, 자라 바위 등 기암괴석들을 품에 안은 섬진강이 장구목 마을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내려다보인다. 멀리로 눈을 돌려보면 강천산과 내장산의 연봉들이 다가오고, 북서쪽으로는 회문산과 필봉산이 섬진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용궐산은 용과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많으며 자연 경관이 수려하다. 용궐산의 남쪽 방향인 어치리 내룡 마을에서 북동쪽으로 오르면 천연 동굴인 99개의 용굴이 있다. 세 번째 용굴까지는 사람이 갈 수 있으나, 네 번째 용굴부터는 불을 켜도 앞을 분간할 수 없어서 갈 수가 없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용궐산 정상인 상봉에는 신선 바위가 있고, 산중턱에는 삼형제 바위, 그리고 최근까지 승려들이 찾아와서 축조했다는 절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용골샘 등이 있다. 용궐산의 정상에 있는 신선 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는데, 옛날에 용궐산에서 수도하던 승려가 바둑을 두자는 내용의 서신을 호랑이의 입에 물려 인근의 무량산에 기거하는 승려에게 보내서, 서로 만나서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25 전쟁 때 아군들이 적군을 토벌하기 위해 막사를 설치하며 쇠말뚝을 박는 과정에서 바둑판의 형체가 사라졌다. 용궐산 서쪽 기슭에 있는 장구목은 예전에 지역 주민들이 왕래하던 큰 길목이었으며, 그 주변에 장군의 명당이 있어서 장군목, 혹은 지형이 장구 형상이라 장구목으로 불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용궐산 [龍闕山]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섬진강 / 김인호 -
김인호 05-10 07:07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5일차)
■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5일차 일정 - 일자 : 2026년 4월 20일(월) - 걷는 거리 / 시간 : 13km / 4시간(점심시간 제외) - 인원 : 12명, □ 차량 이동 (차량 운행 3대) 〇 7시 구례 냉천삼거리 출발 〇 8시 20분 국사봉 전망대 도착 - 붕어섬 사진 촬영 (1시간) 〇 10시 국사봉 출발 〇 10 : 30분 ~ 11시 10분 차량 배치 *국사봉 전망대 휴게실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운암면 국사봉로 639 □ 걷기 출발 〇 11시 섬진강댐인증센터 -> 진메마을 (6.5km / 2시간) - 희곡교, 새마을교, 덕치교, *물우리에서 섬진강 징검다리 건너는데 시간 지체 〇 13 00 –14 : 00 점심 -진메마을 느티나무 아래서 점심 -김용택 시인 생가 방문 및 인사 〇 14 :00 - 16:00 진메마을 -> 천담마을 (6.5km 2시간) 〇 16: 00 천담마을 도착 □ 걷기 종료 * 출발지 주소/ 섬진강댐인증센터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덕치면 회문리 825-84 * 도착지 주소 / 구담마을회관 -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덕치면 천담2길 287-4 운암댐 구간을 다 걸을 수 없어서 생략하고 국사봉전망대휴게실까지 차량으로 이동하여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붕어섬 풍경을 담고 하산하여 다시 차량으로 섬진강댐인증센터로 이동하여 걷기 일정을 시작했다. 5일차 걷기도 거의 계획대로 걸었다. 물우리 징검다리 건너기는 물이 많으면 되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돌아가지 않고 건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도 오지 않고 해도 쨍하지 않아 좋았다. 진메에서 천담마을 가는 길에는 다리공사가 한창이어서 아름다운 강길이 파헤쳐진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강에서 만난 댕기기물떼새 가족이 너무 예뻤다. -
김인호 05-10 06:53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4일차)
「섬진강 편지」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 네 번째 날, 손 흔들고 떠났던 이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엇을 잃어버리고 간 것이냐 물었더니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가서 미안해 다시 왔다며 손을 꼭 잡아주던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런 길이었습니다. 구례에서 열흘 전에 떠난 봄이 섬진강 상류 임실에서 그대처럼 환히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관촌면 사선대에서 운암면 선거마을까지 푸른 강물을 배경으로 도드라지는 조팝나무 꽃빛, 불타는 진달래 꽃빛, 꽃잎 분분한 벚꽃나무 아래서의 점심, 어제 길을 생각해 보니 무릉도원에 다녀온 꿈을 꾼 것 같네요. 다음번 걷는 길은 옥정호 붕어섬 조망과 진메마을 징검다리,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인 천담마을 길로 그 풍경들을 생각하니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 ■ 걷기 개요 일시 : 2026년 4월 13일 (월) 총 거리: 17.3 km 소요 시간: 4시간 30분 * 출발지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관촌면 관촌리 236-2 사선대 주차장 * 도착지 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 운암면 청운로 527 선거보건지소 ■ 참가자 : 12명 ■ 세부 걷기 일정 10:00 사선대 출발 -> 창인교 3km / 40분 -제2오원교 경유 10:40 창인교 -> 호원교 4.3km / 60분 - 대창교, 호암교 경유 11:40 호원교 정자 휴식 12:00 호원교 출발 12:40 둑길 점심(20분만 더 갔으면 덕암교에 정자가 있었음) 13:30 점심 후 출발 13:50 덕암교 도착 (호원교 -> 덕암교 3.5km/ 60분) 15:10 학암교차로 도착(덕암교 -> 학암교차로 4km /1시간 20분) 15:50 선거보건지소(학암교차로 -> 선거보건진료소 2.5km / 40분) 15:50 선거보건진료소 종료 #섬진강길걷기 #관촌면 #사선대 #운암면 #선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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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지리산 옛모습 - 우두성 선생님의 지리산 이야기 6
“1955년, 등산복도 등산화도 없던 시절의 지리산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의 역사를 다룬 우두성 회장 인터뷰, 그 마지막 3부에서는 숭고한 정신을 증명하는 귀한 사진과 기록물들을 대중 앞에 펼쳐 보입니다. 연하반 초기 멤버들이 구례읍 서시천 징검다리를 건너던 1955년의 그날부터, 등산 장비가 없어 남대문시장에서 군용 텐트와 판초를 구해 쓰던 애환, 그리고 폐자전거 흙받이로 이정표를 만들어 지리산 세석평전과 천왕봉에 붙이던 감동적인 순간까지. 시간이 흘러 빛바랜 사진 속에는 지리산을 그 누구보다 사랑했고, 아무런 욕심 없이 산을 지켰던 원로들의 순수한 '자연 애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향후 구례의 소중한 역사 자산이 될 기록물들을 바라보며, 우두성 회장님이 오늘날 지리산을 찾는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당부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00:00 인트로 00:33 서시천에서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첫 걸음 01:37 등산용품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시절 02:33 노고단 정상에서 첫 촬영 03:08 자전거 흙받이로 만든 이정표 04:08 지리산에서 취사 04:14 최초의 지리산 안내지도 05:00 노고단 원추리 05:22 노고단 대피소가 생기기 전에 있던 집 06:28 연하굴 06:46 김원규 박사 07:27 사람들 08:38 노고단 선교사 별장 터 08:51 장터목 0858 천왕봉 성도성모상 09:20 자전거 흙밭이 안내판 10:14 쌍계사 벅수 10:58 선비샘 목공 장터 11:16 천왕봉 천주 12:24 60년대 회원들 사진 12:58 1980년 종주등반 13:34 철쭉제, 산나리축제 14:08 기록물을 어떻게 전시하는게 좋을까? 15:31 사람들 16:11 비목 17:04 지리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고함 #지리산 #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국립공원1호 #구례 #구례군 #지리산사람들TV #우두성 #우종수 #함태주 #연하반 #지리산역사 #아카이브 #역사사진 #희귀사진 #한국산악사 #기록물 #서시천 #노고단 #천왕봉 #천주 #세석평전 #구술사 #생애사 #역사의기록 #자연보호 #자연애호 #등산역사 #지리산박물관 #지리산사람들이지민 05-26 09:30 -
구례 군민 10,000가구가 10원씩 모아 만든 기적 : 지리산 국립공원의 탄생 / 장터목 고사목의 비밀 - 우두성 선생님의 지리산 이야기 5
“가장 가난했던 시절, 구례 군민들은 왜 주머니 속 10원을 꺼냈을까요?”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 정부의 주도로 당연하게 지정된 줄 알았던 지리산의 푸른 숲 뒤에는, 무분별한 도벌과 권력층의 파괴로부터 산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구례 군민 만 명의 피와 땀이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 2부에서는 극빈층을 제외한 구례의 만 가구가 가구당 10원, 20원씩 마음을 모아 서울의 정부 부처를 움직였던 위대한 풀뿌리 운동의 전말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오늘날 국립공원이 마주한 보존과 지역 주민 생존권 사이의 갈등, 그리고 지리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상생'에 대한 우두성 회장의 깊이 있는 통찰을 만나보세요. 00:00 인트로 01:03 만복대에서 씨감자 재배를? 지리산 개발 보고서 06:32 장터목 고사목의 비밀 - 장터목 제재소와 고의 방화 09:14 지리산 곳곳에서 벌어졌던 벌목 11:28 구례군민들이 10원, 20원씩 모아서 만든 기적 14:53 콘크리트 개발보다는 자연보호가 지역 소득에 도움된다 16:40 국립공원에 바란다 - 노고단 인원제한, 시간제한 18:36 국립공원에 바란다 - 지역민의 임산물 채취 21:40 국립공원에 바란다 - 여름철 계곡 통제 완화 25:27 우리에게 지리산이란 무엇일까? 30:17 기록사진을 남겨주신 함태주 선생의 자연 애호 34:36 지리산을 지키는게 주민에게 이익이 되어야 38:00 지리산과 구례 연하반 - 지리산을 알기위한 필독서 #지리산 #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국립공원1호 #구례 #구례군 #지리산사람들TV #우두성 #윤주옥 #10원의기적 #만명의개척자 #풀뿌리운동 #기부운동 #지리산역사 #한국환경운동사 #아카이브 #구술사 #생애사 #장터목제재소 #구상나무 #고사목군락지 #만복대 #씨감자 #고랭지재배 #탐방예약제 #임산물채취 #계곡물놀이 #지리산상생 #지역경제 #환경보전이지민 05-24 09:26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10] 적당한 에너지 소비를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10 적당한 에너지 소비를 사람을 포함한 지구 생명을 해하는 온갖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2026년 5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전쟁의 불길로 수천의 생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연결된 세계는 후폭풍을 맞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지구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참혹한 사태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고, 끝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마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시민의 처지로 낭패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동안 써왔던 울퉁불퉁한 글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았습니다. 지난해 여름 속초방문을 시작으로, 새만금 신공항 철회 순례, 청주에서의 927 기후정의행진, 파주를 비롯한 여러 도시 방문, 영광에서의 한빛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규탄 집회, 신규핵발전 중단 요구 전국순례와 광화문 집회, 냉장고와 비움실천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 속에서 희망의 연대를 조금이나마 살펴보고자 했던 글도 이제 마무리하려 합니다. 부족한 글을 감내하며 읽어주신 독자님께 깊이 고마운 마음 드립니다. 간간이 드러낸 짧은 생각들이 누가 되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이번에는 발걸음보다는 '머리걸음'으로 마지막 연대의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예전에 “권력주의 사회와 에너지 전환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잠시 끄적였던 단상입니다. 몇몇 지인들에게 전하기도 한 글입니다만, 무릅쓰고 연대의 마음으로 다시 내어 놓습니다. 딱딱하고 그렇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네!”라고 너그러이 봐 주시면...^^;; 시작합니다~ 지구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우주의 아주 작은 영역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군집입니다. 그리고 저마다의 활동을 이어가며 생존과 풍요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이는 관계라는 그물망에 기대어 이루어집니다. 생명체간의 협력과 대립을 통한 삶의 결과는 생존과 풍요의 질을 좌우합니다. 협력과 대립의 행위는 이념적 표현으로 권력주의의 유무입니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권력이나 탈권력의 차이로 존재한다는 나름의 명제에 비추어 보면, 인류사에서 권력주의는 여전히 현 사회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비틀어진 계약에 근거한 자본주의의 착취적 구조는 사회 전반을 물질 만능과 투기적 품성이 팽배하는 왜곡된 사회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같은 자본주의는 협력보다는 대립을 낳았으며, 강한 권력주의 사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국 파괴적 형국의 잔재는 생명사회에 각종위기와 재난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적 범위에서는 경제, 전쟁 ,핵, 기후가, 개인적 범위에서는 생활을 통해서입니다. 총체적 삶의 위기이자 재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생명사회의 파괴를 목표로 치닫고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구성의 개체로 존재하는 인간의 행태가 어떤가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파국과 희망이 결정됩니다. 생존과 풍요의 삶은 누구나 원하는 희망입니다. 하지만 나만의 희망은 이룰 수 없는 환상입니다. 나만의 희망은 바로 권력자본주의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악순환의 길입니다. 누구나 생존과 풍요가 보장되는 생명사회로의 전환, 누구나의 희망을 바라봐야 합니다. 개체인간은 대체로 한정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치관이 형성되며, 삶의 지향점이 정해집니다. 구조적 폐해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자본주의의 굴레는 강력합니다. 가치관 형성의 주된 영향을 끼치며 권력주의형 인간으로 변모시킵니다. 그렇게 자의든 타의든 살아가게 만듭니다. 대립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블랙홀 자본주의를 넘어설 행태는 어떤 것일까? 탈권력적인 인간 행태, 탈권력을 지향하는 삶입니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권력의 역사입니다. 위기와 재난으로 몰아가는 권력의 역사는 중지되어야합니다. 역사적 전환의 시대여야 합니다. 의식의 전환,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권력적 행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 위기와 재난을 감지하며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끊임없는 추구, 비록 당장은 낮은 권력 행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환경이라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죄어놓은 권력적 틀을 조금씩 조금씩 끊어내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존과 풍요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총체적 삶의 위기와 재난에 저항하는 탈권력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자본주의 환경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힘겨운 삶이지만, 비관을 넘어 누구나 자신의 삶속에서 탈권력의 꽃을 피어내어야만 합니다. 내재되어 있는 물질주의와 우리주의라는 권력행태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연대하고 또 연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이상 기후도, 방사능 핵도, 빈익빈 경제도, 죽음의 전쟁도, 헬 같은 생활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와 재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에너지 전환’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생명사회의 존립을 좌우할 중대한 시대적 과제이자, 집약된 위기와 재난의 탈출구이기도 합니다. 과다한 생산과 소비. 이를 지탱할 에너지의 출구를 핵과 화석연료로 이어온 현대의 경제는 이제 막바지에 봉착합니다. 불평등과 지구환경의 파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성장위주의 경제는 급기야 브레이크를 밟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경제는 성장으로 지탱하기에 제대로 밟지 못하는 모순에 빠집니다. 그렇다면 구조적 변화, 체제전환의 화두가 드러나고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에너지 전환은 체제전환의 신호탄입니다. 핵과 화석연료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로의 질적 전환, ‘생산과 생활에서의 적당한 소비’라는 양적인 에너지 전환은 권력자본주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참여형 혁신운동입니다. 공장에서, 상가에서, 사무실에서, 집에서, 이처럼 자신의 생활현장 속에서 실천하고 이웃과 연대하는 ‘적당한 에너지 소비’운동은 위기와 재난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생명운동입니다. 공감과 위로의 연대가 넘치는 에너지 전환운동은 지금의 권력경제시스템을 바꾸는 막중한 역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누구나 즐겁게 사는 대안사회를 이뤄나갈 것입니다. 마칩니다~^^;; 지금까지 연대의 발길에 함께해 주신 독자님께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늘 건강하고 즐거운 날들 이어가시길 희망합니다. 순례길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NO WAR YES PEACE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을 중단하라! 앗싸 탈핵!! 글쓴이 : 청명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지금까지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을 연재해 준 청명, 그리고 이 글을 사랑해 주신 <지리산人> 독자님들께 두루 고마움 전합니다.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지켜지는 세상을 바라며, 날마다 청명의 발걸음에 생명평화의 기운이 가득하길 지리산人도 함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리산人> 드림청명 05-2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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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준 05-20 20:55
죽어가는 구상나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죽어가는 구상나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천왕봉 구상나무 고사 현황 구상나무가 죽는다. 이미 많은 구상나무가 죽었고 지금도 일부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면 눈으로 봐도 절반에 가까운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있는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걱정한다. 구상나무는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 한라산의 1,000m 이상 아고산대에 자생하는 한국 고유종(한반도에서만 자생하는 종)이기에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해서 구상나무가 계속 죽어가서 국내에서 멸종한다면, 결국 지구상에서 멸종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러하니 환경단체 및 국가 기관에서도 ‘구상나무를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한다.’, ‘복원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나 식목일 즈음이 되면 구상나무 고사 현상에 대한 기사가 크게 보도되고 관계 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은 대응에 바빠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립공원공단은 아고산대 상록침엽수 자연적응실험 사업을 추진했고, 5월 13일에 구상나무 묘목을 식재하는 사업도 실행했다. 본 사업은 구상나무 고사 지역에 대한 상반된 견해(자연천이에 맡겨 인위적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적극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어떤 방식이 합리적인지를 판단해 보는 시범 사업이다. 지리산국립공원 반야봉과 중봉 사이에, 세석에서 키워낸 구상나무 묘목 160주(수고 40cm 내외)를 심고, 이렇게 식재한 구상나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과 논의 과정을 거쳤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논의된 부분이 ‘이 사업은 복원 사업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 글에서 많은 시민과 기관이 구상나무를 복원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왜 복원 사업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논의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생태복원이란 '저하되었거나, 훼손되었거나, 파괴된 생태계의 회복을 돕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구상나무 고사 지역은, 저하되었나? 훼손되었나? 파괴되었나? 교목층(산림식생에서 가장 높은 공간을 피복하는 층위)의 우점 수종이 죽고 있기에 생태적 기능에 있어 일시적 저하가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훼손되거나 파괴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구상나무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 밝혀진 구상나무 고사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기후가 변한 것도 사실이다. 구상나무는 빙하기에 한반도 전체를 뒤덮으며 확장되었다. 하지만 빙하기 이후 기온이 오르면서 저지대에서 자취를 감추고 온도가 낮은 아고산대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하기가 끝난 것은 자연적인 기후변화였고, 지금은 인간에 의해서 기후가 변했다. 어쩌면 구상나무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 뿌리를 내린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성장하고, 번식하기 위해 애쓰면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급격한 기후변화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생각해 보자. 기후가 변해서 그 자리에 살던 식물이 죽었다…. 생태복원이 필요한 ‘훼손지’ 인가? 한반도의 식생은 다양하다. 난대림, 온대림, 아고산대 식생은 물론이고 염생식물군락, 습지식생, 울릉도 너도밤나무군락과 같이 고립되어 진화해 온 식생, 터주식물군락과 같이 사람이 사는 곳 가까이 살며 적응해 온 식생도 있다. 이처럼 어떤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곳에 살 수 있는 식물이 들어와서 살게 된다. 또한, 울창했던 산림도 벌채되거나, 교목층의 식물이 고사해서 틈이 생기면, 강한 광이 들어오면서 호광성 식물(양지를 좋아하는 또는 직사광선을 인내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닌 식물)이 자리 잡게 된다. 환경이 변하면 사는 식물이 달라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후는 급격히 변했고, 식물의 서식지는 서서히 북상하고 있으며, 구상나무는 죽고 있다. 구상나무가 죽고 있는 지역에 다시 구상나무를 심을 것인가? 구상나무가 죽은 자리에는 분명 변화한 기후에 적합한 다른 식물이 들어올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숲의 변화다. 그렇다면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죽어가는 구상나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구상나무의 멸종을 막고 싶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대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어렵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것뿐. 이번 자연적응실험을 위해 공단 직원 50여 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고, 헬리콥터가 두 번 묘목을 옮겼다. 수많은 플라스틱 생수병이 버려졌고, 많은 차량이 노고단 대피소까지 이동했으며, 많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헬리콥터가 또 한번 움직일 것이다. 많은 투자를 했고, 많은 노력을 했으며, 많은 비용을 치렀고, 또한 많은 탄소를 발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러한 사업이 꼭 필요한 보전 활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노력의 방향에 대하여 질문할 때다. 우리는 정말 구상나무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가? 나무를 심고 과거의 모습으로 복원하려 노력하기보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구상나무를 살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이면서도 유일한 방법이다.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식물보전센터에서 발아시켜 세석에서 현지 적응된 구상나무 묘목 160주 식재된 구상나무 묘목 반야봉-중봉 구간에 식재된 구상나무(빨간 표식은 추후 모니터링을 위한 식별 장치) 글쓴이 : 정태준 모두를위한생태연구소 소장(자연과 사람이 모두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
정정환 05-04 12:54
숲의 새소리, 지리산의 노래는 공존, 평화였다.
법계사 아래, 천왕봉이 조망되는 곳에서 요즘 숲에 들어가면 산새들의 노랫소리로 숲이 가득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침이면 숲을 울리는 되지빠귀와 흰배지빠귀의 노랫소리와 박새와 쇠박새 등 박새류의 재잘거림, 작지만 우렁찬 굴뚝새의 외침과 청아하며 숲을 느리게 만드는 큰유리새의 노랫소리와 밤이면 들리는 소쩍새와 뻐꾸기의 노랫소리는 이제 여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지리산 아래쪽부터 초록으로 물 들어가는 숲은 산의 높이를 느낄 수 있게 하며 봄철 첫 잎은 다양한 수종들이 섞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봄의 끝자락에서 다시 봄임을 느끼게 해주고, 논물로 인해 탁해진 강물은 봄의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렇게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느낌과 깨달음, 편안함을 줍니다. 구태여 높은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경험들입니다. 이런 다양성의 숲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을 때 더 많은 생명을 품고, 다양한 생명들이 섞여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무들이 첫 잎을 내보일 때 다하게 섞여서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큰산개구리의 산란시기 변화(국립공원연구원의 Rana uenoi Matsui, 2014 논문 참고) 적산온도와 산란시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렇게 함께 섞여서 살아가는 지구에서 기후의 변화로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두 친구는 큰산개구리와 구상나무입니다. 큰산개구리는 과거 북방산개구리로 불리던 종을 최근 개별적 종으로 분리하여 큰산개구리로 이름 지었습니다. 이 큰산개구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산란 시기 변화로 산란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산란시기가 빨라져도 기온이 올라가서 그런 것이니 적응하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후변화라는 것이 따뜻한 것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온도 저하도 함께 벌어지기에 산란 이후 알들이 동사하는 일도 있을 수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큰산개구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는 있을까요? 기후변화를 이야기하며 반도체 산단, AI센터를 이야기하며 더 많은 전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우리들을 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끝이 정해진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큰산개구리 다음으로 이야기할 것은 구상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아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상록침엽수로 지리산과 한라산, 덕유산과 같이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며 오직 한국에만 자생하는 나무입니다. 이 구상나무가 지금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수의 개체가 고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리산 반야봉, 천왕봉 일대에서 많은 개체의 고사가 발생하고 있는데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적설량의 부족으로 수분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것을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2023년 치밭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에, 산 구상나무와 죽은 구상나무가 함께 서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그 아래서는 다시 생명이 싹트고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한 한 종의 개체수 감소를 막아내기 위해 ‘복원’이라는 작업을 국가에서는 진행합니다. 사라져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일이겠지만...이전에 연어 기사에서 이야기했듯, 서식지에 대한 변화, 보전이 없이 특정 종의 복원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구상나무의 쇠퇴는 기후변화가 주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복원’이 아닌 기후변화를 막아내거나 늦추는 일 이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막는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기 위해 ‘복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복원’이라는 작업은 다른 종을 배제하며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특정 종을 살리기 위해 흔하다고 판단되는 종을 배제한다면 이는 올바른 길이 아닙니다. 구상나무가 고사하고 있는 지역은 빠르게 신갈나무나 사스레나무와 같이 낙엽활엽수로 대체되고 있다 합니다. 숲은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의 모습을 지향하는 종은 오직 인간입니다. 숲과 강, 산은 귀한 종만의 서식지가 아닙니다. 모든 종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어머니의 산 지리산이라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부모의 마음으로, 구상나무를 복원하기 위해 특정 종의 배제가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지리산에서 구상나무 복원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니 하지 말아야 합니다. 끝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국립공원이라는 공간은 모든 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평화, 공존,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글쓴이 : 정정환 _<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지은이, 지리산사람들 사무국장 -
이촉 04-01 15:00
구례 곰 마루쉼터에 사는 곰을 찾아서
구례 곰 마루쉼터에 사는 곰을 찾아서 커피박을 통한 곰의 감각 풍부화를 위하여 월요일이면 커피박을 싣고 구례 곰 마루 쉼터(이하 곰 쉼터)로 간다. 야생을 모르는 사육되던 곰의 풍부화를 위한 커피박, 커피박은 말 그대로 추출되고 남은 커피의 껍질이자 찌꺼기다. 후각이 발달한 곰에게 커피박 제공은 곰의 감각 풍부화로 후각과 촉각을 자극한다. 풍부화란 보호시설이나 동물원에 있는 곰이 자연에 가까운 행동을 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돕는 활동이다. 쉽게 말해 본능을 자극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철창에 갇힌 생명의 감각을 깨우고 무기력한 곰에게 활력을 주는 활동이다. 무기력한 곰을 바라보는 일은 무기력한 일이자 고통이다. 한 달 전 지리산 문수사에서 본 반달곰이 울부짖는 분노어린 발작과 철창을 부여잡은 곰의 발바닥이, 아기곰의 눈망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커피박을 수거하는 일은 카페 주인의 마음과 그 만의 향기가 담겨있다. 커피가 제 일을 다 하고 껍질이 건조되는 과정은 곰으로 가는 기도다. 커피박에 희끗희끗한 점이 커피 일부이기를 바라며 커피박을 수거한다. 커피박을 건조하는 카페 주인의 손길은 숭고함이 전해진다. 곰에게 가는 돌봄 하나하나가 모여 커피박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숨구멍을 통해 건강한 커피박이 탄생한다. 커피가 곰의 후각을 살려 숲의 냄새 따라 먼 선조의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리라. 야생에서 태어나 자라야 할 곰이, 우리나라 사육곰으로 태어나 곰 쉼터에 있는 주옥이라는 곰을 CCTV를 통해 처음 만났다. 얼굴은 보지 못했다. 아니, 그녀의 등을, 뒷모습을, 어슬렁거리며 반복되는 걸음이 또한 그녀이기에, 얼굴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고 임옥주 수의사에게 그녀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내내 곰은 느리게 느리게 목적 없는 배회를 하고 또 하고 나는 보고 또 볼 수밖에 없었다. 곰의 풍부화를 위해 커피박을 나르며 실은 내 삶이 풍부해지고 있음을 고백한다. 곰을 알아가고 생명을 존중하는 일, 곰에게 커피박을 나르는 일은 커피가 남긴 향기처럼, 건조된 커피의 빛과 색의 순간에 감사하며, 곰도 그 순간의 감각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 곰마루쉼터 제공) 커피박을 제공한 후 커피 향을 제일 좋아하는 곰이 청심이라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얼굴에 커피박이 담긴 봉지를 비비고 만지고 냄새 맡는 청심이란 곰이 사랑스러웠다. 새로운 향과 촉감에 흠뻑 취한 그녀의 기분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청심의 감각 풍부화 과정을 한번 상상을 해보시라. 한 곰이 새로운 것을 접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인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생명의 감정과 행동을. 이제 커피의 눈물이 남긴 껍질과 향을 곰들과 공유하는 일. 곰의 야생성을 찾아 풍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자. 지리산 아래 살면서 지리산 아래 곰 쉼터로 찾아온 곰들을 환영하며 그들에게 커피박을 나른다. 일어나 곰아! 오늘도 멀리서 날아온 흙냄새, 꽃 향, 쓴맛과 초콜릿 향을 맡으며 곰에게 간다. 차 안 가득 향기로운 바람이 분다. 곰이 산길을 숲을 헤매고 산과 함께 할 날을 상상한다. 낙엽 바스락거리는 숲을 거닐 듯 네 발로 커피박과 노는 영상을 본다. 전생에 엄마 곰이 아기곰에게 알려준 생존의 기억을 찾아 커피야, 곰과 놀다 갈래? 도도 새침한 곰을 네 향으로 유혹해봐. 자연 속 자연의 일부로 곰이 곱답게 살아가도록 우리 함께 힘을 기울이자. 곰이 커피 향에 취한 순간은 곰의 배회를 잠재운다. 곰 쉼터로 오르는 경사로처럼 남아있는 사육 농장의 곰과 문수사 곰이 곰마루 쉼터로 옮겨지는 일 또한 숙제로 남아있다. 구례 읍내의 카페 및 음식점, 지리산오여사, 둥둥, 느긋한 쌀빵, 봉서리책방, 지인카페, 호이요, 오차커피공방, 구례가, 구례자연드림시네마 카페 순으로 커피박을 수거하여 구례 곰마루 쉼터로 달린다. 달리는 길에 벚꽃이 흩날리며 꽃비를 내린다. 이처럼 행복한 일이 또 없다. 이 기분이 커피박을 제공하는 카페와 음식점에 전해지기를 바라며 또한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 가득 담아 보낸다. 글쓴이 : 이촉 시인, 지리산人 편집위원 -
정정환 04-01 09:40
연어와 자원, 그들은 자원일까 자연(自然)일까?
어족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생명들, 과연 생명들은 자원인가 자연(自然)일까 연어에게 자유를, 강이 자유롭게 바다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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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촉 06-02 13:36
백서른아홉 번째 304 낭독회
< 백서른아홉 번째 304 낭독회>를 다녀와서 <오늘은 여전히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침몰 4,428째 4월 16일이 지난 5월 30일 구례 책방 로파이에서 139회 304 낭독회가 있었다. 로파이 마루에 앉은 사람들 곁에 김태선 평론가가 내어준 자리에 앉아 낭독회를 기다렸다. 노란 천 위의 검은 세월호 리본이 앵두나무 아래 오월 바람에 무심코 펄럭였다. 오후 4시 16분, 김태선 평론가 사회로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304 낭독회는 우리가 함께 모여 만드는 시간으로 이 시간이 떠난 이와 떠난 이를 잇고, 떠난 이와 남은 이를 잇고 남은 이와 남은 이를 잇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사회적 참사와 안전을, 그리고 사람을 생각하는 서로의 목소리가 공명하여 더 크고 넓게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지금 서 있는 시간으로부터 더 먼 시간까지 함께 읽고, 쓰고 행동하겠습니다.” 이어서 유현아 시인 시, 「그늘 옮기기」, 세월호 유품 시를 쓰고 있다는 송기역 시인의 시 「제비가 돌아왔다」, 김정규 님이 읊는 시 김현 시인의 「뷰티플 스트레인저」, 박진수 사회학자의 편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누나에게」 , 이소연 시인 시 「개미의 몸을 빌려 占치다」 낭송이 끝나고 책방 로파이에서 꼭 한번 304 낭독회를 하고 싶었다는 시인보다 더 시인인 방성원 님이 김창완 작시 작곡 「노란 리본」을 노래하며 사회자와 다 같이 읽는 글을 끝으로 낭독회 막을 내렸다. 난 되도록 슬픈 곳에 가기를 꺼린다. 다시 직면하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다. 직업상 병에 관련 영화는 잘 보지 않는다. 5·18광주를 바로 눈앞에서 겪은 나로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그 5·18 광주, 영화 <꽃잎>은 몇십 년이 지난 어느 밤 TV에서 보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날, 야간근무였다. TV로 사건을 접한 늦은 밤 헌혈을 위해 사람들이 병원 응급실로 줄을 이었다. 난생처음 헌혈한 피를 모으는 작업을 했다. 그 밤은 무너진 건물과 그 속에 갇힌 사람들과 구조된 사람들과 구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무너져 내리는 마음이 함께 힘을 모았다.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바다는, 우리가 제주도로 향하던 뱃길, 세월호에 탄 아이들과 선생님들처럼 직장에서 단합대회 가던 길이라 세월호 참사는 특별하게 더 기억에 남아있다. 낭독회 중 어디서 날아왔을까?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우리 곁을 맴돌았다. 마루로 너울너울 벽에 붙은 글에 붙어 너울대다 담쪽으로 사라져갔다. 세월호를 타고 바다로 간 아이들 영혼이 찾아온 듯 우리는 하얀 나비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기울면서 바다로 침몰하던 시각에 외치던 아이의 목소리가 찾아와 곁에 한참을 머물다 간다. “반쯤 잠겼는데, 바다밖에 안 보여, 나 살고 싶어요. 리얼리! 배가 기울었어요. 물이 다 찼어요. 코드블루 레드! 나 무서워 살고 싶어, 나는 꿈이 있는데, 하고 싶은 게 많은데,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왓캔아이두! 내가 지금 탄 세월호, 이런 길 속에 묻혀, 우리가 출발 예정 시간은 6시 30분, 우리가 출발한 시간은 8시, 지금 배는 85도, 머릿속 온도는 100도” 이 아이가 남긴 말에 아직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이후 계속되는 대참사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솔직히 더 많은 글을 쓸 자신이 없다. 할 수 있다면 304 낭독회를 기억하면서 구례에서 다음 304 낭독회가 열리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로파이에서 함께 한 139회 304 낭독회 <<함께 읽는 글>> 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맺는다. <<함께 읽는 글>> 사회자 오늘은 4월 16일입니다. 다 같이 4428번째 4월 16일입니다. 사회자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으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다 같이 목숨이 삶으로, 무덤이 세상으로, 침묵이 진실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사회자 이렇게 모여, 우리는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다 같이 떠오르도록, 떠오를 수 있도록, 사람이 사람에게, 사람의 말을 이어갑니다. 사회자 이유를 알고, 책임을 묻고, 참사가 반복되는 걸 막아야 합니다. 다 같이 세월호 미수습자 모두의 귀환을 염원합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합니다. 모두의 이름으로 명령합니다. 사회자 함께 대답을 들어야 합니다. 다 같이 그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사회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다 같이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
이촉 05-16 10:00
구례를 걷는다
봉북 샛길 가축병원 자리 골무 사태 들어 대장간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봉남리로 나가는 샛길, 벽화 따라 걷는 봉동리 더듬어 주욱 이층집 지나 큰길 건너 읍사무소 자리 역사의 거리 지나 성당을 돌아 봉산 쪽으로 간다. 길을 접어 작은 길을 가니 소식다료. 들어서니 아는 사람이 앉아 있다. 호지차 한잔 주문하여 홀짝이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연둣빛 봉산이 금세 내 안으로 쏟아질 듯 하다. 구수하고 따듯한 호지차처럼 구례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찻집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은 샛길 같다. 길 안에서 길을 마시는 차의 여백, 찻잎처럼 떠다니는 여백을 떠다니는 생각에 싸여, 걷는다. 봉북샛길 접어드니 샛길이 나를 기웃대며 녹슨 파란 대문이 꿈속으로 부는 바람처럼 나를 건든다. 고양이 두 마리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 후딱 피한다. 가지 마! 나도 몰래 새 나가는 말이 전봇대 아래 멈추고 야옹, 고양이 눈이 맑다. 개울 따라 접어든 구례 샛길이 살갑다. 지나는 사람은 그림이 되고 십자가 뒤로 장미슈퍼가 미소 짓는 저물녘. 장미슈퍼 와상에 메주와 우유를 내놓았다. 먼 날이 불러오는 풍경 한파가 이어지던 영하 10℃ 냉장고를 나온 두부가 손님을 기다리던 시간 위로 떠 오르는 얼굴 함께 구례를 다시 걷는다. -
이촉 05-01 19:43
최갑순 할매 / 서시내 가면,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최갑순* 할매 철쭉빛 스카프 목에 두르고 뭘 보고 있소 서시내 보요 노고단을 보요 할매 독다리 건너던 독다리 보요 꼭 다문 입술 열고 한 잎 한 잎 띄워 보내요 꽃바람에 맨발로 앉은 보따리 꼭꼭 싸맨 가슴 풀어나 봐요 할매 꽃신 어디 두었소 꽃신 따라 건넌 시간 어디 두었소 꽃 대신 울다 피다 울다 철쭉 또 오거든 함께 걸어요 쑥부쟁이 독다리 건너 건너 광의에 가요 오늘은 서시내 깔따구가 따라와 눈을 뜰 수 없어요 할매 철쭉 빛 스카프 바뀌고 또 바뀌면 어둠 머금고 봄은 언제 올까요 * 구례 평화의 소녀상 서시내 가면, 동광 사거리 지나 당산나무가 있고 서시교까지는 포플러가 즐비한 신작로였다. 고흐 사이프러스 길이 생각나는 포플러 길. 신작로, 말만 들어도 구례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서시내는 뭇 생명과 함께 흐르는 구례 아이들 놀이터였다. 요즘은 섬진강 다슬기로 유명하지만, 구례말은 데사리나 고동이다. 서시내서 잡은 데사리 한 바구니 데쳐 가족들 함께, 옷핀으로 빼먹던 고동, 모래알 같아 퉤퉤 뱉던 그 초록 알이 아직 입안에 남아있는 듯하다. 서시내 둑방은 어린 내가 오르기에는 좁고 가파른 길이었다. 몇 해 전 수해로 둑은 더 높아져 지리산을 막고, 밤이면 가로등 번쩍이는 꽃길이 되었지만 말이다. 그 둑방 아래 조성된 공원 산책로를 걷다 보면 구례 평화의 소녀상 최갑순 할매가 바위에 앉아 있다. 항상 맨발인 할매. 어릴 적 꽃신 사준다고 해 따라나선 길은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먼 길이었을까? 그 길 가슴에 싸맨 보따리 하나 두고 앉은 할매. 할매 곁에서, 때로는 지나는 사람이 씌워준 모자와 목도리가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지리산과 서시내도 계절을 갈아탄다. 오늘 할매 이야기 듣다 어두워지고 밤이 온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이해성 04-22 12:16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4)
지하수의 형성 그림의 파란색과 갈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는 달리, 지하수는 땅속의 동굴에 물이 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하수는 바위 속의 자잘한 공극을 채우고 있는 물입니다. 개미도 살수 없는 아주 조그만 동굴에 채워져 있는 물이라고나 할까요.깊은 땅 속에는 암반의 모든 공극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이렇게 물로 포화된 상태의 지층을 ‘대수층’이라고 부릅니다. 이 대수층은 지형과 어느정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산 아래의 대수층은 산의 모양으로 살짝 솟아 있습니다. 지표면에 있는 물과는 달리, 지하수는 암석의 조그만 결정 사이사이로 흐르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바위들도 성질이 저마다 달라서, 공극이 거의 없어서 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바위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에서는 물이 욕조나 바다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대수층의 압력 때문에 강물보다 높은 지표면에서 샘물이 솟아오르게 됩니다. 대수층은 사막에도 존재합니다. 다만 아주 깊은 곳에 있을 뿐이죠. 이 대수층을 발견해서 개발하면, 사막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땅속 깊은 곳의 저수지인 셈입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사막이기에 오래전부터 화석수로 농사를 지어왔어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뿌리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캘리포니아 화석수도 지나친 채수로 인해 고갈 현상이 나타난지가 꽤 되었습니다. 지리산에는 지하수가 얼마나 있고, 얼마만큼 쓸 수 있을까요? 지금 지하수가 충분할까요? 전문가들은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지질학 조사를 하고, 땅에 구멍을 뚫어야 하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대수층의 깊이와 지하수의 전체 부존량을 알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유대수층(비피압대수층)의 높이를 알기는 매우 쉽습니다. 근처 강물의 수위와 같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는 샘물과 강물의 지속적인 공급원입니다. 비가 온 지 한참 되었는데도 계곡과 강에 계속해서 물이 흘러가는 것은 지하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상류에 댐이나 보가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몇 년 전부터 강물이 줄어들어 수위가 내려갔다면, 이것은 지하수가 줄어들었다는 증거입니다. 수백년간 일정한 양의 물이 저절로 솟아나온 마을의 참샘이 마르는 것도 지하수 고갈의 지표입니다. 이때 고갈이란, 대수층이라는 컵이 완전히 비워졌다는 뜻이 아니라, 수천년간 유지되어 오던 눈금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지표면과 가까운 얕은 관정(자유대수층 우물)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의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눈뜨고 코베인 오래된 산골 마을들은 산의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저절로 땅위로 솟아오르는 참샘(피압대수층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음) 주위로 형성되었습니다. ㈜지리산산청샘물과 LK샘물이 위치한 삼장면 덕교마을의 참샘은 몇 년 전부터 전혀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덕교와 상류의 마을에서는 가정용, 농업용 관정에 물이 나오지 않거나 흙탕물이 나오고, 계곡물이 말라서 생활용수가 없어지는 등 지하수 고갈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삼장 주민 장씨의 아내는 생수공장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었는데, 공장의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집에 일찍 돌아오는 날이면 자택의 관정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생수공장에서 퇴사한 후에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장씨 뿐 아니라, 여러 주민들의 가정용, 농업용 관정에서 흙탕물이 나와서 세탁기와 펌프 모터가 파손되었습니다. 생수공장과 환경영향조사 업체는 “마을의 지하수고갈과 생수공장의 취수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청샘물의 관정은 깊이 300미터의 심층 암반수이고,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깊어봤자 70~100m 밖에 되지 않는 표층수이기 때문에, 다른 물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3일 간 생수공장에서 상당량을 취수하면서 동시에 주민 관정 4곳의 수위 변화를 살폈을 때, 별다른 변화가 없더라는 검사 결과가 있습니다. 생수공장의 주장은 지하 100m와 300m사이 어딘가에 불투수층이 폭넓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정은 검사에 의해 증명된 것처럼 보이죠. 과연 그럴까요? 검사 과정에서, ㈜지리산산청샘물은 주민 장씨의 집을 찾아와 영향을 조사 하기 위해 카메라 검층을 하겠다고 크레인으로 무리하게 펌프 모터를 빼내었고, 그 과정에서 관정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관이 파손되었기 때문에 흙탕물이 쏟아져 나와 제대로 된 검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산청샘물은 주민 관정 파손에 대한 피해보상조차 하지 않았고, 검사결과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하며, 지하수증량반대운동을 하는 주민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혐의없음 처리가 되었지만, 장씨의 관정은 부서진 채 그대로 있습니다. 정말로 영향이 나타난 관정 1곳은 증거 인멸이 된 것이죠.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5 -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에서 계속됩니다. -
이촉 04-11 16:56
내 몸에 흐르는 지리산
내 몸에 흐르는 지리산 『지리산人』 편집위원들과 함께 피아골로 들어요, 어릴 적 밟던 산 흙을 밟는 걸음이 무거운 것은 두렵기 때문이죠. 앞서는 걸음이 불확실해 품기만 하던 피아골 품에 들어갑니다. 숨은 항시 따라붙는 것이라 숨결처럼 달라붙는 산에서 나는 작아집니다. 쓰러져 있는 신갈나무가 병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우리는 매장에 관해 말합니다. 수목장이 좋을 것 같아요. 조장이 괜찮겠어요. 얼른 떠오르지 않은 단어를 품고 기다립니다. 화장, 화장은 한 생애를 태우는 고통이지요. 지리산이 듣고 있어요. 앞서가는 선재님이 진달래 꽃잎을 따 먹습니다. 꽃 맛은… 진달래가 떨고 있어요. 뒤따르던 지리산도 진달래 몇 잎 따서 먹었답니다. 상추처럼 시원하고 신선한 첫맛? 바람은 듣지 못하여서 흔들거려요. 쓰러진 나무 아래 겹겹이 쌓인 낙엽 위로 이끼긴 바위 아래 돌계단이 휘청합니다. 산에서 산을 꼭 잡고 서요. 입 마른 산수국 꽃잎이 툭툭 말을 겁니다. 시는 산수국 꽃잎처럼 오가며 말을 겁니다. 지리산에 묻어둔 기억은 표고막터 거쳐 그리던 삼홍소에 빠진 산 그림자 한번 보려는데 봄이라고 부슬, 봄이라고 부슬, 비가 내려 쌉니다. 삵의 똥은 까맣게 삵의 흔적을 말합니다. 가던 길 멈추고 힘들다는데, 말하지 않아도 오르막은 힘든 법이랍니다. 진달래 숨결은 보드라운데, 산바람 할퀴고 피는 진달래라고 씁니다. 지리산이 듣고 있어요. 사방이 지리산이라 나는 피아골 대피소로 피해 숨을 돌립니다. 피아골을 들이마십니다. 비로소 산에 있어요. 멀리서 그리던 산에 왔어요. 하여 넘어져도 가고 넘어져도 산인 지리산에서 오던 길 다시 돌아 산을 또 내려갑니다. 그렇게 『지리산人』 되어갑니다. -
이해성 04-10 18:22
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 이용의 생태적 원칙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
물 이용의 권리와 생태적 원칙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 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빗물과 강물, 바닷물, 지하수의 형태로 우리 몸 밖에 존재하는 물은 대표적인 공공재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물사용의 우선권은 예로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깨끗한 샘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고, 샘은 공동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계곡수나 저수지의 물은 수원과 가장 가깝고 위치가 높은 경작지에서 먼저 사용할 권리를 가지지만, 초과된 물을 바로 아래로 흘려보내어 밑에 사는 사람이 차례대로 이용하고,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때 우선이란, 시간적 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양적인 뜻이 아닙니다. 그 물은 어차피 아래로 흘러갈 것이었므로, 양적인 우선을 주장해보았자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마실 물을 떠가는 경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지고 갈 수 있는 양, 토기 항아리에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양을 떠갔기 때문에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사람의 수 자체가 적었지요. 인공수로가 발명되고, 금속관이 발명되고, 플라스틱관이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멀리서 물을 끌어오고, 더욱 밀집된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수도관 뿐 아니라, 마침내는 여기저기 지하수 관정을 뚫고, 플라스틱 호스로 옆 골짜기의 물을 대량 끌어다가 농업용수, 산업용수로 쓰고, 급기야는 병에 물을 담아 팔기 시작하면서, 지표수와 용천수 이용의 생태적 원칙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관정과 수로를 내가 만들었으니, 이 물은 내것이야 내가 오래 살던 산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논에는 작은 샘이 있어서 도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가뭄에도 그 물을 모아 농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위쪽에 있는 논에서 관정을 뚫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가뭄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조금씩 받아놓은 우리 논물이 몇 시간만에 쫄딱 사라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관정을 통해 지하의 물이 빨려 들어가 지표면의 물도 사라진 것이죠. 위에서 관정을 돌리니, 우리 논의 자연샘은 싱크대의 배수구처럼 작용했습니다. 윗논 주인은 그 물을 사용해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한 다음, 여분의 물을 바로 아래인 우리 논에 내려 보내주지 않고, 플라스틱 호스를 이용해 한참 저 아래에 있는 자기 논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물을 모으기 위해 관정을 꺼버리자, 윗논 주인이 와서 쌍욕을 했습니다. “씨발새끼야, 나도 먹고 살아야지! 내가 우선이야!” 하면서요. 바로 옆의 골짜기에도 우리 논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우리가 가장 꼭대기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옆 골짜기의 논에서는 우리 논이 있는 골짜기의 위쪽에 호스를 박고 봇도랑을 만들어 물을 끌고 갔습니다. 계곡물이 다 옆 골짜기로 흘러가서 우리 논에는 흘러들어오는 물이 없었습니다. 봇도랑을 막고 우리 논에 물을 대면, 새벽같이 와서 물을 끊어 놓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봇도랑이 우리 논보다 위에 있으니, 자신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쌍욕을 주고 받고, 홧병에 걸릴 것 같은 나날이 며칠 지속되었습니다. 문제는 우연한 죽음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그 사람이 이른 아침에 트랙터를 몰고 마을에서 논으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커브에서 절벽으로 떨어져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무섭고 끔찍한 운명의 타격이었죠. 다들 속으로 그가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서져서 못쓰게 된 트랙터는 한참 동안 그의 논 옆 길가에 방치된 채 놓여 있었고, 그렇게 우리를 괴롭혀서 물을 모아놓은 그의 논은 농사지을 사람을 잃은 채 한동안 방치되었습니다. 결국 마을에 사는 다른 사람이 그가 관리하던 논에 늦은 모내기를 했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악착같이 물을 빼앗으려 했을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물부족의 이유 한 가지 시골마을에 물싸움은 예사라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반도의 벼농사는 기원전 10세기에 시작되었으며, 높은 산골짜기라 할지라도 논이 만들어진지는 수백년이 됩니다. 논과 둠벙은 지역에서 나는 물의 양에 걸맞게 만들어진 거라서, 이례적인 가뭄이 들지 않는 한 조금씩 배려하고 아끼면 충분히 골고루 쓸 수 있었습니다. 인력으로 나무를 캐고 돌을 쌓아서 논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중노동이므로, 애초에 물이 부족한 곳은 시도할 가치가 없습니다. 즉, 논이 있는 곳에는 원래 충분한 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산골마을에서 물 부족 현상은 이상기후 이전에 다랑논을 경지정리해 큰 논을 만들고, 트랙터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습니다. 큰 논에서 트랙터로 논을 갈 때는 작은 다랑논에서 소로 논을 갈 때에 비해 한 번에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경지정리를 해서 논이 들판처럼 너르게 된 후, 골짜기의 소농들은 다른 골짜기의 물을 끌어오고, 여기저기 관정을 뚫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관정들이 다 신고되거나 허가받은 것도 아닙니다. 농업 생산의 기계화, 규모화는 다랑논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경지정리를 안 할 수도 없었죠. 물부족은 강우량과 기후만이 원인이 아니라, 삶의 양식과 문화, 문명의 방향성, 인간사회의 규칙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현대적 생태공학과 기업이 공생할 때 그런데 이런 소농들 간의 물싸움은 생수공장과 주민의 싸움에 비하면 별일이 아닙니다. 고작 논 몇 마지기에 물을 대기 위해서 옆 골짜기 계곡물을 끌어와 쓰거나, 100m 이내의 농업용이나 가정용 관정을 무단으로 파서 쓰는 것 때문에 가까운 이웃이 피해를 볼 수는 있어도, 이 때문에 지역의 지하수가 전체적으로 고갈되지는 않습니다. 충전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표층수이고, 뽑아 써도 어차피 그 지역의 땅을 적시는 용도이니까요. 주민들의 미신고·무허가 관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수공장에 있습니다. 생수공장은 수천년간 충전된 암반수를 사유화하고, 어마어마하게 뽑아올려 전국으로, 외국으로, 다른 대륙까지 보내 버립니다. 삼장면에 있는 또 다른 생수공장 LK샘물 대표 로라 킴 희자 제이는 재미교포 사업가로, 지리산 물을 미국의 월마트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로라 킴은 부경대에서 생태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만학도로, 사단법인 한국생태공학회의 편집이사이기도 합니다. 로라 킴과 관련된 다음 기사는 생수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기업의 썩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로라킴의 미국 탈세에 관한 기사1: https://sundayjournalusa.com/2021/08/26/%ec%83%9d%ed%83%9c%ea%b3%b5%ed%95%99-%eb%b0%95%ec%82%ac%ec%b6%9c%ec%8b%a0-77%ec%84%b8-la%ec%97%ac%ec%84%b1%ec%82%ac%ec%97%85%ea%b0%80-%eb%a1%9c%eb%9d%bc-%ea%b9%80/#google_vignette 로라킴의 생태공학 박사 학위 취득 기사 2: https://www.pknu.ac.kr/main/51?action=view&no=331800 기업과 한몸인 생태공학이 과연 생태일지 의심스럽습니다. 학문은 때로 공유재를 사유화하는 합리화의 도구가 되고, 학위는 그 라이센스로 작용합니다. 무엇이든 돈으로 바꾸어내고, 투자한만큼 버는 자본주의 세상이니 당연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방심하는 사이, 기업은 공유재를 사유화하기 위한 법과 전문가들을 만들어 두었고, 스스로 생태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전환 일본에서 한국산 생수가 많이 소비된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일본의 지하수가 의심스러우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온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거 같습니다. 프랑스 에비앙을 한국에서 사마셔도 내돈내산이니, 지리산물이 명품으로 인정받고 해외에서 소비되는 것도 K-문화의 진출로 홍보됩니다. 수원지의 주민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평범한 소비자는 알리가 없습니다. 샘과 우물, 계곡물을 사이좋게 이용하기 위해 예로부터 전해지는 지혜와 규칙이 있지만, 현행법에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발명된 수로와 관, 펌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시에 밀집한 인구를 고르게 분포시킬 방법도 묘연합니다. 도시에 사람이 모일수록, 도시의 목소리만 커지고, 그나마 자연이 남아 있는 시골은 오염산업의 귀착지가 되어 황폐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잃어버린 공유재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슬로베니아에는 물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에는 생수산업이 발을 붙일 수가 없지요. 공유재를 기반으로 사적 이윤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영향권 안에 있는 모든 주민의 직접적 동의를 얻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이지 않으면,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태계는 보호받지 못할 것입니다. 수원과 가까이 사는 주민에게 물이용의 우선권이 있다는 단순한 고대의 지혜로 돌아가서, 이 규칙을 법으로 체계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4.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계속됩니다. -
이해성 04-01 10:20
생수와 죽음의 문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2 )
생수와 죽음의 문화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우리는 ‘생수’라고 부릅니다. ‘살아있는 물’ 이라는 뜻일 텐데요. 요즘은 가열과 증류 과정을 통하지 않고 제품화된 지하수를 보통 생수라고 합니다. 계곡이나 자연샘, 옛날 방식의 우물에서 바가지로 뜬 물이 아니라, 소독약을 뿌린 플라스틱이나 테트라팩에 담긴지 삼일 이상 지난 물을 생수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지만, 편의상 생수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생수에는 용기 안쪽에 뿌려진 소독약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얇은 페트병에서 우러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소량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인체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니지만, 페트병은 일회용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이 우러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곧장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페트병이 정말로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오염물질과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의 물은 한라산이나 지리산, 백두산, 또 알지 못하는 어느 수계에서 왔습니다. 물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레 인체는 여분의 물을 배출합니다.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아주 먼 곳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전혀 엉뚱한 수계로 배출하게 됩니다. 국내산 암반수는 대한민국의 곳곳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수출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수를 사 마시면서, 수세식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고 강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또 고기를 얻는 축산공장에서는 물청소를 하고는 그 물을 강으로 내보내죠. 지자체에는 물감시 전담 인력이 없기에, 감시체계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과중한 문서처리 업무로 다들 바쁘고, 비오는 날에 아침에 축사를 불시 방문할 공무원은 없습니다. 콘크리트 보로 막혀 자정능력을 상실한 낙동강은 녹조라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산시민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고 덕산을 수장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세상이 이러하니, 깨끗한 식수를 누구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게 제품화 하는 사업이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먹는샘물개발업자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합니다. 국내 생수 산업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등지로 수출할 길도 열렸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 시점에서, 수원지 근처 주민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생수공장이 들어서고 30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쭉 잘 나오던 용천수와 계곡물이 말라 버렸어요. 우리는 마실 물과 씻을 물, 농사지을 물을 얻기 위해 이제 관정을 점점 더 깊게 파서 전기로 물을 퍼올려야 해요. 예전엔 공짜로 물을 마셨는데, 지금은 전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생수공장에서 물을 더 퍼가겠대요. 도로로 지나가는 생수 트럭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매일 집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어요.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국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먹는물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하와이, 사이판, 괌, 일본, 중국, 유럽 등지로 진출하자고, 지리산 삼장면 같은 수원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물을 뺏고, 집을 부수고, 농토를 서서히 말려버려도 되는 걸까요? 지하수는 공유재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허가를 받아 공유재를 사유화한 다음, 몇 푼 안되는 수질개선부담금만 납부하고, 주민들은 말라버린 계곡과 강물, 부서진 가정용 관정 모터, 흙탕물로 손상된 세탁기, 물이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 가운데서 시름만 깊어갑니다. 시끄러운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에서 마을발전기금을 주겠다거나, 체육시설을 지을 돈을 주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민을 회유하기도 합니다. 몇 달전 삼장면 이장협의회장 백 모씨는 ㈜지리산산청샘물에서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준 돈 6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고 착복한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공유재인 지하수를 지역의 이장 및 사회단체장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상 개인적으로 기업과 거래하고, 공증까지 받은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이번 삼장 지하수 증량 허가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는 관계없이 272톤 증량은 진행되었습니다. 지하수 총량 관리와 주민 피해 보호는 뒷전이고, 프랑스 에비앙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K-생수의 해외 진출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박수받는 세상. 과연 정상적인 세상일까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이용의 생태적 원칙에서 계속됩니다. <참고자료> ‘25.7.15일 기준 -지리산권 4개 시군 7개 업체 총 허가량: 7,244톤/1일 -한라산권(제주도) 총 허가량: 4,700톤/1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제주삼다수) 4,600톤/1일+ 한국공항(주) 100톤/1일) * 제주도내 지하수 고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공항(주)가 2025년 4월 30일 50톤/1일 추가 증량을 신청하여 논란 중 지리산권 샘물공장 허가량 및 제품명('25. 7.15 환경부 공표 먹는샘물 제조업체 현황에서 인용) ㈜산청샘물(산청 삼장면 600톤/일): 화이트, ECO화이트, 맑은샘지리산, 지리산을 그대로 담은 뽀로로샘물, 숲속의 맑은샘물, 지리산 청정수, 깊을수록 ECO,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가야 water LK샘물(산청 삼장면 400톤/일): 지리산수워터, ECO JIRISAN SOO WATER, I’m 3H 지리산水, ECO I’m 3H 지리산水, 지리산 산수, 화이트, ECO화이트, 일화 광천수, 맑은나라 지리산水 산청음료(주)(산청 시천면 1,885톤/일): HEYROO미네랄워터, youus(유어스)맑은샘물, 미네랄워터 ECO, Homeplus Signature 맑은샘물, 맑은샘물, 하루이리터, 아이시스, ICIS, 아이시스 8.0, 내몸애 70%, PADAISE 화인바이오(산청 시천면 2,379톤/일): 지리산물하나, 지리산물하나eco,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YOUUS지리산맑은샘물, 지리산수(JIRISANSOO), NATURAL MINERAL WATER, 우리샘물수, 추신水, 지리산암반수, ㈜정상북한리조트 네추럴미네랄워터, 정식품 지리산 심천수, 유진샘물 ㈜ 회천(구례 산동면 530톤/일): 지리산 천년수, 셀밸런水, 지리산 산수려, New서울생수 ㈜더조은워터(전북 남원시 주천면 1,190톤/일): 깊을수록 ECO 무라벨, 깊을수록,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호진지리산보천(하동군 화개면, 260톤/일): 오(eau), 쉐프큐QNC샘물, 지리산산수 -
이촉 04-01 09:08
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지천에 꽃들로 어지러운 봄, 꽃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노란 후리지아는 폐쇄 병동에서 근무할 때, 생각에 빠져 있던 한 여인의 얼굴, 후리지아는 그녀의 앙다문 입술, 콧방울 따라 고통이 배어나던 눈빛. 그 눈빛은 툭 하면 터질 듯한 아우성, 아니 텅 비어버린 마음, 그녀와 함께 햇빛 내린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만 아는 동굴에서 그녀가 한숨을 쉬면 후리지아가 노랗게 피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목적 없는 배회를 했다. 누가 목적 없는 배회라 했나? 후리지아가 해마다 목적 없이 피어난다고 생각해? 아니,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땅속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고. 문득 생각나는 그녀와 후리지아, 장날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보았다. 자꾸 뒤돌아보았다. 그 향이 자꾸 따라왔다. 담장을 넘어 핀 꽃을 보는 일은 특별하다. 구월이면 담 밑에 떨어진 주홍빛 능소화를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능소화는 가정간호사 근무 당시 기관절개를 하고 비위관을 통해 밥을 먹던 소녀 같다. 나는 1달에 한 번 능소화 피어있는 집을 방문한다. 안녕, 능소화, 그녀의 목에 걸친 기관 절개관을 교체한 후 가래를 뽑고 비위관을 교체한다. 그리고 능소화에 말을 걸지, 능소화는 누워서 눈으로 답하고 때론 물가래로 말을 걸지. 어쩌면 좋아 퉁퉁 부어버린 물관이 보이는 것 같다. 능소화는 부은 물관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 곁을 견디는 어머니가 있고 함께 견디는 아버지가 있다. 그 그늘에서 저절로 뿜는 물가래를 닦는 손길이 노련해서 마음이 아팠다. 소녀는 외출이 필요할 때 그 시간은 병원으로 옮긴다. 수술실로 옮긴다. 퉁퉁 부어오른 능소화 꽃잎. 나는 오므리고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능소화의 시간에 잠겨 있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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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성 05-07 17:43
홍천 양수발전소 예정지를 다녀와서- "1년에 14.82분 가동. 오타가 아닙니다."
“야, 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 저절로 쌍욕이 튀어나옵니다. 돈으로 자기 배 불리자고 수십년 동안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준 잣나무 수십만 그루를 베어내고, 산을 파헤치고, 골짜기를 수몰시키는 배은망덕한 개자식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 지구 간강범, C발놈들. 이곳은 강원도 홍천 풍천리입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초과 전기의 쓰레기장으로 예정된 곳이죠. 핵전기쓰레기장을 고운말로는 ‘양수발전소’라고 합니다. 쓰레기처리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만든 위선적인 이름입니다. 양수발전소는 얼마나 발전을 할까?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공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해 전국의 양수발전소는 평균적으로 39일 가동, 수력발전소는 94일 가동되었습니다. 10% 조금 넘는 가동률입니다. (자료출처: https://www.khnp.co.kr/main/selectWebDisoffView.do?key=152&siteId=&seq=19602, 합계 발전량 ÷ 합계 발전용량 ÷ 24시간으로 계산) ‘가동’이라는 단어는 발전소가 발전목적으로 쓰이는 시간을 뜻합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 양수발전소는 핵전력을 소모하기 위해 하부저수지에서 상부저수지로 물을 끊임없이 퍼올리고 있으며, 상부저수지에서는 끊임없이 물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발전기를 돌리지 않고 그냥 흘려보냅니다. 이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가동이라고 할 수 있고, 환경단체들의 ‘너무 낮은 가동률’ 주장도 오해를 일으킬 만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태양광이 24시간 발전할 수 없듯이, 양수발전소도 24시간 가동할 수는 없습니다. 물을 퍼올리는 동시에 발전하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남는 전기를 소모(저장)하기 위해 물을 퍼올리는 시간이 당연히 감안되어야 합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양수발전소를 풀로 가동한다면 하루에 6시간(25%)이 한계라고 합니다. 전국의 양수발전소는 하루 평균 2시간 30분 정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가동 가능 시간의 절반이 채 안되니, 태생적 한계를 감안하여도 여전히 낮은 가동률입니다. 저기요, 오타 아닐까요? 홍천 풍천리에 건설예정인 양수발전소의 ‘가동률’은 얼마나 될까요? 기절초풍할 정도로 낮습니다. 한수원의 홍천 양수발전소 승인 신청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연간 148.2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양수건설 타당성조사 용역(홍천지점), 2022, 한국수력원자력). 이 수치는 2025년 청평양수발전소 발전량의 0.059%, 예천양수발전소의 0.014%에 불과하고, 600MW용량임을 감안해 계산하면 연간 14.82분 발전에 불과합니다. 강원생명평화기도회 박성률 목사가 이설도로건설로 엉망이 된 숲속을 안내하며 말했습니다. “보통사람이 메가와트가 얼마나 되는 건지 감이 안 오잖아요. 그래서 AI에게 신청서 분석을 부탁했지요. 그런데 AI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전력 생산량이 오타가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GWh를 MWh로 잘못 쓴 거 아니냐고. 그래서 한수원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자가 오타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어요.” 연간 14.82분. 오타가 아닙니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에 드는 비용은 1조 7천억. 이 돈을 들여서 양수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가동률’이라는 단어를 치워버리고 기능의 비율로 보면 모든 것이 명쾌해집니다. 국내 양수발전소는 전기 쓰레기장 기능이 9할, 발전 기능이 1할이며, 홍천 양수발전소는 쓰레기장 기능이 백프로에 가깝습니다. 양수발전소를 더 짓는 이유는 전기가 더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밤에도 낮에도 항상 초과되는 전기를 내다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초과될 전기를 기존의 양수발전소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쓰레기장이 필요해진다는 겁니다. 전기 쓰레기장 만든다고 풍천리 할머니들이 50년 전에 심어 가꾼 잣나무 11만 2천 그루를 베어내고 잣수확으로 살아가는 동네 사람들 생계를 박살냅니다. 쫄쫄쫄 흐르는 시냇물을 3년 동안 받아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풍천리에는 개천에 물도 없겠네요? 100대 명품숲 유아숲체험장도 물에 잠깁니다. 욕이 나옵니다. "썩을 놈의 개새끼들. 나쁜 새끼들. 한수원 니가 뭔데? 어? 이래도 돼는 거야? 이러고도 니들이 멀쩡할 줄 알아? 천벌 받을 놈들." 나무들은 착해서 욕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사람인 내가 대신 욕을 해줍니다. 사람이 말을 할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말없는 나무들 대신 욕이라도 시원하게 한바가지 해달라고 목소리가 있는 것 아닌지. 풍천 주민들은 젊은 시절 손수 심어 가꾼 잣나무숲을 지키기 위해 7년 동안이나 싸웠습니다. 수몰되는 지역에 들어와 펜션 사업을 하던 이들에게는 보상절차가 진행되었고, 이설도로를 만드는 작업으로 나무들이 베어지고, 산이 파헤쳐졌습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들을 실어와 불법적으로 방치하는 쓰레기장이 됐습니다. 댐 예정지 바깥에 살면서 평생을 잣숲에 기대어 살아온 주민들은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고 투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이만큼 싸워온 덕분에 이만큼 숲이 지켜졌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자본의 폭력은 무자비합니다. 사치품과 쓰레기 사이에서 쓰레기장에 버려야 할 정도로 많은 전기는 왜 생산하는 걸까요? 조절이 어려운 ‘안정적’ 전력공급원인 원전에 모든 탓을 돌릴 수도 있지만, 태양력도 통제 불가능한 초과 전기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줄이지 않은 채 태양력만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태양광과 풍력이 각광을 받자, 태초에 핵전기 쓰레기장으로 지어진 양수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의 배터리 역할로 홍보되었습니다. 그래도 태양광이 늘어나면 원전을 폐쇄하려나 했더니 웬걸, 신규 원전을 늘이겠다고 합니다. 양수발전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자연 방전되는 서랍 속 비상 배터리입니다. 부피가 어마어마한 이 배터리로 인해, 상당한 면적의 동식물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피크타임에도 항상 전기가 남아도는 판국에, 더 많은 비상 배터리가 정말로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집집마다 서랍에 비상 배터리 두세 개 갖추고 있는데, “예비 배터리는 생활에 필수”라며 나라에서 또 배터리를 선물해주겠다고 합니다. 기쁠까요? 집집마다 찬장에 안 쓰는 텀블러 여러 개 있습니다. 페트병 내다 버리는 건 일입니다. 넘치는 물건은 기능이 무엇이건, 새것이건 낡았건 관계없이 쓰레기입니다. 결국 쓰레기가 되는 물건을 자꾸 만들고 강매하는 이유는 뻔합니다. 누군가가 돈을 버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발전소와 전력망과 배터리는 국가 예산을 끌어다 쓸 그럴싸한 명분이 됩니다. “전기는 국민 생활에 필수”라고 하지요. 지나친 전기 사용으로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전력수요 피크 어쩌고 하며 겁을 줍니다. 나라에 필수적으로 가동되어야 하는 시설들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시설들은 필수이기 때문에 전기가 우선적으로 공급되며, 비상용 발전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위 전력수요 피크를 세계종말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옛날에 사람은 전기 없이도 살았고, 전기는 인간에게 사치품이지, 필수품이 아닙니다. 필수라고 홍보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전기 덕분에 감사하게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여러 사치품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치품들로 세상을 채우기 위해 모든 생명의 생존에 필수품인 숲을 없애도 될까요? 과유불급이라 하였습니다. 어쩌다 정전이 되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집마다, 마을마다 대비하고, 어쩌다 모자랄 수도 있는 적당한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365일 초과 전기를 생산하고 국토를 실리콘과 중금속의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것보다 안전하고 현명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경고 한 세기 동안 화석연료는 탄소 배출로, 우라늄은 중성자 방출로 지구 온도를 높였습니다. 자동차와 냉장고와 에어컨이 생존필수품이 되고, 연소기관과 전자제품이 지구 온도를 더더욱 높이는 악순환이 영구적으로 정착되었죠. 전기가 충분하고 남는다는 결론이 나자마자, AI를 ‘미래먹거리’로 부각시키며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원전과 송전선을 지어야 한다고 떠들어댑니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요. 중동에 전쟁이 일어나면, 핵으로라도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떠듭니다. 이 반이성의 미친 짓거리를 보면 저절로 외계인 음모론이 떠오릅니다.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질투하는 외계인이 지구를 온통 실리콘과 중금속과 아스팔트와 방사능 쓰레기로 뒤덮고, 동식물과 인간을 멸망시키거나 노예로 만들기 위해 몇몇 인간의 뇌에 침투하여 영감과 정보와 미끼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AI는 경험의 멸종을 불러오고, 인간 개체들은 생각하는 능력과 기억력, 밝은 눈을 빠르게 상실하고 있습니다. 메가와트인지 기가와트인지 오타 확인도 AI가 담당할 판이죠. ‘모든 것의 외주화’가 이 시대의 좌우명입니다. 돈에 미친 이들의 거짓말에 속지 말고, 이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숲은 태양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저장하는 천연 배터리입니다. 인체 역시 전자기장을 발생시키는 발전소이며, 배터리이고, 모터입니다. 위대한 구루들은 인체를 둘러싼 전자기장을 활성화시키고 운용하는 법을 깨달으면,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며, 시간과 별들 사이를 오갈 수 있으며, 육체의 모습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외주화된 것들, 모든 인공적인 것들은 본래 인간과 지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 타이가의 잣나무숲에 사는 아나스타시아는 말합니다. 모든 것의 외주화와 금권을 신봉하는 현대인들은 이런 종류의 지식을 미신이나 사이비로 치부하고 믿지 않으며, 신비주의는 히말라야 설표만큼이나 멸종위기입니다. 그러나 전기가 빛과 열을 발생시키고, 식물이 빛과 열을 흡수하여 저장하는 것은 현대의 ‘과학적’ 상식입니다. 온난화 현상으로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에, 우리가 먼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 년에 14.82분 가동되는 양수발전소일까요? 1800ha 잣나무숲일까요? 글쓴이 : 이해성 산청 책방 "지금부터 판타지" 이끄미,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산청난개발대책위원 -
문홍현경 04-09 16:43
벚꽃은 우릴 서럽게 한다
벚꽃은 우릴 서럽게 한다 벚꽃은 올해도 아름답습니다. 한참 바라보았어요. 걸음을 멈추고 사진도 찍었어요. 개나리, 목련, 수선화, 산수유 다 한꺼번에 피었어요. 벌들은 혼란스럽겠지만, 풍경은 알록달록 별천지입니다. 저기 중동 땅에서는 전쟁 소식이 계속 밀려옵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아름다운 꽃들을 보고 있으니, 좀 민망합니다. 눈을 내리깔아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에요. 아이 교복 빨고, 먼지 쓸고, 설거지하고, 냉장고 정리하고, 겨울 난 시금치 다듬고, 밥하고, 친정엄마랑 통화하고, 때 되면 돈도 벌고, 뭐 이러다 보면, 전쟁이니 기후위기니 머릿속에서 사라져요. 그러다 그렇게 일상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다가, 문득, 아주 잠깐, 생각이 납니다. 폭탄, 펑, 와르르. 그러면 또 잠시 멍해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깐이에요. 나는 또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해요. 낮에 찍어 놓은 아름다운 꽃 사진을 천천히 넘겨 봐요. 세상은 아수라장인데 말이에요. 백석 시인의 시 수라가 떠오릅니다.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 어데서 좁쌀 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백석, 「수라(修羅)」 당장 전쟁을 막을 수 없을지라도 시 속의 화자는 추운 밤에 거미를 세 마리나 문밖으로 내보내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리를 내보냈는데, 그다음으로 어미처럼 보이는 큰 거미가 나타났지 뭐예요. 자기가 아까 쓸어 내버린 거미의 어미인가 싶어 문밖으로 또 내보내요. 아까 그 새끼와 만나길 바라면서 말이죠. 죄책감을 느낀 것 같아요. 그런데 아뿔싸, 이번엔 아주 여린 새끼 거미가 나타났어요. 화자는 가슴이 메요. 밖이 춥지만, 그래도 가족 있는 곳이 좋겠다고 생각해 문밖으로 내보내려는데, 이 녀석이 자꾸 달아나요. 화자는 서러워해요. 결국 그 작고 여린 녀석을 종이에 받아 문밖으로 내버려요. 화자는 적극적으로 거미 가족을 따뜻한 방에서 살게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차디찬 밖으로 내버린 거미들을 생각하며 슬퍼해요. 우리가 적극적으로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화자와 같은 심정으로 ‘가슴이 짜릿하고, 서럽고, 가슴이 메고, 슬퍼’하는 마음으로 전쟁이 멈추기를 바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벚꽃을 보다가도, 돈을 벌다가도, 공부하다가도, 집안일을 하다가도, 잠시라도 멈춰서 ‘제발 전쟁이 멈추게 해 주세요.’ 하고 바랄 수 있어요. 그런 마음은 ‘제발, 지구 생명들이 더 사라지지 않게 해 주세요.’ 하고 비는 마음과 같을 거예요.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마음은 전쟁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과 연결될 테니까요.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살육과 착취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겠지요.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잊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전쟁이 멈추어야 한다는 마음,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 죄 없는 생명이 죽어 나가는 이 지구 가열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 이런 마음들을 꼭 붙들고 살면 좋겠습니다. 이 마음들이 모여 결국 전쟁을 막고, 독재자를 막고, 위법한 비상계엄을 막고, 일상의 폭력을 막을 수 있지 않겠어요? 적어도, 폭력배 무리와 한편이 되지 않겠다는, 그런 짓거리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자기 선언은 할 수 있겠지요. 나는 나를 속이고, 그저 안도하는 걸까 그러나 때로는 이런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고작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헛웃음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어느 소설 속 인물들, 예를 들면, 『몫』에 나오는 희영 같은 인물이 나와 내게 쏘아붙일 것만 같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최은영, 『몫』 나도 그런 사람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저 읽고 쓰는 것만으로, 그저 순간순간 전쟁이 멈추길 바라는 기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그저 부정의를 비판하는 이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 마치 내가 내 몫을 다한 것처럼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휘청거리다가, 또 마음 한자리에서는 이런 생각이 올라옵니다. 시인 윤동주가 적극적으로 항일 투쟁에 앞장서지 않았더라도, 일제강점기 민족의 비극과 한을 제 몸에 담아 고뇌하고, 제 역할을 의심해 부끄러워하고 우리말 시를 써 온 그의 마음을 소극적이라고,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깎아내릴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말입니다. 날마다 하는 반성과 깨어 있음이야말로 나를, 그리고 서로를 붙들 힘이 되지 않는가, 또, 스스로 변질되지 않는 길이자,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이 되지 않게 나를 닦을 수 있지 않겠는가…. 뭐,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종말을 늦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곤 합니다. 서러움과 부끄러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다시 벚꽃을 봅니다. 여린 것에 몹쓸 짓을 한 것만 같아 느끼는 죄책감이나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하여 드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우리가 지금 이 아수라장 같은 세상에서 끝끝내 버리지 말아야 할 마음 조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마음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은 시 한 구절이기도 하고, 떨어지는 벚꽃잎 하나이기도 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한 사람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만나는 따뜻한 선생님의 손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백석의 시 수라가 일제강점기 가족 공동체의 해체를 표현했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시 교육을 하고, 시험 문제로 내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국어 선생님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서러울까요. 벚꽃이 나리는 계절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새 없이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전쟁으로 사람이 죽는 일보다, 당장 내 주식이 떨어지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요. 전쟁의 끔찍함과 아픔은 대체 언제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미국에도 깨어 있는 시민이 있어서, 트럼프의 전쟁을 비판하며 “노 킹”을 외치고, 전쟁에 참전하지 않겠다며 양심적 병역 거부를 신청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권리 옹호를 위한 미국 시민단체인 ‘양심과 전쟁 센터’의 소장 마이크 프라이스너는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최근 양심적 병역 거부 문의가 무척 늘었는데, 전쟁에서 자신이 죽을까 봐 두렵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모두 정당성이 없는 전쟁에서 ‘누군가를 죽이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게 될까 봐 드는 두려움, 그 두려운 마음이 모여 점점 커지면 좋겠습니다. 전쟁을 막는 마음은 큰 결단과 엄청난 선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느끼는 아주 작은 서러움과 서글픔과 부끄러움, 아픔, 슬픔, 두려움 같은 마음들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 ‘서러운’ 마음을 잊지 않도록,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그렇게 서로서로 붙잡을 수 있도록, 시 한 구절, 벚꽃 한 이파리, 사랑하는 이의 얼굴, 따뜻한 손길을 일상 사이사이에서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선거철에 더러운 돈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전쟁이 멈추기 어렵다는 것을요. 전쟁은 마치 트럼프 같은 사람만 일으키는 것처럼 생각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가 나날이 하는 선택들이 전쟁이 될 수 있음을, 부끄러움을 모르고 양심을 파는 일이 곧 전쟁의 씨앗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나치 군인들은 매일 1,000구가 넘는 유대인 시체를 불태우고, 집에 오면 착한 남편이자 아빠로서 가족에게 사랑이 담긴 편지를 썼다고 하지요. 아름다운 봄 사이사이 느끼는 서러움과 부끄러움이 우릴 구원하길 빌어 봅니다. 글쓴이 : 문홍현경 <자기 씨앗대로 산다> 지은이 -
니은기역 03-15 15:07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편집자가 전하는 제작 이야기 한 해가 끝나기 하루 전, 책이 나왔습니다.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는 오랜 시간 준비해 마침내 나온 책입니다. 구례 문척면에 사는 정환이 쓴 책이고, 구례에서 ‘포도시’ 책을 내는 니은기역 출판사가 만든 책입니다. 책을 펴낸 사람으로서, 구례분들께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만큼 잘 만든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환경 보호 같은 일에 열심히 매달리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살다 보니, 저절로 스며들 듯, 기후위기를 걱정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도 될 수 있으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더라고요.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책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안 만들 수 없다면, 덜 해롭게 만들도록 ‘노오력’은 하자고 생각했어요. 콩기름 잉크, 너, 뭐 돼? 니은기역은 2019년에 『살자편지』를 펴낼 때부터 콩기름 잉크를 쓰기 시작했어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전혀 없는 ‘무용제 잉크’가 가장 친환경적 잉크이긴 하나, 국내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그다음으로 덜 해로울 (거라고 믿는) 콩기름 잉크라도 쓰려고 했지요. 이번 책에도 콩기름 잉크를 썼습니다. 석유 용제 기반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쓰면 인쇄, 건조 및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VOC와 스모그 현상 같은 각종 공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또, 책을 읽는 분들과 책을 만드는 작업자분들의 건강에도 좋고요. 또, 콩기름 잉크를 쓴 인쇄물은 재생 종이를 만들 때 종이에 묻은 잉크를 지워 내는 탈묵 과정이 기존 잉크보다 훨씬 쉽다고 평가받아요. 그런데 이 콩기름 잉크가 좀 더 비싸요. 또 취급하는 인쇄소도 적어요. 그러다 보니, 무용제 잉크만큼은 아니지만 콩기름 잉크도 쓰기가 쉽지 않아요. 콩기름 잉크로 인쇄할 수 있는 인쇄소도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책을 소량 찍을 땐 콩기름 잉크를 쓰기가 어려워서요. 인쇄소에 물어보니, 콩기름 잉크 찾는 분이 많지 않아서 콩기름 잉크 쓰는 기계를 따로 들이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이건, 소비자한테 ‘콩기름 잉크 쓰자’고 말할 일이기보다는, 출판문화협회나 관련 정책 기관에서 나서서 지원하고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말이 길어지니, 다음으로) 재생종이, FSC 인증 종이, 무표백 종이 (책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물음에 대한 변명을 곁들여)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는 산속에 살던 한 사람을 생태활동가로 만든, 갖가지 새와 숲 생명을 기록한 책이어서, 읽는 동안 그 생명 옆에 선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내용 구성 방식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종이와 인쇄, 제본 방식도 지은이의 철학과 편집자의 의도가 담기도록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표지 종이와 내지 종이 모두 FSC® 인증을 받은 국내 재생종이를 썼는데, 표지는 100% 재생 펄프가, 내지는 30% 재생 펄프가 들어간 종이입니다. (참고로, FSC® 인증 종이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된 목재로 만들어진 종이를 말합니다.) 또, 양면이 ‘쫙’ 다 펼쳐지는 노출사철제본 방식을 선택해서 한 생명을 오래 바라보기 좋게 했는데요, 노출사철제본은 두꺼운 합지를 붙여야 하는 양장본보다 종이와 에너지와 풀을 덜 쓸 수 있습니다. 겉표지를 두르지 않은 덕에 책등에 보이는 매듭끈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책의 핵심 가치를 보여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책을 만들 때 조금이나마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들은 대체로 ‘보통 만드는 방식’보다는 비쌉니다. (그래서 책값이 그 모양….) 농사로 따지면, 관행농과 유기농의 차이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품으로 따지면, 대량 생산품과 수제 생산품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런 말이 다른 출판인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서 조심스러워요. 그냥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다른 출판인들은 또 자기 나름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이야말로, 진짜 친환경 위에 말씀드린 것들 말고도 여백과 빈 종이 줄이기, 표지에 코팅하지 않기, 인쇄 규격 판형 우선하기, 잉크 적게 쓰기, 도서관 구매 북돋기 등등 여러 방식을 써 보고 있지만, 제가 항상 강조하는 건, ‘나무를 베어 만들어야 할 만큼 좋은 책인가?’ 하는 물음에 먼저 ‘그렇다’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친환경 방식을 썼다고 해도, 책 내용에서 소비와 경쟁을 부추기고, 혐오와 차별을 말한다면 그런 책은 안 만드는 게 가장 친환경적일 테니까요. 저도 늘 고민하며 책을 만들겠습니다. 또, 제가 하는 방식이 꼭 옳다는 생각도 갖지 않겠습니다. 더 나은 방식을 가르쳐 주시면 열린 마음으로 바꿔 나가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인간만 살고 있는 건 아니라서, 급격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존재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루하루 내 선택이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은 잊지 않고 걸어가겠습니다. 글쓴이 : 문현경 니은기역 출판사 이끄미 - 출판사 소개 니은기역 책 짓고, 농사짓고, 기후악당에겐 짖어요! 틀을 깨는 소리, 순서를 뒤엎는 몸짓을 기록합니다.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아홉 농부가 생태순환의 삶을 담아 쓴 『살자편지』, 에코페미니스트 농부들이 자급하는 몸을 되찾자며 보낸 『벗자편지』, 반달가슴곰KM-53의 삶을 통해 야생동물과 한 터전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오삼으로부터』,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숲에 살던 동식물의 목소리를 담은 『집에서 쫓겨났어』, 지키고자 하는 이의 시선을 담은 사진 에세이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등을 펴냈습니다. -
홍버들 03-15 14:02
[기후+마을]기후위기 시대 ‘경자유전’의 재해석
기후위기 시대 ‘경자유전’의 재해석 “가짜로 (작물을) 심었다가 방치하면 매각 명령해 팔아 버리게 해야 한다.”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들어 농지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원래는’ 헌법상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상속 등 특정 예외 요건을 빼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에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어요.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팔아야 해요.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경자유전이란 말이 정말 헌법에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농사짓지 않는 이들이 땅 주인 노릇을 하고 있지요. “현재 국가 통계상 임차농 비율은 이미 60%를 넘어섰으며, 현장의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수준은 70%에 달한다.”라고 비판한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 대통령의 경자유전 발언을 환영했어요. 땅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공감할 거예요. 그렇죠, 그러나, 다만,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경자유전 원칙을 다르게 해석해 적용해야 하지 않을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어요. 농사짓기만 하면 땅 소유해도 좋은 걸까 생태적, 사회적 책임지는 경작자에게 우선되어야 경자유전의 원래 취지가 무엇인가요? 지주-소작 구조를 해체하고, 농민의 생존권과 자립을 보장하며, 토지를 투기나 착취의 수단이 아니라 생계 기반으로 두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날은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농업의 산업화·대규모화, 토지의 금융화·투기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붕괴, 농촌 고령화와 소농 소멸이 심해지는 오늘날 상황에서 “농지는 농업인이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 경자유전이 실현되었다, 박수 짝짝짝, 하고 끝내도 될까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사지으며, 지역 먹을거리 자급과 순환 체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토지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경작과 책임’에 초점을 옮겨 경자유전을 적용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현행법상 ‘농업인’에 속하지 못했던 생태적 소농(小農)들도 농사지을 땅을 얻기 쉬워질 거예요. 소농이란 보통 ‘노동력과 자본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농사짓는 사람’을 일컫는데요,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방식으로 농사짓는 소농이 늘어나면 생물다양성이 살아나고 땅이 탄소를 흡수할 능력을 키우며, 지역 자급 기반을 만들 가능성이 커져요. 그러니 오늘날 경자유전의 원칙은 생태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경작자에게 먼저 농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농은 경자(耕者)로 치지 않는 현실, 소농, 청년농, 생태농의 토지 접근권 보장 필요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소농들을 만나러 가면, 열에 아홉은 1천㎡(약 300평)에 못 미치는 땅에서 농사를 지어서 농지원부를 받을 수 없거나, 직불금만 가져가려는 땅 주인에 의해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못한 대리 농부들이었어요. 땅심을 살리기 위해 화학 물질을 적게 쓰고, 자연에 주는 부담을 줄이려고 에너지를 덜 쓰거나, 해마다 토종 씨앗을 받아 이어오고, 친환경 농법을 연구하거나, 생태텃밭 교육을 펼치는 주체로 활동하는 소농들이지만, 그들은 어디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농민 아닌 농민’이었죠. 경자유전에서 경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까요?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농지 투기를 뿌리 뽑고, 경자유전을 실현하는 것, 너무나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그 결과가 결국 대규모 농업인 혹은 농지원부상 농업인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농지 투기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유휴 공유지를 공공 텃밭으로 전환 공동체 기반 농지 신탁 마련 등 경자유전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사짓지 않는 이들이 땅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뿐 아니라, 애초에 땅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생태적 책임을 갖고 농사지으려는 이들이 농사지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해 보여요. 예를 들어, 유휴 공유지를 지자체가 도시농업용으로 임시 사용하도록 허가해서 수많은 소농이 텃밭을 무상으로 임대받거나 싸게 구할 수 있다면 좋겠죠. 또, 토지를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적 자산으로 묶어서 지역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작하도록 장기 보장하는 공동체 기반 농지 신탁 제도도 조례로 만들어 보장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경자유전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 시민의 경작권을 법으로 인정하는 영국에서는 지자체가 시민에게 텃밭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어, 지자체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텃밭을 운영할 수 있는 Allotment(시민텃밭, 공공텃밭)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사진은 에식스주 새프런 월든에 있는 시민텃밭. (출처: 가디언 Gary Yeowell) 글쓴이 : 홍버들 독립연구자, 지리산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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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05-20 21:40
[곰주옥 X 인간주옥] ④ 주옥들의 하루
나는 지리산 자락에 사는 윤주옥이다.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곰주옥도 이곳 지리산 자락에 살며 ‘BF-8’로도 불린다. ‘BF-8’은 구례곰마루쉼터(이하 곰쉼터)에 여덟 번째로 들어온 암컷 곰을 뜻한다. 오늘은 ‘주옥들의 하루’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비교적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보통 새벽 4시 전후에 깨어난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비결은 일찍 자기 때문이다. 새벽에 일어난 나는 절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아침밥 준비와 빨래도 한다. 아침밥을 먹은 후 외부에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한겨레숲으로 간다. 한겨레숲에 도착한 나는 차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가 어떤 날일지, 무엇을 할지를 생각한다. 그리고는 차밭을 돌아보고, 김철호의 집 앞 상수리나무를 바라본다. 낮밥을 먹은 후에는 풀을 메고, 오후 5시가 넘으면 한겨레숲을 나와 집으로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렇게 나의 하루가 흘러간다. 그렇다면, 곰주옥의 하루는 어떨까? 장우찬 수의사로부터 들은 곰주옥의 하루는 이렇다. 아침 7시 전후에 일어나 놀거나 쉬다가,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오전 밥을 먹는다. 이후 오후 4시경 두 번째 밥을 먹을 때까지 다시 쉬거나 논다. 오후 밥을 먹은 후에도 놀거나 쉬다가 저녁 9시쯤 잠든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런 하루가 반복된다. 내가 곰주옥을 하루 종일 관찰하고 싶다고 했을 때, 김만우 팀장은 “그 시간 동안 할 게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종일 관찰한 뒤에야 알게 되었다. 곰주옥은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누워 있으며, 움직임이 적다. 굴에 올라가 엎어져 있다가 내려와서도 비슷한 자세로 앉아 있다. 곰주옥의 시간은 나보다 백 배쯤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 방 안 굴 아래에서 쉬고 있는 곰주옥 (사진 제공: 구례곰마루쉼터) 그러나 그 느린 시간 속에서도, 곰주옥은 나름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곰주옥의 하루를 관찰하고 장우찬 수의사의 말을 종합해 보면, 곰주옥은 겉보기에는 움직임이 적다. 그러나 실제로는 곰쉼터의 다른 곰들에 비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관절에도 큰 문제가 없어 굴 위아래를 오가는 것도 잘하고, 위협적인 행동도 없다. 색다른 것은, 다른 곰들은 해먹을 달아줘도 올라가지 못하는데 곰주옥은 해먹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는 것이다. 해먹 위에 누운 곰주옥이라니, 묘한 낭만이 느껴진다. 긴 시간 뜬장에 갇혀 지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올라가는 법을 익혔다. 그 사실이 다행스럽고, 어쩐지 뭉클하다. ↑ 해먹에서 자는 곰주옥 (사진 제공: 구례곰마루쉼터) 사육농장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곰들은 처음에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곰쉼터 직원들의 노력으로 한 달 정도 지나자, 날씨가 좋으면 밖에 나와 햇볕을 쬐고, 도구를 넣어주면 가지고 놀기도 한다. 그들이 배워가는 삶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들과는 다르지만, 곰으로서의 감각을 다시 익혀가는 과정이다. ↑ 곰쉼터 직원들이 넣어준 공으로 놀이 중인 곰주옥 (사진 제공: 구례곰마루쉼터) 내가 곰쉼터의 곰들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곰쉼터 곰들도 도토리를 먹냐고. 장우찬 : 사료를 기본으로 주고요. 부식은 계절에 따라 바뀌는데 지금은 고구마, 당근, 양배추, 단호박 정도입니다. 윤주옥 : 계절에 나는 걸 주는 거네요? 장우찬 : 네, 자연스러운 먹이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여름에는 수박을 주고, 가을이나 겨울에는 사과나 배 같은 것도 줍니다. 지리산만큼 풍부하지는 않지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과일과 채소, 그리고 밤낮의 길이, 온도의 변화 등을 통해 곰쉼터의 곰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계절을 느낀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에서 보면, 곰주옥과 나는 서로 다른 자리에 있다. 그러나 나의 하루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깨어나고 - 생각하고 움직이고 - 먹고(아침밥) - 다시 움직이고 생각하고 - 먹고(낮밥) - 또 생각하고 움직이고 - 먹고(저녁밥) - 잠드는’ 일의 반복이다. 나는 나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이 하루가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곰주옥을 포함한 곰쉼터의 곰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는 각자의 하루가 있다. 그 하루는 특별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생명의 하루를 무너뜨려 왔다. 지금도 곳곳에서 그들의 삶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짓눌리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하루’ 역시 우리의 하루처럼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그 하루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안철환 05-19 11:06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어린이날과 맞아떨어지는 입하
작년엔 봄이 늦게까지 머물렀다면, 올 봄은 봄답지 않은 봄이었어요. 지나간 겨울 손님이 아직 안방을 차지한 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더 있어야 올 여름 손님은 예고치 않고 들이닥쳐 봄 같지 않게 온 산을 진작 푸르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도 입하 지나도록 바람에 냉기가 서려 있어 일찍 온 여름 손님은 맛만 살짝 보여주고 겨울 손님의 여운만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 일찍 심은 것도 아닌데 냉해 입은 작물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 오네요. 감기 걸린 사람 소식도 그렇고요. 꽃과 새싹에 마음 뺏겨 몸 돌보길 방심하지 않기 바랍니다. 절기 공부한 이후 왜 하필 입하에 꼭 어린이날이 드는 지 의문이었어요. 사실 입하는 5월 5~ 6일에 들고 어린이날은 고정적으로 양력 5월5일로 잡혀 있으니 똑 같은 건 아니고 내용적으로도 별 상관은 없어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일본의 어린이 날입니다. 어린이날이 여아, 남아 따로 있었는데요, 3월3일은 여아 어린이날, 5월5일은 남아 어린이날이 그것인데 지금은 5월5일 하나로 통합되었답니다. 근데 저는 그걸 보고 삼짓날과 단오날이 떠오른 겁니다. 맞습니다. 일본 어린이날의 기원은 단오날이었습니다. 앞의 청명 늬우스에서 말씀드린 단오는 양의 홀수 5가 겹치는 날이어서 양의 기운이 가장 센 날입니다. 숫자로는 중양절인 9월9일이 제일 셀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중양절은 가을이고 단오는 여름이니 그렇습니다. 오(午)는 여름을 뜻하고, 단(端)은 시작의 뜻이니 단오는 여름의 시작이에요. 근데 단오는 음력이어서 양력 5월5일 어린이날을 단오와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양력만 쓰게 되면서 그리된 것이라 보면 될겁니다. 일본은 어린이날의 기원을 단오에서 찾는 반면 우리는 좀 다릅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제안해 시작한 1922년의 어린이날은 5월 1일이었거든요. 그리고 일본 어린이날의 의미는 아이들 건강 기원에 있다면 방정환 선생의 운동은 어린이 인권운동이자 보이지 않게는 독립운동의 일환이었던 겁니다. 또 5월 1일은 노동절로 사회개혁운동의 성격을 담으려 한 의지도 엿보이지요. 그러다 해방 후 1946년에 어린이날을 제정하면서 5월5일로 바꿨습니다. 일본은 1948년 정식으로 제정하면서 5월5일로 했다니 우리가 일본을 따라하진 않았을 겁니다. 다만 단오를 길일로 여기는 동아시아 문화의 영향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다 양력 문화가 자리잡으며 음력 단오의 의미는 사라지고 양력 절기로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에 맞춰졌을 걸로 저는 해석하지요. 그렇지만 제 생각엔 결과적으로 음력 단오보다는 양력 입하가 더 어린이날로 적당해 보입디다. 왜냐하면, 입하의 기운이 더 어린이 기운에 맞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걸 미운 일곱살 기운이라 말합니다. 특히 풀의 기운이 그렇지요. 나물로 먹을 수 있는 풀들이 이젠 꽃 피고 독이 오르기 시작해 꼭 미운일곱살 아이 닮았다 할까요. 반면 춘분의 기운은 아기천사의 느낌입니다. 못 먹는 풀이 없을 정도로 독초조차 순하지요. 춘분의 아기천사는 똥 싸도 예쁘지만 입하의 일곱살 아이는 차라리 배속에 있을 때가 더 예쁠만큼 밉지요. 움직였다 하면 사고잖아요. 그렇지만 그런 일곱살이 우리에겐 희망입니다. 한참 뛰어다닐 아이가 노인처럼 뒷짐지고 에헴 거리며 다니면 그런 절망도 없을 겁니다. 아이들은 바쁘지도 않은데 맨날 뛰어다니죠? 심장이 발끝에 있어서입니다. 저 같은 중늙은이는 바쁜데도 느려터졌는데 입은 쉬질 않죠? 손끝발끝은 차고 심장은 입에만 머물고 있어서일 겁니다.ㅋㅋ 암튼 그래서 농부는 최소한 입하부터는 풀을 매야 합니다. 사실 이때 풀을 맨다해도 결코 빠른 건 아니에요. 부지런한 농부는 경칩부터 매준다 했어요. 그때 무슨 풀이 있다고 매냐 할겁니다만, 눈에 보일 때 풀 매면 풀을 이길 수가 없어요. 풀은 뽑는 게 아니라 매는 겁니다. 매는 건 흙을 긁어주며 풀을 제거하는 건데요, 풀 없는 곳도 긁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풀이 없는 게 아니거든요. 마찬가지로 경칩에도 풀 없는 게 아니라 풀이 보이지 않을 뿐이죠. 작은 풀 씨도 있고 막 싹 튼 풀도 있어요. 긁어주면 싹튼 풀도 제거하지만 풀씨도 흙에 덥혀 싹을 못 틔우죠. 풀은 빛을 봐야 싹 트는 명(明)발아 성질이거든요. 반면 작물은 오랜세월 농부가 심고 덮어주다보니 암(暗)발아 성질을 갖게 된건데요, 상추 같은 경우는 여전히 명발아 성질을 갖고 있어 씨 심고는 흙을 덮은 둥 마는 둥 해야 합니다. 초보농부님들은 불안해 흙을 두껍게 덮어 발아에 실패하는 일이 종종 있지요. 고추 같은 여름 과채류는 입하 어린이날에 모종 심는 게 좋습니다. 늦서리 가시는 곡우에 심기도 하지만 곡우 지나도 냉해가 올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입하 지나도 내륙엔 냉해 입는 경우가 있는데 올해 경북 봉화에선 0.7도까지 떨어졌다고 하네요. 그렇다고 가끔 생기는 일로 마냥 미룰 수만은 없겠지요. 하늘이 하는 일이니 어쩌겠어요. 저는 올해 오랜만에 고추를 직파했습니다. 직파하면 씨가 알아서 날씨를 보고 적당할 때 올라옵니다. 지주 세울 필요도 없어요. 병도 거의 없습니다. 다만 소출이 좀 적긴하지만 종합적으로 가성비를 따지면 직파법이 훨 나을 수 있다고 봅니다. 미운일곱살 입하의 기운을 입하부터는 다스려 주어야 균형있게 성장해 가을에 풍년을 기약할 수 있듯이 어린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었어요.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버릇없어진다고 본 거지요. 그런데 요즘 애들은 사정이 좀 달라보이더만요. 저희 밭에 농사체험 하러 오는 어린애들 보니 선생님들이 전부 여성이에요. 애들의 반은 여아들이고요.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매우 여성적입디다. 그걸 약간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자니 한 남자애가 내게 와 악수를 청하는데 손을 잡자마자 내 손을 잡아당기며 힘 자랑을 하는 거지 뭡니까? 재밌어 맞대응으로 밀당을 하고 있자니 남자애들이 줄을 서는 거에요. 그 때 알았지요. 남아애들은 어릴 때부터 힘쓰는 법을 배워야 커서 힘을 함부로 쓰지 않을거라는 걸 말이죠. 남성성을 실현하는 법을 배우긴커녕 소외되어 크다보니 요즘 젊은 남성들의 이상한 문화가 해석이 되대요. 저로선 상상도 못할 여혐 현상, 데이트 폭력, 보수화 편향(보수라기보다는 기득권화된 진보에 대한 반발은 아닐지)들 말이죠. 저희 때는 너무 남성주의가 심해 여아들이 소외받던 것과는 영판 다른겁니다. 방정환 선생이 일으킨 어린이 인권운동을 조금은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겠어요. 여아는 여아다운, 남아는 남아다운 다양성을 존중할 필요 말이죠. 농사도 마찬가집니다. 춘분에 싹튼 생명들이 입하부터 드러내는 개성들을 잘 존중하는 게 때를 아는 농부의 지혜라는 걸 말이죠. 입하 일정:경기도 안산에 사는 제 개인 일정임을 감안 바랍니다. 입하에 고추 등 과채류 모종하라고 해 놓고 정작 저는 아직 안 하고 있어요. 고추 직파만 했지요.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아래는 앉은뱅이밀, 복숭아 나무 지나 보리, 호밀 이삭이 입하 기운 받아 쑥쑥 영글고 있습니다. -
달리 04-21 09:09
[뒤웅박 씻나락] "침묵이 깨지고 다른 말이 자라는 동네책방 살롱드마고" _달리
침묵이 깨지고 다른 말이 자라는 동네책방 살롱드마고 우리 책방 ‘살롱드마고’에는 세 가지가 없다. 입시용 참고서나 문제집,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는 자기계발서, 평생 권위를 누린 남성 문학가들의 작품집. 대신 다른 세 가지가 있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생각을 전환해 주는 인문서, 다양성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하여 소수자의 목소리가 담긴 장르별 도서들, 그리고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을 한발 더 나아가게 하는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 살롱드마고 곳곳에는 성소수자를 비롯해 누구나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환대하고 성폭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책과 이미지로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순간 왠지 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마 살롱드마고만의 북큐레이션과 지향이 공간에 그러한 색을 입히고, 힘을 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롱드마고는 2015년 남원시 산내면에서 여성주의 문화단체 ‘문화기획달’의 활동공간이자, 마을 여성들을 위한 창작·교육 공간으로 출발했다. 이후 조직을 재구성하며 ‘협동조합마고’를 창립하고 2020년 활동지를 남원시청 옆으로 옮기면서, 살롱드마고를 지역서점이자 페미니즘 문화공간으로 다시 열게 되었다. 현재는 카페를 같이 운영하면서 책방지기들이 추천한 초대작가들의 작품과 뉴스레터를 볼 수 있는 ‘아티스트 테이블’, 기록을 테마로 하여 필사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할 수 있는 ‘플레이 라운지’, CD로 청음을 하며 음악가들의 도서 큐레이션을 볼 수 있는 ‘뮤직 바’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책방의 경험과 가능성을 확장했다. 독서와 기록, 퀴어에 관한 귀엽고 개성 있는 굿즈들도 판매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살롱’은 과거 유럽에서 문학가와 예술가, 철학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사교활동을 하는 장이었는데, 주로 귀족 여성이 공간의 주인이거나 모임을 주도했다고 한다. ‘마고’는 지리산 여신의 이름으로, 신성한 창조주로서의 힘을 상징한다. 우리는 살롱드마고가 그 이름들의 유래처럼 지역 여성들이 만나고, 공부하고, 각자의 재능과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함께 힘을 나누고 성장하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책방이 단순히 책 파는 곳을 넘어, 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원 같은 농촌 마을 위주의 소도시 지역에서는 문화적 갈증과 욕구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려운데, 살롱드마고에서 여는 글쓰기모임이나 독서모임, 타로 워크숍,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이자 실험무대가 된다. 특히 가부장적인 지역사회에서 성역할을 강요받는 여성들은 책방에서 같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대화하면서 잃었던 자신의 꿈과 목소리를 되찾는다. 몇 년 전 글쓰기모임 참여소감 중 “이제 주변을 배려하느라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는 말은 우리에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공동체의 좁은 관계망 속에 ‘나’를 드러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이 책방에 와 위로와 지지를 경험하고, 자신의 삶에서 다가오는 도전과 두려움에 맞설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미국의 장애인권여성운동가 해릴린 루소는 책 『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에서 “우리를 속박하는 것은 우리의 다름이 아니라 침묵”이라 했다. ‘다른’ 존재와 말을 품어주는 울타리가 넓어질수록 우리는 더 자유롭고 충만해지며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살롱드마고의 고요한 서가에서, 경청을 약속하는 모임 테이블에서, 매일 침묵이 깨진다. 그곳에 ‘다른’ 말이 자란다.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던 글 “지리산 여신 마고의 책방, ‘살롱드마고’에 없는 것”(2023.03.03.)을 <지리산人> 뒤웅박씻나락 칼럼에 맞게 수정한 글입니다. 글쓴이_달리 살롱드마고 책방지기 [뒤웅박 씻나락 칼럼] 지리산 자락 삶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삶의 모습이 되길 꿈꾸는 <지리산人>의 바람을 담아, 지리산 곳곳에 계신 씨앗 같은 이들의 삶과 생각을 싣고자 합니다. 칼럼 글쓴이의 일부 주장이 <지리산人>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윤주옥 04-01 16:36
[곰주옥 X 인간주옥] ③주옥이는 잠만보
‘잠만보’로 말하자면, 잠만보는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포켓몬으로 하루 대부분을 자거나 먹는 데 쓰는 ‘잠꾸러기’이다. 먹는 건 모르겠고, 자는 건 나와 겨뤄볼 만하다. 나는 말을 하다가도 잠들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잠이 든다. 버스, 기차, 트럭, 배, 비행기 등 운송수단을 가리지 않고, 좌석에 앉으면 5분 이내 잠들고, 내려야 할 곳에선 귀신처럼 깬다. 저녁에 잠드는 건 5초면 된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든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국립공원 대피소의 극상 상황에서도 잘 자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나는 잠에 관해서는 현존하는 절대 지존 ‘잠만보’다. 내가 언제 어디서나, 특히 저녁에 잘 자는 이유에 대해 ‘피곤해서’, ‘간이 안 좋아서’, ‘활동량이 많아서’, ‘멀미해서’, ‘잠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추측이 난무한다. 모두 그럴듯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일찍 일어나기에 일찍 자는 것이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중학생 이후 몸에 밴 습관이다. 부모님께서 새벽 3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셨기에 어쩌다 보니 나도 그렇게 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뭘 하냐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절도 하고, 명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대가 저녁에 하는 일을 새벽에 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창이 밝아오는 걸 바라보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잠에 관하여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내가 반달가슴곰(반달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걸 알게 된 후, 그의 겨울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가을에 맘껏 먹은 곰들은 굴에 들어가 잠을 자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봄이 오면 굴을 나와 한 해를 시작한다. 먹지 않고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자면 잠자기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는 있을까? 혹시 동지에서 춘분까지는 어디 먼 곳에 다녀오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진짜 멋진 일일 텐데 말이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궁금증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은, 반달곰이라고 해서 모두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반도에 사는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만 대만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김만우 팀장(구례곰마루쉼터)은 반달곰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먹이 부족입니다. 먹을 게 없으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동면을 하는 거죠. 대만의 경우는 먹을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동면은 극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행동”(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이라고 설명한다. ↑지리산 반달곰들은 화엄사 홍매가 필 즈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림 결) 그럼 내가 잠을 잘 자는 이유도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고민이 있거나, 화가 나거나, 일이 안 풀릴 때 잠을 더 잘 잔다. 이런 나를 두고 동료는 ‘그럴 때 잠이 오냐? 소리를 질러야지! 아니면 술을 마시든가.’라고 말하지만, 놀랍게도 잠을 자고 나면 고민도, 화도, 일도 절반은 해결되어 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누군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분명하다. 반달곰도 겨울잠을 자고 나면 슬프고, 아픈 기억들이 반으로 줄어들면 좋겠다. 작년 ‘구례곰마루쉼터’(곰쉼터)의 성원이 된 반달곰들, 그중에서 나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곰주옥도 겨울잠을 잤겠지.’ 김만우 팀장에게 물어봤다. 윤주옥: 여기 곰들도 겨울잠을 잔 거죠, 곰주옥도?(호호) 김만우: 아니에요. 지난해 24개체가 들어왔는데, 그중 7개체만 동면(겨울잠)을 시켰어요. 윤주옥: 네! 왜요? 김만우: 그게요, 여기 있는 곰들 대부분은 사육되던 농장에서 겨울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겨울잠은 곰들의 생리적인 행동이지만, 사육되던 개체들은 동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개체는 사고 위험 때문에 동면을 안 시킨 거고요.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사육되던 곰들은 겨울잠을 안 잤구나! 자연에서는 당연한 겨울잠도, 농장이나 동물원, 보금자리(구례곰마루쉼터, 화천곰보금자리)처럼 인간이 규정한 환경에서는 ‘재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떻게 재우는 걸까? “먹이를 조절하는 건데요, 가을에 가장 많이 먹이고, 동면 직전에 점점 줄이다가 마지막에 끊습니다. 그다음에는 빛을 차단하고 보온재를 넣고, 사람 접근을 막아서 동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 ↑ 겨울잠에 드는 반달곰의 눈빛 이처럼 동면은 세심한 환경 조성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더해진다. 곰쉼터의 곰들에게 짚을 넣어주었더니 스스로 탱이(낙엽이나 짚을 모아 만든 잠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뜬장에서 살았던 곰주옥도 태어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탱이를 만들었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짠하다. 곰쉼터의 곰들을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나는 3월 중순, 따뜻하고 햇살도 좋은 날인데도 움직이지 않고 땅바닥에 누워 먼 하늘만 바라보던 곰주옥이 애처로웠다. 어디 아픈지 걱정도 되었다. 김만우: 아니에요. 원래 곰은 활동을 많이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개처럼 뛰어다니지 않아요. 상위 포식자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필요할 때만 움직이고, 평소에는 쉬는 시간이 많습니다. 윤주옥: 아, 그렇군요. 상위 포식자다운 위엄이 있네요. 동면이라고 해도 계속 잠만 자는 건 아니죠? 김만우: 네, 자다 일어났다가 반복합니다. 물도 먹고, 날씨 좋으면 나와서 햇빛도 쐬고요. 다만 자는 비율이 훨씬 높아서 동면이라고 하는 겁니다.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 구례곰마루쉼터에서 바라본 구례의 봄. 곰쉼터의 곰들에게 올해 봄은 어떻게 기억될까. 곰에 대해, 특히 곰주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그의 눈빛, 움직임, 소리에 민감해진다. 나의 민감함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가만히 쉬고 있는 시간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나의 기준으로 그의 상태를 짐작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적당한 표현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알고자 하는 마음이 앞설수록,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곰주옥이 그저 곰답게,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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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인 06-05 13:56
[소식] 강연-트라우마 악몽과 치유 '꿈에게 길을 묻다'
산청 모두의 집에서 고혜경 교수님 강연 열립니다. 트라우마 악몽과 치유 '꿈에게 길을 묻다' 관심 있는 분들 함께해요 6월 27일 2시~5시 -
지리산인 06-05 12:59
[소식] 2026 생명평화한마당
2026 지리산 생명평화 한마당 교룡산성에서 함께하는 동학 이야기와 평화의 노래 2026 지리산 생명평화 한마당은 남원 교룡산성과 은적암에서 동학의 생명사상과 평화 정신을 돌아보고, 종교와 지역, 세대를 넘어 생명과 공존의 의미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은적암터에서 동학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음악을 나누며 함께 걷습니다.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가 말하듯 생명과 평화를 억압하는 껍데기를 걷어내고, 자신과 공동체, 자연을 돌아보는 시간을 나누고자 합니다. 일시 : 2026년 6월 27일(토) 10:00 ~ 15:30 장소 : 전북 남원시 산곡동 251-21 (교룡산성 주차장) 주요 프로그램 – 생명평화 기도회 – 동학 이야기 (안경엽 회장) – 김강곤(항일독립운동 음악 연구 예술가) 공연 – 산길순례 (은적암터 ~ 밀덕봉 ~ 복덕봉 ~ 주차장) 준비물 : 점심 도시락, 물, 모자, 개인 깔개 (※ 간식 제공합니다.) 신청 : 지리산둘레길 홈페이지 문의 : (사) 숲길 063-636-0850 주관 : 지리산종교연대 · (사)숲길 생명평화를 이야기하고, 함께 걷고, 함께 노래하는 하루. 교룡산성과 은적암에서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http://jirisantrail.kr/wp/?page_id=21215 -
지리산인 06-04 13:51
[소식] 2026 함양상림숲영화제
상림숲영화제에 초대합니다. 신청링크 https://m.site.naver.com/28nqx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지리산인 05-11 18:39
[소식] 2026 제5회 수달의 아우성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6 제5회 수달의 아우성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5월 26일~27일 함양 지리산리조트, 엄청강 일원, 함양중학교에서 문의 수달친구들 010-4740-1915 흐르는 강물처럼, 끊이지 않는 생명의 소리를 듣습니다. 단순히 깨끗한 물을 넘어, 거칠고 오염된 환경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수달의 강인한 생명력은 우리 강이 그나마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오는 '세계 수달의 날', 제5회 **<수달의 아우성>**에서 그 경이로운 생명력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역의 현안을 공유하고,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더불어 상생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수달친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