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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태용 02-14 11:40

    [지리산자락책방]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구례읍 봉서리 귀퉁이에 문을 연 작은 동네서점이 있다. 오가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들어가 보지 못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서점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900개 정도의 작은 서점이 있고, 대부분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이제 막 삼 년 차가 된 봉서리 책방은 나름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봉서리 책방 대표 장 승준 님은 오랫동안 책방을 하고 싶었단다. 서점을 시작하기전 5~6년 동안 한 번은 해야지 했는데 어느 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미 부동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봉서리 책방은 개업했다. 그는 순천에 산다. 순천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오간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봄가을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요즘 같은 겨울엔 구례구역에 차를 두고 이동한다. 그가 그렇게 출퇴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엔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서점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작은 비용이라도 줄여서 예순 다섯까지는 하고 싶어요? 돈 안 되는 서점은 왜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책하고 친했죠. 아이들이 다 컷서 이제 돈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시기가 온 거죠. 그래서 오랫동안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책방이었죠” 사실 오래전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고요. 흔한 말 중에 취미가 일이 되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책방은 독서라는 취미와 일이라는 두 가지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았죠.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책방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요. 하지만 책방 일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래 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돈을 안 쓰고 있어요. 그래서 버스도 타고 다니고요. 돈 벌이가 적은데 많이 쓴다면 당연히 운영이 어렵겠죠. 돈을 적게 쓰고 하고 싶은 책방 일을 오래 하는 것이 제가 3년동안 살아남은 방법입니다.” “뭐 그렇다고 전혀 수익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생활을 하고 서점을 유지할 만큼은 벌고 있어요.” 처음 책방을 하려고 준비할 때 서점을 운영하시는 한 분이 “돈 못 버는 정우성” 데리고 사는 것 같다. 는 말씀을 하셨어요. 서점이 돈은 안 되고, 모양새는 나는 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라면 서점을 시작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수익이 없다면 안 되죠. 저는 수익이 없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결과는 어떤 가요? 생각보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개업 했을 때는 5일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책만 읽다가 퇴근했습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지역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한 두 명 찾아오시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고 싶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구례에는 그런 책방은 없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까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다른 직업도 있었을 텐데요. 책방을 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구례는 국립공원 일을 하면서 연이 있는 곳이고요. 영어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방 운영의 장점은 뭔 가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책은 주제가 있고 내용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각자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죠. 찾는 책을 찾아 주거나 절판된 책들을 찾아주는 일도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봉서리 책방만의 책 선택기준이 있나요? 처음에 제가 좋아하거나 읽었던 책들을 주로 판매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이라 고객과 소통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책방이 제 개인 서가가 되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배치하려고 합니다. 손님들이 찾을 만한 책들과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절충한 것이죠. 그리고 가끔은 저에게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정말 감사하죠. 책방 주인의 책 선택 기준까지 파악해서 추천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도 점점 어떤 책을 골라야 하나 어렵기도 하고요. 만약 서점을 개업하고 싶어 하는 분이 추천 하시겠어요? 결국 결심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 결국 하겠죠. 그리고 서점은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니 지구력이 있으면 할 수도 있죠. 그래도 그냥 폼으로 한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서점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도의 마음준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서점이 책 판매로 수익이 한정적이라서 음료나 술을 팔거나 공간 대여 같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방도 음료를 판매하고 계시고요. 음료 판매가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되나요? 음료 판매로 임대료 정도의 수익이 나옵니다. 처음에 커피만 팔았어요. 그런데 커피를 안 마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커피와 차 두 종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책과 잘 어울려서 팔고 있고요. 다른 음료 두 종류도 팔고 있어요. 달콤한 청을 넣은 음료와 달지 않은 음료 이렇게요. 단 음료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출판 기념회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공간 대여를 원하면 빌려주기도 하고요. 독서 모임도 자연스럽게 생겨 매주 일요일 오후에 하고 있습니다. 저도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지만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도서 모임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 가요? 시저의 갈리아 원정기를 읽고 있어요. 매번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한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더군요. 같은 책이라도 생각하는 방향은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배울 수도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책방을 방문한 분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하시나요? 추천은 가급적 안 하는 편입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어 서요. 그리고 추천해도 관심 없는 분야가 아니면 관심도 없고요. 그래도 꼭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얇고 저렴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비싼 책을 추천하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책의 선택 기준이 주관적이 상대적이라서 추천도 쉽지 않더라고요. 만약 고객이 호기심이 있는 책이고 그 책을 제가 읽은 것이라면 내용을 이야기해 주기는 합니다. 운영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화요일이 휴무일입니다. 화요일을 빼고는 매일 12시에서 6시까지 운영해요. 처음엔 11시에 했는데 오전에 일이 있어 지금은 이 시간에 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영업시간은 바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구례 봉서리에 책방을 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구례 사람들 중에 이 동네 안 와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읍내가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좋지 않을까요? 처음엔 도서관 옆에서 하고 싶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는데, 이 책은 소장해서 줄도 긋고 싶고 그런 책을 만나면 제 책방에서 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지인을 통해서 여기 장소를 알게 되었는데 저도 모르게 여기서 책방을 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동네서점이 운영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은 경향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동네 책방보다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 5% 적립해 줍니다. 하지만 동네 책방은 그렇게 운영하기 어렵거든요. 책 마진은 보통 30% 장도니까 그렇게 하면 수익이 거의 없겠죠. 가끔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고 난 다음 책 사진만 찍고 나가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엔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입하려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서 정가제를 원하는 것이겠죠? 네. 하지만 요즘 분들이 도서정가제를 납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떤 제품이든 자율적으로 할인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까요. 그나마 지금은 10%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래도 할 만하죠.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제가 서점을 하기 전에 전국에 있는 서점들을 많이 찾아가 봤어요. 지속 가능한 서점은 지역 사람들이 찾고 인정받은 곳들이었습니다. 저도 이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3년이면 인정받은 것 아닐까요? 아직은 좀 아니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지역 분들에게 친밀하고 함께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몇 분의 손님들이 책방을 찾았다. 오자마자 음료를 주문하고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단골손님이라고 했다. 또 한 분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한 시간 동안 책방에 들어와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처음 오신 손님이라고 했다. 요즘엔 책은 대부분 온라인을 구입한다. 나 역시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보통 온라인 책방에 접속하면 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바로 구매한다. 책을 둘러본다는 개념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책 저 책 고르기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책만 달리기하듯 고르고 배송되는 날을 기다리는 식이다. 하지만 오래전 서점에 가면 이 코너 저 코너를 돌며 책 산책을 했었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만큼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원하면 해외 서적도 클릭 몇 번으로 구입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는 책방을 걸어 다니면 이 책 저 책 골라보는 재미는 없다. 오랜만에 책을 오랫동안 고르고 있는 분의 모습을 보니 책방의 감성이라는 것은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성을 찾는 독자라면 지금 봉서리 책방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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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환의섬진강탐조] 3월 20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다양한 날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3월 20일은 무슨 날일까요? 바로 참새의 날입니다. 그것도 세계 참새의 날! 세계 참새의 날은 인도의 환경단체인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어티(NFS)'와 프랑스의 에코시티 액션재단이 2010년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고 합니다. 흔한 참새를 무슨 이유에서 날까지 지정했을까 의문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참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여서 흔하게 서식하는 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참새는 농경지의 감소와 도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서식지 감소, 유리창 충돌, 로드킬, 야생화된 고양이에 의한 교란)로 인해 개체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참새의 서식 밀도는 1997년 제곱킬로미터당 183.6마리였으나 2010년 95.4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2016년 135.2 2020년 166.0마리로 늘어났다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서 2023년 139.4마리로 집개 되었습니다. 2020년대비 19% 감소한 것인데 여기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82년도의 참새 서식 밀도는 제곱킬로미터당 469마리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이렇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참새만이 아닙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흰뺨검둥오리는 2021년 제곱킬로미터당 66.7마리에서 2023년 56.5마리로 15.4% 감소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청둥오리는 13.4% 감소하였고 어치의 경우도 10.9% 감소하였고 박새도 15.6% 감소하였습니다. ▲ 자료 : 국립생물자원관 ‘2023 야생동물 실태조사’ 분석 자료 발췌 ▲ 어치는 산속의 농사꾼입니다. 어치가 물어 나르는 도토리와 각종 씨앗으로 숲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치는 수다꾼입니다. 심심하면 고양이소리, 염소소리, 다른 새들의 소리를 따라합니다. 흔하다고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습니다.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참새와 박새, 어치, 청둥오리의 개체수 감소는 그냥 종 하나가 줄어들고 사라지는 것에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감소율이 높은 참새는 곡식도 먹지만 식물에 붙어있는 진딧물과 같은 벌레도 잡아먹기 때문에 참새 개체수의 감소는 농가의 피해로도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 우리가 뭘 해야 할까요? 우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참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살아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리창 충돌은 참새만이 아니라 모든 새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단체와 기관의 협력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야생화된 고양이와 그리고 농경지 감소가 있습니다. 새대가리? 실제로는 지혜로운 새들 참새는 둥지를 만들 때 둥지에 생 ‘쑥’을 섞습니다. 쑥은 해충을 방지해 주고 기생충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한다고 합니다. 실제 둥지를 만드는 참새들이 쑥을 물고 들어가는 모습들이 관찰되곤 합니다. 이처럼 새들은 지혜로운 방법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더 이상 새대가리라는 말을 놀리는 말로 사용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둥지를 만들기 위해 식물의 뿌리를 물고 왔습니다. 참새는 인가 주변 처마 밑이나 전봇대의 틈새 등 인가 주변을 둥지 장소로 선호합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천적을 쫓아주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봄은 현재 진행중 레이첼 카슨이 DDT 사용으로 인해 침묵의 봄이 올 것이라 경고하였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갖고 DDT 사용을 금지하였지만 이젠 다른 문제가 침묵의 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리창 충돌과 서식지 감소와 농경지 감소, 그리고 야생화된 고양이와 서식지 파괴, 로드킬 등... 이제 우리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합니다. 봄 개구리 소리가 들리지 않고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사라진 봄을, 봄이 왔지만 봄이 아닌 봄을 맞이할 것인지 말입니다.

    [애벌레의추적자학교]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진흙목욕을 하고 싶은 멧돼지. 24년 2월 초, 엄청나게 내린 눈을 뚫고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올랐습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며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도, 쥐를 쫒아간 족제비 발자국도 보면서 말이죠. 능선까지 갔었고, 눈으로 덮여 잘 보이지도 않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길이였습니다. 눈의 무게에 조릿대가 길을 덮어 더디게 진행하는데, 저 앞쪽으로 퍼런 조릿대 무덤이 보이는 겁니다. 순간 머리가 쮸뼛 서며, 뒤 바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찍으려는 찰라 왼쪽으로 돼지 한 마리가 튑니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오는 상투적인 탄성과 함께 아래로 튀는 멧돼지를 따라 찍고 있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다시 한 마리가 튀어 나갑니다. 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봤어요. 크기는 한 100근(60킬로) 정도 나가는 돼지 두 마리가 조릿대 속에 있다가 저의 인기척에 놀라 도망간 거였어요. 모르긴 해도 조릿대를 꺽어 앞으로 낳을 새끼들을 위해 산실(새끼를 낳고 일주일 정도 키울 요량으로 만든 집)을 만든 자매 멧돼지였나 봅니다. 일단 다가가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하얗게 덮인 눈 속에 퍼런 조릿대가 무덤의 봉분처럼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야생동물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 봤다면 그저 무심코 지나칠 일이나, 여러번 봐왔던 터라 한눈에 멧돼지 산실이 눈에 들어온 겁니다. 둥지를 헤쳐 내부도 보고 싶었으나 출산을 앞둔 예비 어미 멧돼지들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그러면서 바로 드는 생각이, 여기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하러 와야겠다 였어요. 이중 한 마리가 드나들면서 출산을 할 것이고 곧 새끼들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 거지요. 산실을 본 반가움과 바로 내려와야 하는 아쉬움이 공존하는 순간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가보지 못했어요. (사진1. 멧돼지가 두 마리가 튀어나갔던 조릿대로 만든 산실) 어려서 동네 잔치에 돼지를 잡으면 오줌보에 바람을 넣어 차고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을 이발소에 가면 큰 어미돼지가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커다란 액자도 붙어 있었구요. 오래전이라 액자 속의 새끼들이 정확하진 않아도 열 마리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집에서 키우는 돼지는 거의 열 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치고, 숲에 있는 멧돼지도 새끼가 많지만 집돼지보단 적게 낳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먹이를 찾는 멧돼지보다는 사람의 보살핌 속에 먹이 걱정 없는 집돼지의 새끼가 더 많을 거라는 건 다들 이해 하실겁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돼지를 잡으면 젖꼭지를 세게 되는데, 눈앞에 보이는데도 정확하게 셀 수가 없는 겁니다. 뒷다리 쪽으로는 톡 튀어나온게 정확하나, 가슴쪽에 있는 건 거의 형태만 있지 제 구실을 할수 있을지 모를 정도로 희미하거든요(가짜 젖꼭지). 언제 한번은 대략 7쌍(14개) 정도로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집돼지는 야생의 멧돼지를 가축화 시켰기에 서로 교배가 가능하니 젖꼭지 수도 같아야겠으나 야생의 혹독함을 겪으며 집돼지보다 새끼의 수도 줄었으니 젖꼭지도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집돼지와는 달리 멧돼지는 산실에서 일주일 정도 키운 뒤 거의 밖에서 생활을 합니다. 자연스럽게 약한 새끼들은 도태되거나 천적에게 먹히겠지요. 물론 안락하진 않으나 사람의 관리를 받으며 크는 집돼지에 비해 태어나자마자 혹독한 자연에 맞서야하는 멧돼지니의 입장에서는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맞겠지 싶습니다. 살아남은 새끼들은 암컷들이 공동육아를 하며 야생에서 남는 법을 배우겠지요. 산에서 조사를 하다보면 밭을 갈아놓은 것처럼 낙엽이나 흙을 긁어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주둥이(코)로 밀고 다닌 흔적입니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나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밤이나 도토리를 찾아 먹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산 아래 밭에 고구마를 세 고랑 놓았는데, 아침에 산책 다녀온 집사람이 고구마 고랑이 다 뒤집어져 있대서 가보니 멧돼지 짓이더라구요. 딱 고구마 밑이 들 때를 기다려 그렇게 다 먹어치운 거죠. 가끔 칡을 파먹은 흔적도 보이는데, 고구마처럼 녹말 성분을 좋아해서입니다. 식물성이 기본이지만 닥치는 대로 뱀까지 먹는 잡식인 멧돼지는 논에 들어가 분탕질을 하기도 하고, 과수원의 사과를 따먹기도 해서 농사꾼에게는 최고의 미운털이 박힌 동물이기도 하지요. (사진2, 고구마밭을 파헤친 흔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조사를 하다 임도로 떨어졌는데 저쪽에서 인기척이 나 가보니 올무에 걸려 발버둥치는 멧돼지가 있더라구요. 얼마나 벗어나려 애를 썼는지 올무 반경의 흙이 밭을 갈아놓은것첨 보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향하는 야생동물의 습성이 상악골(코와 붙어있는 윗니)에 걸린 와이어가 더 조여오며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인거지요. 그때 드는 생각이, 이걸 지자체에 신고를 하나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제 갈길을 가나였어요. 신고를 하면 예전엔 마취를 시켜 올무를 제거한 다음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2019년부터 발생한 ASF(아프리카 돼지열병)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은 엽사를 보내 무조건 사살하고 샘플(양성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뽑는 피) 채취하고 끌고 내려오던지 아니면 석회뿌리고 묻어버리는 식입니다. 그대로 두고 오면 올무를 놨던 사람이 와서 어떻게든 요리를 하겠지요. 제가 어떻게 했냐구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지리산둘레길 인월 금계 구간에 전라북도 남원 산내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마천의 경계에 등구재가 있습니다. 마천의 창원마을쪽 등구재 바로 아래 조그마한 소류지가 하나 있습니다. 전에 소류지 주변에서 멧돼지가 풀을 뜯어 만든 산실도 본적이 있는 터라, 기다렸다가 멧돼지를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쌀쌀했으나 소류지 뚝방에 메트리스를 깔고 납작 엎드려 건너편 물이 내려오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답니다. 한참을 기다렸어요, 돼지가 갑자기 보이는 겁니다. 하도 오래 엎드려 앞만 보고 있었더니 잠시 놓쳤던 거겠지요. 돼지가 천천히 나타나는데 해도 넘어갔고, 앞을 가린 나뭇가지로 시야는 안좋았으나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느긋하게 자리를 뜨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머리와 등을 제외한 몸에 물이 묻어 있더라구요. 돼지는 사람처럼 피부로 열을 발산하는 구조가 아니라 열을 식히는 방법으로 진흙목욕을 선호합니다. 충청도 어느 산에는 봉분이 죄다 패여 있는 겁니다. 비가오면 돼지가 위에서 목욕을 하고 벌건 황토를 주변 소나무 여러 군데에 묻혀서 이동한 동선이 보일정도로 말이지요. 우리가 티비에서 보는 고라니나 담비, 멧돼지는 멋짐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건 죽게 되면 털속에 가려 보이지 않던 진드기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지요. 체온이 식어 숙주로서 역할을 못하게 되니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야 하거든요. 멧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는 이유는 더워서도 있지만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 영향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흐르는 시냇가에 들어가는 것보다 물이 고여 자작한 진흙을 선호하지요. 뒹굴며 체온을 식힘과 동시에 몸에 흙이 달라붙게 만드는 겁니다. 어느정도 굳어지면 주변에서 송진이 베어나오는 나무를 찾아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이라 부르는 일본잎갈나무 등. 튀어나온 엄니(송곳니)로 상처를 낸 다음 송진이 흘러나오면 거기에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가려운 곳 순으로 긁어대것지요. 이렇듯 몸을 비비는 나무를 멧돼지 베개목, 또는 비빔목이라 불러요. 멧돼지 물통(진흙목욕을 한 곳) 주변에는 대개가 비빔목이 있답니다. 어떤 나무는 얼마나 비벼댔는지 빙 둘레 수피가 다 벗겨져 죽어가는 나무가 있을 정도입니다. 송진의 테르펜 성분이 항균작용을 하는걸 아는 모양입니다. (사진3, 멧돼지 물통과 비빔목-흙탕물이 있는 걸로 보아 목욕한지 얼마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릉 산불이 있었던 곳에 조사를 갔을 때 일입니다. 다 타서 시커멓게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소나무 숲에 멧돼지가 쉬거나 잠을 잔 흔적이 보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하층식생이 다 타고 없는 곳에 쉼터 자리에만 주름조개풀이 보이는 겁니다. 숲 가장자리에 사는 주름조개풀의 끈끈한 열매가 멧돼지 털에 붙어 거기까지 이동한 것이죠. (사진4, 인천의 국립생물자원관 생생채움관에 멧돼지 산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땅에 맹수가 사라지고 그나마 남은 몇 안되는 야생동물들은 거의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중 멧돼지는 사람 말구는 천적이 없을 정도로 생태계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죠. 그러나 농사꾼들에게 눈에 가시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로 파리목숨이 되어버린 현실입니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단백질원이였으며, 농사꾼에겐 홀대받을 지언정 알아주는 이 적어도 묵묵히 숲을 가꾸는데 일조한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파를 막기위해 설치한 펜스로 의도치않게 다른 야생동물의 통행까지 막아 민폐를 끼치게 된 멧돼지. 멧돼지가 사라진 숲을 생각해 보세요. 유해조수라 없어진다면 마냥 좋기만 할 것 같나요? 자동차에서 볼트 하나 빠졌다고 크게 표가 나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나중엔 차가 설 수도 있다는거까지 내다보며 볼트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집니다. - 추적자 학교 하정옥 / 글.사진 추적자학교 하정옥

    [정환의섬진강탐조] 모든 것을 품어주는 지리산과 섬진강

    ▲ 섬진강을 찾아온 가창오리의 모습. 생명들의 터전인 산과 강, 자연은 모든 것을 차별 없이 품어줍니다. 어쩌면 차별은 인류만 가지고 있는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 강자만 자연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실제 관찰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맹급류나 육식성 생명은 종 분류상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맹급류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무리지어 다니는 새들은 어쩔때는 맹급류도 무서워서 도망치게 만들곤 합니다. 호랑이도 다 자란 멧돼지를 잘못 건드리면 죽을수도 있다고 하니 강자가 늘 이긴다는 법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서로 뭉치고 연대하는 것이 더 강하고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뭉쳐있는 단위가 또 다른 권력이나 힘, 강자가 되는 것 아니냐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과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 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불규칙하고 비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연은 곡선이지만 인간만이 직선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직선을 말하는 것이 아닌 곡선의 미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 수달이 동자개를 먹고 있습니다. 가시가 있어서 먹기가 까다로운지 한참을 실강이를 벌였습니다. ▲ 마당을 나온 거위가 큰기러기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덩치가 더 큰고 색이 다르지만 친구가 되었습니다. ▲ 앞에 있는 친구가 큰기러기 그 뒤가 거위입니다. 위에 있는 친구는 큰고니입니다. 작년 겨울부터 보이던 ‘마당을 나온 거위’는 큰기러기와 친구가 되어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큰기러기는 1월부터 30마리 이상이 찾아와서 섬진강 일대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마당을 나온 거위’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보면 항상 2마리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무리는 날 수가 있어서 먹이를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친구인 거위가 날지를 못하니까 본인도 날아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무리가 돌아오면 거위를 데리고 무리에 합류해서 함께 다닙니다. 종 분류상 서로 가까운 관계이긴 합니다. 보통 거위가 흰색이어서 고니를 조상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실제로는 ‘개리’가 거위의 조상입니다. 개리는 기러기류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거위와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리의 영어 이름도 ‘Swan Goose’입니다. ‘백조거위’인 것이죠. 그래서 개리는 먹이를 먹는 습성도 고니와 비슷하다 합니다.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백조의 순우리말이 고니인데 고니인 이유는 곤~ 곤~ 하고 울어서 곤이>고니로 지어졌다 합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백조’는 혹고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고니의 이름만큼은 잘 지어준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봄꽃 축제의 소식이 들리는게 봄이 오고는 있나 봅니다. 야생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철새들이 하나 둘 떠나겠지요. 외눈박이 말똥가리도 고향을 찾아 떠날것입니다. 2025년의 겨울을 기다리며 부디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꿈을 이루고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 외눈박이 말똥가리입니다. 2022년부터 관찰되고 있는데 왼쪽눈을 다쳤습니다. 3년간 계속해서 섬진강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올 겨울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PS. 3월 10일 섬진강을 잠시 돌아봤는데 고니 한 마리가 혼자서 수면 위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왜 혼자일까?’ 하고 쌍안경으로 보니 ‘마당을 나온 거위’였습니다. 이제 자연에 적응하였는지 수면위를 날아가는 정도는 할줄 아는가 봅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박 속았습니다. 잘 살아갈 것 같아 기쁩니다. ▲ 수면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호사비오리, 물 위서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물 위를 달려야 합니다. 땅에서는 치고로를 단단한 바닥이 있지만 수면은 그렇지 못해서 빠르게 달려야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정환의섬진강탐조]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리며

    ▲ 주로 탐조를 하는 월전리 제방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 2022년 1월 위장막에 들어가 물새를 찍고 있을 때였습니다. 앞에는 물, 등 뒤에는 풀숲이었는데 등 뒤에서 푸드덕 소리가 났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말똥가리 한 마리가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역시 위장을 하니까 가까이 오는구나!’ 하고 서브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하였습니다. 찍을 만큼 찍고 다시 물새를 관찰하였고 관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사진을 편집하면서 아까 촬영했던 말똥가리를 편집하는데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맹급류가 가끔 한쪽 눈을 감기도 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모든 사진이 감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서 같은 장소에서 다른 날에 찍은 말똥가리 사진들을 살펴보았고 모두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다쳐서 외눈박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2022년 처음 관찰되었던 외눈박이 말똥가리 그날 이후로는 그 지역을 지날 때면 이 말똥가리가 잘 있는가 살펴보곤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왔습니다. 말똥가리는 번식지로 날아갔고 다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습니다. 2023년 겨울,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기억 속에서 잊혀졌습니다. 양 눈으로도 살아남기 어려운 야생에서 외눈박이로 살아남기란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023년 다시 돌아온 외눈박이 말똥가리, 늘 이 나무에 앉아 있어 '말똥가리 나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나가는데 작년에 말똥가리가 자주 앉던 나무에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보였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촬영하고 초점이 잘 맞았나 당겨보니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냉혹한 야생에서 눈이 생명인 맹급류가 외눈박이로 살아남다니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그렇게 그 지역을 지나갈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찾았고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번 같은 나무에 앉는다는 것,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특정 나무,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말똥가리도 같은 나무에서 자주 관찰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또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여름이 왔고 말똥가리는 떠났습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 2024년 11월 이제는 여행을 떠난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외눈박이 말똥가리를 기다립니다. 11월 겨울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섬진강 제방을 지날 때면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자주 앉아 있던 나무가 보입니다. 그런데 아직 찾아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기다립니다. 다른 말똥가리들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있고 겨울 철새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와야 하는데 걱정이 됩니다. 혹 무슨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오늘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하늘에서 ‘삐이~’ 말똥가리 소리가 들립니다. 누구일까요.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돌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을 작성하던 중 외눈박이 말똥가리가 다시 돌아왔고 추가된 내용입니다.] 2024년 11월 말 외눈박이 말똥가리는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말똥가리 나무에 앉지는 않고 활동반경을 넓힌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작년에 봤던 장소에 날아오곤 합니다. 12월 27일 남원에서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섬진강 제방을 지나는데 작년에 늘 앉아 있던 말똥가리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우 건강해 보입니다. 남은 겨울도 건강하게 보내고 번식지로 떠나 다시 2025년 겨울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떠나보냅니다. 굿 바이 2024년! 2025년 새해에는 좋은 소식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복 짓는 한 해 되세요. ▲ 2024년 11월 정지비행을 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 ▲ 2024년 12월 27일 자주 앉아 있던 나무에 다시 앉았습니다.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이 장소를 좋아합니다.

    [정환의섬진강탐조] 섬진강을 다시 찾은 호사비오리

    ▲ 일반 비오리와의 큰 차이점은 머리깃과 몸에 있는 비늘무늬 깃입니다.(수컷 호사비오리의 모습 2023년) 겨울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설레는 계절입니다. 겨울철 물새와 맹급류, 다양한 산새들이 찾아오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 호사비오리 암컷 ▲ 호사비오리 수컷 섬진강을 끼고 있는 지역에 살면서 새가 좋아서 탐조를 하고 있지만 원래 성격상 멀리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귀한 철새가 있다고 그 지역을 찾아가는 것도 성격상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탐조하러 나가는 곳은 섬진강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섬진강을 다니다 보니 섬진강에서만 140종이 넘는 새를 관찰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가장 인상 깊은 새를 말해보라 한다면 호사비오리를 꼽을 것 같습니다. 13년 전에 아주 우연히 차를 타고 가다가 섬진강에 찾아온 것을 발견하고 새벽부터 기다려 사진에 담았을 수 있었는데 힘들게 담아서 기억에 남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올해 11월 섬진강을 찾은 호사비오리의 최대 개체수는 50마리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호사비오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이며 국제적멸종위기종인 IUCN EX(절멸위기)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귀한 새이기 때문입니다. 호사비오리는 2000~2012년에 실시한 번식 지역에 대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개체수는 약 1,940쌍(4,660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개체수의 대부분이 극동 러시아, 시호테알린산맥 지역이며 일부는 중국, 그리고 북한 백두산 등지에서도 번식을 하고 있지만 북한의 데이터는 접근할 방법이 없어 취합되고 있지 않아 개체수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번식지도 중요하지만 월동지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호사비오리는 유속이 빠르고 물이 맑아 먹이원인 어종이 풍부한 지역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강들은 준설과 오폐수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강으로 깊이 들어오는 자전거길도 문제가 됩니다. 경계심이 많은 호사비오리는 작은 인기척에도 날아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강과 산이, 땅이 우리 인간이 하는 난개발을 그냥 계속해서 받아줄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허구한 날 강과 하천을 뒤집고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그것도 모자라 골프장을 만들고 있으며, 바다를 메워 공항과 산단을 만들고, 산을 파먹는 석산과 쓰레기 매립장, 논, 밭을 갈아엎어 태양광과 건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인디언 속담이 생각납니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져 나가고, 마지막 강이 더럽혀지고, 마지막 물살이가 잡힌 뒤에야 그대들은 깨달으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생명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섬진강

    [정환의섬진강탐조] 보고 보고 또 보고 싶다. 함양에서 진행된 호사비오리 포럼

    호사비오리의 개체수는 2014년 조사 자료에 의하면 약 1,940쌍, 총 4,660여 마리 정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에 1,654쌍 중국에 166쌍, 북한에 116쌍이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가 되었고 한국은 월동지로 200~300여 마리 정도 찾아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비오리에 비해 작은 먹이를 먹으며 경계심이 강한 호사비오리는 주로 여울이 있고 한쪽은 인가가 없거나 사람의 출입이 어려운 절벽, 또는 숲으로 가려진 공간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하천 정비사업과 댐건설, 준설사업과 강변에 설치되는 파크골프장과 캠핑장 등 체육시설 때문이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이 귀한 손님을 언제까지 계속 볼 수 있을까? 해마다 계속해서 보고 싶다. 그래서 계속해서 보고싶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수달친구들의 최상두 대표가 개최한 이 포럼은 함양 엄천강 옆에서 진행이 되었다. 포럼의 제목은 ‘해마다 보고싶다’ 였다. 이 포럼에는 노영대 감독(자연다큐 감독) 김연수 기자(전 문화일보 기자), 박종길 박사(야생조류 필드 가이드 저자) 우포자연학교 이인식 교장 윤병열 한국탐조연합 공동대표 등 각개 전문가와 많은 활동가가 참여하였다. 이번 포럼에는 섬진강과 만경강, 지석천, 회천, 엄청상, 덕천강, 갑천 등 전국 강과 하천에서 관찰된 호사비오리의 모니터링 결과도 발표하였다. 1박 2일로 진행된 포럼은 1일 차에는 모니터링 결과 발표, 2일 차에는 엄천강과 남강 호사비오리 합동 모니터링을 진행하였고 총 75개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마치고 포럼의 제목처럼 해마다 볼 수 있기를 바라며 헤어져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내년에 같은 주제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며. 사라진 뒤 다시 복원 사업을 시작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있을 때 잘 해야 한다는 교훈은 많이 봐왔지만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 ▲ 호사비오리 수컷, 옆구리에 있는 비늘무늬와 버리깃이 있다는 점, 곧은 부리가 특징이다. ▲ 가운데 있는 갈색머리가 호사비오리 암컷, 수컷과 동일하게 옆구리에 있는 비늘무늬 곧고 붉은색 부리, 머리깃이 있다는 점이 일반 비오리와 구별이 된다. ▲ 비오리 암컷, 호사비오리와 다르게 버리깃이 많지 않고 옆구리에 비늘무늬가 없으며 부리 끝이 검고 휘어져 있다. ▲ 비오리 수컷, 호사비오리와는 다르게 머리깃이 없고 옆구리에 비늘무늬가 없으며 부리 끝은 검고 휘어져 있다. ▲ 호사비오리의 서식지를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강 준설과 수변 수목제거, 수변 체육시설등이 있다. ▼ ▲ 서시천 수변에 진행되고 있는 파크골프장의 모습

    지리산고을소식 더보기

    산청, 구례에서 열리는 세월호 다큐 상영회

    산청과 구례에서 세월호 다큐 <제로썸>을 볼 수 있습니다. 각 고을 소식 전합니다. (1)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산청 산청에서 4월 15일에 원지 작은영화관에서 '제로썸' 상영회가 있습니다. 2014년 그날의 사회적 참사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산청의 뜻있는 단체와 개인이 11주기를 맞아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영화 상영회를 준비하였습니다. 상영 후 윤솔지 감독,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호 님과의 대화 시간이 있습니다. 지리산사람들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습니다. (2) 세월호 다큐 "침몰 10년, 제로썸" 함께 보기 in 구례 이번 공동체 상영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청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자 구례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영화 <제로썸>은 추모를 넘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침몰원인 · 승객을 구조하지 못한 까닭에 대한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영화는 11일부터 16일까지 각자 보실 수 있지만, 16일 저녁 7시엔 4.16을 함께 맞이하고픈 분들이 모여 작게 추모와 연대의 뜻을 새기고자 합니다. 많은 분이 함께하여 따뜻한 기억의 자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참고로, 단체 관람 원하시는 단체(학교 등)는 영화관에 문의하여 원하는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 16일 <제로썸>함께보in구례 신청 페이지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D2LfIxHgHxrFcwmaDqbi2Cf_ox1l8I98NfCyJqra4C79nMA/viewform 고맙습니다.

    포네의 사사롭지 않은 사토리 4-1. 청정 차황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

    안녕하세요. 지리산 산청 소식을 전하는 포네입니다, 요즘 산청에 연일 비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리산케이블카의 꾸준한 추진 소식에 이어, 차황면 골프장 추진, 양수발전소 유치 주민설명회까지. 어제(3월 21일)는 지리산 자락에 대형산불까지 일어났어요. 가장 핫한 소식인 산불은 제쳐 두고, 20일에 골프장 예정지인 차황면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에 가서 야생동물(포유류) 조사를 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예정지 맞은편 철수마을 주민들이 환경단체의 자문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최세현 대표, 민영권 집행위원장,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과 함께 3월 11일 철수마을을 방문하여 현재 상황을 들었습니다. 차황면은 친환경 메뚜기쌀 재배단지인데,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지하수 고갈과 농약 피해, 산림훼손이 우려됩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습니다. ◦골프장 예상 규모는 27홀로, 1일 1,800톤의 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경사도가 급하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률이 낮아 개발가능량이 829톤/1일 (남산, 정수산, 효염봉을 이은 약 10 제곱킬로미터의 집수구역 기준. 철수마을 포함)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이미 1일 200톤 이상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주민들에 의하면, 수달, 담비, 삵, 수리부엉이가 흔히 목격된다고 합니다. ◦입목축적 기준 초과. 산지관리법은 전용하려는 헥타르당 입목축적이 산림 기본 통계상의 관할 시군구의 헥타르당 입목축적 이하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은 송림이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송림개발(주)가 예정지를 몇 년에 걸쳐 사들여 작년 7월 ‘군관리계획(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 입안제안서’를 제출했고, 군에서는 11월 군관리계획 입안 제안에 대하여 반영을 결정했습니다. 2월 11일에 주민설명회도 있었는데, 주민들 대부분이 화가 나서 중간에 나와 버렸다고 합니다. 군에서는 절차상 할 일은 하였다는 식이지요. 이런저런 상황을 듣고, 용역업체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전에 미리 반대 측 주민 쪽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생태조사를 진행하여 이의제기를 위한 든든한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일에 야생동물 추적 전문가인 하정옥 님과 정정환 님이 오셔서 마을 주민 세 분과 동행해 예정지를 조사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목격할 필요는 없고, 흔적(배설물)을 찾으면 된다고 합니다. 목표로 하는 생물은 법정보호종 삵, 담비, 수달, 하늘다람쥐. 먼저 예정지 아래 시내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습니다. 주로 교각 아래의 돌 위에서 똥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안전지대에서 똥을 누는 수달. 예정지 입구에 오동나무가 있었습니다. 목질이 부드러워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잘 팝니다. 까막딱따구리가 살고 있을까요? 오늘의 목표는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입니다. 딱따구리 둥지에 하늘다람쥐가 잘 산다고 합니다. 나무 아래에 쥐똥이 떨어져 있으면 하늘다람쥐 똥이라고 합니다. 족집게 도사일까요? 쥐똥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을 찾아 산으로 들어갑니다. 중간에 고라니, 노루, 멧돼지, 오소리, 족제비, 다람쥐, 청설모의 흔적도 보았습니다. 노루가 비빈 흔적이 있는 나무들과 쉬어간 자리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은 어디에? 담비는 능선을 따라서 잘 이동하며, 능선의 바위나 쓰러진 나무 위에 흔적을 남겨서 영역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돌은 별로 없어서 나무 위를 열심히 보고 다녔습니다. 심봤다! 드디어 찾은 담비 똥. 고욤의 씨앗으로 족제비와 구별됩니다. 이제 삵의 흔적만 찾으면 됩니다. 근처 주민의 개가 삵을 잡아 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삵은 드러난 산길에 똥을 잘 눈다고 합니다. 오래된 임도를 찾아 걸었으나 하얗게 변색한 개똥만. 꼭대기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반대편에 대규모로 벌목한 자리가 있더군요. 산꼭대기에 서 있는데, 주민들이 도에 제기한 민원이 군으로 내려와 주민대책위 대표에게 답신이 전달되었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현재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산을 내려오며 임도에서 삵의 똥 발견.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그 임도에 많이 있더군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보람찬 산행이었습니다. 동행한 주민 한 분은 오부면 파출소에서 오래 근무하시다 퇴직한 경찰이었습니다. 정찰대원으로 근무하며 산청 곳곳, 야산 곳곳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보람찬 산행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저도 톰 브라운의 <추적자Tracker>를 어렸을 때 읽었는데, 저자인 톰 브라운이나 인디언 할아버지, 추적자를 만나서 야생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로망이었죠. 꿈은 이루어지나 봅니다. 30년 뒤 야생이 멸종위기가 될 때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구례에서 함께하는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

    구례에서 비폭력대화 연습 모임을 시작했어요 "비폭력대화 워크북을 기반으로 이론보다는 체험중심의 연습모임입니다. 원래 14회를 만나는 것이 정석이지만 긴 호흡으로 만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상반기에 기초반(5회기)을 몇 차례 운영하고, 나중에 심화반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나의 욕구, 나의 이름이 되다 모임 이끔이 꼬리의 알림에 가벼운 마음으로 첫 모임을 나갔습니다. 내가 꼬리를 선생님으로 대하니, 그는 자기도 이 모임에서 함께 배워 나가므로 자기를 선생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좋은 생각이라고 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는 모임에서 얻은 새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기로 했지요. 첫 모임에 함께한 모두가 새 이름을 얻었어요. 이끔이의 안내에 따라 각자 '비폭력대화 연습'을 통해 얻고 싶은 욕구가 무엇인지 욕구 카드를 골랐는데, 재미있게도 내 욕구가 나의 새 이름이 되었지요. 그에 따라 꼬리는 '기여'가 되었고요, 저는 '이해'가 되었답니다. 당신의 욕구를 잘 듣고 말해 볼게요 첫 모임이라서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몇 번 마주친 사람들도 있고, 꽤 자주 만난 사이도 있었어요. 서로 만난 적이 없거나 자주 만나지 않던 사이인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각자 자기 욕구카드를 고른 까닭을 짝에게 설명하였어요. 5분 동안 내 욕구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저는 생각보다 말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서로 5분씩 10분이 지난 뒤 우리는 각자 자기가 짝에게서 들은 말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짝꿍의 욕구에 대해 소개하는 나의 말을 가만가만 듣던 내 짝꿍은 다른 사람이 자기 욕구를 말해 주어서 충만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저 역시도 가슴이 벅차더군요. '다른 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그의 욕구를 말해 주었더니 상대방이 참 좋아하는구나, 가족과도 그런 대화를 해 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책에만 갇히지 않는 대화 모임에 오기 전에 주제 도서인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 책을 읽고 왔지만, 역시 대화를 실전에서 써먹기는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치만 이렇게 만나서 연습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서로 잘 들어 주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비폭력적이고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연습을 계속해 나가다 보면 스스로 평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첫 모임에서 이야기한 모두의 각자 욕구가 잘 풀리면 좋겠어요. 우리가 비폭력대화 모임을 통해 나눈 서로의 얘기는 쉿- 비밀이에요. 그러니 얘기는 여기까지. 여기저기 고을마다 비폭력대화가 오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치겠습니다. ((* 참고로 우리가 모인 장소는 구례 북카페 '시파푸니'로 쓰이던 곳인데, 3월부터 회원제 공동사무실 겸 셀프카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이름은 '둥둥'(가칭)으로 부르고 있지요. 혹시 구례에서 회원제 공동사무실을 찾고 있는 분이 있다면, 둥둥을 참고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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