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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04-10 12:44
생명의 젖줄, 530리 섬진강길 걷기(1일차)
섬진강길 걷기 1일차 ■ 걷기 개요 일시 : 2026년 3월 16일 (월) 총 거리 : 13km 소요 시간 : 약 3시간 ■ 걷기 인원 : 총 16명 ■ 출발지 도착까지 일정 (총 3시간) - 08:00 구례 냉천삼거리 출발 - 데미샘자연휴양림 주차장 도착 (1시간) * 데미샘 휴양림 ↔ 백운면사무소 차량 이동 (1시간) - 10 : 00 휴양림 → 데미샘 이동 (30분) * 데미샘에서 고천제 행사 (30분) ■ 걷기 세부 일정 11:00 데미샘 출발 - 데미샘 -> 백장로 -> 반송마을 (8km / 2시간) 13:20 반송마을 도착 - 반송마을 회관에서 점심 14:20 반송마을 출발 - 무등마을, 덕현교, 백운면사무소 (5km/1시간 20분) 15:40 백운면사무소 도착 - 15:40~16:20 차량 회수 (왕복) 출발 17:20 구례 도착 □ 출발지 주차장 주소 (데미샘자연휴양림 안내소)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1길 172 □ 도착지 주차장 주소 (백운면사무소)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백운면 임진로 1297 -
김인호 04-01 14:51
얼레지 햇꽃
「섬진강 편지」 -얼레지 햇꽃 숲에 들어 햇꽃을 본다 해마다 보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맘으로 기꺼이 꽃 앞에 무릎을 꿇는다 당신에게 당신에게도 그랬어야 했다 -섬진강 / 김인호 -
박두규 03-27 11:19
죽음과 좀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4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구례 공설 자연장지에 다녀왔다. 「지리산사람들」의 멤버였던 지인을 흙으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49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버렸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통곡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돌아오는 차 속에서 슬픔의 감정이 진정되는 즈음에 우리는 죽음을 두렵고 피해야만 한다는 소극적인 삶에서 벗어나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삶의 적극성을 생각해 보았다. 생명을 오로지 물질적인 몸으로만 보기 때문에 죽음이란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늘 정신, 마음, 영혼 등을 말하며 생명을 물질로만 인식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죽음은 유한의 시간을 무한의 시간으로 바꾸며 죽음은 공간의 경계를 무한으로 확장 시키는 통로이기도 하다. 죽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물질적인 우주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물질적인 영역이 같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듯 삶이 끝나고 죽음이 시작되는 게 아니라 삶과 함께 의식 속에는 항상 죽음이 같이 흐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영원한 것, 무한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의 실재는 결코 개인적인 것일 수 없지만 업보나 윤회 같은 종교적 세계관을 통해 죽음은 내가 무엇(이승의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어떤 무엇)이 되느냐에 대한 문제로 늘 가까이에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도 있지만 삶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랑과 진리는 신성의 영역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듯이 죽음 또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을 현재로 초대하고 어쩌면 그것을 사랑이라는 것처럼 동등한 가치의 고귀한 개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든 의식적으로라도 죽음과 좀 더 친해져야 삶의 균형을 잘 이루게 될 거라는 생각이다. 사진 unsplash의 Diago Nunes -
박두규 03-27 11:06
시를찾아서 - 새벽 세 시
새벽 세 시 김 해 화 새벽 세 시는 새벽이 아니그만 밥을 챙겨 묵자니 너무 이른 시간 그냥 나서자니 목숨 걸고 가야 할 길 이백 리 폭염 아래 하루 노동 천근만근 그새부터 짓눌러 오네 이러케 살아서 쓰는 거시냐고 차라리 하루 포기해버리자고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서네 하루가 쌓여 이틀이 되고 한 달이 되고 한 해가 되지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을 쌓아도 쌓아 올려도 밑바닥 그런다고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해 악착같이 견디는 하루가 내 삶의 높이 물 한 그릇 마시고 다시 물 한 그릇 마시고 새벽 세 시 캄캄한 세상으로 나선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내가 동녘을 향하지 않아도 살몃걸음으로 찾아온 아침은 등 뒤에서 세상을 밝힐 거야 ----------------------------------------------- 김해화는 젊어서부터 철근 노동을 하며 시를 써 왔다. 한때는 노동자 시인으로 문단에서 주목받기도 했으나 그는 나이 고희에 이르렀어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다닌다. ‘무너지는 삶이 일어서는 삶을 뒤덮지는 못’ 한다는 생활 철학이 그를 뒷받침하듯이 그는 완강하게 철근을 휘는 의지로 무너지지 않고 세상을 살아왔다. 자연스럽게 마음을 우주의 중심에 놓고 평정심을 잃지 않은 삶을 일궈낸 것이다. 새벽 세 시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이백리 일터로 나가는 칠십 노구에도 희망을 놓지 않고 노래한다. ‘새벽이 따로 있나/ 새벽일 가는 사람들이 나서는 때가 새벽/ 더듬더듬 걷다 보면 하늘이 밝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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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9] 냉장고와 탈핵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9 냉장고와 탈핵 냉장고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는 지리산 집에 있는 전기냉장고를 여름이 시작되면 전원을 켜고, 추석이 지나면 끄곤 합니다. 1년에 3개월 정도 켜는 셈이지요. 지난해에는 집 뒷곁에 약 1.5미터 깊이로 구덩이를 팠습니다. 땅굴 냉장고라 부르는데, 김치를 비롯한 여러 음식들을 보관하였습니다. 바깥 온도와는 다르게 일정히 선선함을 유지합니다. 짱입니다. 이렇게 전기냉장고를 덜 사용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전기냉장고는 너무 많은 것을 감춥니다. 문을 닫는 순간 내부는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됩니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채우게 됩니다. 보이지 않으면 잊게 되고, 아직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뒤편에서 조용히 상해 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것들을 발견하고는 버리게 됩니다. 땅굴 저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곳은 드러나는 공간이었습니다. 내용물을 확인하고,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되고, 버려지는 일이 줄어들며, 음식은 더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 말이죠. 종종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그때는 전기냉장고가 없었지만 계절에 따라 먹었고, 적으면 덜 먹거나 남으면 나누어 먹었습니다. 지금은 더 많아야 한다는 압박과, 더 편리해야 한다는 기대가 쌓이며 우리의 감각을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가 만들어낸 기준에 따라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 대표성을 가지는 물건이 전기냉장고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있으니까 쓴다.’가 아니라 ‘정말 필요한가?’ 사실 제가 냉장고 얘기를 하는 것은 탈핵운동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탈핵이 비움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비움은 개인과 사회를 포괄하여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이 아닌, 정신적 비자율성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폐해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핵문제 또한 에너지와 관련된 하나의 사회적 비움의 대상입니다. 저에겐 탈핵은 수많은 비움에서의 하나입니다. 핵은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지탱하는 에너지원으로 현재와 미래의 생명을 망가뜨리는 폐해가 따릅니다. 그래서 탈핵을 비롯한 모든 비움을 이름하여 ‘탈핵비움실천’을 해보자고 다닙니다. 비워야 할 게 많은 물질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3월 말 마감을 앞두고 지방 의회 의결을 거쳐 울주군과 영덕군은 대형핵발전소를, 기장군과 경주시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유치 신청을 완료하였습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수많은 사례들로 점철된 핵발전. 이를 용인하는 우리 사회의 난제를 어디에서 풀어가야 할까요? 그래서 탈핵의 수만 가지를 연상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풍으로 치자면 ‘민중의 힘’이 살아날 방법이 없을까?를 궁리하게 됩니다. 신규핵발전을 가시적인 거리 행동으로 막는 만남과 순례, 피켓 시위, 기자회견, 작고 큰 집회 등의 탈핵운동도 있습니다. 더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돈과 편리’로부터의 탈출, ‘적정한 소비’로의 전환이라는 비움실천도 탈핵과 연동되는 한 가지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냉장고 얘기를 들추었네요. 험난한 탈핵정세를 시민사회의 비움의 지혜로 극복하자는 작지만 절실한 마음으로요. 요즘에도 매주 수요일이면 길을 나섭니다. 서울 광화문에서의 거리 행동에 나서기 위함입니다.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먼저 이동하는데, 숙소는 대부분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 공간을 이용합니다. 제가 소속된 ‘신규핵발전소저지전국비상행동’ 탈핵직접행동팀의 활동은 전에 말씀드린대로, 기존의 ‘광화문탈핵목요행동’에서 ‘광화문청와대탈핵행동’으로 변화했습니다.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시간도 목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이틀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10:30-11:00 청와대 분수대 앞 피켓 시위 11:30-12:30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 피켓 시위 15:00-16:00 광화문-청와대 왕복순례, 해태상 앞 출발 광화문 광장은 젊은 세대와 직장인, 관광객이 많이 오고가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연결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음악’입니다. 익숙한 노래를 바탕으로 가사를 바꾸어 탈핵의 메시지를 담으려 하고 있습니다. 딸에게 추천 받은 여러 멜로디가 아직은 쉽지 않지만, 계속 연습하며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려 합니다. 00은 내 맘을 모르죠 I can't stop no nuke nuke 아파도 계속 탈핵하죠 I can't stop no nuke nuke 있나요 탈핵해 본 적 00을 뽑아줬는데 왜 투표권 다 줬는데 왜 모든 걸 다 줬었는데 왜 (‘에픽하이의 Love Love Love’ 가사를 일부 차용) 외국인에게 짧은 인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서툰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일본어 몇 마디도 익혀 탈핵 의지를 전하려 애쓰고는 있습니다.^^;; 순례는 기도문을 시작으로, 깃발을 들거나 모형 고준위핵폐기물 통을 두드리며 걷습니다. 무선 마이크와 나팔 마이크를 통해 시민들에게 말을 건네고,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순례단을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이들은 잠시 멈춰 서서 구호를 듣거나, 현수막과 몸자보를 읽고 응원을 전하기도 합니다. 청와대에 도착하면 40초 발언문을 읽습니다. 누구나 발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신규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에서 전합니다. 핵발전소 주변지역은 방사능 피폭지역입니다. 신규핵발전소는 피폭지역을 확대하게 됩니다. 주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을 받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존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규핵발전소는 발전소 주변지역 주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사고의 위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 위험 또한 높아집니다. 신규핵발전소는 대한민국을 핵사고의 위험국가로 만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정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핵사고를 막기 위해 신규핵발전소를 철회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 놀랍게도 얼마전 뉴스타파가 입수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내부 문건에서는 핵발전 출력을 기존의 50%에서 80%까지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감발운전이라는 이러한 위험한 상태에서 체르노빌 핵사고가 났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무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핵사고는 이미 초읽기에 들어섰습니다. 하여 공포는 시민사회의 몫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은 아예 뒷전에 둔 ‘비국민정부’의 행태를 마냥 보고만 있어야 하나요? 하~~ 그렇지만 주변에는 탈핵 연대의 꽃이 하나 둘씩 피고 있음을 봅니다. 엄마의 탈핵운동을 위해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하고 위트 있는 개사로 힘을 보태는 딸, 탈핵행동을 위해 원형 피켓을 만들고 바느질로 손을 보태준 원도심레츠 사람들, 순례단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녹색연합은 나팔 앰프를, 양기석 신부님은 무선 마이크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과정에서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해주시는 비정규직 꿀잠공간과 쫑쨍이 런닝클럽의 해당화와 재희, 그리고 다양한 도움을 주시는 지리산 실상사의 수지행, 날이 좋다며 한컷의 사진을 담아주신 느티나무 현경, Burn fat not oil(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몸자보를 두른 실상사작은학교의 한형민 선생님, 따뜻한 차를 순례단에게 제공해주신 나눔문화 사람들. 이처럼 탈핵은 한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손길과 연대 속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정한 소비’로 탈핵을 앞당기는 시민사회의 연대도 간절히게 희망하면서... 앗싸 탈핵!! 외쳐봅니다. 글쓴이 : 청명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청명 04-01 17:44 -
지리산의 눈물, 지하수가 마르고 있다. - 산청 난개발에 맞선 민영권 위원장의 고군분투기
지리산 자락, 지하수 고갈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산청의 지하수가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췌장암 투병 중 고향으로 돌아와 지리산의 생태계를 지키는 파수꾼이 된 산청난개발대책위 민영권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전국 생수 취수량의 1/3이 넘게 집중된 지리산, 그곳에서 벌어지는 9cm의 지반 침하와 흙탕물 식수의 실태를 폭로합니다. 피해는 주민이 입고 돈은 기업이 번다? 이건 안돼죠.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허점과 행정의 무책임함에 맞서 감사원 감사청구까지 이르게 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00:00 인트로 00:48 췌장암 병 치유를 위해 내려온 고향에서 투사가 되다 04:20 노동운동에서 생태운동으로 10:40 난개발에 대처하는 주민들 - 케이블카/지하수/골프장 15:38 지리산의 위기 -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가 18:01 생수공장의 무분별한 지하수 이용으로 고갈 피해가 심각 22:30 지하수 고갈로 인한 피해사례들 27:23 30년 된 먹는물관리법의 헛점을 이용한 난개발 30:41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불법행위 32:49 불법적 허가와 행위에 감사원 감사청구를 하다 40:07 체계적인 지하수 총량 관리가 절실하다 42:39 다음 세대를 위한 약속 - 지하수는 모두의 것 #지리산 #산청 #민영권 #지하수고갈 #생수공장 #난개발 #지반침하 #환경운동 #먹는물관리법 #지리산사람들TV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지리산지하수지키기공동행동 #췌장암 #환경영향평가 #지하수이지민 03-27 17:28 -
‘생활 산수’로 지리산을 그리는화가 이호신 - 그의 그림에'사람'이 사는 이유
지리산 자락, 산청 남사예담촌의 평온한 작업실에서 이호신 화백님을 만났습니다. 스승 월전 장우성 선생으로부터 받은 호 '현석(玄石, 검은 돌)'의 의미부터, 전통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을 통해 일궈낸 '생활 산수'의 세계까지. 단순히 풍경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땅에 깃든 사람의 숨결과 문화를 화폭에 담아내는 노화백의 진솔한 인생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00:00 인트로 00:38 산청의 산불의 아픔을 담아 01:34 산청 남사예담촌의 풍경 03:55 40년 작품을 모아둔 수장고 05:07 화첩에 담은 그림 07:28 현장에서 그린 그림들 09:50 초충도의 전통을 잇다 11:03 ‘현석’이라는 호에 담긴 의미 13:51 전통을 넘어선 독창적인 세계 ‘생활산수’ 15:40 전국 산천을 걸으며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 17:11 지리산에 내려온 이유 20:30 현장을 찾아가서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 22:19 지리산에 내려와서 생긴 변화 24:23 이 땅을 사랑한 화가로 남고싶어요 25:46 화가의 한글 사랑 28:17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31:09 자연,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품 활동 34:09 내가 있는 곳에 대한 고마움, 자존을 갖길 바랍니다이지민 03-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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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환 04-01 09:40
연어와 자원, 그들은 자원일까 자연(自然)일까?
어족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되는 생명들, 과연 생명들은 자원인가 자연(自然)일까 연어에게 자유를, 강이 자유롭게 바다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
정정환 02-15 10:14
홍시와 단감
감은 물렁할때 먹는 무른 감과 딱딱할 때 먹는 단단한 감이 있습니다. 무른 감은 홍시, 단단한 감은 단감이라 부릅니다. 단감, 달달하다는 말인데 이 달달하다는 말을 독차지하기에는 다른 감들이 많이 서운할 것 같습니다. 단감이 있으면 반대로 떫은 감이 있기에 홍시들이 단체로 반기를 들 것입니다. ‘나는 떫냐?’ 하지만 이 감들은 모두 언젠가는 달콤한 단감으로 변합니다. 시기가 다를 뿐입니다. 그러니 조금 떫더라도 참고 기다리면 됩니다. 어릴적 기억에 남아있는 감이 있습니다. 단단할 때 먹는 단감인데 먹을 시기가 되어도 절반은 달고 절반은 떫습니다. 한 감에 두 가지 성향 또는 지향하는 바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삼팔선단감입니다. 한 국가에 두 국가, 같은 민족이 두 나라로 쪼개진 것과, 감의 맛이 한 감에서 갈라진다는 것이 비슷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감을 먹을 때는 반은 맛있게 먹지만 나머지 반은 버리게 됩니다. 떫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갈라져 하나만 선택한 한 민족들의 모습 같습니다. 하지만 이 감도 홍시가 되면 갈라졌던 삼팔선이 이어져 달콤한 감으로 변합니다. 하나의 감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 들었던 이야기들은 ‘너 나이 때는 통일되서 군대 안간다’였습니다. 하지만 전 군대를 다녀왔고 통일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그래서 조카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너 때는 통일 안돼 군대 가야해’ 라고 말합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니까.... 가을이면 먹을 만큼의 감을 따고서 높은데 남은 감들 몇 개를 남겨둡니다. 이름은 까치밥, 다른 생명들이 먹으라고 감나무마다 2~3개의 감을 남겨두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높아서 못 따니까 어쩔 수 없이 남겨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낭만적으로 생각해서 까치밥으로, 생명들을 배려해서 남겨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생명의 범주에는 사람도 포함이 되기에....저도 겨울에 가끔 먹기도 합니다. 까치밥이 호모사피엔스의 밥이 되었습니다. -
정정환 01-09 10:42
[섬진강의 물속 생명들] 큰줄납자루와 이입종
▲ 큰줄납자루, 섬진강 수계에는 줄납자루는 없고 큰줄납자루만 살아가고 있습니다. 큰줄납자루는 섬진강과 낙동강수계에만 살아가는 한국의 고유종입니다. 한반도의 거의 전역에서 서식하는 줄납자루가 있었는데 1998년 전북대(김익수, 양현)에서 신종을 발표하게 됩니다. 처음 발견된 곳은 섬진강 상류인 임실에서였습니다. 전국 대부분의 하천에서 줄납자루가 나오지만 신기하게도 섬진강 수계는 큰줄납자루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일부 동복천 일대에서 줄납자루가 나오고는 있지만 이는 ‘이입’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섬진강은 큰줄납자루에게 매우 중요한 서식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새에 대한 글을 쓰다가 담수어류에 대한 글을 쓰면서 첫 담수어류 큰줄납자루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납자루아과의 특이점은 산란 장소에 있습니다. 바로 ‘숙주’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산란기에 접어든 납자루아과 산란관이 길게 밖으로 돌출되게 됩니다. 이 긴 산란관을 이용해 말조개나 두드럭조개의 몸속에 알을 낳습니다. 여기서 더 신기한 것은 섬진강 수계에서만 살아가는 임실납자루입니다. 임실납자루는 ‘부채두드럭조개’와 ‘민납작조개’에 산란을 한다는 것입니다. 말조개에도 산란을 하는 것이 확인이 되었지만 이 두 조개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죠. ▲ 섬진강 수계에서만 살아가는 임실납자루, 임실에서 처음 채집되어 이름에 임실이 들어갑니다. 납자루아과의 산란 특징 외에도 강에 살아가는 생명 중 담수어류들은 특이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수계’별로 절대 확인될 수 없는 종이 있다는 것입니다. 섬진강 수계에만 살아가는 임실납자루, 낙동강 수계에만 살아가는 낙동납자루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그들의 서식지를 유추해 볼 수 있지요.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만약 섬진강 수계에 살아가는 임실납자루가 사라진다면, 낙동강 수계에서 살아가는 낙동납자루가 멸종한다면, 이는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서식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의 강과 하천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늘 위협에 놓여있죠. 하천공사와 축산오폐수, 무분별한 농약사용과 외래종의 이입으로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요즘에 더 큰 문제는 ‘이입’입니다. 예를 들어 한강 수계에 살아가는 묵납자루를 섬진강에 풀어주면 ‘이입종’이 되는 것입니다. 이 ‘이입’의 가장 큰 문제는 종간의 잡종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이입으로 인한 잡종화는 대표적으로 점줄종개와 줄종개의 잡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섬진강댐에서 동진강으로 물을 보내면서 섬진강의 줄종개가 점줄종개를 만나게 되고 서로 유전자가 섞여버리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하나의 종이 사라지게 되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입은 작은일이 아닙니다. 글쓴이 : 정정환 앞으로는 섬진강의 담수어류, 어릴 때 직접 눈으로 보며 느꼈던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과 산에 다니면서 보았던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적어보려 합니다. -
정정환 11-11 19:33
강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들
강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들 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줍니다. 편안한 휴식과 마실 물, 생명다양성으로 전해주는 감성적인 것들과 교육의 장소를 제공해 줍니다. 이런 강을 ‘이용’의 목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보전과 공존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필자는 보전과 공정의 시각으로 강을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매우 편파적으로 이 글을 씁니다. 인간들은 재해 예방을 위한다며, 계속해서, 강과 하천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4대강은 토목공사를 위해 갈기갈기 찢겨지고 파괴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숨을 쉬지 못하는 강, 흐르지 못하는 강은 더 이상 생명들의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강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닙니다. 가는 숨을 쉬고 있을 뿐입니다. 가는 숨을 쉬고 있던 강은 한번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만으로도 바로 살아날 수 있다는 이 사실을 강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사라졌던 흰수마자가 금강에서 다시 살아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강을 이용의 목적으로, 이를 ‘친수’라는 이름으로 그 공간을 인간만을 위한 전유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강의 공간을 줄어들고, 그만큼 생명들의 공간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의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은 우리에게도 이로운 방식입니다. 강의 활동이 자유로울수록 오히려 수해에도 안전하다는 것은 해외 연구에서도 밝혀진 사실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우리는 강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쩌면 보전과 공존이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생각일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강을 자유롭게 하자고 하는 것이니까요. '공존'은 우리의 입장에서 타협과 협상의 장에 강의 주인들을, 산의 주인들 의견을 배제하고 만들어낸 환상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만의 공간도 이용하며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편파적이고 편협한 생각으로 생명들의 편에 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용호정 앞 섬진강의 자전거도로와 제방 공사를 보면 자전거를 친환경이동수단이라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자전거의 진정한 이동 가치는 도심에서의 이동이어야 합니다. 자전거가 추가적인 여행과 관광의 이동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그 것은 공존, 생태적인 이용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제방으로 다니던 자전거가 강 내부로 들어오고 그 길을 만들기 위해 바위를 파괴하고 강과 하천을 뒤집는다면 공존, 생태관광, 친환경은 언어의 악용일 뿐입니다. 제안하고 싶습니다. 구례를 자전거와 전기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는 생태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구례 전역을 전기버스와 자전거로만 이동할 수 있다면 구례에서의 체류 시간을 길게 할 수 있고 마을 강사를 양성해서 생태교육을 활성화한다면 생태교육의 도시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자연으로 가는 길, 자연으로 공사 차량이 가는 것이 아닌... 자전거길을 만들기 위해 파괴된 용호정 앞 섬진강의 모습입니다. 이 곳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며 생태.경관보전지역 완충구역에 해당하는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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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촉 04-11 16:56
내 몸에 흐르는 지리산
내 몸에 흐르는 지리산 『지리산人』 편집위원들과 함께 피아골로 들어요, 어릴 적 밟던 산 흙을 밟는 걸음이 무거운 것은 두렵기 때문이죠. 앞서는 걸음이 불확실해 품기만 하던 피아골 품에 들어갑니다. 숨은 항시 따라붙는 것이라 숨결처럼 달라붙는 산에서 나는 작아집니다. 쓰러져 있는 신갈나무가 병들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우리는 매장에 관해 말합니다. 수목장이 좋을 것 같아요. 조장이 괜찮겠어요. 얼른 떠오르지 않은 단어를 품고 기다립니다. 화장, 화장은 한 생애를 태우는 고통이지요. 지리산이 듣고 있어요. 앞서가는 선재님이 진달래 꽃잎을 따 먹습니다. 꽃 맛은… 진달래가 떨고 있어요. 뒤따르던 지리산도 진달래 몇 잎 따서 먹었답니다. 상추처럼 시원하고 신선한 첫맛? 바람은 듣지 못하여서 흔들거려요. 쓰러진 나무 아래 겹겹이 쌓인 낙엽 위로 이끼긴 바위 아래 돌계단이 휘청합니다. 산에서 산을 꼭 잡고 서요. 입 마른 산수국 꽃잎이 툭툭 말을 겁니다. 시는 산수국 꽃잎처럼 오가며 말을 겁니다. 지리산에 묻어둔 기억은 표고막터 거쳐 그리던 삼홍소에 빠진 산 그림자 한번 보려는데 봄이라고 부슬, 봄이라고 부슬, 비가 내려 쌉니다. 삵의 똥은 까맣게 삵의 흔적을 말합니다. 가던 길 멈추고 힘들다는데, 말하지 않아도 오르막은 힘든 법이랍니다. 진달래 숨결은 보드라운데, 산바람 할퀴고 피는 진달래라고 씁니다. 지리산이 듣고 있어요. 사방이 지리산이라 나는 피아골 대피소로 피해 숨을 돌립니다. 피아골을 들이마십니다. 비로소 산에 있어요. 멀리서 그리던 산에 왔어요. 하여 넘어져도 가고 넘어져도 산인 지리산에서 오던 길 다시 돌아 산을 또 내려갑니다. 그렇게 『지리산人』 되어갑니다. -
이해성 04-10 18:22
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 이용의 생태적 원칙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
물 이용의 권리와 생태적 원칙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 물은 누구의 것일까요? 빗물과 강물, 바닷물, 지하수의 형태로 우리 몸 밖에 존재하는 물은 대표적인 공공재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지만 물사용의 우선권은 예로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깨끗한 샘 주변으로 마을이 형성되었고, 샘은 공동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계곡수나 저수지의 물은 수원과 가장 가깝고 위치가 높은 경작지에서 먼저 사용할 권리를 가지지만, 초과된 물을 바로 아래로 흘려보내어 밑에 사는 사람이 차례대로 이용하고,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이때 우선이란, 시간적 우선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양적인 뜻이 아닙니다. 그 물은 어차피 아래로 흘러갈 것이었므로, 양적인 우선을 주장해보았자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마실 물을 떠가는 경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지고 갈 수 있는 양, 토기 항아리에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양을 떠갔기 때문에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사람의 수 자체가 적었지요. 인공수로가 발명되고, 금속관이 발명되고, 플라스틱관이 발명되면서, 사람들은 멀리서 물을 끌어오고, 더욱 밀집된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수도관 뿐 아니라, 마침내는 여기저기 지하수 관정을 뚫고, 플라스틱 호스로 옆 골짜기의 물을 대량 끌어다가 농업용수, 산업용수로 쓰고, 급기야는 병에 물을 담아 팔기 시작하면서, 지표수와 용천수 이용의 생태적 원칙은 완전히 붕괴되었습니다. 관정과 수로를 내가 만들었으니, 이 물은 내것이야 내가 오래 살던 산동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 논에는 작은 샘이 있어서 도랑에 물이 흐르지 않는 가뭄에도 그 물을 모아 농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위쪽에 있는 논에서 관정을 뚫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가뭄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 조금씩 받아놓은 우리 논물이 몇 시간만에 쫄딱 사라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관정을 통해 지하의 물이 빨려 들어가 지표면의 물도 사라진 것이죠. 위에서 관정을 돌리니, 우리 논의 자연샘은 싱크대의 배수구처럼 작용했습니다. 윗논 주인은 그 물을 사용해 논을 갈고 모내기를 한 다음, 여분의 물을 바로 아래인 우리 논에 내려 보내주지 않고, 플라스틱 호스를 이용해 한참 저 아래에 있는 자기 논으로 내려보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다시 물을 모으기 위해 관정을 꺼버리자, 윗논 주인이 와서 쌍욕을 했습니다. “씨발새끼야, 나도 먹고 살아야지! 내가 우선이야!” 하면서요. 바로 옆의 골짜기에도 우리 논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우리가 가장 꼭대기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옆 골짜기의 논에서는 우리 논이 있는 골짜기의 위쪽에 호스를 박고 봇도랑을 만들어 물을 끌고 갔습니다. 계곡물이 다 옆 골짜기로 흘러가서 우리 논에는 흘러들어오는 물이 없었습니다. 봇도랑을 막고 우리 논에 물을 대면, 새벽같이 와서 물을 끊어 놓아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봇도랑이 우리 논보다 위에 있으니, 자신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쌍욕을 주고 받고, 홧병에 걸릴 것 같은 나날이 며칠 지속되었습니다. 문제는 우연한 죽음으로 해결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그 사람이 이른 아침에 트랙터를 몰고 마을에서 논으로 향하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커브에서 절벽으로 떨어져 즉사하고 말았습니다. 무섭고 끔찍한 운명의 타격이었죠. 다들 속으로 그가 천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서져서 못쓰게 된 트랙터는 한참 동안 그의 논 옆 길가에 방치된 채 놓여 있었고, 그렇게 우리를 괴롭혀서 물을 모아놓은 그의 논은 농사지을 사람을 잃은 채 한동안 방치되었습니다. 결국 마을에 사는 다른 사람이 그가 관리하던 논에 늦은 모내기를 했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악착같이 물을 빼앗으려 했을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물부족의 이유 한 가지 시골마을에 물싸움은 예사라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반도의 벼농사는 기원전 10세기에 시작되었으며, 높은 산골짜기라 할지라도 논이 만들어진지는 수백년이 됩니다. 논과 둠벙은 지역에서 나는 물의 양에 걸맞게 만들어진 거라서, 이례적인 가뭄이 들지 않는 한 조금씩 배려하고 아끼면 충분히 골고루 쓸 수 있었습니다. 인력으로 나무를 캐고 돌을 쌓아서 논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중노동이므로, 애초에 물이 부족한 곳은 시도할 가치가 없습니다. 즉, 논이 있는 곳에는 원래 충분한 물이 있었던 것입니다. 산골마을에서 물 부족 현상은 이상기후 이전에 다랑논을 경지정리해 큰 논을 만들고, 트랙터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습니다. 큰 논에서 트랙터로 논을 갈 때는 작은 다랑논에서 소로 논을 갈 때에 비해 한 번에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경지정리를 해서 논이 들판처럼 너르게 된 후, 골짜기의 소농들은 다른 골짜기의 물을 끌어오고, 여기저기 관정을 뚫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 관정들이 다 신고되거나 허가받은 것도 아닙니다. 농업 생산의 기계화, 규모화는 다랑논을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에, 경지정리를 안 할 수도 없었죠. 물부족은 강우량과 기후만이 원인이 아니라, 삶의 양식과 문화, 문명의 방향성, 인간사회의 규칙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현대적 생태공학과 기업이 공생할 때 그런데 이런 소농들 간의 물싸움은 생수공장과 주민의 싸움에 비하면 별일이 아닙니다. 고작 논 몇 마지기에 물을 대기 위해서 옆 골짜기 계곡물을 끌어와 쓰거나, 100m 이내의 농업용이나 가정용 관정을 무단으로 파서 쓰는 것 때문에 가까운 이웃이 피해를 볼 수는 있어도, 이 때문에 지역의 지하수가 전체적으로 고갈되지는 않습니다. 충전되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표층수이고, 뽑아 써도 어차피 그 지역의 땅을 적시는 용도이니까요. 주민들의 미신고·무허가 관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생수공장에 있습니다. 생수공장은 수천년간 충전된 암반수를 사유화하고, 어마어마하게 뽑아올려 전국으로, 외국으로, 다른 대륙까지 보내 버립니다. 삼장면에 있는 또 다른 생수공장 LK샘물 대표 로라 킴 희자 제이는 재미교포 사업가로, 지리산 물을 미국의 월마트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로라 킴은 부경대에서 생태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만학도로, 사단법인 한국생태공학회의 편집이사이기도 합니다. 로라 킴과 관련된 다음 기사는 생수산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기업의 썩은 현실을 보여줍니다. 로라킴의 미국 탈세에 관한 기사1: https://sundayjournalusa.com/2021/08/26/%ec%83%9d%ed%83%9c%ea%b3%b5%ed%95%99-%eb%b0%95%ec%82%ac%ec%b6%9c%ec%8b%a0-77%ec%84%b8-la%ec%97%ac%ec%84%b1%ec%82%ac%ec%97%85%ea%b0%80-%eb%a1%9c%eb%9d%bc-%ea%b9%80/#google_vignette 로라킴의 생태공학 박사 학위 취득 기사 2: https://www.pknu.ac.kr/main/51?action=view&no=331800 기업과 한몸인 생태공학이 과연 생태일지 의심스럽습니다. 학문은 때로 공유재를 사유화하는 합리화의 도구가 되고, 학위는 그 라이센스로 작용합니다. 무엇이든 돈으로 바꾸어내고, 투자한만큼 버는 자본주의 세상이니 당연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방심하는 사이, 기업은 공유재를 사유화하기 위한 법과 전문가들을 만들어 두었고, 스스로 생태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최후의 전환 일본에서 한국산 생수가 많이 소비된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사건으로 일본의 지하수가 의심스러우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서 온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을 거 같습니다. 프랑스 에비앙을 한국에서 사마셔도 내돈내산이니, 지리산물이 명품으로 인정받고 해외에서 소비되는 것도 K-문화의 진출로 홍보됩니다. 수원지의 주민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평범한 소비자는 알리가 없습니다. 샘과 우물, 계곡물을 사이좋게 이용하기 위해 예로부터 전해지는 지혜와 규칙이 있지만, 현행법에는 명문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미 발명된 수로와 관, 펌프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도시에 밀집한 인구를 고르게 분포시킬 방법도 묘연합니다. 도시에 사람이 모일수록, 도시의 목소리만 커지고, 그나마 자연이 남아 있는 시골은 오염산업의 귀착지가 되어 황폐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잃어버린 공유재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요? 슬로베니아에는 물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헌법에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나라에는 생수산업이 발을 붙일 수가 없지요. 공유재를 기반으로 사적 이윤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영향권 안에 있는 모든 주민의 직접적 동의를 얻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붙이지 않으면,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생태계는 보호받지 못할 것입니다. 수원과 가까이 사는 주민에게 물이용의 우선권이 있다는 단순한 고대의 지혜로 돌아가서, 이 규칙을 법으로 체계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4.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에서 계속됩니다. -
이해성 04-01 10:20
생수와 죽음의 문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2 )
생수와 죽음의 문화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페트병에 담긴 물을 우리는 ‘생수’라고 부릅니다. ‘살아있는 물’ 이라는 뜻일 텐데요. 요즘은 가열과 증류 과정을 통하지 않고 제품화된 지하수를 보통 생수라고 합니다. 계곡이나 자연샘, 옛날 방식의 우물에서 바가지로 뜬 물이 아니라, 소독약을 뿌린 플라스틱이나 테트라팩에 담긴지 삼일 이상 지난 물을 생수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지만, 편의상 생수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생수에는 용기 안쪽에 뿌려진 소독약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얇은 페트병에서 우러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이 소량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당장 인체에 해로운 정도는 아니니지만, 페트병은 일회용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등 화학물질이 우러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곧장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페트병이 정말로 얼마나 재활용이 되는지, 그 과정에서 또 얼마나 오염물질과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가 마시는 생수병의 물은 한라산이나 지리산, 백두산, 또 알지 못하는 어느 수계에서 왔습니다. 물을 마시고 나면, 자연스레 인체는 여분의 물을 배출합니다. 생수를 마시는 사람은 아주 먼 곳에서 취수한 지하수를 전혀 엉뚱한 수계로 배출하게 됩니다. 국내산 암반수는 대한민국의 곳곳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 수출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생수를 사 마시면서, 수세식 화장실에서 대소변을 보고 강물을 더럽히고 있습니다. 또 고기를 얻는 축산공장에서는 물청소를 하고는 그 물을 강으로 내보내죠. 지자체에는 물감시 전담 인력이 없기에, 감시체계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과중한 문서처리 업무로 다들 바쁘고, 비오는 날에 아침에 축사를 불시 방문할 공무원은 없습니다. 콘크리트 보로 막혀 자정능력을 상실한 낙동강은 녹조라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산시민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리산을 거대한 호수로 만들고 덕산을 수장시키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세상이 이러하니, 깨끗한 식수를 누구나 마트에서 구할 수 있게 제품화 하는 사업이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먹는샘물개발업자는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얻는 것으로 자신의 사업을 합리화합니다. 국내 생수 산업은 연간 3조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 등지로 수출할 길도 열렸다며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이 시점에서, 수원지 근처 주민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합니다. “생수공장이 들어서고 30년이 지났는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쭉 잘 나오던 용천수와 계곡물이 말라 버렸어요. 우리는 마실 물과 씻을 물, 농사지을 물을 얻기 위해 이제 관정을 점점 더 깊게 파서 전기로 물을 퍼올려야 해요. 예전엔 공짜로 물을 마셨는데, 지금은 전기세가 장난 아닙니다. 그런데 생수공장에서 물을 더 퍼가겠대요. 도로로 지나가는 생수 트럭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매일 집이 흔들리고, 벽에 금이 갔어요.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국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먹는물을 공급하고, 더 나아가 하와이, 사이판, 괌, 일본, 중국, 유럽 등지로 진출하자고, 지리산 삼장면 같은 수원지에 사는 주민들에게서 물을 뺏고, 집을 부수고, 농토를 서서히 말려버려도 되는 걸까요? 지하수는 공유재인데,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허가를 받아 공유재를 사유화한 다음, 몇 푼 안되는 수질개선부담금만 납부하고, 주민들은 말라버린 계곡과 강물, 부서진 가정용 관정 모터, 흙탕물로 손상된 세탁기, 물이 나오지 않는 수세식 화장실 가운데서 시름만 깊어갑니다. 시끄러운 민원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에서 마을발전기금을 주겠다거나, 체육시설을 지을 돈을 주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민을 회유하기도 합니다. 몇 달전 삼장면 이장협의회장 백 모씨는 ㈜지리산산청샘물에서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준 돈 6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고 착복한 혐의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공유재인 지하수를 지역의 이장 및 사회단체장들이 일반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사실상 개인적으로 기업과 거래하고, 공증까지 받은 엄청난 부정부패 사건이 이번 삼장 지하수 증량 허가 과정에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과는 관계없이 272톤 증량은 진행되었습니다. 지하수 총량 관리와 주민 피해 보호는 뒷전이고, 프랑스 에비앙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K-생수의 해외 진출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포부가 박수받는 세상. 과연 정상적인 세상일까요?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3-지하수는 지역에 이용의 우선권이 있는 공공재다. 물이용의 생태적 원칙에서 계속됩니다. <참고자료> ‘25.7.15일 기준 -지리산권 4개 시군 7개 업체 총 허가량: 7,244톤/1일 -한라산권(제주도) 총 허가량: 4,700톤/1일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제주삼다수) 4,600톤/1일+ 한국공항(주) 100톤/1일) * 제주도내 지하수 고갈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공항(주)가 2025년 4월 30일 50톤/1일 추가 증량을 신청하여 논란 중 지리산권 샘물공장 허가량 및 제품명('25. 7.15 환경부 공표 먹는샘물 제조업체 현황에서 인용) ㈜산청샘물(산청 삼장면 600톤/일): 화이트, ECO화이트, 맑은샘지리산, 지리산을 그대로 담은 뽀로로샘물, 숲속의 맑은샘물, 지리산 청정수, 깊을수록 ECO,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가야 water LK샘물(산청 삼장면 400톤/일): 지리산수워터, ECO JIRISAN SOO WATER, I’m 3H 지리산水, ECO I’m 3H 지리산水, 지리산 산수, 화이트, ECO화이트, 일화 광천수, 맑은나라 지리산水 산청음료(주)(산청 시천면 1,885톤/일): HEYROO미네랄워터, youus(유어스)맑은샘물, 미네랄워터 ECO, Homeplus Signature 맑은샘물, 맑은샘물, 하루이리터, 아이시스, ICIS, 아이시스 8.0, 내몸애 70%, PADAISE 화인바이오(산청 시천면 2,379톤/일): 지리산물하나, 지리산물하나eco, 미네랄워터(MINERAL WATER), YOUUS지리산맑은샘물, 지리산수(JIRISANSOO), NATURAL MINERAL WATER, 우리샘물수, 추신水, 지리산암반수, ㈜정상북한리조트 네추럴미네랄워터, 정식품 지리산 심천수, 유진샘물 ㈜ 회천(구례 산동면 530톤/일): 지리산 천년수, 셀밸런水, 지리산 산수려, New서울생수 ㈜더조은워터(전북 남원시 주천면 1,190톤/일): 깊을수록 ECO 무라벨, 깊을수록, 가야 g water, 가야 g water ECO ㈜호진지리산보천(하동군 화개면, 260톤/일): 오(eau), 쉐프큐QNC샘물, 지리산산수 -
이촉 04-01 09:08
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꽃, 하면 생각나는 사람 지천에 꽃들로 어지러운 봄, 꽃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노란 후리지아는 폐쇄 병동에서 근무할 때, 생각에 빠져 있던 한 여인의 얼굴, 후리지아는 그녀의 앙다문 입술, 콧방울 따라 고통이 배어나던 눈빛. 그 눈빛은 툭 하면 터질 듯한 아우성, 아니 텅 비어버린 마음, 그녀와 함께 햇빛 내린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녀만 아는 동굴에서 그녀가 한숨을 쉬면 후리지아가 노랗게 피어나는 듯했다. 그녀는 뒷짐을 지고 목적 없는 배회를 했다. 누가 목적 없는 배회라 했나? 후리지아가 해마다 목적 없이 피어난다고 생각해? 아니, 그 아픔을 가슴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땅속 깊이 묻어버린 탓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고. 문득 생각나는 그녀와 후리지아, 장날 꽃집에서 후리지아를 보았다. 자꾸 뒤돌아보았다. 그 향이 자꾸 따라왔다. 담장을 넘어 핀 꽃을 보는 일은 특별하다. 구월이면 담 밑에 떨어진 주홍빛 능소화를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능소화는 가정간호사 근무 당시 기관절개를 하고 비위관을 통해 밥을 먹던 소녀 같다. 나는 1달에 한 번 능소화 피어있는 집을 방문한다. 안녕, 능소화, 그녀의 목에 걸친 기관 절개관을 교체한 후 가래를 뽑고 비위관을 교체한다. 그리고 능소화에 말을 걸지, 능소화는 누워서 눈으로 답하고 때론 물가래로 말을 걸지. 어쩌면 좋아 퉁퉁 부어버린 물관이 보이는 것 같다. 능소화는 부은 물관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 그 곁을 견디는 어머니가 있고 함께 견디는 아버지가 있다. 그 그늘에서 저절로 뿜는 물가래를 닦는 손길이 노련해서 마음이 아팠다. 소녀는 외출이 필요할 때 그 시간은 병원으로 옮긴다. 수술실로 옮긴다. 퉁퉁 부어오른 능소화 꽃잎. 나는 오므리고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능소화의 시간에 잠겨 있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이해성 03-26 16:35
삼장 지하수 문제의 법적 쟁점: 경남도는 '지하수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1)
안녕하세요. 포네입니다. 오랜만에 산청 소식을 전합니다. 올해 초부터 삼장면 생수공장 일로 바빠서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연재를 쉬었는데, 오늘부터 6회로 나누어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를 전달해드리려 합니다. 지리산인에도 그동안 삼장의 지하수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꽤 실렸습니다. 산청에서 30여년 동안 600톤/1일의 지하수를 취수해온 ㈜지리산산청샘물이 지난 2024년 600톤/1일(3개공)을 추가로 증량 신청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하루도 쉴 날이 없이 증량허가를 막기 위해 분투해 왔습니다. 임시허가를 받고 판 관정 3개 중 1곳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아, 산청샘물은 450톤/1일(2개공)을 본 신청 했고, 경남도에서는 올해 1월에 272톤/1일을 증량허가했습니다. 그 사이, 기존의 600톤/1일에 대한 연장허가 신청이 있었고, 그대로 허가되었습니다. 1. 삼장 지하수 문제의 법적 쟁점: 경남도는 ‘지하수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덕천강 수위 하락, 계곡수 고갈, 주민 관정 고갈 민원 등 지하수 고갈을 시사하는 자연 현상들은 접어두고, 삼장면은 기존 데이터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보여줍니다. 삼장면은 「산청군 지하수관리 기본계획」에 의해 지하수 고갈 위험 1등급 지역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같은 집수구역 안에 있는 LK샘물의 허가량과 ㈜지리산산청샘물의 허가량, 「지하수법」을 통해 허가된 두 공장의 생활용수 사용량, 주민들이 생활과 농축산에 이용하는 지하수의 총량은 ‘지하수개발가능량’을 한참 초과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신규관정이 허가가 가능할까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영혼 없는 기계적 행정을 통하면 허가가 가능해집니다. 「먹는물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경영향조사의 항목」에는 ‘지하수개발가능량’이 아니라 ‘지하수 함양량’을 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먹는물관리법」은 수질 관리를 우선으로 하는 법이지, 지하수의 보전 관리를 위한 법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 의견 수렴이나 피해조사가 의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하수 보전을 위한 법은 「지하수법」인데, 왜 지하수법에 의한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에 규정된 ‘지하수개발가능량’을 먹는샘물 개발의 심의에 적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하수법」에 의한 지하수 보전·관리의 의무는 군수에게 있고,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먹는샘물제조업체의 허가권은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법에는 다음의 조항이 있습니다. 제7조(지하수개발ㆍ이용의 허가) ① 지하수를 개발ㆍ이용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미리 시장(특별자치시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ㆍ군수ㆍ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1. 5. 30., 2013. 5. 22.> 1. 자연히 흘러나오는 지하수 또는 다른 법률에 따른 허가ㆍ인가 등을 받거나 신고를 하고 시행하는 사업 등으로 인하여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하는 경우 이 조항은 어처구니없게도 경남도와 낙동강청이 ‘지하수법에 따른 지하수 관리는 산청군의 소관’이라고 발뺌하는 핑계가 되었습니다. 지하수법은 산청군의 소관이기 때문에, 경남도가 지하수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죠. 경남도는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음을 민원 답변에서 끊임없이 주장해 왔습니다. 이것은 행정의 종합적 적법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지만, 행정의 종합적 적법성 원칙 또한 행정법에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지리산산청샘물로부터 환경영향조사를 의뢰받은 한국관정컨설턴트는 피해 가능성을 축소하고 함양량을 늘이기 위해 집수구역 2배 무단 확대, 광역 함양률 적용 등 부적절한 데이터를 이용한 환경영향조사서를 만들어 냈습니다. 주민들과 지역의 환경단체는 낙동강청에 조사서의 거짓·부실한 지점과 주민피해, 지역의 지하수 고갈 현상을 수차례 지적했으나, 낙동강청은 ‘저희는 경남도에서 전달한 조사서에 대한 기술적 심사만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 피해 관련해서는 도에 문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응답하고, 허위 조사서를 반려하지 않고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한편, 경남도에서는 주민피해 민원에 대해 ‘낙동강청의 전문가 심사 결과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고, 우리는 모든 절차를 합법적으로 밟았습니다’라며, 허가를 내어 주었죠. 경남도는 주민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한 채 책임을 회피할 합법적인 경로만을 찾아가고, 낙동강청의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주민의 증언은 조사 근거 자료에서 제외하고, 기업측에서 실시한 불완전한 양수검사 결과만을 과학적 근거 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모든 불성실함은 편향적인 법 해석과 세부규칙 미리 만들어 놓기를 통해 정당화 됩니다. 결국 기업은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공유재인 지하수를 합법적으로 사유화하여 이윤을 얻습니다. 주민의 환경권을 보호할 법적 근거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행정이 면피의 법적 근거만을 찾다니, 차라리 AI가 더 공감능력이 뛰어날 것 같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발빠르게 앞서가는 전문가들이시니, “내가 책임지기 싫은데, 핑계대기 좋은 법적 근거와 법의 허점을 찾아줘~”라고 챗gpt에게 부탁이라도 한 걸까요? 지리산사람들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경남도와 낙동강청을 대상으로 공익감사청구를 한 상태입니다. *지하수 이야기- 2. 생수와 죽음의 문화에서 계속됩니다. -
이촉 03-01 16:43
고맙습니다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고맙습니다 요양병원에는 조그맣고 예쁜 할매들이 많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나이 들어가는 얼굴이 뿜는 아름다움을 능가할 게 없지 않을까? 한 요양병원에 근무하면서 어릴 적 본 상할매와 닮은 할매를 만났다. 그 할매는 식사를 잘하다가 죽이 입안으로 잘 넘어가지 않을 때가 있다. 죽을 받아먹다가 자꾸 기침한다. 넘김이 시원하지가 않다. 천천히 조금씩 삼킴을 확인하고 식사 수발을 한다. 할매는 죽을 잘 삼키지 못해도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비위관 삽입은 원하지 않는다. 죽을 주다가 미음을 주다가 삼킴을 확인하고 수저를 놓을라치면 손을 꼭 잡는다. 더 먹고 싶어 하는 할매의 마음을 알기에 더 천천히 조금씩 죽을 넣어드린다. 그녀의 입 모양을 보며 꿀떡! 한다. 우리는 꿀떡을 함께 삼킨다. “잘 넘어갔어요?” 사레들지 않게 느리게 가는 시간, 살기 위해 애써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다. 오늘은 할매가 미음을 잘 삼키지 않는다. 할매 기운이 떨어진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튜브를 통해 산소를 주입한다. 미음이 입 밖으로 흘러내린다. 반의반도 못 넘긴 미음 그릇, 수저를 내려놓고 그대로 둔다. 다시 넘김을 시도하려고 놓아둔 미음이 식어만 간다. 요양병원은 어느 날이 자주 요동친다. 어느 날 그녀는 입으로 미음을 받아먹을 힘이 없다. 수액으로 버티고 흡입할 산소의 양은 늘어만 간다. 출근하면 나는 할매 옆에 달린 모니터의 산소포화도와 심장 그래프와 혈압을 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할매가 혈압을 재고 있는 내 얼굴을 만진다. 그녀의 손길이 얼굴에 닿는 순간, 그렇게 내 볼을 만지는 그녀가 있고 그 옆에 내가 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시간이 멎을 것 같은 그 말. 나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평소 말이 없던 할매는 하필 그때 그 말을 해야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 후로 할매를 닮은 자녀들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였다. 올봄, 잊고 살았던 그 말이 봄 찾아오듯 살아난다. 요양병원은 아다지오가 흐르는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클라리넷,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으로 아다지오가 흐르듯 삶이 고요히 흘러가는 곳이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
지리산인 03-01 16:18
수달 사는 남원 람천에 생활폐수가 흘러들고 있다고?
수달 사는 남원 람천에 생활폐수가 흘러들고 있다고? 지리산 맑은 물로 이루어져 멸종위기 수달이 사는 남원 람천에 생활폐수가 흘러들고 있다고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인 최상두 수달아빠가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로 내용 전합니다. 주민들 '남원 람천에 생활폐수 흘러들어가' 주장... 남원시 "확인중" 지난 25일 오후 3시 30분경 전북 남원 인월중계펌프장에서 유입된 생활폐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 지점은 람천과 풍천이 만나는 중군교 인근으로, 이 일대에서 악취와 탁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이날 한 주민은 "오·폐수가 처리 없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비가 오거나 유량이 늘어날 때마다 탁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남원시 관계자가 나와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남원시 상하수도과 관계자는 "생활폐수가 그대로 흐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시설은 위탁업체가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남원시 인월면 하수처리 중계펌프장 현장 한편, 낙동강유역환경청 수질검사에서 중군교 지점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염 항목과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주민들은 "이미 결과로 드러난 이상 즉각적인 전면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람천은 임천으로 이어지는 수계로, 농업용수와 지역 생태계에 직결되는 하천이다. 남원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땜질식 사후 조치가 아닌 구조적 관리 체계 전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민·관·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정밀조사와 함께, 람천·임천 수계 전반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경남 창원 타운홀 미팅에서 함양군민의 람천 관련 환경문제 개선 호소에 "환경부 쪽에 한번 챙겨보라고 하겠다"고 답했다. ▲ 남원시 인월면 하수처리 중계펌프장ⓒ 최상두 https://tv.kakao.com/v/461519308 ▲ 남원시 인월면 하수처리 중계펌프장 ⓒ 최상두 이 글을 올린 뒤로, * 3월 5일 남원시 하수처리장 오폐수 무단 방류 문제를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있어서 아래 기자회견문도 함께 전합니다. <남원시 하수처리장 오폐수 무단 방류 관련 기자회견> 인월면 중군교 근처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되지 않은 오폐수를 상습적으로 방류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남원시 시민단체들과 함께 남원시의 하수처리장 관리 부실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합니다. 날짜/시간: 3월 5일(목) 11시 장소: 남원시청 앞 문의: 수달친구들 010-4740-1915 람천-임천수질개선주민대책위 010-4029-5910 보도는 기자회견 후 배포 부탁드립니다. 람천 생활폐수 유출 의혹 관련 기자회견문 우리는 오늘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중계펌프장에서 발생한 생활폐수 유출 의혹과 관련하여,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람천 오염 문제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자를 분명히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시설 고장도, 일회성 사고도 아닙니다. 이는 공공 하수관리 체계의 구조적 붕괴 여부를 묻는 중대한 환경 범죄 의혹이며, 행정의 감독 책임을 정면으로 묻는 사안입니다. 지난 2월 25일 오후 3시 30분경, 생활폐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장면을 직접 목격·확인되었습니다. 문제 지점은 람천과 풍천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에서 확인 되었다. 그리고 주민 증언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강우와 무관한 탁수 발생, 지속적인 악취, 거품과 생활오수 형태의 부유물, 하천 바닥 슬러지의 반복적 퇴적이 수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이것이 단순 사고입니까? 이것이 우연입니까? 아닙니다. 이는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오염 유입의 강력한 징후입니다. 남원시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위탁업체 관리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공공 하수시설의 최종 책임은 지자체에 있습니다. 위탁은 관리 방식일 뿐, 책임을 외주화할 수는 없습니다.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조치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행정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낙동강유역환경청 수질검사에서 중군교 지점의 오염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이번 사안이 단기간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수질오염은 축적의 결과입니다. 우리는 환경 정보는 숨길 대상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입니다.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마십시오. 전북지방환경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관할 경계를 핑계로 책임을 분산하지 말아야 합니다.전북특별자치도와 경상남도, 남원시와 함양군은 즉각 수계 단위 통합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물은 경계를 모르고 흐르는데, 행정은 왜 경계 뒤에 숨습니까? 상류의 부실은 하류의 피해가 됩니다. 피해는 주민이 떠안고 책임은 사라지는 구조를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요구합니다. 인월중계펌프장 전면 특별감사 즉각 실시하라. 남원시는 민간위탁 이후 방류 수질자료 전면 공개하라. 운영일지·점검기록·우회가동 기록 모두 공개하라. 위법 확인 시 형사 고발하고 책임자 문책하라. 남원시는 재발 방지 종합대책 발표하라. 수계 단위 통합 물관리 즉각 시행하라. 강은 침묵하지만 오염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행정이 스스로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감사 청구, 상급기관 진정, 형사 고발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입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시설 문제가 아니라 공공 신뢰의 문제이며, 환경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묻겠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공개를 요구하겠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람천을 살려내라!” 생활폐수 무단방류, 책임자를 처벌하라! 물관리 일원화, 지금 당장 시행하라!” 자료를 공개하라! 진실을 공개하라!” 강은 하나다! 책임도 하나다!” 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람천임천수질개선주민대책위 . 수달친구들. 지리산연석회의. 진주환경연합. 함양시민연대. 함양농민회. 지리산사람들. 남원시민의숲. 산청난개발대책위. 함양난개발대책위. 2026년 3월5일 -
이촉 02-15 19:20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이촉 시인의 '내 마음을 다녀간 사람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계단을 오르는 일은 숨이 차지만 회전계단을 오르는 일은 보이지 않은 뒤를 돌아보게 한다. 한 발 한 발 발자국 위로 들리는 숨소리가 계단을 오른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요양보호사교육원 강의실. 수강생 나이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수강생들은 나를 강사님이라 부르고 나는 그들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제일 뒤에 앉은 여인은 수업 시간 내내 나만 보고 있다. 부인과 함께 앉은 70대 수강생은 수업 내용이 이해가 잘 안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쉬는 시간에 찾아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들 수강생은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 갑장이라 나란히 앉은 사람들, 수강생의 시험을 책임지겠다는 반장. 지병을 상담하는 여인, 멀리 옥과서 온 고운 할미는 자작시를 들려준다. 학원 원장은 70대 수강생들이 요양보호사 국가고시에 합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한다. 그들 마음을 담아 그들 앞에 선다. 어쩌면 함께 가야 할 사람들이리라. 강의실 한편 인체 크기의 실습용 마네킹이 누워 있다. 사람이 누워 있는 줄 알았다며 무섭다는 사람들에게 인체모형임을 설명한다. 우리 몸 안의 심장을, 양쪽 폐와 여러 장기를 보며 신기해하는 눈빛들. 그들에게 임상 사례 하나하나 보따리 풀 듯 풀어낸다. 나를 거쳐 간 숱한 날들이 찾아와 강의실에 앉아 있다. 요양병원 중환자실 창가에 누워 있던 할미가 있었다. 직사각형 침대 안에 누워 눈으로 웃고 눈으로 말하던 그녀는 천사의 날개를 하고 차창에 드는 햇빛으로 와 그 겨울을 듣고 있을 것이다. 미음 한 그릇 느리게 한 수저 한 수저 넘기던 그녀가 밥인 양 하얀 휴지를 입안에 넣고 하얗게 풀어지던 날이 있었다. 입 모양 보며 저녁 별이 희미한 창가에서 “하늘 좀 봐요” 해놓고 미안해지던 날이 있었는데 작은 체구로 웃어주던 그녀의 나지막한 말이 어느 날 들릴락 말락 귀 대고 듣던 그 말이 크게 들려왔다. 불쌍해 내가, 살고 싶어 그리고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느티나무를 보러 가야겠다. 글쓴이 : 이촉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다. 시집 『검은 해바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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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은기역 03-15 15:07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책을 만들 수 있을까『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편집자가 전하는 제작 이야기 한 해가 끝나기 하루 전, 책이 나왔습니다.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는 오랜 시간 준비해 마침내 나온 책입니다. 구례 문척면에 사는 정환이 쓴 책이고, 구례에서 ‘포도시’ 책을 내는 니은기역 출판사가 만든 책입니다. 책을 펴낸 사람으로서, 구례분들께서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만큼 잘 만든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환경 보호 같은 일에 열심히 매달리던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살다 보니, 저절로 스며들 듯, 기후위기를 걱정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편집자로서 책을 만들 때도 될 수 있으면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더라고요.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책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을 안 만들 수 없다면, 덜 해롭게 만들도록 ‘노오력’은 하자고 생각했어요. 콩기름 잉크, 너, 뭐 돼? 니은기역은 2019년에 『살자편지』를 펴낼 때부터 콩기름 잉크를 쓰기 시작했어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전혀 없는 ‘무용제 잉크’가 가장 친환경적 잉크이긴 하나, 국내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워서, 그다음으로 덜 해로울 (거라고 믿는) 콩기름 잉크라도 쓰려고 했지요. 이번 책에도 콩기름 잉크를 썼습니다. 석유 용제 기반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쓰면 인쇄, 건조 및 처리 과정에서 생기는 VOC와 스모그 현상 같은 각종 공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해요. 또, 책을 읽는 분들과 책을 만드는 작업자분들의 건강에도 좋고요. 또, 콩기름 잉크를 쓴 인쇄물은 재생 종이를 만들 때 종이에 묻은 잉크를 지워 내는 탈묵 과정이 기존 잉크보다 훨씬 쉽다고 평가받아요. 그런데 이 콩기름 잉크가 좀 더 비싸요. 또 취급하는 인쇄소도 적어요. 그러다 보니, 무용제 잉크만큼은 아니지만 콩기름 잉크도 쓰기가 쉽지 않아요. 콩기름 잉크로 인쇄할 수 있는 인쇄소도 제한되어 있고, 그마저도 책을 소량 찍을 땐 콩기름 잉크를 쓰기가 어려워서요. 인쇄소에 물어보니, 콩기름 잉크 찾는 분이 많지 않아서 콩기름 잉크 쓰는 기계를 따로 들이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상황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이건, 소비자한테 ‘콩기름 잉크 쓰자’고 말할 일이기보다는, 출판문화협회나 관련 정책 기관에서 나서서 지원하고 정책을 만들어 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말이 길어지니, 다음으로) 재생종이, FSC 인증 종이, 무표백 종이 (책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물음에 대한 변명을 곁들여)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는 산속에 살던 한 사람을 생태활동가로 만든, 갖가지 새와 숲 생명을 기록한 책이어서, 읽는 동안 그 생명 옆에 선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내용 구성 방식을 고려했을 뿐 아니라, 종이와 인쇄, 제본 방식도 지은이의 철학과 편집자의 의도가 담기도록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표지 종이와 내지 종이 모두 FSC® 인증을 받은 국내 재생종이를 썼는데, 표지는 100% 재생 펄프가, 내지는 30% 재생 펄프가 들어간 종이입니다. (참고로, FSC® 인증 종이란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엄격히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된 목재로 만들어진 종이를 말합니다.) 또, 양면이 ‘쫙’ 다 펼쳐지는 노출사철제본 방식을 선택해서 한 생명을 오래 바라보기 좋게 했는데요, 노출사철제본은 두꺼운 합지를 붙여야 하는 양장본보다 종이와 에너지와 풀을 덜 쓸 수 있습니다. 겉표지를 두르지 않은 덕에 책등에 보이는 매듭끈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책의 핵심 가치를 보여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책을 만들 때 조금이나마 환경에 주는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들은 대체로 ‘보통 만드는 방식’보다는 비쌉니다. (그래서 책값이 그 모양….) 농사로 따지면, 관행농과 유기농의 차이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품으로 따지면, 대량 생산품과 수제 생산품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이런 말이 다른 출판인들을 불편하게 할까 봐서 조심스러워요. 그냥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고, 다른 출판인들은 또 자기 나름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책이야말로, 진짜 친환경 위에 말씀드린 것들 말고도 여백과 빈 종이 줄이기, 표지에 코팅하지 않기, 인쇄 규격 판형 우선하기, 잉크 적게 쓰기, 도서관 구매 북돋기 등등 여러 방식을 써 보고 있지만, 제가 항상 강조하는 건, ‘나무를 베어 만들어야 할 만큼 좋은 책인가?’ 하는 물음에 먼저 ‘그렇다’ 하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아무리 친환경 방식을 썼다고 해도, 책 내용에서 소비와 경쟁을 부추기고, 혐오와 차별을 말한다면 그런 책은 안 만드는 게 가장 친환경적일 테니까요. 저도 늘 고민하며 책을 만들겠습니다. 또, 제가 하는 방식이 꼭 옳다는 생각도 갖지 않겠습니다. 더 나은 방식을 가르쳐 주시면 열린 마음으로 바꿔 나가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인간만 살고 있는 건 아니라서, 급격하게 일어나는 기후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존재들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하루하루 내 선택이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다는 것, 그 생각은 잊지 않고 걸어가겠습니다. 글쓴이 : 문현경 니은기역 출판사 이끄미 - 출판사 소개 니은기역 책 짓고, 농사짓고, 기후악당에겐 짖어요! 틀을 깨는 소리, 순서를 뒤엎는 몸짓을 기록합니다. 생명의 편에 선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아홉 농부가 생태순환의 삶을 담아 쓴 『살자편지』, 에코페미니스트 농부들이 자급하는 몸을 되찾자며 보낸 『벗자편지』, 반달가슴곰KM-53의 삶을 통해 야생동물과 한 터전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지 돌아보는 『오삼으로부터』, 지리산골프장 예정지 숲에 살던 동식물의 목소리를 담은 『집에서 쫓겨났어』, 지키고자 하는 이의 시선을 담은 사진 에세이 『새들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아서』 등을 펴냈습니다. -
홍버들 03-15 14:02
[기후+마을]기후위기 시대 ‘경자유전’의 재해석
기후위기 시대 ‘경자유전’의 재해석 “가짜로 (작물을) 심었다가 방치하면 매각 명령해 팔아 버리게 해야 한다.”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들어 농지 투기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원래는’ 헌법상 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상속 등 특정 예외 요건을 빼면 직접 농사를 짓는 경우에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어요.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팔아야 해요.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경자유전이란 말이 정말 헌법에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농사짓지 않는 이들이 땅 주인 노릇을 하고 있지요. “현재 국가 통계상 임차농 비율은 이미 60%를 넘어섰으며, 현장의 농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수준은 70%에 달한다.”라고 비판한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이 대통령의 경자유전 발언을 환영했어요. 땅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공감할 거예요. 그렇죠, 그러나, 다만,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경자유전 원칙을 다르게 해석해 적용해야 하지 않을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어요. 농사짓기만 하면 땅 소유해도 좋은 걸까 생태적, 사회적 책임지는 경작자에게 우선되어야 경자유전의 원래 취지가 무엇인가요? 지주-소작 구조를 해체하고, 농민의 생존권과 자립을 보장하며, 토지를 투기나 착취의 수단이 아니라 생계 기반으로 두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날은 상황이 좀 달라졌어요. 농업의 산업화·대규모화, 토지의 금융화·투기화,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 붕괴, 농촌 고령화와 소농 소멸이 심해지는 오늘날 상황에서 “농지는 농업인이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 경자유전이 실현되었다, 박수 짝짝짝, 하고 끝내도 될까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사지으며, 지역 먹을거리 자급과 순환 체계를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토지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경작과 책임’에 초점을 옮겨 경자유전을 적용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현행법상 ‘농업인’에 속하지 못했던 생태적 소농(小農)들도 농사지을 땅을 얻기 쉬워질 거예요. 소농이란 보통 ‘노동력과 자본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농사짓는 사람’을 일컫는데요,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 방식으로 농사짓는 소농이 늘어나면 생물다양성이 살아나고 땅이 탄소를 흡수할 능력을 키우며, 지역 자급 기반을 만들 가능성이 커져요. 그러니 오늘날 경자유전의 원칙은 생태적·사회적 책임을 지는 경작자에게 먼저 농지를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재해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농은 경자(耕者)로 치지 않는 현실, 소농, 청년농, 생태농의 토지 접근권 보장 필요 지속 가능한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소농들을 만나러 가면, 열에 아홉은 1천㎡(약 300평)에 못 미치는 땅에서 농사를 지어서 농지원부를 받을 수 없거나, 직불금만 가져가려는 땅 주인에 의해 임대차 계약서를 쓰지 못한 대리 농부들이었어요. 땅심을 살리기 위해 화학 물질을 적게 쓰고, 자연에 주는 부담을 줄이려고 에너지를 덜 쓰거나, 해마다 토종 씨앗을 받아 이어오고, 친환경 농법을 연구하거나, 생태텃밭 교육을 펼치는 주체로 활동하는 소농들이지만, 그들은 어디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는 ‘농민 아닌 농민’이었죠. 경자유전에서 경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까요?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농지 투기를 뿌리 뽑고, 경자유전을 실현하는 것, 너무나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그 결과가 결국 대규모 농업인 혹은 농지원부상 농업인만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농지 투기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유휴 공유지를 공공 텃밭으로 전환 공동체 기반 농지 신탁 마련 등 경자유전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사짓지 않는 이들이 땅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뿐 아니라, 애초에 땅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생태적 책임을 갖고 농사지으려는 이들이 농사지을 수 있게’ 하는 제도가 필요해 보여요. 예를 들어, 유휴 공유지를 지자체가 도시농업용으로 임시 사용하도록 허가해서 수많은 소농이 텃밭을 무상으로 임대받거나 싸게 구할 수 있다면 좋겠죠. 또, 토지를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적 자산으로 묶어서 지역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작하도록 장기 보장하는 공동체 기반 농지 신탁 제도도 조례로 만들어 보장한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경자유전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 시민의 경작권을 법으로 인정하는 영국에서는 지자체가 시민에게 텃밭을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어, 지자체로부터 땅을 임대받아 텃밭을 운영할 수 있는 Allotment(시민텃밭, 공공텃밭)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어요. 사진은 에식스주 새프런 월든에 있는 시민텃밭. (출처: 가디언 Gary Yeowell) 글쓴이 : 홍버들 독립연구자, 지리산인 편집위원 -
홍버들 02-15 11:11
[기후+마을] 지하수, 지킬 해법 있다
[기후+마을] 줄어드는 지하수, 지킬 해법 있다 세계 곳곳에서 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우실지도 모르겠어요. 1960년대 이후 세계 물 사용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하지요.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30억 명이 더 물 부족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고요. 해마다 담수가 평균 4기가톤씩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나, 인류가 지하수 2조 1,500톤을 퍼 올려서 지구 자전축이 동쪽으로 80㎝ 기울어졌다는 연구 결과 같은 암울한 얘기는 인제 그만 듣고 싶으실 거예요. 담수 문제, 특히 지하수 고갈 문제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담수가 줄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하수 고갈이 늦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해요. 물 부족 현실 속, 희망을 찾아서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환경과학과 스콧 야세코 교수 연구팀은 40개 나라 우물 17만 개와 대수층 1,700곳에서 지하수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대수층이란, 모래와 자갈과 점토 등으로 이뤄져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지층을 말해요. 눈과 비와 녹은 얼음이 지하로 스며들어 대수층이 만들어지지요. 그들이 연구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대수층이 줄어들었지만, 지하수가 사라지는 속도가 늦춰진 지역도 있었다고 해요. 가장 두드러진 사례를 보자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지역 대수층은 2000년 이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가 줄어들었어요. 또, 태국 방콕 분지의 대수층에서 벌어지던 담수 손실 현상이 21세기에 들어 역전됐다고도 해요. 이란의 압바스 에샤르기 분지 서부 지역에 있는 대수층에서도 수위가 복구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고요, 이 외에도 스페인과 미국 일부 대수층에서도 지하수 감소 속도가 늦춰졌어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어떻게 지킬 수 있나 연구팀은 ‘수자원 관리’가 담수 손실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발표했어요. 예를 들어, 사우디 정부는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지하수 관리 정책을 쓴 덕분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속도를 늦췄습니다. 태국은 지하수를 퍼 올리는 사업자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여 지하수가 마구잡이로 퍼 올려지는 걸 제한했지요. 지하수 감소 속도가 역전된 사례들을 통해 지하수와 지표수 관리 정책들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연구팀은 강조했습니다. 이제껏 함부로 뽑아 쓰던 지하수를 더는 무분별하게 퍼 올리지 못하도록 막는 정책 개입이야말로 아주 중요하고 효과적인 물 부족 해결 방안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산청에서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하수 취수 증량 정책, 제정신인가? 그거 아세요? 산청군에 있는 4개 생수 공장 하루 취수 허가량은 5,264톤으로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제주 삼다수보다 약 1,000톤이나 많다고 해요. 여기에 하동까지 포함하면 6개 생수 공장에서 하루 6,364톤을 취수하는 셈인데요, 물 1톤은 보통 4인 가구가 약 이틀 동안 사용하는 수돗물 양이니, 6,364톤은 4인 가구가 12,728일 동안 쓸 물이고, 이를 지리산권에서 하루 만에 퍼 올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도 이렇게 물을 많이 뽑아 올리는데, 얼마 전 경상남도는 여기에 더해서 하루 272톤을 더 취수할 수 있게 허가해 주었습니다. 산청군 삼장면 덕교리에 본사를 둔 ㈜지리산산청샘물은 하루 취수량을 기존 용량을 포함해 1,050톤까지 늘리겠다며 ‘450톤 증량안’을 경남도에 제출한 데 대해, 경남도는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진행한 환경영향심사에서 272톤 증량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취수 증량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특정 업체가 지하수를 싹쓸이하도록 허가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벌어졌다”며 “지하수 취수 증량 허가를 철회하라”며 경상남도에 요구했어요. 몇 해 전부터 흙탕물이 나와서 마실 물도 모자란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은, 환경영향조사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과정도 모두 비공개되었으며, 이 조사의 비용조차 기업이 대고 있어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어요. 게다가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주민 참여하에 동시 양수시험을 재진행하고, 최종심의 자료를 공개해 재논의하라”고 한 사회대통합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환경영향조사서 심의내용에 “지하수 고갈 위험”이 분명히 지적되었는데도 이를 외면한 채 취수 증량을 허가하여 더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미 전 세계 대수층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물 부족 국가인 한국은 2080년에 약 300만 명이 지하수 부족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물 부족 위기가 해마다 심해지는 이때, 대체 지하수를 마구 퍼 올리게 놔두는 정책들이 쉽게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대수층이 마르는 일은 개인이 물을 절약하는 일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미 물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이들이 계속 모두의 것을 함부로 쓸 수 없도록 막는 정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합니다. 사진 : 증량 허가 결정이 나기 전, 주민과 환경단체는 여러 번 경남도청에 찾아가 ‘취수 증량을 불허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월 29일 경남도청은 한 기업이 하루에 272톤을 더 취수하도록 허가해, ‘편법과 불법으로 지하수 싹쓸이 허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글쓴이 : 홍버들 지리산인 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싣습니다. -
정정환 02-09 17:56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파괴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독소조항 삭제하라!
전남광주가 통합을 하면서 만들어진 전남광주통합특별법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독소조항등이 가득합니다. 자연공원법의 공원시설을 설치함에 있어 공원관리청과의 협의가 없어도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제93,제94조는 국립공원을 보전이 아닌 유원지화 할 것이며 제264조에는 '공익사업'의 경우 특별도지사가 국립공원 해제를 요청할 수 있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과거 흑산도공항을 허가해주었던 것처럼 지리산의 일부 지역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여 케이블카던 리조트, 그 무엇이든지 건설할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제271조는 백두대간보호법까지 무력화 시켜서 국가의 정맥인 백두대간까지 파괴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이에 지리산사람들/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주당과 전남, 광주 지자체장의 지리산 파괴 행위를 강하게 규탄합니다. 성명서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파괴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법 독소조항 삭제하라! 민주당은 민족의 영산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멈추라! 지리산은 전남도의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영적인 존재이다. 지자체와 민주당이 마음대로 개발하고 파괴해도 되는 일부 집단의 소유가 아니다.그러나 전남,광주를 통합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특별법(제264조)에는 ‘공익사업’이라는 모호한 내용으로 국립공원에 대한 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는 기속력을 부여하고 있다.이와 연계하여 제271조(산림이용진흥지구 내 적용의 특례) 3항에 자연공원의 공원시설(제18조제2항제1호나목)로 들어가 있는 [공원자연보전지구에서 허용되는 ‘최소한의 공원시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는 최소한의 공원시설에 들어가 있는 궤도,삭도(케이블카)를 포함한 것으로. 이는 지리산을 겨냥한 법 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민족의 영산에 쇠말뚝을 박기 위한 법을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민족의 영산을 파괴하는 악법의 독소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한 대규모 규제 완화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산림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산림이용진흥사업을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이는 산림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규제를 원천 차단하고 지리산을 산림이용진흥지구로 지정하여 케이블카를 추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법이다.같은 법 4항을 보면 궤도운송법이 명시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지리산의 그 어디든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든 것이다. 이런 악법은 독소조항을 즉각 삭제하고 이 법안을 만든 민주당은 국민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 국립공원 유원지화 하는 제93조, 제94조에 있는 자연공원법에 대한 무력화 시도를 삭제하라! [제1장 ‘전남광주통합특별법’ 개발 계획]의 제93조, 제94를 보면 ‘개발사업을 하려는 자는 통합특별시장의 시행승인을 받아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같은 법 제94조를 보면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자가 제93조에 따른 개발사업의 시행승인을 받거나 의견을 들은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허가, 인가, 지정, 승인, 협의, 신고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지자체장의 행위 허가와 국가기관의 행위 허가가 나누어져 있는 것은,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 위해 이해 관계자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관리, 감독, 제제를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인허가, 승인 등을 생략할 수 있다면 이는 규제 기관이 사라지는 것으로 ‘심판’ 없는 경기장으로 묻지마식 난개발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여기서 더 큰 문제는 같은 법의 33항에 [자연공원법 제71조 제1항에 따른 공원관리청의 협의]가 포함되어 있다.공원구역의 행위 허가를 모두 특별시장이 가져가겠다는 것으로 이는 국립공원의 이용과 보전을 위해 최소한의 시설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자연공원법]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국립공원에 대한 난개발의 빗장을 열어주게 될 것이고. 이는 국립공원의 지정 이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리산에 산림을 훼손하는 태양광 난개발 조항 삭제하라! [제2장 에너지사업의 제109조 영농형 태양광 지구 지정 특례]를 보면 자연공원 안에도 제2항에 따라 통합특별시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 [자연공원법]을 무시하고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는 공원구역 안에도 나무를 베어내고 생명들의 집을 파괴하여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전이 우선시되는 자연공원의 지정 이유를 훼손하는 것이다. 지리산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곳이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전 국민과 지리산에 살아가는 생명들의 쉼터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개발과 케이블카 추진으로 위협에 놓여있다. 그나마 [자연공원법]이 지리산을 지켜내고 있었으나 전남과 광주가 통합되며 만들어진 법안이 [자연공원법]을 무력화시켜 지리산에 칼을 겨누려 하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칼을 겨누는 것으로 미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지리산은 반달가슴곰, 삵, 담비, 고라니와 같은 생명들의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이다.보호지역을 늘리고, 자연을 보전하자는 세계적 흐름 속에 이 흐름을 역행하는 ‘난개발 특별법’은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전남 도민으로써의 수치이다. 그리고 보호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도 반하는 행위이다. 하나,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훼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의 [국립공원 해제 요구] 항목 즉각 삭제하라! 하나, 특별법에 들어가 있는 행위 허가 생략에서 [자연공원법] 항목을 삭제하여 지리산을 향하는 난개발 계획을 즉각 멈추라! 하나,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백두대간 보호법]을 무력화시키는 조항을 삭제하라! 하나, 제93조, 제94조, 제109조, 제206조, 제264조, 265조, 제271조에 자연공원법을 무력화하는 난개발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삭제하라! 2026년 2월 9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문의 :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사무국장 정정환(010-2972-3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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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04-01 16:36
[곰주옥 X 인간주옥] ③주옥이는 잠만보
‘잠만보’로 말하자면, 잠만보는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포켓몬으로 하루 대부분을 자거나 먹는 데 쓰는 ‘잠꾸러기’이다. 먹는 건 모르겠고, 자는 건 나와 겨뤄볼 만하다. 나는 말을 하다가도 잠들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손에 아이스크림을 든 채로 잠이 든다. 버스, 기차, 트럭, 배, 비행기 등 운송수단을 가리지 않고, 좌석에 앉으면 5분 이내 잠들고, 내려야 할 곳에선 귀신처럼 깬다. 저녁에 잠드는 건 5초면 된다.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든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국립공원 대피소의 극상 상황에서도 잘 자는 내가 부럽다고 한다. 나는 잠에 관해서는 현존하는 절대 지존 ‘잠만보’다. 내가 언제 어디서나, 특히 저녁에 잘 자는 이유에 대해 ‘피곤해서’, ‘간이 안 좋아서’, ‘활동량이 많아서’, ‘멀미해서’, ‘잠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추측이 난무한다. 모두 그럴듯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일찍 일어나기에 일찍 자는 것이다. 나는 새벽 4시에 일어난다. 중학생 이후 몸에 밴 습관이다. 부모님께서 새벽 3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셨기에 어쩌다 보니 나도 그렇게 됐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뭘 하냐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절도 하고, 명상도 하고, 기도도 하고, 그대가 저녁에 하는 일을 새벽에 할 뿐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새벽에 일어나 어두운 창이 밝아오는 걸 바라보는 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잠에 관하여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내가 반달가슴곰(반달곰)이 겨울잠을 잔다는 걸 알게 된 후, 그의 겨울잠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졌다. 가을에 맘껏 먹은 곰들은 굴에 들어가 잠을 자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봄이 오면 굴을 나와 한 해를 시작한다. 먹지 않고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 잠을 자면 잠자기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수는 있을까? 혹시 동지에서 춘분까지는 어디 먼 곳에 다녀오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진짜 멋진 일일 텐데 말이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궁금증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은, 반달곰이라고 해서 모두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반도에 사는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만 대만 반달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김만우 팀장(구례곰마루쉼터)은 반달곰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먹이 부족입니다. 먹을 게 없으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동면을 하는 거죠. 대만의 경우는 먹을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동면은 극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행동”(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이라고 설명한다. ↑지리산 반달곰들은 화엄사 홍매가 필 즈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그림 결) 그럼 내가 잠을 잘 자는 이유도 어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일까? 그러고 보니 나는 고민이 있거나, 화가 나거나, 일이 안 풀릴 때 잠을 더 잘 잔다. 이런 나를 두고 동료는 ‘그럴 때 잠이 오냐? 소리를 질러야지! 아니면 술을 마시든가.’라고 말하지만, 놀랍게도 잠을 자고 나면 고민도, 화도, 일도 절반은 해결되어 있다. 내가 잠을 자는 동안 누군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분명하다. 반달곰도 겨울잠을 자고 나면 슬프고, 아픈 기억들이 반으로 줄어들면 좋겠다. 작년 ‘구례곰마루쉼터’(곰쉼터)의 성원이 된 반달곰들, 그중에서 나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곰주옥도 겨울잠을 잤겠지.’ 김만우 팀장에게 물어봤다. 윤주옥: 여기 곰들도 겨울잠을 잔 거죠, 곰주옥도?(호호) 김만우: 아니에요. 지난해 24개체가 들어왔는데, 그중 7개체만 동면(겨울잠)을 시켰어요. 윤주옥: 네! 왜요? 김만우: 그게요, 여기 있는 곰들 대부분은 사육되던 농장에서 겨울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겨울잠은 곰들의 생리적인 행동이지만, 사육되던 개체들은 동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검증되지 않은 개체는 사고 위험 때문에 동면을 안 시킨 거고요.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사육되던 곰들은 겨울잠을 안 잤구나! 자연에서는 당연한 겨울잠도, 농장이나 동물원, 보금자리(구례곰마루쉼터, 화천곰보금자리)처럼 인간이 규정한 환경에서는 ‘재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떻게 재우는 걸까? “먹이를 조절하는 건데요, 가을에 가장 많이 먹이고, 동면 직전에 점점 줄이다가 마지막에 끊습니다. 그다음에는 빛을 차단하고 보온재를 넣고, 사람 접근을 막아서 동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 면담) ↑ 겨울잠에 드는 반달곰의 눈빛 이처럼 동면은 세심한 환경 조성과 준비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가 더해진다. 곰쉼터의 곰들에게 짚을 넣어주었더니 스스로 탱이(낙엽이나 짚을 모아 만든 잠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뜬장에서 살았던 곰주옥도 태어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탱이를 만들었다고 하니, 기특하면서도 짠하다. 곰쉼터의 곰들을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나는 3월 중순, 따뜻하고 햇살도 좋은 날인데도 움직이지 않고 땅바닥에 누워 먼 하늘만 바라보던 곰주옥이 애처로웠다. 어디 아픈지 걱정도 되었다. 김만우: 아니에요. 원래 곰은 활동을 많이 하는 동물이 아닙니다. 개처럼 뛰어다니지 않아요. 상위 포식자들은 대부분 그렇습니다. 필요할 때만 움직이고, 평소에는 쉬는 시간이 많습니다. 윤주옥: 아, 그렇군요. 상위 포식자다운 위엄이 있네요. 동면이라고 해도 계속 잠만 자는 건 아니죠? 김만우: 네, 자다 일어났다가 반복합니다. 물도 먹고, 날씨 좋으면 나와서 햇빛도 쐬고요. 다만 자는 비율이 훨씬 높아서 동면이라고 하는 겁니다. (2026년 3월 31일 김만우 팀장과의 대화) ↑ 구례곰마루쉼터에서 바라본 구례의 봄. 곰쉼터의 곰들에게 올해 봄은 어떻게 기억될까. 곰에 대해, 특히 곰주옥에 대해 관심이 많다 보니 그의 눈빛, 움직임, 소리에 민감해진다. 나의 민감함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가만히 쉬고 있는 시간을 ‘이상하다’고 여기거나, 나의 기준으로 그의 상태를 짐작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적당한 표현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알고자 하는 마음이 앞설수록, 한 걸음 물러서는 태도 또한 필요하다. 곰주옥이 그저 곰답게,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도록 지켜보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일지도 모른다. -
성염 03-27 09:57
[뒤웅박 씻나락] "크리스천들의 손에 쥐어진 날 선 십자가" 성염
크리스천들의 손에 쥐어진 ‘날 선 십자가(cruz espada)’ 20여 년 전 필자가 한국 외교관으로 바티칸 시국에 주재할 때(2003~2007)였다. 해마다 1월이면 교황이 바티칸 주재 대사들 부부를 초빙하여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2,000여 년 승계된 제정일치(祭政一致) 국가답게 교황이 당해 연도 국제정세를 일별하면서 정의와 평화, 인권과 환경 문제를 두고 종교적 시각에서 법적 한계를 초월하는 인도적 호소를 전세계와 수교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자리였다. 대사 부부와 공관원 전부가 초빙받는 ‘신년하례회’는 바티칸 ‘왕홀(Sala Regia)’에서 열렸는데 500여 명이 들어가는 그 큰 홀의 한쪽 벽은 천정까지 거창하게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였다. 1571년 그리스도교 신성동맹의 해군이 이슬람 해군을 격파하여 오스만 제국의 서방 진출을 저지한 승리를 기리는 초대형 작품이었다(G.Vasari의 1572년작). 내 곁에 앉은 이집트 대사나 리비아 대사더러 “저 벽화에서 ‘죽는 건 조조군사’로 그려져 군대는 당신네 먼 조상들인 걸 알아요?”라며 놀려주기도 했다. 인류는 지난 20세기 중반에 ‘600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인류사상 가장 잔인하고 대대적인 집단 학살을 목격했고, 그 범죄가 ‘그리스도교 세계(Christentum)’를 통솔해 온 로마 교황청에 의해서 역사적으로 촉발되고 자행되고 독려되어 왔음을 다 알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로마 박해 300년을 이겨내고 ‘제국의 국교’로까지 격상되자,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니 남의 피를 흘리는 사람은 제 피도 흘리게 되리라.”(창세기 9,6)는 성서 구절이 없지 않음에도, 그리스도교 지성을 대표하는 교부(敎父)라는 위인들부터 앞장서서, ‘나자렛 사람 예수’를 처형했다는 탓으로 유대인들에게 ‘사람 백정’(요한 크리소스토무스[†407])이니, 하느님을 죽인 ‘신살자神殺者’(아우구스티누스[†430])니, 심지어 종교개혁을 부르짖던 루터(†1546)마저 ‘사악하고 독살스러운 뱀’이니 ‘악마’라는 딱지를 붙여 신도들의 증오심을 촉발했다. 가톨릭교회가 이탈리아 중부를 직접 통치하던 중세에 교황 파울루스4세가 1555년에 로마에 ‘게토(ghetto)’라는 봉쇄구역을 지정하여 유대인들을 강제 수용하자 전 유럽의 도시들이 즉각 그 제도를 채택하였다. 그곳에 수용된 유대인들은 별도 호적에 등록되어 있었으므로 훗날 히틀러 정권이 전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색출 검색하여 멸절시킬 만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최종해결책(Endlösung der Judenfrage)’에 추축국은 물론 나치 점령하 모든 정권과 해당 지역의 신구교 교회들이 그 ‘해결책’에 동조하고 적극 협력한 사실은, 그리스도교가 1,500년간 유대인이라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부마(付魔)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리스도교가 ‘유럽의 종교’로까지 세를 확장하자마자, 자기들이 ‘주님’이라고 숭상하는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은 십자가(十字架)를 장검(長劍)으로 버려내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성지 탈환’이라는 명분으로 유럽 국가들을 부추겨 장장 200년에 걸친 ‘십자군 전쟁’(1095-1291)을 일으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만든 것도 클레르몽 공의회를 거쳐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내린 칙령(1095)이었다. 제1차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함락하였고, 성을 방어하던 이슬람 장정들이 다 전사하자 성 안에 남은 아녀자와 노인들 7만 명을 몰살하였다. 그 학살부대 크리스천들은 전투복 가운과 방패에 붉은 십자가를 그려 넣었고, 전장에서 죽으면 연옥벌(煉獄罰)을 면제받고 천당으로 직행한다는 보장까지 받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바티칸 ‘왕홀’의 벽화의 최상단을 보면 천계에서 예수가 이슬람 해군을 향해 제우스처럼 시뻘건 번개를 날려 보내고 예수를 옹립한 사도들은 모조리 장검을 뽑아 휘두르고 있다. 크리스천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 ‘날 세운 십자가(cruz espada)’를 휘둘러 약소국을 침략하고 노예사냥을 하고 원주민들을 학살할 때 ‘하느님께 영광을 올린다’는 희열을 누려온 듯하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열강은 이슬람들이 2,000년간 살아온 팔레스티나 영토를 빼앗아 서기 70년에 추방당한 유대인 후손들에게 나라를 세워주고서, 금년 2월 28일 트럼프의 이란 침략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폭격에 이르기까지 팔레스타인, 요르단,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이란을 차례로 침략하여 히로시마 원폭 같은 폐허를 만들고 이슬람 시민들을 대량 학살해 왔다. 그 가증할 반인륜 범죄를 유럽인들은 ‘문화충돌’이라는 단어로 은폐해 버린다. 이란 현지 매체 <테헤란타임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라"며 1면에 실은 이란 남부 미나브 학교 폭격으로 어린이들의 얼굴 사진과, 그 어린이들을 폭사시킨 트럼프를 개신교 목사들이 에워싸고 무훈과 전승을 빌며 안수기도를 바치는 사진에 독자들은 구토했을 것이다. 21세기 신구 그리스도교가 양식 있는 인간들에게 주는 구토감이다. 작년 12.3 내란 이후 태극기에 성조기에 이스라엘기까지 흔들어대며 광화문에 모여 ‘윤어게인!’을 외쳐대는 크리스천들을 보라! 그 무리를 영도하는 목사의 입에서 “하나님도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는 모독이 튀어나올 만큼 추락한 종교인들의 광기라니! 필자가 우리 지리산人들의 양심을 깊이 상처 내는 작금의 국제정세를 그리스도교 역사에 비추어 상기시키는 데는 까닭이 있다. 필자가 크리스천, 더구나 구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교회다’라는 표어에 따라 필자가 몸담은 로마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죄상을 유대인들에게, 이슬람 형제들에게, 지금은 유대인들 손에 몰살당하는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 사죄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개 신도로서나마! 지리산 자락을 흘러내리는 휴천강 턱에 집을 짓고 30년 넘게 살아온 필자에게는 이 산 주변에서 ‘지리산 종교연대’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한국불교 사회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실상사를 중심으로 불교, 원불교, 개신교, 가톨릭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해마다 6월 25일이면 지리산 어느 골짝엔가 모여서, 마고 할매의 치맛자락에 유골을 묻은 이들과 생사를 초월한 친교를 나누는 지성이 눈물겹게 아름다워서다. 뜻이 깊어서든 억울하게든 민초들과 의인들을 희생시킨 그 죽음들이 부디 이 겨레를 싸매주고 번영시키는 분신공양(焚身供養)으로 하늘에 거두어지기를 빌고 싶기 때문이다. 좀 멀리는 왜란 때마다, 지난 세기에는 동학혁명을 일으켰다 패해서, ‘10.19 여순 사건’에 쫓겨서, 6.25 전쟁 중 조선인민유격대를 이루어, 또는 그들을 토벌하는 군경으로서 저 험준한 능선과 깊은 계곡을 축축이 적셨던 피들이 지리산과 한반도 깊숙이 스며들어 역사의 화차를 끌어가 주기 염원하는 까닭이다. 위에 지적한로마 가톨릭의 역사적 죄상을 절감하여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딴 로마 교황이 아마도 교회의 죄과를 씻는 첫 순례지로 한국을 방문하고 떠나면서(2014.8.18.) “얼결에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발발했네요.”라던 서글픈 장탄식이 필자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연고다. 참조: http://donbosco.pe.kr/xe1/?document_srl=103594 글쓴이 :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서강대 명예교수 본문 그림(나오는 순서대로) 출처 Wikimedia Commons contributors, "File:Giorgio vasari e aiuti, la battaglia di lepanto, 1572-73, 01.jpg,"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title=File:Giorgio_vasari_e_aiuti,_la_battaglia_di_lepanto,_1572-73,_01.jpg&oldid=1163435605 (accessed March 21, 2026). https://www.huffingtonpost.kr/article/250181 (원본 테헤란타임즈) https://www.whitehouse.gov/gallery/president-donald-trump-joins-faith-leaders-in-prayer/ 뒤웅박 씻나락 칼럼 지리산 자락 삶이 우리 사회의 대안적 삶의 모습이 되길 꿈꾸는 <지리산人>의 바람을 담아, 지리산 곳곳에 계신 씨앗 같은 이들의 삶과 생각을 싣고자 합니다. 칼럼 글쓴이의 일부 주장이 <지리산人>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안철환 03-08 11:00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경칩, 흙일하기 딱 좋은 때
경칩은 대개 음력 2월에 듭니다. 음력 2월은 12지지의 묘卯월로 절기로는 경칩과 춘분이 들지요. 인월의 호랑이가 음양에서 양인 이유는 계란의 껍질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듯 땅을 갑자기 갈라서 올라오는 기운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월은 음으로 그 생명의 기운이 점점 퍼져가는 형국을 표현한 것으로 토끼의 은근하지만 빠른 번식력을 빗댄 것이죠. 토끼도 이 때가 되면 초목의 새싹들을 뜯어 먹으며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하니 적당한 비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경칩이 1월에 들 때도 있습니다. 올 해 특히 일찍 들어 1월 17일이 경칩날입니다. 입춘이 아직 추운 섣달에서 시작했듯, 경칩이 됐다고 해도 너무 빨라 봄이 토끼처럼 활발하게 퍼져가긴 이를 때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아직 냉이가 보이질 않네요. 지칭개는 벌써 나와 힘을 쓰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명이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밀, 보리, 호밀, 시금치도 경칩을 아는지 푸른 기운을 드러내고 있다는 겁니다. 봄 꽃으로 예쁜 수선화도 싹을 올리고 있고요, 상사화도 까꿍하듯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이틀 전엔 목련 나무 잔가지를 쳤는데요, 작년 논둑 보수하면서 너무 자라 논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놈을 죽이려다 버들강아지처럼 앙증맞게 피어있는 목련솜강아지들이 살려달라 하는 것 같아 도저히 베지 못한 나무에요. 논 옆 둠벙엔 산개구리들이 짝짓기하느라 개굴개굴(사실 산개구리 소린 다릅니다. 그 표현을 몰라 그냥 썼는데 제가 존경하는 귀농 선배가 가르쳐주네요. '호로롱호로롱~'하고 노래하는데 참 예쁜 표현이지요? ㅎ) 노래하는 소리가 참 이쁩니다. 비발디 4계의 봄 악장이 저만큼 예쁠지 생각해봤습니다. 가까이 가서 엿들으려 스쿠터 살살 몰고 가 보니 연애하느라 정신 판 놈들이 둠벙 물 텀벙텀벙 거리며 노는 게 여느 청춘남녀의 "나 잡아봐요." 희롱 못지 않네요. 짖궂은 샘일까요. 저도 괜히 헛기침 해보니 일제히 침묵으로 숨어버리더만요. ㅎ 정월 대보름이 경칩 이틀전이어서 찰밥과 나물을 먹었습니다. 설날에 고기 많이 먹어 대보름엔 고기 먹지 않고 견과류와 찰곡식과 나물을 먹는다지만 제가 볼 때는 고기보다는 찰 곡식 먹기 위해 그런 건 아닐까 상상해봤습니다. 설날에 고기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습니까. 특히 부유하지 못한 농가에서 탈 날만큼 고기 먹을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꽃샘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시절에 농사일 시작하려면 몸도 데우고 힘도 낼 찰곡식을 먹기 위해 나물을 많이 먹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찰곡식 많이 먹으면 변비에도 좋지 않듯이 몸에 잔류해 여러 대사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그걸 예방하기 위해 섬유질 풍부하고 비타민, 미네랄 풍부한 나물을 먹어주는 것 아니겠냐는 거죠. 저도 허리협착증 생긴 이후 변비가 잦아 불편했는데 나물 많이 먹으니 속도 편하고 변도 좋아져 일할 맛도 나니 또 한번 우리 먹거리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에 감사한 마음이 들더이다. 여전히 세상은 꽃샘추위의 기세가 떠르르하지만 입춘에서 일어난 봄은 우수비를 맞고 경칩을 거쳐 그 기운을 은근히 퍼뜨려 갑니다. 경칩에 밭에 가보면 땅에 금이 가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그 금의 정도로 지난 겨울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고 봄 날씨가 어떤 상태인지도 파악할 수 있지요. 금이 강하고 많이 가 있으면 겨울에 눈비가 적당히 내려 흙이 얼었다가 경칩 즈음 봄의 건조한 기운으로 갑자기 흙 표면이 녹으면서 마른 겁니다. 물 먹은 흙이 얼어 부피가 커졌다가 봄 마른 기운에 갑자기 부피가 쪼그라들면서 금이 간 거지요. 그렇지만 토양 내 유기물이 충분하면 스폰지 역할을 해 금 가는 현상은 적어요. 어쨌든 겨우내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며 흙은 부드러워지는데 경칩에 흙 표면의 금이 많이 가면 봄 가뭄이 심하거나 토양 내 유기물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 예부터 경칩에 흙 일을 하면 손해가 없다 했습니다. 그만큼 겨우내 얼었던 흙이 풀리면서 부드러워졌다는 겁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흙은 겨우내 만들어지고 부슬부슬해지죠. 물 먹은 돌멩이가 얼어 부피가 커져 돌이 깨지면서 흙이 되는 거거든요. 돌의 풍화작용으로 흙이 된다고 하지만 저는 빙화작용으로 흙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입니다. 옛 석공들이 큰 돌을 깰 때도 이 원리를 이용했다 하지요. 겨우내 땅에 박혀있던 쇠 꼬챙이가 봄이 되면 살짝 튀어올라 오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이것도 같은 이치 때문입니다. 흙이 얼어 부피가 커져 밀려 올라온 것이에요. 농부는 경칩이 되면 부서진 담벼락 수리를 하든가 밭을 갈기도 합니다. 흙이 부드러워져 쉽게 되거든요. 그래 이 때는 가래로 갈 일을 호미로도 갈 수 있어 이를 잘 활용하면 흙을 갈지 않고도 작물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른바 무경운 농법입니다. 사실 무경운이란 말은 좀 어폐가 있어요, 그럼 호미질도 하지 말라는 건가? 라고 따질 수가 있잖아요. 그래 무경운의 핵심은 무거운 기계로 땅을 짓누르고 고속회전 날로 흙을 밀가루처럼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걸로 이해해야 합니다. 오히려 흙을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암튼 농부는 그렇게 경칩에 밭을 갈며 농사일을 공식적으로 시작합니다. 음력 대보름이 보통은 우수 근처에 드는데 올 해는 경칩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이번엔 음력이 늦는 꼴이에요. 거꾸로 절기는 양력으로 볼 때 빠른 거지요. 그래 올 상반기엔 양력 기준으로 파종을 할 때는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음력으로 빠른 거겠지요. 올 대보름은 붉은달이었어요. 개기월식 때문인데 태양파 중 긴 파동인 붉은 색만 지구 넘어 통과해 그렇다지요. 암튼 좋은 징후는 아닙니다. 신기한 현상이라고 반길 일이 아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늘이 하는 일인 것을요. 하늘이 하는 일에 대해선 좋다 나쁘다 탓할 수가 없어요. 다만 잘 헤아리고 겸손하게 받아들여 조심조심해야죠. 반면 흙은 뿌린대로 거둔다 했으니 농부는 경칩부터 흙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이제 성실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홧팅! * 대문 사진 : 흙 마르지 말라고 덮은 볏짚 사이에 가을에 심어 먹고 남은 시금치가 싱싱합니다. 물 타서 준 오줌으로만 키웠는데 최고로 맛있을 때지요. 소금간만 해도 끝내줍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윤주옥 03-01 16:26
[곰주옥×인간주옥] ② 나는 내려왔고 곰주옥은 옮겨졌다
18년 전이다. 2008년 11월 20일 새벽 3시, 나는 트럭에 몸과 짐을 싣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트럭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며 실눈을 떴다.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삶이 그렇게 고달프지 않았고, 이곳 지리산에서의 삶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인데, 눈물이 나왔다. 이경재 선생님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생태보전시민모임’ 창립에 함께했고, 오구균 선생님과 ‘한국 국립공원 정책 포럼’을 기획하면서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을 만났다. 1996년 이후 환경생태활동가로서의 삶은 충분히 의미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보다는 부담이 커졌다. 그날 트럭 안에서 흘린 눈물은 감사와 기대, 긴장 등의 감정이 뒤섞인, 정체가 분명하지는 않으나 나의 한 시대를 마감하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지리산으로 가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한마디씩 했다. ‘아직 젊잖아’, ‘서울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그렇게 가버리면 사무실은 어쩌라고’, ‘무책임하네’, ‘여기를 버리고 결국 가는구나’라는 말들이었다.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짓겠다는 것도, 지리산에 할 일이 많다는 것도, 적당한 이유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서울의 삶은 힘겨웠고 답답했다. 활동 방식에 대한 스스로의 불만도 커졌고, 능력의 한계도 느껴졌다. 그렇다고 지리산으로 내려가면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여러 물음과 질책에 답하지 못하며 삶터와 활동 공간을 옮겼다. 그렇게 내려온 지리산은 서울보다 따뜻했고, 북한산만큼 아름다웠다. 지리산자락 활동가들은 여유로웠고, 행사를 할 때면 부를 수 있는 시인, 가수, 작가, 화가도 많았다. 지리산은 풍요로웠고, 지리산자락의 사람들은 소박했다. 그렇게 18년이 흘렀다. 내가 지리산 곳곳을 걷고, 지리산 사람들을 만날 때, 곰주옥은 연천의 한 농장에서 태어났다. 곰들이 사는 공간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이다. 하나는 시멘트 바닥이고, 다른 하나는 ‘뜬장’이라 불리는 철창이다. 뜬장은 땅에서 떨어진 철제로 설치되어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진다. 청소하지 않아도 되니 많은 곰 농장에서는 뜬장을 사용했고, 연천농장의 곰들 역시 뜬장에서 살았다. ↑ 곰주옥의 집이었던 연천농장 모습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연천농장에 대해 궁금해하는 나에게 최태규 대표(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연천농장에는 한때 50에서 60개체의 곰이 있었으나 그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고 했다. 윤주옥:60개체에서 30개체에서 다시 10여 개체, 이렇게 줄어든 거네요.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최태규:도살이라고 봐야죠. (2026년 2월 25일 최태규 대표와의 대화) 연천농장의 곰들은 웅담 채취용 곰이었으니, ‘도살’이라는 답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이며, 국제적으로도 거래가 안 되는 보호종인 곰을 쓸개 때문에 ‘도살’했다는 사실은, 참 낯설고 놀라운 일이다. 곰주옥의 부모는 히말라야 아종으로 한반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에 의해 한국으로 옮겨졌고, 그 자손들은 철창 안에서 태어나 나이 들었다. 연천농장에서 태어난 곰주옥은 지리산으로 내려오기 전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1980년대 한국의 곰 사육 산업으로 수입된 곰들은 각 농장에서 번식을 통해 개체 수를 늘려왔다. 연천농장의 곰들 역시 그러한 증식 과정을 통해 태어난 2세대 또는 그 이후 세대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사육곰 중성화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천농장에 남아 있던 곰들은 적어도 10살 이상이다. ↑ 연천농장 뜬장 안의 곰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에 의하면, 연천농장 농장주는 오랫동안 다양한 동물을 키워온 사람이라고 한다. 곰뿐 아니라 사슴, 새, 오소리 등 여러 동물을 키웠다. 동물을 좋아했기에 시작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좋아함’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가두어 키우는 방식이었다. 새끼가 태어나면 먹이를 주며 몸집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고, 그것이 이윤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곰들은 숲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지 못했고, 뜬장에서 먹이를 받아먹으며 살았다. 그 삶은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들은 도토리를 좋아한다. 산을 열심히 돌아다니면 달달한 다래를 먹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야생 벌집을 발견한다면 달콤한 꿀을 먹는 행운도 만날 수도 있다. “ASF 돼지열병 때문에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농장에서 개사료를 주는데, 예전에는 식당이나 군대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가져와서 먹이는 경우들이 많았어요. 짬밥을 주면 농장이 굉장히 지저분해지고 철창 틈에 음식물 찌꺼기가 꽉 끼고 밑에도 더러워요. 연천농장도 그런 곳이었어요.” (2026년 2월 25일 최태규 대표 면담) ↑ 뜬장 안은 음식물과 똥이 뒤범벅되어 곰팡이가 피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그렇다면 연천농장의 곰들은 어떤 이유로 우리나라 최초 공립 생추어리인 ‘구례 곰 마루쉼터’로 들어오게 되었을까? 사육곰 산업은 이미 끝을 향해 가고 있었고,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산업이었다. 법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 농장주들은 더 이상 곰을 통해 이전과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연천농장 농장주는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들이 제시한 1개체 당 5백만 원을 선택했고, 그 선택 덕분에 곰주옥은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윤주옥:연천에 있던 곰들이 지리산까지는 어떻게 이사, 아니 이동했나요? 최태규:마취해서 철로 된 운송 케이지에 넣어 트럭으로 옮깁니다. 동물의 입장에서는 ‘이사’라기보다 ‘납치’에 가깝죠.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낯선 공간이었으니까요. 탈출하려고 시도하고,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죽은 개체도 있고요. 윤주옥:여기(구례 곰 마루쉼터)가 더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공포였다는 거네요. 최태규:도착해서 한동안은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농장에서는 열악해도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에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위험하게 느껴지니까요. 윤주옥:여기 온 곰들이 간이방사장으로 나가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최태규:철창만 밟고 살다가 흙바닥을 처음 밟으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바뀐 곳의 환경이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과정입니다. (2026년 2월 25일 최태규 대표와의 대화) ↑ 밖을 바라보는 연천농장 철창 안의 곰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곰들에게 ‘이사’는 인간이 이해하는 의미의 이동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이동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이동이며, 깨어났을 때는 자신이 평생을 살아온 공간과 완전히 단절된 낯선 세계에 놓이게 된다. 비록 더 넓고 나은 환경으로 옮겨진다 하더라도, 곰의 몸과 감각은 그것을 즉시 위험으로 인식한다. 곰들에게 이사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기보다, 몸이 기억해 온 세계로부터 갑작스럽게 분리되는 경험이며, 이후의 적응 과정은 오랜 시간 축적된 감각과 기억을 다시 배우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스스로 결정하여 지리산으로 내려왔다. 반면 곰주옥은 옮겨졌다. 나는 여러 복잡한 감정을 품고 이곳으로 왔지만, 곰주옥은 마취된 몸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산 아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곰주옥에게 지리산은, 처음으로 흙을 밟은 곳이다. 활동가인 나에게 지리산은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곳만이 아니라 농사를 짓고, 된장과 김치를 담고, 장작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밥을 나누는 곳이다. 이 모든 일들은 사람들과 함께 할 때에만 비로소 힘이 난다. ↑ ‘협동농장 땅없는사람들’로 모인 사람들은 구례에 있는 한겨레숲에서 농사를 지었다 ↑ 지리산사람들 회원들은 된장계, 김장계, 오미자계 등으로 모여 일상을 함께 했다 ↑ 구례 사람들은 초겨울이 되면 ‘햇살 가득 장작 나누기’를 통해 만든 장작을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전달했다 ↑ ‘공간협동조합 째깐한 다락방’은 아침밥을 못 먹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에게 주먹밥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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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인 03-26 13:46
[소식] 도법스님이 제안하는 삶의 전환 · 문명 전환의 여정 "시민붓다학림1기"
도법스님이 제안하는 삶의 전환 · 문명 전환의 여정 모시는 글 깨달음이 삶이 되는 길을 찾아온 여정 도법스님은 개인의 깨달음에 머무는 불교를 넘어, 일상의 삶과 사회 속에서 깨달음의 길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묻고 실험해 온 수행자입니다. 제도권 종교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삶과 갈등의 현장으로 들어가 지혜와 자비가 관계와 삶의 방식으로 살아날 수 있는 길을 찾아왔습니다. 도법스님은 불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발걸음으로 30 여 년 전, 불교귀농학교와 실상사 귀농학교를 우리 사회에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귀농 공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삶을 전환하는 길을 만나고, 마을공동체의 삶을 만들어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시민붓다학림은 이러한 귀농학교의 여정을 잇는, 도법스님이 우리 사회에 제안하는 두 번째 발걸음입니다. 지혜와 자비가 교리 속에 머물지 않고, 관계와 삶의 방식으로 살아나는 길, 이웃과 더불어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 — 그것이 시민붓다학림이 걸어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지금 이 시대, 왜 시민붓다학림인가 지금 많은 사람들은 삶의 방향을 다시 묻고 있습니다. 관계의 변화, AI와 급격한 사회 변화 , 은퇴 이후의 삶, 사회 진출이 막막한 청년의 삶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길을 찾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함께 묻고, 함께 답을 찾고, 함께 실천하는, 배움과 우정의 공동체로 시민붓다학림을 제안합니다. 자세한 일정 및 정보 안내 링크 https://siminbudda-gakrim-f97cioj.gamma.site/ 대안문화웹진 <지리산인> -
지리산인 03-26 13:42
[소식] 제22회 지리산쌀롱 "자본의 바깥 북토크 : 마을공동체와 커먼즈 금융"
1. 일시 2026년 4월 10일 (금) 저녁 7시~9시 2. 장소 지리산문화공간 토닥 (남원시 산내면 대정길 127) 3. 초대손님 김지음 (<자본의 바깥> 저자, 빈고 활동가) : 2008년 해방촌 주거공동체 빈집의 시작을 함께했고 이후 협동조합 빈가게, 카페 해방촌, 해방촌연구소, 자전거메신저 등을 하며 빈마을을 이루어 함께 살았다. 2010년 빈고를 함께 만들고 현재까지 주로 재정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2019년 공유주거협동조합과 빈땅조합을 함께 만들고, 충남 홍성에 공유주택 키키를 함께 짓고 살고 있다. 면 단위의 공유지를 만드는 공유지협동조합을 준비하며 마을활력소에서 일하고 있다. 《오래된 습관 복잡한반성 2》, 《자전거,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는 아홉 가지 매력》의 공저자로 참여했다. 4. 참가 신청 - 온라인 페이지 신청 https://forms.gle/bCD8qCcEJTG1UeW67 참가비는 없습니다. 대신 잊지 마시고 당일에 꼭 토닥에서 만나요! 5. 문의 010.5154.0048 지리산이음 (누리) 자본의 바깥 : 커먼즈은행 빈고의 탈자본 금융생활 탐구 김지음(글) | 힐데와소피 | 2025-12-01 “은행은 건드릴 수 없는 철옹성인가?은행이 계약의 집적이라면 계약 자체를 변경하면 어떨까?우리는 새로운 은행을 만들고, 새로운 계약을 만들어 간다.다시 말해, 은행을 조금씩 옮겨오는 것이다.” 자본의 세상에 균열을 내는 커먼즈은행 빈고의금융 실험과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인 사양(辭讓)의 경제학!우리는 이렇게 모여서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 고병권, 하승우, 한디디 추천! “가설이 아니라 실증이다. (…) 읽는 것에 머물 수가 없다. 당장 이야기를 나누고 실천하고 싶어진다.”/고병권“‘평범하지만 위대한 공유자’가 되려는 치열한 실천 (…)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가 되려는 책” /하승우“(빈고는) 세계는 우리가 짓는 것이라고 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세계-짓기에 초대한다.” /한디디 (출판사 제공 책 소개로부터) 대안문화웹진 <지리산인> -
지리산인 03-18 15:51
[소식] 송만규 화백 전시회 "완산의 봄, 사유하는 강"
[소식] 송만규 화백 전시회 "완산의 봄, 사유하는 강" 대안문화 웹진 <지리산인>에 아름다운 그림을 보내 주신 송만규 화백님의 전시회가 있어서 소식 전합니다. 2026년 3월 18일 ~ 4월 30일, 전주시 곤지산 4길 12 완산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4월 18일 토요일에는 송만규 작가와의 만남 자리도 있으니, 많은 분 오셔서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가시기를 바랍니다. 지리산인 -
지리산인 03-18 15:47
[소식] 세월호 참사 12주기, 영화 "주희에게" 무료 상영회 in 함양
[소식] 세월호 참사 12주기, 영화 "주희에게" 무료 상영회 in 함양 2026년 4월 15일 수요일 저녁 6시 함양문화예술회관 소강당 더 이상 아픈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부디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함양 소식 전합니다. 지리산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