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6-06(토)

NEWS ON AIR

처녀치마 꽃 피운 숲에게도
문화예술 06-02 14:41
백서른아홉 번째 304 낭독회
고을이야기 06-02 13:36
지리산의 옹달샘, 설산습지에서 만난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 대표
사람이야기 06-01 19:09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보리고개 넘는 소만
기획 05-27 21:45
반달곰친구들과 함께 하는 올무수거
자연생태 05-27 12:48
사진으로 만나는 지리산 옛모습 - 우두성 선생님의 지리산 이야기 6
사람이야기 05-26 09:30
구례 군민 10,000가구가 10원씩 모아 만든 기적 : 지리산 국립공원의 탄생 / 장터목 고사목의 비밀 - 우두성 선생님의 지리산 이야기 5
사람이야기 05-24 09:26
[곰주옥 X 인간주옥] ④ 주옥들의 하루
기획 05-20 21:40
죽어가는 구상나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연생태 05-20 20:55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10] 적당한 에너지 소비를
사람이야기 05-20 20:36
응원 받고 싶은 지친 영혼들에게 위로를
문화예술 05-19 12:00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어린이날과 맞아떨어지는 입하
기획 05-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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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민 06-01 19:09

    지리산의 옹달샘, 설산습지에서 만난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 대표

    지리산의 푸른 품 속에 숨겨진 보석, '설산 습지'를 아시나요? ???? 우리나라 국토의 단 0.01%밖에 되지 않는 귀한 산지 습지이자, 목마른 야생동물들이 찾아와 목을 축이고 수많은 생명이 산란하는 지리산의 소중한 옹달샘, 설산 습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학교 교실을 벗어나 자연이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온몸으로 호흡하며 생태 놀이를 이끌어가는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 대표님과의 깊이 있는 인터뷰! 삵과 담비가 뛰놀고 섬휘파람새 소리가 지저귀는 설산 습지의 특별한 이야기부터, 지리산의 자연을 진정으로 느끼고 보호하기 위한 올바른 탐방 에티켓, 그리고 지역 어린이들을 '어린이 해설사'로 키워내는 감동적인 활동 이야기까지 지금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00:00 인트로 00:30 설산습지를 만나는 방법 01:52 대한민국 0.01%의 귀한 보물, 산지 습지 02:46 물이 많은 산 지리산, 10곳의 규모 있는 습지들 03:25 야생동물들의 옹달샘, 생명을 품은 습지 05:25 삵부터 문수조릿대까지, 설산 습지의 생명들 07:55 "조용히 쉬어가는 공간으로" 설산 습지 탐방 에티켓 09:32 어린이 해설사와 함께 '동정호 생물다양성의 날' 12:11 하동의 자연을 사랑하는 하동생태해설사회 자연을 사랑하고 지키는 가장 아름다운 발걸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리산사람들TV #많은_관심_부탁드립니다 #설산습지 #지리산국립공원 #산지습지 #하동생태해설사회 #정명희대표 #생태해설 #지리산습지 #생물다양성 #동정호 #어린이해설사 #생태교육 #환경보호 #지리산여행 #하동여행 #자연다큐키는 가장 아름다운 발걸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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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촉 05-27 12:48

    반달곰친구들과 함께 하는 올무수거

    올무수거 생초보의 하루 마지막 월요일 오후 (사)반달곰친구들과 함께 올무수거를 위해 함양 서하마을로 향한다. 짐이 될지 모르는 나는 올무수거에 관한 한 초보자다. 산에서 동물길을 더듬고 숲을 익힌다. 반달곰친구들과 함께 서하마을 산 왼쪽으로 잡목숲을 훑어간다. 잡목숲은 야생동물의 은밀한 숨구멍이자 복잡한 생태계의 결이라고 한다. 그 길은 가보지 않은 숲이다.바스락대는 숲의 호흡 따라 바스락거리며 약초 길에 들어 숨을 돌린다. 오른쪽에서 “찾았어요!” 외치는 소리. 따끔거리는 등을 타고 옷 소매에서 부러진 가지 하나가 나온다. 동물길에 불법 침입하다 들킨 기분이랄까? 순간 고요로 가슴이 철렁하다. 홀로 떨어진 적막을 지우려는 듯 새소리가 청량하다. 나뭇가지에 걸려있다는 올무. 올무를 놓은 주민과 올무를 찾는 우리 사이 파헤친 흙이 옴팍한 터를 보니 동물들이 목욕하고 지나갔구나. 기후변화로 인해 무너져가는 생태계, 먹이를 찾아 야생동물이 마을로 내려오고 주민은 피해를 막기 위해 올무를 설치해야 하는 악순환을 지속하고 있다. 올무 설치는 불법 포획이다. 올무 등 불법 도구의 피해와 죽음 없이 자연과 하나 되는 야생동물, 반달곰을 그려본다. 문득 사육되던 농장에서, 문수사에 살던 곰이, 구례 곰마루 쉼터에서 야생의 감각을 찾아 산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인가? 올무 4개를 찾았으니 육십령을 넘어 서하마을로 달려간 수확은 있다. 올무 하나는 멧돼지 다리에 걸렸다 끊어진 것이라고 한다, 멧돼지 비명이 산을 타고 서하마을에 울려 퍼졌으리라. 울었으리라. 올무를 설치한 인간의 마음 한쪽에도 울렸으리라. 숲에서 찾은 올무와 함께 돌아가는 길, 나 역시 올무나 덫 한두 개 걸려 살고 있지 않나, 굽이굽이 육십령을 돌아 돌아가면서 길 잃은 동물들, 반달곰이 생각나는 하루, 이제 숲을 헤치고 반복해서 숲을 헤쳐나가면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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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홍현경 05-15 18:20

    종말이 오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종말이 오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에게, 길가의 마거리트(마거렛) 꽃이 주는 햇살 같은 인사를 전합니다. 당신은 문제가 아닙니다, 당신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피어나는 꽃들을 빌려 계속 안부를 묻겠습니다. 지난 4월 22일 구례에서는 지구의 날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2021년부터 해마다 열린 ‘구례 지구의 날 어린이·청소년 기후행동’으로 거리가 시끌벅적했던 지난 해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기후운동을 이어가기로 한 까닭입니다. 지구의 날, 다른 지역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소식을 찾아보다가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구 걱정은 시험 끝나고. 지구의 날 10분 소등도 어려운 캠퍼스>. “대학생들에게는 10분의 소등조차 허락되지 않는 ‘중간고사 기간’의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라며 한 대학생 기자가 지구의 날조차 지구를 생각할 수 없는 캠퍼스 현실을 드러낸 기사였습니다. 이 기사를 읽고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보다 개인 성적 따기에만 몰두한다고 쉽게 혀를 찰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합니다. 그들의 무관심은 지난 2022년 대선 토론회에 나와서 “알이백(RE100)이 뭐죠?”하고 묻던 후보 시절 윤석열 씨의 무책임한 무관심과는 결이 달라 보입니다. 고용 불안, 주거비 부담, 경쟁 압박, 우울, 고립과 은둔 등으로 종말보다 못한 현실을 걱정하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권력도 믿을 구석도 없으니 말입니다. 기후위기라는 재난만큼 청년들의 희망 없는 일상은 우리 사회가 조금씩 쌓아 온 ‘느린 재난’이 된 것 같습니다. 종말을 바라거나, 이미 종말을 살고 있거나 고민실 작가의 단편소설 「쓰나미 오는 날」(『홈가드닝 블루』)에 나오는 인물 유경은 쓰나미가 올 거라는 소문에도 도시를 떠나지 않고 출근합니다. 왜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지 묻는 말에 유경은 “다시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라고 말합니다. 이 사회에서, 쓰나미보다 실업이 두려운 자들은 유경만이 아닐 것입니다. 기후재난보다 시험이 두려운 아이들처럼요. “기후위기로 학교 문 닫으면 시험 안 봐도 되겠지?” 우연히 들은 고등학생 청소년들의 대화였습니다. 이들의 어깨에는 지구보다도 무거운 짐이 들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선 기후위기를 시험 문제로 내는 ‘기후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2025년 8월에 열린 제2회 기후수능의 점수와 1등 학생에 대한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환경 과목이 거의 외면받고, 환경을 담당하는 교사 또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환경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최 측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들고 나온 대안이 또 다른 시험이고 줄 세우기라니…. 기후수능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면, 아이들 입에서 “기후위기로 다 한꺼번에 죽으면 시험은 안 봐도 되잖아요.” 같은 말이 안 나올 수 있을까요? 쓰나미보다 실업이 두렵다는 유경이들은 환경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좀 덜 불안해할 수 있을까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할 정도로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2025년 여름 한반도에서 폭우로 사망한 이가 37명이었으며, 같은 해 폭염으로 사망한 이는 19명이었습니다. 한편, 2021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집계한 ‘자살 시도나 자해를 한 학생 수(자살한 학생 포함)’는 하루 평균 19.37명이었습니다. 수치만으로 어떤 죽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후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또 다른 재난이 가려지고 있음을 똑바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혹은 눈감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폐허’가 이미 재난이나 종말이라는 단어보다도 더 끔찍하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요?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을 생태적 전환의 목소리로 말입니다. 종말보다 못한 현실, 각자 풀어야 할 과제로 남기지 말아야 지구의 날에 열린 한 토론회에선 청년들의 ‘기후 우울’을 주목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우울감이나 무기력함, 생태적 상실감에 시달리는 청년이 늘어난 현실을 사회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누군가에게 기후 위기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의 위협으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불안을 만드는 방식을 가져와 불안을 잠재우겠다고 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라, 좋은 직장에 가라, 돈 많이 벌어라, 같은 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꼬드깁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방법은 오직 재난뿐이라는 생각에 재난이 오기를 갈망하는 청소년·청년들, 현실이 재난보다 더 무서워서 재난에는 무감해진 무수한 유경이들 그리고 기후위기 불안에 시달려 우울한 청년들이 ‘지금 우리 옆에’ 있습니다. 이것 또한 재난입니다. 각자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게다가, 이미 재난을 겪고 있는 무리에 인간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 뜨거워진 물속의 물살이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나무 같은 생명도 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나의 역사와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폐허를 우리는 어떻게 계속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20년 『살자편지』 『벗자편지』 책들을 기획할 때, 독자에게 이런 물음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똑똑한 소비자와 과학자가 정말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럼 그 뒤엔? 빈곤과 양극화, 각종 차별과 혐오, 지나친 경쟁과 열등의식, 한계를 모르는 성장 사회의 삶은 기후위기만큼 무서운 일상 아닌가?” 우리 사회가 느린 재난을 만들어 온 방식들을 의심해 보면 어떨까요. 왜 누군가의 일상이 종말보다 끔찍해졌는지 돌아보면 어떨까요. 저는 자꾸 까먹어요. 그래서 동료 지구인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우리 옆의 폐허와 저 너머의 폐허를, 그리고 인간 언어를 말할 수 없는 자들의 폐허를 못 본 척하지 않게 도와주세요. 글쓴이 : 문홍현경 독립출판사 니은기역 이끄미, <자기 씨앗대로 산다> 지은이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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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환 05-27 21:45

    [안철환의 절기 이야기] 보리고개 넘는 소만

    음력 4월에 드는 소만은 4월을 사巳월답게 해주는 절기일 겁니다. 巳월의 상징인 뱀의 기운은 불 화火인데 음적인 화, 곧 음화입니다. 음화는 차가운 불이 아니라 서서히 올라오는 불이라 해야 합니다. 봄의 시작은 양의 호랑이 기운으로 계란의 껍질을 깨듯 땅을 쩍 갈라 시작되지만, 여름은 뱀처럼 스멀스멀 시작됩니다. 이미 봄에서 따뜻한 기운이 쌓여 여름이 시작되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소만의 소小는 작다는 뜻이 아니라 부사로서 서서히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거지요. 음 기운의 극인 겨울에서 봄은 양의 시작이라 겨울을 박차고 나와야 하니 그 모습도 양답다면, 여름은 봄과 같은 양의 계열이라 봄을 박차고 나오기보다 봄의 양 기운이 쌓여 서서히 시작되는 게 자연스럽죠. 올 봄은 봄스럽지 않게 겨울의 여운이 끈질기게 남아 있다가 별안간 여름 더위가 곡우 전에 잠깐 나타나더니 다시 꽃샘추위가 반복되었어요. 그리고 소만 되기 5일 전부터 비로소 더워지대요. 소만 전날인 어제는 낮부터 비가 밤새 내리더니 오늘까지 가랑비를 흩뿌렸네요. 그 참에 더위도 누그러지고 가문 날씨도 해갈을 시켜주면서 여름은 스멀스멀 우리 곁으로 기어 오는 것 같습니다. 소만에 서서히 들어오는 더위보다 더 힘들게 했던 게 있으니 바로 보리고개입니다. 지난 해 곳간에 모아 둔 곡식은 떨어지고 새로 먹을 보리는 익으려면 한달을 기다려야 하는 고개입니다. 그럼 무얼 먹고 힘든 고개를 넘어야 할까요? 맞습니다. 이때 먹을 수 있는 건 풀떼기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초봄에 많이 올라 온 냉이 같은 생풀들은 꽃피고 독이 올라 먹을 게 많지 않지요. 이를 대비해 나물을 데쳐 말려서 두고두고 먹습니다. 묵나물이라 하고 건나물이라고도 하죠. 독이 오른 쑥 같은 풀은 푹 데쳐 독을 빼고 쌀이나 밀가루로 쑥개떡, 쑥버무리를 해먹습니다. 초근목피라고 들어봤을 겁니다. 소나무의 부드러운 속 껍질(송기)을 벗겨 다져서 쌀과 섞어 죽을 쑤어먹거나 떡을 해먹기도 했죠. 하다못해 솔잎으로 김치도 담가 먹었다 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비참해 보이기도 할겁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뒤돌아보니 그런 굶주림을 버티게 해준 구황먹거리들이 다 영양식이라는 게 역설입니다. 풀이야 그럴 수 있다손 쳐도 나무껍질이 어떻게 영양식이냐고 따질 겁니다. 그런데 아무 껍질이나 다 먹는 게 아니고 좀 전 소개한 소나무 속껍질 송기는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 제거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솔잎 김치도 비타민과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했다네요. 그래도 보리고개 때 대표적인 구황식물은 역시 곤드레일겁니다. 고려엉겅퀴라고도 하는 곤드레를 밥처럼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맛이 없어서가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맛 있으면 곧 물려 오래 못 먹잖아요. 나물 맛보단 양념 맛으로 먹는 게 요즘 식당의 곤드레밥일텐데요, 옛날엔 맛있는 양념은커녕 보리밥 한숟갈, 된장 한숟갈에 보이는 건 순 곤드레뿐이었답니다. 자극적인 맛은 없어도 구수한 맛에 담백해 물리지 않기도 했거니와 채소 중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밥처럼 먹기에 손색이 없었다는 거죠. 저희는 밥으로 먹기보다 나물로 묻혀 먹거나 쌈으로 먹는 걸 즐기는데 아삭한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토종씨앗도 수집하고 옛날 농법도 배우려고 시골 할머니들 찾아 다닐 때 한분이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여름은 거지처럼 나고 겨울은 임금처럼 나야 한다고 말이죠. 다르게 말하면 여름엔 풀떼기나 거친 보리밥을 먹어야 더위를 버틸 수 있고 겨울엔 찰지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야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는 거죠. 곰곰 생각해보니 베트남 같은 열대지역의 사람들은 작고 마른 체질이라면 모스크바나 북서유럽 사람들은 덩치도 크고 뚱뚱한 사람들이 많은 게 떠오르더만요. 더위와 추위를 이기는 전략이었을겁니다. 한번은 시베리아 도시로 유명한 러시아 이르쿠츠크라는 도시를 가봤는데 공원의 참새들이 뚱뚱한 거에요. 겨울이 춥고 긴 지역에 먹을 게 뭐 많다고 참새들이 뚱뚱할까요? 맞습니다. 먹을 게 많아서라기보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전략인거죠. 계절 구분 없이 찰지고 기름진 음식들만 먹는 요즘 세태가 아쉽기만 합니다. 고기를 일상적으로 먹는 것도 그렇구요, 하다못해 떡도 죄다 찰떡이에요. 고실고실한 메떡이 사라졌어요. 예전엔 겨울밤에나 찹쌀 떡 장수가 있었잖아요. 여름에 먹는 음식이 아니라는 거죠. 조선시대 임금 중에 풀떼기와 보리밥 즐겨 먹은 분이 있었는데 누굴까요? 바로 영조대왕입니다. 그래서 오래 장수했을 것으로 보지요. 대부분의 임금들이 단명한 이유 중엔 부드럽고 고소한 음식 위주의 식습관이 커요. 예를들면 왕들은 된장을 먹지 않았답니다. 엑기스 간장만 먹었지 된장은 찌꺼기로 본 겁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세종대왕님은 사실 고기 중독자였어요. 결국 당뇨로 돌아가셨지요. 영조는 풀떼기와 보리밥이 백성들의 천한 밥상이 아니라 지혜로운 건강 밥상이란 걸 어릴 때부터 알았을 겁니다.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맞습니다. 천하디 천한 무수리 궁녀 어머니였겠지요. 근데 제가 더 주목하는 건 영조시대는 할아버지 왕이었던 현종부터 기후위기로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는 사실입니다. 1670 경술년 1671 신해년 2년에 걸쳐 이른바 경신대기근이 발생해 자그마치 100만명이나 굶어죽은 무서운 가뭄이 들이닥친 거에요. 당시는 소빙하기라 해서 추위와 가뭄, 역병 등으로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난리였습니다. 이 난국을 영조는 풀과 보리밥으로 이겨내려 한 셈입니다. 말하자면 근검절약 문화를 퍼뜨리고 몸소 실천한 것이죠. 대표적인 게 강력한 금주정책이었고 농사에선 물 없으면 안되는 벼 모내기를 금하고 직파를 권장한 겁니다.(ebs 역사채널e, 조선 모내기를 금하다) 모내기 방법은 수확량도 높고 제초도 손쉬우며 보리와 이모작이 가능한 선진농법이었지만 가뭄이 들면 한방에 망해버릴 위험한 방법이기도 했거든요. 기후위기 시대에 이른바 물 없이 농사짓는 한전旱田농법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서양이나 일본은 기후위기를 제국주의로 극복하려 한 면이 있다고 저는 봅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위기를 극복하는 거죠. 반면 우리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순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 것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결국은 실패했지만 자체적으로 극복하기 전에 외적이 쳐들어 온 거에요. 어쨌든 기후위기를 대처할 지혜를 보리고개를 힘겹게 넘었던 조상들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황하게 말씀드렸음을 양해 바랍니다. 다만 물 의존도가 너무 높고 외부의 석유화학 자재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지금의 농법은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자 함입니다. 올 봄은 늦은 음력으로 추위가 지속하여 저는 모든 지 늦게 심었습니다. 이제야 상추, 배추를 먹을 수 있고 고추 가지는 아직 모낼만큼 자라지 않아 직파도 병행하고 있지요. 다만 다년생 나물을 많이 심어 3월부터 밥상에 나물이 끊이지 않는 호사를 누리고 있네요. 굳이 심지 않더라도 야생 나물은 좀만 주위를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도 있습니다. 농사와 채집을 병행했던 우리의 전통 농경문화를 되살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을 쓴 안철환 선생은 온순환협동조합, 전통농업연구소 대표이고 경기도 안산에서 ‘산림생태텃밭 먹거리숲 농장’을 운영한다. 남은 음식물과 똥오줌, 커피 찌꺼기를 받아 직접 거름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 토종 종자와 전통 농업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25년 전, 처음으로 심은 배추 씨가 3일 만에 싹 트는 걸 보고 ‘씨 안에 누가 있었구나!’ 깨닫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배추는 단순히 물질적인 먹을거리가 아니라 나와 별 차이 없는 생명이며, 그래서 먹는다는 것은 생명을 먹고, 생명과 소통하고, 생명과 하나 되는 일이라고 믿는다. 쓴 책으로 《시골똥 서울똥》(2009), 《24절기와 농부의 달력》(2011), 《호미 한자루 농법》(2016), 《토종농법의 시작》(2020)이 있고, 옮긴 책으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2004)이 있다. * 대문사진 : 필자의 보리고개를 넘게 해준 고마운 곤드레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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