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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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4)
    지하수의 형성 그림의 파란색과 갈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는 달리, 지하수는 땅속의 동굴에 물이 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하수는 바위 속의 자잘한 공극을 채우고 있는 물입니다. 개미도 살수 없는 아주 조그만 동굴에 채워져 있는 물이라고나 할까요.깊은 땅 속에는 암반의 모든 공극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는 장소가 있습니다. 이렇게 물로 포화된 상태의 지층을 ‘대수층’이라고 부릅니다. 이 대수층은 지형과 어느정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산 아래의 대수층은 산의 모양으로 살짝 솟아 있습니다. 지표면에 있는 물과는 달리, 지하수는 암석의 조그만 결정 사이사이로 흐르기 때문에,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바위들도 성질이 저마다 달라서, 공극이 거의 없어서 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바위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하에서는 물이 욕조나 바다처럼 완전히 평평하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대수층의 압력 때문에 강물보다 높은 지표면에서 샘물이 솟아오르게 됩니다. 대수층은 사막에도 존재합니다. 다만 아주 깊은 곳에 있을 뿐이죠. 이 대수층을 발견해서 개발하면, 사막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땅속 깊은 곳의 저수지인 셈입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사막이기에 오래전부터 화석수로 농사를 지어왔어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깊은 뿌리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캘리포니아 화석수도 지나친 채수로 인해 고갈 현상이 나타난지가 꽤 되었습니다. 지리산에는 지하수가 얼마나 있고, 얼마만큼 쓸 수 있을까요? 지금 지하수가 충분할까요? 전문가들은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지질학 조사를 하고, 땅에 구멍을 뚫어야 하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대수층의 깊이와 지하수의 전체 부존량을 알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유대수층(비피압대수층)의 높이를 알기는 매우 쉽습니다. 근처 강물의 수위와 같기 때문입니다. 지하수는 샘물과 강물의 지속적인 공급원입니다. 비가 온 지 한참 되었는데도 계곡과 강에 계속해서 물이 흘러가는 것은 지하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상류에 댐이나 보가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몇 년 전부터 강물이 줄어들어 수위가 내려갔다면, 이것은 지하수가 줄어들었다는 증거입니다. 수백년간 일정한 양의 물이 저절로 솟아나온 마을의 참샘이 마르는 것도 지하수 고갈의 지표입니다. 이때 고갈이란, 대수층이라는 컵이 완전히 비워졌다는 뜻이 아니라, 수천년간 유지되어 오던 눈금 아래로 내려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지표면과 가까운 얕은 관정(자유대수층 우물)을 이용하고 있는 주민의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눈뜨고 코베인 오래된 산골 마을들은 산의 압력에 의해 지하수가 저절로 땅위로 솟아오르는 참샘(피압대수층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음) 주위로 형성되었습니다. ㈜지리산산청샘물과 LK샘물이 위치한 삼장면 덕교마을의 참샘은 몇 년 전부터 전혀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덕교와 상류의 마을에서는 가정용, 농업용 관정에 물이 나오지 않거나 흙탕물이 나오고, 계곡물이 말라서 생활용수가 없어지는 등 지하수 고갈로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삼장 주민 장씨의 아내는 생수공장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었는데, 공장의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집에 일찍 돌아오는 날이면 자택의 관정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생수공장에서 퇴사한 후에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장씨 뿐 아니라, 여러 주민들의 가정용, 농업용 관정에서 흙탕물이 나와서 세탁기와 펌프 모터가 파손되었습니다. 생수공장과 환경영향조사 업체는 “마을의 지하수고갈과 생수공장의 취수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청샘물의 관정은 깊이 300미터의 심층 암반수이고,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깊어봤자 70~100m 밖에 되지 않는 표층수이기 때문에, 다른 물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3일 간 생수공장에서 상당량을 취수하면서 동시에 주민 관정 4곳의 수위 변화를 살폈을 때, 별다른 변화가 없더라는 검사 결과가 있습니다. 생수공장의 주장은 지하 100m와 300m사이 어딘가에 불투수층이 폭넓게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가정은 검사에 의해 증명된 것처럼 보이죠. 과연 그럴까요? 검사 과정에서, ㈜지리산산청샘물은 주민 장씨의 집을 찾아와 영향을 조사 하기 위해 카메라 검층을 하겠다고 크레인으로 무리하게 펌프 모터를 빼내었고, 그 과정에서 관정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관이 파손되었기 때문에 흙탕물이 쏟아져 나와 제대로 된 검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산청샘물은 주민 관정 파손에 대한 피해보상조차 하지 않았고, 검사결과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하며, 지하수증량반대운동을 하는 주민 4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혐의없음 처리가 되었지만, 장씨의 관정은 부서진 채 그대로 있습니다. 정말로 영향이 나타난 관정 1곳은 증거 인멸이 된 것이죠. *지리산 지하수 이야기 5 -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에서 계속됩니다.
    • 고을이야기
    • 산청
    2026-04-22
  • 가사가 너무 슬프네
    ■ 2026 지리산에서 보내는 편지 5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 아내가 아픈지 벌써 3년째다. 다행히 열흘에 한 번 통원 치료하며 병을 어느 정도 관리,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날씨가 좀 풀리니 아내는 걷기운동도 하고 봄나물도 캐면서 봄기운을 받아낸다. 나도 밭에 퇴비를 넣고 뒤집어 고르며 텃밭일을 시작했다. 감자와 생강을 심고 상추, 케일, 청경채, 아옥, 쑥갓.. 등 모종들을 시장에서 사와 심었다. 고장 난 외등도 고치고 마사토를 1톤 트럭 분 들여와 패인 잔디밭에 고루 뿌렸다. 집안일은 하다 보면 끝이 없다더니 과연 그랬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많이 달라진 일상 현실에 잘 맞춰 살고는 있으나 언뜻언뜻 어떤 결핍감에 시달리곤 한다. 누구나 그렇듯 갇힌 듯 사는 시간과 공간 아니냐고 달래보지만 크게 위안이 되지는 않는다. 오늘, 의사는 마냥 수혈에만 의지할 수는 없게 되니 골수 이식에 대비해서 대상자를 찾는 등 준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그래, 지금까지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싶다. 20대 청춘에 만나 함께 살아온 날이 얼만데 이제야 부부의 깊은 정이라는 게 무언지 느끼게 해주는 날들이다. 같이 외출할 읍내의 오일장을 기다리는 하찮은 일상마저 사소한 기쁨으로 오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날이니 그렇다. 전에는 아내를 시에 올리는 일을 꺼렸었는데 요즘은 아내를 대상으로 쓴 시가 많아졌다. 예전 같은 마음에 걸림이 없어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 삶의 중심으로 깊게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와 관련된 시 2편을 첨부한다. ======================================= 가사가 너무 슬프네 아내를 태우고 화순 암센터 다녀오는 길 가로수 화려한 나무들은 바람에 꽃잎을 날리고 옆자리에서 아내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끊어질 듯 가녀린 노래가 가까스로 이어지는데 ..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겨우 한 소절 중얼거리더니 가사가 너무 슬프네, 하며 몸을 차창 쪽으로 뒤척이더니 말이 없다. 아마 아내는 눈시울이 조금 붉어졌을 것이다. 모처럼 밖으로 드러낸 아내의 마음에 나는 피할 수 없는 과녁이 되어 깊고 선명하게 박히는 화살 하나를 받아냈다. 누군가의 안으로부터 농축된 오랜 슬픔이 새어나 올 때 사람이 지극히 사랑스러워진다는 것을 알았다. 목까지 차오른 심정心情으로 차를 세우고 안아주고 싶었는데 차창을 스치는 가로수처럼 일상은 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간다. 사는 일의 무상無常함이야 일러 무엇하랴 어느새 두텁나루숲이 가까웠나 차창에 지리산 자락들이 가득 차 있고 저무는 빛들이 능선에 걸려 있다. --------------------------------- 아슬아슬한 세월 그렇게 사랑을 얻고 또 여읜다. 화려한 세상에 눈멀어 한세상 꿈속을 살며 사랑도 하며 꿈의 실상實相을 짐작해 보건만 서투른 사랑은 늘 구름처럼, 구름의 그림자처럼 시시각각 변하며 흩어지고 그렇게 형해形骸도 없이 사라지는 사랑이다. 사람들은 그래도 그 사랑에 대한 기억 하나로 아슬아슬한 세월을 건너고 그렇게 사랑을 얻고 또 여읜다.
    • 문화예술
    • 지리산 편지
    2026-04-22
  • 미안한 일
    미안한 일 이상국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인으로 살며 언제부턴가 세상은 자꾸 넓어지고 나는 작아져서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 어느 해 겨울 밤 아들의 주머니 속 손을 뜨겁게 잡고 마을 길을 걸으며 아버지는 가진 게 시밖에 없으니 너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지 지금 생각하면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시에게도 미안한 일이었다 ======================================================== 시인으로 사는 일이 그렇다. 스스로 간절히 원해서 하는 일이지만 일용할 양식을 제대로 물어오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가난은 나의 문제지 시의 문제가 아니어서 시에게도 미안하다. 시인이라는 존재로 사는 일만이겠는가. 세상에 태어나 무엇으로 산들 그게 가난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엇으로 산다는 것, 무엇이 된다는 것을 늘 돈의 문제로 경제의 문제로만 규정짓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사느냐’라는 삶의 문제일 뿐이다. 돈의 문제는 알다시피 삶의 문제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삶의 근원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삶은 내 인생을 창조하고 발명하는 일이지만 돈에 끌려다니는 삶은 나를 잃는 삶일 뿐이다.
    • 문화예술
    • 시를 찾아서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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