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2-23(금)

지리산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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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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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2
  • 캐롤재즈에 취해버린 상글의 방구일기
    보석이가 트럼펫 부는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숲 속 흙집에서 함께살이를 시작했던 첫 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던 여름이었다.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리던 빗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보석이의 트럼펫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퍼졌는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숲 속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트럼펫 선율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보석이가 연습을 하는 날이면 우리만의 연주회를 열어주는 것 같아 참 고마웠다. 보석이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같이 산 덕분에 귀가 참 호강했었다. 아쉽게도 구례로 이사온 이후에는 보석이 트럼펫을 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다. 올해는 종종 연락이 닿으면 마을에 함께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 연습하러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이가 생겼다니 마음이 든든하고 참 기뻤다. 보석이는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데 오랜만에 만난 보석이는 앞으로 음악으로 지리산을 지키는 일에도, 연대가 필요한 현장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다 구례에서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 구례 캄다운파티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재즈공연이 기획되었다! 캄다운파티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마지막으로 시즌 1 영업종료한다는 소식을 전하니 흔쾌히 이 곳으로 장소를 결정해주었다. 캄다운파티는 구례의 유일한 비건카페로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방방곳곳에서 놀러오는 몸과 마음이 배고픈 이들의 평화로운 안식처였기에 모든 이들의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그동안 애써준 양지와 아림에게 헌정하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며 공간을 꾸미고, 다과와 음료를 장만하며 본인들을 더 고생시킨건 안비밀..????)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살래트리오(보석, 한결, 시은)과 옥수수 그리고 캄다운파티를 애정하던 모든 이들이 모여 따뜻한 밤을 보냈다! 연주자도 관객들도 꿈처럼 황홀했던 공연이었다. 수수가 새롭게 쓴 캐롤 노랫말도, 음악도, 공기도, 뱅쇼도, 쿠키도, 조명도, 주고받는 눈빛도, 웃음소리도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던 크리스마스였다. 내가 시골살이를 여전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늘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캄다운파티는 이들을 만나고 새롭게 연결되고, 또 함께 울고 웃는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이상의 따뜻한 연결감이 나를 채워주는 곳이었다. 나로써 온전히 편안하게 있을 수 있고, 환대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구례에 봄이(반려견)도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양지와 아림은 늘 봄이도 반갑게 맞이해준 것이 참 고마웠다. 지리산 운동에도 늘 묵묵히 연대해주고, 달콤한 케이크를 보내주며 후원해주었다. 지역에서 이런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며 공간을 꾸려간다는 것은 곧 지리산을 지켜내는 일이고, 섬진강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수수의 말이 떠오른다. 캄다운파티 시즌이 종료되는 소식은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양지와 아림이 충분한 휴식과 잉여로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양지가 불러준 노랫말처럼, 우리는 흐르는 이 순간을 잘 보내야지.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사진. @fishbowl_e @thdud3190 @nomad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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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3-12-29
  • 지난 11월 목동반 참여한 행아&차라의 방구일기
    <나무에 욕심생긴 차라의 방구일기>오늘은 목동반날이다. 한달에 한번이라 빠지면 더 아쉬운 날이다. 그래서 날씨가 어마무시 추워도 가야한다. 다행히 못난이쌤이 오전부터 나가면 추우니 사무실에서 피피티로 공부하겠다고 하셨다.오전수업은 기가막혔다. 숯에 대해 공부했는데 불과 친해진 인간들이 숯을 알게되고 철기시대로 입문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숯은 우리말로 ‘신성한 힘’이라는 뜻을 가졌다고...그 신성한 힘으로 총을 만들고 그 총을 쥔 자는 초능력자가 된다고 했다. 못난이쌤이 ‘사람이 염력을 쓸 수 있을까요?’라고 하니, ‘염력이 뭔데요~?’라고 질문이 나왔다. ‘움직이게 조종하는거죠.’ 여기저기서 웃었다. 나도 웃으면서 ‘제발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그냥은 못하지만 이게 있으면? 하고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모두 나처럼 충격 먹었을까! 총을 쥔자는 염력을 쓸 수 있다는 것. 총을 들고 ‘일어나’ 하면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우린 이미 몇십키로를 단시간에 이동하는 초능력, 하늘을 나는 초능력, 몇천몇억년이 걸려 자연이 만들어놓은 물길을 몇개월만에 일자로 바꿔버리는 초능력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기가 막히다. 언젠가 출근길에서 순간이동을 간절하게 원한 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마치 개발이 충분히 된 곳에 이거저거를 더 놓는 마음과 같은 욕구라고 느껴졌다.덧붙여 이런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약한 존재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헐크를 조심해야 하는게 아니라 헐크가 다른 존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그러니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숲을 해칠 수 있는 나는 경건해진 마음으로 밥을 먹고 오후에 연기암길을 걸었다. 조심스런 손길로 겨울눈을 만지고 바닥을 잘 보면서 걸었다.나무를 직접 보고 배우면 열정이 오른다. 이게 뭘까요 차라? 하시면 맞추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도 세번째 듣는 수업이 되니 나무 이름들과는 조금 친해졌다. 난생처음듣는 나무들을 폭탄으로 들은 첫날은 내가 잘 들은게 맞나 띠용인 적이 많았는데! 못난이쌤에게 배운 방식에서 내 뇌를 거쳐 나무 특징을 안까무글라고 적어봤다.누워서 자라면 윤노리,마주나기에 가지끝이 잘린듯하면 고로쇠,근육질 서어,얇은 가로 피목에 동글동글 껍질이 벗겨지고 겨울눈이 45도각도로 탁탁탁되어있으면 느티,울렁울렁 사람주,엄마가 아이를 업은 겨울눈은 때죽,겨울눈이 닭발처럼 세개면 나도밤,겨울눈에 잎자루가 있으면 작살,콩모양으로 내려오면 자귀,지리산에 사는대도 모르겠으면 감,시멘트를 바른듯한 수피는 밤,허여멀겅 합다리,세로로 수피가 벗겨지는 푸조,겨울눈이 느티보다 짱크면 올벚,가로피목에 세로로 갈라진다는데 뭔지 모르겠으면 다 산뽕,벌집모양의 가지는 고광...성미가 급해서 섬세한 것을 관찰하는게 도무지 어려웠지만 오늘은 겨울눈도 자세히 보고 특징도 잘 외워졌다. 반복된 학습과 함께하는 분들 덕분일테다. 나무에 대한 멍충미를 발휘하며 웃고 또 웃은 하루다.1월에는 수업을 안하시니 12월에도 빠지지않고 꼭 복습해야지 또 나무를 만나러 가야지! 같이 도시락 나눠먹고 같이 춥고 같이 나무 공부해욤. <목동반 참여한 행아의 시>겨울눈 우리 모두 겨울눈 죽을 때까지 겨울눈작은 것을 오래 보고 있으면 지나친 것들이 비집고 들어 온다미꾸라지가 돌 사이를 지나가는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소ㅑ악-~1시간 동안 다양한 겨울눈을 관찰하면서 그냥 흘려보내버렸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했다겨울눈은 겨울을 나기 위해 꽃과 잎을 피우기 전에 마주 하거나 어긋나게 자리한 아주 작은 몸집들이다문득 나무의 시간과 내 삶의 시간이 같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에스쳐 지나간 생각과 아름다움, 믿는 것들에 대한 믿음의 힘, 좋아하는 마음들을 지치지 않고 흐르는 대로 보듬고 싶다 했다.거의 모든 걸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에도 아주 작은 겨울눈을 지켜내는 나무와 뜨거운 흙의 운동처럼나에겐 나무의 시간과 같이 흐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시를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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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2-11
  • 수달레이스 다녀온 장이의 방구일기
    지리산 코딱지들의 상냥한 안내를 통해 ‘수달레이스’라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양반새라는 탐조모임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뭔가 달리기 경주를 연상시키는 이름이어서 루트를 빨리 달려야하는 것인가(?) 자신이 없어져 재차 물었더니 수달의 생태를 함께 관찰하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신기했다. 우리에겐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져있는 수달을 관찰하다니, 게다가 ‘수달아빠’가 안내해 준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레이스를 기다렸다.레이스를 기다리던 중 불현듯 떠오른 기억. 만나서는 안될 위치에서 우연히 만난 수달들이 떠올랐다. 몇 년 전 나는 엄마와 고군산열도라 불리는 섬 여행을 위해 새만금방조제를 건너고 있었고 사람의 방향을 가로지르며 건너는 한 가족이 있었다. 수달 가족이었다. 엄마로 보이는 수달과 2-3개월령 정도의 고양이 크기의 아기수달이 4-5마리 쯤 엄마를 따랐다. 방조제를 따라 주행하던 모든 차들은 일제히 속도를 줄여 수달 가족의 횡단을 가슴을 쓸어내리며 바라봤다. 길은 안전하게 건넜지만 도로 연석이 문제였다. 엄마수달은 연석을 오르는 방법 알려주려고 거의 부메랑 영상앱처럼 오르내림을 반복했지만 수달아기들에겐 그 높이가 너무 높았다. 야생동물이라 사람이 도와줄 수도 없었고 수달엄마도 어쩐일인지 목덜미를 잡고 끌고가진 않았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만 반복할뿐… 차량정체로 인해 그 자리를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지만 가끔 그 수달 가족은 잘 건넜는지 건넜다면 그 다음엔 어디로 갔을지 궁금하던 차 였다.이후에 나는 귀촌을 해 구례에 정착했고, 비건이 되었고, 수라라는 영화를 보고 울었고 (그때도 그 수달 가족을 떠올렸고), 코딱지들을 포함해 자연과 동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수달레이스를 통해 ‘안타까운 곳’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동네’에 내가 직접 방문해보게 된 것이다. 수달이 사는 곳에 내가 함부로 가도 될까… 수달에게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입장바꿔 생각하면 좀 싫을 것 같기도 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수달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널리 공유하는 것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작은 근거라도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추스렸던 것 같다.과거의 기억과 복잡 미묘했던 감정이 사그러진 후 수달레이스가 시작되었다. 2일에 걸쳐 진행이 되었고 1일차는 수달의 생태에 대해 강의를 듣고 주요 수달 동네를 돌며 위치를 확인했고 2일차 새벽에 본격적인 수달 관찰을 했다. 생각보다 수달의 동네는 아주 가까웠다. 아니 우리의 동네와 다르지 않았다. 여기 이 개울에 이 저수지에 수달이 산다고!? 오, 이런~! 수달, 너를 만나면 나는 무슨 말을 해 줄까? 뭔가 잔뜩 흥분이 되었다. 우리 동네에 ‘수달학원’이 있는데 너랑은 상관없이 수학을 가르치더라… 라는 시시껄렁한 농담도 건네고 싶었다.1일차 탐색 때 수달의 동네 답게 수달의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다. 귀여운 발자국과 분변이었다. 수달아빠가 냄새를 권해 냄새를 맡았다. 똥냄새라기 보다는 국멸치 냄새였다. 신기했다. 오로지 물고기만 편식하는 수달 분변에서만 날 수 있는 냄새라고 한다. 그 다음부터 포인트에 가면 분변 먼저 찾고 냄새를 맡아 보기 시작했다. 멸치냄새가 나면 수달의 것이다.2일차 새벽에는 3-4개 조로 나누어 집중 관찰을 했다. 나는 지난 밤 분변이 많이 쌓여있던 개울의 모래톱을 담당했다. 차안에서 숨을 죽이고 수달을 기다렸지만 여명에 찰랑거리는 물멍에 빠질 뿐 수달이 나타나진 않았다. 수달아빠와 몇 가지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여 관찰했지만 당일 수달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포인트 족족 멸치냄새가 그득한 그들의 귀여운 분변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쉽거나 안타깝지 않았다. 오히려 기뻤다. 잘 살고 있구나. 안심이 되었다. 원래 밥 잘 먹고 똥 잘 싸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지라. 흐흐흐.관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흩어졌던 한 조에서 수달 두 마리를 보았다는 축전을 전달 받았다. 와! 축하드립니다. 무엇을 축하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모두 기뻤고 축하를 건넸다.모두 모두 마음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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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3-12-11
  • 올무수거 다녀온 밤구의 방구일기
    나는 오늘 ’반달곰친구들‘에서 열고 ’지리산사람들‘,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 ’국립공원연구원‘ 등의 단체와 자원활동가가 함께하는 올무 수거 활동에 다녀왔다!올무도 창애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밭 근처 산에 사는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친구들이 밭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덫을 두는 것이라고 한다. 한 번 걸리면 점점 조여오는 올무와 단번에 뼈도 잘라버릴 것 같은 창애를 시작 전 사진으로만 보았는데도 겁이 나서 잔뜩 움츠린 채 돌아다니길 시작했다.생각보다 눈을 부릅 뜨고 찾아야 보인다는 꼬리의 말에 눈에 불을 켠 채 찾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도깨비풀을 잔뜩 묻히면서 활보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져있었다. 다들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 열심히 찾겠거니 싶으면서도 나 혼자 엉뚱한 곳에 와서 길을 잃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혹여 올무를 놓치게 될까 가던 길을 마저 탐색하고 되돌아갔다.올무가 없는 건 주민들이 더이상 두지 않는다는 뜻이니 좋은 일이건만, 찾고싶은 마음에 올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발견했다. 플로깅을 할 때도 쓰레기가 없으면 사람들이 버리지 않으니 좋은 거지만 왠지 허탕친 기분이 들곤 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는 생각을 하며 미끄러운 내리막을 조심히 내려갔다.다행히 나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봄에도 이곳에서 수거활동을 했다고해서 이제 안 두시나보다 하고 안심했지만 집결지엔 올무 5점, 창애 2점, 그리고 농약병 2병이 수거되어 있었다.공들인 작물을 나눌 수 없어 불법임에도 계속 덫을 놓는 농부의 마음은 무슨 마음일까? 올무를 두는 농부, 밭에 내려오는 산 속 친구들, 그리고 올무를 수거하는 우리들. 꼭 이렇게 잔인하게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지, 이 밭과 나무들이 정말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있는 건지, 조금은 슬픈 마음으로 더이상 올무가 놓이지 않길 바라며 활동을 마무리했다.겨울동안 피아골에서 지내게 된 나는 구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참여해야겠다고 당찬 포부를 품었다!! 감사하게도 소식을 전해주시는 선생님과 친절하게 일정을 올려주는 지리산 방랑단 덕에 조금씩 얼굴을 비추는 중이다. 방랑단의 첫 방구일기가 올무수거 활동이던데! 밤구가 방구일기를 쓸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앞으로도 자주 만나요~~~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11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착공식장 앞에서_꼬리의 방구일기
    “저는 단 한번도 이 곳에 케이블카가 지어질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산은 그럴 수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산은 그러면 안되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케이블카 착공식장 안으로 고급 자동차들이 하나 둘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이미 슬퍼지고 있었다. 눈앞의 아름드리 소나무와 멀리 하얗게 빛나는 바위와 아마 그 곳에서 부지런히 겨울나기를 준비할 야생동물들을 슬픈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있었다.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바위가 많은 설악산 사람은 산을 닮아 꿋꿋하고 우직한가. 이미 오랜시간 싸워왔다는 주민의 말씀이 무너지던 나의 마음을 단단히 받쳐주었다. ‘맞네. 설악산에 케이블카? 절대 못 오지. 여기가 어디라고 와?’ 어느새 기세가 등등해졌다. 정부가 바뀌자마자 법과 연구결과를 전부 부정하고, 말을 싹 바꿔버리는 저 사람들은 사실 내보일게 없어서 저렇게 비싼 옷과 차와 경호원으로 제 자신을 두르고 착공식장에 들어가는구나. 어떻게 말도 안되는 사기를 당하냐고 남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시공사도 안 정해진 2시간짜리 착공식에 3억원을 편성하고, 전체 사업비 1172억원(이게 도대체 얼마여..)을 마련하려고 양양군은 위급상황에 쓰여야할 ‘지방안정화기금’까지 끌어다 쓰겠다고 한다. 도무지 신뢰할 수가 없다.. 나는 지리산에서 기쁨과 행복이 어디서 오는 건지 배웠다. 산에 피는 꽃이 달라지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 아침에 새소리를 듣고, 낮에 햇볕을 쬐고, 노을 물든 지리산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탈 때, 둘레길 계곡물을 만두(강아지)가 찹찹거리며 마시면 나도 옆에 앉아 얼굴 씻을 때, 우연히 푸른 논밭을 바람처럼 가로지르는 고라니를 만날 때, 또 우연히 만난 이웃이 자기네 감을 그냥 쥐어줄 때, 그 감을 깎아 만든 곶감이 처마 밑에서 말라가는 걸 보며 나는 누구에게 선물할까 생각할 때, 반려인이 불피운 구들방 아랫목에 나란히 몸 뉘여 잠들 때. 기쁨과 행복은 오직 감사와 사랑에서 온다. 그리고 감사하고, 사랑하면 욕심 부릴 수 없다. 산에 바위가 이끼가 도토리나무가 반달곰과 산양이, 수리부엉이와 꿀벌이 오랜시간 지구에서 제 모습대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왔기에 바로 그 케이블카를 타면서 보고 싶은 맑은 풍경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유리창으로 둘러막힌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까지 20분만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은 그리 기쁘거나 행복한 일이 아니다. 나도 해봤기 때문에 안다. 산에 사는 생명들의 평화를 빼앗으며 만든 기계 속에서 아무리 즐거워해보려 해도 잠깐의 자극, 그 이상을 느낄 수는 없다. 그 이상의 것들은 이미 너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을테다. 반짝 관광지였던 곳은 지리산이나 설악산이나 쓸쓸한 콘크리트 건물들만 무성한 채 유령도시가 되어있다. 아직 살아있는 나무들과 꽃과 새들만이 그나마 사람들의 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단언컨대 케이블카를 짓고, 운영하고, 타는 이들은 케이블카를 막겠다고 눈물 흘린 이들보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의 변덕은 죽 끓듯 해도 산은 언제나 거기 있고, 사랑하고, 감사하는 이들만이 설악산을 제 모습 그대로 끝까지 지켜낼테니까. 사진. 수달아빠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1-23

실시간 지리산 방랑단 기사

  • 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방랑단원 차라와 칩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주옥쌤과 밤구, 이 넷이 층층집을 준비했어요. 층층집은 이렇게 좋은 지리산과 구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 시작되었어요. -지리산과 구례를 알고싶은 사람 -시골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구례에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환영해요!! 이번 층층집은 지리산사람들 회원님이신 집주인분과 운좋게 인연이 닿아, 위치와 집컨디션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제약사항으로 인해 배제된 신청희망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층층집을 또 마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는 조건의 집을 구해볼게요. 홍보물 속 약속문과 집의 정보 내용이 많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아래 신청서 링크 속 상세 사진들도 확인해보신 후 신청해주세요!! > 신청서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lAv1u9Jcg9NFH_4Zr_FoINq5hDrt_fods4dqHYiP7RA5dwg/viewform > 궁금한 점 : 차라 (010-87팔4-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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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4-02-23
  • [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디자인.칩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군청 앞 피켓시위 릴레이! 해가 바뀌어도, 날씨가 궂어도 계속 됩니다???? 현재 구례는 양수발전소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고, 골프장은 찬성 측 주민들이 군청 앞 맞불시위를 시작했어요. 골프장과 양수댐에 모두 반대하는 구례군민들은 군청 앞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하던 피켓시위의 장소와 시간을 다양하게 넓혀보았어요. 그리하여! -매주 화욜 17:30-18:30 경찰서 앞 로타리 -매주 목욜 08:15-09:15 구례군청 앞 으로 변경합니다. 봄이 오니 날씨가 포근해서 피켓시위가 더욱 즐겁겠어요. 다들 으쌰으쌰 힘을 보태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농협 301-0328-7856-2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농협 301-0335-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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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22
  • 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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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2-02
  • 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나의 집과 집주인댁은 바로 옆집이다. 집주인댁은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노부부 두 분께서 다 드시지도 못하고 썩혀버릴 만한 양이다.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사신 노부부는 나더러 당신네 창고에 쌓인 채소를 양껏 먹으라셨다. 펄쩍 뛸 만큼 좋긴 한데 하나 문제가 있다. 소농은 기가 죽는 것이다. 나도 작년에 작물을 심긴 했는데 사실 집주인댁 채소만 먹어도 될 정도라 내가 굳이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리송해진다. 작년에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보내주셨다. 깨 씨앗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아뿔싸. 집주인댁은 들기름을 자급할 만큼 깨를 심으신다. 우리 집 마당에도 그 씨앗이 솔솔 날아와 들깨가 개망초인양 자라는데, 나중엔 뭐가 토종깨고, 뭐가 집주인댁 깨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했다. 어쨌거나 깻잎은 실컷 따먹는 데다, 또 굳이 채종을 안해도 내년에도 어련히 잘 자라니, 내 농사꾼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다. 토종씨드림을 안 건, 도시에서 여성농민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다. 귀촌한 후 토종씨드림 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토종씨드림 대표님은 곡성 산골짜기에 직접 집을 지어 사신다. 집을 둘러싼 드넓은 밭은 대표님 자급용이자 전국의 토종씨앗을 보전하는 채종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 두 명이 우릴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넓은 밭을 쌩쌩 쏘다녔다. 대표님은 나와 같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샴푸나 치약 따위를 사용할 생각은 말라고 호령을 내리셨다. 그 집의 모든 하수는 마당 뒤쪽 연못을 거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밭으로 흘러가는 까닭이었다. 집 뒤편엔 농막 형태의 생태화장실이 있었다. 오줌은 양동이에 모았다가 바로 밭에 뿌려주고, 똥은 살짝 건조했다가 향처럼 천천히 태우며 재로 만들었다. 무거운 오줌통을 나르거나 똥퇴비 무덤을 삽질할 필요도 없으니, 대표님은 당신 같은 나이든 여농에게 제격이라셨다. 밭을 말하자면, 난 살면서 그토록 잘 정리된 밭을 본 적이 없었다(맨뒷사진3장). 물론 마을 할머니들 밭도 풀 한 포기 없긴 하다만, 그건 한 종자만 주르륵 심고 비닐 멀칭을 한 경우가 아닌가. 토종씨드림은 한 두둑마다 종자가 다를 정도로 다양하게 심었고, 종자명과 번호를 두둑마다 표기해두었는데, 어찌나 일목요연한지! 두둑은 비닐 없이 볏집으로 싸여있는데, 그건 또 어찌나 단정한지! 나는 이상한 구석에서 정리 강박이 있는데 단숨에 완치될 지경이었다. 그날 토종씨드림에 간 건, 채종을 돕기 위해서였다. 토종씨드림 활동가인 수연님의 지시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옹기종기 앉아 씨를 털었다. 씨는 잘 말려서 유리병 등에 보관했다. 유리병들이 이름표를 달고 열과 횡을 맞춰 나열된 꼴을 보면, 마치 청소업체가 다녀간 창틀을 보는 양 탄성이 나왔다. 하필 수연님 글씨체는 폰트로 팔아도 될 만큼 단아했다. 내가 정리 강박이 있어서 과장하는 것도 맞지만, 토종씨드림 활동가들은 틀림없이 주부들이 모두 환호할만한 정리의 달인이셨다. 토종씨드림 방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급자족하시는 삶의 솜씨며, 그 많은 종자를 돌보는 부지런함, 보살핌의 손길이 드러나는 싱그러운 텃밭까지. 이날 채종에 손을 쬐끔 보탠 인연으로, 수연님은 그해 가을 씨앗을 잔뜩 보내주셨다. 원래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으면 1.2배 이상 돌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종을 해본 적도 없는 초보 농부인 데다, 봄에 배추 채종을 하기도 전에 땅이 없어 이주해야만 하는 신세였다. 씨앗을 못 돌려드렸다는 말이렸다. 그런데도 그 이듬해 씨앗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구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씨를 심어보려 한다니까, 좋은 일에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변명하자면 초보 농부인 나와 초등학생 농부들의 콜라보로 그 해에도 또 채종에 실패했다. 양심이 있어 그나마 긁어모은 씨앗들을 조금 보내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또! 수연님은 새해 인사와 함께 깨를 비롯한 여러 씨앗을 잔뜩 보내주신 것이다. 수연님이 씨앗을 생색 한번 없이 선물해주셔서, 나는 씨앗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하마터면 모를 뻔했다. 매해 두 번, 토종씨드림은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보내는 시기다. 이번 겨울, 토종씨드림 씨앗을 소분하고 동봉하는 일에 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곡성, 구례 등 인근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수연님 댁으로 오순도순 모였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다님이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난 대농 집주인댁에게 의문의 K.O를 당한 뒤 농사를 향한 열정이 살짝 식은 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날 하루종일 씨앗을 데굴데굴 주무르다 보니 무척 농사가 짓고 싶어지는 거였다. 파란 콩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파란 콩을 한 줌 챙기고, 디자인하느라 혹사당하는 시력에 좋다는 결명자도 한 줌 챙기고, 다님이 맛있다고 호언장담한 먹골참외도 챙겨넣었다. 다님은 농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올해는 숲밭을 만드려고 감밭을 크게 구매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농부들이 모이는 장터도 찾아다닌단다. 나는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다님이 왜 그렇게 농사가 재밌어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수연님과 다님은 일손을 도와주러온 나와 일행이 고마운지, 자꾸 이것저것 먹을거리나 씨앗을 챙겨주셨다. 나는 그들의 넉넉한 인심이 이 동글동글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씨앗을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예부터 씨앗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해왔다. 나누어 퍼진 씨앗들은 (나 같은 농부를 만나는 비극을 피한다면) 이듬해 기필코 증식한다. 이번에 작업한 씨앗들은 대부분 토종씨드림에서 키웠는데, 다른 농부들이 키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농부님들은 아마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고, 몇 배씩이나 양을 불려서 다시 후원하신 것일 테다. 이렇게 대량으로 씨앗을 나누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양의 씨앗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매해 씨앗을 못 돌려드릴 적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성실하게 씨앗을 돌려드리겠지’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농부님들의 이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수한 씨앗을 봉투에 직접 동봉하자니 감사함이 선명히 와닿았다. 소분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챙겨온 씨앗들이 가방에서 굴러다녔다. 올해는 꼭 씨앗을 잔뜩 채종해서 돌려드려야지. 이웃집 창고 덕에 내가 심으나 마나 먹을거리가 넘치긴 하지만, 딱 이 씨앗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생긴 건 또 다른 의미니까. ‘어차피 똑같은 깻잎이다’하고 입에 털어 넣던 것도, 이젠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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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4-01-31
  • 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텃밭 학교 활동을 구경하고 싶고 씨앗도 얻어 볼 마음 갖고 공유회에 갔다. 어린이 도슨트가 있어 활동 설명을 하고, 일년간 농사 일지와 약속, 사진 등 글과 그림을 보는데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사랑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24절기 자연을 오롯이 함께 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마음을 표현하니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란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의 글을 보고 이 분들이 진짜 큰일하고 계시구나 가슴이 쿵! 울렸다. 동근 상글 들 양지 아림 ... 이 젊은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궁금했었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텃밭 이끔이, 어린 사람 등 쓰는 말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내용도 세심하고 존중이 가득하다. 구례를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서 배울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다시 주조장 가서 전시물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온갖 감수성이 살아나고 사랑이 넘쳐나 돈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 뒤틀려버린 것들을 씻어내고 인간 본성을 되찾는 시간이 될것 같다! +상글의 덧붙이기 :)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호미도 한번 손에 잡아본 적 없던 내가 벌써 학교에서 4년차 ’텃밭이끔이‘ 라니. ‘선생님’보다는 ’상글!‘하고 불러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어린이 도슨트들은 일찍와서 전시된 씨앗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알아보고(감동), 이름표 붙이기를 도와준 덕분에 금방 준비도 마쳤다! 한 날은 배추잎을 갉아먹던 달팽이를 이사시켜준다고 가장 먼 곳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바빴다. 그 날 활동일지에는 ’달팽이에게 배추는 나무 숲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아이들의 시선이 지리산 골프장, 양수댐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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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12
  • 형제봉 다녀온 꼬리의 방구일기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 사람들’은 이 날을 기념해 생일잔치를 하러 형제봉에 오르자고 했다. 지난 번 구상나무 모니터링을 하러 산에 올랐다가 엉덩이로 하산했던 기억이 있다. 당분간 산은 오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나지만 무려 지리산님의 생일파티라는데 도무지 빠질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오래 오래 아름다우시라고 한 마디 올려야했다. 요즘 온갖 난개발로 지리산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형제봉도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임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 않아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모노레일이 한꺼번에 들어올 뻔했다. 그렇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결국엔 막아냈던 곳이다.설레는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전날 밤, 구례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확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동네에서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동네가 그 예정지였다. 그곳엔 계족산과 중산천이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긴꼬리딱새, 하늘다람쥐, 담비와 수달이 사는 곳이었다. 비록 사람들은 국립공원의 경계를 지도위에 반듯이 잘라놓았지만 야생동식물들에게는 모두 연결된 하나의 집이다. 온 생명들은 그 모든 경계와 위계를 쉴새 없이 넘나들어야만 자연을 이룰 수 있다.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지키기로 약속했다면 그 테두리의 숲과 강도 지켜야 했다. 이것 말고도 계족산이 양수댐으로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 수십 개를, 참 많은 곳을 다니며 말하고 또 말했었다. 그런데 지리산국립공원의 생일 전날 이런 발표가 나니 순간 허무했다. 구례군청 앞에서 매일같이 ‘양수발전소 유치 반대’ 피켓을 들었던 이웃들은 지금 다들 어떤 심정일까 걱정도 되었다. ‘어쩌면 생일잔치 전날 이 소식을 듣게 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하며 잠에 들었다.산 아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였다. 어떤 말로 위로를 해야할지 몰라서 사람들과 간격을 두고 조용히 걸었다. 지리산님의 생일잔치 분위기는 꽤나 엄숙했다. 너른 바위에 차를 따라놓고, 주옥쌤(지리산사람들 공동대표)이 전날 써온 고유문을 낭독했다. 지리산을 오래오래 지켜드리겠다는 마음을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던 주옥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절을 올리고, 나눠 마실 차를 건네는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를 마신 후 하산했다.어느새 나는 사람들과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바위를 짚고 오르는 재미를 느껴가며 가파른 산을 엉덩이로 내려왔던 악몽은 극복한 듯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씩씩했다. 여전히 나무와 풀의 이름을 궁금해하며, 물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싸온 도시락을 소소히 나누어 먹으며,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그렇게 걸었다. 이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절망하기보다 뚜벅뚜벅 다음 걸음을, 또박또박 다음 말을 이어가는 지리산의 사람들.공기와 바다와 숲이 본래의 맑음을 잃어가는 모습을 힘없이 목격하지만 아직 전부 사라지진 않았다. 아직 지키고 싶은 것들이 이곳에 살아있다. 사진. 정환 @potodoto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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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4-01-05
  • 세종시원정집회여행 1박2일 다녀온 채연의 방구일기
    이번에 방랑단을 따라서 양수댐 반대 원정 집회여행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방랑단을 주제로 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 방랑단이 하는 활동을 옆에서 체험(?)해 보고 있는 중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구례 주민이면서도 양수댐 반대 시위에 처음 참여해 보았다. 3시간 정도를 달려서 세종시 산자부 앞에 도착했다. 다른 분들은 익숙한 듯 산자부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곳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구례양수댐 중단'이 적힌 피켓을 하나씩 들었다. 마이크를 들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시위를 옆에서 구경만 해보았지 전면에 나서서 참여해 본 것은 처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구호를 외칠수록 가슴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지리산의 소중한 생명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꿋꿋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던 모든 분들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세종시에서 1박 2일 농성투쟁을 하기로 했지만 양수발전소 사업자 심사장소가 서울로 변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아침 서울로 올라가서 다시 한번 투쟁하기로 했다. 심사장소가 있는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있던 친구들도 참여해서 힘을 보탰다. 대치동 한복판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한 번씩 우리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양수댐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회의 장소는 건물 5층이었는데 우리는 5층 복도까지 올라가서 입장을 전달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입장을 별로 듣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고 경찰도 왔지만 그래도 확실히 느꼈던 것은 그분들이 우리 같이 목소리를 내는 존재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저항하고 목소리를 내어야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운 하루였다. 결국 구례는 양수댐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실제로 무엇이 파괴되고 죽어가는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구례에 사는 당사자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낭비되는 예산을 사람들의 기본생활을 위해 나눠준다면 세상 살기가 조금 덜 팍팍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찌 됐든 저항이 가져온 변화와 의미는 충분히 있었고,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개인적 편안함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 같다. 환경과 생명보다는 소비하고 이기심을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다.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했고 미워하는 마음만 가득했던 나에게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2023년이 끝나기 전 방랑단과 지리산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사진. 수달아빠(@otterpa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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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4-01-01
  • 캐롤재즈에 취해버린 상글의 방구일기
    보석이가 트럼펫 부는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숲 속 흙집에서 함께살이를 시작했던 첫 해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던 여름이었다. 고요함 속에서 유난히도 크게 들리던 빗물 떨어지는 소리 사이로 보석이의 트럼펫 소리가 묵직하게 울려퍼졌는데 아직도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숲 속에서 이렇게 감미로운 트럼펫 선율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니! 보석이가 연습을 하는 날이면 우리만의 연주회를 열어주는 것 같아 참 고마웠다. 보석이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같이 산 덕분에 귀가 참 호강했었다. 아쉽게도 구례로 이사온 이후에는 보석이 트럼펫을 쥔 모습을 자주 보지 못했다. 올해는 종종 연락이 닿으면 마을에 함께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 연습하러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는 이가 생겼다니 마음이 든든하고 참 기뻤다. 보석이는 넉넉한 인심과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데 오랜만에 만난 보석이는 앞으로 음악으로 지리산을 지키는 일에도, 연대가 필요한 현장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다 구례에서도 공연을 하고 싶다는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 구례 캄다운파티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재즈공연이 기획되었다! 캄다운파티가 크리스마스이브를 마지막으로 시즌 1 영업종료한다는 소식을 전하니 흔쾌히 이 곳으로 장소를 결정해주었다. 캄다운파티는 구례의 유일한 비건카페로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방방곳곳에서 놀러오는 몸과 마음이 배고픈 이들의 평화로운 안식처였기에 모든 이들의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그동안 애써준 양지와 아림에게 헌정하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었다. (공연을 준비하며 공간을 꾸미고, 다과와 음료를 장만하며 본인들을 더 고생시킨건 안비밀..????) 그렇게 크리스마스 이브날, 살래트리오(보석, 한결, 시은)과 옥수수 그리고 캄다운파티를 애정하던 모든 이들이 모여 따뜻한 밤을 보냈다! 연주자도 관객들도 꿈처럼 황홀했던 공연이었다. 수수가 새롭게 쓴 캐롤 노랫말도, 음악도, 공기도, 뱅쇼도, 쿠키도, 조명도, 주고받는 눈빛도, 웃음소리도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던 크리스마스였다. 내가 시골살이를 여전히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은 늘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캄다운파티는 이들을 만나고 새롭게 연결되고, 또 함께 울고 웃는 다정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 이상의 따뜻한 연결감이 나를 채워주는 곳이었다. 나로써 온전히 편안하게 있을 수 있고, 환대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구례에 봄이(반려견)도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데, 양지와 아림은 늘 봄이도 반갑게 맞이해준 것이 참 고마웠다. 지리산 운동에도 늘 묵묵히 연대해주고, 달콤한 케이크를 보내주며 후원해주었다. 지역에서 이런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며 공간을 꾸려간다는 것은 곧 지리산을 지켜내는 일이고, 섬진강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수수의 말이 떠오른다. 캄다운파티 시즌이 종료되는 소식은 너무 아쉽고 슬프지만, 양지와 아림이 충분한 휴식과 잉여로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양지가 불러준 노랫말처럼, 우리는 흐르는 이 순간을 잘 보내야지.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 없으니 수 많은 저 불빛에 하나가 되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들 바라봐” 사진. @fishbowl_e @thdud3190 @nomadara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29
  • 주상복합 새집 건물주 된 젤리의 방구일기
    오늘 섬진강산책단 친구들과 함께 새집, 버드피더 만들기를 하였다. 집에서 다양한 모양의 새집과 버드피더를 찾아봤다. 참고자료로 몇 개를 고른 후에 설레는 마음으로 목공소를 찾았다. 다른 분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새집과 버드피더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시작! 자투리 목재가 쌓여있는 걸 보니 ADHD인의 뇌는 하얘졌다. 골라온 참고자료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시작이 반이니까 일단 해보자!직사각형 모양의 판을 하나 잘랐다. 잘라 놓고 보니 괜찮길래 똑같은 크기로 몇 개를 더 잘랐다. 4개의 판에 구멍을 뚫고 나사를 박았다. 판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지붕과 바닥이 없는 무언가가 완성되었다. 초호화 주상복합 버드타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1층에는 동그란 구멍을 뚫어 새집을 만들었다. 구멍이 너무 크지 않아야 천적인 뱀이나 길냥이들로부터 안전하다고 한다. 기다란 판 2개를 옆에 붙여 한 층을 더 쌓아 올렸다. 양쪽 면에 가느다란 구멍을 뚫고 철사로 연결한다. 사과같은 과일들을 꽂을 수 있는 버드피더 완성. 아쉬우니까 3층에도 루프탑 버드피더를 더했다. 내가 고른 레퍼런스랑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버드타운’은 겨울에는 2,3층만 운영되고, 봄에는 1층만 운영될 예정이다. 정작 나는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하면서, 버드타운은 복작복작 시끌벅적하면 좋겠다.다같이 완성한 새집과 버드피더를 모아봤다. 똑같은 생김새가 하나도 없었다! 정말 신기했다. 집과 사람이 묘하게 닮아 보였다. 그 다양함을 보니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사람들은 어떤 새를 생각하며 공간을 만들었을까? 새삼 궁금하다. 나는 우리 집 주위를 날아다니는 딱새나, 섬진강 수달 관찰대 근처의 후투티를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올지 모르는 이름 모를 새들도. 우리가 만든 공간에 올 각각의 새들을 생각하니 설렌다. 새는 나를 무서워하지만, 내가 만든 공간은 좋아해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욕심을 부려 3층짜리 주상복합 공간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다같이 다현, 밤구가 가져온 멋진 버드케이크를 나눠가지고, 목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예술가 혹은 장인의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멋진 공간을 만들수있도록 도와주셨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칩코 덧붙이기: 섬진강시민산책단은 월1회 모여 섬진강변 쓰레기를 줍고 섬진강에 얽힌 역사이야기를 배우며 섬진강의 새를 관찰하는 모임!적당히 굵고 키가 큰 나무여야 새가 집을 짓는데, 숲의 굵은 나무는 인간이 베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공적으로 숲에 새집을 만들어 걸어주면 새들의 번식과 쉼을 도울 수 있다.또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 버드피더를 설치하면 새들이 찾아와 배를 채우고 간다. 버드피더를 지켜보며 새 관찰도 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 겨우내 버드피더를 얼씬거리며 새관찰일지를 써보는 것도 좋다.새들은 강추위를 견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고열량의 버드케이크를 모이로 줄 수도 있다. 주로 곡식과 견과류와 말린과일 등을 코코넛오일이나 피넛버터로 굳혀서 만든다. 새들이 좋아하는 건 다 넣어도 좋다.새집, 버드피더, 버드케이크 만들기는 도시에 사는 분들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다!
    • 지리산 오늘
    • 지리산 방랑단
    2023-12-29
  • 군청 앞 시위 100일 맞이 칩코 방구일기
    운동을 안하다가 하면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마음도 운동을 안하면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 매일 새벽마다 요가를 한다. 낑낑대던 동작이 어느날 마법처럼 된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명상을 한다. 물렁하던 마음은 어느날 심지가 생기고, 좀체 놓아지지 않던 마음은 훌훌 날아가곤 한다. 꼭 마법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약속 같은 거다. 매일 몸과 마음에 새기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군청 앞에서 1인 시위 릴레이를 한지 100일이 됐다. 처음 1인 시위 릴레이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땐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미 콩 털 시간도 없이 바빴다. 약 열다섯 명의 사람들이 있었고, 매일 한 명씩만 나와서 피켓을 들자고 시작했으니, 한 사람으로 치자면 한 달에 두 번만 나와도 충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피켓을 든다는 건 상당히 갸륵해 보이는 투지인데, 의외로 한 달에 두 번 참석만으로 가능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가성비가 퍽 괜찮았다. 막상 시작한 1인 시위 릴레이에서 가성비를 따진 건 나뿐인 듯 했다. 열다섯 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하루에 한 명이 이미 섰는데도 대여섯 명까지도 더 붙어서 했으며, 심지어 매일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1인 시위하는 동안 고요히 명상이나 할까 작정했던 내 계획은 보기 좋게 무산됐다. 함께 피켓을 든 사람이나, 오가며 응원해주는 사람이나, 종종 따뜻한 음료를 건네는 사람들로 인해 고요는 깨지곤 했다. 침묵보다 제법 즐거운 소란이었다. 1인 시위 릴레이는 특별한 구석이 있다. 여전히 골프장과 양수댐을 찬성하는 군민과 수로 겨루자면 이길 자신은 없다. 군청이나 관변단체는 한번 대회를 열었다하면 100여명은 거뜬히 동원한다. 우리가 반대 현수막 하나를 걸면, 찬성 현수막은 스무개를 걸고, 반대 기자회견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찬성 기자회견을 한다. 그런데 바로 이 1인 시위 릴레이만큼은 도무지 따라하질 않는 거다. 매번 동원하던 그 100여명의 사람들이 릴레이를 하면 한번씩만 나와도 100일은 거뜬할 텐데 말이다. 명상할 때 중요한 건 매일 하는 거라고 했다. 마음이 힘들 때만 마음을 들여다보면, 마음은 관심을 얻기 위해 더 자주 힘들 거라고 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반복의 깊어짐’이 있다. 아주 가벼운 눈송이가 쌓이고 쌓여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위를 뚫는 것과 같다. 마음이 어떤 상태이건 언제나 마음을 보는 건, 명료하고 깨어있는 마음을 만든다. 어느 붓다도 석가탄신일에만 깨어있으라고 하지 않는다. ‘매일’ 하는 건 그래서 특별하고 강하다. 군청 앞 시위 릴레이가 100일이 넘어도 계속 되고있다. 마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심지가 굳어지듯이, 군청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어떤 마음이 매일 쌓일까? 개발사업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한 사람이어도 되는 걸 굳이 두 사람이 나오고, 하루만 나와도 되는 걸 굳이 매일 나오는 마음. 가늘고 길게 이을 수도 있는 걸, 굳이 매일 굵은 밧줄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이 있다. 매일 몸과 마음에 새기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사진. 김인호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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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리산 방랑단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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