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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마을]빛나는 밤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빛나는 밤은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2020년 10월 2일 필라델피아 도심에서는 하루에만 약 1,500만 마리의 철새 무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빛공해 때문이었어요. 철새들은 에너지가 적게 드는 밤에 주로 달빛에 의존해 방향을 잡아 이동하는데, 높은 건물들의 빛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고 원래 가야 할 방향이 아닌 쪽으로 날다가 건물에 부딪혀 죽고 말았어요. 게다가 그날은 날이 좋지 않아 낮게 날던 새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고 해요. 끔찍하게도 이 일은 전 세계에서 철새 이동 기간에 많이 일어나는 사건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에요. 달빛 정도의 밝기로만 생활해 온 야행성 새들은 빛공해로 낮과 밤을 헷갈려 번식과 사냥 주기를 놓치는 일도 무척 늘었다고 해요. 인공조명으로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을 빛공해라고 하지요.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속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를 빛공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밝은 서울과 가장 어두운 강원도의 유방암 위험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이 34%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이렇듯 빛공해가 사람의 24시간 주기 리듬을 무너뜨리고 암 발생률을 높인다고 알려지면서 그나마 빛공해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동식물 생태계에 주는 어마어마한 피해는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밤이 밝을수록 죽음도 늘어난다 빛공해는 새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 종을 죽음으로 몰고 있어요. 곤충들은 개체 수가 뚜렷하게 감소할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특히 벌과 나비만큼 많은 꽃가루를 옮기는 나방은 밤에 켜진 조명으로 꽃을 찾지 못한 채 가로등에 부딪혀 무수히 죽거나 애벌레 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양서류인 두꺼비는 자꾸 인공 빛을 받으면서 수정 성공률이 매우 낮아졌고, 파충류인 바다거북은 광고판이나 가로등 조명을 빛으로 착각해 엉뚱한 곳으로 향하다 차에 치이거나 수영장에 빠져 죽는 사례가 무척 늘었어요. 야간 인공조명은 플랑크톤에서 산호초, 어류, 고래까지 거의 모든 해양 생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 의사소통과 생활 주기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결국 성장률과 생존율, 번식 성공률을 매우 낮춘다고 해요. 그뿐인가요, 식물 또한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어요. 식물은 밤에도 빛을 받으면 낮인 줄 알고 계속 광합성을 하다 보니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서 열매 맺는 활동을 못 하게 돼요. 가로수에 24시간 빛을 비추면 나뭇잎이 말라 죽지요. 또 꽃 피우는 시기를 헷갈려 잘못 꽃을 피워 수분이 어려워졌는데, 이는 곤충들까지도 힘들게 해요. 낙엽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잎의 색깔이 갈변하고, 옥수수 같은 작물은 꽃이 피지 않거나 속대가 채워지지 않는 현상이 생기지요. 제가 정리한 사례는 아주 일부밖에 안 돼요. 무수한 생물이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 빛으로 생명을 위협받고 있어요. 시골은 괜찮다고요? 구례의 밤은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와 비교하면 빛공해로부터 꽤 안전할 것 같지만, 이 역시 인간을 기준으로 한 생각이 아닌지 돌아봐야겠어요. 지리산국립공원이 바로 옆에 있는 우리 구례는 다른 도시들보다 빛공해에 노출된 야생동식물이 많은 지역으로 볼 수 있어요. 참고로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야생생물이 인근 리조트에서 발생하는 빛에 무척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2020년 덕유산리조트 인근의 빛공해가 가장 번화한 무주읍만큼 강해서 국립공원에 사는 하늘다람쥐 등 무수한 동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경고했어요. 도시의 불빛뿐만 아니라 골프장이나 스키장, 캠핑장, 다리 조명처럼 비도시 지역이면서 야생생물 서식지 인근에 설치된 조명의 빛공해는 도시에서보다 야생생물에 끔찍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규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예요. 구례의 밤이 얼마나 밝은지를 조사한 결과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려 했지만, 군청이나 군의회 누리집 등을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어요. 혹시 인공조명에 의한 농작물 피해 등을 정리한 자료는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도 없더라고요. 당연히 조명, 가로수, 빛공해 관련 조례도 없었고요. 현재 우리나라 17개 시도 전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 조례>를 제정했지만, 전남, 전북, 세종, 경북, 강원은 조명환경관리구역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어요. ‘조명환경관리구역’은 빛공해를 막기 위해 인공조명의 환경과 수준을 등급별로 구분한 구역인데요, 가로등, 보안등, 공원등 등의 공간 조명과 허가 대상 옥외광고물 등의 빛 양을 조사해 허용기준에 맞도록 규제하는 일이에요.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만으로 빛공해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친 인공조명이 자연이나 농림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게 막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새벽에도 반짝이는 구례의 다리 조명은 끌 수 있겠지요. 생활 빛은 적당히, 지나친 빛은 끄자 무조건 불을 다 끄자는 말이 아니에요. 필요하지 않은 조명을 밤늦도록 켜 놓지는 말아야죠. 될 수 있으면 밤에는, 그저 보기 좋게 하려고 켜 놓은 조명을 모두 꺼서 야생생물이 원래 살던 리듬에 맞게 살도록 배려하면 좋겠어요. 특히 지리산을 곁에 둔 구례는 빛공해가 환경에 주는 영향을 줄이도록 힘써야 하는 지역이잖아요. LED 조명 기술이 발전하면서 에너지를 덜 쓸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소비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조명 사용이 늘면서 빛공해가 문제가 더 심해진 전 세계 현상에서 보듯, 우리는 그저 효율 좋은 등이나 환경 영향 적은 등으로 바꾸는 정도로 문제를 덮으려고 해서는 안 될 거예요. 인간이 만든 밝은 밤이 동식물에겐 끔찍한 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밤이 밤다워야 살 수 있는 동식물에게서 밤을 빼앗지 않도록 필요한 노력을 함께하는, 밤에는 어둡고 마음은 밝은 동네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 구례읍의 새벽 한 시. 멀리 서시천 다리 조명이 여전히 가지각색으로 빛나고, 건물 외관 등은 눈부셨으며, 어느 길엔 알록달록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몇 시까지 켜져 있을까. 한 시까지 기다렸지만 꺼지지 않았다. 버들 (독립연구자)
    • 기후위기
    2025-08-29
  • 산청 산사태는 국가가 만든 재난이었다
    산청 산사태는 국가가 만든 재난이었다 “기후위기 탓”으로는 가릴 수 없는 진실 – 산청 산사태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2025년 7월 19일, 산청을 비롯한 남부 지역에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 중 산청이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마을을 덮친 산사태는 인명피해와 삶터를 무너뜨렸다. 산림청은 “기후위기로 인한 극한호우”라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본 것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산사태 현장과 산림청의 벌목피해가 컸던 부리마을. 이곳은 2010년 산불이 난 뒤, 산림청이 2011년에 ‘모두베기’ 벌목을 진행했던 지역이다. 벌목 이후 식재한 나무들은 대부분 죽었고, 주변에서 날아든 침엽수와 활엽수가 식재림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번 산사태는 그 벌목지의 능선부에서 시작되어 마을을 덮쳤다. 이웃한 모고마을에서도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이 역시 벌목지 사면에서 시작되었고 일부는 임도에서 발생하였다. 부리마을의 산사태지역을 들어가보니 벚나무 식재림과 그 식재림을 관리하기 위해서 숲가꾸기를 진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인위적인 교란이 벌목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던 곳이었다. 모고마을을 조사하던 중 알게된 놀라웠던 사실은, 2021년에도 같은 임도에서 산사태가 한 차례 일어났다는 점이다. 그땐 운 좋게 피해가 크지 않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4년 만에 더 큰 재난이 되풀이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도 산림청은 “기후위기 탓”이라고 말한다. 2021년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점(화살표가 발생지점과 방향) 2025년 발생한 모고마을의 산사태(붉은색 화살표는 산사태의 발생지점과 진행 방향이다. 모고마을을 덮친 주 산사태, 바위지대와 나무가 없는 지점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다. 부리마을의 산사태모습, 송전탑에서 시작한 산사태도 있었다. 내부를 들어가보니 벚나무를 식재하고 인위적인 ‘숲가꾸기’가 진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하층에 관목과 아교목층이 없다. 숲가꾸기를 한 숲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산사태의 발생지점 중 한 곳은 송전탑 아래였다. 파란색 방수포 위쪽에 송전탑이 있다. 산림청은 2025년 산불이 발생하였을때 산사태 발생률이 200배 증가할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구곡산의 국립공원 구역은 2025년 산불이 크게 났지만 단 한 건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숲가꾸기도, 임도도 없던 자연림이었다. 공원구역 밖의 구곡산도 눈에 뛰는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하동의 두방산 임도에서 산사태가 있었지만 산불이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대부분 임도와 벌목이 이뤄진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시천은 비가 산청읍보다 더 많이 왔지만 손대지 않은 숲은 무너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산사태를 불러온 진짜 원인은 기후위기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먼저, 무분별한 벌목과 임도 건설, 그리고 '숲가꾸기'라는 이름의 인위적 개입이 산을 허약하게 만들었다. 겉으로는 산림을 건강하게 한다지만, 오히려 산불과 산사태에 취약한 숲으로 만들어 놓았고 대형 재난을 불러들였다. 그러고도 산림청장은 단 한번도 사죄를 한 적이 없다. 이런 뻔뻔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산사태의 원인을 조사하는 주체는 바로 산림청이라는 것이다. 산림정책을 직접 수행하고 산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 원인조사까지 맡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대형 산사태가 날 때마다, 산림청은 원인을 외면한 채 스스로 조사하고 스스로 결론을 낸다. 그 결론은 언제나 같다. “기후위기” “자연재해” “불가항력”이라는 말로 끝난다. 그래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재난은 반복된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산림청의 정책을 신뢰하고, 재난을 기후위기 탓으로만 돌리며 반복될 피해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산림정책의 방향을 근본부터 전환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재난에 강한 산을 되찾을 것인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자연은 우리가 손대지 않을 때 가장 강하다.이 단순한 진실을 외면하는 한, 재난은 계속될 것이다. 하동 묵계의 한 산불진화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 처음 만들어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인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지점이다. 사람이 손대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재난이 국가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
    • 기후위기
    2025-08-05
  • 산사태, 산불이 아니라 벌목 때문이라니까요
    산사태, 산불이 아니라 벌목 때문이라니까요 - 지리산사람들 산사태 현장 답사 및 인터뷰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연석회의는 이번 호우 뒤 산사태를 겪은 산청군, 하동군 현장을 찾아 조사했습니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와룡산은 지난 극한 호우로 여러 갈래 산사태가 터져 네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살아 온 주민들은 대규모 벌모으로 산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합니다. 또 실제 현장을 찾은 전문가와 지리산사람들 모니터링단도 산사태가 산불 때문이 아니라, 산불 이후 벌어진 대규모 벌목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와룡산과 달리 시천면은 지난 산불 이후 벌목하지 않은 채 남은 나무들이 흙을 붙잡고 있어 산사태 피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산림청은 여전히 산불 이후 나무들을 모두베기 하거나 임도를 내는 등 산사태를 키우는 방식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하동군 청암 묵계 임도에서도 추가 산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과도하게 임도를 놓고 산을 깎는 행위들이 산사태를 부추깁니다. 이미 많은 조사와 다양한 다큐 보고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의문을 갖는 산림청의 벌목 사업, 그리고 임도 확장 사업! 더 많은 희생을 불러오기 전에 제발 멈추고 돌아봐야 합니다. 아래 영상은 이번 답사 결과를 담은 MBC 보도 내용입니다. 함께 보시고, 더는 죄 없는 나무와 산과 모두의 목숨이 희생되지 않게 널리 퍼뜨려 주세요. 산사태 지역 살펴보니‥'산불 보다 벌목이 피해 여부 갈랐다' (2025.07.29/뉴스데스크/MBC) 영상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JdwkuUzm9QQ "경남 산청은 지난 3월 산불에 이어, 얼마 전 폭우로 인한 산사태까지, 연달아 큰 재난 피해를 입었죠. 산림청은 산불이 나면 이후 산사태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산불 자체보다는 그 이후 '벌목'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나무를 베어버린 게 산사태 원인이 된 게 아닌지 관계 부처에 거듭 확인을 지시했는데요...."
    • 기후위기
    2025-07-30
  • [기후+마을] 나무 없는 거리, 인권 없는 거리
    나무 없는 거리, 인권 없는 거리 구례군에서 살면 나무를 꽤 많이 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지리산이나 봉성산에 가지 않는 한, 일상에선 다양한 나무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길가의 나무는 집 밖으로 나와 처음 마주하는 자연입니다.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가 정작 길에 자연이 별로 없다니. 사진. 늘어선 나무가 거의 없어 한여름 땡볕에 고스란히 달궈진 구례군의 거리들. 나무 없는 길은 반인권적 길거리에 늘어선 나무는 봄부터 푸르른 녹음으로 마음을 달래 주고, 여름엔 뜨거운 태양 빛을 가려 주고, 사계절 변화를 느끼게 해 주지요. 아시다시피, 기후위기 시대에 길거리 나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나무가 늘어선 도심 녹지는 나지보다 온도가 평균 3~7도 더 낮고 습도는 9~23% 높습니다. 또 미세먼지를 평균 25.6%, 초미세먼지를 평균 40.9%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길에 늘어선 나무는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만들며, 또 동물과 곤충이 살고 쉬고 먹이를 구하는 보금자리가 되어 도시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데도 도움을 주지요. 나무 길은 한여름 불볕더위를 줄여 주어 동식물과 인간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구례의 거리에서 나무 한 그루 보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구례엔 일단 보행로가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보행로에도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커다란 나무 없이 땡볕을 고스란히 받아 달궈진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은 걷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이렇게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나무 하나 없는 길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웬만하면 자동차를 덜 타려는 자발적 뚜벅이들을 탄소 유발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운전하기 어려운 어르신이나 장애인과 차가 없는 어린이 청소년은 선택지조차 없이 그저 이 열기를 참으며 걸어야만 합니다. 가로수가 없는 길은 반인권적입니다. 주차장 말고 녹지를 주세요 불볕더위 날 수는 더욱 늘 거라는데 구례도 이런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나무를 거리 곳곳에 심어야 하지 않을까요? 자동차를 덜 탈 수 있는 교통정책과 보행로 역시 먼저 만들어져야 할 테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행로와 가로수가 늘기는커녕 계속 주차장만 새로 만들어지고, 자동차 타는 이들이나 멀리서 오는 관광객을 위한 정책만 있는지. 구례군은 실제 구례에 사는 사람을 위한 녹지 공간을 늘리고, 보행로에 나무를 심어 보행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도시숲과 거리 나무를 늘리기 위해 2021년 6월 10일부터 시행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숲법)과 시행규칙에 따라 구례군은 2025년 1월에 “구례군 도시숲 등의 관리지표 측정·평가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구례군 도시숲 28개소와 가로수 14개소를 목록화해 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 결과가 좀 의아합니다. 보고서 속 표준지들 상당수가 시민들의 활동 공간 밖의 장소였습니다. 구례군이 발표한 보고서의 목적은 “도시숲의 변화상을 모니터링 및 평가하여 도시숲 조성·관리 계획 방향성 제시”인데, 시민들이 찾지도 않고 갈 수도 없는 곳들을 표준지로 선정해서 조사하고 그걸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의아합니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명이라도 올까 싶은 백련마을숲이나 까막정주차장공원, 밤재산수유공원, 청마기후대응도시숲, 이걸 숲이나 녹지라고 부를 수 있나 싶은 군청 앞 교차로 경관숲, 녹색쌈지숲, 터미널 녹지, 그리고 생활권과 동떨어진 백두대간생태교육장, 공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봉북어린이공원, 구례노인회관 이런 곳들이 도시숲 표준지였고, 가로수 표준지 역시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차로 바로 옆이 많았습니다. 더 신기한 것은 생물다양성 항목을 빼고는 생태적 건강·활력도, 사회·경제적 편익, 유지관리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하거나 양호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도시숲법이 제정되고 그 시행규칙을 만들어 활용하려는 배경에는 “산업화, 도시화 등의 부작용인 미세먼지 농도의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불볕더위 증가 등이 국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권 숲이 늘어나야 한다는 과학적 사회적 요구가 있습니다. 구례군도 이런 문제의식을 깊이 느껴 시민의 일상에 푸르른 녹지를 제공하고, 거리 자체가 기후변화 적응과 대응에 맞게 변화할 수 있게 도시숲을 제대로 갖추고 평가함으로써 관련 정책을 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구례군의 생활권 도시숲은 정말 모자랍니다. 시민들의 녹색 수요를 충족시킬 수도 없고, 도시생활권 환경 문제를 해소할 수도 없습니다. 보행 약자들의 인권마저 침해할 정도로 거리 나무도 없습니다. 관광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이 마을에 사는 시민을 위해 시민들이 바라고 공감하는 방향으로 도시숲, 마을숲, 경관숲, 학교숲, 가로수가 만들어지고, 시민들과 함께 가꿔 가면 좋겠습니다. 버들 (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7-21
  •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모두 멈춰!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모두 멈춰! 7월 10일, 11일 케이블카 반대 기자회견을 돌아보며 "국립공원 케이블카, 이제는 멈춰야 한다" 7월 10일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한국환경회의 등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전면 백지화 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어요. 이어서 다음 날, 지리산사람들은 전국 케이블카 건설 중단과 녹색전환 연대*에 함께하여 11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을 그만두고 생태계 보전과 복지 정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제는 정말, 케이블카 논란 끝내야 하기에, 지리산권 시민들도 버스 한 대를 빌려 타고 서울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 글을 쓰는 저는 다른 일로 함께하지 못했던 터라, 이렇게 기록을 남겨 알리기라도 하고 있답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을까요. 시민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라는 낡은 유산을 청산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국가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히며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오는 8월 28일이 박근혜 정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통과시킨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국립공원을 파괴하려는 탐욕과 정치적 외압의 악순환은 여전하다."라며 이젠 정말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대체 어디가 나아졌나?"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케이블카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례는 대체 어디 있을까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비는 1,172억 원, 이 중 양양군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948억 원에 달합니다. 양양군은 재정자립도 최하위 지자체로, 케이블카 사업이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지리산에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 산청군은 2,000억 원, 남원시는 421억 원, 구례군은 710억 원 규모의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 중인데요, 수요 예측조차 부풀려졌고, 대부분이 30년간 겨우 손해를 면하는 수준이라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와 재정 위기를 초래할 뿐입니다. 전국연대의 기자회견문을 참고하면, "케이블카 추진되는 지역대책위 11개 곳 가운데 사업비가 확인된 10곳의 케이블카 사업의 총사업비는 1조 원(물가 상승률 반영)에 달하며, 아직 사업비가 확인되지 않은 강원도 5곳과 무등산 케이블카 사업비를 합치면 총 사업비는 1조 5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합니다. “자연공원법 개정하고, 국립공원위원회 혁신하라”케이블카 백지화를 위해 먼저, ‘자연공원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국립공원의 최우선 가치를 ‘생태계 보전과 자연유산의 미래세대 전승’으로 명시하고, 공원시설 목록에서 ‘케이블카’를 삭제해 설치 자체를 원천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정부 방침에 동조해 사실상 기능이 무력화된 국립공원위원회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합니다.“지역과 국립공원이 함께 잘 사는 길로” 한쪽만 생각하기보다는, 지역과 국립공원이 함께 잘 살 수는 없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러한 고민점도 이야기했습니다. "‘공원협력구역’ 제도를 도입하고, ‘국립공원 보전–상생 협력기금’을 법제화해 국립공원 인접 지역이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생태와 문화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진짜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라고요. “이재명 대통령 공약, 케이블카와 같이할 수 없어” 제발,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세요.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보호지역 30% 확대’ 약속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과 완전히 반대됩니다. 백묘든 흑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이 대통령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가 ‘보호지역 30% 확대’라는 쥐를 잡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날 시민들은 갖가지 동물 탈을 쓰고 케이블카 삽질로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동물들의 상황을 보여 주며 뜨거운 바닥에 눕기까지 했습니다. 누군가는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 살린다는 헛소리로 사람들을 꾀어 내고, 누군가는 케이블카가 오히려 환경에 좋다는 막말로 언어까지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지역 경제 살릴 수 있으면 진작 케이블카 놓은 지역들 지금 다들 부자 되고 잘 살아야지요, 왜 다 적자인가요? 케이블카가 오히려 환경에 좋으면 전 세계가 등산로 없애고 케이블카 놓았을 텐데 왜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숲을 보전하고 재자연화에 힘써야 한다며 보호지역을 확대하고 있을까요? 그리고요....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을 위해서 케이블카 놓아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요, 당장 문 밖에 나가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는 마당에 대체 저 멀리 있는 케이블카가 이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낫게 해 준단 말인가요? 만 번 양보해서, 케이블카가 누구나 편하게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해 준다고 해도, 왜 굳이 다른 목숨 죽여가면서까지 산 꼭대기에 올라야 하나요? 이건 복지가 아니라 복지를 내세운 살생이고요, 기후위기를 부추기니까 다른 이들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계를 모르는 자유와 권리는 결국 자기를 파괴하는 일이 될 텐데요. 전국 지자체가 마구 욕심 내는 케이블카, 이제 정말 법으로 금지해서, 쓸 데 없는 데 돈 쓰지 말고, 뭇 생명들도 그만 죽이고, 전국 지자체는 기후재난 어떻게 막을지도 궁리하시고, 부디 정말 상생의 정책을 만드는 일에 힘써 주시길 바랍니다. * 전국 케이블카 건설중단과 녹색전환 연대 : 2025년 5월, 케이블카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11개 지역대책위 ((설악산(양양), 신불산(울산), 지리산(구례, 산청, 남원), 주흘산(문경), 치악산(원주), 황령산(부산), 남산(서울), 보문산(대전))가 모여 ‘전국 케이블카 건설중단과 녹색전환 연대(이하 전국연대)를 발족한 바 있다. - 사진 출처: 지리산사람들
    • 기후위기
    2025-07-13
  • [기후+마을] 산불을 돌아보며, 고을고을 숲 교육의 필요성
    산불을 돌아보며, 고을고을 숲 교육의 필요성 경남 산청·하동과 경북 의성·안동·영덕 둘레로 퍼져 나간 산불이 지난 3월 30일 열흘 만에 꺼졌지요. 그때 바닷가 주민들은 “앞은 바다, 뒤는 불바다”였다며 얼마나 막막했는지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불은 4만 8,236㏊를 태웠습니다. 사람 서른 명이 죽고 마흔다섯 명이 다쳤으며 죽은 동식물을 다 따지자면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산불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커진 데 대해 고온 건조해진 날씨와 강풍만을 탓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때 불을 잡지 못한 행정과 산림청의 몇몇 사업이 국가 재난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임도와 숲가꾸기 사업이 산불 키운다” 몇 해 전부터 기후위기로 봄 산불은 더 늘어나고 강도가 세질 거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산림청은 예방도 대응도 실패했고, 오히려 또다시 ‘임도’ 카드만 들이밀었습니다.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임도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국립공원에까지 임도를 놓자고 주장했습니다. 산림청은 임도를 새로 놓는다며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요, 임도가 정말 산불을 미리 막거나 커지는 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될까요? 임도가 있으면 산불을 끄는 차량이 좀 더 쉽게 불을 끄러 드나들 수도 있겠지만, 임도가 오히려 산불을 키우는 바람길 역할을 하므로 현장에 맞게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번 산불 현장을 찾아가 조사한 이들은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라며 산림청의 임도 확대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임도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는 산림청의 사업은 소나무 위주의 인위적인 ‘숲가꾸기 사업’입니다.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을 분석한 부산대 홍석환 교수는 강한 피해를 본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은 약 2%에 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억지로 정리된 땅은 바람길이 되어 산불을 잘 퍼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소나무를 심은 숲은 산불 크기나 퍼지는 면적으로 볼 때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었습니다. 오히려 활엽수림대는 산불이 더 커지지 못하게 막는 방어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청의 30년 숲가꾸기 사업 결과 숲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했으며 큰 산불의 원인이 된 게 아닌가요? 사진1. 하동 두양리 임도 둘레 산불 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는데도 산불이 커지는 걸 막지 못했고 소나무림이 다 불에 탔다.(출처: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사진2.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 현장. 산림청이 숲가꾸기를 한 지역과 달리,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다. 활엽수림은 산불이 나무를 타고 가지 끝까지 올라가는 수관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출처: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불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후위기로 해마다 평균 기온이 오르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늘면서 전 세계에서 산불 피해가 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임도만 늘리자 하고 억지로 침엽수림을 만드는 산림청에는 정말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산불은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어 남의 지역만의 일도 아닌데,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연히 봄철 숲에서 불티를 내지 않는 일이 가장 처음 일이겠지만, 숲을 파괴하는 정책들에 반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집 잃은 이들이 다시 터전을 가꿀 수 있게 지원받도록 목소리 실어 주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그보다 더 근본적 해법으로 마을 단위 산림 교육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산불 예방 수칙이나 대피 요령만 한두 시간 떠들고 끝나는 교육 말고요,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교육 말입니다. 기후위기 시대라는 위기 상황에선 숲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도 그에 맞춰 이뤄져야겠지요. 마을 단위 ‘진짜’ 숲 교육이 이뤄지면 산불 초기에 간단한 장비를 사용해 불을 잡는 방법뿐 아니라 산불을 생기게 하는 주요 원인과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여 산불에 강한 건강한 숲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부해야 합니다. 또 기후위기가 지역 숲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앞으로 기후위기로부터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도 산림 교육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산불 현장을 찾아가 눈으로 보고, 자연이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기록해 가는 교육도 좋겠습니다. 우리 마을 숲에 사는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조사하는 일도 건강한 숲을 지키려면 필요합니다. 숲은 나무 몇 그루 심는 곳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식물이 모두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한다면, ‘산불은 공무원이 알아서 해결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벗어나 ‘우리 마을 스스로 지키는 우리의 숲’이라는 책임감과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마을 단위 숲 교육은 지역의 숲을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로 돌보고 이어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봄 산에서 우리는 쑥, 두릅, 고사리, 가죽나물, 다래순, 찔레순, 취 같은 먹을거리를 셀 수 없이 넉넉하게 얻으면서도, 숲이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 소중하며 누군가의 집이라는 생각을 잘 못 했습니다. 산불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건 인간뿐이 아닙니다. 또 산에 살지 않는 이들이더라도 모두가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산불을 막고 숲을 지킬 수 있는 일을 모두가 같이하면 좋겠습니다. 그 긴 여정에 마을 고을고을의 진짜 숲 교육이 필요합니다. 버들 (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7-03
  • [기후+마을] 기후정부와 지리산 케이블카
    기후정부와 지리산 케이블카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성삼재 주차장(사진: <지리산인> 김인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기후’라는 단어를 두 차례 썼습니다. “기후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산업 대전환을 압박”한다고 했고, 이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후보 시절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답게 기후위기 인식이 담긴 연설문이었습니다. 물론 기대가 있다면 걱정도 있겠지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라며 내세운 성장 주도 경제 정책들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과 충돌할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실현 방안 마련” 등을 분명히 약속한 대통령이기에, 우리나라 첫 ‘기후정부’라는 평가에 걸맞게 방향을 잡아 나갈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큽니다. 역대 첫 ‘기후정부’에 케이블카 떼쓰기? 그런데 우리 구례에서는 지난 13일 산동면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 주차장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김순호 구례군수도 참석해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했습니다. 추진위는 다가오는 12일엔 지리산 케이블카 승인 촉구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지리산 케이블카 촉구 목소리는 첫 기후정부가 될 거라 평가받는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정책을 약속하며 “산불 발생 지역 생물 다양성 복원 추진, 육지와 해양의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단계적 확대”를 내걸었는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데다가 나아가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과 새 정부의 약속을 무시하는 사업이 아닌가요? 진짜 대한민국과 진짜 지역 경제 생각한다면, 경제성도 없는 케이블카 매달릴 까닭 없어 이제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케이블카는 생태계 다양성을 위협할뿐더러 경제성도 없습니다. 전국 관광 케이블카 41곳 가운데 38곳이 적자이며, 한때 케이블카의 모범 사례로 불린 통영 케이블카도 2023년에는 탑승객이 이전의 1/3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 39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 명량 해상케이블카는 개통 첫해부터 15억 원의 영업 손실 이후 계속 적자이고,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 매출 이후 해마다 10억 원 이상 적자이며,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2020년 기준 10억 3,900만 원 적자,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23억 6,000만 원 적자 등 경제적으로도 지역에 득이 되기 어렵다는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중심이 되는 진짜 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새 정부의 기준에 지리산 케이블카는 국민을 중심에 둔 정책도, 기후정부의 위상에 맞는 정책도, 진짜 변화로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부로부터 일곱 번이나 부결 또는 반려를 받아 온 지리산 케이블카를 계속 고집하는 건 지역에도,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가 곧 새로 꾸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세우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을 보건대, 케이블카 사업은 생태적이든 경제적이든 어떤 측면에서도 기후에너지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후정부에 걸맞은 기후지방정부 대한민국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의 당사국으로서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 훼손된 육지 및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 등”의 실천 목표를 이행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설치해 국립공원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국제적 망신이며 이재명 정부의 신인도 또한 낮아지겠지요. 지금은, 구례군을 포함해 모든 지자체가 기후정부에 걸맞은 지방정부로서 기후 정책을 펴야 할 때입니다. 새 정부가 더 나은 기후 정책을 펴도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기후정부의 첫걸음마저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요. 구례가 우리나라 첫 기후지방정부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6-19
  • [산청 지하수 이야기] 지하수 관리의 빈틈은 어딜까
    산청군 주민 피해 사례를 모아보면 모두 같은 문제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량이 줄고 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는 것. 물이 많아 논 농사 하기 좋은 땅, 일명 구렁논이 덕교마을과 생수공장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말라서 없어져버렸다. 지하수를 틀면 황토물이 나왔고 수량도 이전처럼 충분히 나오지 않아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 게다가 마을의 역사를 함께 한 나무 2그루가 죽었다. 송정마을의 상황도 비슷하다. 8가구가 공동으로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압이 낮고 물이 자주 끊기기 시작했다. 전문업자에게 수리를 의뢰했더니 “새로 더 깊이 재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포마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정 용수로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10년 전부터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상수도를 사용한다. 홍계마을 주민은 해발 450m에 살기에 지하수 고갈을 더 생생히 체감한다고 말한다.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이라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2000년부터 계곡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다. 2010년 겨울부터는 외부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해야 했고, 결국 2년 전에는 평생 살고 싶었던 곳을 팔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즉, ‘순환하는 물’이지 ‘무한한 저장고 속 물’이 아니다.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으면 결국 바닥을 보인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한 번 마르면 회복까지 수백만 년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하수는 수백 미터 깊이의 지하 암반층에 저장된 “고대의 물”이다. 언제부터 저장되어있는 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나온 문장은 이렇다. “인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뭄 사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표 아래의 물 저장고인 ‘대수층’을 정신없이 빨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수층이 쌓이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리며 결코 빠른 시간 내에 복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수층이 이미 물 공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 본래 150미터 깊이에서 물을 끌어올리던 수원에서 물을 얻으려면 이제는 그보다 적어도 2배는 더 깊이 펌프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청군의 취수량은 하루 5,682m3에 달한다.(2024, 환경부) 남원시 1,190m3/일, 구례군 530m3/일, 하동군 1100m3/일에 비하면 월등하게 많은 양이며 심지어 제주특별자치도(4,700m3/일)보다도 많다. 산청군 내 먹는샘물 취수정 27개소는 전국의 10.0%, 일일 취수허용량은 5,955m3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2022, 환경부). 산청군에 물이 넘쳐 흘러서 많이 뽑아내도 문제가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2023~2032)를 보면 산청읍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한 면 단위에서 수량관리 등급 1등급(주의), 2등급(경계) 지역이 고루 분포해있는 걸 알 수 있다. ‘지하수 총량관리 제도’란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조사‧분석하여 이용가능한 지하수 총량 범위를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이용량과 신규 개발을 조정‧관리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지하수 이용량이 80%를 초과하는 읍‧면에 대하여 지하수 이용량 관리지역으로 설정하여 단계별로 규제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산청군은 10개 마을을 심각(100% 초과)한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그 중 삼장면 덕교리와 시천면 원리에는 먹는샘물 공장이, 금서면 매촌리에는 식용얼음 공장이 있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 지도) 그런데 어째서 경남도는 삼장면 지역에 위치한 생수공장의 취수 증량을 임시허가해준 것일까. ‘지하수 이용관리 경계 1등급 및 2등급’ 지역인데다 현재 생수공장 두 곳에서 하루 1천톤을 취수하고 있는 곳인데 말이다. 지자체의 지하수 관리에 구멍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 아닐까.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위원장 표재호)’(이하 대책위) 역시 바로 이 지점, 주민들은 너무도 명백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지자체가 취수 증량을 허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면서 추가로 600톤 취수 증량을 신청해 임시 허가받은 ㈜지리산산청샘물. 주민들은 이 기업이 제조 허가를 받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취수하면서도 주민 피해를 조사하지 않았고, 환경영향조사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음에도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환경영향조사의 비용은 ㈜지리산산청샘물이 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 “물을 거래하다” 편을 보면 정확히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미시간주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취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수 양수량을 2배 늘리겠다고 증량 신청을 한다. ‘물을 지키는 미시간 주민들’ 단체에서는 이 양수 때문에 분수령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반대한다. 주민은 취재진을 치페와크리크 상류에 데려간다. 노출되어 있는 나무 뿌리를 가리키며 원래대로라면 물이 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운 매니저는, 자기는 네슬레 편이라며 주민들이 늘 이런 이야기뿐이라며 불평하듯 말한다. 계곡 수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수량이 줄어든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이 지역에서 50년 넘게, 거의 평생 살아온 주민들은 전적으로 확신한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계곡과 개울이 양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에 의 저자 차를레스 피시맨은 다국적 거대기업 네슬레가 무엇으로 무장했는지 보라고 지적한다. ‘자기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그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는 바로 ‘그들의 연구 결과’라고. 2019년 5월, 네슬레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치페와크리크와 트윈크리크의 수량을 감시중이라고 밝혔다. 엄밀히 말해 이 감시는 미시간 환경 및 호수 에너지부의 관할이다. 그런데 그 감시의 비용을 대는 것이 바로 네슬레다. 대중의 반대를 잠재울 제 3자의 객관적 데이터를 원하는 이도 바로 네슬레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누가 비용을 대느냐’의 문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의 공정성과 과학성’이 담보되느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도 생수 공장의 취수가 지하수 수량, 수위 등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느냐의 여부를 조사하는 ‘환경영향조사’를 시행하는 비용을 생수공장이 내고 있다.바로 그 환경영향조사를 근거로 지자체는 취수 및 증량 등을 허가한다. ㈜지리산산청샘물이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며,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지자체가 600톤 추가 증량 허가를 내준 것은 ‘환경영향조사’ 결과 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중 '물을 거래하다'편) 더 나아가서. 환경영향조사 상 문제만 없으면 취수가 가능해야 할까? 여기서 또 빠진 것이 주민수용성이다. 과학적 근거만 확보되면 지하수의 무한정한 취수가 괜찮은 걸까? 과학적 근거도 신뢰성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주민의 생각'과 '주민이 느끼는 환경 변화'를 고려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공정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환경영향조사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공성과 주민 피해 상황을 고려한 행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적어도 생수공장이 100% 비용을 대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은가. 결국 지자체는 주어진 결과값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벗어나 지하수 문제의 적극적 해결과 보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더해서, 지하수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 지자체에게만 모든 권한을 넘겨서는 안된다. 결국, 주민과 행정이 중심이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오늘날 물 부족 위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불가피하거나 필연적이거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편의상 선택한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부의 태만과 무관심, 부실한 기반 시설, 수질오염, 무분별한 도시화와 개발 때문에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물 부족 위기를 반드시 겪을 필요가 없음에도 어쨌든 겪게 됐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고을이야기
    • 산청
    2025-06-12
  • [기후+마을]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기후 공약을 왜 봐야 하느냐고요? 폭염, 가뭄, 집중호우, 산불 같은 기후 재난이 해마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후 문제는 우리의 생명, 건강, 생계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요. 게다가 기후 공약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일자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먹을거리 주권을 지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도 연결되는 핵심 의제입니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이 기후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는지는 그 자체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 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분야별로 기후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보고 판단해 주세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부터 똑바로 세워야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21대 대통령은 최소 10년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짜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들의 NDC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기후 공약을 따져보는 첫걸음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하여,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기에 무척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2035년 70%, 2040년 85%, 2045년 95% 등 시기별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능한 한 초기에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국제적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집중 vs 분산 -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민 주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 칭하며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과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사실상 서해안의 재생에너지와 동해안의 원전·석탄발전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에너지 분산과 자급 노력 없이 전력망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지방의 에너지 착취만 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산업단지와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혀 에너지 분산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높이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해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확대냐 탈핵이냐 - 이재명 후보는 원전에 대해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한 원전은 계속 쓰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현재 30%대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완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204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TV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발전비용 등을 근거로 ‘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것과 달리, 5년 뒤 한국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미국 국립연구소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커질수록 싼 발전원”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 - 이재명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고,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환경부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와 함께 건설교통부로 축소 개편하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해당사자 참여를 늘린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설치,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연구기관을 설립,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기후 재난 시대에 더 중요해진 생물다양성은? - 이재명 후보는 산불 발생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장기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생태보호지역을 국토 및 해양의 30%까지 지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었습니다. 신공항 건설? -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와 지역 소외, 정치적 혼란 이런 것들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라며 보완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집중 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가덕도는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246배, 새만금 공항은 610배나 높은 지역”이라고 주장했으며, 전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망스러운 기후 공약 후보마다 기후 공약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다수 후보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불평등 해소, 취약계층 보호, 지역 회복력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정책 비전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여러 기후시민단체의 지적처럼 다수 후보의 기후 공약은 “기후대응 재정 확보 방안, 농민·노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농업·노동·산업 구조 개편 방안, 식량 위기 대응 전략” 같은 핵심 쟁점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한지를 보여 줬습니다. 다음 대통령, 보이십니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이 실패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과 함께해야 안전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요?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5-31
  • [기후+마을] 거리를, 마을을, 지구를 커머닝하라
    거리를, 마을을, 지구를 커머닝하라 2021년 4월 22일, 구례에서는 이전까지 없던 새로운 ‘사건’이 있었어요. 이름하여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 이 사건은 우리 구례의 길이 자동차 중심이어서 정작 사람은 자기 발로 혹은 자전거나 휠체어로 지나가기 어려운 현장임을 깨달으면서 시작했어요. 여러 날 거리를 조사한 시민들이 구례의 거리가 얼마나 걷기 어려운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곳인지를 밝혔고, 그 뒤로 생태적 교통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아이디어가 모였지요. 여기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더해진 덕분에 아주 짧은 거리긴 하지만, 그해 구례에서 조금 더 생태적이고 조금 더 안전한 길이 잠시 만들어졌던 사건이었더랬지요. 거리는 지자체의 것? 거리는 모두의 것! 그때 시민들이 만든 길은 단지 차 없는 거리만이 아니었어요. 그건 모두의 거리였고, 모두를 위한 거리였고, 모두에 의한 거리였죠. 무슨 말이냐고요? 이렇게 걷기가 어렵고 불편한 구례의 거리가 여태 바뀌지 않은 까닭은 거리가 ‘모두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어요. ‘길은 나라님 것, 길은 지자체 관리 아래 있는 것’으로 인식해 온 탓에 ‘길은 시민들이 바꾸기 어려운 대상’이 되어 버렸어요. 모두의 것이었던 길이 지자체나 기득권 세력의 것으로 바뀐 거지요. 힘 있는 자들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소유물이 돼 버린 거예요. 그러니, 길을 어떤 주체가 지배하는 것 혹은 소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면 좋겠어요. 길은 모두가 함께 돌보고 모이고 새롭게 만들어 가는 장소여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2021년 구례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차 없는 거리는 ‘모두의 거리’를 되찾는 경험이었던 거예요. 차가 주인인 줄 알았던 거리를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로 바꿀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지요. 시민이 거리의 역할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예요. 커먼즈로 기후위기 늦추기 지자체의 길은 매연이 가득해도, 위험해 보여도, 쓰레기가 쌓여도 대부분 신경 쓰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의 길이 되면 달라져요. 우리 모두의 길이니까 스스로 돌보고 가꾸게 되지요. 쓰레기가 떨어지면 누구라도 주워요. 위험한 곳이 있으면 누구라도 고쳐요. 누군가 힘겨워하면 길 가다 멈춰 도와요. 누군가 길 위에서 새 일을 시작하면 함께 맞이하고 응원해요. 또 나무도 심고 꽃도 가꾸어 길 위아래 모든 생명에게 이롭게 해요. ‘길은 모두의 것, 길은 우리의 것’이라는 마음이 바로 변화를 만드는 밑바탕이에요. 기후위기 시대에 모두의 것을 함께 돌보고 가꾸는 이러한 마음이 더욱 주목받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를 커먼즈(commons) 혹은 커머닝(commoning) 같은 말로 불러요. 커먼즈는 우리말로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공동자원체제, 공통재, 공통장, 공통계 같은 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딱 들어맞는 한 단어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다양한 방식을 의미하겠지요. 제 생각엔, 특정 개인이나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돌보는 무언가 혹은 함께 돌보고 함께 살자는 삶의 양식을 만드는 행동을 뜻하는 듯해요. 우리 거리에서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지금까지 길은 차량 중심으로 쓰였고, 길의 역할을 행정기관이 정해 왔지만 길을 시민이 함께 돌보는 커먼즈로 본다면 완전히 다르게 쓸 수 있어요! 지금과는 다른 길을 상상해 보세요. 차가 막고 있던 도로를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어요. 도로 일부를 녹지, 정원, 텃밭, 빗물 정원 같은 생태 커먼즈로 바꿀 수도 있지요. 남성-젊은이-어른-인간 운전자 중심의 공간이던 거리를 모든 보행 약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는 거예요. 길의 ‘사용권’을 시민에게 돌려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리 시민들이 스스로 거리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어요. 시민, 상인, 행정이 함께 운영할 수 있겠죠. 청년들이 원하는 거리, 어린이가 원하는 거리, 예술가가 원하는 거리, 선생님이 원하는 거리가 다 다르겠지만 천 명이 있으면 천 개의 거리가 탄생하도록 함께 만들어 가는 거예요. 그런데 길을 커먼즈로 되살리려는 노력이 또 하나의 ‘소비, 경쟁, 유흥의 공간’을 만들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제가 제시하고픈 커먼즈로서의 길은, ‘아는 이들을 만나 속닥거릴 수 있는 공간, 내가 직접 기른 작물이나 직접 만든 물품이나 작품 등을 가져와 팔고 나눌 수 있는 공간, 기후정의 팻말을 들고 행진할 수 있는 공간, 재난 상황에선 돌봄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자립기술을 공유하는 공간, 새로운 삶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 청소년과 청년이 다른 삶을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차 없는 거리로 끝날 게 아니라, 생태적 위기를 초래한 지속 불가능한 삶의 양식들을 반성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거리로 거듭나야 진짜 ‘모두의 길’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올해로 다섯 번째 맞이하는 ‘지구의 날 구례 어린이 기후행동’을 주목해 주세요. 올해는 장날에 맞추어 4월 23일에 할 예정이래요. 아이들이 모여 거리 쓰레기를 줍고, 지구가 불타는 상황을 알리며 모두의 것을 모두가 돌보자고 외치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실마리가 아니겠어요? 23일에 거리에 나와 외쳐 주세요. 이 거리를, 이 마을을, 이 지구를 함께 돌보자고요. 어린이들에게뿐 아니라 동식물과 지구에게도 안전한 거리, 나무와 새가 행복한 거리, 아이들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거리를 만들자고 말이에요. 구례 경찰서 로터리에서 군청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바뀌면 어떨까요? 챗GPT와 함께 만든 생태적 거리 상상도입니다. 버들(독립 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 4월 청명호에 실렸습니다.
    • 기후위기
    2025-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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