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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시를 찾아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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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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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2
김부수
이젠 낯설지도 않다
주인 보낸 괭이 발자국만
군데군데 남은 먼지 마루며
언제 손질해 둔 건지 모를
호미 한 자루 섬돌 위에
다소곳이 놓여 있더라
마저 닦지 못한 장독이며
자물쇠 덩그러니 걸린 대문
지켜야 할 것이 아직 남았을까
무너지다 만 담장
까치발로 넘겨다볼 이웃도
돌아올 살붙이 소식도 끊긴
녹슨 우편함
안부마저 끊긴 시간과
수없는 내일 없는 그리움이
마주칠 리 만무한 길 위를
슬며시 밤손님처럼 왔다 갔을까
지천으로 자란 개망초 사이
시름없이 흰나비는 나는데
얼마 남지 않은 햇살이 기울고 나면
한 집 건너 또 한 집
바뀐 도로명 주소마저 지워진
점점 서먹한 곳이 돼 가는
우리 고향 마을
낯익은 얼굴도
안부를 물어볼 이웃도
하나둘 가고 빈집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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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빈집들이 늘어만 간다. 폐가가 보여주는 몰골이 고향마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언제부턴가 잃어온 본향本鄕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의 개체적 이성과 그 마음들, 그 의식의 확장도 꾸준히 있었지만, 구체적 삶이 그 문화와 문명이 자본에 종속되는 정점에서부터 그 마음은 휘둘리고 변화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다. 이 시는 현실의 고향과 그에 대한 우리네 심정들을 진경산수로 그려내고 있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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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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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가 역류할 때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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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가 역류할 때
-자화상
이민숙
잠을 자야 하는데
누울 수 없을 만큼 물 한 모금도 역류한다
한 시절
하늘을 향해 엄마를 향해 하물며 죽음을 향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온몸을 쳐들었던 적이 있다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들
가슴의 뜨거운 반항만이 내 것이라고
그것만이 지겨운 중력의 억압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시, 읽고 또 읽었다 끝내 진실한 무엇 같았다
진실과 역류 사이, 시와 구름 사이
허공 한 잔과 커피 한 잔 사이
친구, 세상 사는 건 시가 전부라고 하던, 고독하게 혼자 살았던 그녀는 외로움이 기막혀 한 남자를 맞이했다고 했다 시가 뭐 별거냐고......
시가 뭐 별거냐고, 나도 따라 웅얼거린다
역류를 몰고 온 내 몸의 시, 가만히 잠들고 싶을 때 따스하게 잠들고 싶은 몸 우리 걸었던 겨울 찬 바람
오월 숲의 나무 한 그루 꽃 아니 피울 수 없는 바람, 향기, 시. 역류에 올라타며 함박꽃 꽃이파리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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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는 정상적인 순탄한 흐름을 뒤집어 흐른다는 것이다. 시 속의 화자는 건강한 삶에서 죽음을 생각할 만큼 위중한 병을 얻은 듯하다. 그러나 그 역류를 다시 역류하게 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가슴의 뜨거운 반항만이 내 것이라고’ 하며 시에 매달린다. 외로움이 기막혀서 한 남자를 맞이했다는 시 쓰는 친구를 생각하며 시가 뭐 별거냐고 중얼거리지만, 그 시는 역류를 몰고 온 내 몸의 시라고 생각한다. 역류를 역류하게 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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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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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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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부쟁이
선종구
더 이상 바라는 것 없어
눈길 멀리 두면
거기
꽃은 피어 있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여
젊은 귀농자여
철조망 너머 절개지
쑥부쟁이 한 무더기 있어
지금은 온통 가을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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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쓸쓸한 시골 풍경이 짙게 풍겨오는 시다. 봄꽃들은 피었다 지면 열매를 맺고 그 결실이 있지만 쑥부쟁이는 가을빛에 무더기로 피어 가득 찬 듯 아름답지만 이내 지고 나면 그뿐이어서 쓸쓸함을 내장하고 있는 꽃이다. 또다시 마을을 떠나겠다는 후배가 쑥부쟁이로 투사 되면서 시골 농촌의 녹록하지 않은 삶이 드러난다. 젊은 날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간 후배가 오죽했으면 돌아왔을까만 또 얼마나 더 오죽했으면 다시 도시로 나간다고 할까. 그 사연의 모든 게 쑥부쟁이로 집약되어 상상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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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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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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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기도
장우섭
우리 목사님 좋다
집사님이 대문을 두드린다
새벽기도 나오라고
이제 안 갈거다
감기 때문에
그런데 목사님이 좋아서 간다
새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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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나는 모기가 잘 안 문다
그래도 모기 귀찮아 죽겠다
나는 모기가 물어도
안 간지러워
모기야, 내 피가 그렇게 맛나냐
모기야, 내 피 뽈아묵고 쩌리 가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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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장애인 복지관에 다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글반이 만들어졌는데 그들이 시집을 내었다. 15명의 시를 모은 42편이지만 시들이 다 짧아서 73페이지의 아주 얇은 시집이다. 『하죽점빵 막걸리』 이 시집을 읽으며 깨달음이 있었다면 역시 시는 ‘진정한 마음’이라는 것이다. 시는 왜 읽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 마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 시집에서 그 마음들을 만났다. 그들에게는 일상의 평상심일 텐데 시인들은 그 마음을 잃고 시들을 쓴다. 그대들이 진정한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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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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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숲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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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노루귀 숲
김인호
5cm 저 어린 청노루귀 꽃밭 다녀가는
이 숲에서 유일하게 신발 신은 이기적인 동물
내 발자국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
봄 숲에서는 23g 아기 참새 종종 발걸음처럼
나도 가벼워져서 가벼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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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아침
김인호
조막만 한 참새 한 마리 날아오른
살구나무 꽃가지가 20초간이나 떨렸다.
모든 생명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이 봄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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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인류 문명은 철저하게 자연의 순환질서를 깨고 다른 생명들에 대한 폭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아직도 머물러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5cm, 23g, 20초라는 작고 여린 생명들에게 '내 발자국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시인의 말은 큰 울림으로 온다.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른 가지가 20초간이나 떨렸다'는 발언 또한 그 생명들을 바라보는 곱고 섬세한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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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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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도시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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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도시 연재
보고 싶다는 말
권 민 경
우리의 짝사랑은 언제 끝날까
나는 보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중얼거리다가
입을 다문다
침묵은 아니다 정체 모를 기관에서 자꾸 솟아나는
말하자면 내가 어떤 애를 쓰고 있지 않아도 솟아나
는 호르몬이나
내 몸을 돌고 도는 피의 흐름
막을 수 없이 일어나는 일들
몸의 작용보다 속도가 빠른 마음 작용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하루가 오고 가는 속도
누군가는 순리라 부르는 자연스러움
그런데 난 왜 자꾸 어지러울까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사람은 잊어야 살 수 있다는데
솟아나는 감정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해가 지고
모두가 사는 집에 작은 불이 켜지고
매일 켜지는 불을 순리라 하진 않겠지만
삶이라 부를 순 있을 것
자연스러운 슬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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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충분히 추모해야 비로소 내일을 살 수 있다.
심술과 악의는 내일로 나아가려는 행진에 발을 건다. 물론 타
인에 공감하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
은 곧 나를 위한 일임을 믿는다. 삶 속에서 몇 번이나 슬퍼질 미
래의 나를 위한 예비를 하는 일. 나는 타인을 위해 기도하고, 그
것은 ‘너’와 ‘나’를 포함한 ‘우리’를 위한 일이다. 기도는 조용하지
만 분명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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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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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시집‘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나눔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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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시집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나눔잔치.
00:00 인트로
00:44 여섯줄의 행복 / 구례 기타 그룹 공
01:44 시낭송 - 윤성호 / 고향친구
04:03 시낭송 - 임우기 문학평론가
05:34 시낭송 - 정지아 작가
06:46 시낭송 - 김유철 시인
07:44 시낭송 - 박남준 시인
10:44 박성훈 가수 축하공연
12:00 시낭송 - 김민해 목사
13:11 시낭송 - 나종영 시인
14:34 시낭송 - 복효근 시인
15:30 시낭송 - 정성권 시인
16:52 시낭송 - 김인호 시인
18:17 시낭송 - 김경윤 시인
22:35 판소리 축하공연 - 김근수 / 친구
34:28 박두규 시인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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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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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찾아서] 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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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간에 앉아 보낸 세월
박 두 규
사진: Unsplash의Marko Lengyel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있으면 강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강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쪼그려 앉아 바라보는 두텁나루의 아침은 또 다른 세상이다. 새들은 날아오르거나 자맥질하거나 바위에 외다리로 서 있다. 그래, 나도 그러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경이로운 풍경 속 점 하나로 쪼그려 앉아 있는 것이다. 그 세상은 그 세상대로 이 세상은 이 세상대로 쪼그려 앉아 다리가 저린 세상,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가고 한 생이 간다. 그렇게 지리산 어느 구석 바위틈에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구절초 하나 홀로 피었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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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노트>
거처가 강가에 있다 보니 매일 흐르는 강을 보며 산다. 흐르는 세월이다. 촌음도 멈추지 않고 세월이 흐르고 있음을 매일 느끼며 사는 것인데 이는 生의 무상함으로 온다. 붓다의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두텁나루숲 뒷간에 앉아 하나의 풍경으로 보는 것이다. 모두가 스스로에 주어진 한 生을 보내는 촌음의 시간인데 누구의 눈길이 부럽거나 두려울 게 무어 있을까. 지리산의 홀로 핀 구절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도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다 가지만, 세상의 비와 바람을 다 맞고 꽃을 피워 스스로 봄이 되고 벌과 나비의 양식이 되고 씨를 맺어 생명을 잉태한다. 평생을 한 곳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건만 스스로에게 또는 세상에게 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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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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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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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가까이
강 영 환
언제나 혼자인 섬은
물 위에 떠서 가라앉지 않고
떠돌이 새들에 집터를 내준다
기슭에 이마를 높이 세워
성난 파도 투정을 받아 준다
아마 깨어져 무너져 내려도
누구 탓하지 않으며
별빛을 노래하는 잔물결 데리고
물고기 아픈 가슴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다
큰 물결 속 작은 물결에도 쉽게 떠밀리지 않고
오직 풍랑을 피해 돌아올 배를 위하여
가슴을 비워 둔다
배를 몰아 섬으로 가는 사람들은
기다리는 이가 있어 저물녘이 따뜻하고
그 섬에 안기고 싶은 나도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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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섬은 외로움의 표상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외로운 존재가 얼마나 따뜻하고 너그러운지 말해준다. 끝내 가라앉지 않고 새들의 보금자리를 주고 파도를 다 받아내고 물고기의 쉼터가 되어주고 배들이 풍랑을 피하게 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배를 몰고 가서 안기고 싶은 곳이다. 섬은 사람이다. 이 섬처럼 고독한 존재가 삶 속에서 가장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그 마음을 베푼다. 그것이 사람이다. 이 시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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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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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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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김도수
현호네 할아버지
쇠죽 쑤려
땔나무 해다 놓고
떠나간 지 삼십 년
소 누워 있던 외양간
땔나무만 가득 쌓여
푸석푸석 썩어가고
구유 속에 들어앉은
귀뚜라미 한 마리
문짝 떨어져 나간
쇠죽 방에 대고
밤새 울어대 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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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골집이라 해도 외양간은 없다. 농사는 키우는 소로 하는 게 아니라 기계로 한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할 수 없던 시절에는 쇠죽을 쑤기 위해 가마솥을 얹혀 놓는 방 하나가 있어 여러 용도로 쓰였다. 머슴이 자거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화투를 치거나 나그네가 쉬어 가거나 겨울밤에 새끼를 꼬는...이제 그 쇠죽방은 농촌에 소가 사라지면서 없어졌다. 그리고 그로인해 형성되던 시골의 정겨운 정서도 함께 사라졌다. 이 시는 그 잃어버린 시절이 단순히 시간만이 아닌 삶의 소중한 무엇이라는 그 상실감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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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