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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 농업 미래를 생각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리터 당 2000원을 넘겼다. 석유 가격은 전쟁이 있을 때마다 고공 행진을 했다. 하우스 농사는 석유 의존적인 농업이다. 대부분의 하우스는 겨울 내내 기름을 사용하고 그 비용은 매달 수십 만원에서 수천 만원에 이른다. 겨울이 지나서 석유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으니 올해는 그나마 부담이 적었지만 올 겨울까지 장기화 된다면 올 겨울 농부들도 높은 석유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밑의 글은 2006년에 작성한 글이지만 상황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석유 농업 미래를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지난 13일 70달러를 넘어섰다.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사상 최고치인 76달러를 넘나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5차 중동전쟁이 일어난다면, 국제 유가는 80달러 이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석유시대는 모든 생활의 기본이 석유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자동차, 전자제품, 전기, 의류에서 의약품까지 석유에 단 1%도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만큼 석유는 우리 생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밥상 역시 예외가 아니다. 밥상 위에 있는 오이나 호박, 쌈 채소, 쌀, 고기 등 거의 모든 것이 석유가 아니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의 밥상도 석유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중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하우스 농사’다. 호박이나 오이를 겨울에 재배하기 위해서는 600평 기준 연 1천 만원 이상의 기름 값이 들어간다. 비닐 역시 석유 화합물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 ▲ "다시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면 하우스 농사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구례 토지면 현근종씨. 전남 구례에만도 약 180곳이 넘는 하우스 농가가 있다. 지난 13일 구례 토지면에서 비닐하우스에 호박 농사를 짓는 농부 현근종(57)씨를 찾았다. 그는 1200평 하우스 농사를 25년간 지은 하우스 전문 농부다. 하지만 지난 25년 농사를 통해 얻은 것은 2억 3천만원의 빚이 전부라고 한다. 그는 자신이 빚을 지게 된 이유가 다름 아닌 '석유'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유는 이렇다. 현씨는 25년 전 정부의 시설재배 장려 정책에 따라 하우스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남는 것도 있어 아이들 교육을 시키면서 최대한 아끼고 살았다. 그렇게 밥은 먹고 살았는데, 10년 전부터 석유 값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면서 빚을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기기 시작한 빚은 IMF 직전에 3-4천 만원에 다다른다. 그 빚은 IMF 초기 치솟은 이자 때문에 천정 부지로 늘어났다. 또 기름값 역시 더욱 오른다. 더불어 이자도 오르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여기다가 비싼 기름값 때문에 주변 하우스 농가들이 하나 둘 망하게 되는데, 이때 보증을 서 그 채무까지 빚으로 떠안게 된다. 그는 결국 생전에 보지도 못한 돈 2억3천만원의 채무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니, 기름값이 치솟는데 오이나 호박 값은 예전보다 떨어지는 거여. 그러니 빚 안 지고 살 수 있어. 농민들이 부자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어. 예전처럼 그냥 하우스 농사 안 짓고, 돈 안 쓰고 소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이 놈의 빚만 없으면 말이야!” 그나마 구례민생인권상담센터를 통해 알게 된 개인회생제도(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일종의 개인 법정관리)를 이용해 남은 빚은 월 50만원씩 5년 동안 상환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빚 갚고 나며 63살이야. 결국 30년 농사를 져서, 15년은 빚만 갚다가 끝나는 것이야"라고 현씨가 말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시설재배 농가의 경우 치솟는 기름값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된 시설투자를 계속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비용은 늘어나는 데 비하여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한계가 있고, 농산물 가격 역시 춤을 추다가 한번 꺾여 버리고 나면 그 투자비용은 그대로 빚이 되어 농민의 숨통을 죄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주도한 석유 화학을 중심으로 한 상업농, 자본 투입형 농업 방식이 농민들을 빚쟁이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민국의 하우스 농사 지면서 빚 없는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해! 그는 “아마 국내에서 하우스 같은 ‘시설재배’를 하면서 빚이 없는 농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찾아갔던 인근 장미농장 역시 1억이 넘는 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 구례에서만 약 2000여 가구에서 신용불량자가 생겼고, 이들의 평균 부채는 약 2억 원에 이른다. 이중 절반에 가까운 약 1000여 가구는 정든 땅을 떠났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시설 재배에 투자한 농가다. “내가 말이야, 다시 나보고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면 하우스 농사는 절대 하지 않을 거야. 지금은 하우스에 투자한 것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말이야. 언젠 가는 이놈의 비닐하우스에서 떠날 날이 있겠지….” 그래서 그는 요즘 다른 농사를 꿈꾸고 있다. 그는 요즘 밭에 도라지나 더덕 같은 것을 키운다고 한다. 하우스에서는 자동화 장비 몇 개를 보여주던 그는 인근 섬진강 강변의 도라지 밭과 더덕 밭을 구경 시켜주겠다고 함께 가보자고 한다. 장마철에 불어난 물 때문에 거친 숨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섬진강 인근 밭에는 3년 된 도라지가 보라색, 하얀색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는 꽃이 참 예쁘다면 앞으로 2년 쯤 더 키워서 약재로 팔 생각이라고 한다. 더덕 밭에서는 더덕 새순을 꺾어주며 먹어보라면 건데 준다. "이게 말이여, 우리 어렸을 때 지리산에서 많이 꺾어 먹었거든. 한 번 먹어 봐…. 맛있지 이것 농약 한 번 안 준거야."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엔 하우스에서와는 다르게 어느새 환해지고 있었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당장이라도 석유농업에서 벗어나 오래된 전통 농업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석유 농업은 투입하면 생산량이 늘어나지만 투입한 만큼 생산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생산량만 많을 뿐 소득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생산비용이 이미 투자된 상태에서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결국은 빚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농부가 빚에서 벗어나는 길은 석유농업이 아닌 오래된 농업 농업은 생명을 키우는 것인 만큼 하나의 생명의 순환 속에서 존재해야 하는데, 오직 생산량과 소득이라는 상업적이 부분만 강조되면서 생산량에 집착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농약과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어 소비자 역시 안전한 농산물을 먹지 못하게 된다. 오래된 우리의 전통 농업은 완벽한 유기농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작물을 먹은 사람과 가축의 똥이 다시 거름이 되고, 이것이 작물을 키워 사람과 가축이 먹게 되는 순환식 농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석유, 화학농업은 이 순환 고리를 단절시켜, 똥은 바다에 버려지거나 석유로 태워지고, 똥 대신 화학비료가 작물을 키워왔다. 또 화학비료로 약해진 작물들은 병충해에 약하게 되고, 농약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작물도 사람과 같아서 과잉보호, 즉 화학비료를 많이 주게 되면 약해진다.) 결국 한때 ‘금비’라고 추앙되면서 시작되었던 석유, 화학농업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직도 농정당국은 시설재배와 고비용, 고투입 농업을 권장하고 있다. 이런 농업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석유재벌들과 비료공장, 그리고 농약공장들뿐이다. 만약 정부가 권장한 농업이 효과가 있었다면, 하우스 농가에 빚이 없어야 된다. 농민들이 농가 부채를 정부에서 탕감하라고 요구하는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배럴 당 7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 농민들은 과연 어떤 농업을 선택해야 하는가? 석유 농업인가. 아니면 자연과 더불어 농사짓고 살던 오래된 우리의 순환형 농업 방식인가? 답은 점점 명확해지는 것 같다. ==================================================== 2006년에 작성한 글이다. 현재 현근종 농부는 여전히 하우스 농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제 70대가 되었다. 지금은 하우스 안에 블랙 사파이어와 살구를 재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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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5
  • 귀농 농부의 오이 매출 3억 도전기
    구례는 오이로 유명하죠오이 정식 할 때 그의 목표는 매출 3억이었습니다. 과연 그 매출을 달성 했을까요? 구례 서동민 농부 인터뷰
    • 사람이야기
    2022-05-17
  • 니란자 강가의 숨소리
    니란자 강가의 숨소리 나이를 먹으면서 언젠가부터 ‘시간’은 그 많은 의미와 가치를 버리고 ‘늙음’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 나를 따라 다녔다. 그것은 삶의 지층, 그 어느 바닥에서 막연한 어떤 어둠과 절망의 우울한 안개를 뿜어 올리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매우 못마땅했고 불편했다. 그 ‘시간’이라는 관념을 극복하지 않으면 내 남은 생에 온전한 평화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시간’에 골몰해 있을 때 불현듯 오래 전 읽었던 헷세의 소설 『싯타르타』가 생각났다.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시간’과 관련된 무엇인가 소설의 말미를 장식했던 것 같았다. 소설을 다시 읽으며 내가 찾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것은 없다’라는 거였다. 소설 속의 싯타르타는 집을 떠나 스승들을 찾아 구도행을 하다 세속에 들어 돈도 벌고 여인을 만나 사랑도 하고 아들도 얻게 되나 다시 떠돌다 마지막으로 니란자 강가에 이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뱃사공 바수데바를 만난다. 끊임없이 흐르는 세월과 같은 니란자 강이 삶 자체를 상징하고 있다면 뱃사공 바수데바는 그 강을 자유롭게 건너다니는 각자(覺者)인데 시타르타는 강에서 그와 함께 보내며 깨달음을 얻는다. 강을 바라보고 강의 깊은 소리를 들으며 시간의 관념을 극복하고서 얻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나는 시간의 집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몸’을 떠나 현존할 수 없으니 나에게 시간은 결코 관념이 아니며 골수에 박혀있는 존재의 한 부분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몸에 대한 해석을 바꾸어 몸을 다르게 인식해야 한다는 명상 의학자 디펙초프라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에게는 몸은 새로운 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낼 뿐이지 노화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렇게 신체 세포는 항상 새것이며 나이 백 살을 먹어도 살아있는 몸의 세포는 낡고 오래된 것이 아니라 항상 새것이라는 것이다. 피부는 한 달에 한 번씩 새롭게 교체되고 위벽은 5일마다, 간은 6주마다, 골격은 3개월마다 새롭게 바뀌며 한 해가 지날 때면 우리 몸속 원자의 98%가 새것으로 교체된다는 것이다. 흐르는 강처럼 몸은 육안으로는 언제나 같아 보이지만 실은 항상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디펙초프라의 몸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바른 것이며 그러하기에 ‘현존’이라는 개념이 진실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몸은 낡은 세포는 버려지고 늘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그것으로 현존한다. 살아 있는 현재가 생명 자체이고 전부인 것이다. 이 전의 죽어버린 세포나 앞으로 생겨날 세포는 ‘몸’이 아니듯이, 말하자면 생명존재의 개념에서 보면 과거나 미래 같은 것은 원래 없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 같은 시간은 만들어낸 관념이며 습(習)일 뿐이다. 신체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이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고 여길 뿐이다. 그래서 강의 비밀은 ‘시간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상류의 폭포에도 하류의 나루터에도 강은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하며 인생은 하나의 강일뿐이다. 흐르고 있으면서도(변화하면서도) 과거나 미래라는 것이 없이 현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사람이야기
    2022-05-09
  • 양수발전소 댐 생기고 아름다운 골짜기 잃었다
    지리산 이야기 (2) 편리함 위해 파헤쳐진 계곡(산청양수발전소) 양수발전소 댐 생기고 아름다운 골짜기 잃었다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필름 대표) (webmaster@idomin.com) 2021년 04월 13일 화요일 정부 친환경에너지 홍보와 달리 삼림·생태계 파괴에 수질악화 편리함·발전 명목 개발만 몰두…회복·치유 등 새로운 대안을 "산청에 양수발전소가 생길 때는 왜 반대운동을 안 했습니까?" 2019년 2월 하동군 화개면 양수발전소 반대 대책위가 활동할 당시 연대를 요청하러 다니는 중에 들었던 이야기다. 산청군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2001년이었다. 그 당시 나는 양수발전소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산청에 양수발전소가 생긴다는 것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청소년들도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현재는 기후변화로 인간 문명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때부터 반대운동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양수발전소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화개 사람들은 반대집회 당시 산청양수발전소에 다녀와서 화개면 양수발전소 반대집회 때 후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산청양수발전소는 고운동 계곡에 상부댐, 거림계곡에 하부댐이 위치한다. 상부댐 일부 지역은 하동군 청암면을 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은 가동하는 동안 잉여전력이 발생하는데, 이것을 이용해 양수펌프로 하부댐에 있는 물을 상부댐으로 퍼올려 담아뒀다가 하부댐으로 흘려보내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다. 말하자면 원자력발전소의 잉여전력을 위한 배터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부댐에 있는 물을 하부댐으로 내려 한번 발전을 하는 데 6~8시간, 반대로 상부댐으로 물을 퍼올릴 때 8~10시간이 소요돼 발전소를 최대한 가동한다고 해도 최대 가동률은 25% 내외라고 한다. 1조 원이라는 건설비용을 생각했을 때 전기를 생산하는 양수발전소의 발전단가는 매우 높은 편이다. ▲ 산청군 고운동 계곡에 건설한 양수발전소 상부댐. /배혜원 시민기자 산청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지역주민을 만났다. 하부댐 인근 곡점마을에 터를 잡은 지 19년째라고 소개한 ㄱ 씨는 산청양수발전소에서 산청군과 시천면에 발전기금을 제공하고 있고, 수몰된 예치마을은 인근지역으로 이주해 펜션단지를 조성했으며 상부댐이 있는 고운동까지 도로를 건설해 교통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수질은 확실히 나빠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양수발전소를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에너지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과정에서 삼림 훼손, 수계통제로 하천 생태계 파괴와 수질 오염 등을 간과한 이야기다. 시천면에서 나고 자란 ㄴ 씨는 대규모 토목공사로 인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됐다고 이야기했지만 계곡에 이끼가 많아져 눈으로 봐도 물이 오염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청양수발전소 입구에는 수질 현황판을 붙여놓고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부댐이 위치한 고운동에 40년째 사는 ㄷ 씨는 반천동과 고운동에서 각각 길을 막는 등 반대운동을 했으나 끝내 막지 못했다고 했다. 반천동에서 고운동으로 이어지는 길도 막혀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최치원 선생의 호 '고운'에서 유래한 고운동은 깊은 산속에 물이 풍부하고 비옥한 분지 지형으로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자리다. 여름철 부채도 필요 없을 정도로 시원했던 이곳은 양수발전소 건설 이후 2~3도가량 평균기온이 올라갔고, 전기 없이도 소박하고 고요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아름다운 고운동 계곡이 사라졌다고 한다. 집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던 내가 환경운동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자기 집이 수몰된다는데 반대하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ㄴ 씨는 양수발전소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시천면 일대에 4군데가 넘는 생수공장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머지않아 지하수 자원이 고갈될 것이고, 오가는 대형 화물트럭들로 소음과 사고위험이 있고 지역에 딱히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나다니는 트럭들을 보며 양수발전소 송전탑들을 보며 지리산의 산수를 파헤치고 생산한 전기와 물이 다른 지역으로 팔려나가는 현실을 체감했다. 지역주민들이 혜택을 보는 점도 있고, 생활도 이전보다는 많이 편리해졌겠지만 우리는 고운동과 거림계곡의 이전 모습을 다시는 볼 수가 없다. 나는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 주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하동에서는 응모를 포기했지만 홍천은 당시 신규 양수발전소 후보지 중 한 곳이다. 농성장을 강제 철거당한 뒤로 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알지도 못하고 쪽수가 없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산청양수발전소가 건설될 당시 반대운동의 기억을 떠올렸던 ㄷ 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는 언제까지 편리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쳐야 할까.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기후위기에 대처하면서도 이런 문제들을 불러왔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는 없을까. 개발과 보존이라는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개발과 편리함 속에 고통받고 폭력을 당해야 했던 사람과 동물들, 뭇 생명들은 잊히고 우리는 그들과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결감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의 첫 번째 단계는 아닐지 생각해본다. ※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 연재 되었던 기사의 재수록입니다.
    • 사람이야기
    2022-05-08
  • 빠른 길은 무너지고 있다(중산리∼천왕봉)
    지리산 이야기 (1) 빠른 길은 무너지고 있다(중산리∼천왕봉) 잘리고 파헤쳐진 지리산에 희망의 씨앗을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 필름 대표) (webmaster@idomin.com) 행정, 지역발전 미명하 자연파괴 도로 넓히고 산악열차 사업 추진 토건 개발이 지역 미래 보장할까 지속가능한 삶 이룰 방법 찾아야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선배들의 안내에 따라 서울에 갔던 나는 그곳에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향에 돌아와 살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지리산에 와서 산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나의 터전이 수몰된다는 소식에 억울한 마음에 환경운동을 하게 된 것도, 지금처럼 살면 지구의 평균온도가 1.5도 상승하는 데 10년 남짓 남았고 그 후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3년 동안 고향인 하동에서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첫째로 도시처럼 많이 벌고 많이 소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 우리가 조금 빠르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 되는 일들은 어떤 곳에 사는 사람들과 동식물들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는 것, 우리가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 안에서 연결감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한다면 세상은 조금씩 변해 갈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현실은 말하자면 앞으로 우리가 기후위기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7.5년 남짓 남은 것이다. 3월 17일, 오랜만에 천왕봉 등반을 위해 중산리로 향했다. 관광객들과 물동량을 늘리려고 4차로 확장공사가 한창인 19번 국도 화개∼악양 구간에서는 많은 벚나무가 잘려나갔다. 남은 벚나무들에서 예년보다 2주나 빠르게 벚꽃이 터지고 있었다.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 샴푸는 왜 쓰고 디젤차는 왜 타냐'는 질문은 이제 환경운동하는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동에서 서울까지 4시간이면 갈 수 있고, 2시간이면 지리산을 둘러볼 수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계획마저 등장했다. 교통이 빨라진 탓에 코로나19도 빠르게 번졌다. 농산물가격은 폭등하고 돈이 있어도 마트에 식료품이 없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고,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장면이 세계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갑작스런 한파에 미국의 텍사스 지역에서는 전기공급이 끊기기에 이르렀다. 민영화된 전기공급회사가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난방설비를 폐기한 까닭이었다.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지역 주민들이 암에 걸려 죽어나가고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유출되어도 전기 공급은 멈출 수가 없다. 수십 년 된 벚나무가 잘려나가고 이름 모를 생명이 죽어나가도 도로 확장은 계속 되어야 하고,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비롯한 산악 개발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먹고살기 위해서다.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는 숭고하기 때문이다. ▲ 천왕봉에서 바라 본 산청군 중산리 쪽 지리산줄기. /배혜원 "산악열차는 이념이다, 인민군과 국방군의 차이와 같다." 지리산권 전북 남원 모 시의원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는 매우 불편하지만 성찰의 지점이 있다. 국내에서 추진한 모노레일 사업은 수익성이 알려진 바 없고, 케이블카 사업 역시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바는 미미하다. 알프스하동프로젝트의 시공업체로 선정된 대림건설이 '사업성 저하로 사업추진이 불가하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이념논쟁이라면 국내 산악관광 개발사업 추진은 환경문제와 경제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성적 판단과 합리성이 배제된 가치관과 믿음에 대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념에 따라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여성들을 겁탈할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했던 해방공간의 지리산이 떠오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세계 대유행(팬데믹)이 덮친 지구에 인민군과 국방군, 인간과 동물, 환경론자와 개발론자로 나뉜 것들은 서로 화해하지 못한 채 함께하고 있다. 어쩌면 기후위기와 팬데믹조차도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이로 나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이념논쟁일까. 알프스하동프로젝트 추진위원회와 하동군수는 산악열차를 비롯한 지역의 관광산업 활성화만이 지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고, 지금이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산권뿐 아니라 전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지역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 하동군청 앞에서 '산악열차 반대'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시민. /배혜원 지역의 청년들이 사라지고 인구가 소멸하는 이유는 지역에 산업단지와 대규모 관광 랜드마크가 없어서가 아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무시하고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벚나무들을 베고 도로를 확장하고, 강을 파헤쳐 돈으로 바꾸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무시하고 돈으로만 계산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돈으로 계산해도 수지가 맞지 않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토목건축사업만이 우리의 꿈과 희망이라고 우기고 있다. 지난 23일 지리산산악열차의 시공사로 선정됐던 대림건설은 지역갈등과 환경민원이 해소되지 않고, 사업성 저하로 산악열차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기업이 사업성 저하와 지역갈등을 문제로 철수할 정도라면, 공공개발로 산악열차를 추진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일이 아닐까. 지역에 공항과 고속철도 같은 교통시설을 건설하는 일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지역에 관광개발을 한다고 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 관광객이 빠르게 지리산에 오갈 수 있다면 그 지역 안에서의 숙식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청년들이 일용직,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시골에 살 이유가 없다. 빈집이 넘쳐나지만 도시 사람들의 세컨드하우스 개발사업으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한다. 시골에서마저 살 만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과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겉으로 청년들이 희망이라고 하지만 첫째는 얼마, 둘째는 얼마, 셋째는 얼마라는 식으로 신생아마저 가격표를 붙여 돈을 지급하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책임하고 쓸모없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 하동군 한 게시대에 걸려 있는 지리산 산악열차 사업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 /배혜원 10여 년 만에 지리산 천왕봉에 올라서니 감회가 새로웠다. 천왕봉에는 덱도 많이 생기고, 지난 수해로 강돌도 많이 들여 놨다. 무엇보다 법계사 입구까지 버스도 다닌다. 지리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더 빨라졌다. 설악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놓인다면, 지리산 정상에 케이블카가 놓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이 지구에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시기도 더 빨라질지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지역은 이미 자립할 수 없는 상황이고,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구의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성장이나 개발이라는 상상이 가능할까?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땅을 일군다. 자립을 꿈꾼다. 한 줌의 씨앗이라도 남기기 위해서다. 역부족이나마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콘크리트 바닥 갈라진 틈 사이로 싹이라도 틔우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7개월간 지리산 이야기로 글을 쓰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11편을 연재하는 제목인 '지리산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지리산 사람들이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바라보고, 우리 공동체가 이곳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나가는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면을 할애해 주신 경남도민일보에 감사드린다. 배혜원 시민기자(지리산 필름 대표) *이 기사는 '지리산사람들' 회원들이 경남도민일보에 연재 하였던 "지리산 이야기 기획시리즈"를 재수록 하였습니다.
    • 사람이야기
    2022-04-27
  • '미얀마의 저항, 우리의 교감' 후기, 예예띤과의 5시간
    나이가 든다는 건, 뭘까? 주름살이 많아지고, 빨리 피곤해지고,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리고 눈물이 줄어드는 것일까? 가슴에 맺힌 무엇이 있을 때, 맘껏 울고 나면 거짓말처럼 풀리는데, 요즘은 영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이가 든다는 건, 감정이 무뎌지는 것일까. 우리가 <기획강좌_저항과 교감>을 계획한 것은 대통령선거결과와 우리 사회를 왜곡하는 언론을 보며 분노하고, 저항하고, 교감하고, 연대하는 삶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획강좌_저항과 교감> 첫 번째는 ‘미얀마의 저항, 우리의 교감’으로 결정하고, 이야기손님으로 “예예띤”(미얀마 이름엔 성이 없아고 한다)을 섭외하였다. 예예띤은 우리의 부름에 지리산까지 흔쾌히 달려왔다. 예예띤은 미얀마 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부교수이다. 그녀는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2019년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에 들어왔고, 지금은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예예띤과 나의 인연은 미얀마의 평화를 기원하는 쿠폰을 구입하면서다. 쿠폰을 구입한 나는 ‘미얀마에 평화가 찾아 와 일상이 회복되면 윤대표님이 쓰실 수 있는 쿠폰은 • 미얀마 관광지-만달레이, 바간, 인레 여행시 최대한 현지인들이 돕는다. • 관광지 아닌 다른 가고 싶은 곳들도 최대한 조력한다. • 본인이나 주변인들 중 미얀마에서 불교 참선하기 위해 장기 체류하는 분들에게 현지 통역원을 소개하고 돕는다.’는 카톡을 받았다. 구입한 쿠폰에 비해 과한 배려라 생각되었다. 4월 14일 저녁 6시, 예예띤은 ‘미얀마의 저항’을 듣기 위해 모인 한국인 30여 명과 마주했다. 예예띤은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2022년 4월 13일 현재 사망자가 1,750명, 불법 구금이 13,239명, 사형에 처한 자가 91명(이중에는 어린 아이도 2명 있었다), 수배자가 1,976명이라고 했다. 군부 쿠데타에 미얀마 국민들은 시민불복종운동을 하는 한편, 2021년 4월 16일에는 민족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를 평화를 위한 이후 로드맵은 ‘독재권 근절, 2008년 헌법 폐지, 연방 민주주의 연합의 설립을 위해 전략 수립, 전환기를 위한 새로운 정책 설계, 전환기의 정부 설립, 전국적으로 회의를 하여 헌법 설계한 후 인정, 연방 민주주의 헌법을 국민의 인정 받은 후 설계, 설계한 연방 민주주의 헌법에 따라 정부 통치 행정부 설계’이지만, 군부에 대한 두려움과 우민화 교육, 언론 통제, 민족간의 갈등 조장, 종교 갈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예예띤이 이야기를 마친 후, 박두규 시인과 김인호 시인은 미얀마 민중과 연대하는 시를 낭송하며 힘을 내라고 했다. 예예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1980년대, 1990년대 최루탄과 사과탄이 난무하던 거리가 떠올랐고, 거리 투쟁을 위해 신발 끈을 매던 그 순간의 두려움이 엄습하여 정신이 혼미해졌다. 눈을 감고, 미얀마의 평화를 빌며 마음을 다독였다. 다음날 4월 15일, 나는 예예띤과 ‘새참 먹는 시간’에서 낮밥을 먹었다. 예예띤이 국가장학생으로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에 들어왔다고 해서, 공부를 무척 잘했나보다고 했더니, 망설이면서 말한다. “그런데, 힘들어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쓰러졌어요. 교수님 앞에서 쓰러졌는데, 그후부터 머리가 나빠진 거 같아요. 논문을 써야 하는데 마음이 잡히지 않고...” 예예띤은 민족통합정부에 후원하고 있기에, 부교수에서 해고되었고, 지금 미얀마로 들어간다면 바로 구속된다고 한다. ‘새참 먹는 시간’을 나오며 낮밥 계산을 하려고 하자 ‘새참 먹는 시간’ 주인장 아나가 낮밥은 예예띤에게 선물로 드린다고 한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무뎌진 내 감정을 건드린 건, 예예띤에게 선물한 아나의 낮밥이었다. 밥 선물! 예예띤은 구례에서 불러줘서 너무 고맙고, 미얀마의 상황을 전할 수 있어서, 힘이 되었다고 했다. 나는 예예띤을 꼭 안았다. 미얀마에 평화가 오길, 예예띤의 가족에게 평화가 오길, 그 평화를 위한 길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림 출처. 예예띤이 설명한 자료의 마지막 슬라이드
    • 사람이야기
    2022-04-20
  • 진달래를 쓰다.
    2015년 12월 28일은 박근혜 정부가 한·일 일본군위안부 협상을 타결한 날이다.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데 국가가 임의대로 종결을 약속해버린 것이다. 전국적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곳 남원에서도 소녀상 건립 모금이 시작되었다. 필자도 작은 성금을 보태고 분노와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서글픈 마음을 함께 실었다. 그런 마음들이 하나, 둘 모여 소녀상이 남원 춘향 테마파크 입구에 서있다. 2018년 전북과학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남원의 요천 생태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전북의 학교에 재직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으로 바로 현장에서 진행되었다. 선생님들과 만나는 장소는 춘향 테마파크 입구에 있는 소녀상 앞이었다. 소녀상 뒤로 키가 큰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선생님들 중 한 분이 그 나무의 이름을 물어보신다. ‘모과나무에요.’ ‘모과나무가 소녀상에 맞는 건가요? 하고 되물으셨다. 잠시 생각하다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사실 모과나무보다는 진달래가 더 맞다고 봅니다. 모과나무는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들어와 모과차로도 유명하여 굳이 외래종이다 아니다를 따지긴 그렇지만 그래도 고유종이 아닌 것은 분명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고, 이 자리에 맞는 나무는 진달래가 좋을 듯합니다.’ 회사에 새로 입사하거나, 학교에 1학년으로 입학을 하면 옛날에는 신입사원, 신입생으로 불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새내기’라는 순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단체를 ‘동아리’라고 하는데 옛날에는 서클이라고 했다. 그리고 MT를 지금은 ‘모꼬지’라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달과 가까운 높은 곳에 모여 사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인 ‘달동네’라는 말과 함께 모두 고 백기완 선생이 만든 말이다. 그리고 백기완 선생께서는 ‘터널’에 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갖고 계시다. 1960년대 말 남산 1호 터널을 ‘터널’이라는 외래어 대신 ‘맞뚜레’라는 우리말을 사용하자고 주장하시다가 수사기관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시기도 했다고 한다. 90년대 초반에 백기완 선생의 강연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많은 이야기 중에 진달래에 대한 이야기만 뇌리에 남아있다. 아마 나도 모르게 나는 나무에 꽂힐 운명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아름다운 여인을 표현하는 말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하셨다. 노을네, 여울네, 진달래가 바로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이다. 노을의 붉은 색체는 깊이가 있다. 모든 상처를 어루만지듯 아름답다. 여울의 흐름은 생명을 담아낸다. 때로는 아가씨의 맵시로, 때로는 센 물살이 생명을 채찍질하는 어머님의 모습으로도 투영된다. 그러면 진달래는 무슨 의미일까? 진달래는 시가 되어, 노래가 되어 곁에 있다. 영화가 되어 소설이 되어 곁에 있다. 그리고 어린 날의 기억이 되어 그리움으로 마음 속에 들어와 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붉은 산’은 일제의 만행을 피해 만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설움을 담고 있다. 삵이라 불리는 주인공은 동포들이 당하는 부당함에 맞서다 죽임을 당한다. 그는 죽어가면서 붉은 산과 흰옷 입은 사람들이 보인다고 한다. 고향을 본 것이다. 전쟁과 수탈, 땔감 등으로 황폐해진 산하는 붉은 흙이 드러나 산이 붉게 보인다. 백성들이 즐겨 입은 하얀 옷은 백의민족의 상징이었고 잃어버린 나라 곳곳에서 만나는 그리움이다. 그리고 고향에는 이른 봄 지천으로 피어있는 진달래가 있다. 진달래는 해마다 붉은빛으로 피어난다. 초록의 잎이 채 나오기도 전에 꽃을 밀어 올린다. 다른 꽃보다 먼저 피운 꽃으로 이른 봄의 배고픈 곤충을 유혹하여 수정을 하기 위함이지만 겨우내 굶주리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에게 이른 봄의 꽃은 영양이 풍부한 먹을거리가 되기도 한다. 기회는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는 법이다. 그래서 진달래는 독을 품는다. 움직이지 못하는 모든 식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항균물질을 만든다. 피톤치드(Phytoncide : ‘식물의’이라는 뜻을 가진 ‘phyton’과 ‘죽이다’를 의미하는 ‘cide’의 합성어다. ‘식물이 죽인다.’는 의미인데 이 또한 사람의 시선이다. 식물은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 누구를 죽이기 위해 어떤 물질을 만들지 않는다.)라 불리며 균과 포식자에 대해 저항성을 지닌다. 그러나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이로운 물질이다. 그래서 보다 피톤치드를 손쉽게 접하고 얻기 위하여 피톤치드가 많이 나오는 나무를 상품화하고, 치유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숲으로 부른다. 이 과정에서 숲과 나무가 피해를 보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진달래가 품은 독도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 그래서 이른 봄의 부족한 먹거리를 보태기 위해 진달래를 딴다.(2018년 봄에 부산에서 실종된 20대 여성이 8일 만에 구조가 되었는데 산에서 진달래를 따먹으면서 견디었다고 한다.) 동무들과 어울려 진달래를 따먹으러 다닌다. 진달래는 간식이 되고, 놀이가 되어준다. 삼짇날에는 화전을 부쳐 먹는 풍습이 있다. 삼짇날은 음력 3월 3일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나비가 나타나고, 뱀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날이기도 하다. 아직 꽃샘추위가 끝나지 않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른 봄에 이 땅의 민중들은 진달래꽃으로 꽃놀이를 즐기며 한 해 농사를 준비했다. 먹을 수 있은 꽃은 찔레꽃도 있다. 찔레는 새순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꽃 하면 제일 먼저 진달래꽃을 떠오른다. 이는 초록빛이 완연한 여름에 피는 찔레보다 삭막한 겨울 삭풍이 채 가시지 않은 척박한 시절의 붉은 진달래가 더욱 간절했기 때문이리라. 일 년 중 먹을 것이 없어 가장 절박한 순간에 꽃이 피기 때문이다. 쌀이 떨어져 굶게 생긴 저녁밥을 위해 옆집에 쌀을 꾸러 다니신 어머니처럼 전쟁통에 자식 입에 풀칠이라도 해주려 피죽을 끓여 목숨줄을 연명시켜 주었던 어머니의 모성처럼 진달래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꽃이 되어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달래를 가장 아름다운 여인네라고 표현하신 듯 하다. 진달래 꽃잎은 자신을 내어주고 사람의 목숨을 이어주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시는 모성의 절박함과 순결함을 진달래는 닮았다. 소녀상은 민족의 아픔을 온몸으로 당하시고 견디어내신 힘없는 이 땅 여인네들의 상징이다. 이러한 소녀상과 가장 어울리는 나무는 진달래가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진달래는 살아가는 곳도 기름진 땅이 아니다. 물 좋고 볕 좋은 땅을 싫어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곳은 모든 식물이 호시탐탐 노리는 전쟁터다. 진달래는 심한 경쟁을 힘들어한다. 그래서 다른 식물이 좋아하지 않는 흙 한 줌 없어 보이는 절벽이나 산성화된 토양, 타감 물질 가득한 소나무 사이에서 살아간다. 그곳에서 다른 식물이 살아갈 땅을 만들어 간다. 생태적으로도 진달래는 다른 식물들이 살아갈 땅을 일구는 선구자 역할을 한다. 어쩌면 이리도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의 손길을 꼭 닮았을까 생각해본다. 그 어머님의 손길 덕분에 나는 이 봄날 선명한 빛깔을 올리는 저 진달래를 보면서 감탄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 내년도 그러할지니. 사진 : 박계순 / 3월 목동반/ 구룡계곡
    • 사람이야기
    2022-04-14
  • 욕망의 인간화
    욕망의 인간화 -닥터 비치의 ‘휴마나이즈(humanize)’를 생각하며 우리 인류는 근대를 진행하는 동안 꾸준히 과학기술의 발달을 이루었고 과학의 발달을 토대로 산업화가 이루어졌으며 산업화는 자본의 축적을 가져왔다. 그리고 21C에 들어선 지금은 우리 스스로도 놀랄만한 문명과 함께 이것들로 인해 역으로 꾸준히 자연은 침탈당해왔음을 본다. 그 결과 자연의 순환질서는 깨지기 시작했고 생명 본성을 거역하는 사회적 가치관이 형성되었으며 개인적 삶의 목표들이 부정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며 세상살이의 우울함을 떨칠 수 없다. 이런 사유와 감상의 어느 지점에서 늘 만나는 질문 하나가 ‘인간의 욕망’이다. 인류사 속의 많은 종교와 사상들이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거론해왔던 ‘인간의 욕망’은 이제 물질만능주의 사회로 진입한 오늘날 최고의 화두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일단 이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 과학과 자본의 결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에 속하지만 비치 선생의 ‘휴마나이즈(humanize)’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에 관한 글을 읽으며 잠시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다. 닥터 비치의 이 두 가지에 대한 개념을 간략히 말하면 이렇다. ‘문명이라는 것이 없었던 인류의 초기에는 자연 자체가 커다란 위협이고, 심할 때에는 인간이 죽거나 하는 상태도 있었을 것이다. 휴마나이즈 라는 것은 그러한 환경에 대한 극복 요구로부터 서서히 일어났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테크놀로지란 인간으로서 위협이 없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이며 테크놀로지의 역할은 가까운 미래에 대하여 세계를 휴마나이즈 (humanize)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휴마나이즈의 제일 기초가 되는 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안전성이라는 것이다.’ 비치 선생의 과학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는 인간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인식과 깊은 휴머니즘이 깔려있어서 감동이 있다. 닥터 비치의 생각은 인간의 과학기술 문명의 출발점과 진행 과정과 미래에 대한 것이지만 시종일관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은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유익하게 할 수 있느냐는 휴머니즘적 인식이다. 하지만 요즘 과학이 자본과 결탁하여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나서며 ‘인간의 욕망’을 넘어선 ‘탐욕’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과학기술의 인간에 대한 기여는 비치 선생의 순박한 생각을 넘어 인간에 대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인류 최고의 적은 과학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고 과학과 자본의 결탁이 만들어낸 ‘탐욕’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문명과 산업자본문명으로 대표되는 근대문명의 진행과정에서 꾸준히 함께 커온 것이 있다면 그건 인간의 탐욕이다. 이 탐욕은 많을수록 좋다는 자본의 속성과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결국 인간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암종으로 굳이 명명하자면 심암(心癌)이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기준이 되는 가치관과 삶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돈’이라는 것으로 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마음에는 이미 이 심암(心癌)이라는 암종이 모든 생활반경에 전이되어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닥터 비치는 서서 진료하던 치과의사들을 앉아서 진료행위를 하게 한 혁명적인 치과 진료대를 발명 제작한 사람이지만 자신은 정작 달랑 집 한 채 가지고 변변치 않게 살아가는 가난한 의사이다. 그 진료대와 다른 발명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기본으로 ‘인간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휴마나이즈(humanize)’와 ‘테크놀로지(technology)’에 관한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참으로 인간적인 과학자요 의사인 닥터 비치의 삶에서 현대 문명인들이 지녀야 할 마음을 본다. 인간의 욕망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욕망은 끊임없이 휴머니즘적 욕망(욕망의 인간화)으로 묶어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의 말이 해답인지도 모른다. -남바람꽃 / 사진 김인호
    • 사람이야기
    2022-04-13
  • 유기농 양파 재배와 양파 크게 키우는 비법
    남원에서 유기농 양파를 재배하는 농가를 만났습니다. 지난번 수해로 인해 집을 잃고 지금은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몇 개월 전에는 하우스에 불까지 나서 힘든 농가입니다. 그래도 양파는 쑥쑥 자라서 수확할 때가 되었네요. 유기농 양파를 재배할 때 어려운 점과 양파를 크게 키우기 위한 비법을 들어 봤습니다. 올해는 작년 저장 양파 때문에 양파 가격이 낮다고 합니다. 양파는 위에도 좋고 모든 요리에 꼭 필요한 채소죠.
    • 사람이야기
    2022-04-13
  • 세계 물의 날 2022년 3월22일
    오늘은 세계 물의 날 매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하여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유엔(UN)이 매년 3월 22일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하여 정한 날이다. 마지 못해 살지만 인간의 발길이 뜸하니조용해서 살아가고 있다 야생동물은 그곳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사람이야기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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