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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나에게 연대란
-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1 나에게 연대란 안녕하세요. 탈핵과 비움을 화두로 이곳저곳 다니고 있는 순례자 청명입니다. 꾸벅. ^^ 7월초에는 9박 일정으로 속초에 다녀왔어요. 박용성(바르나바) 신부님의 소개로 머물게 된 속초형제의 집에서 오전에는 이곳을 이용하시는 어르신이나 노숙인, 이주민과 함께하는 밥 나눔봉사를 하였어요. 오후에는 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삼척석탄화력, 홍천양수발전소 집회에도 참여하였구요. 오봉교회, 청년긴급행동, 지역 활동가들과의 만남도 가졌습니다. 반갑게도 멀리 청주와 공주의 지인들께서도 찾아주셨어요. 와우^^ 속초순례의 여정은 즐겁고 벅찬 연대의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만남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리겠습니다. 산타 같으신 바르나바 신부님 ‘2025전국연대순례’ 길을 나서고자 했을 때, 처음으로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셨어요. 신부님도 1년의 안식년을 가지면서 영성과 농촌공동체를 찾아 이곳 속초형제의 집에 머무르며 봉사와 기도생활을 하고 계신 터였습니다. 속초(주변)지역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맞서는 일에도 항상 함께하시고, 청주와 공주의 지인들의 지역순례도 안내해주셨습니다. 새벽 밥 봉사를 마치는 피곤함에도 9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봉사자분들에게 음악과 원두커피도 제공하셨구요. 신부님의 식사기도에서는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말씀하시더군요. 지켜보며 그의 이러한 자상하고 정의로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잠시 궁금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살아가는 건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속초형제의 집을 운영하시는 가브리엘 신부님과 레이첼 팀장님 얘기도 해볼까요. 새벽부터 가마솥에 밥을 지으시는 가브리엘 신부님. 저의 ‘후쿠시마 오염수 NO’라는 몸자보를 보시더니 “진정한 활동가네”라고 한마디 하셨죠. 그리고 아침 한끼를 함께 나누시더니 먼저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런데 밥짓기를 마치면 원래 식사를 안 하시고 곧장 수도회로 가신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그 마음을 생각하며 소화시키는 내내 울컥했습니다. 살면서 벽과 한계에 부닥친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서긴 쉽진 않습니다. 그런데 레이첼 팀장님은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을 살피며, 살아가는 건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따뜻한 밥 나눔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형제의집 공간을 이용하시는 노숙인분들은 시간과 상관없이 들락날락 하매, 물과 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잠시 식힐 뿐 오래 머물지 않더군요. 레이첼 팀장님은 “커피드시게요” “더워요. 물 드셔요”라며 마음까지 채워 주시는 분이였습니다. 진실한 대화는 이런 거지 속초지역에서 참치가게를 운영하시는 70대의 왕언니와 호주에 살고 있는 저스티나도 만났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피켓 연대를 가려는 제게 “그걸 왜 반대해요. 설치하면 좋지, 근데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는 좋으네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시는 왕언니. 반대의 의견이든, 같은 의견이든 누구나 생각을 쉽게 건네지는 않거든요. 귀찮아서, 반대되는 의견이라서, 생각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저마다의 경계를 긋고는 하는데 왕언니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말을 걸어 주셨고, 밥 나눔 일도 정성스럽게 온몸으로 하셨습니다. 진실한 대화는 바로 이런거지 라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스티나는 호주에 살면서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머물 때마다 월, 화요일 봉사를 옵니다. 한가득 담긴 양파를 다듬으면서 “하루하루 일상의 고마움을 갖고 살아간다”는 그녀. 봉사자분들과 재료준비와 설거지를 나란히 하는 모습에서 남보다 먼저 앞서기를 바라지 않고 더 즐겁게 사는 사람으로 나란히 계신다는 생각에 희망이 피었습니다. 제가 ‘2025 전국연대순례’를 하기 위해 온 이곳에 그녀들이 함께 왔습니다. 왜가리, 꿈씨, 하이디, 후, 봄봄. 공주에서 청주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정을 잡고 연대를 온 그녀들. 옳은 일에, 해야만 하는 일에, 잊지 말아야 할 일에 언제나 음식으로 서 있는 왜가리의 진두지휘로 다음 날 먹을 깍두기도 담그었습니다. 순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연대를 꾸리려는 내게 끝없이 질문을 아끼지 않는 후. 하기 어려운 과제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라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연대를 이어가는 봄봄. 바쁜 일상에도 의지를 다지며 순례에 참여한 꿈씨, 켈리그라피로 선한 곳마다 자신만의 패션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하이디. 처음 만나는 낯선 자리의 연대였을 터인데도 ‘후쿠시마 오염수 NO, 신규핵발전소 이제 그만, 안전한 핵이란 없다, 공공재생에너지로’라고 쓰여진 몸자보와 깃발을 들고 사랑이 되는 길을 따라 묵묵히 걷는 그녀들. 아름다움이 넘치는 길을 봅니다. 경계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배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순례 중에 어느 생선메뉴가 있는 식당에서 밥 봉사자 분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옆자리에서 여럿의 여행자분들이 계속 힐긋거리며 보고 있더라구요. 동행한 신부님을 아시는 분들인가 생각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 저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건네었어요. 여행자1 : (울그락 불그락 화난 표정으로) 그런 글(앞뒤 후쿠시마 오염수 NO 몸자보)을 달고 왜 생선을 먹어요. 청명 : (당황해하지 않고 웃으며 여유롭게 ) 생선을 좋아해서요. 여행자2 : (또 울그락 불그락 화가 찬 표정으로) 밥맛없어요. 청명 : (친밀한 마음으로) 밥 맛 없게 해서 죄송해요. 근데 벌써 12번째 방류했어요.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어서 이래 다녀요. 여행자1 : (불투명하게) 북한도 버렸잖아요. 서해로 바로 오는데 그건 왜 안 달아요 청명 : (친절하게) 확실히 밝혀지면 그것도 달아야죠. 그거 알아요. 남한도 오염수 버려요. 그것도 달아야겠어요. 근데 후쿠시마꺼를 지금 달고 다니는 건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대놓고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말했잖아요. 여행자1 : (확언하듯) 일본은 물로 희석하잖아요. 북한은 그냥 버리고. 청명 :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희석하면 뭐 해요. 버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라면 스프를 넣고 짜다고 맨 물을 섞어 봐요. 버린 양은 같은데. 여행자2 : (여전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알았어요. 여행자1 : (누그러진 마음으로) 알았어요. 청명 : (친절하게) 어쨌건 밥맛없게 해서 미안해요. 즐거운 여행 보내셔요. 글구 말 걸어주어 고마워요. 여행자1 : (다정하진 않아도 차분하게) 네. 여행자2,3,4,5,6 : (가만히 듣고 더 이상 째려보거나 울그락 불그락하지 않는다) 연대란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일 하하. 설레임으로 다가간 속초의 연대! 이번 순례를 통해서 서로가 낯섦이 마찬가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만나고 여러 매개로 낯섦을 줄이는 이런 과정이 진정한 연대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어요. 또한 마음을 내고 ‘지금-여기’서 다같이 즐거워야 연대는 확장된다는 것도요. 모두가 빛나야 합니다. 연대란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리고 그 지향은 ‘지금의 시스템으로 내면화된 불합리한 가치관인 물질과 권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통해 희망을 가져본다면 그건 ‘그저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예요. 다시금 순례기간 반갑게 맞아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 속초의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글을 실을 수 있도록 마음의 손길을 내 주신 ‘지리산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요.^^ 앗싸 이땅에 탈핵!!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글을 실을 수 있도록 마음의 손길을 내 주신 ‘지리산인’에게 찐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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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 가게 유람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리산 오여사’
- [반달곰1% 가게 유람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리산 오여사’ 처음 보는 사람은 오여사, 라는 호칭에서 좀더 나이 든 부인을 상상했다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내고 보면 오민애 님에게 ‘지리산 오여사’라는 호칭은 더 없이 알맞다. 손님이 줄줄이 들고 나는 좁은 가게가 복작복작하지만 정작 오여사는 여유롭다. 식사를 끝낸 손님들의 계산을 하면서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도 빼놓지 않는다. 10년이 넘는 장사내공이 느껴진다. 강산이 변하는 만큼 시간을 다진 사람 오민애 님은 원래 청주 사람이다. 2011년 3월부터 지리산이 좋아서 6개월여를 오가다가 임신 중에 악양으로 이사 와서 아기까지 낳았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로 자영업을 선택했다. 워낙 음식에 자신 있기도 했고, 당시 자신이 살던 악양 화개 쪽에 맛있는 돈가스 집이 없어서, 에라이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 구례에 둥지를 튼 것은 2014년 6월, 구례군 토지면으로 옮겨왔다. 지금의 오일장 가게로 온 것은 2016년, 그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은 성수기에 하루 100그릇 이상을 팔고 기다리는 손님들 때문에 웨이팅보드도 설치했지만, 2023년 전까지는 단골들을 대상으로 매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이만큼 자리잡는 데 10년 걸린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렇게 잘 되진 않았죠. 돈가스와 들깨칼국수는 계속 했던 메뉴이지만, 생선가스는 오일장으로 오면서 돈가스를 못 드시는 분들을 위해 시작한 거예요. 싱싱한 활어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오일장의 이점이 있었죠.” 생고기로 만드는 돈가스와 활어로 만드는 생선가스, 메밀면으로 만드는 들깨칼국수는 손꼽히는 맛이다. 음식에 구례스러움을 담기 위해 샐러드에는 산수유절임을 얹고, 소스에는 라임청과 매실청을 활용해 상큼함을 더했다. 밀가루를 못 먹는데 오여사의 들깨칼국수는 먹는다는 손님도 있고, 자신이 먹어본 돈가스 중에 최고였다는 말을 하는 손님도 있었다.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넘친다. 힘들었어도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그래서일까?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그녀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늘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고, 매출은 계속 상승세였으니 초심을 유지하면서 좋은 재료로 운영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게다가 자영업을 선택한 이유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함이었고, 아이가 아프거나 학교에 일이 생겼을 때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이 곁에 있을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변수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 만한 일이 없다. 아직은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재미있다니 중학생인 아이가 앞으로 큰 사고 없이 자라주기만 한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듯하다. 그런데 몸이 고장났다. 목디스크가 오고 관절도 아프다. 23년부터 오일장날과 주말만 영업하고 있는데도 영업 준비를 하다보면 주 60시간 정도를 일하게 된다니 몸이 성할 리 없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은 일이다. 지금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온전히 쉴 수 있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데, 그럴 때는 좋아하는 등산이나 서예를 하고 있다. 가게에 보이는 메뉴판이나 글귀 등 먹글씨들은 모두 그녀가 직접 쓴 것들이다. 겨우 쉬는 하루인데 등산을 하고 오면 더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산의 기운이 그녀를 치유하는 느낌이다. 별안간 그녀의 씩씩한 모습이 푸르고 청정한 산의 모습과 겹쳐진다. 무작정 산이 좋은 사람 전국의 산을 누비며 지리산 종주도 여러 번 했다는 그녀에게 어리석은 질문을 던져봤다. 산이 왜 그리 좋으냐고. 이유가 없단다. 그냥 좋단다. “중학교 때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그게 첫경험인 것 같아요. 흔들바위까지 올라갔는데 너무 좋아서 다른 사람들 다 제치고 앞서 갔어요. 그냥 너무 좋았어요. 오르는 과정도 올랐을 때의 벅참도. 고등학교 대학교 다닐 때도 친구들과 버스 타고 산에 다녔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도, 임신, 출산 기간을 빼고는 항상 산에 다녔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산행을 해요.” 지리산 자락에 살면서 그녀는 늘 생각한다. 아, 여기 살기 참 잘 했다! 오민애 님에게 산은 마치 애인 같다. 맑은 날의 산도, 흐린 날의 산도, 비오는 날의 산도, 비 그친 후의 산도, 눈오는 날의 산도 볼 때마다 너무 이쁘다. 지리산을 바라보며 출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래서 반달곰 1% 가게 제안이 왔을 때 망설임 없이 수락할 수 있었다. 오히려 지리산을, 그 안에 살고 있는 반달곰을 보호할 수 있는 일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감사했다. 반달곰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 반달곰에 대한 지식도 더 많아졌다. 게다가 다른 반달곰 1% 가게에서 소개를 받고 손님들이 찾아오니 매출에도 도움이 된단다.(웃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산에 갈 때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를 회수하고 화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 등의 작은 일이지만, 그녀는 이 작은 날갯짓들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제발 드실 만큼만 가져가세요~!”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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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 가게 유람기] 더도 덜도 말고 딱, ‘지리산 오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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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삶, 땅을 지켜온 삶
- ● 홍보하는 데는 내가 안 낫겠냐고 젊은 사람들이 그래가지고 이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선생께서는 방문자들을 만나자마자 첫 마디부터 이 만남, 인터뷰의 목적을 분명하게 지목하셨다. 그만큼 지금 절박하게 홍보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안, 즉 차황면 골프장 문제에 마음을 모으고 계셨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태가 묻힌 곳, 평생을 살아왔고 40여년 세월 유기농으로 가꿔온 땅이 심각하게 망가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만난 분은 산청 차황면 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박찬술 위원장님이다. 현재 산청군은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주의의 망령이 세 방향에서 지역을 옥죄고 있다. 골프장, 케이블카, 지하수 난개발이 그것이다. 지난 6월 하지에 산청을 지키고자 몸을 일으킨 사람들과 이에 연대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였다. 아래 영상을 많은 이들이 보고 무지한 권력자들의 지리산에 대한 테러에 함께 대항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방문자들은 선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향을 지키며 긴 세월 땅을 살리는 농사에 천착해 온, 어쩌면 단순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인생 행로에 주목했다. 현대는 이동의 시대다. 삶터를 수없이 바꾸고 집과 일터 사이 먼 거리를 매일 같이 오가고 멋지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면 자동차로 비행기로 시간을 아끼지 않고 달려간다. 이 문명에서 ‘성공’의 척도는 이동하며 허공에 뿌려댄 탄소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한곳에 머물며 발 아래 땅을 살피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대자연의 숨결을 가슴 깊이 느끼는 삶은 어떤가. ○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 46년생이니까 내년이면 만 80이 됩니다. 선생은 이곳 산청군 차황면 철수리에서 태어나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 고향을 떠나 산 적이 거의 없다. ● 부대 생활하면서 객지에 나갔었지. 그런데 우리는 남 밑에 있는 체질이 아니더라고. 자발적으로 내가 뭐 하고 싶은 거 하고 이래야 되는데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못하겠더라고. 직장생활도 한 반년 해봤어. 그게 안 맞아서 여기서 계속 살았지. 금세 말씀이 편해지셨다. 스스로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실까 궁금했다. ● 크게 행복한 줄은 몰라도 뭐 크게 안 좋은 것도 없어.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게 아닐까? ‘자족적인 삶’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선생은 슬하에 6남매를 두셨다. 어렵던 시절 식구들이 함께 고생을 나누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 영호남에 흩어져서 다들 잘 살고 있다. 큰딸만 사위와 함께 부모님 곁을 지키고 있다. 선생께서는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 ○ 농사는 언제부터 지으셨습니까? ● 젊어서부터 쭉 지었지. 주로 벼농사, 이제는 밭도 별로 없고. 젊어서는 그래도 밭농사를 꽤 했단다. 밭을 줄인 이유는, 사모님을 고생시키는 것이 가장 컸다고. ● 오만 것 다 하지. 감자부터 고추, 팥, 콩, 참깨, 들깨 뭐 우리가 먹는 거는 다 심어. 생강도 심고. 근데 집에 마누라가 너무 고생하는 거야. 나는 장비로 갈아주고 그랬지. 옛날부터 농사를 많이 지었으니까 웬만한 기계는 다 있었어. 밭농사 이런 거 짓지 말자 그랬는데 마누라가 밭만 갈아달라 그래. 그 정도는 해줘야 되지만...... 산청군 차황면은 2006년 지역 전체가 지리산유기농광역지구로 지정되었다. 전국 최초다. 지금은 ‘메뚜기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유기농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 나는 92년도부터 했어. 당시 내가 이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남먹거리 뭐라고 하는 단체에서 찾아왔어. 여기가 공기도 좋고 그런데 쌀을 좀 사가면 안 되겠느냐 그래. 여기가 해발이 좀 높거든. 아마 300이 넘을거야. 그 전에는 제초제도 조금씩 치고 그랬어. 전적으로 농약으로만 농사짓지는 않았지. 그렇지만, 그래 좋다 이제는 농약을 더 줄이고 저농약으로 농사를 짓자, 그것이 뭐랄까 친환경 농사의 시발점이었어. 나중에 부산 YWCA라고 하는 데서 우리 쌀을 모두 판매해 준다고 그래. 약을 안 치는 대신 가격을 더 주겠다, 그러다가 2천년대 초반 광역지구로 지정이 되었지. ◌ 우렁이 농법으로 하시죠? ● 제일 처음에는 오리농법을 했어. 오리로 하자면 울타리도 쳐야 하고 가을이 되면 나락 패기 전에 그걸 전부 다 처치를 해야 되거든. 한 3년은 했는가 몰라.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 해서 우렁이농법 또 쌀겨농법 알아요? 쌀겨를 이용하면 물 위에 층이 생기거든. 이게 햇빛을 가리니까 풀이 안 나거든. 그것도 했었지. ◌ 친환경 농업으로 하는 전체 농가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요? ● 우리 친환경 작목반이 차황면에도 여러 개가 있어. 전체 규모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고 나는 한살림에 소속되어 있거든. 처음에는 한살림이 아니었지만. 지금 한살림으로 함께 하는 농가는 140~150명 정도 돼. 한살림이 가장 크기는 하지. ◌ 선생님! 아무래도 지금 골프장 문제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시죠? ● 물론이지. 지역 주민한테 이득이 되는 건 하나도 없거든. 골프 치러 다니는지 모르겠지만(물론 방문자들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골프장은 농약 많이 치지 지하수 고갈시키지 좋을 게 뭐가 있겠나. 골프장이 쓰는 지하수가 하루 천 톤에서 천오백 톤이라는데 여기 농수로로 흘러가는 거는 평균 800톤이야. 결과적으로 지하수라는 것도 한정이 돼 있는데 그걸 빼가다 보면 고갈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농약을 밤에 친다는데 그게 안개처럼 흘러가면 우리 유기농 농사를 망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지. 골프장 부지가 여기서 산 너머 직경 500m,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km 안쪽이야. ◌ 주민들이 합심해서 잘 싸우고 계시는 것 같아요. 산청군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 골프장을 한다는 소문은 몇 년 전에 있었다가 취소가 됐는데 작년부터 다시 이야기가 나와가지고 금년 2월11일에 면사무소에서 주민 설명회를 했어. 창원에 있다는 송영개발이라는 회사가 했어. 군에서는 공무원 누구도 안 하고 그 개발회사가 한 거야. 그러니 군수가 나쁘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면 먼저 주민, 가까이 사는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부랴부랴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 ● 우리는 반대하는 명분이 있어요. 그런데 저 산청군수라고 하는 사람은 무슨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런 소리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세간에는 온갖 뜬소문이 있어. 군수가 개발회사에 투자를 해놓은게 있어서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 말도 있고 면에 사는 어떤 사람들도 역시 투자를 했다더라 하는 말도 있어. 억측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지만 워낙 말도 안되는 일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 설명회에서 반대하는 사람 다섯이 발언을 했어. 그런데 찬성하는 사람은 발언을 하나도 안 했어. ◌ 선생님께서 태어나신 고향이어서 이 문제에 더 마음이 쓰이시겠어요. ● 그렇지. 이제는 뭐 애정이 있어 봤자지만, 그래도 나이 80 먹은 사람을 위원장이라고 세워놓은 이유는 그래도 동네에서는 어른이니까 그렇겠지. 말 한 마디 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낫겠다고 추켜세우는 거라. ◌ 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던데요. ● 펜션이라고도 하고 그래. 고구마도 캐고 이런저런 일들 하는데 그게 잘 활성화가 안 돼. 좀 젊은 사람이 해야 할텐데 여기 제일 젊은 사람이 60대야.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젊은이의 힘과 기술에 접목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이다. 누구보다 차황면과 철수리에 대한 애정이 깊을 박찬술 선생님이지만 그가 발 딛은 땅을 살리고 오랫동안 가꾸어온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외부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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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삶, 땅을 지켜온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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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책방] 산내 찬장과 책장
-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가? 여러 가지 단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답을 받아 적고 공통분모를 낸다면, 아마도 두 단어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 단어는 “행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어떤 저명한 행복 학자는 그것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자기 만족”이라고 했다. [남원시 산내면 찬장과 책장 책방지기 조회은 대표] 여름 같기도 하고 봄 같기도 한 5월의 어느 날, 지리산 아랫마을 산내를 찾았다. 그곳에 있다는 동네 책방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주소로 가 보니, 책방 같기도 하고 공방 같기도 한 예쁜 건물 하나가 보인다. 잠시 고민하는데, 건물 앞에서 작은 글씨로 ‘책방’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맞구나 싶어 주차를 하려는데, 주인장이 문을 열고 나온다. 딱 봐도 책방을 할 것 같은 인상이다. 책방 주인장 조회은 님은 진주 출신으로, 서울에 살다가 2007년에 남원 산내로 귀촌했다고 한다. 그 일을 하기 전에는 녹색연합에서 일했고, 가능하면 환경 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고 한다. '찬장과 책장'은 5년 전에 문을 열었다. 수·목·금·토요일 운영한다. [ 이 건물에는 민박용 방 3개, 책방지기의 살림집, 책방 겸 직조공방 공간이 있다] [책방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5년 전에 시작했어요. 책방은 제 오랜 꿈이었어요. 꼭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5년 전에 시작하게 되었죠.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해서 막연하게 책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산내에 살게 되었고, 작은 동네에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시작은 이 건물은 아니었어요.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다른 곳에 책방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먼저 시작하게 되었죠. 꼭 경쟁을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고요. 나중에 하면 미안해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서둘러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네, 책방 말고도 민박도 하고, 직조 공방도 하고, 또 살림집으로도 사용하고 있어요. 민박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고요. 직조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고, 책방도 그렇고요. 그나마 수익이 확실한 건 민박이에요. 민박으로 번 돈으로 책을 구매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책이 많이 팔리는 곳은 아니잖아요. 읍내도 아니고, 면 소재지에 있는 작은 책방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겠어요. 처음 책방을 열고 나서는 가능하면 하루에 한 명이라도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그런 생각도 줄어들더라고요.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은 직조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해요. [찬장과 책장은 천 권 정도의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주로 어떤 책을 판매하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구매하는 편이에요. 일종의 책 편집숍 같은 거죠. 요즘 제가 가장 즐겨 읽는 소설이 가장 많고요, 환경, 가난, 여성주의, 그림책도 있어요. 대부분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주문해요. [책은 몇 권 정도 있나요?] 대략 천 권 정도 돼요. 작은 서점 대부분이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서점이라 하면 참고서나 수험서, 다양한 책을 판매하는 종합서점이었죠. 하지만 여기서는 그만한 공간도 안 되고요. 대부분 작은 책방들은 책방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을 판매한다고 보면 돼요. 물론 온전히 제 취향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온라인 서점들의 추천서나, 사람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도 선택해서 들여놔요. 서점은 결국 책을 판매하는 곳이니까요. [책 판매가 쉽지 않은데, 대책은 있나요?] 남원시에서 진행하는 ‘책값 돌려주기’ 같은 행사도 도움이 됩니다. ‘책값 돌려주기’는 남원 시민이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하고, 한 달 이내에 읽은 후 공공도서관에 반납하면 책값을 남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제도예요. 책을 구매하려던 분들이 저희 서점에서 사게 되니까 도움이 되죠. 또 지역의 학교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기도 해요. [저에게 책을 하나 추천한다면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어요?] 『모든 것의 이름으로』를 추천합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인데, 읽자마자 푹 빠졌어요.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소설이에요. [책소개] 19세기 식물학자 앨마 휘태커의 장대한 일대기를 그립니다. 앨마는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여성으로, 식물 표본 수집과 연구에 일생을 바칩니다. 그녀는 당시의 사회적 제약을 넘어 과학적 발견과 사랑, 좌절을 경험하며 진정한 ‘앎’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지식과 열정,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을 장엄하게 펼쳐 보이는 대서사시입니다. [ 직접 만든 직조물이 천장에 전시되어있다] [책방을 하면 좋은가요?]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예요. 그리고 또 하나는, “여기 있는 책을 다 읽었냐”는 질문이죠. 책을 다 읽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어떤 책들이 있고,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어요. 읽은 책을 판매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살짝 보거나, 도서관에 그 책이 있으면 빌려 보기도 해요. 도서관 추천 도서로 신청하기도 하고요. 가급적 책방의 책들을 다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책방을 하면 좋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 오랜 꿈이었고, 책은 오래되어도 가치가 있다고 믿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팔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제 책이 되니까요.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저는 사람이 꿈을 찾아 산다고 생각해요. 서점은 제 오랜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루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죠. 그리고 저처럼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요. 그래도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저의 책방에서 우연히 만난 책을 구매하는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별 생각 없이 들어와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기쁨을 주고 싶어요. 요즘은 인터넷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사는 시대잖아요. 정해진 책이 아니라, 우연히 찾은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녀가 만든 꿈의 공간 찬장과 책장] [작은 책방을 꿈꾸는 사람에게 책방 창업을 추천하시나요?] 네, 저는 추천해요. 책방은 창업하기 쉬운 업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공간이 있고, 책을 구매할 만한 돈만 있으면 가능하잖아요.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책을 들여오면 큰돈이 드는 창업은 아니에요. 책은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재고 부담도 적어서 다행이죠. 하지만 ‘돈을 벌겠다’는 목적으로는 어렵죠. 책방이 돈 되는 사업은 아니니까요. 저 역시 서점으로 돈을 많이 벌려는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책이 많이 팔리면 좋죠. 나름 책을 판매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유유자적처럼보여도 고니처럼 물아래에서는 엄청 물을 박차고 있군요. 네. 그런 샘이죠. 민박으로 돈을 벌어 책을 구매하는 식이지만, 후회는 전혀 없었어요. 정말로요. 그래도 꿈이었고,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좋아요. [ 책방이 없는 마을은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 [지역 책방이 꼭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시골에도 사람이 살고, 사람이 사는 곳에는 꼭 있어야 할 가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중 하나가 저는 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것을 시골에서도 누릴 수 있었으면 했어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가게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멀리 사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야,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도 있어.” 이렇게 자랑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보통 작은 서점에서는 음료도 판매하던데, 여기는 없네요?] 네, 음료는 판매하지 않아요. 주변에 카페들이 꽤 많고요, 제가 음료를 팔면 그분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할 일이 많아요. 민박 손님이 오면 청소도 해야 하고, 직조도 해야 하고요. 음료까지 하면 제 용량을 초과해요. 그리고 하루 일이 끝나면 매일 남편과 산책도 해야 하거든요. [건물이 아주 예쁘네요?] 운이 좋았어요. 방송에도 나오는 건축가님이 설계를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멋진 건물이 되었어요. 이 건물에는 민박용 방 3개, 저희 살림집, 책방 겸 직조공방 공간이 있어요. 월세를 내지 않으니 좀 더 마음 편하게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죠. 물론 은행 대출금은 남아 있지만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아요. 어떤 소설에 “책방이 없는 마을은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 는 말이 있더라고요. 제 책방도 우리 동네에 그런 영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해요. [ 막 피기 시작한 붉은 꽃양귀비가 지리산에서 불어온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찬장과 책장의 미래는 어떤가요?] 대부분 책방이 2년 안에 폐업한다고 하는데, 저는 벌써 5년째 하고 있어요.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주도에서 책방을 하던 분이 책방 문을 닫으며 “졸업하는 기분”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저는 아직 졸업 못 했어요. 앞으로 5년, 그러니까 총 10년 정도는 해보고 싶어요. “행복지수는 몇 점인가요?” 라는 질문에, 그녀는 1초도 고민 없이 “100점”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 죽어도 좋을 만큼 행복하다”고도 했다.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나도 “행복하게 살 거야”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항상 ‘가능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능하면’이라는 단어는 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가능하면’, ‘언젠가’라고 미루며 하고 싶은 일을 계속 뒤로 미뤘기 때문일 것이다. 가능한 그 시점, 가능한 상황, 가능한 날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 삶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생계의 길과 꿈의 길이다. 생계의 길은 말 그대로 돈을 위해 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달리는 삶. 돈을 벌지 못하면 불행한 삶이 된다. 꿈의 길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것이다. 그 일이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왜냐하면 그 길이 행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는 있지만,누구나 선택하지는 못한다. 책방지기는 인터뷰가 끝난 후 자신의 작은 정원을 보여줬다. 막 피기 시작한 붉은 꽃양귀비가 지리산에서 불어온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텃밭에는 봄에 심은 가지와 상추, 고추가 자라고 있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찬장과책장독립서점 Jirisan Bookcase 영업 매주 수·목·금·토 / 12시~5시 운영 주소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 대정방천길 1-4 (산내면) 전화010-8250-6230 [사진 김인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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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책방] 산내 찬장과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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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 가게 유람기]도로 위의 심산, 깨달음이 있는 오차공방
- [반달곰1% 가게 유람기] 도로 위의 심산, 깨달음이 있는 오차공방 “원래 제가 산을 참 좋아해요. 예전에 선생님이 너는 산에 풀어놓으면 제일 좋아해, 라고 하셨는데 인연을 따라 오다 보니 도로 위에 자리를 잡게 되었네요. 저는 여기가 내 산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산속이라면 혼자서도 잘 논다는 오차공방의 주인장 오은주 님은 지리산으로 오기 전에는 강원도에 살았다. 그러다가 화개로, 그리고 지금은 구례, 오차공방이라는 자신만의 산속에 산다. 공방이라는 산 속에서 숨을 쉬고 손을 움직여 수행하는 삶을. 공방에 울리는 만트라는 세상의 번다함을 이기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평안하고 순탄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주파수에 맞추어 흐르고 있었다. 임산부와 아이에게도 내어줄 수 있는 차 오차공방의 이름은 깨달을 ‘오(悟)’와 ‘차(茶)’의 두 음을 합쳐서 ‘오차’, 공방을 겸하는 공간이어서 ‘공방’이라는 두 글자를 더했다. 차를 깨닫는다는 건 어떤 걸까. “저는 손님들을 기억할 때 그 분이 드신 차로 기억을 해요. 한 분 한 분 사진처럼 기억이 나거든요. 가게에 와서 차를 드신 분들이 몸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하실 때 좋죠.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래도 일관되게 지켜온 건, 아이들이 오거나 임산부가 왔을 때도 내가 편안하게 내어드릴 수 있는 메뉴들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문을 연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오차공방의 메뉴는 오은주 님이 블렌딩한 차들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이 뭔가 부족한 것을 표현하면 그것을 고민해 하나씩 채워온 것이 지금의 차 메뉴들. 20여 년 전 직접 차를 배운 그녀는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히말라야 설국차’라는 메뉴를 이야기하자면, 설국차는 높은 산에서 자란 야생국화인데, 특이하게도 잎차가 갖고 있는 약성과 맛, 수색(水色)을 지녔다고 한다. 꽃차인데 몸에 열을 내는 발효차와 같은 효능이 있어 모든 분들이 평이하게 좋아할 수 있는 메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탄산이 없는 야생화 꽃잎에이드, 산딸기에이드, 돌배모과차, 지리산 야생녹차 등 다른 찻집에서 보기 힘든 메뉴들이 여럿 있어 오차공방만의 색을 더하고 있다. 오차공방의 유명인사, 볼 오차공방에는 이렇게 직접 블렌딩한 차 외에 유명한 존재가 또 있다. 볼, 13세의 불테리어. “볼은 빠다틱하게 지은 이름인데, 영어로 ‘공(ball)’이 우리말 공으로 하면 둥글다, 비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불테리어는 원래 힘이 좋은 견종인데, 저 아이는 힘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언젠가 멀리서부터 저를 향해 달려오는데, 직선으로 달려오다가 중간에 서있는 아이를 피해 돌아서 달려오는 걸 보고 생각했어요. 아, 저 아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고.” 그렇다면 볼은 오차공방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불테리어는 공격성이 강한 맹견 중 하나인데, 볼은 이 개가 불테리어 종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순박하고 우직하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했는데 원래 그런 성품이란다. 얼굴은 웃는 표정이고 아는 손님이 오면 꼬리치며 다가가 몸으로 부딪히며 알은체를 한다. 쓰다듬으면 마다하지 않고 드러누워 순순히 손길을 받아준다. 그래서 오차공방 손님들에게 인기짱이다. 볼을 형상화한 조각이나 그림이 여럿 있는 것도 손님들이 선물한 것들이 많다. 이제는 볼에게 오차공방의 지분이 어느 정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은주 님이 가게 쪽방에 들어 있어 손님이 오는 걸 눈치 채지 못할 때는 주인을 부르러 오기도 한다니, 오차공방을 지키는 또 다른 사장님이라고 할 법하다. 언제나 산과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차가 다니는 도로 위에 10년을 있으면서도 오은주 님은 한 번도 지리산과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본인은 언제나 그 속에 있었다고. 그러니 반달곰1%에 참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제안이 왔을 때 90%는 윤주옥 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분이 하시는 일이니까 지지하는 마음으로 고민 없이 수락했어요. 산을 품은 분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10%는 자연에 대한 공감이었죠.” 아니다 싶은 일은 절대 못한다는 그녀의 선택이었다. 반달곰1%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좋은 점을 물었더니 손님들이 가게를 지리산과 연결되어 있다고 친밀하게 느끼는 것 같아서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달곰 하면 자연스럽게 지리산이 떠오르고 자연, 생태계와 연결해서 생각하니까. 게다가 처음에는 직접 반달곰1%를 소개해야 했는데, 지금은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진 느낌이다. 시간이 가져온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분들은 가족이나 지인들한테 소개하기도 한다고. 덕분에 가게도 홍보가 된다. 그러니 반달곰 1% 프로그램을 시작하길 잘했다. 은주 님의 ‘산이 숨이 되고 내가 되었고 지금은 공방이 숨이 되고 내가 된다’는 말은 그녀가 얼마나 산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알게 한다. 우리 모두가 그녀처럼 산을 사랑했다면 산도 그 안의 생명체들도 힘들지 않았을 텐데. 모두가 그녀의 마음을 닮아갔으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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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 가게 유람기]도로 위의 심산, 깨달음이 있는 오차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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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사회 적응 거부 선언" 이하루
- 『사회적응 거부선언: 학살의 시대를 사는 법』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음악가이며 동물해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하루의 여행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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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사회 적응 거부 선언" 이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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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책방] 함양의 온도를 올리는 동네서점 “오후공책”
- 사월 말이었다. 수달래가 예쁘게 피던 날이었다.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고 있다. 오후공책은 23년 4월에 문을 연 함양의 작은 책방이다. 같은 협동조합에 속한 세 사람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따스한 사월의 오후 햇살 같은 미소를 가진 책방지기 두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우리는 책방 안에 있는 4인용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조영선 대표는 출장 중이었고, 김현임 님과 정은경 님이 책방을 지키고 있었다. 오후공책? 이름이 재밌네요. 어떤 뜻인가요? > 처음에는 함양의 귀촌한 사람들이 모여서 책 읽기 모임에서 시작했어요. 매주 한 번씩 만나 책 읽기 모임을 했죠.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고, 함께 죽이 잘 맞아 책 모임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어요. 책이라는 주제로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점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함께 서점을 준비하면서 협동조합 “오늘”을 만들게 되었죠. 오후공책(5 Who 함께하는 책방)은 협동조합 “오늘”에서 운영하는 독립 서점입니다. 협동조합 오늘,은 삶에 문화, 예술, 놀이, 철학과 가치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생활 속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고자 뭉쳤습니다. 책방은 실험을 위한 꿈의 아지트이며, 책, 먹거리, 예술, 놀이 등의 다양한 활동을 도구 삼아 환경, 교육, 성찰, 치유의 바다를 항해할까 합니다. 이곳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함양이라는 산골 작은 읍에서 그것도 작은 책방으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2년이나 지났으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 네. 맞아요. 서점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죠. 그렇다고 아무런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거나 최근에는 지역서점 희망도서 바로대출 같은 일도 하고 있습니다. 희망도서 바로대출은 어떤 사업인가요? > 도서관에 책이 없는 경우 도서관에 책을 신청하고 내가 지정한 서점에서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읽고 싶은 책을 지역서점에서 빌려 보고 반납도 할 수 있어요. 정부에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책방에 보조금을 주기도 해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저희가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고요. 지금 책 모임 다섯 개 등산 모임과 바느질 모임까지 운영하고 있죠.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책이라는 주제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 마당이나 음악 주제로 모임을 하기도 하고요. 책방에서 책을 읽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글을 쓰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계신가요. 책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요. 자, 이제는 산에도 가보실래요? 오후공책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네요. > 다양한 일을 만들어 지역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거든요. 다행히 서로 죽이 잘 맞다 보니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함께 이야기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또 일이 하나 늘어나고 하는 식입니다. 올해는 책 문화제도 해 볼 생각이에요. 책 문화제는 어떤 일인가요? > 김현임(김) : 함양의 작은 서점이 두 곳이 있어요. 그림책을 주제로 하는 그림 책방 “퐁당”이라는 곳이 하나 더 있는데 올해가 그림책의 해라서 그림책을 주제로 체험도 하고 그림책을 보고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후공책과 퐁당이 멀지 않아서 가는 길에 책이 있는 거리 같은 것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지금 기획 중입니다. 책방은 모두가 아는 사양 사업 중 하나잖아요. 많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사실 창업자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거든요. 책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 정은경(정) : 저희가 책방 창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책방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봤거든요. 그런데 서울에 있는 인문학 교수님이 운영하는 인문학 책방 대표님 이야기를 보니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이 며칠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날은 거의 없었어요. 사람이 없으면 여기저기 전화도 합니다.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_김현임 책방지기 책방을 운영하는 일은 재밌나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책방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누가 봐도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보이거든요. > 정 : 음. 사실 힘들고 지치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즐겁지 않은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날은 손님이 거의 없는 날도 있거든요. 그런 날은 제가 책을 좋아해서 손님이 없다면 책을 읽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책을 많이 읽기도 해서 손님이 없는 날도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손님이 없어도 바쁜 일이 많아요. > 김 : 저희가 처음 책방이라는 공간을 생각했을 때도 성공을 바라지는 않았거든요. 아마 시골 책방 문을 열면서 책방으로 집 한 채 마련해야지, 이런 마음 가진 사람은 없으니까요. 다들 이런 점은 공유된 상태였어요. 그래도 책방을 유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최저 인건비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정도는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정 : 사실 조금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너무 활발해진 것 같기도 해요. 처음 시골에 내려왔을 때는 번잡하지 않게 조용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잖아요. 도시에서 바쁘게 살았으니 이제 좀 조용하게 살고 싶었는데 서점을 하면서 재밌는 일을 자꾸 하고 싶고 책방을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은 없어서 약간 아쉽기도 해요.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혼자 있거나 숲을 걷거나 합니다. 나를 찾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_정은경 책방지기 운영 시간은 어떤가요? 오후공책이니까 오후에만 운영하나요? >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오후 8시까지 운영했는데 6시 이후에는 손님이 거의 없더라고요. 저희도 사실 오후에 좀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바꾸었어요. 그랬더니 몇몇 손님들이 오후에 열지 않아서 아쉽다고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손님들은 주말에 다시 오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고 있거든요. 사실 추석이나 설 명절을 제하고는 매일 문을 열고 있어요. 저희 서점은 세 명이 운영하고 있어 가능하거든요. 일주일에 한 사람이 2번에서 3번 정도 나오면 되니까요. 뭐 함께할 일이 있으면 모두가 출동하기는 합니다만.... 힘들지는 않나요. > 정 :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밌어요. 재미가 없다면 못 할 것 같아요. 아직은 뭐 할 만하고 좋아요. (책 외에도 음료와 의미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많은 책방이 책보다는 음료 판매나 기타 수익이 더 많은 경우가 있던데 오후공책은 어떤가요? > 정 : 함양에서 책을 구매하는 분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말에 여행을 오시는 분들이 책을 구매하는 편입니다. 월 150에서 200권 정도가 판매돼요. 우리 책방에 책이 천 권 정도가 있어요.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자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통해서 책을 판매하기도 하고 프리마켓에서 책을 팔기도 합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해 분투 중이시네요. > 김 : 책방이니까 책 판매가 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밖에서 보면 한가롭게 책방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주 열심히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오후공책만의 책 선별 기준이 있을까요? 공간이 크지 않다 보니 진열 공간도 부족할 것 같고요. 각자의 취향이나 판매도 해야 하니까요. > 정 : 음… 세 명이 한 책장씩 선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소설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선택한 곳도 있고, 환경이나 에세이를 좋아해서 그런 책을 선택하기도 하고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고른 책도 있고요. 팔릴 만한 책을 선택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운영하는 세 명의 취향이 담긴 책들이죠. 팔릴 만한 책과 취향과의 마찰이 있기는 해요. 책은 문화이자 상품이니까요. 독립 출판사들의 책도 많은데 독립 출판사 책은 잘 팔리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 번씩 구매해 주는 사람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에 3번 정도 안 팔리는 책들은 반품하는데요. 반품하면 대부분 폐기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최대한 팔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에 대한 예의라고 할까요! > 김 : 제가 서점을 시작한 이후에 여행을 가면 지역 서점들을 많이 찾거든요. 책방에 들어서면 그 책방지기의 취향이 알겠더라고요. 책방이 없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왠지 모르게 삭막해 보이고 차가워 보여요. 그런 의미에서 오후공책은 함양의 온도를 2도 정도는 올려 주고 있다고 봐도 되겠네요. 저에게 추천할 만한 책도 있을까요? > 정 : 저는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보고서>를 추천해요. 최근에 김금희 작가에게 푹 빠져 있는데, <나의 폴라 일지>라는 에세이 추천해요. 기회가 있다면 읽어 보세요. 책방을 창업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시겠어요. 저도 책을 좋아해서 서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거든요. 대학 때 후배 한 명이 선배는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책방 해 볼까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못하고 있네요. > 두 분 모두 : 누군가 하고 싶다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매력이 있는 일이니까요. 수익은 보장이 안 되지만요. 그래도 역시 좋은 일이에요.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고 저희는 사실 아직은 만족하고 있거든요. (책방을 짓는 과정 ) 오후공책도 음료를 판매하시는데 수익은 어떤가요? > 매출은 책이 많은 편이지만 책은 이윤이 많지 않으니까 음료 판매가 아무래도 수익은 더 많은 편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아요. 거의 반반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는 책이 중요하고 책을 고르거나 읽는 데 신경이 쓰이지 않도록 믹서기를 사용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드립커피만 제공하고 있어요. 맞아요. 요즘 카페에 가면 얼음 가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기는 하더라고요. > 그래서 오후공책은 믹서기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지역과 함께하기 위해 만드는 음료나 식자재들은 가능하면 지역 농산물을 이용합니다. 지역의 딸기를 사용해서 딸기 음료를 만들고 지역의 생강으로 생강 음료를 제공하고 있어요. 많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마음이 중요하죠. 그 외에도 비닐 없는 책방, 숍인숍으로 제로웨이스트 상품 같은 것을 판매하기도 해요. 액체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 합니다.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싶어요. 책방이나 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요즘 책 읽는 사람들이 정말 없잖아요. 제가 보기엔 가장 책을 많이 읽는 나이는 가장 어린 나이 때일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님들이 그림책을 정말 많이 읽어 주잖아요. 그러다가 점점 아이가 크면 책이 학습지가 되고 또 문제집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 책을 읽고 있으면 공부하지 않는다고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요. > 김 : 세상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접하는 소식도 그렇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빨리 생기고 식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책을 읽는 속도는 변하지 않는 것 같거든요. 저는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른 인간에게 적절한 속도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가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책 읽는 속도로 살면 좋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 초등학생 딸이 있는데 만화책이라도 읽으면서 뒹굴뒹굴하는 여유를 주는 것이 책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는 문해력도 결국 책을 많이 읽지 않아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 정 : 저는 책을 읽는 이유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해요. 책을 읽고 있으면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요즘 같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책은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것은 인공지능이 채워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책을 좋아하는 인간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주류는 못되겠지만 아웃사이더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요. 나른한 오후에 햇살이 책방을 비추고 있었다. 책과 책방이라는 주제로 수다를 떨다 보니 인터뷰라기보다는 책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함양에서 작은 지역 책방으로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이 있다면, 그 마을엔 온기가 깃든다.” 서점 하나 없는 곳은 어쩐지 삭막한 느낌이 든다. 오래전 읽은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책을 읽으며 살고 싶어.” 사월의 오후의 햇살이 오후공책에 따스하게 들어왔다. 그 안에는 마음이 지칠 때, 세상을 이해할 수 없을 때, 혹은 그냥 조용히 무언가가 그리울 때, 따뜻한 음료와 책이 함께 위로를 건네는 작은 책방이 있다. 그곳에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정성껏 맞이하는 책방지기가 있고, 한 권의 책을 통해 마음을 건네는 책이 있었다. 책이 그리운 날, 혹은 햇살 좋은 날, 책방으로 여행을 가고 싶은 날 향기로운 음료 한 잔과 함께 조용한 책이 있는 공간을 찾는다면 함양의 ‘오후공책’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책과 햇살,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당신도 분명,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후공책 책방 여는 시간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추석과 설날을 빼고 매일 오픈 함양읍 한들로 67번지 글 조태용 사진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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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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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책방] 함양의 온도를 올리는 동네서점 “오후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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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자락책방]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 구례읍 봉서리 귀퉁이에 문을 연 작은 동네서점이 있다. 오가며 몇 번 보기는 했지만 들어가 보지 못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서점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는 900개 정도의 작은 서점이 있고, 대부분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이제 막 삼 년 차가 된 봉서리 책방은 나름 잘 버티고 있는 셈이다. 봉서리 책방 대표 장 승준 님은 오랫동안 책방을 하고 싶었단다. 서점을 시작하기전 5~6년 동안 한 번은 해야지 했는데 어느 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과 함께 이미 부동산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봉서리 책방은 개업했다. 그는 순천에 산다. 순천에서 33번 버스를 타고 오간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봄가을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요즘 같은 겨울엔 구례구역에 차를 두고 이동한다. 그가 그렇게 출퇴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엔 비용을 줄이지 않고는 서점을 오래 할 수 없어요” “작은 비용이라도 줄여서 예순 다섯까지는 하고 싶어요? 돈 안 되는 서점은 왜 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책하고 친했죠. 아이들이 다 컷서 이제 돈 달라는 말을 하지 않은 시기가 온 거죠. 그래서 오랫동안 해도 싫증이 나지 않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책방이었죠” 사실 오래전부터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있었고요. 흔한 말 중에 취미가 일이 되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런데 책방은 독서라는 취미와 일이라는 두 가지를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았죠. 그리고 제 생각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책방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요. 하지만 책방 일이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래 하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돈을 안 쓰고 있어요. 그래서 버스도 타고 다니고요. 돈 벌이가 적은데 많이 쓴다면 당연히 운영이 어렵겠죠. 돈을 적게 쓰고 하고 싶은 책방 일을 오래 하는 것이 제가 3년동안 살아남은 방법입니다.” “뭐 그렇다고 전혀 수익은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최소한 생활을 하고 서점을 유지할 만큼은 벌고 있어요.” 처음 책방을 하려고 준비할 때 서점을 운영하시는 한 분이 “돈 못 버는 정우성” 데리고 사는 것 같다. 는 말씀을 하셨어요. 서점이 돈은 안 되고, 모양새는 나는 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이라면 서점을 시작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수익이 없다면 안 되죠. 저는 수익이 없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결과는 어떤 가요? 생각보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개업 했을 때는 5일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책만 읽다가 퇴근했습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지역에 책 좋아하시는 분들이 한 두 명 찾아오시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고 싶고, 책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구례에는 그런 책방은 없으니까요. 그런 분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니까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책방을 운영하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다른 직업도 있었을 텐데요. 책방을 하기 전까지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구례는 국립공원 일을 하면서 연이 있는 곳이고요. 영어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방 운영의 장점은 뭔 가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아요. 책은 주제가 있고 내용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 각자 느낌을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죠. 찾는 책을 찾아 주거나 절판된 책들을 찾아주는 일도 재밌는 일이었습니다. 봉서리 책방만의 책 선택기준이 있나요? 처음에 제가 좋아하거나 읽었던 책들을 주로 판매했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이라 고객과 소통도 가능하고요.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책방이 제 개인 서가가 되어 버리더군요. 그래서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배치하려고 합니다. 손님들이 찾을 만한 책들과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절충한 것이죠. 그리고 가끔은 저에게 이런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은 정말 감사하죠. 책방 주인의 책 선택 기준까지 파악해서 추천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저도 점점 어떤 책을 골라야 하나 어렵기도 하고요. 만약 서점을 개업하고 싶어 하는 분이 추천 하시겠어요? 결국 결심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확고한 생각이 있다면 결국 하겠죠. 그리고 서점은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니 지구력이 있으면 할 수도 있죠. 그래도 그냥 폼으로 한다면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적어도 서점으로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정도의 마음준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서점이 책 판매로 수익이 한정적이라서 음료나 술을 팔거나 공간 대여 같은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방도 음료를 판매하고 계시고요. 음료 판매가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되나요? 음료 판매로 임대료 정도의 수익이 나옵니다. 처음에 커피만 팔았어요. 그런데 커피를 안 마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커피와 차 두 종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책과 잘 어울려서 팔고 있고요. 다른 음료 두 종류도 팔고 있어요. 달콤한 청을 넣은 음료와 달지 않은 음료 이렇게요. 단 음료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출판 기념회나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공간 대여를 원하면 빌려주기도 하고요. 독서 모임도 자연스럽게 생겨 매주 일요일 오후에 하고 있습니다. 저도 회원으로 함께하고 있지만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도서 모임에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신 가요? 시저의 갈리아 원정기를 읽고 있어요. 매번 책을 선정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한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더군요. 같은 책이라도 생각하는 방향은 다 다를 수 있잖아요.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나와는 다르게 해석하는 것을 배울 수도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책방을 방문한 분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하시나요? 추천은 가급적 안 하는 편입니다. 생각이 다 다를 수 있어 서요. 그리고 추천해도 관심 없는 분야가 아니면 관심도 없고요. 그래도 꼭 추천해 달라고 하면 얇고 저렴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비싼 책을 추천하면 오해가 있을 수도 있거든요. 책의 선택 기준이 주관적이 상대적이라서 추천도 쉽지 않더라고요. 만약 고객이 호기심이 있는 책이고 그 책을 제가 읽은 것이라면 내용을 이야기해 주기는 합니다. 운영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화요일이 휴무일입니다. 화요일을 빼고는 매일 12시에서 6시까지 운영해요. 처음엔 11시에 했는데 오전에 일이 있어 지금은 이 시간에 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영업시간은 바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런데 구례 봉서리에 책방을 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구례 사람들 중에 이 동네 안 와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읍내가 사람들이 많은 장소가 좋지 않을까요? 처음엔 도서관 옆에서 하고 싶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는데, 이 책은 소장해서 줄도 긋고 싶고 그런 책을 만나면 제 책방에서 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지인을 통해서 여기 장소를 알게 되었는데 저도 모르게 여기서 책방을 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동네서점이 운영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책을 많이 구매하지 않은 경향도 있지만 온라인에서 동네 책방보다 책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보통 인터넷 서점은 10% 할인 5% 적립해 줍니다. 하지만 동네 책방은 그렇게 운영하기 어렵거든요. 책 마진은 보통 30% 장도니까 그렇게 하면 수익이 거의 없겠죠. 가끔 책방에 와서 책을 고르고 난 다음 책 사진만 찍고 나가는 분들이 있어요. 이런 경우엔 대부분 온라인에서 구입하려는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서 정가제를 원하는 것이겠죠? 네. 하지만 요즘 분들이 도서정가제를 납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어떤 제품이든 자율적으로 할인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니까요. 그나마 지금은 10%라는 기준이 있어서 그래도 할 만하죠. 앞으로 목표가 있나요? 제가 서점을 하기 전에 전국에 있는 서점들을 많이 찾아가 봤어요. 지속 가능한 서점은 지역 사람들이 찾고 인정받은 곳들이었습니다. 저도 이 지역에서 인정받는 책방이 되고 싶어요. 3년이면 인정받은 것 아닐까요? 아직은 좀 아니고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지역 분들에게 친밀하고 함께하는 그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몇 분의 손님들이 책방을 찾았다. 오자마자 음료를 주문하고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단골손님이라고 했다. 또 한 분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한 시간 동안 책방에 들어와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처음 오신 손님이라고 했다. 요즘엔 책은 대부분 온라인을 구입한다. 나 역시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보통 온라인 책방에 접속하면 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서 바로 구매한다. 책을 둘러본다는 개념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책 저 책 고르기보다는 내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 책만 달리기하듯 고르고 배송되는 날을 기다리는 식이다. 하지만 오래전 서점에 가면 이 코너 저 코너를 돌며 책 산책을 했었다. 지금 온라인 서점에는 이제까지 대한민국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을 만큼의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원하면 해외 서적도 클릭 몇 번으로 구입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는 책방을 걸어 다니면 이 책 저 책 골라보는 재미는 없다. 오랜만에 책을 오랫동안 고르고 있는 분의 모습을 보니 책방의 감성이라는 것은 역시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성을 찾는 독자라면 지금 봉서리 책방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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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너무나 사랑스러운 로컬 소품숍, 호호의 숲
- 피아골 겨울의 한 복판에 찾아간 호호의 숲 앞마당은 여느 가정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은 마을 어귀부터 다정한 손글씨로 쓴 팻말이 ‘여기로 가면 호호의 숲입니다’라고 말을 걸어왔다는 정도. 겨울 풍경 속에 갇힌 마당에서 주인장을 어떻게 불러낼까 고민하던 중인데 미닫이가 스르르 열리면서 그녀가 나타났다. 호호의 숲 주인장인 류호화 님이다. 운명 같은 시작 그녀의 반가운 안내를 받으며 실내로 들어서자 흐린 바깥 풍경과는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동화적인 색감의 사랑스러운 소품들로 가득한 호호의 숲을 누군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선물가게 같다고 했단다. 필자의 눈에도 이곳은 악이라고는 스밀 수 없는 순수한 동화세상 같았다. 휘둥그레 뜬 눈이 분주해지면서 갑자기 기분이 둥실댔다. 정성 담긴 사랑스러운 소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원래 이 공간은 숙박을 했던 곳이에요. 그런데 제가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걸 워낙 좋아해서 대나무공예를 배웠거든요. 저기 달려 있는 대나무 등은 죽예회 회원과 함께 만든 거예요. 저 등을 완성해서 저곳에 다는 순간, 아 이제 숙박을 접고 소품숍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마치 소품숍을 해야 할 운명이었다는 듯이 그녀가 말한다. ‘호호의 숲’이라는 숍의 이름 역시 그녀의 별명인 ‘호호(년식이 좀 있는 사람들은 알 만한 TV만화영화 시리즈 주인공이다)’에, 자연에서 온 것이나 자연을 모티브로 한 작품, 자연과의 협업이라는 의미를 담은 ‘숲’이 더해져 자연스럽게 지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21년 7월 호호의 숲을 열었다. 처음에는 호화 님처럼 꼼지락거리는 걸 좋아하는 지인 10명의 작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는 패브릭과 유리공예, 나무공예, 손뜨개와 자수, 그림 등 구례와 하동 등지의 작가들 60여 명의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제는 호호의 숲을 먼저 알고 찾아오는 작가들도 있다. 자연의 사계, 그 색을 담은 작품들 류호화 님은 사실 구례에서 전설처럼 남아 있는 플리마켓 콩장의 운영자였다. 나중에는 남원, 광양, 순천 등지에서도 셀러들이 모이고 콩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가족나들이를 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으니 성공적인 자리매김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8년 여의 기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알차게 꾸려오던 콩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콩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녀는 이제 다시 판을 벌일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해서 누군가 에너지 만땅인 사람이 시작한다면 박수치고 손을 더해줄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지금 호호의 숲 작가들도 실은 콩장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성껏 만든 지역의 핸드메이드 작품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작가들도 호호의 숲과 함께 3년 동안 많이 성장했어요. 제가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작가분들께 사계절을 모티브로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하고 손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포인트를 이야기해드리기도 하거든요. 작품에 자연의 색과 모습을 담으면서 결이 비슷해지고 공간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모습을 갖추게 된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내어온 다과상에도 겨울과 봄이 담겨 있었다. 호호의 숲에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의 티 매트, 벚꽃모양의 작은 차받침 역시 호호의 숲에서 판매하는 소품이다. 워낙 정성 들인 수공예품들이 많다 보니 한 번에 대량생산은 있을 수 없고, 그래서 하나하나의 가치는 더 귀하다. 소품뿐 아니라 차, 밤잼, 꿀 등 지역의 생산품도 판매한다. 이 날의 웰컴티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꾸지뽕차였다. 구수하고 달큰한 차향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 방문하는 운 좋은 손님들은 이렇게 정성 담긴 다과상을 받을 수도 있다니, 피아골 골짜기까지 찾아오는 길은 쉽지 않겠지만 일단 호호의 숲에 발을 들이는 순간의 만족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손님 중에는 호호의 숲을 통째로 서울로 가져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호화님이 직접 그리고 적어 작품을 소개하는 이름표를 사고 싶다는 손님도 있단다. 자연은 살아가는 힘이 돼요 호호의 숲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마을어르신들이 이런 외진 동네에 가게를 하니 사람이 찾아올까 걱정을 했다는데, 이제는 소문이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곧잘 찾아온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숨을 헐떡이기는 하지만. 또 찾아오신 손님들 중에 네댓 팀은 다른 지역에 소품숍을 내기도 했으니 호호의 숲이 주는 영향력을 알 만하다. 그런데 어떻게 피아골 마을 안에 자리잡을 생각을 했을까. “소개로 오게 되었는데, 뭘 몰랐어요. 자연을 좋아하는데 제가 겁이 많아요. 그런데 여기는 산 속에 있는 마을이라 멧돼지, 고라니, 족제비 같은 야생동물들이 많이 내려오거든요. 한 번은 마당에 이불을 널었는데 저녁에 갑자기 비가 오는 거예요. 이불을 걷어야 하는데 무서워서 못 나가고 그대로 비를 맞혔어요. 그런데 4, 5년이 지나니까 어느 여름날 밤 제가 아무 생각 없이 풀을 뽑고 있는 거예요.(웃음)” 이제 집 앞 수로를 허둥지둥 건너는 멧돼지 가족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앞산에 있는 복숭아나무 열매는 야생동물에게 양보한 지 오래다.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이곳에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소리에 잠을 깨고 해가 지면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준비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그녀에게 힐링이자 살아가는 힘이다. 그래서 그녀는 최소한의 다짐이 있다. 나로 인해 자연에 해를 끼치지는 말아야지 하는. 남들은 이쁘게 집 짓고 살라지만 내가 인공 구조물 하나 더 만드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이쁜 쓰레기를 만드는 포장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호호의 숲에서는 포장재를 재사용하고 습자지로 소포장한다.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하는 다짐이다. 반달곰 1%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공부하게 하고, 실천하는 삶에 한 발이라도 얹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다른 이들에게 공명처럼 전해지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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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1%가게유람기] 너무나 사랑스러운 로컬 소품숍, 호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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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이유
- 작년 가을에 광고 문자 하나를 받았다. 내가 주로 꽃씨나 구근을 구입하는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지금 구매해서 심어야 봄에 예쁜 꽃을 볼 수 있다"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런 문구에 약하다. 달리기를 하다 보니 운동화나 용품에도 관심이 있지만, 철저하게 계획적으로만 구매한다. 절대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꽃이나 나무에는 속절없이 당한다. 결국 사이트에 들어가 튤립 구군 삼만 원어치를 구매했다. 튤립은 대부분 몇 년 지나면 열성화되어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꽃이다. [튤립원종] 물론 그 화려하고 상큼한 매력을 가진 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단지 잠깐 만나 사랑만 남겨 두고 떠나는 연인처럼, 이삼 년 예쁜 모습을 보이다가 은근슬쩍 사라져 버리는 튤립이 야속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입한 튤립은 개량종과 원종 두 종이다. 원종은 절대 열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원종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아는 튤립은 꽃이 크고 화려한 지금의 개량종들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작고 귀여운 원종 튤립을 보게 되었다. 튤립의 원산지는 파미르고원과 톈산산맥의 구릉에서 자라던 매우 강한 식물이라고 한다. 이 식물이 유목민을 따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전해졌다. 16세기에 투르크 정원사들이 처음 튤립 육종을 시작했다는데, 그 시기에 이미 1,600여 개의 변종을 생산했다고 한다. 17세기 유럽으로 이어져 수천 종의 튤립 품종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한 개의 가는 꽃대에 크고 화려한 한 개의 꽃만 피도록 육종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원종은 120종 정도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구매한 것은 그중에서 예쁜 몇 품종일 것이다. 물론 개량종도 함께 구매했다. 2월이 되고 햇살이 따뜻해지니 요즘 매일 정원에 나가 튤립 싹을 나왔는지 확인한다. 여기저기 심어 놓은 곳을 살펴보지만, 아직 하나도 올라온 것이 없었다. 처음 튤립을 심을 때 혹시 두더지가 다 먹어버릴까 봐 여기저기 보물 숨기듯 심어 두었는데 어디다 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면 두더지란 놈이 다 먹은 것은 아닌가? 기억나는 곳이라도 땅을 파볼까 하다가 멈춘다. 기다리면 나오겠지. 먹어 버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래도 먹기 좋은 커다란 개량종은 먹었을지 모르지만, 작은 원종은 남아 있을 것 같다. 원종은 증식도 잘 된다고 하니 올해 튤립 알뿌리 부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도 가져 본다. 봄이 오고 있고 튤립은 붉은색 노란색 물감처럼 진하고 진한 모습으로 화려하게 봄을 채색할 것이다. 세상이 혼탁하고 때로는 절망적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일 수록 변하지 않는 자연을 곁에 두고 심신을 달래는 것으로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한다.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땅속에서 올라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룬다."라는 노자의 말이 있다. 내가 기다리는 튤립도 내 마음과 다르게 서두르지 않고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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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