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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추억
- 초등학교 6학년쯤 파묘하는 것을 직접 본 기억이 있다. 동네 앞산에서 놀고 있는데 아저씨 몇 분이 일을 하고 있었다. 궁금해서 봤더니 파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파묘> 다른 친구들은 모두 무섭다고 도망갔는데 호기심이 강했던 나는 상세하게 옆에서 지켜봤다. 아주 오래전 무덤인데 뼈가 그대로 있었다. 당연히 해골도 그대로였다. 머리카락도 보였다. 보는 것은 별로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에 그 산에 지나칠 때마다 항상 생각이 났고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빨라졌다. 그리고 생각나는 장면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초장(초분)이다. 회 먹을 때 먹는 초장이 아니라 사람이 죽었을 때 나무나 땅 위에 평상처럼 만들어 그 위에다가 시체를 두고 풀로 덮어 두는 것이다. 오래전 정읍에 어느 산에서 초분을 본 적이 있다. 외사촌 형과 사냥을 갔다가 혼자 산을 돌아다니는데 초분을 발견하고 기겁했던 기억이 있다. 초분은 삼국사기에도 나와 있는 오래된 풍습 중에 하나이고 초분에다 시체를 두었다가 살이 썩고 나면 뼈만 취해서 무덤에 묻는 방식이다. 초분이 정식 명칭이고 전라도 서쪽에서는 아마도 초장이라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산에서 풀로 덮은 시체를 봤다고 했을 때 동네 어른들이 초장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장면을 봤을 때가 1980년대였는데 그때까지도 초분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1970년대까지 섬이나 서해안 지역에서 많이 행해졌고 새마을 운동 이후에 금지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1980년대에도 꽤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장면들은 결코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파묘도 무섭지만 오래된 초분은 더 무섭다. 초분은 보통 2-3년 이후에는 묘를 써야 하는데 그 초분은 거의 시체가 다 보였기 때문이다. 어두운 숲에서 초분을 만났을 때 내 달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던 것 같다. 검색해 보니 초분이라는 영화가 1970년대에 있었다. 이두용감독의 김희라가 주연이었다. <영화초분> [영화초분 남해 초도의 어부 소돌은 5년전 친구 살해사건으로 복역하던 중에 모친상을 당해 간수와 동반하여 7일간의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난데없이 5년전의 시체가 떠올라 미역밭에 미역이 썩자 인심이 흉흉해져서 모든 것을 소돌이의 탓으로 여긴다. 소돌의 난처함을 보고 간수는 5년전의 사건을 조사한다. 뭍으로 나가려는 젊은이와 관광개발지로 팔려는 섬의 정신적인 지배자인 당무당과, 섬과 초분을 지키려는 노인들간의 대립이 한창일 때 간수가 당무당의 부정을 당국에 알리자, 당무당은 혼령의 환영에 쫓겨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소돌의 조카 임자만이 소돌을 대신하여 섬을 지킨다.] 초분을 행하는 이유는, 마땅한 묘자리가 없어 임시로 밭 어귀나 마을 뒷산 등에 가매장(假埋葬)하고자 할 때, 죽은 사람과 묘를 쓰고자 하는 땅의 운세가 서로 맞지 않을 때, 죽은 사람이 초분으로 만들어 달라고 할 때 등 다양하다. 또한 음력 정월과 2월에 사망한 경우, 이 시기에 흙을 파헤쳐서는 안 된다는 속신 때문에 초분을 행하기도 한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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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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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 방랑단원 차라와 칩코,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 주옥쌤과 밤구, 이 넷이 층층집을 준비했어요. 층층집은 이렇게 좋은 지리산과 구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길 바라며 시작되었어요. -지리산과 구례를 알고싶은 사람 -시골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 -구례에 집을 구하고 싶은 사람 누구든 환영해요!! 이번 층층집은 지리산사람들 회원님이신 집주인분과 운좋게 인연이 닿아, 위치와 집컨디션이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어요. 다만 제약사항으로 인해 배제된 신청희망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층층집을 또 마련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닿을 수 있는 조건의 집을 구해볼게요. 홍보물 속 약속문과 집의 정보 내용이 많으니,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봐주세요. 아래 신청서 링크 속 상세 사진들도 확인해보신 후 신청해주세요!! > 신청서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lAv1u9Jcg9NFH_4Zr_FoINq5hDrt_fods4dqHYiP7RA5dwg/viewform > 궁금한 점 : 차라 (010-87팔4-9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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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한 해 살아보자! 층층집 입주자 모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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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 디자인.칩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군청 앞 피켓시위 릴레이! 해가 바뀌어도, 날씨가 궂어도 계속 됩니다???? 현재 구례는 양수발전소 우선사업지로 선정되었고, 골프장은 찬성 측 주민들이 군청 앞 맞불시위를 시작했어요. 골프장과 양수댐에 모두 반대하는 구례군민들은 군청 앞 출근시간에 맞춰 진행하던 피켓시위의 장소와 시간을 다양하게 넓혀보았어요. 그리하여! -매주 화욜 17:30-18:30 경찰서 앞 로타리 -매주 목욜 08:15-09:15 구례군청 앞 으로 변경합니다. 봄이 오니 날씨가 포근해서 피켓시위가 더욱 즐겁겠어요. 다들 으쌰으쌰 힘을 보태어주세요! 후원해주시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지리산사람들 농협 301-0214-8860-11 .지리산골프장백지화연대 농협 301-0328-7856-21 .중산리반내골주민연대 농협 301-0335-238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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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오지마! 양수댐저리가!] 매주 피켓시위 함께하면 더 힘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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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 진안고원 백마산(내동산)에서 조망
-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주능선을 진안고원의 백마산 정상에서 겹겹이 산줄기 너머로 조망하였다. 지리산 주능선은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닭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은' 우리 역사 시공간의 시원(始原)을 펼쳤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우리 민족의 시공간인 이 광야를 힘차게 누비며 달리라. [사진: 이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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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 진안고원 백마산(내동산)에서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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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와 농사, 선인들의 통찰
- 절기와 농사, 선인들의 통찰 이선재 사마천 『사기』 첫 대목인 <오제본기>에 요임금이 절기를 정한 내용이 나온다. 간추리면 이렇다. 요는 희씨와 화씨에게 명하여 백성들에게 농사짓는 시기를 가르쳐주게 했다. 희중을 욱이에 머물게 하고 해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봄 농사를 알려주도록 했으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조성(鳥星)이 정남쪽 하늘에 위치한 시각을 파악하여 춘분을 정하게 했다. 희숙을 남교에 살게 하여 낮이 가장 긴 날 화성(火星)이 정남쪽 하늘에 걸친 시각을 판단하여 하지를 정하게 했다. 화중을 매곡이라는 서토에 머물게 하여 허성(虛星)이 정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시각으로 추분을 정하게 했다. 화숙을 유도라는 북방에 살게 하고 묘성(昴星)이 정남쪽 하늘에 자리한 시각을 관찰하여 동지를 정하게 했다. 이로써 24절기의 네 기둥인 이분이지(二分二至/춘분, 추분, 동지, 하지)가 확립되었다. 이것이 요임금을 성군으로 칭송한 핵심적인 업적이다. 요임금이 치세하던 시대는 기원전 2300년경으로 아직 고고학적으로는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다만 사마천의 많은 기록이 현대의 학술적 연구로 그 사실성이 입증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신뢰성이 대단히 높다. 또한 이 기록을 통해서 그 시대 절기에 대한 이해가 통치자들과 민중 모두에게 절실하고 현실적인 관심사였음을 알 수 있다. 농사는 태양과 땅, 바람과 물이 짓는 까닭이다. 농사꾼은 자연의 곁에서 돕는 자일 뿐이다. 이분이지가 확립된 이후 다시 사립(四立/입춘, 입추, 입하, 입동)을 정한다. 사립은 태양의 움직임에 대해서 땅이 반응한 결과로 조성된 자연의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하지는 태양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더운 날이지만 실제로 극심한 무더위는 이때로부터 한 달 정도 후에 온다. 태양의 기운을 땅이 받아 데워지고 이 지열이 우리를 더위에 가둔다. 태양이 가장 짧은 동지가 지난 후에야 역시 심한 추위가 시작되고 한 달 보름 정도 이후인 입춘이 되어야 봄이 움을 튼다. 절기는 이와 같이 태양의 움직임이 갖는 규칙성을 중심으로 땅의 반응을 함께 정리한 ‘태양력’이다. 역법에 대한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는 우리 조상들이 음력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민중들은 음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했다. 달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음력이 어로 활동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지만 농사의 경우에는 음력의 쓸모가 많지 않다. 그리하여 음력을 기반으로 하되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이를 보완한 ‘태음태양력’이 우리 조상들이 쓴 달력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확한 태양력을 세우는 일은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태양과 달, 별을 정확하게 관측하는 일은 민중들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달력을 민중들에게 배포하고 때에 맞춰 농사를 짓게 하는 일이 통치자들의 연례적인 임무였다. 농가월령(가)을 배포하고 민중들이 이를 숙지하도록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절기를 잘 아는 것은 농사꾼의 기본적인 자질이다. 철을 모르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다. 그렇다고 24절기만이 철을 아는 방법인 것은 아니다. 나의 어머니는 벌레 소리로 계절을 판별했다. 어떤 이들은 산과 들에 피어나는 나무와 풀의 잎사귀와 꽃의 변화를 보면서 농사철을 알아낸다. ‘조팝꽃이 피면 모내기를 시작한다’와 같이 자연의 변화에서 때를 알 수 있는 징조들은 많다. 자연을 가깝게 느낄수록, 그리하여 시시각각 그 변화가 피부에 와 닿으면 농사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오늘날에는 철모르는 농사가 대세다. 땅이 꽁꽁 언 한겨울 비닐 하우스에 난방을 넣고 여름에나 먹을 수 있는 오이나 딸기를 재배한다. 딸기같은 경우는 오히려 제철에는 먹을 수가 없다. 우리는 사실 석유를 먹고 사는 셈이다. 그 결과 땅은 황폐해지고 기후위기가 심화된다. 지속가능성이 없다. 대안적 농법,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해마다 풍년을 이룰 수 있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다시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짜와야 한다. 다시 또 하늘과 땅의 변화를 깊이 관찰하고 선인들의 통찰로부터 가르침을 얻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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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와 농사, 선인들의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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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 #단식 1일차몸이 퉁퉁 부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퉁퉁, 스마트폰은 어찌나 봤는지 눈도 시렵고, 종아리도 아팠다. 그동안에 쌓인 피로가 올라오는 듯 했다. 이사에, 축제에, 텃밭수업에, 공유회 준비로 하반기에는 쉼없이 달려왔던 까닭이다. 꼬리, 아림, 아라, 주옥쌤, 차라, 칩코 편안한 동지들과 함께 도림사에서의 5일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하다.우리가 온다고 청소부터 보일러까지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방이 지글지글 따뜻해서 들어가자마자 꿀잠을 잤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으니 몇시간을 잤는지도 모르겠다. 쓰러져서 잠에 들었다.수행을 삶으로 사는 친구들이 옆에 있으니 이런 호강을 누린다. 덕분에 나를 지극히 살피는 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이런 시간을 마련해준 친구들에게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단식 2일차시계가 없으니 눈을 뜨면 지금이 몇시일까 생각하다 잠을 뒤척였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눈을 끔뻑이다 옆에서 울리는 첫 알람 소리를 들었다. 4시였다.아침에는 속이 메스꺼렸다.울렁거리는 와중에도 열심히 요가와 명상 일정을 해냈다. 아침일정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다.아림, 주옥샘, 아라와 도림사 뒤에 있는 동악산에 올랐다. 동근, 봄이랑 종종 올랐던 길이라 익숙하고 반가웠다. 단식 중인 내 발걸음에 속도를 맞춰주는 동료들 덕분에 산행이 편안했다.마지막 2km는 매우 가파랐다. 배고픔이 많이 느껴졌지만 쉬엄쉬엄 함께 숨을 고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상에 도착했다. 동악산을 둘러싸고 있는 능선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저 멀리 우리들의 지리산도 보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그저 아름다운 경치로 점심을 대신했다.산에 다녀와서는 밤 무서운 줄 모르고 내리 잠을 잤다. 저녁을 먹지 않으니 시간이 많다. 고요한 밤이 참 길었다.#단식 3일차4시 알람을 듣고 일어나 공양간으로 오면 주옥쌤이 책을 읽고 계신다. 하루를 시작하며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람. 따뜻한 눈인사로 맑은 기운이 전해진다.속이 울렁거린다. 아침 명상을 하고 한 숨 자고나면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니 다행이다.여여의 ‘0원으로 사는 삶’을 읽고 있는데 글에서 그녀의 여정이 눈에 선하다. 깨지고 부딪히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 읽다보면 여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이 살아있다.아림이와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참회문 한구절을 소리내어 읽고 절을 올렸다. 문득 이 순간 평화로운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감사했다. 종종 비구니스님인 친구를 찾아가 절에서 쉬었다가셨다는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잠시 멈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시야가 흐려져서 글자를 엉터리로 읽는 바람에 잠깐 웃음이 났다. 108배를 마치고 아림이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림과 진하게 함께 맞춰보는 첫 호흡이었다.사람들이 저녁예불을 드리는 동안 공양간 설거지를 했다. 몸을 비워내는 시간도 좋지만 함께 맛있게 먹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그 시간에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잘 먹어주는 이들이 있어 단식에 활기가 넘치니 감사할 일이다.#단식 4일차입이 바짝타고 메슥거림이 심해 힘겹게 요가를 마쳤다. 잠깐 잠든 사이 온갖 꿈을 꾸었다. 살아오면서 만난 인연들이 전부 찾아오는 느낌이다.빨래를 했더니 개운했다. 독소가 나오는 것인지 몸에서 쾌쾌한 냄새가 자꾸 신경쓰였다. 단식할때는 세제가 손에 안닿게하라하여 손빨래는 적게했다.도림사에 있는 동안 내게 가장 많이 찾아 온 메세지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라’였다. 살집이 붙은 내 몸이 맘에 들지 않아서, 다른 동물의 살덩이를 먹고 싶은 내 욕구가 불편해서, 몸이 정화되었으면 해서, 나를 불결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시작된 단식의 동기가 컸다.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이만큼 건강할 수 있는 나의 몸에 감사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완전한 상태로 바라봄에서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더 멋있어져야할, 더 깨끗해져야할 ‘나’가 아닌, 이로써 충분한 ‘나’라는 거. #보식 1일차집에 돌아왔다. 벌써 절에서 지낸 시간이 꿈같다. 배농장에서 동근이와 반가움 입맞춤을 나누고 봄이와 실컷 뛰어노니 집에 온 것이 실감이 난다. 집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어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_()_어느새 처리해야할 것, 당장 해야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천천히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는다. 너그러운 마음상태로 주변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리고 나의 몸을 연인처럼 애정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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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사로 동안거 다녀온 상글이의 방구+단식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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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 나의 집과 집주인댁은 바로 옆집이다. 집주인댁은 농사를 많이 지으신다. 노부부 두 분께서 다 드시지도 못하고 썩혀버릴 만한 양이다. 평생 이웃을 돌보며 사신 노부부는 나더러 당신네 창고에 쌓인 채소를 양껏 먹으라셨다. 펄쩍 뛸 만큼 좋긴 한데 하나 문제가 있다. 소농은 기가 죽는 것이다. 나도 작년에 작물을 심긴 했는데 사실 집주인댁 채소만 먹어도 될 정도라 내가 굳이 농사를 지어야 하나 아리송해진다. 작년에도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보내주셨다. 깨 씨앗을 애지중지 길렀는데, 아뿔싸. 집주인댁은 들기름을 자급할 만큼 깨를 심으신다. 우리 집 마당에도 그 씨앗이 솔솔 날아와 들깨가 개망초인양 자라는데, 나중엔 뭐가 토종깨고, 뭐가 집주인댁 깨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했다. 어쨌거나 깻잎은 실컷 따먹는 데다, 또 굳이 채종을 안해도 내년에도 어련히 잘 자라니, 내 농사꾼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게다. 토종씨드림을 안 건, 도시에서 여성농민권 관련된 일을 하면서다. 귀촌한 후 토종씨드림 밭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토종씨드림 대표님은 곡성 산골짜기에 직접 집을 지어 사신다. 집을 둘러싼 드넓은 밭은 대표님 자급용이자 전국의 토종씨앗을 보전하는 채종포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개 두 명이 우릴 졸졸 따라다니다가 그 넓은 밭을 쌩쌩 쏘다녔다. 대표님은 나와 같이 방문한 손님들에게 샴푸나 치약 따위를 사용할 생각은 말라고 호령을 내리셨다. 그 집의 모든 하수는 마당 뒤쪽 연못을 거쳐 토종벼를 기르는 논밭으로 흘러가는 까닭이었다. 집 뒤편엔 농막 형태의 생태화장실이 있었다. 오줌은 양동이에 모았다가 바로 밭에 뿌려주고, 똥은 살짝 건조했다가 향처럼 천천히 태우며 재로 만들었다. 무거운 오줌통을 나르거나 똥퇴비 무덤을 삽질할 필요도 없으니, 대표님은 당신 같은 나이든 여농에게 제격이라셨다. 밭을 말하자면, 난 살면서 그토록 잘 정리된 밭을 본 적이 없었다(맨뒷사진3장). 물론 마을 할머니들 밭도 풀 한 포기 없긴 하다만, 그건 한 종자만 주르륵 심고 비닐 멀칭을 한 경우가 아닌가. 토종씨드림은 한 두둑마다 종자가 다를 정도로 다양하게 심었고, 종자명과 번호를 두둑마다 표기해두었는데, 어찌나 일목요연한지! 두둑은 비닐 없이 볏집으로 싸여있는데, 그건 또 어찌나 단정한지! 나는 이상한 구석에서 정리 강박이 있는데 단숨에 완치될 지경이었다. 그날 토종씨드림에 간 건, 채종을 돕기 위해서였다. 토종씨드림 활동가인 수연님의 지시를 따라 비닐하우스에 옹기종기 앉아 씨를 털었다. 씨는 잘 말려서 유리병 등에 보관했다. 유리병들이 이름표를 달고 열과 횡을 맞춰 나열된 꼴을 보면, 마치 청소업체가 다녀간 창틀을 보는 양 탄성이 나왔다. 하필 수연님 글씨체는 폰트로 팔아도 될 만큼 단아했다. 내가 정리 강박이 있어서 과장하는 것도 맞지만, 토종씨드림 활동가들은 틀림없이 주부들이 모두 환호할만한 정리의 달인이셨다. 토종씨드림 방문은 감동 그 자체였다. 자급자족하시는 삶의 솜씨며, 그 많은 종자를 돌보는 부지런함, 보살핌의 손길이 드러나는 싱그러운 텃밭까지. 이날 채종에 손을 쬐끔 보탠 인연으로, 수연님은 그해 가을 씨앗을 잔뜩 보내주셨다. 원래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으면 1.2배 이상 돌려드려야 하는데, 나는 채종을 해본 적도 없는 초보 농부인 데다, 봄에 배추 채종을 하기도 전에 땅이 없어 이주해야만 하는 신세였다. 씨앗을 못 돌려드렸다는 말이렸다. 그런데도 그 이듬해 씨앗을 또 보내주셨다. 내가 구례의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토종씨를 심어보려 한다니까, 좋은 일에 나눠주고 싶다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또 변명하자면 초보 농부인 나와 초등학생 농부들의 콜라보로 그 해에도 또 채종에 실패했다. 양심이 있어 그나마 긁어모은 씨앗들을 조금 보내긴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런데 지난 초봄에 또! 수연님은 새해 인사와 함께 깨를 비롯한 여러 씨앗을 잔뜩 보내주신 것이다. 수연님이 씨앗을 생색 한번 없이 선물해주셔서, 나는 씨앗 보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하마터면 모를 뻔했다. 매해 두 번, 토종씨드림은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회원들에게 토종씨앗을 보내는 시기다. 이번 겨울, 토종씨드림 씨앗을 소분하고 동봉하는 일에 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곡성, 구례 등 인근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 수연님 댁으로 오순도순 모였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다님이 토종씨드림 활동가로 있어 더욱 반가웠다. 난 대농 집주인댁에게 의문의 K.O를 당한 뒤 농사를 향한 열정이 살짝 식은 채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날 하루종일 씨앗을 데굴데굴 주무르다 보니 무척 농사가 짓고 싶어지는 거였다. 파란 콩국물을 먹을 수 있다는 파란 콩을 한 줌 챙기고, 디자인하느라 혹사당하는 시력에 좋다는 결명자도 한 줌 챙기고, 다님이 맛있다고 호언장담한 먹골참외도 챙겨넣었다. 다님은 농사가 너무 재밌다고 했다. 올해는 숲밭을 만드려고 감밭을 크게 구매했다고 했다. 여기저기 농부들이 모이는 장터도 찾아다닌단다. 나는 씨앗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다님이 왜 그렇게 농사가 재밌어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수연님과 다님은 일손을 도와주러온 나와 일행이 고마운지, 자꾸 이것저것 먹을거리나 씨앗을 챙겨주셨다. 나는 그들의 넉넉한 인심이 이 동글동글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씨앗을 다이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예부터 씨앗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해왔다. 나누어 퍼진 씨앗들은 (나 같은 농부를 만나는 비극을 피한다면) 이듬해 기필코 증식한다. 이번에 작업한 씨앗들은 대부분 토종씨드림에서 키웠는데, 다른 농부들이 키운 것도 적지 않았다. 그 농부님들은 아마 토종씨드림에서 씨앗을 받고, 몇 배씩이나 양을 불려서 다시 후원하신 것일 테다. 이렇게 대량으로 씨앗을 나누는 분들 덕분에,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양의 씨앗을 나눠드릴 수 있다. 매해 씨앗을 못 돌려드릴 적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는 성실하게 씨앗을 돌려드리겠지’하고 생각하긴 했다. 그 농부님들의 이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수한 씨앗을 봉투에 직접 동봉하자니 감사함이 선명히 와닿았다. 소분 작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음이 부풀었다. 챙겨온 씨앗들이 가방에서 굴러다녔다. 올해는 꼭 씨앗을 잔뜩 채종해서 돌려드려야지. 이웃집 창고 덕에 내가 심으나 마나 먹을거리가 넘치긴 하지만, 딱 이 씨앗을 지켜야하는 이유가 생긴 건 또 다른 의미니까. ‘어차피 똑같은 깻잎이다’하고 입에 털어 넣던 것도, 이젠 헷갈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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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씨드림 일손 돕고 온 칩코의 방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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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가 푸른 지리산 반야봉의 풍경
- 지리산 칠선계곡 대륙폭포의 7월 신록 풍경이다. 폭포의 우윳빛 밝은 색채와 나뭇잎의 가볍고 짙은 농담이 잘 대비된다. 바위, 나무줄기와 그늘의 어두운 색채의 장중함이 폭포의 쏟아지는 물소리와 어울렸다. 아침 태양이 막 떠오르는 때에 맞은 편 높은 곳에서 폭포를 약간 내려다본 풍경이다. [지리산 칠선계곡 대륙폭포(사진 류요선) 97.7.30]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서 한신 계곡으로 진입하여 두 번째 출렁다리 부근이다. 울창한 숲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고 있다. [백무동 한신계곡의 가을 풍경(사진 류요선) 95.10.16] 지리산 반야봉에서 삼도봉 넘어 불무장등이 뻗어 내리는 6월 싱그러운 자연이다. 멀리 구름 속에 하동에서 섬진강이 남해로 흐르고 백운산과 남해의 섬이 보인다. 가까이는 오른쪽 하단에 흰철쭉이 피어 있고, 산기슭에 구상나무 몇 그루가 띄엄띄엄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야봉 불무장(사진 류요선) 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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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가 푸른 지리산 반야봉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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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 텃밭 농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텃밭 학교 활동을 구경하고 싶고 씨앗도 얻어 볼 마음 갖고 공유회에 갔다. 어린이 도슨트가 있어 활동 설명을 하고, 일년간 농사 일지와 약속, 사진 등 글과 그림을 보는데 너무 훌륭해서 깜짝 놀랐다. 사랑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24절기 자연을 오롯이 함께 하며 배운 것들과 느낀 마음을 표현하니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가슴이 뭉클하다'란 말의 뜻을 알게 되었다는 아이의 글을 보고 이 분들이 진짜 큰일하고 계시구나 가슴이 쿵! 울렸다. 동근 상글 들 양지 아림 ... 이 젊은분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가 궁금했었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 텃밭 이끔이, 어린 사람 등 쓰는 말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내용도 세심하고 존중이 가득하다. 구례를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까이서 배울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다시 주조장 가서 전시물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이다. 온갖 감수성이 살아나고 사랑이 넘쳐나 돈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 뒤틀려버린 것들을 씻어내고 인간 본성을 되찾는 시간이 될것 같다! +상글의 덧붙이기 :) 지리산에 내려오기 전에 호미도 한번 손에 잡아본 적 없던 내가 벌써 학교에서 4년차 ’텃밭이끔이‘ 라니. ‘선생님’보다는 ’상글!‘하고 불러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어린이 도슨트들은 일찍와서 전시된 씨앗들의 이름을 능숙하게 알아보고(감동), 이름표 붙이기를 도와준 덕분에 금방 준비도 마쳤다! 한 날은 배추잎을 갉아먹던 달팽이를 이사시켜준다고 가장 먼 곳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엄청 바빴다. 그 날 활동일지에는 ’달팽이에게 배추는 나무 숲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작은 생명체를 존중하는 따뜻한 아이들의 시선이 지리산 골프장, 양수댐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모두의 마음에 위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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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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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영쌤의 구례생태텃밭활동 전시회&공유회 다녀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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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
- 이슬아와 사진작가 이훤이 결혼한 소식을 들었다. 그들의 결혼 사진은 아름다웠다. 누구의 결혼 사진인들 아름답지 않겠냐마는. 웨딩드레스가 참신했다. 이 책이 그들의 결혼 이야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이훤의 이야기는 이슬아의 다른 책에도 여러번 나온다. 같이 작업하다보면 마음이 통하고 결혼에 이르는 경우를 여러번 본다. 그녀는 쉬지않고 일상을 기록하고 책을 낸다. 참 부지런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이 책의 사진은 좀 특이하다. 꿈 속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것이 요즘 애들 취향인가? 이슬아 ! 책이 또 나왔네. 뻔하지...하면서도 또 읽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저마다 사는 방법이 다르니 인생 끝내주는 방법도 다르다. 누구나 끝내주는 인생을 살고 있다. 누구나의 인생은 언젠가 끝날 것이니. 오늘 끝낼 것 처럼 사는게 끝내주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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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