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30(수)

이야기
Home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실시간뉴스
  •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곳
    [백두대간 마루금인 도로 : 사진 이완우] 남원시의 운봉읍과 주천면이 만나는 지역은 백두대간이 형성한 개성적인 지형이다. 운봉읍과 주천면이 맞닿아 있는 2km는 거의 평지 도로인데, 이 평지 도로가 지리산 자락 운봉고원의 외륜(外輪)으로 엄연한 백두대간 산맥의 마루금이다. 이 도로에서 정령치 방향을 바라보고 설 때, 이 도로의 왼쪽은 낙동강 수계이고 오른쪽은 섬진강 수계로서 이 지역은 곡중분수계(谷中分水界)를 이룬다. 백두대간 봉우리인 이곳의 수정봉 아래에 노치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을 백두대간 마루금이 관통하고 있다. 이 마을 앞의 운봉고원 곡중분수계 지역을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는 풍수적 관점에서 백두대간의 목 부분에 해당한다고 인식한 듯하다. 일제는 무게가 100kg 정도 되는 목돌을 6개 만들어 노치마을 앞의 평지에 깊숙이 묻었다. 일제가 이렇게하여 한반도의 백두대간에 흐르는 기맥을 누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이 마을에 전해온다. 이곳 노치마을 회관 옆에는 이때 묻었던 목돌 중 5개를 파내어 보관하고 있다. 곡중분수계이며 백두대간 마루금인 2km 도로 구간의 중간 지점 가까이 낙동강 수계인 곳에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생태와 자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이곳 전시관은 한반도 지도 형상을 본떠서 지붕을 만들었다. [백두대간 노치마을 : 사진 이완우] 백두대간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나무처럼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어느 마을의 산줄기라도 백두대간의 13정맥에서 다시 뻗어 나온 작은 가지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으로 이해하는 한반도는 하나의 유기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은 자연환경과 동식물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보고이다. 백두대간은 동물들의 이동통로이자 서식처이며, 여러 강의 발원지로 생명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이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 사진 이완우] 구절초가 찬 이슬을 머금은 한로(10월 8일) 절기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방문하였다. 전시관에 입장하면, 백두대간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에서 담아온 흙을 넣은 130개의 진공관으로 한반도의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위쪽의 40개 진공관은 비어 있는데, 북한 지역의 산봉우리들이다. 남한 지역 산맥의 사이에는 그 지역의 강물을 담은 진공관이 있다. 이 130개 진공관의 한반도 조형물은 한반도의 산봉우리 모든 흙과 강의 물이 한군데에 모이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 한반도 조형물에서 북한 지역은 백두산의 흙만 진공관에 소중하게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의 두 정상이 함께 한 기념식수 행사에 사용된 백두산 흙이라고 한다. 남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은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 백두산과 지리산의 흙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전국 최초의 곳이다. [ 한반도의 산흙과 강물 진공관 지도 조형물 : 사진 이완우] 숲은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산소의 배출로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어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숲과 공존하는 어울림은 절실하다. 우리가 행성 지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연은 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 자연이 전하고 있는 신호와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 전시관에는 지리산 생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동식물을 모형으로 실감 나게 연출하였다. 용모도 귀엽고 털도 아름다운 족제빗과의 담비는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물을 사냥할 정도로 용맹한데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는 참갈겨니, 돌고기와 쉬리가 물속을 헤엄치고 수달과 여우가 어슬렁거리며 생명력 넘치는 자연 생태계이다. 둥치 큰 은사시나무 아래 백두산 호랑이가 포효하려는 기상이다. 참매가 낮의 숲을 지배한다면 올빼미는 밤의 숲을 지배한다. 은사시나무 가지에는 올빼미과 여름 철새인 소쩍새가 앉아 있는데 개성 있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 숲의 나무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은 백두대간의 생태 자연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백두대간의 환경 훼손과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보로 주제를 확대한다. 백두대간은 과도한 개발과 관광이나 등산으로 멍들고 식생이 훼손되어 동식물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대규모로 지형이 변형되면서 백두대간의 단절까지 초래하기도 하며, 등산로 따라 주변 식물이 말라 죽고 등산로의 노면 침식과 토사 유출이 발생하여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어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 일상화된 전 세계적인 폭염과 산불, 최악의 가뭄, 대규모 홍수는 기후위기를 드러내는 현상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해결책은 숲 복원이다. 숲은 인간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의 3분의 2를 포획할 수 있다. 기후위기와 숲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숲의 나무가 폭염과 가뭄의 공격에 시달리며 내성을 잃어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직면한 수많은 동식물을 살려내는 것이 결국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지리산 왕등재 습지의 물고기 모형 : 사진 이완우] 이곳 전시관에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의 경보를 게시물로써 잘 알려주고 있다. 여우가 새의 알을 물고 가서 겨울을 위해 저장하는 모습을 보면 동물의 생존을 위한 적응 변화가 처절하기까지 하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꼬리표가 달린 동물과 조류가 야생에서 발견되니 생물종이 감소하고 있는 반증이다. 고온 건조한 바람 등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아 재앙적인 폭염이 반복되며 심지어 겨우내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곳 전시관의 포토 아크(photo ark)에는 생명의 방주를 타고 있는 동식물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창세기의 신화에서는 지구를 휩쓴 대홍수에 노아의 방주에 의지해 많은 생명이 멸종의 위기를 모면하였다. 현재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서 생명의 대멸종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한 지구 자체가 또한 생명의 멸종 위기를 모면하고 보호받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방주가 되어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숲속의 소쩍새와 올빼미 모형 : 사진 이완우] 인간의 역사 1만 년 동안에 지구상에 있는 산림의 3분의 1일이 사라졌는데, 지난 백 년 동안에 사라진 면적이 그중 절반에 달한다고 한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식량과 목재의 획득, 탄소 저장 등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숲을 찾으면 산림욕으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숲과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 이곳 생태교육장에서 산림청에서 제작한 25쪽 분량의 백두대간 생태지도를 홍보물로 받았다. 이 생태지도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향로봉까지 10개 구간별로 동물, 식물, 식생, 대표 수종, 대표 동물과 대표 식물 등의 서식 위치를 지도에 표기하고 사진을 첨부한 책자였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과 전시관에서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노둣돌은 숲과 나무임을 확인하였다. [백두대간 은사시나무와 호랑이 모형 : 사진 이완우]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0-09

실시간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기사

  • 백두대간 운봉고원의 돌장승 역사 문화 탐방
    백두대간 운봉고원은 낙동강 상류이다. 운봉고원은 지리산 자락의 고원 분지이다. 이 지역에 돌장승이 밀집하여 분포한다. 운봉읍 북천리, 서천리(서림공원), 권포리와 인월면 유곡리의 10km 이내 지역에 돌장승 10기가 모여 있다. 이곳은 고남산 아래이며 황산의 둘레로서 고려말 황산대첩의 역사적인 장소이다. 돌장승의 해학성은 호랑이와 까치의 민화에 보이는 평민 정신과 상통한다. 운봉고원의 돌장승을 탐방하며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돌장승이 외롭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옛날에는 마을마다 샘을 중심으로 살았고 그 샘물이 흘러 마을 앞에 둠벙(연못, 방죽, 웅덩이)를 이루었다. 그 작은 둠벙은 생태계의 보고로서 수많은 작은 동식물이 살았다. 옛날에는 논이 있으면 으례 가까이에 둠벙이 있었다. 그러나 경지 정리로 논밭 두렁길이 반듯해지고 저수지가 많아져서 농업 용수를 멀리서도 풍부히 공급하여 논 가까운 둠벙이 사라져 갔다. 운봉고원의 돌장승도 옛날에는 가까이에 둠벙이 있었을 것이다. 그 둠벙에는 어리연꽃도 피었을 것이다. 돌장승과 어리연꽃은 민화의 호랑이와 까치처럼 상상력과 이야기의 보고일 수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 (2024.10.23) 제목: 왕방울 눈, 커다란 코... 도깨비 돌장승 찾아 떠난 여행 부제: [사진] 백성들 아낀다던 석장승... 백두대간 운봉고원 돌장승 탐방 역사 문화 여행 이 기사의 인터넷 주소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72819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10-23
  • 산청 지리산 둘레길 6코스와 경호강 꺽지 설화
    지리산 자락 산청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 이슬에 흠뻑 젖은 여뀌 꽃송이에 푸른색 부전나비 한 마리가 앉아서 동터오는 아침 햇살을 받고 있었다. 나비의 날개가 이슬이 젖어 있으니 이곳에서 긴 어둠을 지샌 듯 하였다. 부전나비 날개 크기는 1.5cm로 작은 날개이고, 여뀌꽃은 한 송이가 2mm 크기의 찹쌀 쌀알 같았다. 9월의 마지막 주말에 지리산 둘레길 6코스 구간은 가을 햇살이 청량했다. 지리산 둘레길에서 산줄기는 강 물결고 쉽게 어울리고 이 길을 걷는 걸음도 어느덧 산과 강이 펼쳐내는 자연의 호흡을 닮아갔다. 산청 지리산 둘레길 6코스, 경호강 꺽지 설화 오마이뉴스 여행 기사입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6719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9-30
  • 지리산 둘레길을 1년 5개월만에 다시 걷다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점차 느려집니다. 그것은 걸음 속에 성찰이 깃들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레길에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만나고 둘레길에서 지리산 기슭의 풍경과 마을에 가깝게 다가갑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에서 4코스까지 걷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1년 5개월만에 지리산 둘레길 5코스 동강 수철 구간을 걸었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1코스, 2코스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지리산 둘레길 4코스 지리산 둘레길 5코스 이들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 탐방하고 쓴 이제까지의 기사를 펼쳐보았습니다. 지리산 둘레길 5코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1976 지리산 둘레길 4코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12108 지리산 둘레길 3코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8821 지리산 둘레길 1코스, 2코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04363 지리산 둘레길 6코스 구간은 산청 수철 마을에서 경호강 강변에 자리 잡은 성심원까지 12km의 둘레길입니다. 이 구간에서 쏘가리와 꺽지가 헤엄치는 경호강을 따라 가며 지리산 천왕봉에서 동쪽으로 힘차게 뻗어 내린 웅석봉의 산줄기가 연출하는 멋질 풍광을 기대해 봅니다.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9-09
  • 지리산 화엄사 석축에 담긴 석공의 손길, 잉카의 기술인 듯
    4월 초순 한식 절기에 지리산 화엄사로 향하는 도로와 강변 둑에는 벚꽃이 만개하였다. 구례군 마산면에 있는 이 사찰은 지리산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등산 코스의 출발점이다. 국보와 보물 등 많은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는 사찰 도량에서 으뜸 건축물인 대웅전과 각황전은 태산처럼 드높은 위용으로 중생에 대한 자비로움을 표상하고 있다. 지리산 화엄사 일주문 (사진: 이완우) 법고루 아래 터에서 당간 지주 두 돌기둥을 살펴보다가, 잉카의 마추피추 석벽과 같은 겹쌓기 석축이 눈에 띄었다. 규모가 제법 큰 바위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고 모서리를 사각, 오각 및 육각으로 정과 망치로 균일하게 쪼아서 이웃 바위와 맞대어 촘촘히 쌓아 올렸다. 아랫돌과 윗돌을 곡면으로 쪼아 맞춘 맞댐은 곡선미가 드러났다. 이곳 석축을 쌓았을 석공의 정성과 기량에 감탄하면서, 기하학적 무늬로 퍼즐 맞추듯 이어지는 이웃 돌과 만나는 조화를 살펴보았다. 석축을 구성하는 바위 조각들의 배열에서 무생물인 바위들도 중생들처럼 얼기설기 인연을 맺고 석축으로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지리산 화엄사 법고루 앞 석축 (사진: 이완우) 각황전의 오른편 도량 뜰에 천연기념물 '구례 화엄사 화엄매'가 이슬비를 맞으며 활짝 피었다. 이슬비를 맞으며 꽃잎들을 떨구고 있는데도, 청아한 기상은 여전했다. 임진왜란 때 전소된 이곳 사찰의 중건과 함께 300여 년의 역사를 같이했던 홍매화 나무는 3월 중순이면 따뜻한 자비의 색채가 어린 꽃망울을 매년 어김없이 터트려 왔다. 무소유의 법정(法頂, 1931~2010) 스님은 "피어있는 것만이 꽃이 아니라, 지는 것도 또한 꽃이다."고 했다. 꽃이 피는 순간도 아름다운 절정이고, 꽃이 질 때도 역시 아름다운 절정임을 화엄사 홍매는 낙화(落花)로써 말없이 이야기했다. 지는 꽃잎을 배웅하면서 청순한 새싹을 돋우는 홍매화가 함초롬히 비에 젖었다. 지리산 화엄사 각황전 옆 홍매화 낙화 중 (사진: 이완우) 화엄사 명부전 옆 오른쪽 도량 뜰에 보리수나무가 연두색 싹을 틔우고 있었다. 연두색의 밝은 색조에 마음이 환해진다. 2천5백여 년 전에 싯다르타 태자는 출가하여 오랜 세월의 고행과 수행을 하였어도 생사에 대한 고뇌와 번민은 여전하였다. 태자는 보리수 아래에 자리 잡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수행을 시작하였다. '깨달음에 이르지 않으면 결코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태자의 희망 어린 초발심은 결국 보리수 열매 같은 굳은 깨달음에 도달하였다. 불교에서 불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보리수나무는 부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물의 하나였다. 화엄사 보리수나무의 새싹에서 수행의 도구인 108 염주로 성장할 꽃눈을 찾아 보았다. 도량에서 보리수나무는 참배객들에 의미 있는 성스러운 나무인데 보리수나무를 알리는 안내판은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지리산 화엄사 보리수 새싹 (사진: 이완우) 화엄사 입구의 산기슭 아래 후미진 곳에 앞면 3칸, 옆면 2칸의 맞배지붕 형식 건물인 남악사(南岳祠)를 찾아가 보았다. 남악(南岳)은 신라 시대 지리산을 일컫는 것으로 남악사는 삼국 시대부터 지리산 산신제를 올렸던 곳이었다. 남악사는 삼국 시대에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고려 시대에는 노고단에서, 조선 시대에는 남원부 산동의 갈뫼봉 아래 당동에서 성모 여신(聖母 女神)인 지리산 산신제를 올렸다. 지리산은 두류산(頭流山), 방장산(方丈山), 방호산(方壺山) 및 불복산(不伏山)이라는 여러 이름이 있다. 불복산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하려는 이성계의 기도를 지리산 산신이 반대하였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이 전설은 지리산 산신의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보겠다. 신라 시대에 화랑들의 수련장이었던 노고단과 천왕봉 등 수많은 영봉을 품은 지리산은 생명력 풍부한 30대 연령의 여신이 품어주는 듯 역동적인 영산(靈山)이다. 지리산의 그 역동적인 여신이 노고단의 노고 할미 이미지로 변형된 때는 언제부터일까? 그늘진 곳에서 이끼가 잔뜩 낀 남악사는 돌길이 이슬비 내린 날씨에 미끄러워서 걷기에도 조심스러웠다. 매년 4월 중순의 '구례 군민의 날'에 남악제(약수제)가 이곳에서 거행된다. 남악사 마당에는 300년 수령으로 추정되는 느릅나뭇과의 팽나무가 밝은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남악사가 밝게 단장되고, 노고할미가 아니라 신라 시대 원화(源花)와 같은 밝고 역동적인 지리산 산신의 이미지를 희망해 본다. 지리산 남악사 팽나무 새싹과 꽃 (사진: 이완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게재(2024.04.08) 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사회, 문화, 역사, 설화와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스토리텔링으로 간략히 엮어갑니다.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4-08
  • 지리산 주능선과 백두대간, 남원 천황산에서 감동적인 조망
    남원시 산동면과 보절면 경계에 있는 천황산(天皇山, 909.6m)은 일망무제의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이 산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과 지리산 능선의 조망은 벅찬 감동이다. [천황산 정상에서 조망한 백두대간과 지리산 주능선. 2024.3.10. 사진: 이완우] 천황산 정상에서 조망하면 장엄한 백두대간과 지리산 주능선의 산줄기가 펼쳐졌다. 요천수가 띠처럼 흘러내리는 낮은 지형 위로 운봉고원 외륜을 이루는 백두대간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며, 가운데에 고남산(847m)이 우람하게 솟았다. 백두대간은 여원치와 수정봉을 지나 구룡계곡을 오른쪽으로 두고 고리봉으로 올라간다. 고리봉에서 지리산 서북능선이 왼쪽으로 흐르며 세걸산, 바래봉(1,165m)과 덕두산으로 이어지며 병풍을 둘렀고, 그 앞에 운봉고원이 펼쳐졌다. 천황산 정상에서 만복대로부터 노고단(1,507m), 반야봉(1,732m), 명선봉, 촛대봉, 장터목산장, 제석봉, 천왕봉(1,915m),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지며 하늘을 떠받치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확인할 수 있다. 백두대간과 지리산 줄기가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처럼 힘차게 휘돌아 달리고 있어 감동적인 장면이다. [천황산 원경. 2020.2.18. 임실군 오수면 둔덕마을 천변에서 촬영, 사진: 김진영 향토역사탐구가]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3-12
  • 지리산 주능선, 진안고원 백마산(내동산)에서 조망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주능선을 진안고원의 백마산 정상에서 겹겹이 산줄기 너머로 조망하였다. 지리산 주능선은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닭 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은' 우리 역사 시공간의 시원(始原)을 펼쳤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우리 민족의 시공간인 이 광야를 힘차게 누비며 달리라. [사진: 이완우 기자]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2-14
  • 구상나무가 푸른 지리산 반야봉의 풍경
    지리산 칠선계곡 대륙폭포의 7월 신록 풍경이다. 폭포의 우윳빛 밝은 색채와 나뭇잎의 가볍고 짙은 농담이 잘 대비된다. 바위, 나무줄기와 그늘의 어두운 색채의 장중함이 폭포의 쏟아지는 물소리와 어울렸다. 아침 태양이 막 떠오르는 때에 맞은 편 높은 곳에서 폭포를 약간 내려다본 풍경이다. [지리산 칠선계곡 대륙폭포(사진 류요선) 97.7.30]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에서 한신 계곡으로 진입하여 두 번째 출렁다리 부근이다. 울창한 숲에 형형색색의 단풍이 물들고 있다. [백무동 한신계곡의 가을 풍경(사진 류요선) 95.10.16] 지리산 반야봉에서 삼도봉 넘어 불무장등이 뻗어 내리는 6월 싱그러운 자연이다. 멀리 구름 속에 하동에서 섬진강이 남해로 흐르고 백운산과 남해의 섬이 보인다. 가까이는 오른쪽 하단에 흰철쭉이 피어 있고, 산기슭에 구상나무 몇 그루가 띄엄띄엄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야봉 불무장(사진 류요선) 97.6.9]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4-01-22
  • 지리산 반야봉에서 바라본 구름 바다의 남덕유산
    지리산 바래봉 기슭 면양 목장의 봄날 철쭉 개화 풍경이다. 면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철쭉들은 군데군데 남겨 놓았다. 거친 풀섶과 관목이 면양들에 의해 정리되어 잔디를 깎은 것처럼 철쭉 핀 풍경이 단정했다. [단정한 풍경(사진 류요선). 1996년 봄] 지리산 반야봉의 중봉 정상 부근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며 덕유산의 아침 풍경을 기다렸다. 구름 바다 위에 잔잔한 색조의 아침 노을이 펼쳐졌다. 멀리 남덕유산과 무룡산이 은은하고 가까이는 함양의 삼봉산이 고요하다. [반야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원경(사진 류요선). 1997년 현충일 다음날] 지리산 바래봉 삼거리에서 능선을 타고 샘이 있는 방향으로 가다가 자리를 잡고 야영 텐트를 쳤다. 여름날 더위를 식히며 한가로운 산책을 하다고 이 풍경을 만났다. 얼른 텐트로 가서 사진기를 챙겨 왔다. 오른쪽 끝에 노고단이 살짝 보이고 중간에 반야봉이 높이 솟아 구름을 산록에 걸치고 있다. 지리산 주능선의 토끼봉과 명선봉 등이 구름 띠를 허리에 두르고 한가롭다. [지리산 바래봉 기슭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능선의 여름 운무(사진 류요선). 1997년 8월]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2-06
  • 지리산 계곡 바위들이 모여서 회의하는 풍경
    [대성골의 바위 모임. 1998. 4. 18.] 하동 화개면의 대성골 대성교의 콘크리트 다리 난간에서 계곡을 바라보았다. 녹음이 짙은 계곡에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바위들이 회의하는 듯 오개오개 둘러앉아 있었다. [심원마을 용소 계곡. 1997년 5월] 심원 마을 용소 계곡의 맑은 물과 화사한 진달래꽃. 1997년 7월 29일. 1시간에 149mm의 폭우가 내려 이 계곡의 지형이 번하였고,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다시 만날 수 없다. [벽소령 남쪽의 쿵쿵소. 1997년 봄] 벽소령 남쪽 심정 마을로 가기 전의 쿵쿵소이다. 폭포 소리가 쿵쿵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바위 옆과 아래에 진달래꽃이 아직 활짝 피지 않았다. 햇빛을 잘 받은 곳은 꽃이 잘 피었고 그늘진 곳은 아직 덜 피었다. 그때 심정 마을에서 민박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한 2~3일 더 기다리면 진달래꽃이 다 필 텐데, 수중에 돈도 떨어지고 더 있을 수가 없었다.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1-18
  • 겨울 덕유산에서 조망한 지리산 원경
    사람주나무의 끈끈한 수액은 여름철의 작은 날벌레 곤충을 잡는 약을 만드는 데 쓰인다. 봄에 피는 이 나무의 볼품 없는 꽃이 가을에는 충실하고 유용한 열매로 변신한다. 투명한 듯 밝은색의 가을 단풍이 매혹적이다. 지리산 달궁계곡에서 소나무 등걸 앞에 가벼운 색채의 사람주나무 단풍에 이끌려서 사진에 담았다. 지리산 달궁계곡의 사람주나무 단풍잎. [사진] 류요선 (2003.10.17.) 사람주나무는 이름에 '사람'이 들어간 식물로 거의 유일하다. 이 나무의 가을 잎은 햇빛이 나뭇잎을 투과한 듯 은은한 여운이 고여 있다. 제주도에서는 쇠동백나무라는 의미의 쐬돔박낭이라고 한다. 이 사랑주나무잎은 물가에서 키 큰 나무의 아래에 자라고 있어서 단풍이 연하게 들어 더 밝고 깨끗한 모습으로 새로운 잎처럼 싱그럽다. 지리산 달궁계곡 그늘의 사람주나무 단풍잎. [사진] 류요선 (2001.10.) 덕유산은 향적봉에서 중봉, 백암봉, 동엽령, 무룡산,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산에 이르는 든든한 산줄기이다. 겨울의 덕유산 백암봉에서 조망한 지리산 원경이다. 지리산 주능선 원경을 멀리 다른 산에서 고스란히 담아보고 싶었다. 덕유산 능선의 잔설을 밟고 올라가 무룡산에 텐트를 쳤었다. 남덕유 방향 능선에 구름이 피어오르는 풍경 넘어서 노을을 배경으로 한 지리산의 잔잔한 자태를 마음에 담았다. 덕유산에서 담은 지리산 원경. [사진] 류요선 (1995.11.29.) 지리산 서북능선의 주봉인 바래봉의 산덕마을 부근 임도에 핀 진달래꽃이다. 인공 조림한 낙엽송 숲에서, 키를 한껏 키운 진달래 관목 무리에 햇살이 한 줄기 비쳤다. 진달래꽃은 오전의 한 줄기 햇살에도 밝은 미소로 환하게 빛났다. 바래봉 능선의 진달래꽃. [사진] 류요선 (2010.04.24.)
    • 이야기
    • 류오선의 지리산이야기
    2023-11-01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