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7-1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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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안녕하세요. 포네입니다. 오랜만에 사토리를 쓰게 되었어요. 그동안 차황골프장, 삼장지하수, 여전히 진행 중인 케이블카 문제도 있었지만, 지리산작은음악회, 대선, 이사, 하지축제, 타로 강좌 개강 등 공사를 아우르는 사건들과 꾸준히 계속해 오는 모임들이 연일 이어져 미처 후기를 쓸 틈이 없었네요. 5월 31일 제 2회 지리산작은음악회가 열리기까지 지리산작은음악회 후기를 써야지, 하다가 한 달이 훌쩍 지나가 옛날 일이 되었어요. 지리산작은음악회는 난개발대책 활동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작년 말과 연초에는 계엄과 탄핵으로 다른 이슈의 후원행사가 어려울 거 같아 미루다가 결국 선거 기간에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출연진과 장소가 취소되어 다시 구해야하는 등 난항에 부딪혀서 "그냥 하지 말라는 우주의 신호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지요. 처음에는 카페 제비의 마술사 김*섭 님과 디제잉을 하려고 3월에 야외공연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군청 앞 기자회견에 자주 출몰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건지, 군청에서 관리하는 야외 시설은 이용이 불가능했습니다. 1. 산청문화원 앞 야외공연장: 5월 중 별관 공사예정이라 통행불편이 예상되므로 대관불가. 2. 환아정: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관불가. 3. 군청 앞 놀이터와 정자, 분수광장: 버스킹 공연한다고 했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 신청서 작성할 때 환경단체 후원행사라고 솔직히 말했더니 급 어두워지는 담당공무원의 표정. 주변 상가와 주택에서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관불가라고 유선으로 통보. 4. 조산공원: 너무 넓고 주말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문의하지 않음. 지나가는 행인들도 음악회를 보고 지역 난개발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서 야외에서 하고 싶었지만, 결국 청소년수련관 실내집회장을 대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사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와 확인 차 청소년 수련관에 전화를 해 보니, 실내집회장이 사전투표소로 지정되어 대관이 취소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면 미리 알려 줘야죠. 급히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해서 전화상으로 처음에 거절받았던 산청문화원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별관 철거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환경단체라고 했더니 군청 앞 놀이터 이용이 제한된 선례가 있어 대책위 이름을 괜히 밝히지 말고 개인으로 신청해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은 광장사용이 안 된다며 처음부터 거절을 하더군요. 배전반 열쇠를 문화원에서 가지고 있고, 토요일에 광장을 사용하면 직원들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마침 장비를 공유하기로 한 김*섭 님 공연이 취소되어 대신 우창수 선생님이 충전식 앰프를 가져오기로 하셔서, 배전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광장을 이용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신청서를 쓰고 이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지리산을 사랑하는 뮤지션들’ 이란 가칭의 단체로 신청하면서 공연내용에 출연진을 썼고, 이중 기타리스트 공민성 씨, 오부리밴드는 산청 오부면 주민이고, 저도 오부면 주민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담당자는 그냥 문화행사이고 다른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며 요즘 선거 기간이라 정치적인 내용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냥 음악회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나 특정 정당 선전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제가 거짓말을 한 게 되어 버렸어요. 음악회 당일 문화원 직원이 피켓과 플래카드 등의 게시물 철거를 요청했는데 불복했기 때문이에요. 케이블카, 골프장, 삼장지하수증량 반대 피켓과 플래카드가 정치적 게시물이라네요. 군수가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피켓은 정치적인 내용이라는 거예요. 허참. 현장에 있던 최호림 군의원이 “이곳은 군수 앞마당이 아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광장에서 시민이 발언을 못 하게 하는 게 위법이지요. 만약 이 일로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저에게 이야기 하십시오.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산청의 공무원들은 이런 상식과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행사 후 문화원 관계자가 출연진인 오부리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에게 전화를 해 “너희가 왜 거기에 나오냐. 미쳤냐. 이제 오부리밴드 이름으로는 어디서도 공연을 못 하게 할 거다. 주민참여예산도 못 받게 할 거다.”라는 협박성의 발언을 하고, 베이시스트는 섭외자이자 보컬인 저에게 “그냥 음악회라고 하지 않았냐. 이용당한 기분이다."라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런 발언을 한 사람 이름이 뭐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했더니, “일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오부리밴드는 출연진일 뿐 주최측이 아니고, 신청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 않다고 해명하려 문화원에 갔더니, 사무국장 김*진 씨가 “문화원이 산청군에서 지원을 받고 있잖아요! 우리가 피켓 때문에 피해를 보았어요! 군청에서 지원금을 안 줄 수도 있어요!”라고 주장했습니다. “군청에서 ‘이 단체가 의심스럽다’고 했는데도, 우리 기타교실 쌤이 하는 오부리밴드가 나온다고 해서 허가를 내 준 거예요. 원래 토요일에는 안 되는 건데. 정치적인 내용이 없을 거라고 거짓말을 했잖아요!!”라고 하더군요. 문화원 앞마당까지 찾아가서 무료로 세계적인 연주를 들려드렸더니, 웬 똥침인지. 문화원한테 엉덩이 물어 뜯겼습니다. 엉엉. 이제부턴 <문화의 거리>에는 돈 주면 가려고요. 첫 공연을 위해 열심히 모여 연습하며 친목을 도모한 오부리밴드는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다 보컬이면서 섭외자인 제 탓이죠. 밴드가 오래되지 않았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 있었는데 후원음악회에 출연하자고 한 게 실수였던 거 같아요. 저는 대부분 초짜로 구성된 우리 밴드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 보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소소하지만 개런티도 챙겨드렸는데 그게 ‘밥그릇’에 영향을 끼칠 줄이야. 상황이 바로잡혀서 언젠가 다시 함께 연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문화와 정치와 권력과 밥그릇과 물그릇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음악회는 매우 훌륭했습니다.산청 문화의 거리에서 있었던 그 어떤 문화행사보다도 알찬 역대급 무대였을 겁니다. 아마 산청문화원 앞 문화의 거리에서 ‘의심스런 환경단체’의 문화공연은 이제 다시는 없을 거예요. 산청문화원이나 산청군청 문화체육과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운 환경단체’가 정당하지 않은 치사한 방법으로 문화의 거리를 점유한 거죠. 근데 우리 입장에선 별관 화장실 문 열어 준 것 말고는 문화원에서 도움 준 게 없고, 배전반 사용 못 하게 해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전기 빌려 썼는데, 경찰을 부르고(경찰은 불법적인 사항이 없다고 확인), 시민의 발언을 억압하고, 개인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고, 학부모 밴드 해체를 유도하다니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요? 이런 부당한 권력의 치사함에 평화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거야말로 진정성 있는 문화행사가 아닐까요? 총 대신 악기와 붓을 통해 심장을 저격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문화가, 또 그런 문화를 배양해야 하는 문화원이 정치권력에 고개를 조아리며 밥그릇을 핥는 신세가 되고, 또 그 밥그릇 사라질까봐 지리산 지키자고 악기와 붓글씨를 든 사람들에게 으르렁대는 신세가 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음악회 기록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후원금은 목표액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움 주신 여러분, 출연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산청군수 앞마당 <문화의 거리>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음악회를 할 수 있었던 거야 말로 큰 성과이고, 직접행동이라고 보아요. 다음엔 케이블카, 삼장지하수증량, 차황골프장이 모두 취소되어 <예술의 전당>쯤 되는 곳에서 축하음악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모두 다시 만나요~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7-13
  • [산청 지하수 이야기] 물은 언제부터 상품이 되었나
    여덟살 아홉 살 즈음이었으려나. 땀 흘리며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면 유리병 가득 든 보리차가 있었다. 고소하고 달콤한 보리차를 보면 마음부터 시원해졌다. 주전자에 고소하게 볶은 보리를 넣고 바글바글 끓였다가 베란다에서 식히고 유리병에 넣어 냉장고에 들어가야 ‘여름날의 시원한 보리차’가 완성됐다. 대나무 돗자리를 깔아둔 거실에 앉아 보리차 한 잔 마시고 선풍기 앞에서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냈다. 여름날의 풍경으로 머릿 속에 남아있는 모습이다. 물을 끓여 마시는 일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물을 사 마셨을까? 나도 한때, 도시에 살 때 특히 생수를 쉬이 사 마셨음을 고백해야겠다. 목이 탈 때 편의점에 들어가 작은 생수병 하나 사는 일은 너무나 쉬웠다. 어느 순간부터 물을 사 먹는 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물 브랜드도 어쩜 그리 다양한지 물인데 아이스크림 브랜드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생길 판이다. 플라스틱 사용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병 음료 사 마시는 일을 줄이고 텀블러를 이용을 늘렸지만, 물 자체에 주목하지는 못했다. 국내에 먹는 샘물(생수) 판매가 허가된 지 30년이 지났다. 90년대에 생수는 흔한 상품이 아니었다. 국민학생으로 입학해 초등학생으로 졸업한 세대로서 그 변화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물을 사 먹는 시대가 왔다고? 그럼 나중에는 공기도 팔아? 누가 물을 돈 주고 사 마시겠어’라는 말이 공기 중에 떠돌아다녔지만, 물을 사 먹는 문화는 빠르게 삶에 편입되었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10년 새 5배, 2019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은 2배로 불어났다. 지금 생수 시장의 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선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전자상거래의 무료 배송과 마트 당일 배송 서비스가 시장을 더욱 키웠다. 쿠팡은 생수만 전문으로 배송하는 시스템 ‘워터플렉스’ 서비스를 2021년 출시해 운영 중인데 매년 10%의 성장률을 보인다. ‘누가 물을 사 먹냐’고 했던 30년 전과 비교해보면 너무도 급속한 변화다. 환경부에 따르면 60개 업체가 210여 개의 생수 브랜드를 만들어 유통 중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생수 산업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빠르게 확산됐다. 1989년엔 수돗물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고 1990년엔 발암물질 트리할로멤탄이 검출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거기에 1991년 3월 14일, 낙동강이 페놀 원액에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했고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아져 갔다. 1993년 10월 보건사회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면 수돗물에 대한 당시 국민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가기록원 자료, 생활, 먹는물 관리) 국가기록원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1989년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수돗물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되었다. 이는 시민들에게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 사건은 다른 수질 사고들과 함께 한국 시민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LG화학 계열사인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원액 30톤이 파손된 파이프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된 산업 오염 사건이다. 페놀 원액은 대구 상수원인 다사취수장으로 흘러들었고 수돗물을 오염시켰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은 취수장측은 원인 규명을 하지 않고 염소를 다량 투입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음용수 검사항목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5일 보사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1년 동안 12개 광천수 제조업체가 생산한 생수는 24만 1천 4백 여톤으로 이 중 98.5%가 국내에서 유통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3백 31억 7백만 어치에 달하는 것이다." <生水 생산 98% 불법 국내시판 보사부 國監(국감)자료>,《동아일보》, 1993.10.06 국가기록원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 1993년 당시 국내에서 생수 판매는 불법이었지만 국민 다수가 불법으로 생수를 사 먹고 있었다. 실질적 유통을 계기로 생수업자들은 생수의 시판 및 판매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책에 대해 헌법 소원을 냈다. 이에 1994년 대법원은 "먹는 샘물의 유통금지는 국민의 행복 추구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따라 1995년 국회가 '먹는 물 관리법'을 제정하여 생수 산업을 합법화시켰다. 아이러니하고 어찌 생각하면 서글픈 일이기도 하다. 공공재에 대한 불신에 대한 대안이 공공재 회복과 관리 및 감시가 아니라 ‘대안으로서의 소비’라는 것이. 서울 수돗물 납 검출 사건을 계기로 노후 수도관 교체 사업이 점진적으로 시행되었고 정책적으로 수돗물 수질검사 강화 및 정기 모니터링도 도입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국내 정수기 산업이 태동했고, '돈 주고 물 마셔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수돗물 신뢰가 붕괴된 것이다. 물론 해당 오염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식수로서의 수돗물’의 신뢰를 회복하고 관리하는 국가적, 지자체적 노력은 없지 않았다. 노후상수도 정비사업은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와 함께 추진하는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상수관로 수질 안전성을 높여 ‘먹는 물 수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일이다. 서울시는 상수도 식수 브랜드 ‘아리수’를 만들어 홍보하기도 했다. 전국 수돗물은 [먹는물 수질기준]에 따라 60여 가지 항목을 검사하며 대부분 기준치 이내로 양호하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다. 2020년 들어 인천에서 유충 수돗물 사건,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 서울 노후 아파트 녹물 논란 등이 있었고 낙동강 유역 취수원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즉, 평균적으로 법적 기준은 통과했을지 모르지만, 확실한 안심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생수 산업은 바로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생수 업자는 안전, 스타일, 편리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들어 꼬드긴다. 불안을 강조하는 것은 때때로 매우 효과적이다. 질병과 오염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수돗물을 두려워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생수 시장은 날개를 달 것이다. ([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생수, 그 치명적 유혹>의 저자 피터 H. 글렉은 책을 통해 말한다. 값비싼 상업성 생수 의존도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높아진 요인은 인간의 기본권이라 할 안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용수 체계가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상대적으로 풍요한 나라 사람들이 점점 더 생수를 찾는 것도 수돗물을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기 때문이며, 그 바탕에는 공공 수도 체계를 관리‧감독‧보호해야 할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이다. 과거에 비해 분명 한국의 수돗물 관리 기술은 향상되었을것이다. 한국의 상수도 보급율은 99%에 달하며 수돗물 기술과 제도는 세계 상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공공신뢰는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질검사 결과 공개는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여전히 전문적이고 이해가 어려운 분야로 느껴진다. 또한 이미 정수기와 생수가 일상 생활에 뿌리박혀 있기에 굳이 수돗물을 마셔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다. 생수 산업의 마케팅은 계속 강화되는 반면 공공재로서의 물 시스템의 홍보는 더없이 미약하다. ‘믿고 마시기 위해서’, ‘믿을 만한 물인지’에 대한 확실한 안내가 필요하다. 즉, ‘안전한 공공재로서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납득시키고 신뢰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먼저 지역별 상수도 평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를 주민에게 투명하고 '알기쉽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실시간 지역별 수질 정보 공개 및 시민 참여 감시단을 운영해도 좋을 것이며 ‘내 집 수도관’ 진단 및 개선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 1만 5천 세대(개소)를 대상으로 ‘녹물 없는 우리 집 수도관 개량사업’을 이어간다. 도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도관 개량비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조례 개정을 했다. 아이디어는 차고 넘칠 것이며 관심있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왜냐면 기후 위기 시대에 안전한 물을 얻는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힘주어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수돗물에 접근할 수 있다면 생수는 불필요할 것이라고 말이다.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23
  • 지리산 유기농 광역지구에 골프장이? 2025 지리산 생명 하지축제
    산청군 차황면 유기농 광역지구에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차황면은 1985년 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한 전통의 유기농 지역입니다. 낮이 제일 긴 하지. 지리산권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지축제를 열고 골프장 반대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습니다. 00:00 지리산 유기농 광역지구에 골프장이? 01:13 하지에 축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02:26 골프장 예정 부지 03:07 골프장 반대 이유 1. 유기농 광역단지에 골프장? 04:10 골프장 반대 이유 2. 물이 부족한 지역, 하루 1,500톤을 써야 하는 골프장 05:17 골프장 반대 이유 3. 농약으로 인한 환경오염 06:07 주민들 요구사항 06:53 하지 제례 07:02 차황면 골프장 반대 주민대책위 위원장 발언 08:04 축하공연 - 고성농요보전회 08:19 남양주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회 연대 발언 08:37 삼장지하수보전비상대책위원회 연대 발언 08:57 민주당 거창함양산청합천지역 위원장 연대 발언 09:28 축하공연 - 노래하는 옥수수 유기농 농사가 짓밟히지 않도록, 약초숲이 벗겨지지 않도록, 숲에 사는 생명이 모두 제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더는 어느 숲에도 골프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힘을 주세요~!!!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22
  • [달아의 세통내통] - 빛의 음률이 전해지는 하지제를 꿈꾸며
    [달아의 세통내통] - 빛의 음률이 전해지는 하지제를 꿈꾸며 ‘아, 아침 하늘빛 참 좋다.’ 요즘은 개구리소리로 창문을 닫고 새소리로 창문을 여는 유월이다. 반팔에 얇은 웃옷 하나 걸치면 살랑대는 바람결에 기분 산뜻해지는 아침과 저녁. 하지만 낮이 되면 커피에 얼음 퐁당 넣어 에어컨 호다닥 켜고 한 모금 마시고픈 요즘. 그 날씨의 스펙트럼 어디쯤엔가 하지가 있다. 하지(夏至)는 북반구에서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은 날이다. 그래서 북극에선 해가 하루 종일 지지 않고 남극에선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 극야의 시간이다. 인간의 삶에 해는 얼마큼 중요할까? 갑자기 지난 겨울 읽은 쓰시마 유코의 소설 <빛의 영역>이 생각났다. 그녀가 느끼는 빛의 영역에선 한 여자가 남편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공간적 메타포로 그리고 있다. 창밖으로 하늘을 잠시 바라보곤 어젯밤부터 불려놓은 세탁기 빨래를 돌린다. ‘아, 빈속에 커피는 이제 안 되는데’하면서 물을 올리고 만다. 중독이란 습관의 깊은 방아쇠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당겨지는. 그 방아쇠와 함께 폰이 울린다. 좋아하는 동생에게 온 전화다. “언니, 하지제에 개맹이 참석은 어려울 것 같아. 빠지는 인원이 좀 있네.” 총무를 맡고 있는 그녀의 아쉬운 목소리에 애살이 느껴진다. 산청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지인들이 지난 5월 ‘지리산작은음악회’에 이어 골프장 예정지인 차황면 철수마을에서 반대를 소원하는 하지제를 연다. 그 때 풍물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결국 성사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밥 먹는 모임에서 해당지역을 둘러보며 반대대책위원회 이야길 들었다. 그곳은 황매산의 넓은 품이 울타리로 어우러진 산청 유기농 쌀의 대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하지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작년에 이어 산청청년모임 ‘있다’도 하지제를 한다. ‘서로 마주보고 같이 노래하며 웃는 시간’에 초대한다는 초대장도 받았다. 하지에 노래를 부르는 문화는 스칸디나비아 전통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에선 국경일로 기념한다. 그들에게 해가 가장 오래 머무는 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겠지. 과연 빛이 주는 에너지의 영역은 얼마나 깊을까? 지하보다는 지상을 우러르는 무의식의 원형은 어떤 걸까? 지난 일요일 강변시네마에서 상영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All We Imagine as Light)”을 봤다. 발리우드 3대 칸의 영화를 훑으며, 한 때 샤룩칸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다 아미르칸으로 종착지를 찾은 나에게 산청작은영화관에서 보는 인도 영화라니. 하하. 고1 아들을 임신하기 전 갔었던 뭄바이. 해가 떠오르던 아라비아해와 사납게 달려드는 원숭이, 호기심과 긴장감이 감돌던 도비가트와 깨끗한 화장실로 기억되는 타지마할호텔이 움직이는 gif파일처럼 떠오르는 그 뭄바이의 새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뭄바이로 일하러 온 세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 갈등 없이 잔잔함 속에서 남는 긴 여운은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겠지. 당장 사회적 부조리나 불평등 문제를 위해 강렬한 행동을 보이진 않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일상적 생활 내에서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감독의 연출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연대한다. 해변의 동화같은 조명아래서 하얀 파도가 넘실대던 칠흑 같은 바다를 바라보던 세 주인공을 떠올린다. 상처와 결핍이 성장의 시간으로 되기까지 치유와 돌봄의 시공간으로 자리할 빛의 영역,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그 모든 것들을 꿈꾸며 올해의 하지제를 기다린다. 알맞게 식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18
  • 2025년 지리산생명 하지축제- 산청골프장 예정지 차황 철수마을
    ⟪2025 지리산생명 하지축제 : 산청군 차황면 철수마을⟫ 우리의 언어로, 우리의 노래로 좋은땅, 맑은물 지켜‘하지’ 골프장은 절대 못 ‘하지’ —————————————— 매년 하지 즈음, 지리산 사람들은 생명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개발 이슈가 있는 마을로 향합니다. 2025년 하지축제는 산청군 차황면 철수마을에서 열립니다. 철수마을은 친환경 메뚜기쌀의 주산지이며, 면 전체가 친환경으로 관리되고 있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깃든 아름다운 고장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곳에 대형 골프장 개발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마을 앞 자연이 훼손되고 빛 공해, 농약 분진, 친환경 이미지 타격 등으로 주민들의 평온한 삶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됩니다. "함께해주세요" 자연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삶을 지키는 일입니다. 단계천과 아름다운 병연정 곁, 함께 살아가며 자연을 품어온 따뜻한 마을 공동체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장소: 산청군 차황면 철수마을 병연정 앞 (철수리 95) -일시: 6월 21일(토) 오후 3시~6시 30분 -문의: 지리산사람들: 010-9117-4285, 차황면골프장반대대책위: 010-2585-6878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13
  • [산청 지하수 이야기] 지하수 관리의 빈틈은 어딜까
    산청군 주민 피해 사례를 모아보면 모두 같은 문제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량이 줄고 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는 것. 물이 많아 논 농사 하기 좋은 땅, 일명 구렁논이 덕교마을과 생수공장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말라서 없어져버렸다. 지하수를 틀면 황토물이 나왔고 수량도 이전처럼 충분히 나오지 않아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 게다가 마을의 역사를 함께 한 나무 2그루가 죽었다. 송정마을의 상황도 비슷하다. 8가구가 공동으로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압이 낮고 물이 자주 끊기기 시작했다. 전문업자에게 수리를 의뢰했더니 “새로 더 깊이 재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포마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정 용수로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10년 전부터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상수도를 사용한다. 홍계마을 주민은 해발 450m에 살기에 지하수 고갈을 더 생생히 체감한다고 말한다.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이라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2000년부터 계곡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다. 2010년 겨울부터는 외부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해야 했고, 결국 2년 전에는 평생 살고 싶었던 곳을 팔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즉, ‘순환하는 물’이지 ‘무한한 저장고 속 물’이 아니다.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으면 결국 바닥을 보인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한 번 마르면 회복까지 수백만 년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하수는 수백 미터 깊이의 지하 암반층에 저장된 “고대의 물”이다. 언제부터 저장되어있는 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나온 문장은 이렇다. “인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뭄 사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표 아래의 물 저장고인 ‘대수층’을 정신없이 빨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수층이 쌓이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리며 결코 빠른 시간 내에 복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수층이 이미 물 공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 본래 150미터 깊이에서 물을 끌어올리던 수원에서 물을 얻으려면 이제는 그보다 적어도 2배는 더 깊이 펌프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청군의 취수량은 하루 5,682m3에 달한다.(2024, 환경부) 남원시 1,190m3/일, 구례군 530m3/일, 하동군 1100m3/일에 비하면 월등하게 많은 양이며 심지어 제주특별자치도(4,700m3/일)보다도 많다. 산청군 내 먹는샘물 취수정 27개소는 전국의 10.0%, 일일 취수허용량은 5,955m3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2022, 환경부). 산청군에 물이 넘쳐 흘러서 많이 뽑아내도 문제가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2023~2032)를 보면 산청읍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한 면 단위에서 수량관리 등급 1등급(주의), 2등급(경계) 지역이 고루 분포해있는 걸 알 수 있다. ‘지하수 총량관리 제도’란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조사‧분석하여 이용가능한 지하수 총량 범위를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이용량과 신규 개발을 조정‧관리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지하수 이용량이 80%를 초과하는 읍‧면에 대하여 지하수 이용량 관리지역으로 설정하여 단계별로 규제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산청군은 10개 마을을 심각(100% 초과)한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그 중 삼장면 덕교리와 시천면 원리에는 먹는샘물 공장이, 금서면 매촌리에는 식용얼음 공장이 있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 지도) 그런데 어째서 경남도는 삼장면 지역에 위치한 생수공장의 취수 증량을 임시허가해준 것일까. ‘지하수 이용관리 경계 1등급 및 2등급’ 지역인데다 현재 생수공장 두 곳에서 하루 1천톤을 취수하고 있는 곳인데 말이다. 지자체의 지하수 관리에 구멍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 아닐까.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위원장 표재호)’(이하 대책위) 역시 바로 이 지점, 주민들은 너무도 명백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지자체가 취수 증량을 허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면서 추가로 600톤 취수 증량을 신청해 임시 허가받은 ㈜지리산산청샘물. 주민들은 이 기업이 제조 허가를 받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취수하면서도 주민 피해를 조사하지 않았고, 환경영향조사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음에도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환경영향조사의 비용은 ㈜지리산산청샘물이 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 “물을 거래하다” 편을 보면 정확히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미시간주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취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수 양수량을 2배 늘리겠다고 증량 신청을 한다. ‘물을 지키는 미시간 주민들’ 단체에서는 이 양수 때문에 분수령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반대한다. 주민은 취재진을 치페와크리크 상류에 데려간다. 노출되어 있는 나무 뿌리를 가리키며 원래대로라면 물이 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운 매니저는, 자기는 네슬레 편이라며 주민들이 늘 이런 이야기뿐이라며 불평하듯 말한다. 계곡 수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수량이 줄어든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이 지역에서 50년 넘게, 거의 평생 살아온 주민들은 전적으로 확신한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계곡과 개울이 양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에 의 저자 차를레스 피시맨은 다국적 거대기업 네슬레가 무엇으로 무장했는지 보라고 지적한다. ‘자기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그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는 바로 ‘그들의 연구 결과’라고. 2019년 5월, 네슬레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치페와크리크와 트윈크리크의 수량을 감시중이라고 밝혔다. 엄밀히 말해 이 감시는 미시간 환경 및 호수 에너지부의 관할이다. 그런데 그 감시의 비용을 대는 것이 바로 네슬레다. 대중의 반대를 잠재울 제 3자의 객관적 데이터를 원하는 이도 바로 네슬레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누가 비용을 대느냐’의 문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의 공정성과 과학성’이 담보되느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도 생수 공장의 취수가 지하수 수량, 수위 등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느냐의 여부를 조사하는 ‘환경영향조사’를 시행하는 비용을 생수공장이 내고 있다.바로 그 환경영향조사를 근거로 지자체는 취수 및 증량 등을 허가한다. ㈜지리산산청샘물이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며,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지자체가 600톤 추가 증량 허가를 내준 것은 ‘환경영향조사’ 결과 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중 '물을 거래하다'편) 더 나아가서. 환경영향조사 상 문제만 없으면 취수가 가능해야 할까? 여기서 또 빠진 것이 주민수용성이다. 과학적 근거만 확보되면 지하수의 무한정한 취수가 괜찮은 걸까? 과학적 근거도 신뢰성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주민의 생각'과 '주민이 느끼는 환경 변화'를 고려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공정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환경영향조사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공성과 주민 피해 상황을 고려한 행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적어도 생수공장이 100% 비용을 대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은가. 결국 지자체는 주어진 결과값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벗어나 지하수 문제의 적극적 해결과 보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더해서, 지하수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 지자체에게만 모든 권한을 넘겨서는 안된다. 결국, 주민과 행정이 중심이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오늘날 물 부족 위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불가피하거나 필연적이거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편의상 선택한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부의 태만과 무관심, 부실한 기반 시설, 수질오염, 무분별한 도시화와 개발 때문에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물 부족 위기를 반드시 겪을 필요가 없음에도 어쨌든 겪게 됐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12
  • [산청 지하수 이야기] 나 물이야, 지리산 물
    작년 여름 피아골 계곡에서 한가롭게 보내던 한낮의 시간을 잊지 못한다. 딱 봐도 더위에 지친 얼굴로 마주한 친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찬물을 몸에 끼얹었다. 어허이- 소리가 절로 나고 한 걸음 한 걸음 물속으로 들어가다가 에라이 풍덩 몸을 넣으면, 도대체 언제 더웠나 싶다. 한순간에 뼛속까지 얼어붙는 차가움. 한참을 놀다 추워지면 뜨끈한 바위 위에 누워 햇볕에 몸을 노릇노릇 지진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나는 이런 여름을 보내려고 구례에 왔구나. 이 세상을 거쳐, 또 거쳐 지금 내가 폭 안긴 이 물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물이다. 자연이 만든 계곡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통실 통실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진 파란색의 하늘.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친구들이 아직 물속에서 노는 소리. 이런 시간을 통해 서서히 알아갔다. 지리산의 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얼마 전에는 산청군의 대원사를 찾았다. 초여름 아직 신록이 완전히 짙어지지는 않아서 연둣빛이 물씬했고 올라가는 내내 점점 기온이 낮아지며 바람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산속에 고요히 위치한 아담한 사찰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의 시간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공간인 대원사는 흐트러진 부분이 하나도 없이 정갈했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보고 내려가려는데 ‘나 물이야’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 물이야 라는 말도, 글자도 너무나 귀여웠다...! 대원사의 약수터였다. 해외에서 온 물 소믈리에가 극찬을 했다는데 안 마셔볼 수가 없었다. 손을 둥글게 만들어 물을 받아 마셨다. 기분 탓일까? 눈이 번쩍 뜨였다. 화학적 맛과 향이 전혀 없이 달고 시원했고 무엇보다 목 넘김이 무척 부드러워서 놀랐다. 몇 번을 연거푸 마셨다. 몸이 아프면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가라는 말이 이해됐다. 이 물을 계속 마시면 내 몸 안의 뭔가가 정화될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었다. 해발 700미터에 위치한 대원사는, 같이 간 선생님의 말마따나 ‘상부 오염원 제로’이니까, 물이 깨끗하고 좋을 만했다. 과연 지리산 약수였다. 여기서 잠깐. 왜 지리산에는 약수가 많을까. 지리산은 중생대 지각운동에 의해 형성된 복잡한 암석 지대이다. 빗물이 깊은 암반층으로 스며들고 오랜 시간 동안 여과 정화되어 약 알칼리성이며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 등 미네랄이 들어있어 건강에 이롭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역시 의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어 있지는 않으니 맹신하진 말지어다) 무엇보다 약수는 정신적 부분과도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약수를 쉬이 얻을 수 없었다. 높이 올라야 하고, 물통을 짊어지고 가되 내려올 때는 그 안에 꽉 차 있는 물 때문에 더욱 힘들게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약수를 기르는 여정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한 여정이자 수행이었을 것이고, 약수가 필요한 가족 등 누군가를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쉽게 얻기 힘들기에 더욱 소중한 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쉽지 않은가. 너무 쉽게 취수하고, 너무 쉽게 ‘돈으로’ 좋은 물을 얻는다. 언젠가부터 물은 상품이고 그 상품을 많이 팔수록 이윤이 남는다. 바로 기업에게 말이다. 아이러니하다. 산청의 맑고 깨끗한 물을 너무도 쉽게 취수하는 것이. 물이 좋으니 취수량이 늘어나고, 결국 물이 마르는 것이. 그리고 그 이득을 생수 기업이 취한다는 것이. 작년 겨울, 산청군 삼장면 주민들이 지하수 고갈 문제를 공론화하고 싸움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삼장면에 위치한 생수 공장, 엘케이샘물과 지리산산청샘물은 매일 최대 1천톤의 물을 취수하고 있다. 지리산산청샘물은 2024년 2월, 기존 600톤 취수량에 더해 추가로 600톤을 증량하는 임시허가를 받았다. 날이 갈수록 피해가 심해지는데 이렇다 할 속 시원한 답변을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주민들의 속도 말라갔다. 지하수를 길어 올리던 모터가 탔다. 생수를 실은 덤프트럭이 땅을 울려대며 하루에도 수백 번 지나갔고 집 벽에 크랙이 생겼다. 지하수 수도를 틀면 흙탕물이 나왔다. 하지만 면, 군단위 행정기관은 주민의 의견에 기반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2024년 초, 지역 주민 몇몇이 모여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유다.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어떤 의사도 공적으로 표출할 방법이 없기에. 그러니까 문제가 문제로 다뤄지지 않았기에. ‘이 대로는 못 살겠다’는 설움이자 답답함도 있었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위원들에겐 어떤 결단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온 산청에서 앞으로도 잘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겠다는 결심. 삶의 터전이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마음. 지리산사람들 회원 활동으로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기록을 읽어보고 있다. 2024년도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는데, 자료가 무척 많다. 표재호 위원장님 장 연구소에 가면 홀 한 쪽에 위치한 3개의 테이블 위에는 자료가 겹겹이 쌓여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셨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지하수 문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다.(사실 지금도 그렇다) 물이 좋은 산청에 살기에, 그 물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었고, 그 현장에 살기에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앞장서서 문제 제기를 시작한 것이니까 어쩌면 이 기록으로 지하수와 관련한 문제들을 톺아보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공부가 되지 않을까. 2080년 한국에서 300만 명이 지하수 고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하수 수위가 계속 낮아져서 지하수를 얻는 데 어려움은 계속 배가될 것이다. ‘삼장면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보여주는 이야기는 깊고 넓다. 지하수 고갈로 인한 지역 주민의 피해와 더불어 더 복잡한 문제에 가닿을 수 있다. 생태 위기와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떻게 같이 가는지, 또한 생태계 보전을 위해 ‘시군구 및 마을 민주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를, 삼장면의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역량은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록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표재호 위원장 이하 대책위 분들처럼 열정을 가지고 지역 문제에 접근하는 주민들을 만나는 것 또한 내게는 큰 배움이다. 짧은 기록으로나마 참여해보고 싶다. 부족한 점은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6-08
  • 5월 31일 궁금해, 산청 산들강 (산청읍편) & 지리산작은음악회
    안녕하세요. '궁금해 산청산들강'과 '지리산작은음악회' 일정이 있습니다. 2025년 산들강은 매 분기마다 진행됩니다. 5월 31일 첫번째 산들강은 산청읍 둘레를 걷습니다. 경호강변에 자리한 산청읍내, 얼마나 아실까요? 산청은 원지, 덕산이 상대적으로 발전되어 있어 산청읍내가 역으로 '면소재지'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산청 주민들도 읍에 있는 산청근린공원과 항노화 산들길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청읍에 '문화의 거리' 가 있습니다. 그게 대체 어디일까요? 5월 31일 단오날, 산청읍 동네한바퀴 산책 후 문화원 앞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지리산작은음악회에서 세계적인 로컬 뮤지션들을 만나보아요~ *지리산작은음악회는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후원행사입니다. 후원금은 중산리케이블카, 삼장면샘물공장취수증량, 차황면골프장 등 산청의 난개발 반대 활동 실무비로 쓰입니다. 후원계좌 :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5-28
  • 2025 세계 수달의 날 "제4회 수달의 아우성"에 함께해 주세요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지리산을 사랑하는 분들, 강의 연대에도 함께해 주세요. 생명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지역 학교와 단체, 개인 모두 환영합니다. 2025년 5월 27일(화) 14시 ~ 28일(수) 10시 경남 함양군 휴천면 천왕봉로 2257-2 지리산리조트
    • 지리산고을소식
    • 함양
    2025-05-21
  • 난개발에 저항하는 연대의 노래,< 제2회 지리산 작은음악회>에 초대합니다
    지리산인 독자 여러분, 함께해 주세요! 지리산과 푸른 산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리산작은음악회>가 5월 31일(토) 오후 4시 산청문화원 앞 야외공연장(산청문화의거리)에서 열립니다. 살아있는 자연이 숨쉬는 힐링의 고장 산청은 마냥 평안하지는 않습니다. 2023년 7월 발족한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산청군에서 추진중인 중산리케이블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어왔으며, 삼장면 샘물공장 증량, 차황골프장 추진 등의 지역 난개발 문제에 연대해 왔습니다. 지하수 고갈 등 이미 현실로 일어난 주민피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지자체장 스스로도 적자 가능성을 인정한 케이블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의 독단에 대처하기 위한 연대가 절실함을 느끼고,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는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로 확장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중 산청군은 용역비 5억 4천 만원을 들여 작성한 새로운 케이블카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환경부는 2023년도 신청서를 반려하지 않은 채로, 삭도 설치 가이드라인 폐기, 지리산권 지자체 단일화 원칙 폐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응이 예상되어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산청, 구례, 우포에서 자연을 벗삼아 살아온 음악가들이 단오날에 연대의 노래를 부릅니다. 전환의 시대, 혼돈의 시간입니다. 다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작은 도움을 보태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금은 지리산케이블카반대 뿐 아니라, 산청 지역의 난개발 대응에 사용됩니다. 지리산작은음악회 후원계좌: 농협 351-1285-4584-83 이경옥
    • 지리산고을소식
    • 산청
    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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