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2(화)

자연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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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딧물과의 상생을 꿈꾸며
    하정옥 (야동을 좋아하는 벌레하는 잡놈) 다음은 어떤 수의 조합일까요? 1, 1 ,2, 3, 5, 8, 13, 21, 34... 꽃잎의 개수나, 잎이 햇빛을 받기 위해 돌려나는 황금비율인 피보나치수열이라고 들어 보셨을 거예요. 알려주지 않아도 식물이나 동물 모두 알아서 잘 쓰고 있다니 이를 발견한 피보나치라는 양반은 참으로 대단하다 아니할 수 없네요. 그렇다면 다음 숫자들의 조합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짐작이 되는가요? 1, 2, 4, 6, 7, 10, 11, 12, 13, 28. 이리저리 조합을 해도 답이 안 나오지 싶어요. 애홍점박이무당벌레,두점무당벌레, 네점가슴무당벌레, 노랑육점박이무당벌레, 칠성무당벌레, 열점무당벌레, 십일점박이무당벌레, 십이흰점무당벌레, 열석점긴다리무당벌레,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 이렇듯 등딱지에 찍힌 점의 개수로 붙여진 무당벌레들의 이름입니다. 이 외에도 노랑무당벌레, 긴점무당벌레, 곱추무당벌레, 중국무당벌레, 꼬마남생이무당벌레, 다리무당벌레, 방패무당벌레, 유럽무당벌레, 달무리무당벌레, 홍테무당벌레 등, 무당벌레를 부르는 이름은 70여종이 넘는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 중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칠성무당벌레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들 생소한 이름들입니다. 식물에 진딧물이 생기면 농약을 하는 대신에 무당벌레를 풀어주면 생물학적 방제가 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성충인 무당벌레 한 마리가 먹는 진딧물은 물론이고, 애벌레가 먹는 진딧물도 하루에 최소 100마리를 넘는다는 얘기도 공공연한 사실이니까요. 그렇다면 모든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먹고 살까요? 거의가 그렇지만 식물의 잎을 먹고 사는 친구도 있어요. 우리가 기르는 감자의 잎에 이쁘게 그림을 그리면서 먹는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가 바로 그런 친군데, 감자밭에 가면 알, 애벌레, 번데기에 어른벌레까지 한살이를 모두 볼 수도 있습니다, 까마중이나 가지과 식물의 잎에 남아있는 식흔(먹이흔적)을 들여다보자면 예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감자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큰이십팔점박이무당벌레는 그리 곱게 보이진 않을 것이나, 굼벵이처럼 직접 땅속 감자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기에 그 존재 여부 자체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리산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이듬해 텃밭을 하게 되었고 김장배추를 심었어요. 대개의 귀농⋅귀촌인들이 그렇듯, 약을 안 하고 갓 심어놓은 배추 앞에 앉아 아침마다 벌레를 잡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하얀 가루약 한번 뿌리면 간단할 일인데도 말입니다. 거기에 필자는 카메라까지 들이대요. 배추에 오는 벌레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거지요. 다는 기억을 못 해도 몇 가지 적어보자면 우리가 청벌레라 부르는, 애벌레 시기엔 농부에게 미움을 받지만 어른벌레가 되면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입니다. 청벌레 외에도 꾸물꾸물 기어 다니던 검은 애벌레는 커서 무잎벌이 되고, 낮엔 뿌리근처 땅으로 내려가 쉬다가밤에 먹이활동을 하는 담배거세미나방도 있습니다. 청벌레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은 파란색의 배추좀나방 애벌레도 그렇고 이름도 찾기 힘든 나방류의 애벌레까지 나비 한 종과 나방 너댓 종, 그리고 잎벌 애벌레까지 배추가 먹여 살리는 애벌레들은 많습니다. 그야말로 사람도 먹여 살리지만 많은 벌레들도 먹여 살리는 거지요. 그 외에도 어른벌레로 잎을 먹는 섬서구메뚜기와 큰실베짱이가 있고, 딱정벌레로는 벼룩잎벌레와 주둥무늬차색풍뎅이가 있어요. 거기에다 곤충은 아니지만 민달팽이도 어마무시하게 배추를 먹어치우는지라 솎아내는 젓가락의 주고객으로 애벌레들과 민달팽이가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개체수로 따지자면 가장 우점종인 진딧물들. 어떻게 배추 안쪽에 그렇게 깃들어 사는지 모를 일입니다. 처음엔 진딧물이 붙어있는 잎들을 하나하나 벗겼는데 안쪽까지 진딧물 투성이라 난감했던 기억이 있네요. 나중엔 이렇게 벗기다간 우리 먹을 게 안 남아나겠다 싶어 씻는 데까지는 씻고 나머진 모른척하고 그냥 먹는 방법을 택했어요. 모르긴 해도 이 진딧물들은 무당벌레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안전한 곳을 찾아 배추의 속으로 속으로 모여들었을 것입니다. 무당벌레를 피했으니 진딧물에게는 안전이 보장된 것일까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크기인 1~2mm정도의 몸으로 진딧물에 붙어 몸에 산란을 하는 진디벌이 버티고 있습니다. 진딧물의 몸 속에서 알이 부화해서 내장을 먹으면서 진딧물과 함께 성장합니다. 나중에는 진딧물이 머미(미라처럼 진딧물이 죽고 굳어져 안에서는 진디벌의 번데기가 된다)로 변하게 되고, 거기에서는 진디벌이 나오게 되는 천적관계가 형성됩니다. 정치판에서 시쳇말로 언급되는 ‘영원한 우방은 없다’가 이쪽에선 ‘천적관계는 어디에서나 형성된다’가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간에 배추가 아닌 다른 초본류의 진딧물들에는 꼭 무당벌레들이 주변에 산란을 하기 마련입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먹이 걱정 없이 진딧물들을 포식하며 자랄 수 있게 배려한 것입니다. 거기에 무당벌레가 아닌 파리목의 꽃등에 애벌레도 진딧물을 주식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렇듯, 배추나 식물이 진딧물을 먹여 살리고, 이를 먹이로 하는 무당벌레가 모입니다. 무당벌레에게 진딧물은 주요 먹이가 되니 필요한데, 여기에 개미라는 불청객이 끼어듭니다. 개미는 진딧물의 똥꼬에서 나오는 단물을 얻기 위해 진딧물을 관리합니다. 무당벌레의 애벌레나 어른벌레가 진딧물을 먹으려고 할 때 개미가 이를 막아준다고 알고 있으나, 몇 번의 관찰 결과 거기엔 개입을 하지 않고 다만 진딧물의 감로만 탐할 뿐이더라구요(한마디로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듯). 이렇듯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진딧물과 무당벌레, 그리고 개미의 삼각관계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농작물을 키우는 농부가 개입을 한다고 칩시다. 농부에게 있어 진딧물은 농작물을 흡즙(빨대같은 주둥이를 식물에 꽂고 수액을 먹는데, 필요한 영양분만 취하고 나머지는 바로바로 몸 밖으로 배출)해서 피해를 주니 없어졌으면 좋겠으나 제일 많은 개체수로 번창을 합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으니 좋은데, 거기에 개미가 진딧물의 뒤를 봐주니 개미가 싫은 걸까요? 농부에게는 오로지 무당벌레만 반갑고 나머지 둘은 보기도 싫은, 없어져야 할 존재일까요? 진딧물의 존재야 어쩔 수 없다 치고, 개미가 진딧물의 단물을 먹지 않는다면 그게 식물의 잎에 떨어지면 그을음병이 생길 수도 있기에 개미의 존재도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농부만의 관점이 아닌 진딧물, 무당벌레, 개미 모두에게는 서로 보이진 않지만 연결고리가 있는 셈입니다. 마치 필자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시작된 ‘인드라망’ 운동이나 어느 멋진 출판사 이름인 ‘그물코’ 역시 생태계의 순환을 얘기하고 있듯이.
    • 자연생태
    2021-06-01
  • 천덕꾸러기 고라니
    하정옥 (야동을 좋아하는 벌레하는 잡놈) 우리나라에서 검정콩을 닮은 똥을 누는 동물 몇 종이 있다. 집 나간 사슴, 섬에서 멋모르고 키우다 하층식생을 초토화시켜 버리는 흑염소, 뿔이 달리고 꼬리가 없는 노루, 특이하게도 송곳니를 발달시킨 고라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사슴과 흑염소는 구분한다 해도, 똥으로 고라니와 노루를 구분한다는 건 많은 무리수가 따른다. 하천을 비롯한 습지나 논, 밭 등의 경작지를 선호하는 고라니에 비해 노루는 해발이 어느 정도 되는 위쪽을 선택해 서로의 동선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심심찮게 겹치는 경우도 많다.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동물이 멧돼지와 고라니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시골 어르신들이 고라니와 노루를 구분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웬만한 것들은 노루로 퉁치기 일쑤다.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장항마을이라는 마을 이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노루목이라는 의미를 지닌 ‘장항’이라는 지명이 어디 한두 군데겠는가? 모르긴 해도 수십 개는 될 것이다. 가까운 지리산 반야봉 아래 삼거리가 노루목인데, 여기는 노루목이라 불러도 괜찮을 성싶다. 생태적으로 고라니가 살기엔 좀 높은 곳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고라니가 못 산다는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노루의 서식 조건에 맞다는 얘기다. 노루와 고라니의 생태적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노루는 수컷에게 뿔이 있다. 뿔의 가지도 일년생은 하나, 이년생은 둘, 삼년생은 세 개로 갈라지며 사년생도 세 개다. 해마다 겨울에 뿔이 떨어지고 새로 나오는 뿔갈이를 하는데, 뿔을 이용해 나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노루궁뎅이 버섯처럼 궁뎅이가 하얗다. 사는 곳도 고라니에 비해 숲의 안쪽으로 자리를 잡는다. 제주도에는 고라니가 없으니 거기서 보이는 작고 검은 콩들은 다 노루의 똥이다. 고라니는 수컷에게 엄니(위쪽 송곳니)가 발달해서 번식기에 암컷을 두고 짝짓기 경쟁을 할 때 사용한다. 가끔은 나무에 이를 갈아 흔적을 남기기도 하나, 쉽게 찾기는 힘들다. 논이나 밭을 비롯한 경작지나 하천, 수로와 비슷한 낮은 평야지대에 살며, 사람과 영역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유해조수로 낙인찍혀 수렵대상에 포함이 되지만, 멧돼지나 노루에 비해 선호하지 않는 것 또한 고라니다.로드킬 사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유해조수로 포획되기도 하지만 개체수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 같지도 않다. 지금은 강원도의 화천이나 비무장지대에 소수만 남아있는 사향노루는 어떤가? 수컷이 가진 사향이라는 몹쓸(?) 주머니 때문에 수도 없이 남획을 당해 지금은 러시아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고라니지만, 지구라는 땅덩어리에서 보자면 중국의 양쯔강 일대와 우리나라에만 사는 아주 귀한 존재이다. 중국에서는 국가보호동물 2급으로 지정할 정도이고,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도 적색목록의 취약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한마디로 그만큼 귀하다는 얘기다. 그 귀하다는 고라니가 유해조수로 포획되고, 로드킬로 죽으면서도 아직까지 별다른 개체수의 변화를 느끼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배에 새끼를 서너 마리 낳을 정도의 높은 번식률도 한 몫 하겠지만, 자연계에서 오소리가 아닌 너구리와 같은 존재여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소리처럼 쓸개가 귀한 것도, 고기가 맛있는 것도, 지방이 화상에 좋은 것도 아닌, 너구리는 그저 생태계에서 최고의 청소동물을 자처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에게 쓰임새가 없어서다. 고라니 입장에서는 다행이랄 수밖에. 어제도 시골에 조사를 왔다가 감자 순이 어느 정도 올라온 산과의 경계인 밭 입구에 와이어로 설치해둔 올무가 보였다. 끝에는 가로수의 지지대로 쓰는 2미터 가까이 되는 나무 두 개를 묶어둔 올무였다. 올무에 걸리며 그 긴 나무를 끌고 다니며 기운을 빼다가 어느 나무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올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원래의 야생동물이 살던 땅을 경작해 밭을 만들었으니, 삶의 터전을 빼앗은 사람의 탓만 할 것인가? 아니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짐승들이 내려와 농작물을 해치니 잡아내야 할까? 딜레마에 빠진다. 올무는 제거를 해야 맞지만, 무작정 동물의 편에만 설 것인가? 밭을 일구어 살아가는 사람은 계속 피해만 봐야 옳은 것인가? 엽사를 불러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법도,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는 방법도 다 의미가 있다. 그래도 무분별한 개발로 숲을 훼손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이 제일 문제인 것은 맞다. 이쯤 되면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들 마무리 하지만 거기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본 경험들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어디에든 모범답안은 쉽게 나오지만 그것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대답은 부정적이다. 유해조수인 멧돼지나 고라니가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를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시겠는가?
    • 자연생태
    2021-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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