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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달곰1% 가게 유람기]도로 위의 심산, 깨달음이 있는 오차공방
    [반달곰1% 가게 유람기] 도로 위의 심산, 깨달음이 있는 오차공방 “원래 제가 산을 참 좋아해요. 예전에 선생님이 너는 산에 풀어놓으면 제일 좋아해, 라고 하셨는데 인연을 따라 오다 보니 도로 위에 자리를 잡게 되었네요. 저는 여기가 내 산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산속이라면 혼자서도 잘 논다는 오차공방의 주인장 오은주 님은 지리산으로 오기 전에는 강원도에 살았다. 그러다가 화개로, 그리고 지금은 구례, 오차공방이라는 자신만의 산속에 산다. 공방이라는 산 속에서 숨을 쉬고 손을 움직여 수행하는 삶을. 공방에 울리는 만트라는 세상의 번다함을 이기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평안하고 순탄하기를 바라는 그녀의 주파수에 맞추어 흐르고 있었다. 임산부와 아이에게도 내어줄 수 있는 차 오차공방의 이름은 깨달을 ‘오(悟)’와 ‘차(茶)’의 두 음을 합쳐서 ‘오차’, 공방을 겸하는 공간이어서 ‘공방’이라는 두 글자를 더했다. 차를 깨닫는다는 건 어떤 걸까. “저는 손님들을 기억할 때 그 분이 드신 차로 기억을 해요. 한 분 한 분 사진처럼 기억이 나거든요. 가게에 와서 차를 드신 분들이 몸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씀하실 때 좋죠.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래도 일관되게 지켜온 건, 아이들이 오거나 임산부가 왔을 때도 내가 편안하게 내어드릴 수 있는 메뉴들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문을 연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오차공방의 메뉴는 오은주 님이 블렌딩한 차들이 대부분이다. 손님들이 뭔가 부족한 것을 표현하면 그것을 고민해 하나씩 채워온 것이 지금의 차 메뉴들. 20여 년 전 직접 차를 배운 그녀는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히말라야 설국차’라는 메뉴를 이야기하자면, 설국차는 높은 산에서 자란 야생국화인데, 특이하게도 잎차가 갖고 있는 약성과 맛, 수색(水色)을 지녔다고 한다. 꽃차인데 몸에 열을 내는 발효차와 같은 효능이 있어 모든 분들이 평이하게 좋아할 수 있는 메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그 외에도 탄산이 없는 야생화 꽃잎에이드, 산딸기에이드, 돌배모과차, 지리산 야생녹차 등 다른 찻집에서 보기 힘든 메뉴들이 여럿 있어 오차공방만의 색을 더하고 있다. 오차공방의 유명인사, 볼 오차공방에는 이렇게 직접 블렌딩한 차 외에 유명한 존재가 또 있다. 볼, 13세의 불테리어. “볼은 빠다틱하게 지은 이름인데, 영어로 ‘공(ball)’이 우리말 공으로 하면 둥글다, 비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불테리어는 원래 힘이 좋은 견종인데, 저 아이는 힘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언젠가 멀리서부터 저를 향해 달려오는데, 직선으로 달려오다가 중간에 서있는 아이를 피해 돌아서 달려오는 걸 보고 생각했어요. 아, 저 아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하고.” 그렇다면 볼은 오차공방에 너무 잘 어울리는 녀석이다. 불테리어는 공격성이 강한 맹견 중 하나인데, 볼은 이 개가 불테리어 종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순박하고 우직하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했는데 원래 그런 성품이란다. 얼굴은 웃는 표정이고 아는 손님이 오면 꼬리치며 다가가 몸으로 부딪히며 알은체를 한다. 쓰다듬으면 마다하지 않고 드러누워 순순히 손길을 받아준다. 그래서 오차공방 손님들에게 인기짱이다. 볼을 형상화한 조각이나 그림이 여럿 있는 것도 손님들이 선물한 것들이 많다. 이제는 볼에게 오차공방의 지분이 어느 정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은주 님이 가게 쪽방에 들어 있어 손님이 오는 걸 눈치 채지 못할 때는 주인을 부르러 오기도 한다니, 오차공방을 지키는 또 다른 사장님이라고 할 법하다. 언제나 산과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차가 다니는 도로 위에 10년을 있으면서도 오은주 님은 한 번도 지리산과 단절되어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본인은 언제나 그 속에 있었다고. 그러니 반달곰1%에 참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제안이 왔을 때 90%는 윤주옥 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 분이 하시는 일이니까 지지하는 마음으로 고민 없이 수락했어요. 산을 품은 분이니까. 그리고 나머지 10%는 자연에 대한 공감이었죠.” 아니다 싶은 일은 절대 못한다는 그녀의 선택이었다. 반달곰1%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좋은 점을 물었더니 손님들이 가게를 지리산과 연결되어 있다고 친밀하게 느끼는 것 같아서 좋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달곰 하면 자연스럽게 지리산이 떠오르고 자연, 생태계와 연결해서 생각하니까. 게다가 처음에는 직접 반달곰1%를 소개해야 했는데, 지금은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진 느낌이다. 시간이 가져온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분들은 가족이나 지인들한테 소개하기도 한다고. 덕분에 가게도 홍보가 된다. 그러니 반달곰 1% 프로그램을 시작하길 잘했다. 은주 님의 ‘산이 숨이 되고 내가 되었고 지금은 공방이 숨이 되고 내가 된다’는 말은 그녀가 얼마나 산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알게 한다. 우리 모두가 그녀처럼 산을 사랑했다면 산도 그 안의 생명체들도 힘들지 않았을 텐데. 모두가 그녀의 마음을 닮아갔으면 좋겠다.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4년 현재 10개 가게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 사람이야기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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