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1(목)
 

봄 눈 녹듯 벚꽃잎이 지고 , 꽃잎이 잔설처럼 남아 있던 4월 사포마을의 소의재를 찾았다.

소의재(小義齋)작은 의리도 저버리지 않는 집이라는 뜻이다

작은 의리라는 무엇일까?

고 신영복 선생님이 직접 써주신 현판을 보며 2006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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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재(小義齋) 사진 김인호]

 

2004년부터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에는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고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쇠락하고 있던 산동 온천의 소유주가 사포마을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했던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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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동면 사포마을 주민 심병웅 선생님  사진 김인호 ] 


지리산 자락에서 겨울이면 산수유를 수확하고 봄이면 씨뿌리고 가을이면 가랑 논에서 벼를 수확하던 사람들에게 골프장은 날벼락 같은 것이었다골프장을 짓게 되면  제초제에 살균제, 살충제를 매일 한다고 하는데 마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물이 더럽혀지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과 지리산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지리산 문화제를 열었다

나도 이 일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소의재를 여러번 찾았고 여기서 고 박운주 선생님을 여러 번 만났다

박운주 선생님은 사포마을 골프장 반대 위원장을 하셨다하지만 골프장은 허가되었다

하지만 투자의 어려움으로 무산되었다.

 

그런데 골프장이라는 유령이 다시 산동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170만 제곱미터의 산림을 베어내고 거기다가 27홀짜리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전남 구례군은 ㈜피아웰니스, ㈜삼미건설과 '구례온천CC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구례 산동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사업비 1,000억원을 들여 산동면 관산리 일대 150만㎡ 부지에 27홀 규모 골프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피아웰니스는 사업시행자로 기획, 설계, 각종 인·허가, 자금 조달 및 집행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삼미건설은 시공회사로 시공 및 책임 준공 업무를 수행한다. 구례군은 사업 인·허가 등 행정절차 이행을 적극 지원한다. -뉴스보도-]

 

이런 보도와 함께 구례 곳곳에 일시에 골프장 건설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용방초등학교 앞에만 4개의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는데

이것은 마치 전쟁영웅이나 BTS가 이 학교를 방문이라도 하는 것 같은 환영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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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아래에 대규모 벌목이 이루어 지고 있다]

 

구례군 전체에 골프장 환영 현수막 400개 정도가 걸렸다고한다.

400개면 구례에 거의 모든 단체가 환영 현수막을  설치한 것인데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어떻게 그렇게 일시에 한마음 한뜻이 되어 현수막을 걸 수 있었을까?

 

내용도 비슷한 것을 보면 누군가의 지시에 모두 따랐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한 주민에 따르면 현수막은 이미 만들어 놓고 각 단체에 돈을 내라고 해서 일시에 설치한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골프장은 구례에서 대단한 업적인 것인가?

 

구례군의 열띤 분위기와 다르게 사포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은 너무나 조용했다.

마을에 가장 어르신 중 한 분인 한학자 심병웅 선생님(90)을 소의재에서 만났다.

심 선생님은 한학을 오랫동안 공부하신 분으로 서예에도 솜씨가 좋아 국선에 3위를 하신 사포마을 주민이다.

 

심선생님은 사포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포마을 물이 오염이 된다.

사포마을은 농촌 마을인데 누구는 골프나 치고 누구는 들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 자체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오래된 숲을 파괴하는 것은 구례군의 책임이고, 숲을 파괴한 것은 골프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골프장은 마을 사람들에게는 이득이 없다.

골프장을 운영하려는 것이 아니라 골프장을 짓고 팔려는 것이다.

 

당시 심선생님을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골프장은 이익을 얻는 자와 피해를 보는 자가 명확하고 이익을 얻는 자들의 공세는 험악했다.

 

사포마을은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34가구의 주민 60여 명이 사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골프장은 이 마을 위로 부채모양으로 넓게 펼쳐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구례군은 이 숲에 소나무 재선충이 있다는 이유로 벌목 허가를 내주었다.

구례군 산림 담당자는 문제가 없어서 허가를 내주었고 3년 이내에 대체 수종인 편백 나무로 조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벌목 허가를 내줌과 동시에 그 지역에 골프장을 협약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뒤를 따랐기 때문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벌목을 한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다.

 

JTBC 보도에 따르면 벌목한 숲에는 담비와 수달이 살고 있다고 한다.

담비와 수달 둘 다 멸종 위기종이다.

 

지역 주민들은 요즘 이 동네에 맑고 깨끗한 지리산을 찾아 귀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골프장을 지으면 

가 이사를 올 것이고 이미 이 사온 사람들이 골프장옆에서 살자고 이사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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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동면 사포 마을 주민들]

 

마을 주민들은 이미 나무가 잘렸다면 군청 말대로 편백 나무숲으로 조성해서 휴양림을 만들어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

 

“2004년에 골프장을 반대 운동을 했을 때는 내가 젊어서 여기 저기 다 다니면서 싸웠는데 지금은 내 나이가 너무 많다면서 걱정 하셨다

 

그리고 당시 반대 위원장을 하셨던 고 박운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다.

2008년에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시던 고 박운주 선생님을 세상을 떠났다.

당시 박운주 선생님에게 업무방해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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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 골프장 반대 위원장 고 박운주 선생님]

 

[2004년 지리산온천랜드 측의 골프장 계획의 발표된 이후 지리산과 마을을 지키자고 나선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업주 측의 폭행과 민형사 손해배상, 재산 가압류였다. 골프장 업주측은 사전환경성검토를 의식해 이곳의 환경적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골프장 예정지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무차별로 불법 간벌했고, 이에 대해 업주측은 미미한 벌금으로 면죄부를 얻은 반면, 이 문제점을 알리려 제출한 수십통의 탄원서와 민원서류는 산림 과벌에 대한 처벌이 종결된 것으로 되돌아왔다.

 

특히 20049월에는 지리산온천랜드측 사람들이 백주 대낮에 마을에 쳐들어와 "불순분자 몰아내자"며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놀라 달려나온 부녀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경찰은 뒤늦게 와 현장을 보고도 현장범 검거는커녕 방관했고, 사과와 배상은커녕 업주측은 '주민 자작극'으로 몰며 영업방해로 마을 사람들에게 10억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기까지 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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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포마을 주민들 사진 - 김인호]

 

마을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다시 투쟁하려고 하니 이제 마을 사람들 모두 늙은 사람들 뿐이라면 나이를 한탄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조용하게 산골 마을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던 주민들에게 골프장은  평온한 삶을 파괴하는 일이다.

 

구례에는 지금 현수막이 봄바람에 나부끼면 골프장 건설 환영의 열을 올리고 있다.

오직 사포마을과 인근 마을 사람들만 가슴에 암덩어리 같은 근심을 가지고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

 

소의재 작은 의를 지킨다는 뜻이다.

구례는 오랜 시간 동안 지리산의 혜택을 보면 살아왔다.

지리산의 큰 혜택으로 살아온 구례군은 이제 지리산에게 의(義)를 지켜야 한다.

지리산에게 의를 지키는 것이 골프장은 아닐 것이다.

 

[김성일 전남도의원, “골프장 잔류농약ㆍ수질 검사 강화해야 한다

인근 해남에서는 김 의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농약과 달리 제초제는 토양이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골프장에서 잔디관리를 위해 제초제를 사용하는 데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직접 접촉할 수밖에 없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비가 오면 골프장에서 호수나 저수지로 빗물이 유입되고, 수질에 따라서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게 제초제라며 보건환경연구원의 최근 5년간 골프장 잔류농약과 수질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했다. - 해남신문 등록 2022.07.26. -]

 

구례군의 슬로건은 자연으로 가는 길이다.

자연으로 가는 길이 골프장으로 가는 길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골프장의 잔디가 좋아도 지리산 숲만큼 좋을 수 없다.

 

지금 숲에는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하나 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무는 자라고 생명을 품어 키우고 있다

숲이 이미 잘려 나갔다면 다시 숲으로 복원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정일 것이다.

 

 

전체댓글 1

  • 86418
장윤희

인간적으로 지리산에 그냥 놔두자.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산하는 민족의 명산이잖아. 그기에 골프장 건립은 넘 양심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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