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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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 올린공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홍세화는 1979년 프랑스 체류 중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망명했다. 그 이후 홍씨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사상의 자유 침해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고, 관광 안내, 택시 운전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20년간 난민의 삶을 살았다. 이 시기의 경험과 생각을 책으로 엮은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망명자이자 난민 홍세화의 이름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재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을 맡고 있다. 회사원, 관광안내원, 택시기사에 이어 신문기자와 소수파 진보정당의 대표를 거쳐, 급기야 은행장의 직함까지 갖게 되었다. 주식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는, 틀림없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일 것이다.

 

성소수자이며 영화감독인 이송희일은 여러매체에 기후 정의에 관한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최근 영화 제비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1998년 첫 영화 <언제나 일요일같이>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왔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성소수자들의 슬픔, 10대들의 외로움과 아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등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출로 그려온 그는, 2006 <후회하지 않아>로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이끌어 한국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후회하지 않아>, <백야>, <야간비행>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최근에는 SNS에서 기후와 생태 이슈,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미행>, <야간비행>,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 <백야>, <탈주>, <후회하지 않아> 등이 있다.   

 

나는 그들의 독특한 삶이 빚어낸 대화가 궁금했다그저 막연한 이론이 아니라 직접 몸소 겪은 삶의 경험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게 개인적으로 뭘 줄여서 되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전기를 아끼기 위해 불을 끈다든지, 쓰레기를 줄인다든지, 채식을 한다든지 하는 거 말이에요. 구조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1/N로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점점 보수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요. 그건 1/N로 모든 인간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는 자본의 입장이기도 해요. 이익은 철저히 사유화하고 피해는 모두에게 할당하는 그 지긋지긋한 이데올로기 말이에요.p38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를 통하여 다른 인간과의 관계도 재설정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이미 시스템도 그렇고, 사유 구조도 그렇고 일상도 그렇고 그런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놓쳐버린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저는 이제 "소유에서 관계로! 성장에서 성숙으로!"라는 화두가 긴급하다는 말을 하고 있어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인간이 자연을 소유, 착취, 추출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이제 인간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 속에서 자연과 새롭게 관계 맺음을 해야 하고 그것은 다른 동물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 다른 인관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소유 대상으로 보고 추출하고,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이 자연에 대한 태도였고, 그런 것이 동물에 대해서도, 다른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라면, 이제는 정말 자연이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에요, p40-41

 

"우리는 이 땅을 우리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게 아니다. 우리 자손에게서 빌린 것이다."-생텍쥐베리 p48

기후위기를 촉발한 책임을 정확히 지목하지 않고, 또 체제 전환을 촉구하지 않는 기후운동은 그것 자체로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63

 

한국이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6위에요. 전 세계 1인당1년 평균 탄소 배출량이 6.2톤이거든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1년에 14톤을 배출해요. 두 배 이상, 너무 많은 걸 쓰죠. 정말 거의 정점에서 탄소를 뿜고 있는 나라거든요. 정말 악당이에요.p72

 

어떤 소녀가 있는데, 아빠가 두 명이에요. 게이 아빠에요. 아버지의 날에 이 소녀는 두 명의 아빠한테 선물을 해야 하는데, 선물 가격이 어느 정도 들까? 이런 문제에요. 근데 그게 이번에 교과과정에 들어갔대요. 스코틀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학생들의 전 교과과정에 성소수자 내용을 통합교육 차원에서 집어넣은 거에요. 놀라운 일이죠. 그 수학 문제를 이제 전국의 아이들이 배우는 거잖아요. 사실 이런 긍정적인 시그널들을 보면, 아무리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어도 한편으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우리가 절망적인 상황에 동조해서 그 절망의 크기를 키우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p118

 

그 때 아들 학급에 학생이 28명이었는데 그 중 26명이 노조 대표를 지망한 거에요. 노조 대표, 사용자 대표, 정부 대표, 이렇게 역할을 나눠서 모의 노사협의를 해야 하는데 거의 모두 노조대표를 지망하니까 역할을 양보해서 협의를 했어요. p130

 

피케티도 조세혁명과 연결되는 얘기를 했는데, 일시 소유를 강조하고 있어요! 영구적인 소유가 아니라 일시적인 소유. 일시 소유 이데올로기. 내가 뭘 갖고 있다는 건 일시 소유일 뿐이야, 라는 것이 이데올로기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p217

 

'세계의 시민'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주체의 재구성이잖아요. 우리가 온갖 사람들과 사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평등, 연대, 책임의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좀 더 확장된 형태로 사유할 수 있어요. 자본주의와 기득권에 편향된 사회에선 각 주체들을 '이기적인 존재'와 정치적 소비자'로 끊임없이 호명합니다....생략.....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걸 자각하고, 서로 공통의 삶의 조건을 위해 연대할 때 비로소 시민이 출현합니다. 당연히 이런 시민 주체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겠죠. 진보정치의 관건 중 하나는 '시민의 탄생'입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도래할 그 시민들 말이에요.p235

 

교과서적으로 '진실을 드러내 공익을 지향한다.' 이것을 언론의 소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진실' '공익'이지요. p293

 

유럽을 볼 때 흥미로운 게 후견인이라는 문화예요. 르네상스 때부터 예술가들이 후원을 받으며 작업을 했잖아요. 보이든 안 보이든, 이 후견인 문화가 전 사회 영역에 미세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유럽의 농촌, 독일 같은 경우엔 도시인이 사과 하나를 살 때 단지 사과 하나를 사는 게 아니라 농민의 지속가능한 삶과 농촌의 생태적 보존의 의미까지도 산다고 해요. 공적 존재로서의 농민의 의미, 미래세대한테 농촌의 자원을 물려줘야 된다는 그 의미까지도 구매하는 거죠. 그러니까, 후견인이 되는 거예요. p326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수준을 뛰어넘는 정부 없다. 국민은 자기 수준의 정부를 가진다."-조제프 드 매스트르

 

: 불꽃놀이처럼 한꺼번에 터지는 기적의 혁명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느리게, 하지만 조금은 더 서둘러 시민의 재탄생도 독려해야겠고, 다 무너져 버린 공론장도 재구성해야 하고, 주먹만 하게 축소된 사회의 공공성도 더욱 확장할 방법을 계속 모색해야 하고, 갈 길이 멀죠,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에요.

 

 

: 멀고 어려운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은 가야죠.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게 아니라 어려운 길이므로 우리가 가야 한다.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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