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 대성골 산불 발생 지역 모니터링-2023.7.1.(토)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대성골 산불 발생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해 의신마을에서 시작해 약 2.5킬로미터 지점의 대성골 주막까지 왕복했는데 탐방로(등산로)의 좌우가 다 산불 발생지였다. 정말 넓은 지역을 불길이 지나간 것에 놀라기도 했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산불 진행 시간을 물었더니 약 26시간 정도였다고 한다. 진화 시간이 길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번 일로 산 어딘가에 산불 진화용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하니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다.
모니터링의 첫 번째 꼭지는 산불 발생지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 즉 산불이 났었던 지역의 식물들이 어떻게 살아나는지 혹은 어떻게 죽어가는지, 또 산불 발생지의 식물 종류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비전문가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정리해보기 위함이다. 이번 모니터링에 함께 했던 분 중 나무와 식물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이 계셔서, 함께 한 우리는 여러 가지 정보를 들으며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분의 말씀에 의하면 산불이 났었던 곳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숲이 울창한 편이라고 했다. 활엽수가 많았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그와 비교되게 침엽수인 소나무들은 전소하지는 않았으나 거의 죽어있었고 불이 많이 붙었던 곳은 부분적으로 가지가 죽어있었다. 들은 얘기를 다 기억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활엽수가 산불에 강한 편이고 회복도 빠르다는 것이다. 또 많이 공감 갔던 얘기는 산림청이 생기면서 숲을 관리한다고 하지만 인간의 이익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동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했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았다.
산불로 식물들이 전소한 상태가 아니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연은 스스로 회복력을 가지고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모니터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산불이 났다고 무조건 인간이 끼어들어 무언가를 하려들지 말고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꼭 필요한 부분만 도움을 주는 식의 개입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가 있는 곳 이외의 땅에 조릿대가 엄청 많이 올라와 있었다. 식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조릿대의 뿌리는 깊고 넓게 뻗쳐있다고 한다. 그래서 조릿대가 있는 곳의 땅은 쉽게 침식되거나 침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의 인간에게는 조릿대가 불필요한 식물일 수 있으나 자연 상태에서의 조릿대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불 난 지역에서 조릿대가 많이 살아 올라와 있어서 많은 비가 왔음에도 탐방로(등산로)도 산비탈들도 흙이 거의 흘러내리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고마운 식물이다.
다람쥐를 여러 마리 보았다.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분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포식자인 동물들은 대성골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래서 다람쥐같이 작은 동물들이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 전체로 봐서는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먹이사슬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자연생태계가 선순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니터링의 두 번째 꼭지였던 탐방로(등산로) 일부 구간의 침식 우려 건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엔 아직은 인간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린 후에 이루어진 모니터링이었는데 다녀온 어느 구간에서도 탐방로(등산로)가 침식되거나 침하된 곳은 없었다. 전문가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최소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모니터링을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자연의 여릴 것 같지만 강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지켜보는 귀한 시간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성희
하동읍 거주
[본 기사는 오 하동주민신문 8월호 독자기고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