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15(토)
 

제주도우다.jpg

 

'제주도우다'? 제주도가 도와? 제주도의 우다? 제주도가 울어?

책의 내용을 읽기 전까지 제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궁금했다.

'제주도다', 혹은 '제주도이다'의 제주도 말이 '제주도우다'이다.

"남한도 아니고 북한도 아니고 제주도다!"

과연 제주도는 제주도다!

제주도 말이 많이 나오지만 해석이 필요하지는 않다.

경상도나 전라도 말같이 어미가 다르다.

그러고보면 모든 지방의 어미는 다르다.

1권만 읽었는데 3권까지 읽으면 제주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 민요나 노동요도 많이 나오는데 참 정겹고 마음이 아리다.

"이여싸 이여싸나

요 파도야 뭘 먹고 둥듯둥긋 살쩠느냐

바람통 먹었느냐, 구르몽 먹었느냐

뭉클뭉클 잘도 올라온다

이여싸나 넘고 가자 이여싸나"

1930년대 오사카의 이주조동자는 제주출신이 오만명이었다고 한다.

짧은 노래가락이 조선인의 형편을 그대로 알려준다.

"조선 사람 가엽구나, ,싸움 지고 나라 잃고

지진 탓에 집 무너져 납작궁 납작궁

조선 사람 가엽구나, 넝마 주워 하루 5전

밥 모자라 배때기가 호올쪽 호올쪽"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할 때 '스텐카라진' 이라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넘쳐 넘쳐 흘러가는 볼가 강물 위에

스텐카 라진 배 위에서 노랫소리 들린다

페르시아의 영화의 꿈 다시 찾는 공주의

웃음 땐 그 입술에 노랫소리 드높다

돈 코사크 무리에서 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 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의 볼가강은 흐리고

꿈을 깨는 스텐카 라진 장하도다 그 모습"

낯선 외국의 독특한 고유명사가 나오는 이런 노래를 아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노래는 누가 만들었을까??

나와 띠 동갑이신 현기영 작가님은 이런 노래를 다 기억하실까?

 

우리 때도 고무줄 놀이는 많이 했다.

나는 변방에서 엄청난 기술로 검은 고무줄을 마치 무용수 같이 늘이고 줄이며 노래하는 아이들을 구경만 한 기억이 있다.

아마도 나는 외톨였거나 운동신경이 젬병이었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는 "무찌르자 오랑캐 몇천만이냐~~"라든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 ,그리고 "대통령 우리 대통령 이승만" 어쩌구~~

모든 제주의 조천리 사람들은 "새콧알할망"이 하느님이다.

지리산의 '마고 할미' 같은 분이시다.

모든이가 간절한 마음으로 두손모아 새콧알할망에게 빌고 또 빈다.

처음 이사와 이 시골동네에서 내가 참석했던 당산제는 내 안에 있던 담벼락을 다 부숴놓았다.

'새콧알할망'이나 '마고할미'같은 이름이 이제는 참으로 정겹다.

 

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1권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까지의 제주 조천리 마을의 이야기다.

"영미야, 창근아, 그 시절엔 의리를 매우 중요시하고, 선배를 잘 따랐주.

반일 투쟁했던 선배들의 정신을 본 받으려고 했어.

그분들이 대부분 좌익이었고, 그래서 후배들은 유식하면 유식한대로, 무식하면 무식한대로 좌익이 된거라. 그땐 다 그랬쥬."p343

 

해방이 되었는대도 어이없게도 '맥아더 포고령'이라는 것이 내려졌다.

이것은 미군이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할 것이며, 일본군은 미군이 인수할 때까지 삼팔선 이남에서 조선의 치안을 유지하는 동시에 행정기관을 존치할 것과, 경찰관, 면서기 등은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종래의 직무에 종사할 것을 명하는 것이었다.

말이 해방이지 해방이 아닌 것이다.

듣고 또 들어도 괘씸한 일본의 만행과 우리 조상이 당한 억울하고 분하고 불쌍한 삶과 죽음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절대로 잊을 수 없고 잊으면 안된다.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그들을 절대로 용서 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지금 아주 적절할 때 발간 된 것이다.

 

나라는 잃었어도 남녀는 사랑을 하고 친구는 우정을 쌓는다.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 중에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그 당시 살았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도 없다.

다만 소설 속의 창세, 만옥, 행필 같은 사람들 만이 살아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그들은 우리의 조상이고 가족이며 나 자신인 것이다.

모든 기억과 역사를 동원해 죽은 이들을 살아 숨쉬게 하는 작가라는 존재는 참으로 위대하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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