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명(鹿鳴)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녹명(鹿鳴)
‘사슴 록(鹿)에 울 명(鳴)’
녹명은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먹이를 함께 나누기 위해 다른 사슴들을 부르는 울음소리랍니다.
대개 짐승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혼자 먹고 남는 것마저 숨기기 급급한데 사슴은 울어 울어 친구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네요.
녹명은 저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말입니다.
형님!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있어 나가 보니 마을 후배가 20킬로 쌀포대를 마루에 부려 놓습니다.
추수를 해서 쌀을 찌었다고 햅쌀 맛 좀 보시라고 내려놓고 서둘러 다음 집으로 갑니다.
해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루돌프 사슴 썰매 대신 1톤 포터를 몰고 골목길을 오가는 마을 산타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사슴의 울음소리를 실제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형님!
햅쌀 한 자루 메고 와서 부르는 후배의 이 소리가 녹명이 아닐까요!
지난주에 다녀간 김농부산타의 쌀 한 자루,
'삶이 보이는 창' 원고료로 보내주는 쌀자루 위에 녹명이라는 아름다운 말을 써봅니다.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