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김 경 옥
쇠를 갈고 남은 몸이다
매끈한 은빛 몸매
뾰족한 침 끝, 더는 아무것도 없다
저 침에 닿을 때까지
사방 팔방 십이방
모서리 없어지고
이웃마저 사라질 때까지
얼마나 제 몸을 깎아냈을까
이 악물고 덜어내어
물러설 수 없는 절벽에 이르렀을까
갈고 닦는 일의 무한함이여
깎고 덜어내는 일의 은은한 아픔이여
가는 몸속에서 들리는
소리 하나에 기울이며
작은 귀 하나만 열어놓은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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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는 말은 그저 지식을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무엇이며 왜 존재하고 있으며 이 세상은 또 무엇인가 하는 궁극적 질문을 안고 사는 존재다. 세상을 살아내는 일의 첫 번째가 나의 존재와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 세상이 무엇인지를 가늠하는 일일 것이다. 느티나무의 작은 박새 한 마리도 알에서 깨어나 날개를 퍼덕이며 제가 날짐승인지 들짐승인지부터 가늠하고 바람이 불면 어디로 날아야 한다는 것을 눈치 채며 자란다. 그렇게 모든 생명은 구체적 생활세계 속에서 자기 존재와 세상을 일치시켜내는 것이 세상을 살아내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 그 답을 말하고 죽는다. 태어나 죽기까지의 삶 자체가 스스로의 답일 것이니 그렇다. 다시 말하면 삶에는 정답이 없고 우리는 스스로를 살다가 죽을 뿐이다. (박두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