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무렵
김 영 언
문득, 그리움 무렵이었다
세월의 먼지 뽀오얀 발등이
때론 막막하게 높은 하늘 어디쯤을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휘청휘청 걷고 싶었다
함박눈 무수히 수련으로 피어나는 겨울 강
생각을 눈물처럼 한없이 낮게 가라앉히고 싶은
그리운 풍경 물들 무렵이었다
예견할 수도 없이
서늘한 눈매로 휘몰아쳐온 눈보라를
온전히는 감당할 수 없다 하면서도
위태로운 가지 끝 무모하게 기대어
천 년 바람 속처럼 낮게 견뎌보려 했다
그것이 목숨이라면
더는 숨길 것 없는 마음의 벼랑이라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세상의 노을 끝 버티고 선
오직 한 그루 나무뿐이라면
그대 오던 길에 나가
남은 생을 막막하게 서성이고 싶었다
그리운 풍경 발치로
눈 깊은 겨울 옆구리를 차갑게 뒤척이는 강물이
저렇게 제 마음 송두리째 얼려가면서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낮게 가라앉히는
어쩌면, 사랑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