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0-11(금)
 

 

사랑 무렵

 

김 영 언

 

 

문득, 그리움 무렵이었다

세월의 먼지 뽀오얀 발등이

때론 막막하게 높은 하늘 어디쯤을

길이라고 생각하면서 휘청휘청 걷고 싶었다

함박눈 무수히 수련으로 피어나는 겨울 강

생각을 눈물처럼 한없이 낮게 가라앉히고 싶은

그리운 풍경 물들 무렵이었다

 

예견할 수도 없이

서늘한 눈매로 휘몰아쳐온 눈보라를

온전히는 감당할 수 없다 하면서도

위태로운 가지 끝 무모하게 기대어

천 년 바람 속처럼 낮게 견뎌보려 했다

그것이 목숨이라면

더는 숨길 것 없는 마음의 벼랑이라면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세상의 노을 끝 버티고 선

오직 한 그루 나무뿐이라면

그대 오던 길에 나가

남은 생을 막막하게 서성이고 싶었다

 

그리운 풍경 발치로

눈 깊은 겨울 옆구리를 차갑게 뒤척이는 강물이

저렇게 제 마음 송두리째 얼려가면서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낮게 가라앉히는

 

 

어쩌면, 사랑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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