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루리가 그린 그림을 오래 들여다본다.
루리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도 많지만 동화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헌책으로 선물 받았는데 손주에게 주려고 잘 간직하려 한다.
그가 만나는 세상이 어떨지 예상하기 쉽지 않다.
세상은 너무도 빨리 변했고 변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빨라져 그와 나는 소통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안락한 치마폭에서 나온 그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
어떤 세상을 만나든 그는 긴긴밤을 견뎌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할머니가 쓴 책은 아니지만 할머니가 주고 싶었던 책을 기억하면 좋겠다.
긴긴밤을 견뎌야 아침이 온다.
그의 생애에 긴긴밤이 자주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렇더라도 잘 견디기를 바라며.
세상에 하나 남았다 절멸했다는 북부흰코뿔소.
참 신기하게 생긴 이 동물의 눈을 보면 말이 하고 싶다.
입에 알이 든 양동이를 물고 있는 펭귄.
모든 동물이 동무인 세상은 너무 멀고
같은 동물도 동무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다.
이 긴긴밤을 잘 통과할 수 있을까.
지구 종말이 온다면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되고 싶은가.
어떤 식으로 남은 자들은 삶을 이어 갈 수 있을까.
코뿔소와 펭귄의 낯 설은 조합의 하모니가 없이 이음은 불가능하다.
누가 어떤 식으로 살아남든 연습이 필요하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지 못하면
그렇지 않은 세상에서 조화는 더욱 힘들 것이다.
지구의 존속을 원한다면 평화는 매일 연습되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책의 독서 후에 드는 평화롭지 않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