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6-06(토)
 

지리산을 걷고 배우고 이야기하는 궁금해? 지리산’,

523, 첫 번째 걸음으로 남원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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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구례산청산내에서 21명이 모였습니다졍령치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 산행을 이끄는 이는 못난이 선생님(나무 선생님)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못난이 선생님이 이렇게 당부합니다.

 

숲에는 야생동물을 스치고 지나가고, 오고 가면서 서로 교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풀을 스치고 곤충이 나를 올라타는 것도 숲에 들어왔으면 의당 있는 일이죠. ‘나도 숲에 일원이니까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같이 걸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귀찮게 하는 하루살이 떼. 사실은 물속에서 유충으로 오랜 시간을 살고 육상에서 23일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고 해요. 짝짓기 비행을 하는 하루살이 일생의 중요한 장면입니다. 숲의 일원으로 들어왔으니 하루살이 떼를 지나가는 것도 거미가 어깨 위로 올라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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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호휘호

휘휘 쪽쪽쪽쪽

검은등뻐꾸기와 두견새의 노래가 들리고,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부드러운 연초록잎이 가득한 5월의 지리산입니다.

 

빨리 가면 한 시간이면 닿는 코스이지만 나무를 보고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습니다.

정령치에서 출발해 산길을 조금 오르니 꽃을 기다리는 원추리가, 연초록잎의 참나무들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산들이 참나무가 많은 숲이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부터 인구가 늘어나면서 땔감을 해가고 숲 바닥까지 긁어다 쓰니, 소나무만 살 수 있는 숲이 되었다고 합니다. 80년대 이후 석탄이 들어오면서 나무로 난방을 하지 않아 다시 참나무가 많아지고 있고 이제 소나무숲과 활엽수가 반반이라고 하네요.

참나무숲은 사람 손이 안탔다는 뜻이라고 하니 참나무를 만나면 더 반가워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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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물푸레나무에 작고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작다는 뜻으로 가 붙은 나무이지만 탄력이 있고 단단해서 도끼자루쟁기자루 등 생활에 많이 쓰던 나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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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부러진 나무들이 보입니다. 겨울을 지나며 나무가 부러지는 일은 매년 있는 일이겠지만 겨울이 따듯했던 올해에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나무가 더 많습니다.

추우면 건조해져서 눈이 가벼워져요. 날이 따뜻해질 때, 그러니까 늦가을 첫눈하고 마지막 봄, 이 때의 눈만 딱 견디면 되는데 올해는 1월 내내 어마어마하게 눈의 양이 많았잖아요. 그러니까 못 버티고 부러진 거예요.”
기상이변의 흔적은 다른 나무에게서도 보였습니다. 철쭉, 붉은 병꽃나무가 냉해를 입어 시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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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올라갈수록 키 작은 나무들이 많아집니다.

정령치의 해발고도가 1,172m.

춥고 건조하고, 바람의 세기도 저 아래보다 훨씬 세지요. 키 작은 나무가 많은 것은 나무가 자라기에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햇빛 경쟁도 하고 물경쟁도 해야하는데요. 나만 먹어야지 하고 튀어 나가면 부러집니다. 다른 나무가 바람을 한번 막아줘야 바람을 덜 맞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산의 높이가 비슷해 보입니다.

서로 경쟁도 하지만 공생도 하는 거예요. 우리는 자연에서 보면 서로 맨날 싸우고 뜯고 이런 얘기만 하는데 공생이 없으면 경쟁이라는 게 의미가 없어요. 앞에 나무가 없으면 바람으로

쑥쑥 넘어가요. 그래서 경쟁과 공생은 항상 같이 있어요.”

못난이 선생님의 설명입니다. 적은 자원 안에서 경쟁만 하는 것 같지만 자연은 결국 공생하고 있습니다.

 

나무 사이사이로 속이  보이는 이런 풍경이 정말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어린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 깊은 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못난이 선생님은 특히 이런 풍경을 보면 편안해진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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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있을 무렵,

구상 향이 나요.”

구상나무를 찾는 분들.

똑같은 숲의 냄새만 맡은 저는 머리를 긁적이며 따라가 봤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울창한 구상나무들이 보입니다떨어진 나뭇잎을 비벼 코에 가까이 대보고서야 시원하고 은은한

구상나무향을 알게됐습니다구상나무의 향기를 음미하느라 모두 멈추어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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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 말 쿠살낭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제주 말로 쿠살은 성게, 낭은 나무라는 뜻입니다. 구상나무의 이파리가 성게 가시처럼 생겨 쿠살낭, 쿠살낭이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분비나무랑 같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미국 학자 어니스트 윌슨이 분비나무랑 다른 신종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제주 사람들한테 무슨 나무냐 물어봤더니 쿠살낭이다 하니까 구상이라고 들어 구상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으로 한라산, 덕유산, 지리산 등 남부지방의 높은 산에서 자랍니다.

최근 구상나무가 집단고사하고 있는데요. 기후 문제도 있지만 그 이전에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지리산사람들에서는 지리산의 6곳에서 구상나무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쌓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에는 구상나무 뿐 아니라 히어리, 반달가슴곰 등 많은 고유종(특정 지역에만 분포하는 생물의 종)이 자라고 있습니다. 고유종이 살 수 있는 숲이라는 점에서 국립공원은 꼭 보호되어야하는 환경입니다.

 

소나무 숲은 천이 과정에서 활엽수림으로 넘어와야 될 숲이잖아요. 거기 생물종이 변해 수종에 따라서 그걸 먹는 포식자들이 바뀐단 말이에요. 포식자들이 또 들어오고 또 들어오면서 종이 계속 순환이 돼요. 근데 이렇게 한 몇십 년 동안 참나무만 남게 되면 이건 고정이에요. 이 상태로 유지되면 생물종이 어떻게 될까요? 거의 고정되어 있죠. 고유종이 살 수 있는 숲이 되는 거예요.

이런 변하지 않는 것들의 절대적인 가치가 그래서 중요해요. 고유종이 사라져가니까 멸종위기종이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 왜 그러겠어요? 고유종이 사라지면서 종 간의 연결성도 그렇고 생물 주권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사람의 손이야 타지 않는 숲의 가치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국립공원이라는 절대 보존지구가 꼭 필요하다라고 얘기하는 게 고유종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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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두 시간을 걸어 만복대에 도착했습니다.

1,433m의 높이이지만 부드러운 구릉인 만복대멀리 천왕봉과 반야봉이 보이고저 아래에는 구례군 산동면과 남원시가 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복을 누릴 수 있다는 만복대커다란 하늘과 넓은 지리산 능선사이사이 자리 잡은 마을들지리산이 주는 것에 복이 아닌 것이 없는 듯합니다.

 

남원 정령치에서 올라 5월의 지리산을 만난 궁금해지리산’. 6월 20일에는 함양 편으로 김종직의 유두류록 길을 걷고, 9월 산청, 10월 구례, 11월에는 하동의 지리산 길을 걷습니다.

 

 사진 : 김주리,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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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궁금해? 지리산, 남원편' 정령치에서 만복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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