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리산 산청 소식을 전하는 포네입니다.
7월 11일에는 산청 간디고등학교에서 ‘팔레스타인의 눈물과 저항, 그리고 연대’ 라는 제목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흐(28)씨와 부산대 개원연구원 이정구 박사를 초대하여 1부, 2부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특강이 진행되는 간디학교 강당에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응원하는 스티커, 엽서 등 굿즈가 마련되어 있었고, 팔레스타인 국기와 간디 학생들이 그린 한반도와 팔레스타인 형상들, 아나키즘 기호가 걸려 있었어요. 강당에는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심 있는 지역의 이웃들도 모여 있었습니다. 아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간디학교 학생들의 여는 마당이 있었어요. 젊은 기운이 느껴지는 춤 공연이었습니다. 이어서 살레흐씨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살레흐 씨는 대학시절 영어로 경영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강연은 영어로 진행이 되었어요. 통역은 간디 학생들이 맡아 주었답니다.
살레흐 씨는 1997년에 가자지구에서 태어나 2022년에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살레흐 씨는 “가자가 팔레스타인 도시인데, 어째서 내가 가자에서 난민이었을까요?” 라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살레흐 씨 집안은 본래 가자 바깥에 집이 있었는데, 분쟁으로 인해 가자로 피난을 가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래요. 살레흐 씨는 방학이 되면 할아버지 집으로 놀러 가 삼촌과 놀곤 했는데, 작년 10월에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할아버지 집이 파괴되고, 할아버지와 삼촌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지금 9개월 째 일어나고 있는 집단학살로 35,000명 가량이 사망했고, 1만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실종된 대부분이 아이들과 여성입니다. 78,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고, 11,000여 명의 부상자들은 치료를 위해 이동해야 했습니다.”

“영상은 끔찍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보고 싶지 않으면 눈을 감으셔도 됩니다.”
살레흐 씨는 제노사이드의 실상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8개월 전 처참하게 파괴된 가자의 거리와 아이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린 영상, 파괴된 거리를 걷는 세 명의 사람들이 저격당해 죽는 영상, 구급차를 공격하는 영상, 전기가 없어 핸드폰 불빛으로 수술하는 사진. 이스라엘은 병원을 공격해서 의료시스템을 파괴했습니다. 이런 공격 뿐 아니라, 물과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55명의 아이들이 먹을 게 없어 죽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보여드린 건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런 일이 왜 일어나고 있을까요? 팔레스타인인들은 75년 이상을 고통 받고 있습니다.”
영국이 1917년에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한 후, 1948년부터 시오니스트들의 이동이 시작되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했습니다. 살레흐 씨는 점령지의 확장을 ppt로 보여주고, 가자 지구의 상황을 설명했어요. “국경과 해안을 봉쇄하여 주민들이 자유롭게 여행하거나 이동하는 것을 막았고, 하루에 몇 시간만 전기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주민들은 물 같은 기본적인 자원을 제공받지 못하였고, 식수 부족으로 많은 질병이 생겼으며, 요리용 가스 공급 중단으로 사람들이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살레흐 씨 가족은 매우 운이 좋은 편이라, 전쟁이 시작되고 40일 가량 가자에 있었지만 이집트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한번 이상 죽을 위기를 겪었고, 알 시파 병원에 가면서 미사일 파편에 맞는 등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모와 조카는 아직도 가자에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카는 전쟁 중에도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여 주었어요.
살레흐 씨는 대학 시절 학교 사진과 처참한 폐허가 된 현재의 대학교 사진을 보여주며, 최고 우등생이었던 친구가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아마도 죽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제 소원은 팔레스타인이 자유로워지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서 세상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일상을 사는 것입니다.”
살레흐 씨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1부가 끝나고 포스트잇에 질문을 적는 시간이 있었고, 2부는 부산대 객원연구원 이정구 박사가 자료를 통해 중동의 역사적·지리적 배경과 이스라엘 국가 탄생의 배경과 과정, 시온주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책을 이야기했습니다.
유대인은 아주 오래전부터 디아스포라였기 때문에, 19세기~20세기 초 유럽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으며, 러시아에서는 유대인 집단 학살이 있었습니다. 드레퓌스에게 프랑스 정부가 간첩 협의를 씌운 일명 ‘드레퓌스 사건’ 이후, 테오도르 헤르츨이라는 유대계 헝가리 언론인은 유대인만의 국가가 필요하다며 ‘세계 시온주의운동’을 제창했다고 합니다. 이정구 교수는 시온주의가 두 가지 의미에서 사악하다고 했습니다.
1. 힘 있는 강대국에 빌붙어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다. 오스만 튀르크 술탄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안 되니까, 영국에 가서 “우리에게 나라를 세워주면 인도 가는 길을 조용하게 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당시의 제국주의에 의존해서 나라를 만들려고 했다.
2. 유대인들‘만’의 국가를 건설하려고 했다. 다른 민족과 공존을 거부하였다. 보수적이고 반동적인 민족주의.
이교수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인도, 중국, 미국에 살던 유대인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나라의 옷을 입고 동화된 모습이었는데요. 지금도 1,300백만 유대인 중 600명이 미국에 살고 있으며, 이들이 팔레스타인에 가지 않는 이유는 시온주의에 동의하지 않고, 이미 정착한 곳을 떠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미국의 유대인들이 시온주의와 이스라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을 유대인은 ‘알리아(상승을 뜻하는 히브리어)’라고 부르며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시온주의자들이 영국을 등에 업고 이스라엘을 만들 때 아무도 살지 않는 황폐한 땅에 가서 사는 거라고 했지만, 그 지역에는 팔레스타인인이 계속해서 살고 있었지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비판하면,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위원회에서는 ‘반유대주의’라고 하는데요. 미 대학생들이 팔레스타인 학살을 비판하자, 바이든도 이것을 ‘반유대주의’라고 했습니다. ‘반유대주의’는 홀로코스트와 동의어로 쓰이는 무서운 말입니다. 유대인이 과거 제노사이드를 당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미국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통파 유대인은 ‘메시아가 올 때 까지 국가를 세우면 안 된다’는 신앙이 있기 때문에 시온주의에 반대한다고 합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유대인이 이집트를 탈출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왔을 때, 거기에는 블레셋 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블레셋의 땅이라는 뜻이죠. 유대인은 블레셋을 정복했습니다.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의 골리앗은 블레셋의 장수입니다. 유대인의 역사책인 구약에 이 정복은 성전으로 묘사되지만, 블레셋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봉변도 그런 봉변이 없죠.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어디서 떠돌이 민족이 들어와 여자와 아이들을 살해하고 땅을 빼앗다니. 고대의 역사가 근대에 와서 반복되고 있는 거지요. 이후 ‘가나안’은 신바빌로니아에 정복되어 유대인은 근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디아스포라를 겪게 됩니다. 세계사는 정복과 패망, 이주의 역사죠.
디아스포라 상태 유대인들이 근대에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을 때(알리아), 팔레스타인인들은 처음에 그들이 정착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배타적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죠.
이정구 교수는 이스라엘 비판을 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배타적 민족주의 국가인 이스라엘과 시온주의가 사라져야 하며, 먼저 이스라엘에 어마어마한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이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48년 이후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의 귀환권을 인정하고, 가자와 서안 지구의 점령과 정착지 확장을 종식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국가를 해체하고 역사적 팔레스타인 전 지역에 하나의 비종교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세워서 모든 주민에게 동등한 시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오스만 제국이 무너졌다고 해서 그 국민들이 다 죽은 것도 아니고,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가 무너지면서 백인이 다 죽은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사라지고, 비종교적, 비민족적 국가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이 교수는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과 국제적 연대를 강조하며, “국제적 연대라고 하는 것은 국제기구들의 활동이 아니라 전 세계 민중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는 거리 시위, 행진, 집회 등의 활동을 말합니다. 집회‧시위 등이 전 세계에서 벌어져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지도자들에게 압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살레흐 씨가 보여준 참담하고 절망적인 가자의 사진들을 보면, 멀리 떨어진 우리가 시위, 행진, 집회를 한다고 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까 의심스럽지만,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요. 무력武力을 더 강력한 무력武力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무력無力으로 무력화無力化 가 가능할까요? 눈물과 저항, 연대를 통해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는 비종교적 국가가 어렵사리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종류의 계층구조와 차별과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입니다. 배타적 민족주의도 처음에는 이민족의 공격과 침탈로부터 부족을 보호하고 부강해지기 위한 수단이었을 테지만, 민족주의의 주체가 더 이상 약자가 아닐 때는 타민족에게는 악랄한 배척자로, 내부의 약자에게는 지독한 파시즘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사라지고 나면, 유대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이나 다른 어떤 민족이나 가지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짜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까요? ‘안 죽으려면 죽여야 한다’, ‘내 유전자를 남기려면 경쟁자를 죽여야 한다’, ‘타자는 다 경쟁자고, 나를 죽일 수 있다’는 일차원적인 두려움에 근거한 폭력성이 인간의 DNA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세상의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질의응답>
Q. 유엔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A. (이정구) 유엔은 있으나 마나 한 기구입니다.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으며 UN의 이름으로 이스라엘을 세웠어요. 난민구호기구를 만들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이죠. UN은 약소국에 좋지 않은 일을 합니다.
Q. 가자에서 있었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는지요?
A. (살레흐) 트라우마 극복은 어렵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무너진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극복해야 상황을 더 알릴 수 있고, 팔레스타인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습니다.
Q. 가자에 사는 가족은 안전한지? 연락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A. (살레흐) 가자지구 안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지요. 물과 음식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통신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일주일에 메시지 한 번 정도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Q. 이스라엘에 왜 직접적인 제지가 이루어지지 않나요?
A. (이정구) 이스라엘이 ICC에 제소당해 네타냐후가 전범으로 판정을 받았으나, 네타냐후의 행동을 제지할 수 없습니다. 국제기구를 통해 문제해결을 하는 것은 요원합니다.
미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에게 하지 말라고 하는 중이지만, 이것은 자신들이 전쟁을 너무 많이 벌리고 있기 때문에 말리는 것입니다. 국제기구와 상관없이 팔레스타인지지 운동이 필요합니다.
Q.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살육과 전쟁은 멈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도 식민지를 경험했고, 유대인도 홀로코스트로 고통을 당한 적이 있는데, 시온주의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정구) 정통파 유대인은 시온주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메시아가 올 때 까지 국가를 세우면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신념이지요. 또한 홀로코스트는 유대인에게만 적용된 것이 아닙니다. 게르만족의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자, 유대인을 포함한 소수민족 모두를 말살하고자 한 것입니다.
조금 전에 강연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배타적인지 않은 비종교적이고 민주적인 국가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