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와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2024년 7월 17일(수) 11시 함양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양군은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와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빠르고 편리함은 지리산의 자연과 주민의 생존권과 지역을 소멸시키며, 대도시 중심의 교통 편의는 무차별하게 진행되어 급기야 전국으로의 당일 생활권을 부르짖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지금 논란이 되는 1023번 도로의 개통은 지리산 골의 소멸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길이 열리면 맨 일선에는 대기업의 대규모 위락시설이 몰릴 것이고 지역 대대로 유지해 오던 상권은 붕괴되고 소득이 없어진 주민은 지리산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래는 7월 17일 발표한 기자회견문입니다.
함양군은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빠르고 편리함은 지리산의 자연과 주민의 생존권과 지역을 소멸시킨다. 대도시 중심의 교통 편의는 무차별하게 진행되어 급기야 전국으로의 당일 생활권을 부르짖게 되었다. 서울에서 버스 타고 천왕봉 올라 백무동으로 중산리로 하산하는 당일치기 노선으로 인해 과거 호황이었던 구례역 노선은 이제 이용객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이번 논란이 되는 1023번 도로의 개통은 지리산 골의 소멸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길이 열리면 맨 일선에는 대기업의 대규모 위락시설이 몰릴 것이고 지역 대대로 유지해 오던 상권은 붕괴되고 소득이 없어진 주민은 지리산을 떠나게 될 것이다.
모든 사업은 토목이다. 고용 창출 효과는 공사 기간에만 잠시 되고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혜택도 없이 관광객 유치라는 허울좋은 명분만 남을 것이다. 몇 년의 호황을 보고자 무수한 세월 동안 형성된 자연 유산을 망가뜨린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늘날 생각 있는 이들은 과거와 달리 느리고 불편함으로 선회하고 있다. 도심에서와 똑같은 편리함이 아닌 개발되지 않은 날것이며 생태적인 것을 추구하는 교통이 좋아져서 잠깐 와서 스쳐가는 지리산이 아니라 불편하지만 머물고 싶은 그런 곳을 찾고 있다. 이제 지리산이 주는 진정한 느림과 불편함을 알게 하라.
함양군은 진병영 군수 취임 이후 마천면 삼정리와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를 잇는 지방도 1023호선의 국지도 승격과 미개설 도로 23.8㎞ 구간의 개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벽소령 구간 도로를 개설하면 지리산 북부 함양의 한방항노화 관광산업과 지리산 남부 하동의 해양항노화 관광을 연계하여 경남의 웰니스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목적에서다.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45㎞에 이르는 지리산 능선 종주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고개다. 벽소령을 중심으로 지리산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개설된다면 도로 건설 과정에서 지리산국립공원 한 가운데에 커다란 환경 훼손이 예상되고, 이후 차량 통행에 따라 지리산의 생태계가 동서로 단절될 것이 우려된다.
2004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덕분에 현재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 89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반달가슴곰의 핵심 서식지인 지리산 중앙부에 지리산을 관통하는 도로를 개설하고, 차량을 통행시키면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단편화되어 이들의 안정적인 서식에 커다란 악영향을 줄 것이 명백하다.
또한 도로 개설에 따른 탐방객 이입 증가로 인해 탐방객과 반달가슴곰이 접촉이 증가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우려 또한 대폭 커질 것이다. 이미 지난 5월 23일에도 벽소령 대피소 인근 탐방로에 반달가슴곰이 출현하였던 것이 근접 거리에 있던 등산객의 동영상 촬영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2014년 6월에 벽소령 대피소에 반달가슴곰이 출현하여 등산객이 위험한 상황에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근래 들어 지리산의 생태계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위협에 처해있다. 국립공원공단이 2022년 3월부터 10개월 동안 지리산 아고산대에 서식하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를 조사했더니 7만여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을 정도다. 게다가 여름철 집중호우와 나무의 집단고사가 원인이 되어 산사태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발 1,350미터에 달하는 벽소령을 넘어가는 도로를 건설하면 지리산 능선부 훼손이 심각해질 것이며 아고산대의 식생 보전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함양을 비롯한 지리산 권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으로 벽소령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지만, 지리산 관통도로 개설로 인해 교통과 접근성이 편리해지면 외부 관광객들은 당일치기 관광을 통해 함양과 지리산을 스쳐 지나가기만 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함양과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데 치중하여 새로운 도로를 개설했다가는 빨리 왔다가 빨리 빠져나가는 일회성 관광객만 유입되어 지역 상권은 붕괴되고 지역 소멸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파헤쳐 신규 도로를 개설하기보다는 관광객들이 함양과 지리산 지역에서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체류형 관광상품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우선 투자해야 할 것이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산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산이다. 1967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런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하여 두 동강으로 만드는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생태계가 촘촘할수록 앞으로 닥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리산을 있는 그대로!
이제는 멈춰야 한다!
함양군은 벽소령 도로 개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2024년 7월 17일
함양난개발대책위원회 /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