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비상사태(Climate Emergency)와 산청의료원 응급실은 무슨 관계?
동아시아 에코토피아가 산청에 왔어요
9월 15일 일요일에 동아시아 에코토피아가 산청에 왔어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환경, 난개발, 생태 이슈로 활동하는 정체불명의 아니키즘적 조직으로, 강정, 제주 제2공항, 4대강, 지리산 산악열차, 구례 양수댐 등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에 맞서는 투쟁과 연대하는 캠프를 매년 꾸려오고 있습니다. 캠프 장소를 향해 저전거를 타고 가는 바이크투어를 진행하고, 모집은 주로 SNS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바이크투어는 '골프장 멈추러 자전거 타고 가자'라는 제목으로 9월 19일에 함양 터미널에서 출발해 21일에 거제 노자산에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에코토피아가 지리산권의 난개발 이슈에 관심이 있어 작년에 산청을 방문하여 판화 워크샵을 가졌는데, 그때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산청주민 대책위원회에서 대표로 숲샘 최세현 님이 참석하셨어요. 이번 바이크투어 일정 중 산청을 들르니 케이블카에 대해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이 숲샘에게 왔어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가 궁금해서 저도 나가 보았어요.
산청군청 앞 삼청루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되어 걸려온 전화는 참여자 중 한 분이 자전거가 쓰러져서 다쳤다는 소식. 부상자와 도우미가 대포리의 도로에 남아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산청읍으로 출발한다고 합니다. 숲샘이 밴을 몰고 급히 구조를 하러 갔어요.
부상자를 싣고 산청의료원 응급실에 왔습니다. 최근 의료 수가가 올라 얼마나 나올지? 부상이 심각하진 않고, 몇군데 찰과상을 입은 거라 다행입니다. 바이크투어 일행들도 의료원으로 하나 둘 씩 도착했습니다. 산청의료원 응급실 의료진의 일사불란한 대응 덕택에 지구별 여행도중 쓰러진 기후천사 1인이 회생했습니다. 치료비는 2만원 몇 천원 정도로, 큰 돈이 청구되지는 않았습니다.
바이크투어 주최측은 안면이 있는 분이었는데, 환경운동을 같이 했던 친구가 산청에 살았던 적이 있어 예전에 만난 적이 있어요. 15년 만에 산청에서 다시 조우를 했네요. 중간에 아나키즘 집단 Crimethink.의 '모든 것을 바꾸자(Change Evething' 동영상&책자를 번역하는 프로젝트가 있어 한다리 건너 협력을 했는데, 알고 계실까 모르겠네요. 뜻밖에 산청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부상자 치료후 의료원 앞 정자에서 숲샘의 지리산케이블카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1. 추정예산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1177억에서 최근에는 2000억까지.
2. 작년 신청서는 2016년도 것을 날짜만 바꿔서 낸 것이라 산청군에서는 올해 5억 4천을 들여 환경영향평가와 설계용역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노선도 늘어났다.
3. 케이블카는 지금 상황에서 적자가 뻔하다.
4. 환경부 방침은 등산로 연계 불가이나, 최근 시천면민과의 대화에서 산청군수가 그러면 적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개방형으로 허가를 받겠다는 발언을 했다. 등산로 연계는 정상부 훼손이 불가피하다.
5. 환경부는 지자체간 단일화 후 검토, 지역 간 경쟁을 통한 도태라는 입장. 그러나 도마다 1개씩 허가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듯 하다. 그러는 동안 지자체는 사업 추진을 계속하기 때문에 예산이 낭비된다.
계속해서 한 이야기이지만, 여기에도 써봅니다. 숲샘은 산청 신등에 골프장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도 들려주셨어요. 바람 잘 날이 없군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에서는 자체 제작 '지리산 좀 냅둬' 걸개와 '골프장 멈춰' 티셔츠, 책자를 전달해 주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여 폭염의 산청군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퍼포먼스 후, 자전거로 청소년수련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방문했습니다.
동아시아 에코토피아는 함양 터미널 - 함양 대광마을 - 백암산- 산청 화계리 - 생초 대포리를 거쳐 산청읍에 왔고 진양호를 거쳐 노자산으로 향합니다. 식사는 비건이고, 잠은 텐트에서 해결합니다.
요즘의 아나키는 언플러그드가 아니라 스마트기기 친화적으로, 인터넷-sns-전자-세계에서 탈체제적 자유공간을 발견했다는 역설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류세에 남은 자연을 몸소 살갗으로 경험하는 바이크투어는 참 잼나 보입니다. 기후재앙으로 문명종말이 오기 전 한 번은 해봐야하는 버킷리스트 100을 꼽고 있다면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바이크투어를 추천합니다. 에코토피아 응원해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의 그간의 활동과 공지는
https://blog.jinbo.net/eastasia_ecotopia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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