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21(화)
 

1편 봄날


매캐한 최루탄 연기가 벚꽃처럼 피어올랐다.

수현은 날아오는 화염병이 강진 앞에서 터지는 것을 봤다.

화염병이 터지자, 강진의 바지에 불이 붙었다.


강진은 떨고 있었다.

수현이 강진에게 달려가 불을 껐다.

부지에 불이 붙어 있었다.

강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본 체포조가 강진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쳐”


수현은 강진의 손을 잡고 교문 안으로 달려갔다.

“다행이다. “잡힐 뻔했잖아.”

교문 안으로 들어와 확인해 보니 불탄 바지가 찰거머리처럼 강진에 다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바지를 떼자, 강진의 피부와 함께 벗겨졌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억… 강진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병원에 가자… 아프지…. “


“아…. 괜찮아…. “ 강진은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뭐가 괜찮아…. 아파 보이는데….”


 그해 강진과 수현은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들어왔다.

고등학교 때 말이 없고 얌전하던 강진이 시위 현장에 나온 것을 본 수현은 많이 놀랐다.


그럴 놈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수현은 집에서 학교까지 강진을 부축했다.

화상에 심해서 혼자 걷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강진은 학교 근처에 살았다. 수현은 자취방에서 강진이 사는 곳까지 매일 걸어갔다.

그렇게 수현은 강진과 벚꽃이 질 때까지 함께 걸었다. 꽃이 지자, 강진은 혼자 걸었다.


강진은 문학서클에 가입했다. 강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보다는 책하고 가까운 아이였다. 친구들이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향할 때 강진은 조용히 교실에 남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국문과에 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강진은 국문과가 아닌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지 문학서클에 가입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운동권 서클이었다. 선배들을 따라 그날 처음 집회에 나갔다 화상을 당한 것이었다.


강진의 다리에는 커다란 화상자국이 남았다. 강진이 혼자 걷게 된 이후 그들은 한동안 보지 못했다. 수현과 강진 둘 다 서클 활동에 빠져 있었다. 강진이 가입한 해방문학 동아리는 말만 문학 동아리지 “운동권 양성소”라고 불리는 유명한 동아리였다. 강진의 권유로 수현은 그 서클에 가본 적이 있었다.


서클 방은 학생회관 지하에 있었다. 수현이 지하 서클 방을 열고 들어가자 5~6명의 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선배들이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 벽에는 사회과학책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강진이 만나러 왔는데요?”


 "네가 수현이냐?"

"네"

 "강진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너 고등학교 때부터 학생 운동을 했다며?

"네……. 뭐….

그런 그것은 아니고 그냥 참교육 운동할 때 강당에서 연설을 좀 하기는 했습니다."


"대학생들 집회 때 따라다니기도 하고요"

"너 나경이를 안다며?"

네….


나경은 수현이 고등학교 때 만난 선배다. 수현은 고등학교 때 경찰서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했었다. 경찰서 앞에서 집회가 자주 있었다. 집에만 있기 심심했던 수현은 시위대를 따라가 본 적이 있었다.

그날도 경찰서 앞에서 집회하던 날이었다.


"야. 너 고등학생 아니야?"

"네….

그런데요.

고등학생이 여기 나오면 어떡해….


나경은 어린 수현이 걱정되었다.

잡히면 너 고생한다. 그럼, 누나는요.

잡히면 고생 안 하나요?

뭐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대학생이고 너는 고등학생이잖아….

상황이 달라….


뭐…. 저는 달리기 잘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딱 보니 잘 달리지 못해 경찰에게 잡힐 것 같은데요.

야. 너 누나를 뭐로 보는 거냐.

누난 절대 안 잡힌다. 왜요?

누나는 변신하면 되거든.

나경은 가방 안에 가발과 다른 옷을 보여 주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나경과 수현은 그 후로 몇 번 시위 현장에서 만났다. 사실 나경를 만나기 전에도 수현은 대학교 앞 사회과학 서점에서 일명 운동권 필독서를 사서 읽고 있었다. 철학에세이, 공산당 선언, 강철군화, 전태일 평전, 그람시나, 역사란 무엇인가 같은 책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집회에 참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연이 그런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대학생 형이 준 책이라면  수현에게 친구가 빌려준 책이 시발점이 되었다. 해직한 선생님들이 만든 거꾸로 읽는 교과서와 세계사를 읽었다.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서정주가 친일파라고”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의 글을 공부해야 하지.

“역사는 누구 입장에서 쓰는 거야? 왕의 역사와 백성의 역사는 다른 것 아닐까?


새장에서 태어난 새는 나는 자유를 모르지만, 새장으로 잡혀 온 새는 언제나 하늘을 마음껏 날던 자유가 그리운 것이다. 수현은 스스로 교실과 교과서라는 새장안에 갇혀서 진정한 자유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질문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수현은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 후 나경 선배와 몇 번 만나면서 막연하게 대학교에 들어가 학생 운동을 해야겠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어쩌면 수현에게 나경과 학생 운동은 대학에 입학해야 할 유일한 이유 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수현의 꿈은 노동운동가였다. 수현이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힘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조직을 만들어 힘을 키우고 불의 일에 대항해서 싸우는  일은 멋있어 보였다. 가난한 농부들이 연대하여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싸우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권리와 임금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 것 처럼 보였다.


수현은 전태일 열사처럼 “노동해방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대학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졌다.


교실안에 친구들이 입시를 위해 공부하던 고 3학년때

수현은  고향 마을에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임이었다.

수현이 살던 마을엔 논과 들뿐이 시골 농촌 마일이었다.

아이들 부모는 농민이었고 모두 하나 같이 가난했다.


수현은 매주 토요일 밤에 아이들과 마을회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빠 이런 모임을 꼭 해야 해요?”

“왜 우주야?”

“이상해?”

“아니"

“오빠가 이상해 보여?”

“아니”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

“세상이 그렇게 살기 어려워?”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서 살면 잘 수 있잖아?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우주는 수현보다 두 살 어린 옆집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수현을 좋아했다.

모임을 만들자고 하자 가장 반기던 아이였다.

매일 밤 마을회관에 모이던 아이들만 15명 이상이었다.

수현의 모임의 회장으로 매일 밤 아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해주거나 매주 주제를 만들어 토론하는 모임을 이끌었다. 아이들은 매주 모여서 함께 논다는 것만으로도 그 모임을 좋아했었다. 수현은 아이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회에서 나경을 만나고 나서 대학에 가야겠다고 수현은 생각하게 되었다.


 "수현아! 우리 서클에 가입하지 않을래"

"친구 강진도 있고….

"전 이미 가입한 서클이 있어요.

"아. 그래.

"서클 두 개 가입한다고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근데 선배님들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요?

우리…. 나이가 좀 있기는 하지….

학생 운동이라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거든….

네….

수현은 서클에서 나왔다.

그때 강진이 서클로 들어오고 있었다.

 수현아.  오랜만이다.

 우리 서클에 왔구나.

같이 들어가자.

내가 선배들 소개해 줄게.


아니야…. 이미 만나고 왔어….


그래….

우리 서클에 가입할 거야?

아니야.

왜?

생각이 좀 달라….

그래….

나중에 보자.”


강진이 가입한 서클은 총학생회 간부를 주로 배출하는 유명한 서클이었다.


수현은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수현은 이 서클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강진이는 알고 가입한 것일까?”

강진이 학생 운동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수현은 믿을 수 없었다.


수현이 고등학교 때 참교육 선생님들의 부당해고에 분노에 강당에서 연설했을 때 수현을 이상하게 쳐다보던 강진의 눈빛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에 가입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강진의 인생이니 개입할 일은 아니라고 수현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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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참교육 키즈의 생애 1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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