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품에 너를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지리산 품에 너를
오늘 노고단길은 특별하다.
실연 아픔을 안고 지리산을 찾은 조카와 함께
새벽 노고단 길을 올랐다.
동편 하늘 구름이 많아 붉덩이 일출은 만나지 못했지만
날은 차고 맑아 무등산 지척이고 남해바다 지척이여
손을 내밀면 가 닿을 것 같은 날이다.
골골 안개 어려 산그리메 고운 날이다.
겨울날 같지 않게 바람도 많지 않아
노고할미 곁에 서서 오래도록 섬진강을 바라본다.
저기 천왕봉, 저기 반야봉, 저기 무등산
가리키는 곳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는
조카의 얼굴도 환해진다.
그래 잘했다.
지리산 품으로 달려온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고단한 짐 다 부려놓고 한 사흘 지리산 품에 너를 맡겨 보거라.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