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법적’ 지리산산악열차, 마땅한가?
_농성 일주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 다녀와서
지리산산악열차, 마땅한가?
_농성 일주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 다녀와서
아침 8시 15분 알람을 듣고 일어났다. 아이가 방학하면 늦게 일어나니까, 아침 먹을 일이 없어서 늦잠을 잘 수 있다. 참으로 게으른, 아니 느긋한 아침이다. 사실 오늘은 보통 때보다 일찍 일어난 편이다.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알람까지 맞추어 번쩍 눈을 떴다. 15분 만에 짐을 챙겨 터미널로 나섰다.
터미널에서 멋쟁이새 차를 타고 전주로 갔다. 차에는 나와 멋쟁이새 말고도 숙과 호이가 함께 탔다. 도착한 곳은 환경부전북지방환경청. 남원시에서 지리산에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터라 지리산을 지키려는 사람들은 환경청 앞에서 부동의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었다. 농성 일주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여는데, 여기에 함께하기로 하여 우리는 구례에서 전주까지 오게 되었다.
도착하니 농성하던 주옥이 있었고, 곧 남원과 함양에서도 사람들이 쏙쏙 모였다. 내 키만 한 현수막엔 “지리산산악열차 시범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부동의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현수막에 적힌 글들이 마땅히 꼭 이뤄지기를 맘속으로 기도했다. 전주환경운동연합 선생님의 외침에 따라 우린 다 같이 구호를 외쳤다. 남원에서 오신 장 목사님은 이 산악열차가 얼마나 탈법적인지를, 얼마나 낭비인지를, 얼마나 쓸데없는지를 낱낱이 늘어놨다. 남원시는 벌써 모노레일로 600억 가까이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적자가 될 이 산악열차를 또 짓겠다고 하니, 남원 시민들은 얼마나 화딱지가 날까. 게다가 산악열차를 놓겠다는 13.22km 모든 자리의 환경 영향을 평가하지 않고 겨우 1km만 시범 사업으로 해 보겠다고 하니, 황당해 말도 안 나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리는 돌아가며 기자회견문을 읽고 자리를 마쳤다.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지만. 환경청 사람들이 부디 꼭 들어 주기를 바라며 한 자 한 자 힘을 넣어 읽었다. 남원에 사는 강은 글을 읽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보이는 지리산에 산악열차가 놓이면 정말 끔찍하고 슬플 거라고. 우리는 모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환경청이 이 얼토당토않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부동의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기후위기 시대다. 탈법적 환경영향평가서가 동의받지 못하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 기후위기 시대에 산악열차를 놓겠다며 세금까지 쓴 남원시장은 처벌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당장 이상기후로 농사도 어렵고 산불이나 홍수 같은 기후재난이 해마다 더 무섭게 찾아오는 이 시기에, 과학자들이 이미 6차 대멸종이 시작되었다고 경고하는 이 마당에, 있는 숲을 지켜도 모자랄 이때, 어떻게 숲을 파헤치고 나무를 베고 숲살이 들살이를 사라지게 하면서까지 산악열차를 놓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먹을 게 사라졌을 때 그때 가서 산악열차를 뜯어 먹겠다는 건가? 마치 국회에 백골단을 들여보낸 한 의원과 그 의원이 몸담은 당처럼 ‘뇌가 없는’ 발상이 아닌가.
우리나라 법이 정말 제대로 쓰이는 게 맞는다면, 위법한 내란 범죄자와 그 부역자들이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그 죄에 딱 맞게 벌을 받는 게 마땅하듯, 환경청이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일 또한 참으로 마땅하다. 우리는 마땅한 일들이 마땅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그게 다다. 그 어느 골골에서도 위법한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 어느 골짜기에서도 생명들이 자기 살던 집에서 쫓겨나서는 안 된다. 참으로 마땅하다. 마땅한 일이 마땅하기를 바라는 게 어찌 이리 어려운 나라가 되었나? 부디 환경청은 마땅한 일을 마땅하게 하기를 바란다. 그게 다다.
(아래, 오늘 읽은 기자회견문을 붙입니다. 힘주어 함께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전북지방환경청은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즉시 부동의하라!
전북지방환경청 농성 1주일 되는 날에
우리는 매일 말도 안 되는 일을 마주합니다. 대통령이란 자가 내란을 일으키더니, 검찰총장이었으며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은 모든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법부에 대한 테러가 자행되었음에도, 이를 비호하는 세력은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참으로 화나고 참담하며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미래가 참혹하고 암담한 오늘,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지리산산악열차로 인한 국립공원 제도의 ‘비정상’을 고발합니다. 환경부의 무능과 전북지방환경청의 어정쩡한 태도, 남원시의 멈추지 않는 개발 욕구로 인해 지리산국립공원이 무너지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지리산산악열차는 지리산국립공원 9.5km가 포함된 총 13.22km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입니다. 이곳은 국립공원이며, 백두대간보호지역이고, 천연기념물 반달가슴곰이 사는 땅입니다. 이곳은 문화재보호구역에 접해 있으며, 주민이 살고 마을이 있으며, 산사태가 빈번히 일어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남원시는 산악열차를 건설하겠다고 합니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남원시가 지리산산악열차를 말하는 그 순간부터 ‘절대 안 된다’를 수없이 반복하였습니다. 보전하자고 약속해 놓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며,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에 그들의 삶터를 짓밟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원시가 추진하는 지리산산악열차는 국립공원을 통과하므로 자연공원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협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등을 받아야 합니다. 백두대간보호법,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검토와 절차도 요구됩니다. 그러니 애초 불가능한 사업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원시는 지리산국립공원 밖 1km만을 분절하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탈법적 행위입니다. 작년 8월 8일 전북지방환경청이 지리산국립공원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것은 바로 이러한 탈법적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남원시는 작년 12월 26일 또다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전북지방환경청이 남원시가 제출한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산악열차는 13.22km에 달하는 사업인데, 이것이 어찌 ‘소규모’라는 말입니까? 13.22km를 분절해서 1km만을 사업 구간으로 정하여 협의를 요청했다면, 이를 지적하여 돌려보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전북지방환경청은 또다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를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농성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지난 1월 16일부터 시작한 농성이 1주일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전북지방환경청은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대체 탈법적 환경영향평가서의 무엇을 검토한다는 말입니까? 전북지방환경청은 검토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을 멈추기 위해 ‘부동의’해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꼼수 사업이 탈법적으로 진행할 수 없게 못을 박아야 합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지자체장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땅은 더더욱 아닙니다. 지리산국립공원은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줘야 할, 반달가슴곰 등 그곳에 사는 생명들의 땅입니다. 현세대는 그들에게서 잠시 빌렸을 뿐입니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는 농성 1주일을 맞이하며, 관련기관에 요구합니다.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을 악용하는 탈법적 행위를 감사하고, 관련기관에 엄중히 경고하십시오. 전북지방환경청은 탈법적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즉각 ‘부동의’하십시오. 남원시는 지리산국립공원을 훼손하고,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지리산산악열차 추진을 포기하십시오. 우리는 지금 진행되는 ‘지리산산악열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이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와 생명의 이름으로 탈법적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을 훼손하려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겠습니다. 또한 우리는 ‘뭇생명의 마지막 피난처’ 국립공원이 이런 허황된 개발사업에 무너지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5년 1월 23일, 전북지방환경청 농성 1주일 되는 날에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글 : 지리산사람들 삵
사진: 멋쟁이새 정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