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3-25(화)
 

수현의 아버지는 농부였다.

하지만 수현이 아홉 살 무렵 태풍으로 농사가 망하자, 공장으로 일하러 갔다.

수현에게 아버지는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사는 곳을 직접 가본 것이 수현이 초등학교 6학년쯤이었다.


수현의 아버지는 수원에 있는 공장에 다녔다. 수현의 아버지는 공장 인근에서 혼자 자취를 했다.

수현의 아버지가 자취방은 수원의 후미진 달동네 귀퉁이에 있었다.

수현이 사는 곳에서도  이런 집을 본 적이 없었다.


두 평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방안에는 수현의 아버지 석태가 먹고 남은  소주병이 늘어져 있었다.

벽에 붙어 있는 옷걸이엔 석태가 입고 다니는 작업복과 집에 내려올 때 입는 잠바 한 개가 걸려 있었다.

낡은 작업복 사이에 흰색 와이셔츠 하나가 유난히 희게 보였다.


수현이 아버지가 자취방 방문을 열었을 때 불쾌한 냄새가 수현의 코를 찔렀다.

수현이 생각하기에 아버지는 항상 성실한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왜 이렇게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어린 수현은 알 수 없었다.


수현은 눈물이 났다.

“정직과 성실의 대가가 이런 것인가?”


어린 수현은 세상의 모두 부조리하게 보였다. 학교에서는 늘 근면 성실을 강조했다.

그리고 누구나 열심히 살면 부자로 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수현이 본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린 수현은 아버지와 아침을 함께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수현의 아버지는 늘 새벽이면 논과 밭으로 일을 나갔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 갔어요. 엄마”

“아빠. 일 나가셨어”

“벌써요?”

“응”

“아빠는 매번 이렇게 새벽에 일을 나가요….”“아빤 안 힘들어”

“ 야. 너희들 먹여 살리려면 우리 집 농사일로는 힘들어….

다른 집 일도 해야 하니까 우리 집 일은 일찍 끝내야지. ”


그런 아버지가 가난하다면 세상이 문제가 있다고 수현은 생각했다.

그래. 세상은 뭔가 잘못되었다.


바꿔야 해….수현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수현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농사를 지었다. 아버지가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수현은 아버지에게 존대해야 했다.

10여 년 만에 만난 아들이 낯설기는 석태도 마찬가지였다.


수현의 아버지는 봄 여름 가을에 농사일했다. 수현은 아버지의 함께 농사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아버지보다 힘이 센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아버지 무거운 것은 제가 옮길게요!"

수현의 아버지 석태는 자기보다 키가 크고 힘센 아들이 듬직했다.


석태는 겨울엔 공장에서 일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석태는 트럭에서 떨어졌다.

트럭에서 떨어지면서 수현의 아버지는 부상을 입었다.


석태는 부사장이 산재 처리를 하면 공사 발주가 어렵다며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아도

병원비는 모두 부담하겠다고 하자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


수현이 산재 처리를 해달라고 해야 한다고 했지만, 석태는 이런 수현을 말렸다.

수현의 아버지는 몇 번의 개복 수술을 해야 했다.


첫 번째 수술비는 회사에서 부담했지만, 두 번째 수술 이후에는 회사 사람들은 나와 보지도 않았다.

두 번째는 그때 사고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합병증으로 수현의 아버지는 방밖에 나오지도 못했다.

수현의 어머니는 아픈 아버지를 챙기고 농사까지 짓느라 힘들어했다.


“내가 못나서 미안하다. 수현아..”그 후 수현의 아버지는 매일 술을 먹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수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길고 긴 겨울이 가고 눈 녹은 물이 지붕에서 떨어질 때 수현의 아버지는 제초제 먹었다.


농약을 먹은 석태는 수현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못난 아비라서….수현의 아버지 석태는 쉰아홉 살 짧은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컴컴한 시골 밤 석태의 상갓집만이 환하게 빛났다.


“수현아,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도 없다.”


“일제때 부모 다 여의고 혼자서 이제까지.”니 아버지가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아이고…. 세상도 무심하지…. 덕산댁은 어찌하라고….장례식 내내 수현의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정신이 나간 것인지…. 멍하니 땅만 보고 있었다.


강진과 지숙은 수현을 찾아왔다. 별말 없이 그들은 울고 있는 수현을 바라봤다.

"기운 내요. 수현 선배"


귀퉁이에 남은 눈을 녹이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석태가 남긴 흔적이라도 지우는 듯이….


”하늘도 무심하지. 비까지 내리고. 상여꾼들은 꽃샘추위에 비까지 내려 꽁꽁 온 손을 연신 문질렀다.

아버지의 관이 이윽고 땅속으로 들어가자, 수현은 세상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아빠….”수현은 이승에서 사라지는 아버지를 봤다. 

수현은 흘러내리는 눈물은 훔쳐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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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키즈의 생애 6편 정직과 성실의 대가가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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