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盡日尋春不見春)
짚신 발로 온 산을 헤매며 구름만 밟고 다녔네(芒鞋踏遍 頭雲)
집에 돌아와 우연히 매화나무 밑을 지나는데(歸來偶過梅花下)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春在枝頭已十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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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입춘 무렵이면 찾아 읽어보는 「尋春」(심춘)이란 선시입니다.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 마음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보름 전에 보았던 얼음새꽃 자리를 가보았습니다.
행여 몇 송이 더 피었을까 기대했는데 올라오던 새싹들도
움츠린 채 얼어버렸습니다.
돌아와 보니 마을 쌍산재 매화 몇 송이 반짝이네요.
이 추위 지나면 방긋방긋 터지겠습니다.
혼탁한 이 나라도 저 숲의 얼음새꽃처럼 언 땅을 뚫고
환히 꽃 피는 봄이 오길 기원합니다.
섬진강 / 김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