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을 찾아온 가창오리의 모습. 생명들의 터전인 산과 강, 자연은 모든 것을 차별 없이 품어줍니다. 어쩌면 차별은 인류만 가지고 있는 특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 강자만 자연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실제 관찰해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맹급류나 육식성 생명은 종 분류상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하지만 맹급류가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가 하고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무리지어 다니는 새들은 어쩔때는 맹급류도 무서워서 도망치게 만들곤 합니다. 호랑이도 다 자란 멧돼지를 잘못 건드리면 죽을수도 있다고 하니 강자가 늘 이긴다는 법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서로 뭉치고 연대하는 것이 더 강하고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뭉쳐있는 단위가 또 다른 권력이나 힘, 강자가 되는 것 아니냐 한다면 뭐라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결과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 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연에서는 모든 것이 불규칙하고 비선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연은 곡선이지만 인간만이 직선을 만들어 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직선을 말하는 것이 아닌 곡선의 미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합니다.
▲ 수달이 동자개를 먹고 있습니다. 가시가 있어서 먹기가 까다로운지 한참을 실강이를 벌였습니다.
▲ 마당을 나온 거위가 큰기러기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덩치가 더 큰고 색이 다르지만 친구가 되었습니다.
▲ 앞에 있는 친구가 큰기러기 그 뒤가 거위입니다. 위에 있는 친구는 큰고니입니다.
작년 겨울부터 보이던 ‘마당을 나온 거위’는 큰기러기와 친구가 되어서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큰기러기는 1월부터 30마리 이상이 찾아와서 섬진강 일대에서 겨울을 나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마당을 나온 거위’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요즘보면 항상 2마리가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다른 무리는 날 수가 있어서 먹이를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지만 친구인 거위가 날지를 못하니까 본인도 날아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무리가 돌아오면 거위를 데리고 무리에 합류해서 함께 다닙니다. 종 분류상 서로 가까운 관계이긴 합니다. 보통 거위가 흰색이어서 고니를 조상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실제로는 ‘개리’가 거위의 조상입니다. 개리는 기러기류에 속합니다. 그렇지만 거위와 혼동되기 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개리의 영어 이름도 ‘Swan Goose’입니다. ‘백조거위’인 것이죠. 그래서 개리는 먹이를 먹는 습성도 고니와 비슷하다 합니다.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백조의 순우리말이 고니인데 고니인 이유는 곤~ 곤~ 하고 울어서 곤이>고니로 지어졌다 합니다. 보통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백조’는 혹고니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고니의 이름만큼은 잘 지어준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봄꽃 축제의 소식이 들리는게 봄이 오고는 있나 봅니다. 야생화가 피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이제 철새들이 하나 둘 떠나겠지요. 외눈박이 말똥가리도 고향을 찾아 떠날것입니다. 2025년의 겨울을 기다리며 부디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꿈을 이루고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 외눈박이 말똥가리입니다. 2022년부터 관찰되고 있는데 왼쪽눈을 다쳤습니다. 3년간 계속해서 섬진강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올 겨울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PS. 3월 10일 섬진강을 잠시 돌아봤는데 고니 한 마리가 혼자서 수면 위를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왜 혼자일까?’ 하고 쌍안경으로 보니 ‘마당을 나온 거위’였습니다. 이제 자연에 적응하였는지 수면위를 날아가는 정도는 할줄 아는가 봅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박 속았습니다. 잘 살아갈 것 같아 기쁩니다.
▲ 수면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호사비오리, 물 위서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물 위를 달려야 합니다. 땅에서는 치고로를 단단한 바닥이 있지만 수면은 그렇지 못해서 빠르게 달려야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