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네의 사사롭지 않은 사토리 4-1. 청정 차황에 골프장이 웬 말이냐
골프장 예정지 차황면 우사리 산 40번지 야생동물 추적기
안녕하세요.
지리산 산청 소식을 전하는 포네입니다, 요즘 산청에 연일 비보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리산케이블카의 꾸준한 추진 소식에 이어, 차황면 골프장 추진, 양수발전소 유치 주민설명회까지. 어제(3월 21일)는 지리산 자락에 대형산불까지 일어났어요. 가장 핫한 소식인 산불은 제쳐 두고, 20일에 골프장 예정지인 차황면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에 가서 야생동물(포유류) 조사를 했던 이야기를 전합니다.
예정지 맞은편 철수마을 주민들이 환경단체의 자문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지리산케이블카반대산청주민대책위원회 최세현 대표, 민영권 집행위원장, 진주환경운동연합 정은아 사무국장과 함께 3월 11일 철수마을을 방문하여 현재 상황을 들었습니다. 차황면은 친환경 메뚜기쌀 재배단지인데, 골프장이 들어선다면 지하수 고갈과 농약 피해, 산림훼손이 우려됩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떠올랐습니다.
◦골프장 예상 규모는 27홀로, 1일 1,800톤의 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경사도가 급하기 때문에 지하수 함양률이 낮아 개발가능량이 829톤/1일 (남산, 정수산, 효염봉을 이은 약 10 제곱킬로미터의 집수구역 기준. 철수마을 포함)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사용하고 있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이미 1일 200톤 이상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주민들에 의하면, 수달, 담비, 삵, 수리부엉이가 흔히 목격된다고 합니다.
◦입목축적 기준 초과. 산지관리법은 전용하려는 헥타르당 입목축적이 산림 기본 통계상의 관할 시군구의 헥타르당 입목축적 이하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사리 산 40번지 일원은 송림이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송림개발(주)가 예정지를 몇 년에 걸쳐 사들여 작년 7월 ‘군관리계획(관광휴양형 지구단위계획) 입안제안서’를 제출했고, 군에서는 11월 군관리계획 입안 제안에 대하여 반영을 결정했습니다. 2월 11일에 주민설명회도 있었는데, 주민들 대부분이 화가 나서 중간에 나와 버렸다고 합니다. 군에서는 절차상 할 일은 하였다는 식이지요.
이런저런 상황을 듣고, 용역업체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를 하기 전에 미리 반대 측 주민 쪽에서 전문가를 모시고 생태조사를 진행하여 이의제기를 위한 든든한 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일에 야생동물 추적 전문가인 하정옥 님과 정정환 님이 오셔서 마을 주민 세 분과 동행해 예정지를 조사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목격할 필요는 없고, 흔적(배설물)을 찾으면 된다고 합니다. 목표로 하는 생물은 법정보호종 삵, 담비, 수달, 하늘다람쥐.
먼저 예정지 아래 시내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습니다. 주로 교각 아래의 돌 위에서 똥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안전지대에서 똥을 누는 수달.
예정지 입구에 오동나무가 있었습니다. 목질이 부드러워서 딱따구리가 구멍을 잘 팝니다. 까막딱따구리가 살고 있을까요? 오늘의 목표는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입니다. 딱따구리 둥지에 하늘다람쥐가 잘 산다고 합니다. 나무 아래에 쥐똥이 떨어져 있으면 하늘다람쥐 똥이라고 합니다. 족집게 도사일까요? 쥐똥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을 찾아 산으로 들어갑니다. 중간에 고라니, 노루, 멧돼지, 오소리, 족제비, 다람쥐, 청설모의 흔적도 보았습니다. 노루가 비빈 흔적이 있는 나무들과 쉬어간 자리가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담비의 똥은 어디에? 담비는 능선을 따라서 잘 이동하며, 능선의 바위나 쓰러진 나무 위에 흔적을 남겨서 영역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돌은 별로 없어서 나무 위를 열심히 보고 다녔습니다. 심봤다! 드디어 찾은 담비 똥. 고욤의 씨앗으로 족제비와 구별됩니다.
이제 삵의 흔적만 찾으면 됩니다. 근처 주민의 개가 삵을 잡아 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삵은 드러난 산길에 똥을 잘 눈다고 합니다. 오래된 임도를 찾아 걸었으나 하얗게 변색한 개똥만.
꼭대기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반대편에 대규모로 벌목한 자리가 있더군요. 산꼭대기에 서 있는데, 주민들이 도에 제기한 민원이 군으로 내려와 주민대책위 대표에게 답신이 전달되었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현재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산을 내려오며 임도에서 삵의 똥 발견. 자동차를 주차해놓은 그 임도에 많이 있더군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보람찬 산행이었습니다. 동행한 주민 한 분은 오부면 파출소에서 오래 근무하시다 퇴직한 경찰이었습니다. 정찰대원으로 근무하며 산청 곳곳, 야산 곳곳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보람찬 산행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저도 톰 브라운의 <추적자Tracker>를 어렸을 때 읽었는데, 저자인 톰 브라운이나 인디언 할아버지, 추적자를 만나서 야생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 로망이었죠. 꿈은 이루어지나 봅니다. 30년 뒤 야생이 멸종위기가 될 때 이루어질 줄은 몰랐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