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 화엄매 소식을 보내네
지리산 산불 소식 때문일까,
이맘때면 자리다툼까지 하던 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이지 않고
꽃구경 나온 이들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 화엄사 홍매 그늘이 훤하네.
언제나 꽃이 볼만하겠냐 물어오지만
요사이는 두서없는 날씨 탓에 꽃 피는 때를 예측하기가 어렵구만.
예년 같으면 진즉 피었을 3월 19일까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애태우더니
3월 21일부터 20도를 넘는 날씨가 5일 계속되자 사흘 만에 꽃들이 한꺼번에 확 피었다네.
지난해에는 3월 8일에 피기 시작해서 만개까지 8일이 걸렸는데 올해는 단 3일 만에
확 피어버린 것이네.
그렇게 일시에 피다 보니 꽃빛도 꽃송이들도 탈모가 시작된 내 머리처럼 듬성듬성 휑한 것 같네.
화엄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을의 꽃들도 미친 듯이 피어나네.
하룻밤 사이에 윗집 모란이 피고 옆집 살구가 피고 아랫집 앵두가 피니 벌들이 과로사 하겠네.
두서없는 횡설수설 문장으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편지 같은 날들.
여드레째 지리산불은 오늘도 다 꺼지지 않고 지리산을 태우고 있네.
문명의 이기심이 불러온 이상기후 때문에 모든 생명들이 곤혹스러운 날들이네.
그나마 산불은 눈에 보이는 만큼 물로라도 끌 수 있다지만
보이지 않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 마음속 이는 천불은 어찌 끌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