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마을]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대선 후보 4인의 기후 공약 짚어 보기
대선 후보 기후 공약 좀 봐 주세요
기후 공약을 왜 봐야 하느냐고요?
폭염, 가뭄, 집중호우, 산불 같은 기후 재난이 해마다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기후 문제는 우리의 생명, 건강, 생계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지요. 게다가 기후 공약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일자리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먹을거리 주권을 지키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도 연결되는 핵심 의제입니다.
그러니 대선 후보들이 기후 문제를 얼마나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는지는 그 자체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보여 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분야별로 기후 공약을 살펴봤습니다. 보고 판단해 주세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부터 똑바로 세워야
세계 각국은 5년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 것인지를 담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21대 대통령은 최소 10년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짜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될 겁니다. 그러니 이들의 NDC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기후 공약을 따져보는 첫걸음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하여,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기에 무척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2035년 70%, 2040년 85%, 2045년 95% 등 시기별 감축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능한 한 초기에 많이 감축해야 한다”는 국제적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에너지 집중 vs 분산
-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민 주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사업을 ‘햇빛·바람 연금’이라 칭하며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개선과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도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사실상 서해안의 재생에너지와 동해안의 원전·석탄발전 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요? 에너지 분산과 자급 노력 없이 전력망을 늘리겠다는 공약은 지방의 에너지 착취만 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 등에서 에너지 관련 정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산업단지와 대규모 전력 사용 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혀 에너지 분산에 힘을 실었습니다. 또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60%로 높이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해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확대냐 탈핵이냐
- 이재명 후보는 원전에 대해 “위험한 에너지”라면서도 기존 원전과 수명 연장이 가능한 한 원전은 계속 쓰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현재 30%대인 원전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계획 중인 대형 원전 6기를 차질 없이 완공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용화를 앞당기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탈핵기본법’을 제정해 204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했습니다.
- 그런데 TV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발전비용 등을 근거로 ‘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것과 달리, 5년 뒤 한국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미국 국립연구소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커질수록 싼 발전원”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부 조직 개편 방안?
- 이재명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고, 김문수 후보는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개편해 기후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이준석 후보는 환경부를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와 함께 건설교통부로 축소 개편하겠다고 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해당사자 참여를 늘린 ‘탈탄소사회전환위원회’ 설치,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연구기관을 설립,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를 ‘재생에너지공사’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기후 재난 시대에 더 중요해진 생물다양성은?
- 이재명 후보는 산불 발생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 보호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의 장기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생태보호지역을 국토 및 해양의 30%까지 지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두 후보는 관련 공약이 없었습니다.
신공항 건설?
- 이재명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하는 전략적 목표와 지역 소외, 정치적 혼란 이런 것들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다”라며 보완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 김문수 후보는 지난 13일 부산 집중 유세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반드시 해내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 권영국 후보는 “가덕도는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246배, 새만금 공항은 610배나 높은 지역”이라고 주장했으며, 전국의 신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망스러운 기후 공약
후보마다 기후 공약에 대한 평가는 다르지만, 다수 후보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기후불평등 해소, 취약계층 보호, 지역 회복력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정책 비전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다고 평가받았습니다. 여러 기후시민단체의 지적처럼 다수 후보의 기후 공약은 “기후대응 재정 확보 방안, 농민·노년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농업·노동·산업 구조 개편 방안, 식량 위기 대응 전략” 같은 핵심 쟁점이 제대로 담기지 않아 우리 정치권이 얼마나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한지를 보여 줬습니다.
다음 대통령, 보이십니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AR6)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온실가스 감축이 실패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과 함께해야 안전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요?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