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주민 피해 사례를 모아보면 모두 같은 문제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주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의 수량이 줄고 수위가 낮아진 것 같다는 것.
물이 많아 논 농사 하기 좋은 땅, 일명 구렁논이 덕교마을과 생수공장 사이에 있었는데 지금은 말라서 없어져버렸다. 지하수를 틀면 황토물이 나왔고 수량도 이전처럼 충분히 나오지 않아 펌프를 교체해야 했다. 게다가 마을의 역사를 함께 한 나무 2그루가 죽었다. 송정마을의 상황도 비슷하다. 8가구가 공동으로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수압이 낮고 물이 자주 끊기기 시작했다. 전문업자에게 수리를 의뢰했더니 “새로 더 깊이 재설치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대포마을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정 용수로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10년 전부터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상수도를 사용한다. 홍계마을 주민은 해발 450m에 살기에 지하수 고갈을 더 생생히 체감한다고 말한다.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이라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2000년부터 계곡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다. 2010년 겨울부터는 외부에서 물을 길러와 사용해야 했고, 결국 2년 전에는 평생 살고 싶었던 곳을 팔 수밖에 없었다.
지하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즉, ‘순환하는 물’이지 ‘무한한 저장고 속 물’이 아니다. 들어오는 물보다 나가는 물이 많으면 결국 바닥을 보인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한 번 마르면 회복까지 수백만 년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지하수는 수백 미터 깊이의 지하 암반층에 저장된 “고대의 물”이다. 언제부터 저장되어있는 물을 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의 책 [2050 거주불능 지구]에 나온 문장은 이렇다.
“인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뭄 사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표 아래의 물 저장고인 ‘대수층’을 정신없이 빨아내고 있다. 하지만 대수층이 쌓이는 데는 수백만 년이 걸리며 결코 빠른 시간 내에 복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수층이 이미 물 공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 본래 150미터 깊이에서 물을 끌어올리던 수원에서 물을 얻으려면 이제는 그보다 적어도 2배는 더 깊이 펌프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청군의 취수량은 하루 5,682m3에 달한다.(2024, 환경부) 남원시 1,190m3/일, 구례군 530m3/일, 하동군 1100m3/일에 비하면 월등하게 많은 양이며 심지어 제주특별자치도(4,700m3/일)보다도 많다. 산청군 내 먹는샘물 취수정 27개소는 전국의 10.0%, 일일 취수허용량은 5,955m3로 전국의 12.3%를 차지한다 (2022, 환경부).
산청군에 물이 넘쳐 흘러서 많이 뽑아내도 문제가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2023~2032)를 보면 산청읍을 기준으로 동서남북에 위치한 면 단위에서 수량관리 등급 1등급(주의), 2등급(경계) 지역이 고루 분포해있는 걸 알 수 있다. ‘지하수 총량관리 제도’란 지하수 개발가능량을 조사‧분석하여 이용가능한 지하수 총량 범위를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도록 이용량과 신규 개발을 조정‧관리하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산청군은 ‘지하수 이용량이 80%를 초과하는 읍‧면에 대하여 지하수 이용량 관리지역으로 설정하여 단계별로 규제방안을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에 산청군은 10개 마을을 심각(100% 초과)한 지역으로 분류했는데, 그 중 삼장면 덕교리와 시천면 원리에는 먹는샘물 공장이, 금서면 매촌리에는 식용얼음 공장이 있다.

(산청군 지하수 관리계획 개발가능량 대비 이용량 지도)
그런데 어째서 경남도는 삼장면 지역에 위치한 생수공장의 취수 증량을 임시허가해준 것일까. ‘지하수 이용관리 경계 1등급 및 2등급’ 지역인데다 현재 생수공장 두 곳에서 하루 1천톤을 취수하고 있는 곳인데 말이다.
지자체의 지하수 관리에 구멍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 아닐까.
‘삼장지하수보존비상대책위원(위원장 표재호)’(이하 대책위) 역시 바로 이 지점, 주민들은 너무도 명백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지자체가 취수 증량을 허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면서 추가로 600톤 취수 증량을 신청해 임시 허가받은 ㈜지리산산청샘물. 주민들은 이 기업이 제조 허가를 받은 1996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취수하면서도 주민 피해를 조사하지 않았고, 환경영향조사에 주민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음에도 ‘연장 허가’를 받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환경영향조사의 비용은 ㈜지리산산청샘물이 대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부패의 맛> “물을 거래하다” 편을 보면 정확히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미시간주에 생수공장을 세우고 취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하수 양수량을 2배 늘리겠다고 증량 신청을 한다. ‘물을 지키는 미시간 주민들’ 단체에서는 이 양수 때문에 분수령이 망가졌다고 주장하며 반대한다. 주민은 취재진을 치페와크리크 상류에 데려간다. 노출되어 있는 나무 뿌리를 가리키며 원래대로라면 물이 차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타운 매니저는, 자기는 네슬레 편이라며 주민들이 늘 이런 이야기뿐이라며 불평하듯 말한다. 계곡 수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보고 수량이 줄어든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이 지역에서 50년 넘게, 거의 평생 살아온 주민들은 전적으로 확신한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계곡과 개울이 양수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에
2019년 5월, 네슬레는 미국 지질조사국이 치페와크리크와 트윈크리크의 수량을 감시중이라고 밝혔다. 엄밀히 말해 이 감시는 미시간 환경 및 호수 에너지부의 관할이다. 그런데 그 감시의 비용을 대는 것이 바로 네슬레다. 대중의 반대를 잠재울 제 3자의 객관적 데이터를 원하는 이도 바로 네슬레다. 바로 이 지점. 그러니까 ‘누가 비용을 대느냐’의 문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의 공정성과 과학성’이 담보되느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한국에서도 생수 공장의 취수가 지하수 수량, 수위 등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느냐의 여부를 조사하는 ‘환경영향조사’를 시행하는 비용을 생수공장이 내고 있다.바로 그 환경영향조사를 근거로 지자체는 취수 및 증량 등을 허가한다. ㈜지리산산청샘물이 현재 600톤을 취수하고 있으며, 주민 피해가 심각한데도 지자체가 600톤 추가 증량 허가를 내준 것은 ‘환경영향조사’ 결과 상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중 '물을 거래하다'편)
더 나아가서. 환경영향조사 상 문제만 없으면 취수가 가능해야 할까? 여기서 또 빠진 것이 주민수용성이다. 과학적 근거만 확보되면 지하수의 무한정한 취수가 괜찮은 걸까? 과학적 근거도 신뢰성의 문제가 있지만 이를 넘어서서 '주민의 생각'과 '주민이 느끼는 환경 변화'를 고려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공정성과 유효성이 담보된 '환경영향조사와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공공성과 주민 피해 상황을 고려한 행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적어도 생수공장이 100% 비용을 대는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그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은가.
결국 지자체는 주어진 결과값을 가지고 소극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벗어나 지하수 문제의 적극적 해결과 보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더해서, 지하수 보존과 관리를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 지자체에게만 모든 권한을 넘겨서는 안된다. 결국, 주민과 행정이 중심이 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지 않을까?
다시 책 [2050 거주불능 지구]로 돌아가보자. 저자는 오늘날 물 부족 위기가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말한다.불가피하거나 필연적이거나 역량을 넘어서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편의상 선택한 문제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부의 태만과 무관심, 부실한 기반 시설, 수질오염, 무분별한 도시화와 개발 때문에 자원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물 부족 위기를 반드시 겪을 필요가 없음에도 어쨌든 겪게 됐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