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1750177547087.jpg

 

[달아의 세통내통] - 빛의 음률이 전해지는 하지제를 꿈꾸며

 

 

, 아침 하늘빛 참 좋다.’

 

요즘은 개구리소리로 창문을 닫고 새소리로 창문을 여는 유월이다. 반팔에 얇은 웃옷 하나 걸치면 살랑대는 바람결에 기분 산뜻해지는 아침과 저녁. 하지만 낮이 되면 커피에 얼음 퐁당 넣어 에어컨 호다닥 켜고 한 모금 마시고픈 요즘. 그 날씨의 스펙트럼 어디쯤엔가 하지가 있다. 하지(夏至)는 북반구에서 낮이 가장 길며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은 날이다. 그래서 북극에선 해가 하루 종일 지지 않고 남극에선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지 않는 극야의 시간이다.

 

인간의 삶에 해는 얼마큼 중요할까? 갑자기 지난 겨울 읽은 쓰시마 유코의 소설 <빛의 영역>이 생각났다. 그녀가 느끼는 빛의 영역에선 한 여자가 남편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을 공간적 메타포로 그리고 있다.

 

창밖으로 하늘을 잠시 바라보곤 어젯밤부터 불려놓은 세탁기 빨래를 돌린다. ‘, 빈속에 커피는 이제 안 되는데하면서 물을 올리고 만다. 중독이란 습관의 깊은 방아쇠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당겨지는. 그 방아쇠와 함께 폰이 울린다. 좋아하는 동생에게 온 전화다.

 

언니, 하지제에 개맹이 참석은 어려울 것 같아. 빠지는 인원이 좀 있네.”

총무를 맡고 있는 그녀의 아쉬운 목소리에 애살이 느껴진다.

 

산청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지인들이 지난 5지리산작은음악회에 이어 골프장 예정지인 차황면 철수마을에서 반대를 소원하는 하지제를 연다. 그 때 풍물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결국 성사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 밥 먹는 모임에서 해당지역을 둘러보며 반대대책위원회 이야길 들었다. 그곳은 황매산의 넓은 품이 울타리로 어우러진 산청 유기농 쌀의 대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하지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작년에 이어 산청청년모임 있다도 하지제를 한다. ‘서로 마주보고 같이 노래하며 웃는 시간에 초대한다는 초대장도 받았다.

 

하지에 노래를 부르는 문화는 스칸디나비아 전통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에선 국경일로 기념한다. 그들에게 해가 가장 오래 머무는 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겠지. 과연 빛이 주는 에너지의 영역은 얼마나 깊을까? 지하보다는 지상을 우러르는 무의식의 원형은 어떤 걸까?

 

지난 일요일 강변시네마에서 상영하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All We Imagine as Light)”을 봤다. 발리우드 3대 칸의 영화를 훑으며, 한 때 샤룩칸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대다 아미르칸으로 종착지를 찾은 나에게 산청작은영화관에서 보는 인도 영화라니. 하하.

 

1 아들을 임신하기 전 갔었던 뭄바이. 해가 떠오르던 아라비아해와 사납게 달려드는 원숭이, 호기심과 긴장감이 감돌던 도비가트와 깨끗한 화장실로 기억되는 타지마할호텔이 움직이는 gif파일처럼 떠오르는 그 뭄바이의 새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뭄바이로 일하러 온 세 여자의 삶을 중심으로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 갈등 없이 잔잔함 속에서 남는 긴 여운은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겠지. 당장 사회적 부조리나 불평등 문제를 위해 강렬한 행동을 보이진 않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일상적 생활 내에서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주인공들이 감독의 연출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그들은 하루하루 조금씩 자신의 길을 나아가고 연대한다.

 

해변의 동화같은 조명아래서 하얀 파도가 넘실대던 칠흑 같은 바다를 바라보던 세 주인공을 떠올린다. 상처와 결핍이 성장의 시간으로 되기까지 치유와 돌봄의 시공간으로 자리할 빛의 영역,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그 모든 것들을 꿈꾸며 올해의 하지제를 기다린다. 알맞게 식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달아의 세통내통] - 빛의 음률이 전해지는 하지제를 꿈꾸며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