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부와 지리산 케이블카

구례군이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성삼재 주차장(사진: <지리산인> 김인호).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기후’라는 단어를 두 차례 썼습니다. “기후위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산업 대전환을 압박”한다고 했고, 이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조속히 전환”하겠다고 했습니다. 후보 시절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답게 기후위기 인식이 담긴 연설문이었습니다.
물론 기대가 있다면 걱정도 있겠지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라며 내세운 성장 주도 경제 정책들이 기후위기 대응 공약과 충돌할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선진국의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4대강 재자연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실현 방안 마련” 등을 분명히 약속한 대통령이기에, 우리나라 첫 ‘기후정부’라는 평가에 걸맞게 방향을 잡아 나갈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큽니다.
역대 첫 ‘기후정부’에 케이블카 떼쓰기?
그런데 우리 구례에서는 지난 13일 산동면 지리산국립공원 성삼재 주차장에서 지리산 케이블카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구례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김순호 구례군수도 참석해 케이블카 사업을 지지했습니다. 추진위는 다가오는 12일엔 지리산 케이블카 승인 촉구 결의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여기저기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지리산 케이블카 촉구 목소리는 첫 기후정부가 될 거라 평가받는 이재명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복원” 정책을 약속하며 “산불 발생 지역 생물 다양성 복원 추진, 육지와 해양의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단계적 확대”를 내걸었는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생물 다양성을 해치는 데다가 나아가 생물 다양성 보호구역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과 새 정부의 약속을 무시하는 사업이 아닌가요?
진짜 대한민국과 진짜 지역 경제 생각한다면,
경제성도 없는 케이블카 매달릴 까닭 없어
이제는 많이들 아시다시피 케이블카는 생태계 다양성을 위협할뿐더러 경제성도 없습니다. 전국 관광 케이블카 41곳 가운데 38곳이 적자이며, 한때 케이블카의 모범 사례로 불린 통영 케이블카도 2023년에는 탑승객이 이전의 1/3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 39억 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2021년 개통한 전남 해남 명량 해상케이블카는 개통 첫해부터 15억 원의 영업 손실 이후 계속 적자이고, 2013년 개통한 밀양 얼음골케이블카는 첫해 매출 이후 해마다 10억 원 이상 적자이며,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2020년 기준 10억 3,900만 원 적자,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23억 6,000만 원 적자 등 경제적으로도 지역에 득이 되기 어렵다는 사례가 수두룩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이 중심이 되는 진짜 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새 정부의 기준에 지리산 케이블카는 국민을 중심에 둔 정책도, 기후정부의 위상에 맞는 정책도, 진짜 변화로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부로부터 일곱 번이나 부결 또는 반려를 받아 온 지리산 케이블카를 계속 고집하는 건 지역에도, 나라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약속했던 ‘기후에너지부’가 곧 새로 꾸려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세우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을 보건대, 케이블카 사업은 생태적이든 경제적이든 어떤 측면에서도 기후에너지부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기후정부에 걸맞은 기후지방정부
대한민국은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의 당사국으로서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육상 및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 등으로 보전·관리, 훼손된 육지 및 해양 생태계를 최소 30% 복원 등”의 실천 목표를 이행해 가야 합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설치해 국립공원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이는 국제적 망신이며 이재명 정부의 신인도 또한 낮아지겠지요.
지금은, 구례군을 포함해 모든 지자체가 기후정부에 걸맞은 지방정부로서 기후 정책을 펴야 할 때입니다. 새 정부가 더 나은 기후 정책을 펴도록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판에 기후정부의 첫걸음마저 방해해서는 안 되겠지요. 구례가 우리나라 첫 기후지방정부의 모습을 보여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버들(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