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을 돌아보며, 고을고을 숲 교육의 필요성
경남 산청·하동과 경북 의성·안동·영덕 둘레로 퍼져 나간 산불이 지난 3월 30일 열흘 만에 꺼졌지요. 그때 바닷가 주민들은 “앞은 바다, 뒤는 불바다”였다며 얼마나 막막했는지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불은 4만 8,236㏊를 태웠습니다. 사람 서른 명이 죽고 마흔다섯 명이 다쳤으며 죽은 동식물을 다 따지자면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산불이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커진 데 대해 고온 건조해진 날씨와 강풍만을 탓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때 불을 잡지 못한 행정과 산림청의 몇몇 사업이 국가 재난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산림청의 임도와 숲가꾸기 사업이 산불 키운다”
몇 해 전부터 기후위기로 봄 산불은 더 늘어나고 강도가 세질 거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산림청은 예방도 대응도 실패했고, 오히려 또다시 ‘임도’ 카드만 들이밀었습니다. 산불 현장을 찾은 산림청장은 임도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국립공원에까지 임도를 놓자고 주장했습니다. 산림청은 임도를 새로 놓는다며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요, 임도가 정말 산불을 미리 막거나 커지는 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될까요?
임도가 있으면 산불을 끄는 차량이 좀 더 쉽게 불을 끄러 드나들 수도 있겠지만, 임도가 오히려 산불을 키우는 바람길 역할을 하므로 현장에 맞게 진단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정말로 이번 산불 현장을 찾아가 조사한 이들은 “산림청의 말과 달리 임도를 사이에 두고 양옆이 그대로 불탄 현장을 확인했다.”라며 산림청의 임도 확대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임도보다 더 문제로 지적되는 산림청의 사업은 소나무 위주의 인위적인 ‘숲가꾸기 사업’입니다. 이번 경북 산불과 산청 산불을 분석한 부산대 홍석환 교수는 강한 피해를 본 수림대의 92%가 침엽수림이고, 활엽수림은 약 2%에 지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억지로 정리된 땅은 바람길이 되어 산불을 잘 퍼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소나무를 심은 숲은 산불 크기나 퍼지는 면적으로 볼 때 활엽수림보다 크고 넓었습니다. 오히려 활엽수림대는 산불이 더 커지지 못하게 막는 방어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산림청의 30년 숲가꾸기 사업 결과 숲이 자연스럽게 활엽수림으로 바뀌지 못했으며 큰 산불의 원인이 된 게 아닌가요?
사진1. 하동 두양리 임도 둘레 산불 현장. 임도가 산을 돌아 만들어져 있는데도 산불이 커지는 걸 막지 못했고 소나무림이 다 불에 탔다.(출처: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사진2. 지리산국립공원 구역 안의 산불 현장. 산림청이 숲가꾸기를 한 지역과 달리, 산불이 지표면만 태우고 지나갔다. 활엽수림은 산불이 나무를 타고 가지 끝까지 올라가는 수관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산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출처: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불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후위기로 해마다 평균 기온이 오르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늘면서 전 세계에서 산불 피해가 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계속 임도만 늘리자 하고 억지로 침엽수림을 만드는 산림청에는 정말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산불은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어 남의 지역만의 일도 아닌데,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연히 봄철 숲에서 불티를 내지 않는 일이 가장 처음 일이겠지만, 숲을 파괴하는 정책들에 반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집 잃은 이들이 다시 터전을 가꿀 수 있게 지원받도록 목소리 실어 주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그보다 더 근본적 해법으로 마을 단위 산림 교육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산불 예방 수칙이나 대피 요령만 한두 시간 떠들고 끝나는 교육 말고요,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교육 말입니다. 기후위기 시대라는 위기 상황에선 숲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지역 주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도 그에 맞춰 이뤄져야겠지요.
마을 단위 ‘진짜’ 숲 교육이 이뤄지면
산불 초기에 간단한 장비를 사용해 불을 잡는 방법뿐 아니라 산불을 생기게 하는 주요 원인과 위험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여 산불에 강한 건강한 숲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공부해야 합니다. 또 기후위기가 지역 숲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 앞으로 기후위기로부터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역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도 산림 교육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산불 현장을 찾아가 눈으로 보고, 자연이 다시 건강한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기록해 가는 교육도 좋겠습니다.
우리 마을 숲에 사는 야생 동식물을 관찰하고 분류하고 조사하는 일도 건강한 숲을 지키려면 필요합니다. 숲은 나무 몇 그루 심는 곳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식물이 모두 함께 살아가는 터전으로 인식한다면, ‘산불은 공무원이 알아서 해결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벗어나 ‘우리 마을 스스로 지키는 우리의 숲’이라는 책임감과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마을 단위 숲 교육은 지역의 숲을 어떻게 우리 삶의 일부로 돌보고 이어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습니다.
봄 산에서 우리는 쑥, 두릅, 고사리, 가죽나물, 다래순, 찔레순, 취 같은 먹을거리를 셀 수 없이 넉넉하게 얻으면서도, 숲이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게 소중하며 누군가의 집이라는 생각을 잘 못 했습니다. 산불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건 인간뿐이 아닙니다. 또 산에 살지 않는 이들이더라도 모두가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 산불을 막고 숲을 지킬 수 있는 일을 모두가 같이하면 좋겠습니다. 그 긴 여정에 마을 고을고을의 진짜 숲 교육이 필요합니다.
버들 (독립연구자)
이 글은 <봉성신문>에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