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제2회 지리산작은음악회
[포네의 사사로운 사토리 5]
문화권력에 똥침을
안녕하세요. 포네입니다. 오랜만에 사토리를 쓰게 되었어요.
그동안 차황골프장, 삼장지하수, 여전히 진행 중인 케이블카 문제도 있었지만, 지리산작은음악회, 대선, 이사, 하지축제, 타로 강좌 개강 등 공사를 아우르는 사건들과 꾸준히 계속해 오는 모임들이 연일 이어져 미처 후기를 쓸 틈이 없었네요.
5월 31일 제 2회 지리산작은음악회가 열리기까지
지리산작은음악회 후기를 써야지, 하다가 한 달이 훌쩍 지나가 옛날 일이 되었어요.
지리산작은음악회는 난개발대책 활동 기금을 모으기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작년 말과 연초에는 계엄과 탄핵으로 다른 이슈의 후원행사가 어려울 거 같아 미루다가 결국 선거 기간에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출연진과 장소가 취소되어 다시 구해야하는 등 난항에 부딪혀서 "그냥 하지 말라는 우주의 신호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지요.
처음에는 카페 제비의 마술사 김*섭 님과 디제잉을 하려고 3월에 야외공연장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군청 앞 기자회견에 자주 출몰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건지, 군청에서 관리하는 야외 시설은 이용이 불가능했습니다.
1. 산청문화원 앞 야외공연장: 5월 중 별관 공사예정이라 통행불편이 예상되므로 대관불가.
2. 환아정: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대관불가.
3. 군청 앞 놀이터와 정자, 분수광장: 버스킹 공연한다고 했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 신청서 작성할 때 환경단체 후원행사라고 솔직히 말했더니 급 어두워지는 담당공무원의 표정. 주변 상가와 주택에서 민원이 예상되기 때문에 대관불가라고 유선으로 통보.
4. 조산공원: 너무 넓고 주말에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아서 문의하지 않음.
지나가는 행인들도 음악회를 보고 지역 난개발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서 야외에서 하고 싶었지만, 결국 청소년수련관 실내집회장을 대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행사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와 확인 차 청소년 수련관에 전화를 해 보니, 실내집회장이 사전투표소로 지정되어 대관이 취소되었다는 거예요. 그러면 미리 알려 줘야죠.
급히 다른 장소를 알아봐야 해서 전화상으로 처음에 거절받았던 산청문화원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별관 철거 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환경단체라고 했더니 군청 앞 놀이터 이용이 제한된 선례가 있어 대책위 이름을 괜히 밝히지 말고 개인으로 신청해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은 광장사용이 안 된다며 처음부터 거절을 하더군요. 배전반 열쇠를 문화원에서 가지고 있고, 토요일에 광장을 사용하면 직원들이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거예요. 마침 장비를 공유하기로 한 김*섭 님 공연이 취소되어 대신 우창수 선생님이 충전식 앰프를 가져오기로 하셔서, 배전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광장을 이용하겠다고 하니 그러면 신청서를 쓰고 이용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지리산을 사랑하는 뮤지션들’ 이란 가칭의 단체로 신청하면서 공연내용에 출연진을 썼고, 이중 기타리스트 공민성 씨, 오부리밴드는 산청 오부면 주민이고, 저도 오부면 주민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담당자는 그냥 문화행사이고 다른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며 요즘 선거 기간이라 정치적인 내용이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냥 음악회다,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나 특정 정당 선전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이것이 나중에 제가 거짓말을 한 게 되어 버렸어요. 음악회 당일 문화원 직원이 피켓과 플래카드 등의 게시물 철거를 요청했는데 불복했기 때문이에요. 케이블카, 골프장, 삼장지하수증량 반대 피켓과 플래카드가 정치적 게시물이라네요. 군수가 추진하는 사업에 반대하는 피켓은 정치적인 내용이라는 거예요. 허참.
현장에 있던 최호림 군의원이 “이곳은 군수 앞마당이 아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광장에서 시민이 발언을 못 하게 하는 게 위법이지요. 만약 이 일로 누군가 피해를 본다면 저에게 이야기 하십시오.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산청의 공무원들은 이런 상식과는 다른 나라,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거 같아요.
행사 후 문화원 관계자가 출연진인 오부리밴드의 기타리스트와 베이시스트에게 전화를 해 “너희가 왜 거기에 나오냐. 미쳤냐. 이제 오부리밴드 이름으로는 어디서도 공연을 못 하게 할 거다. 주민참여예산도 못 받게 할 거다.”라는 협박성의 발언을 하고, 베이시스트는 섭외자이자 보컬인 저에게 “그냥 음악회라고 하지 않았냐. 이용당한 기분이다."라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런 발언을 한 사람 이름이 뭐냐,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라고 했더니, “일이 더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라고 하더군요. 오부리밴드는 출연진일 뿐 주최측이 아니고, 신청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 않다고 해명하려 문화원에 갔더니, 사무국장 김*진 씨가 “문화원이 산청군에서 지원을 받고 있잖아요! 우리가 피켓 때문에 피해를 보았어요! 군청에서 지원금을 안 줄 수도 있어요!”라고 주장했습니다. “군청에서 ‘이 단체가 의심스럽다’고 했는데도, 우리 기타교실 쌤이 하는 오부리밴드가 나온다고 해서 허가를 내 준 거예요. 원래 토요일에는 안 되는 건데. 정치적인 내용이 없을 거라고 거짓말을 했잖아요!!”라고 하더군요.
문화원 앞마당까지 찾아가서 무료로 세계적인 연주를 들려드렸더니, 웬 똥침인지. 문화원한테 엉덩이 물어 뜯겼습니다. 엉엉. 이제부턴 <문화의 거리>에는 돈 주면 가려고요. 첫 공연을 위해 열심히 모여 연습하며 친목을 도모한 오부리밴드는 당분간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다 보컬이면서 섭외자인 제 탓이죠. 밴드가 오래되지 않았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 있었는데 후원음악회에 출연하자고 한 게 실수였던 거 같아요. 저는 대부분 초짜로 구성된 우리 밴드가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에 서 보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소소하지만 개런티도 챙겨드렸는데 그게 ‘밥그릇’에 영향을 끼칠 줄이야. 상황이 바로잡혀서 언젠가 다시 함께 연주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문화와 정치와 권력과 밥그릇과 물그릇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 있었지만, 음악회는 매우 훌륭했습니다.산청 문화의 거리에서 있었던 그 어떤 문화행사보다도 알찬 역대급 무대였을 겁니다. 아마 산청문화원 앞 문화의 거리에서 ‘의심스런 환경단체’의 문화공연은 이제 다시는 없을 거예요.
산청문화원이나 산청군청 문화체육과 입장에서는 ‘의심스러운 환경단체’가 정당하지 않은 치사한 방법으로 문화의 거리를 점유한 거죠. 근데 우리 입장에선 별관 화장실 문 열어 준 것 말고는 문화원에서 도움 준 게 없고, 배전반 사용 못 하게 해서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전기 빌려 썼는데, 경찰을 부르고(경찰은 불법적인 사항이 없다고 확인), 시민의 발언을 억압하고, 개인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고, 학부모 밴드 해체를 유도하다니 이렇게 억울한 일이 어디 있나요? 이런 부당한 권력의 치사함에 평화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거야말로 진정성 있는 문화행사가 아닐까요?
총 대신 악기와 붓을 통해 심장을 저격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문화가, 또 그런 문화를 배양해야 하는 문화원이 정치권력에 고개를 조아리며 밥그릇을 핥는 신세가 되고, 또 그 밥그릇 사라질까봐 지리산 지키자고 악기와 붓글씨를 든 사람들에게 으르렁대는 신세가 된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음악회 기록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후원금은 목표액을 달성하였습니다. 도움 주신 여러분, 출연해 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산청군수 앞마당 <문화의 거리>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음악회를 할 수 있었던 거야 말로 큰 성과이고, 직접행동이라고 보아요. 다음엔 케이블카, 삼장지하수증량, 차황골프장이 모두 취소되어 <예술의 전당>쯤 되는 곳에서 축하음악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모두 다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