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삶, 땅을 지켜온 삶
산청 차황면 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 박찬술 위원장님을 뵙고
● 홍보하는 데는 내가 안 낫겠냐고 젊은 사람들이 그래가지고 이 인터뷰에 응하게 됐습니다.
선생께서는 방문자들을 만나자마자 첫 마디부터 이 만남, 인터뷰의 목적을 분명하게 지목하셨다. 그만큼 지금 절박하게 홍보하고 해결해야 하는 사안, 즉 차황면 골프장 문제에 마음을 모으고 계셨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태가 묻힌 곳, 평생을 살아왔고 40여년 세월 유기농으로 가꿔온 땅이 심각하게 망가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만난 분은 산청 차황면 골프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박찬술 위원장님이다.
현재 산청군은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주의의 망령이 세 방향에서 지역을 옥죄고 있다. 골프장, 케이블카, 지하수 난개발이 그것이다. 지난 6월 하지에 산청을 지키고자 몸을 일으킨 사람들과 이에 연대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벌였다. 아래 영상을 많은 이들이 보고 무지한 권력자들의 지리산에 대한 테러에 함께 대항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방문자들은 선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고향을 지키며 긴 세월 땅을 살리는 농사에 천착해 온, 어쩌면 단순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인생 행로에 주목했다.
현대는 이동의 시대다. 삶터를 수없이 바꾸고 집과 일터 사이 먼 거리를 매일 같이 오가고 멋지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면 자동차로 비행기로 시간을 아끼지 않고 달려간다. 이 문명에서 ‘성공’의 척도는 이동하며 허공에 뿌려댄 탄소의 양으로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조차 든다. 한곳에 머물며 발 아래 땅을 살피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대자연의 숨결을 가슴 깊이 느끼는 삶은 어떤가.
○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 46년생이니까 내년이면 만 80이 됩니다.
선생은 이곳 산청군 차황면 철수리에서 태어나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 고향을 떠나 산 적이 거의 없다.
● 부대 생활하면서 객지에 나갔었지. 그런데 우리는 남 밑에 있는 체질이 아니더라고. 자발적으로 내가 뭐 하고 싶은 거 하고 이래야 되는데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못하겠더라고. 직장생활도 한 반년 해봤어. 그게 안 맞아서 여기서 계속 살았지.
금세 말씀이 편해지셨다. 스스로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실까 궁금했다.
● 크게 행복한 줄은 몰라도 뭐 크게 안 좋은 것도 없어.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게 아닐까? ‘자족적인 삶’이란 표현이 떠오른다.
선생은 슬하에 6남매를 두셨다. 어렵던 시절 식구들이 함께 고생을 나누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 영호남에 흩어져서 다들 잘 살고 있다. 큰딸만 사위와 함께 부모님 곁을 지키고 있다.

선생께서는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
○ 농사는 언제부터 지으셨습니까?
● 젊어서부터 쭉 지었지. 주로 벼농사, 이제는 밭도 별로 없고.
젊어서는 그래도 밭농사를 꽤 했단다. 밭을 줄인 이유는, 사모님을 고생시키는 것이 가장 컸다고.
● 오만 것 다 하지. 감자부터 고추, 팥, 콩, 참깨, 들깨 뭐 우리가 먹는 거는 다 심어. 생강도 심고. 근데 집에 마누라가 너무 고생하는 거야. 나는 장비로 갈아주고 그랬지. 옛날부터 농사를 많이 지었으니까 웬만한 기계는 다 있었어. 밭농사 이런 거 짓지 말자 그랬는데 마누라가 밭만 갈아달라 그래. 그 정도는 해줘야 되지만......
산청군 차황면은 2006년 지역 전체가 지리산유기농광역지구로 지정되었다. 전국 최초다. 지금은 ‘메뚜기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유기농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 나는 92년도부터 했어. 당시 내가 이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남먹거리 뭐라고 하는 단체에서 찾아왔어. 여기가 공기도 좋고 그런데 쌀을 좀 사가면 안 되겠느냐 그래. 여기가 해발이 좀 높거든. 아마 300이 넘을거야. 그 전에는 제초제도 조금씩 치고 그랬어. 전적으로 농약으로만 농사짓지는 않았지. 그렇지만, 그래 좋다 이제는 농약을 더 줄이고 저농약으로 농사를 짓자, 그것이 뭐랄까 친환경 농사의 시발점이었어. 나중에 부산 YWCA라고 하는 데서 우리 쌀을 모두 판매해 준다고 그래. 약을 안 치는 대신 가격을 더 주겠다, 그러다가 2천년대 초반 광역지구로 지정이 되었지.
◌ 우렁이 농법으로 하시죠?
● 제일 처음에는 오리농법을 했어. 오리로 하자면 울타리도 쳐야 하고 가을이 되면 나락 패기 전에 그걸 전부 다 처치를 해야 되거든. 한 3년은 했는가 몰라.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 해서 우렁이농법 또 쌀겨농법 알아요? 쌀겨를 이용하면 물 위에 층이 생기거든. 이게 햇빛을 가리니까 풀이 안 나거든. 그것도 했었지.
◌ 친환경 농업으로 하는 전체 농가 규모가 어느 정도일까요?
● 우리 친환경 작목반이 차황면에도 여러 개가 있어. 전체 규모는 나도 정확히 모르겠고 나는 한살림에 소속되어 있거든. 처음에는 한살림이 아니었지만. 지금 한살림으로 함께 하는 농가는 140~150명 정도 돼. 한살림이 가장 크기는 하지.

◌ 선생님! 아무래도 지금 골프장 문제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시죠?
● 물론이지. 지역 주민한테 이득이 되는 건 하나도 없거든. 골프 치러 다니는지 모르겠지만(물론 방문자들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골프장은 농약 많이 치지 지하수 고갈시키지 좋을 게 뭐가 있겠나. 골프장이 쓰는 지하수가 하루 천 톤에서 천오백 톤이라는데 여기 농수로로 흘러가는 거는 평균 800톤이야. 결과적으로 지하수라는 것도 한정이 돼 있는데 그걸 빼가다 보면 고갈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농약을 밤에 친다는데 그게 안개처럼 흘러가면 우리 유기농 농사를 망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지. 골프장 부지가 여기서 산 너머 직경 500m,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km 안쪽이야.
◌ 주민들이 합심해서 잘 싸우고 계시는 것 같아요. 산청군은 어떤 분위기인가요?
● 골프장을 한다는 소문은 몇 년 전에 있었다가 취소가 됐는데 작년부터 다시 이야기가 나와가지고 금년 2월11일에 면사무소에서 주민 설명회를 했어. 창원에 있다는 송영개발이라는 회사가 했어. 군에서는 공무원 누구도 안 하고 그 개발회사가 한 거야. 그러니 군수가 나쁘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하면 먼저 주민, 가까이 사는 사람들하고 대화를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부랴부랴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
● 우리는 반대하는 명분이 있어요. 그런데 저 산청군수라고 하는 사람은 무슨 마음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런 소리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세간에는 온갖 뜬소문이 있어. 군수가 개발회사에 투자를 해놓은게 있어서 적극적으로 밀어준다는 말도 있고 면에 사는 어떤 사람들도 역시 투자를 했다더라 하는 말도 있어. 억측이라고 나는 생각을 하지만 워낙 말도 안되는 일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 설명회에서 반대하는 사람 다섯이 발언을 했어. 그런데 찬성하는 사람은 발언을 하나도 안 했어.
◌ 선생님께서 태어나신 고향이어서 이 문제에 더 마음이 쓰이시겠어요.
● 그렇지. 이제는 뭐 애정이 있어 봤자지만, 그래도 나이 80 먹은 사람을 위원장이라고 세워놓은 이유는 그래도 동네에서는 어른이니까 그렇겠지. 말 한 마디 해도 다른 사람보다 훨씬 낫겠다고 추켜세우는 거라.

◌ 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고 계시던데요.
● 펜션이라고도 하고 그래. 고구마도 캐고 이런저런 일들 하는데 그게 잘 활성화가 안 돼. 좀 젊은 사람이 해야 할텐데 여기 제일 젊은 사람이 60대야.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젊은이의 힘과 기술에 접목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이다. 누구보다 차황면과 철수리에 대한 애정이 깊을 박찬술 선생님이지만 그가 발 딛은 땅을 살리고 오랫동안 가꾸어온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외부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