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토종 씨앗이라니!
토종 씨앗 꾸러미 만들기 자리에 다녀와서
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토종 씨앗이라니!
토종 씨앗 꾸러미 만들기 자리에 다녀와서
7월 16일 구례에서 ‘토종씨드림’의 씨앗 나눔 꾸러미를 만드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토종씨드림은 사라지는 토종 씨앗을 지키기 위해 2008년 만들어진 단체로, 곡성에 일터가 있어요. 여러 지역의 토종 씨앗을 모아 이어 오는 토종씨드림은 해마다 두 번 정회원에게 씨앗을 나누는데, 이번에 가을 토종 씨앗 나눔을 위해 꾸러미를 만들어야 했어요. 그 꾸러미 만들기에 함께하게 되어 소식을 전합니다.
열댓 명 남짓한 일손이 이른 9시부터 모여 꾸러미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씨앗을 담을 비닐 주머니에 씨앗 이름과 특징 등이 적힌 이름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같은 씨앗이어도 씨앗을 받은 이가 다르면 따로 골라 담았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담은 씨앗 가운데 ‘강화순무’는 양평, 괴산, 거제 이렇게 세 곳에서 보내 준 씨앗들이어서 갈래를 나누어 이름표를 붙였습니다. 씨앗을 나눔 받을 때 될 수 있으면 내가 사는 둘레에서 나온 씨앗을 선택하는 게 키우기에 더 알맞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 여럿이 함께해서인지 이름표 붙이는 일이 생각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바야흐로 꾸러미에 씨앗을 담을 때가 왔습니다.



까끄라기나 껍질 같은 자잘한 것들은 체로 거르거나 바람으로 날려 뺀 뒤 씨앗만 추려 꾸러미에 담았습니다. 양이 꽤 많은 씨앗은 좀 넉넉하게 넣고, 얼마 없는 씨앗은 아주 작은 숟가락으로 한 번씩만 퍼 담아야 했지요. 씨앗 한 알이라도 굴러갈까 봐 조심조심 담았어요. 이 씨앗을 받느라 여러 생명이 고생했을 테니까요.






같은 무여도 게걸무, 산서무, 가을무, 신수알타리무처럼 갖가지 무가 있고, 모양도 색도 크기도 다 다르지요. 다 달라서 더 멋진 씨앗들의 세상!
이번 씨앗 꾸러미에 담긴 씨앗들은 주로 가을에 뿌리는 씨앗들로, 완두, 무, 배추, 갓, 유채, 보리, 밀, 상추, 아욱, 시금치, 파 같은 작물들의 씨앗이었어요.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씨앗을 뿌리는 작물들은 주로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에 씨앗을 받을 수 있어서 씨앗 받기가 더 어려운 작물들이지요. 특히 무는 밭에서 겨울을 나기가 어려워 12월쯤 뽑아 땅에 박은 항아리 속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심어서 씨앗을 받아야 해요. 이렇게 애써 받은 씨앗들은 또 여러 고을에 가서 다음 씨앗을 주시겠지요.
구례의 땅에서 구례의 물과 바람과 햇빛으로 토종 씨앗을 받아 온 농부님들이 계신다면, 그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씨앗도 퍼뜨려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날로달로 심해지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가 끝내 지켜야 할 씨앗들이 사라지지 않게, 지키고 모으고 퍼뜨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면 좋겠습니다.
문홍현경
이 글은 <봉성신문>에도 함께 실립니다.
토종 씨앗을 받고 싶은 분이 있을지도 몰라서 안내드려요, '토종씨드림' 정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씩 토종 씨앗을 받을 수 있어요. (토종씨드림 누리집 회원 안내글 바로가기 : 토종씨드림 | 후원회원:정회원알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