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1

나에게 연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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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탈핵과 비움을 화두로 이곳저곳 다니고 있는 순례자 청명입니다. 꾸벅. ^^

 

 

7월초에는 9박 일정으로 속초에 다녀왔어요. 박용성(바르나바) 신부님의 소개로 머물게 된 속초형제의 집에서 오전에는 이곳을 이용하시는 어르신이나 노숙인, 이주민과 함께하는 밥 나눔봉사를 하였어요

오후에는 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삼척석탄화력, 홍천양수발전소 집회에도 참여하였구요. 오봉교회, 청년긴급행동, 지역 활동가들과의 만남도 가졌습니다. 반갑게도 멀리 청주와 공주의 지인들께서도 찾아주셨어요.

 

와우^^ 속초순례의 여정은 즐겁고 벅찬 연대의 기쁨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만남의 이야기를 조금 들려 드리겠습니다.

 

 

산타 같으신 바르나바 신부님

 

‘2025전국연대순례길을 나서고자 했을 때, 처음으로 먹고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셨어요. 신부님도 1년의 안식년을 가지면서 영성과 농촌공동체를 찾아 이곳 속초형제의 집에 머무르며 봉사와 기도생활을 하고 계신 터였습니다. 속초(주변)지역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맞서는 일에도 항상 함께하시고, 청주와 공주의 지인들의 지역순례도 안내해주셨습니다. 새벽 밥 봉사를 마치는 피곤함에도 9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봉사자분들에게 음악과 원두커피도 제공하셨구요. 신부님의 식사기도에서는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말씀하시더군요. 지켜보며 그의 이러한 자상하고 정의로운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잠시 궁금해지기도 하였습니다.

 

 

살아가는 건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속초형제의 집을 운영하시는 가브리엘 신부님과 레이첼 팀장님 얘기도 해볼까요. 새벽부터 가마솥에 밥을 지으시는 가브리엘 신부님. 저의 후쿠시마 오염수 NO’라는 몸자보를 보시더니 진정한 활동가네라고 한마디 하셨죠. 그리고 아침 한끼를 함께 나누시더니 먼저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런데 밥짓기를 마치면 원래 식사를 안 하시고 곧장 수도회로 가신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 그 마음을 생각하며 소화시키는 내내 울컥했습니다.

 

살면서 벽과 한계에 부닥친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서긴 쉽진 않습니다. 그런데 레이첼 팀장님은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행동을 살피며, 살아가는 건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것임을 따뜻한 밥 나눔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형제의집 공간을 이용하시는 노숙인분들은 시간과 상관없이 들락날락 하매, 물과 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잠시 식힐 뿐 오래 머물지 않더군요. 레이첼 팀장님은 커피드시게요” “더워요. 물 드셔요라며 마음까지 채워 주시는 분이였습니다.

 

 

진실한 대화는 이런 거지

 

속초지역에서 참치가게를 운영하시는 70대의 왕언니와 호주에 살고 있는 저스티나도 만났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피켓 연대를 가려는 제게 그걸 왜 반대해요. 설치하면 좋지, 근데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는 좋으네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시는 왕언니. 반대의 의견이든, 같은 의견이든 누구나 생각을 쉽게 건네지는 않거든요. 귀찮아서, 반대되는 의견이라서, 생각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저마다의 경계를 긋고는 하는데 왕언니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말을 걸어 주셨고, 밥 나눔 일도 정성스럽게 온몸으로 하셨습니다. 진실한 대화는 바로 이런거지 라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스티나는 호주에 살면서 개인적인 일로 한국에 머물 때마다 월, 화요일 봉사를 옵니다. 한가득 담긴 양파를 다듬으면서 하루하루 일상의 고마움을 갖고 살아간다는 그녀. 봉사자분들과 재료준비와 설거지를 나란히 하는 모습에서 남보다 먼저 앞서기를 바라지 않고 더 즐겁게 사는 사람으로 나란히 계신다는 생각에 희망이 피었습니다.

 

제가 ‘2025 전국연대순례를 하기 위해 온 이곳에 그녀들이 함께 왔습니다. 왜가리, 꿈씨, 하이디, , 봄봄. 공주에서 청주에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정을 잡고 연대를 온 그녀들. 옳은 일에, 해야만 하는 일에, 잊지 말아야 할 일에 언제나 음식으로 서 있는 왜가리의 진두지휘로 다음 날 먹을 깍두기도 담그었습니다. 순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연대를 꾸리려는 내게 끝없이 질문을 아끼지 않는 후. 하기 어려운 과제도 해야 할 일은 해야지 라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연대를 이어가는 봄봄. 바쁜 일상에도 의지를 다지며 순례에 참여한 꿈씨, 켈리그라피로 선한 곳마다 자신만의 패션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하이디. 처음 만나는 낯선 자리의 연대였을 터인데도 후쿠시마 오염수 NO, 신규핵발전소 이제 그만, 안전한 핵이란 없다, 공공재생에너지로라고 쓰여진 몸자보와 깃발을 들고 사랑이 되는 길을 따라 묵묵히 걷는 그녀들. 아름다움이 넘치는 길을 봅니다.

 

 

경계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시선, 그리고 배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순례 중에 어느 생선메뉴가 있는 식당에서 밥 봉사자 분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옆자리에서 여럿의 여행자분들이 계속 힐긋거리며 보고 있더라구요. 동행한 신부님을 아시는 분들인가 생각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 저에게 할 말이 있다며 말을 건네었어요.

 

여행자1 : (울그락 불그락 화난 표정으로) 그런 글(앞뒤 후쿠시마 오염수 NO 몸자보)을 달고 왜 생선을 먹어요.

청명 : (당황해하지 않고 웃으며 여유롭게 ) 생선을 좋아해서요.

여행자2 : (또 울그락 불그락 화가 찬 표정으로) 밥맛없어요.

청명 : (친밀한 마음으로) 밥 맛 없게 해서 죄송해요. 근데 벌써 12번째 방류했어요.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어서 이래 다녀요.

여행자1 : (불투명하게) 북한도 버렸잖아요. 서해로 바로 오는데 그건 왜 안 달아요

청명 : (친절하게) 확실히 밝혀지면 그것도 달아야죠. 그거 알아요. 남한도 오염수 버려요. 그것도 달아야겠어요. 근데 후쿠시마꺼를 지금 달고 다니는 건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대놓고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말했잖아요.

여행자1 : (확언하듯) 일본은 물로 희석하잖아요. 북한은 그냥 버리고.

청명 :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희석하면 뭐 해요. 버리는 건 매한가지인데. 라면 스프를 넣고 짜다고 맨 물을 섞어 봐요. 버린 양은 같은데.

여행자2 : (여전히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알았어요.

여행자1 : (누그러진 마음으로) 알았어요.

청명 : (친절하게) 어쨌건 밥맛없게 해서 미안해요. 즐거운 여행 보내셔요. 글구 말 걸어주어 고마워요.

여행자1 : (다정하진 않아도 차분하게) .

여행자2,3,4,5,6 : (가만히 듣고 더 이상 째려보거나 울그락 불그락하지 않는다)

 

 

연대란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일

 

하하. 설레임으로 다가간 속초의 연대! 이번 순례를 통해서 서로가 낯섦이 마찬가지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만나고 여러 매개로 낯섦을 줄이는 이런 과정이 진정한 연대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어요. 또한 마음을 내고 지금-여기서 다같이 즐거워야 연대는 확장된다는 것도요. 모두가 빛나야 합니다. 연대란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일, 그리고 그 지향은 지금의 시스템으로 내면화된 불합리한 가치관인 물질과 권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통해 희망을 가져본다면 그건 그저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예. 다시금 순례기간 반갑게 맞아주시고 힘이 되어 주신 속초의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그리고 글을 실을 수 있도록 마음의 손길을 내 주신 지리산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해요.^^

 

앗싸 이땅에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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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대! 나의 순례는 탈핵과 비움의 길, 그리고 연대의 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연대는 ‘각자 할 수 있는 역량과 방법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더하여 경계를 허문다는 것은 단절, 좁은 시야, 울타리, 권력, 불투명한 벽을 허물고 서로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여정이다.’ 한마디로 연대는 좋은 친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봅니다. 글을 실을 수 있도록 마음의 손길을 내 주신 ‘지리산인’에게 찐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순례자 청명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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