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구례 ‘이평빛’ 북토크 후기:
계엄과 광장, 그 겨울을 다시 떠올리며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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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도 북토크 해보는 거 어때?”

“구례 계곡에 놀러 가는 김에 북토크도 하자!”

“행사 기획이나 진행이면 우리 다 많이 해봤으니, 북토크는 일도 아니지.” 하며 세상에 나온 새 책을 홍보하고 있는 유정을 꼬드겼어요.

  

오랜 친구인 이유정 작가는 지난 겨울 윤석열의 계엄으로 인해 여의도 국회 앞, 광화문, 남태령 등 광장에 모인 20, 30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책,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까지』(줄여서 ‘이평빛’)의 9명의 작가 중 한 명으로 글을 썼어요. 유정은 구례에서의 북토크를 수락했고, 감사하게도 <봉서리서점>에서 7월 25일 금요일 저녁 시간 책방 공간을 내어주셨어요. 북토크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저(은솔)는 근무 시간 틈틈이 인터넷 참가 신청폼과 익명 질문 게시판을 만들었고요. 구례에서 <새참 먹는 시간>을 운영하며 북토크를 제안한 아나는 함께 나눠 먹을 새참을 준비했어요. 당일 현장스케치를 위해 소영은 바쁜 회사일을 잠시 멈추고 내려와 사진을 찍고, 참석자들을 안내했습니다. 그렇게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 우리 넷은 구례에 모였습니다.

 

봉서리서점에서 상큼한 레몬머틀티를 음미하며 기다리니 잠시 후 참여자분들이 하나 둘 모이셨어요.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테이블에 둥글게 앉아 새참을 먹으며 이야기장을 열었어요. 유정은 먼저 이번 계엄으로 인한 시위 현장에서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과 팬덤문화를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하지만, 여성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어요. 젊은 여성은 이번 시위에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주체가 아니라 언제나 광장에 있었고, 유정이 지나온 다양한 광장에서의 경험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결과이기에 기록물로서 ‘이평빛’의 1장 <끝내 완성될 세계에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근혜 탄핵을 거치면서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였고, 여성 청년으로서 구조적 차별에 맞서기 위해 #ME TOO 집회와 낙태죄 폐지 집회에 참여하며 분노를 지지와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경험을 했어요. 단일 여성으로서 가장 큰 집회였던 혜화역 불법촬영 규탄 집회에서 여성의 사회적 죽음에 대한 화를 연대로 바꾸어 내는 현장에 함께함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광장 경험이었다고 해요. 여성으로서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차별과 폭력에 대해 일상적으로 투쟁하며 싸운 경험이 쌓였죠.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여성혐오를 승인한 정부이기에 탄핵을 위해 광장에 여성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라 이야기했어요. 여성의 손으로 끌어내려 민주주의와 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고요. 실제로 광장에 나온 여성 2명 중 1명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말했으며, 광장은 페미니스트임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었어요.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 깃발을 따라 행진을 함께 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응원봉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위해 한해 몇 번만 들고나오는, 망가질까 걱정되어 전용 케이스에 고이 모셔두는 소중한 물건이에요. 그런데 이번 광장에서 여성들은 자신에게 소중하고 빛나며, 쉽게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들고 나왔죠. 어쩌면 광장에 나와 세상을 바꾸고 싶어 소리치는 일은 효율적이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유정은 광장에 서는 일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며, 자신이 가장 먼저 바뀌었던 경험들이었다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어요.

 

유정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눔의 시간에는 참여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 해주셨어요. 한 참여자분은 이번 광장을 통해 연대의 힘을 많이 느꼈고, 젊은 여성들에게 빚진 마음이 들었다고 했어요. 아들 청소년을 키우고 있는데, 남성들이 말하는 역차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는데, 다른 참여자분이 남성들은 평등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기득권이 없어지는 불안함, 억울함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반응해 줬어요. 다른 참여자분은 남태령에서의 농민과 2030 여성과의 ‘스며듦’의 현장에 대한 궁금함을 물어보기도 했어요. 앞으로 그런 연대와 스며듦에 어떤 행보가 있을지 지켜보고 싶다고도요. 시골에서는 50대 여성인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데 이런 북토크 자리에서 서울의 광장 이야기도 듣고 연결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소감을 나눠준 분도 있었어요. 또,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딸의 부모인 참여자분들은 딸이 일상적으로 말하던 ‘여자는 목숨을 건 세상에서 산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헤아리기 어렵기도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이해해 볼 수 기회가 되었다고도 했어요.

 

반짝이는 눈빛으로 유정의 광장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경청하고,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성평등을 이루려는 영페미니스트들의 물결과 함께 희망을 보다가도, ‘나중에’를 선언하며 은은하게 혐오세력을 키우는 사회를 마주하며, 진일보를 이루고나면 후퇴하는 것 같아 지치고 좀처럼 힘이 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북토크에 함께해주신 구례분들과 연결되는 경험으로 위로와 지지를 함께 받았어요. 2025년 구례 봉서리의 여름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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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은솔.

서울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아주 작은 텃밭을 가꿉니다. 구례에 농사 연수 겸, 계곡 물놀이 겸 북토크를 꾸리며 쫄래쫄래 따라온 이유정 작가의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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