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천의 잠 못 이루는 밤
섬진강 편지
「섬진강 편지」
-연하천의 잠 못 이루는 밤
밤아홉시 소등시간이 지나 잠들었다 깨어보니 새벽 한 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니 검은 숲을 헤집고 내려오는 물소리가 서늘하고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안개와 노을빛이 어우러지는 샘’이란 뜻의 연하천은 지리산등산로를 개척한 지리산악회 <구례연하반>에서 따온 이름이니 구례사람에게는 감회가 각별한 곳이기도 하다. 연하천, 연하천 그렇게 되뇌여 보면 이름이 참 이쁘기도 하다.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에서 솟는 샘물은 한여름인데도 손이 시리고 물맛은 감로수이다. 대피소 직원은 사시사철 수량이 변치 않는 지리산 최고의 약수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수량도 풍부하여 숲으로 흘러내린 물은 너른 습지를 만들어 온갖 꽃들을 피워낸다.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모데미풀을 위시하여 봄부터 가을까지 꽃빛이 환하다. 지금은 참취꽃, 미역취꽃, 물봉선, 꽃며느리밥풀꽃, 참바위취, 바위떡풀, 그리고 마악 산오이풀이 오이 냄새를 핑기며 피어난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세 번째 숙박인데 오늘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밤이다.
초저녁에 대피소 잔반통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집채만 한 반달곰을 봤는데 산객들의 저녁 짓는 내음에 끌려 먹이를 찾아왔나 보다. 등산객들이 대부분 야외에 있는 시간인데도 가까이 나타난 걸 보면 사람들에 꽤 적응한 녀석인 것 같다.
키는 2m가 넘고 몸무게도 250kg은 될 것 같은 아주 큰 녀석이다. 대피소 직원들의 호르라기 경고에 숲으로 돌아갔나 했는데 한참 후에 다시 대피소 가까운 숲에 나타나 이번에는 최류가스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나니 숲으로 돌아갔다.
지리산 골짜기를 누빈 지 10년 만에 사진으로만 봤던 반달곰과 조우를 하였다. 반달곰의 모습이 나뭇가지에 가려 흐릿하여 아쉽기도 하지만 순한 눈빛을 들여다보며 오래 기억할 것 같은 녀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