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6(토)
 

사과는 과일의 대명사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가 높다. 물론 우리 조상들은 사과가 아니라 능금을 먹었다. 카자흐스탄을 떠나 서쪽으로 간 녀석은 사과가 되었고 동쪽으로 온 녀석은 능금이 되었으니 둘은 형제라고 할 수 있겠다.

사과농사를 짓는 마용운님은 해가 거듭될수록 어려워지는 농사 환경 때문에 걱정이 많다. 이상기후로 작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과 상자가 가득 쌓인 그의 농장 작업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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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떻게 사과농사를 짓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 솔직히 별로 자의는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평생 사과 농사를 지으셨어요. 아마 64년부터 하셨을 거예요. 제가 태어나기 전이죠. 그러니까 저는 사과밭에서 나고 자란 셈이죠.

부모님들이 연세가 드시니까 더 이상 일하기가 어려우셨고, 제가 셋째 아들인데 당신들이 보시기에 어디 다니긴 다니는데 돈도 못 버는 것 같고 장가도 못 가고 사람 구실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이셨나 봐요.


돈 못 버는 건 사실이었을 것 같다. 그는 이때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고 있었다.


● 부모님께서 내려오라고 좀 많이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그때쯤 사무실에서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어서 그냥 내려오게 된 겁니다. 2011년 초의 일입니다.


마용운님은 이때부터 6천 평에 이르는 작지 않은 사과밭을 일구어왔다. 사실 질문을 하면서 그에게 사과를 선택한 계기에 어떤 낭만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농부였다. 사과를 가꾸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지난 세월 사과는 가족의 생계를 이어주는 직접적인 힘이 되어주었다. 환경운동을 함께 하던 동지가 그를 따라 내려와 아내가 되었고 아이들은 지금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이다.

사과 품종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크게 세 가지 주요 품종이 있습니다.

후지 사과, 흔히 부사라고 불리지요. 그 다음에 추석에 먹는 홍로, 세 번째는 시나노스위트라는 품종이 있습니다.

그밖에 시나노골드라는 노랗게 익는 사과도 있고 홍옥이라는 100년도 더 전에 미국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새콤달콤한 사과도 100그루 정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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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용운님은 우리나라 사과 품종의 단순함에 대한 우려를 곁들였다.


● 우리나라 사과 시장이 너무 단순해요. 다른 나라들 나가 보면 빨간 사과, 새빨간 사과, 노란 사과, 초록 사과 다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의 다 빨간 사과잖아요. 9월쯤에는 홍로라는 빨간 사과, 10월부터는 전부 다 부사죠. 전체 사과 재배 면적의 65%가 후지 즉 부사가 차지하고 있거든요. 물론 부사가 워낙 달고 크고 저장도 오래 할 수 있기는 해요. 단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몇 가지 종류만 사과 시장에 남아 있는데 과거에 비해서 사과의 맛과 향이 엄청나게 단순화되어 버렸어요.


식물이 다양한 맛을 만들어내는 까닭은 그것이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일 테다. 또한 사람은 오랜 세월 그 다양한 맛들이 가진 개성과 그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미를 즐겨왔다. 그러나 오늘날 맛은 달콤함으로 수렴되고 있고 그것은 자연의 생태적 건강성의 척도라 할 다양성의 훼손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과농부 마용운님으로부터 기후변화가 농사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들으면서 기후위기가 가져올 농업의 암울한 미래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 사과는 원래 시원한 기후를 좋아합니다. 고향이 텐산산맥이잖아요. 7~8천 미터 고봉들이 즐비한 그 동네가 고향인데 그래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게 되었겠죠. 그런데 지금 너무너무 더워지고 있으니까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열매가 잘 크지도 않고 병도 많이 오고 빨갛게 착색되는 데에도 문제가 많이 생기고 있어요. 사과의 빨간 색은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 때문인데 이 색소가 만들어지기 위한 최적의 온도 조건이 섭씨 15~20도입니다. 더위 때문에 이 온도 조건이 충족될 수 없는 것이죠.

특히 홍로는 88년에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최초의 사과인데 추석 시장을 겨냥한 품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값이 제일 비쌀 때가 추석이고 두 번째로 비쌀 때가 설이에요. 사과는 추석 지나고 나면 품종 상관없이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는데 그러니까 추석에 최대한 내다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는 9월 말까지도 폭염이 지속되었잖아요. 그래서 반절 정도밖에 시장에 낼 수가 없었습니다. 손해가 컸죠.


● 안토시아닌 생성의 두 번째 조건은 햇빛입니다. 그래서 수확기가 되면 열매 주변의 잎을 따줘요.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는 햇빛을 반사시켜서 열매가 빛을 받도록 반사필름을 사용하는 겁니다. 저희는 작년부터 반사필름을 안 하고 있어요. 이게 다 플라스틱 쓰레기라서 환경적인 이유로 결심을 했습니다.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추석은 다가오는데 열매가 빨갛게 변하질 않으니 속이 타들어갔어요.


사과 농장들이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과 농사를 언제까지 지을 수 있을지 마용운 농부의 생각을 물었다.


● 한 10년은 버티겠는데 20년은 정말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현재 경상도가 우리나라 사과의 주산지입니다. 사과 생산량의 60% 이상이 경북입니다. 그런데 경상도에서 사과 농사 짓던 농부들이 강원도로 많이 가 있어요. 저희 친형이 그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형은 여기에서 부모님과 농사짓다가 2007년에 강원도 양구로 갔어요. 그래서 양구 사과의 선구자가 되었는데, 지구가 펄펄 끓고 있는데 강원도로 가봤자 얼마나 더 시원하겠어요. 저는 도찐개찐이라고 생각해요.


● 제가 기후변화의 충격을 정말로 심하게 받은 게 2018년입니다. 그해 폭염이 아주 대단했죠. 2019년에는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숫자의 태풍이 영향을 주었어요. 2021년은 또 기록적인 장마가 왔죠. 가을장마는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쳐버려요. 정말 무섭습니다. 18년 이후에는 거의 해마다 아니면 한 해 걸러 한번은 굉장한 피해를 받아왔어요.


마용운님의 결혼기념일은 4월17일이다. 그날 이후에 사과꽃이 피고 사과꽃이 피기 시작하면 사과농부는 쉴 틈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사과꽃이 4월 초에 핀다. 그러니 냉해를 피해가기가 너무 어렵다.

마용운님의 사과는 시장의 여느 사과들만큼 크지 않다.


● 작은 사과가 훨씬 더 단단해요. 왜냐하면 사과는 한 알에 필요한 칼슘의 90%를 꽃피고 나서 30~40일 딱 이때에만 흡수합니다. 그래서 큰 사과나 작은 사과나 한 알에 들어있는 칼슘의 절대량은 거의 같아요. 결과적으로 작은 사과는 농도면에서 훨씬 진하고 그러니까 단단하고 튼튼하죠.

저는 한 사람의 사과농부로서 제가 살길은 착색이 잘 되고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고객이 사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행대로 퇴비와 질소비료 많이 줘서 크기만 키우는 농사는 안 하려고 합니다.


판매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 처음에는 상당히 어려웠어요. 부모님은 고정 거래하는 도매상이 있었어요. 제가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는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사과 좀 보내줘 하면서 시작이 되었고 서울의 농부시장 마르쉐에는 초창기부터 참여를 했어요. 거기서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고객 폭이 넓혀졌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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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에서 사과농부로 변신한 이후 적지 않은 세월 일해오면서 마용운님의 생활이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해마다 기후의 위협이 더해지고 있어 앞날이 걱정스럽다. 그이의 사과농장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건강하게 제 몫을 해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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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혹은 20년 후 우리는 사과를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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