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2(수)
 

빛나는 연대 순례하는 청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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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람, 행진

 

지금은 새만금 신공항 철회를 위한 순례를 다니고 있어요. ‘새, 사람 행진’ 순례는 8월12일 전북지방환경청을 시작으로, 9월11일 서울가정행정법원까지의 일정입니다. 260km. 새만금 신공항 취소 소송이 인용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걷고 있습니다.  행진단은 큰뒷부리도요새 모형을 세발자전거에 실어 앞세우고, 깃발과 피켓, 각종 새 모양의 모자를 쓰고 행진을 이어갑니다. 저는 후방 안전을 맡으며 걷고 있습니다. 순례 명칭대로 새와 사람이 함께하는 연대의 길입니다. 간혹 길가에 새가 죽어있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어 묻어주매 다니고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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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를 떠나며

 

9월은 제가 일터를 떠나는 달이기도 합니다. 퇴사라고도 하죠. 그래서 행진 순례 기간에는 주 1일은 센터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행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40년 직장 생활 중 25년을 언어치료사로 일해 왔는데, 이제는 접으려 합니다. 8월27일에는  한국옵티컬하이테크 구미공장에서 집회가 있다 하여 당일 행진을 마치고 구미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박정혜 노동자 동지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600여일을 옥상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어요(8월29일 내려오셨다고 합니다). 착잡하였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놓고 사투가 일상인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는지...


30대 초반이였어요.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직업적성테스트를 거치면서 언어치료사 직업군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지금은 언어재활사로 부르는데, 자격증을 획득하고 장애인복지관, 사설 기관의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몇 명이 의합하여 청주에서 지금의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센터명: 노리벗 아동발달센터. 

그동안 느낀점: 깔깔깔 즐거웠다. 

공동운영자: 심리치료사 유별, 놀이치료사 종숙, 언어치료사 청명(나). 

공동운영을 하면서 처리해야 할 안건의 해결은 “한명이라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추진하지 않는다.”였다.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 않았다. 때때로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으나 물처럼 흘러가듯 지켜볼 때도 있고,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들여다 볼 뿐. 이렇게 17년간을 즐겁게 지내왔던 직장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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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전환을 향해

 

그런데 제가 2014년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순례를 시작하고 나서, 단계적으로 노동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테면 25년 전 언어치료 주 6일 근무에서, 2014년  순례와 농사공부를 하기 위해 주 5일 근무로, 2017년 핵발전과 기후위기 심각성이 세계적으로 노출되면서 탈핵과 탈석탄 순례에 집중하기 위해 주 4일 근무로 바꾸었고요. 그러다가 “지금의 경제시스템에서 조금씩 벗어나 보자, 자급자족으로의 전환을 꾀해 보자!”며 주 3일 근무로까지 줄였습니다. 이 때는 저의 경제 환경을 전면으로 바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우선 빚이 없어지기도 했고, 지리산에 집과 텃밭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아이가 학교를 마치면서 소득은 적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러한 저의 생각을 접한 가족과 직장동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 건지?' '청명은 그동안 삶에서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려 반, 응원 반이었습니다.

 

이후 주 2일 근무에 돌입하면서 청주에서는 오랜 기간의 월세 집을 정리하였어요. 잠은 퇴사 전까지 센터 치료실에서, 저의 모든 생활도구를 담은 36리터 배낭 하나와 자전거, 침낭 하나를 지리산 집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퇴사 3개월 전부터는 주 1일 근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자급자족하며 순례를 다니자. 그리고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벌기로 하자.” 이러한 결정은 나름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첫째,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이제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자체. 둘째, 스스로 적정한 소비라는 목표에 걸맞게 정말 적정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 셋째, 인간만의 삶이 아닌 비인간과 같이 사는 삶에 가까워 졌다는 것.


사실 제가 이렇게 변화하려는 다짐과 실행의 이유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성찰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각박한 지금의 사회에서 제대로 인간답게, 생명체답게 살려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에요. 타인과 타생명체와 서로가 밟고 가야 하는 삶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자각입니다. 어느 학자는 이렇게 얘기하셨답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은 어떠한 경로로 갖게 되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라고요.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쫓는 이러한 생각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 이를 만족하기 위한 경쟁과 착취, 빈곤과 타살을 낳는 현시대는 온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술과 담배, 주말 산행으로, 바다로, 캠핑으로, 라이더로, 먹방 유튜브로 그 자리를 메운다 할지언정. 포괄적인 대안은 ‘물질과 권력으로부터의 탈출’ 이었답니다. 이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의 출발은 바로 ‘적정한 소비’였고요, 제가 탈핵과 비움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우리 사회는 네 가지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기후 위기, 핵 위기, 경제 위기, 전쟁 위기 말이죠. 그러기에 ‘에너지 전환’을 대안으로 얘기합니다. 핵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인 빛과 바람으로요. 저는 이와 같은 질적인 전환과 함께 양적인 전환, 기업과 소비자의 적정한 에너지 소비를 우리 세대, 시대의 과제로 생각합니다.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 한들 ‘과도한 소비’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어느 기후 과학자가 말하듯 지금의 인류가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말을 허투루 듣지는 말아야 하겠어요. 

 

 

연대의 재발견

 

얼마 전 퇴사 소식을 전체 직장동료들에게 알렸을 땐 서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실내 책꽂이에는 <<함께가는 길>>, <<세월호>>, <<노동인권>>이 꽂혀 있고, 귀퉁이에는 순례 깃발과 몸자보가 놓여있는 치료실 풍경. 아이들은 깃발을 흔들고, 부모님들은 순례 잘 다녀오라고, 동료들은 조심히 다니고 밥 잘 먹어야 한다고... 눈앞을 스쳐갑니다. 쉬운 일이 아닌데도 늘 응원하고 함께하는 동지가 되어 있는 치료실 사람들. 연대의 재발견입니다. 


오늘도 뚜벅뚜벅 ‘새, 사람 행진’ 길을 걸으면서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수라 갯벌의 뭇 생명과 함께 걷고 있는 행진단 분들, 한국옵티컬의 노동자 분들, 노리벗 아동발달센터의 동료와 아이들, 부모님들, 이 글을 봐주시는 독자님들을 생각합니다. ‘빛나는 연대’를 이뤄주신 여러분 고맙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이 ‘누구나 즐거운 삶’이 이뤄지기를 다시금 꿈꾸어 봅니다.


수라갯벌 보전하라!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하라!  

새, 사람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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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

  • 12246
몽실이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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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함께 걸을 날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고맙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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