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데 빵집이 있나 생각될 정도로 작은 시골마을, 크게 돈 벌 생각이 없구나 싶을 만큼, 주변 풍경은 논밭과 돌담, 마을 리사무소, 노인회관, 골목길, 주택들로 채워져 있다. 빛바랜 레몬 색 벽에 짙은 초록색 문, 건물 앞에 놓여 있는 크고 작은 화분들마저도 왠지 수수하고 정겹다. 번듯하고 깔끔한 도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들 때문일까?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게다가 가게 이름도 느긋한 쌀빵, 그리고 느긋한 점빵이니.
“이건 제 말이 아니라 손님들 말씀이에요. 가게 이름부터 힐링이 된다고. 하하.”

유기농 쌀가루를 이용해 만드는 건강한 쌀빵
느긋한 쌀빵은 구례로 귀촌한 여성들이 모여 만든 일터다. 처음에는 다섯 명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 중 2명만 남았다. 그리고 새로운 식구가 더해져, 지금은 세 명이 가게를 지킨다. 가게 규모도 작은데 세 명이 근무한다고 놀랄 수도 있지만, 새벽 3시부터 빵을 만들면 저녁 마감까지 감당하기는 쉽지 않고, 빵집 안에 작은 점빵도 있어 할 일이 엄청 많다.
처음에는 감자빵, 백미식빵, 백미햇살빵(모닝빵) 등 세 종류의 쌀빵만 만들어 판매했지만, 지금은 이 외에도 현미식빵, 흑미식빵, 현미올리브치아바타, 야채빵, 흑미팥빵, 초코빵, 유자파운드, 쑥콩크럼블파운드, 마카다미아 말차쿠키 등 15종의 쌀빵이 있다. 새벽 3시부터 빵을 만들어도 11시 오픈 시간에 맞추어 빵을 내놓으려면 결코 느긋할 수 없다는 전언이다.



유기농 쌀가루와 오일, 소금, 설탕 등 가장 기본적인 원료들로 만드는 쌀빵은 우유, 버터,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 빵이다. 오일은NON GMO, 소금은 유네스코 지정 갯벌의 천일염, 설탕은 유기농설탕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제빵의 재료는 비건 초콜릿, 유기농 콩가루, 유기농 말차가루같이 ‘건강’이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다 보니 원재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주재료인 유기농 쌀가루 가격만 해도 밀가루 가격의 10배에 달하니 절대로 밀빵 가격과 비교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이어진다.
“저희 가게를 찾는 고객들은 건강과 환경이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에요. 손님 중에 심한 아토피 손님이 계셨는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매장을 방문하셨어요. 그런데 그 다음 방문부터는 눈빛이 달라져요. 그리고 단골이 됐죠. 그 분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본인은 여기 빵만 먹을 수 있다고. 건강한 빵 만들어주셔서 고맙다고. 그럴 때 뿌듯함이 느껴지죠.”
규모는 작지만 오밀조밀 알찬 가게, 느긋한 점빵
사실 여느 빵집을 상상했다면, 가게에 들어선 순간 멈칫할 수도 있다. ‘느긋한 쌀빵’ 옆 ‘느긋한 점빵’이라는 간판이 설명하듯 가게 안은 빵과 함께 여러 가지 식료품과 제로웨이스트 물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빵’은 사업을 처음 준비할 때부터 계획된 부분이었다. 마을 안의 점방처럼 자리하지만 생협의 건강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지역 소농들의 건강한 농산물을 함께 판매하는 것. 작은 가게 안에 뭐가 좀 많다 싶지만, 이유 있는 선택이다.



“귀촌하면 대부분 작은 텃밭이라도 농사를 짓게 돼요. 하지만 완전히 자급자족하기는 힘들죠. 사먹기는 해야 하는데, 지역의 건강한 농산물들을 사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거죠. 그런데 또 소농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분들은 판로를 고민해요. 그러면 지역의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분들과 그런 농산물을 사길 원하는 소비자들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겠구나, 그러면 우리가 만들자, 이렇게 시작된 거예요.”
점방 탄생의 배경은 이렇다. 매장 규모가 크지 않아서 지금은 봄나물이나 과일 같은 제철농산물을 선주문 받아서 예약한 수량만큼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얼마 전에도 곡성의 복숭아와 사과 등을 주문받아 판매했다.
또 첫째, 셋째 토요일에는 가게 앞 공터에서 일종의 플리마켓인 ‘두루다살림장’이 열린다. 작은 규모의 농산물 장인데 텃밭의 잉여농산물을 가지고 나오거나 직접 만든 쨈, 피클, 반찬, 식혜, 막걸리 등을 가지고 나온다. 헌옷이나 소품도 가끔 나오긴 하는데, 판매가도 지나치게 저렴해서 거의 나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소소하게 가진 것들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장이다.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다면
제로웨이스트 물품을 판매한다는 부분에서 이미 눈치를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가게 안에는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판매되는 상품들의 가격표시는 버려지는 상자나 종이를 이용해 만들고, 빵 포장은 생분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한다. 음료를 포장해가는 컵들도 친환경 제품이며,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500원을 할인해준다. 점빵에서 장을 보면 매장 한켠에 비치되어 있는 폐비닐이나 재활용 종이백, 에코백 등을 이용해 포장하도록 권유한다. 손님들은 집에서 나뒹구는 종이백이나 에코백, 장바구니를 모아 온다. 그래서 느긋한 쌀빵 & 점빵을 찾는 손님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왠지 모를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는 것이다.



또 ‘반달곰 1% 가게’인 만큼 지리산과 그 안에 스며 살아가는 생명들을 보호하는 활동을 지지하고 연대한다. 커다란 역할은 아니더라도 그저 할 수 있는 작은 무엇이라도 있다면 여력이 되는 한은 하려고 노력한다. 구례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지리산과 섬진강, 반달곰, 수달, 청솔모, 고라니 등의 자연을 가까이 느끼고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지금은 다 지난 이야기지만 얼마 전에 가게가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야기를 듣고 찾아온 단골손님들과 지인들이 같이 걱정하시고 해결방법을 찾아보자고들 하셨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이 가게는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구나. 모두의 가게구나 하는.”
지금도 가게를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우직하게 걸어갈 것이다. 함께 하고 싶고,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반달곰1%는 지리산권 가게들(현재는 구례)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공존프로그램이다. 반달곰1% 가게에 가면 반달가슴곰을 자연스럽게 만나고, 특별히 계획하지 않아도 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2021년 5개 가게로 시작한 반달곰1%는 2026년 현재 구례 11곳, 하동 12곳으로 늘어났다.
반달곰1%는 ‘유랑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반달곰1% 가게에 들러 물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구입하면, 반달곰1% 가게들은 수익금의 1%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에 기부하고, 그 기부금이 모아지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과 논의하여 올무수거 활동, 무인센서카메라 구입 등 반달곰 보전활동을 위해 쓰기로 약속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