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마을] 우기가 9월 27일에 모여야 하는 까닭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 산청으로 모여요!
우기가 9월 27일에 모여야 하는 까닭
벌써 여러 해째, 9월이 오면 많은 사람이 모입니다. 추석 얘기하느냐고요? 아니요, 기후정의행진이요! 9월 하면 기후정의행진이죠. 9월 기후정의행진은 정부의 녹색성장과 탄소중립 정책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시민들이 스스로 모여 기후정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입니다.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체제에 맞서고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기후정의행진은 2019년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서울 대학로에 5,000여 명이 모였습니다. 환경 분야 집회와 시위에 이렇게 많은 이가 모인 게 처음이었다지요. 그 뒤로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너뛴 뒤 2022년부터 해마다 9월이면 3만 명 넘는 시민들이 기후정의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9월마다 ‘글로벌 기후시위’가 열립니다. 기후위기는 한 지역만, 혹은 한 나라만 바뀐다고 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기후정의가 먼저다
우리나라에서 첫 기후행진이 열린 2019년만 해도 기후위기 비상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적었는데, 요새는 기후위기 이야기 꺼내면 많이들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해마다 산불, 폭염, 폭우 등의 기후재난이 심해지면서 지구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선순위예요. “기후재난 심각한 건 알겠는데, 그래도 경제가 살아야지.” 하는 말들이 “무슨 소리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해도 당장 마실 물이 없고 살 집이 불에 타면 다 무슨 소용이야.” 하는 말보다 목소리가 더 크잖아요. 기후정의를 세우는 일이 다른 무엇보다 맨 먼저 다뤄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모여야 해요.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동자, 농민, 주민들이 모여 생존권을 빼앗는 개발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기후위기를 다른 어떤 문제보다 우선으로 해 풀어야 한다고 외쳐야 하니까요. 단순히 석탄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자거나, 환경 문제를 과학으로 풀 수 있다는 식의 녹색성장 탄소중립 얘기는 기후 문제를 또 경제보다 뒷전으로 만들 뿐이에요. 그러니까 ‘기후정의’를 외쳐야 해요.
‘친환경적’ 뒤에 숨지 않는 기후정의
기후정의가 뭘까요? 기후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 하듯 적당히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거예요. 모두가 차별 없이 정의롭게 기후문제를 풀자는 거예요. 일회용품을 편히 쓰고 버리는 삶 그리고 일회용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그저 플라스틱을 다른 재료로 바꾼다거나 재사용하는 방안만 얘기하지 않는 거예요. 그저 에너지원을 석탄에서 태양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바꾸자고만 말하지 않는 거예요. 에너지를 덜 쓰는 삶으로 바꾸지 않고서는,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지역 에너지 자립의 기반을 만들지 않고서는 에너지 문제를 정의롭게 풀 수 없듯이 지구를 덥히고 멸종을 부추기는 기후위기를 생명, 돌봄, 평등, 순환, 자립의 가치에 어긋나지 않게 풀자는 게 기후정의겠지요.
사회적 재난을 부추기는 개발 정책들은 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짓는다 해도 기후정의에 어긋나요. 종 다양성을 파괴하는 국립공원 케이블카가, 생태계 파괴는 물론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가능성이 훨씬 큰 가덕도 신공항이나 새만금 신공항이, 숲을 밀어내고 엄청난 댐을 두 개나 짓는 양수발전소가 어떻게 이 기후재난의 시대에 선택지에 있을 수 있나요? 대충 좀 친환경적으로 보이는 입에 발린 소리에 우리는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닌데요.
유엔(UN) 산하 기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의 확률로 1.5°C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밝혔어요. 과학자들은 지구 연평균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C 이상 높아지면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거라고 경고해 왔지요. 더 잦아지는 극한 기후 현상과 물 부족,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멸종 개체 수 증가….
2015년 1.5°C 경고 뒤로도 계속 후퇴한 기후정책으로 오늘날의 산불, 가뭄, 폭염, 이상기후를 맞닥뜨린 전 세계,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기존의 성장주의와 개발주의에 기댄 해법으로는 결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걸 눈으로 보고도,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AI, 반도체 등 기술중심의 첨단산업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앞세워 자본주의 성장을 꾀하려는 이재명 정부는 지구가열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날릴 셈인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기후정의행진 지리산행동에 함께해요
그러니까 모여야 합니다. 9월 27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으로 모이거나, 산청으로 오셔요! 우리 구례를 포함하여 남원, 산청, 함양, 하동 5개 지리산권 지역민들은 올해 산청에 모여 927 기후정의행진을 이어가려고 해요. 서울에서 모이는 기후정의행진에 연대하는 몸짓으로서 각 지역에서도 지역민들의 기후정의행진이 열리는데, 우리 지리산권은 지난해엔 남원산악열차 반대 목소리를 모아 남원에서 행진했고, 올해는 산청케이블카를 포함해 지리산과 섬진강을 죽일 수 있는 막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아 산청으로 모이기로 했답니다.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계속된 퇴진 광장에 이어, 기후위기를 넘어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9월 광장으로 다시 모여야 합니다. 탄핵 이후 광장에서 터져 나왔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는 어느새 묻히고 있어요. 내란으로부터 우리 삶을 지켰던 광장의 힘은 혐오와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을 강화하는 데 쓰라고 준 힘이 아니라는 걸 다시 알려줘야 할 때가 왔습니다. 구례 시민들, 우리 9월 27일 산청에서 만나요!
버들(독립연구자)


927 기후정의행진 2025 지리산행동
- 일정
부스, 오픈마이크 : 13:30~15:30 (행진 전까지)
공연 : 14:30~15:00
성명서 발표 및 연대 선언 : 15:00~15:30
행진 : 15:30~16:20
- 장소 : 조산공원 (산청군 산청읍 웅석봉로86번길 7)
9.27 기후정의행진 2025 지리산행동 7대 요구안 (세부안)
1. 지리산을 아프게 하고, 농촌을 무너뜨리는 난개발을 멈추고, 주민과 자연을 지키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자
물과 땅은 인간이 취할 이윤이 아니라 모두의 생명이다. 지하수를 마구 뽑아 쓰고, 숲을 파헤치는 막개발을 중단하고, 생태 자원을 공공의 자산으로 지키자. 산청·구례·남원의 케이블카, 양수댐 발전소, 골프장 추진 등 주민을 빚더미와 불평등으로 내모는 개발 대신, 지리산권의 생물다양성과 공동체성을 보존하자. 지자체가 마구잡이로 지리산을 파헤칠 수 없게 법적·제도적으로 지리산을 지킬 근거를 마련하고, 모든 지리산 개발 사업은 시민의 동의를 얻도록 하자.
2. 농민·농촌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농업을 기후위기 해법으로 세우자
폭염·폭우·가뭄·서리 같은 이상기후로 농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기후재난시대 탄소배출의 주범인 수입 농산물 의존방식, 기업 중심의 산업화·기업화 농정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친환경 농사 전환을 지원하고 생태농사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도록 농민기본소득 실현하자. 농민이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농업 안전 장비 지원, 온열질환 예방 사업, 기후 수당 등 건강권과 생존권을 지키는 제도를 마련하자. 농민을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기후위기 대응체계 마련하자.
3. 기후불평등을 멈추고, 인간과 비인간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지키는 공존사회 만들자
인간의 편의와 이윤을 위한 개발 대신, 모든 종의 권리를 존중하는 기후정의 정책을 수립하자. 난개발로 파괴되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폭염과 홍수, 재난으로 고통받는 가축을 단순한 생산 수단이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고, 기후재난 대비 관리 기준을 마련하자. 최상위 포식자 반달가슴곰, 삵, 담비부터 땅속 미생물까지 모두 지리산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종 다양성을 지켜내자.
4. 화석연료 의존을 끝내고, 진짜 정의로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
핵발전과 석탄발전은 기후위기와 재난을 부른다. 즉각적인 감축 일정을 세우자. 기존 에너지 정책의 문제인 생산과 소비의 분리에서 오는 지역 착취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피해가 지역 주민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분담원칙을 확립하자. 발전소 배 불려 줄 양수발전소 모두 취소하자. 에너지 전환은 지역 에너지 자립과 공공성 강화 없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 또 다른 착취를 부르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식의 에너지전환정책이 아니라, 지리산 뭇 생명 하나도 짓밟지 않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정책을 만들자.
5. 농촌형 기후·생태 교육으로 함께 배우고 서로 돌보는 지역 문화를 만들자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배우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대응 방식을 익히며, 비인간 존재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배움터를 지역사회와 학교, 마을 곳곳에 마련하자. 생태전환교육, 동물권·환경 교육 캠페인,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례 제정, 예산 지원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자.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농촌의 현실을 반영하여 일상·농업·마을 활동과 연결된 ‘농촌형 실천 중심 교육’을 실현하자. 기후위기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이 부른 위기다. 지리산의 너른 품에서 욕심을 내려놓고 자급과 자립의 삶에 가까워질 수 있게 생태·생명·평화의 가치를 배우고 함께 가꾸자. 아울러 생태자급기술교육, 생태텃밭교육을 어린 사람들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차별 없이 받도록 지원하자.
6. 지역민이 참여해서 기후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기후시민의회 구성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자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이 정책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기후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기후정책을 논의하고 지역 정책에 반영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하자. 기후시민의회는 나이, 사는 곳, 직업, 성별 등이 고루 대표되는 시민들을 차별 없이 제비뽑기하듯 뽑아 누구든 구성원이 될 수 있으며 주체성을 갖고 숙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기후시민의회의 결과가 단지 의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구속력을 갖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7. 기후재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을 강화하자
산불, 폭우, 산사태 등 기후재난은 지리산권 주민들의 생계와 안전을 직접 위협한다. 지역 단위 재난대응 시스템, 물·식량·의료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자. 피해를 줄일 수 있게 지역 맞춤형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재난 이후 회복 과정에서 주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도록 제도를 강화하자. 재난 대응·회복 과정에서 주민이 핵심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지방 정부가 정책 수립이나 자금 배분 시 주민 의견을 법적·행정적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하자. 재난 피해 복구 계획 수립 시 주민이 주도하여 설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자. 마을별 위험지도나 경보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이 직접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응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자.
** 쉬운말/어린이 버전
1. 지리산을 아프게 하고, 농촌을 못살게 구는 개발을 멈추고, 자연과 주민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자.
2. 농촌과 농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꼭 지켜주고, 건강한 농사로 지구를 살리자
3.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함께 안전한 세상을 만들자
4. 기름과 석탄 대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바꾸자
5. 농촌에서 자연과 생명에 대해 생생하게 배우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자
6.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구를 지키는 약속을 정하자
7. 비바람이나 큰 위험이 와도 모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