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7(월)
 

꽃무릇이 잔뜩 또 피었다. 지난주 토지초 아이들이 학교에서 캠핑을 했다. 

내 아이들은 모두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이 끊어질 만도 하지만 

둘째 아이가 캠핑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이미 시동을 걸어둔 상태였다.

 

나는 작년까지 토지 마을학교 대표였다. 마을학교 행사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2박 3일로 진행되는 캠핑 행사다.

80명 가까운 인원이 참가하고 유치원부터 중학생 때로는 고등학생 아이들도 한두 명씩 참가하기도 하는데다 

부모들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려면 꽤 많은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하고 혹시 모를 위험한 일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불놀이를 위한 장작을 마련하고 음향 시설을 설치하고 캠핑 동선을 짜고 각 시간별 이벤트도 만들어야 

실속 있는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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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침 산책 선생님으로 초대를 받았다. 작년에 아침에 할 일이 없어서 

"산책이나 한 번 합시다"라고 해서 갑작스럽게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했다. 

작년에도 꽃무릇이 한창 피었을 때 행사를 진행했다.

 

토지초 옆 구산마을 소나무 아래 붉은 꽃무릇이 아득하니 피어 있었다.

"여러분,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요?"

"네, 꽃무릇이요."

아이들도 대부분 꽃 이름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 꽃무릇의 구근에 독이 있는 것은 모르죠?"

꽃무릇을 심으면 거의 죽지 않는데 그 이유는 구근에 독이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여러분, 꽃무릇 구근을 먹으면 큰일 납니다.

"우와, 그래요. 헉..."

다음은 개망초네요. 나물로 먹을 수도 있는 풀이지만, 

잡초 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해서 죽이기도 어렵죠.

"집에 사람이 살지 않고 망하면 처음 피는 꽃이라서 망초라고 해요."

"진짜요? 거짓말요."

"하하하..."

아이들과 학교 주변 마을 길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보통 아이들과 이야기는 30분 정도 하면 그다음엔 시들해진다.

 

나뭇잎으로 풀잎배를 만들기도 하고 칡넝쿨 잎을 따서 

엄지와 검지 사이에 넣고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역시 아이들이 재밌어했다. 

 

모두 내가 어려서 동네 아이들과 심심할 때 하던 놀이다.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좀 전에 했던 놀이를 하고 있었다.

'내년에도 또 산책 선생님을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가진 이야기는 그게 전부인데...'

 

'아이들이 기억하지 않기를 바래야 되나 아니면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야 하나'라는 작은 고민이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꽃무릇이 조금 더 많이 핀 것 같고 아이들도 조금 더 자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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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집에 피는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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