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7(월)
 
시집을 선물 받았다.
시집을 받으면 거의 받은 날 다 읽는 편이다.
시집이 좋은 이유는 글이 짧기 때문이다. 읽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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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의 시는 읽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은유와 직유를 알아야 하고 시어의 뜻을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도 파헤쳐야 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서울대 갔던 친구보다 유일하게 잘했던 과목은 국어였는데
내가 그 친구가 영어 수학 공부 할 때 다른 책을 많이 읽어서였다.
 
선물 받은 책은 박두규 시인의 시집 "두텁나루숲 뒷산에 앉아"였다.
박두규 시인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시집을 받고 인연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리산인이라는 신문을 만들면서였던 것도 같고 전교조 활동을 하면서 만난 것도 같다.
그러니까 17~18년 된 것 같다. 그중에 시집도 두 번은 받은 것 같다.
 
처음 받은 시에는 숲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번에 죽음에 관한 시가 많다.
시인의 아내가 투병 생활을 한 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고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많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을 가진 것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어머니의 눈물 닦아드리는 것이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시 "나의 꿈")
 
어머니 품으로 이제 돌아가는 날은 학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아니고
제대하고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기쁜 날도 아니다. 이제 어머니를 만나는 날은 저승뿐이다.
하지만 죽음은 인생의 마감일이 아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떠나는 것을, 잃어버리는 것을.
나만의 사랑, 나만의 세상이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강이 끝나지 않으면 바다에 이를 수 없고 소멸이 아니면 되살아날 수 없으니.
내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하나 되어 그 무엇이 될 것이다.
(시 "두려워하지 마라" 중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역사 이후 많은 사람들이 불멸을 갈구했지만,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헤매고, 거대한 지하 무덤을 만들었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돌아올 영혼을 위해 완벽한 미라를 만들어 하늘을 향한 높은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인간은 우주의 먼지가 만든 지구에서 태어나 결국은 우주의 먼지가 된다.
소멸은 소멸이 아니다. 우주의 입장에서 인간의 죽음은 불멸인 것이다.
우주가 아직 사라지려면 억 겁의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찾아오는 상실감은 피할 수 없다.
오래전 23살 조카가 백혈병으로 생일 하루를 앞두고 떠났다.
한 달 전만 해도 건강했던 아이가 진단 2주 만에 급작스럽게 떠나버린 것이었다.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걷기도 했던 조카였다.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가을 하늘도 잿빛으로 보였다. 우울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었
다. 작은 위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시집도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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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아픔을 겪는 사람에게 위로를 "두텁나루숲 뒷산에 앉아" 박두규 신작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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