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을 환영하며
구례군의 성실한 복구를 촉구한다
지리산 자락 사포마을 숲에서 추진되던 지리산골프장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10월 19일 MBC 보도에 따르면 구례군은 사업자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사업 무산을 인정했다. 2년 넘게 지리산골프장이 생기지 않도록 저항해 온 사포마을 주민들과 또 이를 지지해 준 모든 시민의 승리다.
지리산골프장은 2002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단과 재추진을 반복하던 사업이었다. 그러다 2023년 구례군이 골프장 예정 부지에 대한 벌목허가를 내주면서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골프장 사업을 재추진하겠다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진행되었던 벌목은 재선충 방재를 위한 모두베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지만, 실상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생태자연도 1등급지를 골라 베기 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업자는 허가받지 않은 지역까지 벌목하는 불법도 저질렀다. 1등급지 골라 베기 하였다는 것을 반증하듯 다음해 2024년 벌목지에 대한 생태자연도 등급조정 신청이 들어갔고 벌목 허가를 받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대한 등급이 3등급(벌채지)으로 하향되었으며 불법 벌목이 있던 지역은 유지되었다. 이렇듯 편법과 불법으로 진행된 사업이 토지 소유권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내년 2월까지 인허를 위한 절차들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행정절차만 1년이 필요하기에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이는 MBC 취재 결과 구례군도 인정한 사실이다.
이번 지리산골프장 사업 무산은 시민들이 이루어낸 결과다. 2023년 4월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 처음 조직된 뒤 바로 이어 사포마을 주민들이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등 주민들과 시민들이 함께 지리산골프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끈질기게 저항해 왔다. 기자회견, 보도자료 배포, 언론사 취재 조력,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전 군민 대상 유인물 배포, 다양한 문화 축제 진행 등 그 방식도 다양했다. 특히 2023년 10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이곳만은 지키자’에 사포마을 다랭이논이 환경부장관상을 받으며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중요성을 알리고 지리산골프장 반대 힘에 더욱 목소리를 실을 수 있었다.
한편에선 사업주가 지대 차익을 노렸을 거라는 말도 들렸고,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인 줄 알면서도 표심을 잡으려는 꼼수일 거라는 말도 들렸다. 우리 지리산사람들과 사포마을 주민들 그리고 이에 함께하는 시민들 모두는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고 계속 저항했다. 저들은 나무를 벴으나, 우리는 나무를 심었다. 저들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였으나, 우리는 공동체를 더 단단히 묶으려 했다. 저들은 정치적 노림수와 자본의 이익만을 생각했지만, 우리는 지리산을 생각했고, 야생동식물이 살 곳을 걱정했고, 마을 주민들의 삶을 살폈다. 이렇게 지리산골프장 사업은 무산된 것이다. 지리산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주민과 시민 모두의 승리이다.
사포마을 주민들은 지금도 벌목과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절개하면서 발생하는 토사로 인해 마을 상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오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산이 무너질지 걱정하며 벌채지를 돌아야 했었다. 그럼에도 구례군수는 이런 군민의 소리를 무시하고 공식적인 장소에서 ‘골프장 추진을 계속 하겠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과 지리산사람들이 문제 제기했듯, 시행사는 당해년도 자본이 1억 원도 되지 않는 종이껍데기 회사인 데다가 8년간 골프장 사업권을 인가받고도 두 차례나 연기했던 곳으로 지리산골프장은 애초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도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려 행정력을 낭비했으며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담비, 삵 등 무수한 생명의 보금자리인 지리산 자락 숲을 불법적으로 벌채되도록 사실상 방치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장은 경제성도 없는 사업이었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매년 80억에서 100억의 적자를 내는 골프장까지 있는 현실이다.
그뿐인가. 구례군이 2년간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군민을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게 해 지역공동체의 분열을 낳은 것은 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군민에게 남은 것은 치유되기 어려운 마음속 상처뿐이다.
이제는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개발사업은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일부 군민들의 인식은 바뀌어야 하며 난개발 정책 또한 멈추어야 한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라는 경계만큼만 보호하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곳이 아니다. 국립공원 경계 안의 지리산도 지리산이고 경계 밖의 지리산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포마을 주민들이 평화를 되찾고 더 이상 내가 사는 마을이 파괴되는 두려움 속에 살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근거 없는 경제성을 운운하며 벌어지는 개발 논리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진짜 자연으로 가는 길로 나아가도록 새 판을 짜야 한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지리산의 자연림과 가까운 벌목지는 이미 기존에 있던 활엽수의 맹아와 아까시나무와 같은 속성수가 자리를 잡고 있다. 조림이 아닌 자연복원으로 스스로 회복하게 두어야 한다. 구례군이 하여야 할 것은 인공 조림이 아니라 절개지와 무너지는 지형에 대한 복구이며 주민들의 상처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진심 어린 사과이다. 또한 지리산골프장 추진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지역 공동체 분열, 환경 파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원 작업도 군의 단독 추진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의논하여 복구 계획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주민을 속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2025년 10월 21일
